대선 국면이 본격 시작하자마자박근혜 대세론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가 716 “5·16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 뒤, 지지율이 순식간에 7퍼센트나 떨어졌다. 지지율 30퍼센트 대는 넉 달 만인데, 반대 급부로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올랐다.


여기에는 11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정두언 체포동의안 국회 부결도 한몫 했을 것이다.


사실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 포기등 특권을 버리는 쇄신은 박근혜가 지난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 연 첫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었다. 그만큼 자기 브랜드로 강조해 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6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았다며 소속 의원들의 세비를 반납케 했다.


그런데 비리 의원 감싸기에 새누리당 의원이 적어도 63명이나 연루된 것이다. 정두언의 보복성 폭로가 두려워서 묵계 속에서 벌인 의도적 부결이든, ‘박근혜 유일 체제에 대한 내부 반발이든, 이미지와 지도력에 흠집을 낸 것 만큼은 명백하다.


당황한 원내대표 이한구가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했다가 일주일도 못 가서 가 이를 번복하는 등 친박 진영 전체가 우왕좌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이한구 사퇴 번복과 5·16 발언 등으로 박근혜의원칙이라는 것이 결국부패한 우파 감싸기독재의 과거로 돌아가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ㅂㄱㅎ의 꿈이 박정희 군사 혁명의 꿈? 네 꿈이 이뤄지는 나라는 내 꿈이 미뤄지는 나라.

사실 박근혜가 우파를 대표하는 단단한 지지 기반을 형성한 것은 바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혁에 결사 반대하는 보수진영의 선두에 서면서부터다. 박근혜는 그때 이 투쟁을국가정체성 투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영남과 보수층을 토대로 하는 지지 기반의 우파적 성격이 워낙 두드러져 박근혜는 수도권과 중도층, 청년세대로 지지 기반을 확장하지 못해 왔다.


그래서 박근혜는 상대적으로 수도권 중도층에서 표를 얻었고 지지 기반이 일부 살아있는 이명박과 협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7<문화일보> 박민은 당시 여론조사를 토대로친이[명박반박[근혜]’ 층을 흡수할 수 있느냐가 박근혜 집권 성공의 관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박근혜 지지율은 이명박과 갈등을 일으킬 때 떨어졌고, 이명박과 협조할 때 상승했다.


이런 충고를 따라서인지 박근혜는 한나라당 비대위를 맡아쇄신사기극을 벌이면서도 인적 쇄신을 거부하고 이명박근혜공천을 하며 협조해 왔다.


한편에서는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강행, 색깔론, 등으로 우파를 결집하며 4월 총선에서 가까스로 과반을 넘겼다.


그러나 총선 승리 후 박근혜에게 힘이 쏠리면서 역설이게도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은 더 악화됐다. 온갖 권력형 비리들이 계속 터져 나온 것이다. 이제는 이상득마저 구속되면서 레임덕 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손 잡아온이명박근혜'가 동반 추락의 위험을 맞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파 결집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우파 결집만으로는 정국을 장악하거나  새누리당 정권 연장을 자신할 수 없는 박근혜와 우파들의 고질적인 딜레마가 더욱 부각되고 있.


이명박과 협조 체제로 대세론을 안착시키려던 박근혜로선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가 결코 달갑지 않다


안 그래도 대선 후보 당내 경선 규칙 문제로 이재오정몽준 등과 갈등해 온 박근혜로선 동반 추락을 피하려고 이명박과 선을 긋고 단절하는 것이 자칫 우파의 분열을 초래해 공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대 장덕진 교수는 “[대선 후보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 오직 상대가 안 교수일 때에만 박[근혜] 위원장 지지자들 중에서 절반 정도가 빠져나와서안철수를 지지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마도 이런 유동층의 상당수가 2007년에부패해도 경제는 살리겠지하는 허망한 기대감으로 이명박에게 투표했던 수도권 중도층일 것이다박근혜가 우파 본색을 드러내자 바로 이런 일부 무당파층이 떨어져 나가며 대세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박근혜 대세론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와 오세훈의 셀프 탄핵을 배경으로 안철수가 부상하고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하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 열혈 어르신들은 영도자의 5.5미터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 줏대있으신 영도자님이여~


당시에는 한미FTA 반대 투쟁 국면을 등지고 국회에 등원한 민주당의 헛발질과 은폐된 이명박근혜 체제 구축 속에서 잠시 위기를 벗어나고,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취약함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모순과 취약함의 요소들이 근본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제 안철수가 자신의 정국 구상을 담은 책을 출간하면서 이런 대세론 균열 위험은 더욱 커졌다. 물론 안철수는 새누리당 비판 뿐아니라 민주당과도 거리를 둬 오면서 이런 무당파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개된 정책 구상이 민주당과 질적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왼쪽 공백을 그가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최근 과거 회귀 현상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한 반우파 정서도 만만치 않게 자라나고 있다.(물론 진보진영이 통합진보당 사태로 취약해진 상태에서 민주당이 이를 잘 대변·흡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즉, 박근혜 대세론의 위기만 놓고서 곧 우파의 집권 연장 저지로 귀결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출마 선언을 하며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내세웠지만, 별로 새로운 지지층 유입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하는 것도 이런 방증일 것이다.


하반기 국회에서 추경예산 등을 놓고 복지 예산과 재원 문제가 논쟁이 될 텐데, 박근혜가 일부 포퓰리즘 공약과 언사에도 친기업적이고 우파적인줄푸세본질을 끝까지 감출 순 없다. 최근 달궈지는 노동자투쟁이 부상하면 우파적 본질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패 의혹도 여전하다. 육영재단의 과거 뿐아니라 정수장학회 강탈 문제와 부산일보 문제는 명백한 박정희 독재의 현재적 유산이다. 저축은행 퇴출 과정의 로비 의혹 사건에는 친동생 박지만 연루 의혹도 있다. 최근 박지원 소환 시도는 박지원이 박지만 연루설을 흘린 것 때문이라는 의혹도 있다. 박지원의 입을 막으려는 거래용 수사라는 것이다.


바로 이런 위기감과 군색한 처지 때문에 이명박 레임덕과 박근혜 대세론은 함께 위기를 맞으며 한일군사협정이나 KTX 민영화 등 우파 정책들이 연기·유보되고 있는 것이다. 찬성하는 속마음이 다르지 않을 텐데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갈등하는 모양새를 연출해야 했다.


따라서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와 반우파 정서의 고양을 앞에 두고 박근혜가 우파의 집권 연장에 성공하려면, 결국 종북 마녀사냥을 통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켜 우파 주도의 정국을 만드는 방향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없다.


이는 박근혜와 우파들이 색깔론 마녀사냥을 지속하며 진보진영과 야당 세력의 분열을 부추기고 민주적 권리를 공격할 것이라는 뜻이다들은 호시탐탐 우파적 공세를 취할 기회를 노릴 것이고 경제 위기를 염두에 둔 고통전가 정책을 야금야금 개시할 것이다.


진보진영이 정권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반우파 공세를 개시하는 것이 당면한 투쟁의 승리를 위해서나 우파 집권 연장 저지를 위해서나 필요한 이유다. 이미 금속노조, 금융노조 등이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항으하며장외에서 전투 의욕을 다지고 있다


□ ‘도둑적으로 완벽’했던 정권 ― 형님 먼저 아우 먼저



‘MB는 멘붕의 줄임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이 심해지고 있다. ‘레임덕’이 이젠 ‘블러드( Blood)덕’을 지나 ‘데드(Dead)덕’으로 간다는 말도 나올 지경이다.  

이명박 일당은 터져 나오는 치부를 감추려고 색깔론 마녀사냥 뒤에도 숨어 봤다. ‘원숭이보다도 못 하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검찰이 각종 의혹들을 덮어주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뼛속까지 부패한’ 본성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7월 10일  이상득 ‘형님 먼저’ 구속됐다. 대선자금, 당선축하금, 저축은행 구명 로비자금, ‘용돈’ 등 돈받은 명목도 다양하다. 신한은행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도 돈이 흘러간 것이 금세 드러났다.

이 와중에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희중이 돌연 사퇴했다. 저축은행 로비 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중이었다. 최시중은 파이시티 관련해 받은 돈을 이명박 대선자금으로 썼다고 자백했다.

부패 의혹들이 대선자금으로 향하면서 점점 의혹의 초점이 이명박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런 군색한 처지에 몰리다 보니 ‘정권 말기에 밑져야 본전’이라고 밀어붙이던 각종 우파 정책들도 따라서 좌절되고 있다.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려던 국토해양부는 7월 18일 “정치권이 반대하면 행정부가 추진할 방법이 없다. 자체 동력을 상실했다”며 민영화 포기 선언을 했다. (물론 이들의 포기 선언을 완전 포기 선언으로 믿어선 곤란하다.) 

국가인권위원장은 국회 인준이 없어도 되는데도 현병철 연임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신임 대법관 중 김병화도 임명이 불가능할 듯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자동으로 우파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리는 없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이전 정권들에서부터 정치자금 금고 구실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박지원 뿐아니라 박지만도 저축은행 로비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이 모든 비리를 까발릴 거라고 믿을 순 없지 않은가. 검찰은 레임덕 때문에 이런저런 수사를 하면서도 우파 정권의 연장에 도움 되는 수준에서만 수사를 끝내고 진실을 덮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명박은 뻔뻔하게 “고소득 노조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고 금속노조와 금융노조를 비난했다가 너나 잘 하라는 욕만 처 먹고 있다. 

권력을 이용해 앞돈 뒷돈 가리지 않고 해 먹은 자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하루빨리 이 부패한 정권을 날려 버리고, 이 자의 더러운 입을 꿰매 버려야 한다.
진보진영과 노동자 투쟁은 이들을 심판할 자격이 있고, 지금 정권의 레임덕과 대중의 분노는 지금이 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 <레프트21> 관련 기사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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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왕 이상득이 저축은행 뇌물 건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 


2007년 이명박 대선자금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임석에게 받은 돈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빼달라는 로비 과정이 아니라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상납한 돈이라는 것이이다. 


몇 주 전만 해도 ‘MB’ 검찰은 내곡동 사저 의혹과 불법 사찰 건에서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주며 진실을 덮었고, 최시중 본인으로 대선자금으로 썼다고 밝힌 파이시티 건설 로비 뇌물 사건도 최시중과 박영준의 개인 비리로 축소해 수사를 끝내 버렸다. 


이런 검찰이 형통령과 이명박의 대선 자금을 건드리는 것은 덮어주기 수사에 대한 대중의 공분이 워낙 컸기 때문이고, 그만큼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가 심각하다는 뜻이다.[각주:1] 


휘청거리는 ‘형님’


물론 그렇다고 검찰에게 기대를 걸면 안 된다. 지금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검 중수부장 최재경은 바로 5년 전 이명박의 BBK 의혹을 수사하고 무혐의 처리했던 바로 그 자다.


또 검찰이 2007년 대선자금에 초점을 두면서 박지원까지 수사 대상에 올려놓은 것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 당의 대선자금 수사로 물타기를 하며 정치적 타협을 시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러므로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기만 하는 태도는 위험할 수 있다. 일부에선 불법 사찰과 내곡동 사저 의혹을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다루기로 합의한 것에 기대를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선관위 디도스 공격 특검에서 보듯 특검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박근혜는 불법사찰 국정조사 범위를 노무현 정부까지 확대하자고 정략적으로 나오고 있다.[각주:2]


물론 새로운 의혹들이 조사 과정에서 폭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태껏 폭로가 부족해 이명박 정권의 비리를 법적•정치적으로 심판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동안에도 이명박 정권의 권력형 비리는 양파 껍질 벗기듯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이는 MB 일당이 측근은 물론이고 처와 아들, 사돈에 팔촌까지 부패에 연루될 정도로 탐욕스런 집단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중의 반감 때문에 레임덕이 빨리 찾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곡동 사저 의혹, 청와대 불법 사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이 모두 내부자의 폭로 때문이었다. 디도스 수사 결과 은폐 의혹도 검찰과 경찰의 알력다툼 속에서 폭로됐다. 사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라도 우리는 검찰 수사에 기대할 순 없는 것이다.  


이처럼 탄핵을 당해도 진작에 당했어야 할 정권이 여태 버틴 것은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박근혜와 이명박이 타협하고 검찰과 사법부, 조중동 등이 협력해 왔기 때문이다.[각주:3] 


여기에 결정적 위기 때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도와준 것도 한몫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의 핵심부가 워낙 복마전이고 분노가 커 더는 ‘코끼리, 비스킷 뒤에 숨는 재주’를 부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집권 우파는 이석기•김재연 국회 자격심사와 범민련 노수희 부의장 귀국을 계기로 다시금 종북 마녀사냥을 벌이며 끝까지 버티려 할 것이다. 


저들이 또다시 모든 부패ㆍ비리의 핵심 몸통을 가리지 못하도록 투쟁해야 한다. 검찰 수사를 기다리지 말고 싸워야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가 집권당 전반의 위기로 재점화될 수 있다.


※ 이 글은 축약해서 <레프트21> 85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지난해 말에 만든 측근 부패도 인포그래픽.




  1. 검찰도 국가기구로서 정당성을 어느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축소 수사 와중에도 실세 중의 실세들이던 최시중, 박영준 등을 구속하고 이상득까지 구속 직전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던 검찰이 반 년 만에 전두환•노태우를 구속했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 아래서 ‘살아있는 권력’의 측근과 가족을 구속했던 것이다. [본문으로]
  2. 물론 노무현 정부의 진보진영 사찰도 문제다. 그러나 박근혜당이 이명박과 노무현 모두 나쁜놈이라고 할 자격이 있냔 말이다. [본문으로]
  3. 최근 언론들은 통합진보당의 선거 부정과 종북 꼬투리 잡기에는 메인 뉴스와 1면 기사들을 할애하면서 명백한 정권 비리는 축소 보도하거나 모른 척 해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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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개원 합의는 19대 국회의 미래를 미리 보여 주는 듯하다.


유혈 낭자한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 일당의 일원이던 강창희를 국회의장으로 ‘모시기’로 합의한 자들이 진보정당 의원들의 ‘국가관’을 심사하고 제명하자는 것이다. 


선거 부정 때문에 자격 심사를 한다는 핑계는 위선일 뿐이다. 이번 총선 당선자 중 82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됐는데, 압도 다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소속이다. 그런데도 입건도 되지 않은 이석기ㆍ김재연 의원만 ‘부정한 자격 취득’이라는 것은 역겨울 뿐이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돈을 주고 당원명부를 입수해 당선한 의원이 다섯 명이나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도, 이런 자들에겐 의원직 박탈의 ‘박’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이런 양 당이 나머지 합의 사항 ― 이명박 불법 사찰과 내곡동 사저 의혹 등 각종 권력형 비리에 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 등 ― 을 진지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18대 국회가 ‘이명박 거수기 국회’가 된 것처럼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초반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국회’로 만들려 할 것이다. 


물론 박근혜는 대선을 의식해 한편에서 점잔을 빼며 ‘복지와 경제 민주화 코스프레’는 계속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말과 달리 박근혜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우파 신자유주의자이자 재벌 찬양론자인 이한구를 밀었다. 대선 캠프엔, 삼성 임원 출신으로 전경련 부회장을 지내며 이른바 ‘경제 민주화 조항’이라는 헌법 제119조 2항 삭제를 주장했던 현명관을 영입했다. 


또 19대 국회 첫 입법안이라며 내놓은 법안들 중 사내하도급법은 ‘불법 사내하청 합법화 법’, ‘불법 사찰 금지법’은 ‘사찰 합법화법’이라 불릴 정도로 기만적인 엉터리 법이다. 새누리당 몫이 된 국회 문방위원장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를 도청한 한선교가 내정됐다. 


게다가 세계경제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먹구름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이명박도 7월 2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미증유의 혼란에 수반되는 위기[에서] … 재정은 국가 경제의 최후 보루 … 당장 어려움을 모면하고자 우리 후손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 … 정부와 국회는 … 국익을 위해 대승적인 관점에서 더욱 협력해나가야 한다”며 경제 위기 앞에서 국가기구가 단합할 것과 ‘재정 긴축’ 기조에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넘치는 기층의 분위기와 괴리된 19대 국회도 폴리스라인 안에서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양극화와 정치적 유동성도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다음날 이명박 정부가 허점투성이 ‘무상보육’ 정책조차 선별 지원으로 후퇴시키겠다고 발표했는데, 새누리당은 아직까지 일언반구도 없다. 통합진보당 문제엔 하루에 하나 꼴로 대변인 논평을 내던 자들이 말이다. 


사실 경제 위기 악화 조짐 속에서 전경련 등 기업주 단체들은 진작부터 19대 국회에 압력과 회유 공작을 펼쳐 왔다. 


재계 5단체는 5월말에 국회 당선자 1백여 명을 초청해 축하 리셉션을 열며 친재벌 정책을 당부했고, 최근엔 전경련이 국회의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캠프를 추진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미 5월부터 ‘통합진보당이 부정선거에 휘말려 국민적 지지를 상실한 점, 따라서 민주통합당도 '좌클릭'에 부담을 느낄 것이란 점, 새누리당 역시 ‘보수 결집’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란 점 등”을 전망하며 친재벌 입법을 위한 대국회 압박과 로비를 강화해 왔다. 


독립


이처럼 우파 정책 거수기 국회가 다시 4년 동안 반복될 조짐이 보이는 것에는 민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민주당이 이런 우경화를 막을 의지와 능력을 전혀 보여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축소 수사에 분노가 커지고, 노동자 투쟁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개원 합의를 했다. 대중의 불만을 공식 정치 안으로 흡수하려고 시도한 것인데, 의회 다수파는 새누리당이니 결국 정국 주도권을 넘겨 준 셈이 됐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 합의도 “통진당이 섞인 야권연대가 선거를 이긴다[면] … 북한 김정은 왕조와 공동정부가 수립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우파의 협박에 굴복한 것이다. (사실 늘 반복해 온 일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불법사찰 특위 위원장을 새누리당에게 내주고 4대강 청문회 요구도 포기하는 대가로 각종 개발 이권이 걸린 국토해양위원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확보했다. 


물론 민주당 지도부는 소수 야당이란 핑계를 댈 것이다. 그러나 집권당이던 15대 국회 중반부터 심지어 원내 과반수를 차지했던 17대 국회까지 민주당은 늘 우파의 반대를 핑계로 개혁 입법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려 왔다. 


그러면서 1997년 경제 공황 속에서 정리해고 등 노동악법은 소수파 여당일 때도 한나라당과 협조해 통과시켰다. 결정적 국면에는 친자본 정당으로서 본색에 충실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한 국회 안에서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의 우파 노선에 진지하게 도전할 가능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진보정당의 약체화다. 통합진보당은 총선에서 진보적 대중의 염원 덕분에 약진했지만, 내부 경선 부정이 드러나고 내분에 빠지면서 혁신도, 국가 탄압과 마녀사냥에 대한 대응도 모두 실패하고 있다.[각주:1]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마저 이런 약점들 때문에 존재감이 약화된 결과, 19대 국회는 ‘1퍼센틀 위한 경제 위기 고통전가 국회’, ‘우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친박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각주:2] 복지 재원 논쟁이 벌어질 것이고, 경제 위기 대처 방안과 대선을 염두에 둔 각축이 주요 양상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 같은 것으로 날치기 같은 우파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자기 기만이다. 이 법의 본질은 법안 처리 권한을 원내교섭단체간 협상에 집중시키며 소수 진보정당을 배제하는 것이다. 두 당이 합의하면 진보정당의 물리적 저항을 처벌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원내 활동으로는 의회 안에서 노동자들과 피억압 민중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식정치와 기층의 분위기와 괴리되면, 그동안 진행된 정치 양극화가 더 심해져 정치적 유동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는 18대 총선에서 우파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오히려 대중이 촛불운동으로 분노를 표현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대선을 코 앞에 둔 지금은 선거 심판론이 꽤 자리잡는 차이가 있긴 하다.[각주:3] 


그럼에도 최근의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투쟁 등은 기층의 반발력과 잠재력을 보여 줬다. 이 투쟁의 와중에 한일군사협정 비밀 체결 시도에 대한 여론의 반발은 정부의 사과와 후퇴를 불러 왔다. 예고되는 금속노조의 투쟁도 상당한 힘이 될 것이다.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이런 투쟁 건설의 방향을 추구하면서 진보진영이 힘을 만회하고 정치적 대안을 재정립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대중의 정서와 괴리될 국회보다 국회 바깥의 대중행동 건설을 두 우선해야 한다. 진보 정책의 ‘실현가능성’을 높인다며 정책의 급진성을 삭감하는 것은 도리어 우파의 자신감을 더 높일 것이다.  


대중투쟁의 요구를 정책과 입법안에 선명히 반영해 원내 활동이 대중투쟁을 고무하고 돕도록 해야 한다. 긴축 재정 기조에 맞서 부자 증세와 군축을 통한 복지 재원 마련을 주장하며 독립적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에 의존하지 말고 다시 불거진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반격을 해야 한다. 노동자 투쟁이 주요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게다가 연립정부 노선으로 말미암은 우경적 실용주의와 당선 만능주의 같은 잘못된 노선 때문에 신당권파든 구당권파든 새로 바뀌는 지도부 아래서 진보적 급진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혁신’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본문으로]
  2. 박근혜의 불체포특권 포기 운운은 의회를 검찰과 사법부에 견줘 그 위상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의원의 특권은 3권 분립 기준으로만 볼 수는 없다. [본문으로]
  3. 2008년 5월은 대선과 총선 직후라 시간상으로 선거심판론이 작동하기 힘든 조건이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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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되고도 의원 배지 받아간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퇴출돼야 한다.”

새누리당 웹사이트 첫 페이지에 대문짝 만하게 내걸린 문구다. 새누리당으로 당선한 제수 씨 성폭행 미수 당선자와 논문 표절 당선자는 결코 의원직을 내놔라 하지 않는 새누리당이 진보운동에 헌신해 온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역겹기만 하다.



숨 쉴 때마다 부패의 악취가 나는 저들이 이런 선동을 할 자격이 있는가.



문제는 새누리당이 막상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국회에서 제명하려는 것이 ‘종북 주사파는 국회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이유라는 것이다. 

조중동은 이미 3월부터 ‘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한 통합진보당은 간첩 소굴’, ‘진보진영의 활동은 북한 지령에 따른 것’ 식의 황당무계한 저질 소설을 써대며 마녀사냥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이런 색깔론 공격을 활용해 총선에서 우파 결집의 효과를 본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에도 ‘통합진보당을 해체하라’며 공격해 왔다. 

결국 5월 22일 검찰이 나서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통째로 탈취해 갔다. 압수수색의 법적 요건도 채우지 않고 주먹과 방패로 “진보정당의 심장”을 강탈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수사에 ‘민주노동당에서 13년 동안 입당ㆍ탈당한 약 20만 명의 명부’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공안당국의 당원명부 입수는 진보 대중을 위축시키고, 좌파나 공무원노조·전교조 등을 향한 또다른 공안 탄압을 위한 ‘강도 행각’일 뿐이다. 

무엇보다 선거로 당선한 이들을 사상 검열로 제명하겠다거나, 합법 정당의 당원 명부를 폭력 탈취한 것은 주류 지배자들이 위기에 빠지면 자유민주주의조차 우습게 여긴다는 걸 보여 주는 사레다.

결국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은 진보정당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해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는 사전 정지 작업인 것이고, 집권 우파의 ‘종북좌파 사냥’ 도발은 실제로는 진보진영과 반우파 투쟁 전체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23일에는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가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급진좌파 단체 노동해방실천연대를 습격해 4명을 체포해 갔다. 또 경찰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 기금 모금이 불법이라며 수사에 들어갔다. 24일에는 쌍용차 분향소를 덮쳐 추모 물품을 부수고 영정을 쓰레기차에 실어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분노스럽게도 이 과정에서 남몰래 웃고 있는 것은 이명박과 그 일당들이다. 정권 실세들의 중대 비리들이 잇따라 폭로됐지만, 통합진보당 사태 뒤에 숨어서 위기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최고 실세들인 최시중과 박영준이 구속된 파이시티 사건은 이명박 본인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비리와 대선자금 문제로 수사를 확대해야 하는데, 검찰은 은근슬쩍 개인 비리로 덮어버렸다. 

저축은행 비리도 측근들 뿐아니라 이명박과 절친이라는 하나은행 회장 김승유까지 걸려들고 있는데도 화제의 중심에 서질 못 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 사찰 실무진의 핵심에 있던 진경락 문건이 폭로돼 사찰 사건의 몸통이 이명박이라는 게 명명백백히 밝혀졌는데, 이 사건도 가려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진보정당 죽이기’에 몰두하는 것은 집권 우파가 정치·경제 위기에 대처하려는 몸부림이다.  

2010년 이후 잠시 진정되는 듯하던 세계경제 위기가 최근 다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 강화로 추락을 피해 온 한국 자본주의에게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는 커다란 위협이다. 

부동산 대출에 치중해 왔던 저축은행들의 잇따른 퇴출은 복마전 같은 비리를 드러냈을 뿐만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의도한 경기부양책이 실패했다는 것도 보여 준다.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가는 내려올 줄 모른다. 이른바 ‘MB ‘물가 품목’ 중에서 공공요금을 뺀 30개에서 돼지고기와 달걀을 뺀 나머지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친기업 우파 신자유주의자인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마저 ‘물가를 잡으려면 대기업 독점 이익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등 지배계급 내부 갈등 위험은 커지고 있다.

집권당 내부도 심상치 않다. 박근혜가 총선 승리 여세를 몰아 새누리당에 ‘박근혜 유일 체제’를 확립했지만, 이는 오히려 분열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정권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이명박과 대립·갈등할 가능성이 더 커졌고, 대선 내부 경선 규칙을 둘러싼 비박 진영 대선 주자들과의 갈등 가능성도 더 커지게 됐다. 

게다가 정권에 맞선 언론 파업, 쌍용차 해고자 투쟁 등이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 예고 뿐아니라 금속노조와 화물연대의 노동조건 개선 투쟁도 위협적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의 부패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이런 투쟁들에 대한 지지로 모아진다면, 그것은 기름바다에 불쏘시개를 던지는 격이 될 수 있다. 

지배계급 전반의 위기감 속에서 민주통합당도 혼란을 겪고 있다. 

당대표 경선에서 문재인과 안철수 연대를 주장하는 이해찬은 압도적 1위를 예상했으나, 문재인의 텃밭인 부산에서만 1등을 차지했다. 광주·전남에선 광주가 지역구인 강기정이 1위를 했다. 

후보들이 각자 자기 지역 기반에서 번갈아 1위를 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층을 단결시킬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는 뜻이다. 사실 경선 성적 상위권 후보들 모두 민주당의 중도화를 강조하고 있어 대중에게 별 기대감을 주지도 못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터져 나오는 이명박 정부의 비리와 우파적 정책들에도 뚜렷한 행동이나 목소리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위기는 이처럼 이명박을 일관되게 반대하며 대안을 제시할 수 없으니 심지어 박근혜와도 차별화를 제대로 못하는 숙명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을 폭로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부패와 우파적 정책, 그리고 공안 탄압에 맞선 단결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공안탄압에 대한 범진보 공동대응기구가 필요한 까닭이다. 

우리 편이 단결해서 반우파 투쟁을 건설해 현안 투쟁들과 효과적으로 결합시킨다면, 집권우파의 위기와 분열도 커질 것이고 사회 세력관계를 우파 우위로 되돌리려는 저들의 음모도 박살낼 수 있다. 



□ 통합진보당 사태에 묻혀선 안 되는 불법 사찰의 몸통


청와대 불법 사찰의 몸통이 이명박임을 증명하는 관련 문건이 5월 15일 폭로됐다.

불법 사찰 증거물 폐기 혐의를 뒤집어쓰고 구속됐었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진경락이 숨겨놓은 파일이 발각된 것이다.

이중 2008년 8월 28일 작성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VIP[이명박]께 一心[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 지휘”라고 돼 있다.

또 “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 → BH[청와대] 비선 → VIP(또는 대통령실장)”, “기획 총괄하는 국과장 인사는 BH에서 직접 챙겨야” 등의 표현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번에 두 번째로 구속된 진경락은 최근 교도소 면회에서 “나를 보호해 주지 않으면 현 정권이든 MB든 불살라 버리겠다”고 했다고 한 것도 중요한 정황 증거다.

즉, 이명박의 지시로 ‘영포라인’ 등 충성파 라인들로 비밀 조직을 만들어 이를 국무총리실로 ‘위장 전입’시킨 뒤, 이명박의 “하명”에 따라 정권 차원에서 반대자들을 사찰하고 탄압해 온 불법 사찰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분하게도 집권 우파와 조중동 등은 통합진보당 사태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돌리면서 이런 중대한 폭로가 낳은 위험에서 빠져 나가려 한다.

2010년 7월 청와대 불법 사찰 관련 압수수색 때는 미리 증거 인멸 시간을 주고는 압수수색 시늉만 했던 자들이 이번에는 기초 수사나 사전 협조 요청도 없이 군사 작전처럼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불법 사찰 증거물 폐기 당시 [사찰 업무에 관여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이 바로 지금 검찰 수사를 총지휘하는 법무부장관 권재진이다. BBK 수사 때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줬던 자가 바로 ‘종북좌파와의 전쟁’을 선포한 현 검찰총장 한상대다.

이처럼 내뱉는 숨마다 악취를 풍기는 자들이 공안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며 자기들 치부를 덮는 것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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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안보 위기론과 색깔론ㆍ마녀사냥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명박은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 해군기지, 한미FTA”라며 우파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매도했다. 또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시도를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라고 규탄하며 ‘북풍’에 이용했다. 

천안함 사건 2주기를 이용해 “응징”, “보복” 등의 언사를 써 가며 ‘북풍 기원’에 여념 없던 국방부는, 한미회담이 끝나자마자 북한 위성 추진체를 “요격하겠다”고 위협했다[각주:1]

북한 위성 발사를 이용해 먹기에 바쁜 정부와 우파를 보면, 북한의 위성 발사 소식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조중동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부정 사건을 이용해 색깔론 ‘소설’을 쓰며 ‘마녀사냥 파티’를 벌이고 있다. 

이 황당한 소설들의 공통된 줄거리는 ‘이정희는 경기동부연합이라는 괴물에게 영혼을 판 마녀인데, 괴물들의 본거지인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을 꾀어내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김정은에게 헌납하려 한다’는 것이다.

(☞ 경기동부 소동과 관련해 진보가 진짜 다뤄야 할 문제점들은 여기를 참고하시오.)


역겨운 반동

이 조중동식 소설을 그대로 베껴 쓴 새누리당의 요즘 논평은 1980년대 ‘반공 웅변 대회’를 보는 듯하다. 3월 25일에는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 놓고 묵념하는 세력[이] … 민주통합당을 이용해 국회를 움켜쥐고, 12월 대선에서 소위 연합정권을 출범”시킬 것이라며 거품을 물었다. 

특히 <조선일보>의 색깔론 보도들은 기사끼리도 사실관계가 안 맞을 정도라서, 소설가 공지영조차 “이런 소설가들을 제가 어찌 따라갈지, 갈 길이 멉니다”라고 비꼴 정도다. 

이명박근혜를 풍자한 합성 사진.

이런 역겨운 반동은 사회 전반에서 사람들을 위축시키며 분위기를 우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과부가 총선을 앞두고 4월에 ‘일진회가 있는 학교 9천5백79곳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마찬가지 의도다. 경찰청이 내려보낸 일진회 선정 기준을 보면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행위, 장기자랑 및 행사 시 앞에 나서는 행위, 학생들의 선망 대상 학생” 등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청소년 계엄령’이다.

이처럼 반동 공세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결과, ‘우파 결집’이라는 일차 목적은 부분적으로 달성한 듯하다. 

공천에 불복해 분열할 듯하던 친이계들은 일단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 주자는 이명박의 설득으로 탈당을 멈추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박근혜는 “이명박 탈당이 해법은 아니다” 라고 했고 이상득을 경북 선거대책위원회의 명예위원장으로 앉혔다.

이런 행보들이 우파 결집의 메시지를 준 결과, 자유선진당과 국민생각 등이 바닥을 기는 대신 새누리당이 지지율을 회복했다. 박근혜는 “석달 전만 해도 선거도 치를 수 없을 것 같더니 이젠 희망이 보인다”고 안도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원기 회복에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말하면서도 심판의 구체적 내용은 빼놓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애초에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를 시작한 세력으로서 이 문제들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론 골치아픈 문제에서 이명박 손에 피를 묻혀, 선거에서 반사이익만 얻으면 된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민주통합당의 이런 어정쩡한 자세는 반MB 대중들에게 실망과 환멸을 불러일으켰다. 

주류 지배자들로선 총선 전에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등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 것에도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민주통합당 길들이기도 어는 정도는 만족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등 진보진영 주류 지도자들이 총선 야권연대를 위해 이런 민주통합당과 다른 진보적이고 구별되는 태도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정치적 양극화

한미FTA 발효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이 단기적으로는 새누리당에게 우파 결집이라는 호재로 작용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제 우파는 총선 구도를 최대한 ‘더럽게’ 만들면서, 청년세대가 환멸과 냉소로 돌아서길 바랄  것이다. 또 민주통합당의 무능과 한계를 이용해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 한다.

그러나 더 긴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 정치 변동의 관점에서 볼 때, 상황이 우파의 뜻대로만 흘러가진 않고 있다. 민간인 사찰 파문과 ‘이명박근혜’ 공천을 보면서 정권 심판 정서가 다시 결집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우파 결집을 위한 우파 공세가 반대편의 결집도 불러 왔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는 54%가 이번 총선을 정권심판 선거라 답했고, 경향신문 조사에서는 적극 투표층의 야권단일후보 지지 의사가 새누리당 지지의 세 배가 넘는다.

이런 정서가 청년세대 사이에서 “투표율 70퍼센트 운동”을 유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1퍼센트의 탐욕를 지속하려고 풍과 색깔론과 마녀사냥에나 매달리는 자들이 정권을 연장하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유주의 정권에서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을 보냈고, 취약해진 북한 체제를 보고 자란 이 세대에게 북풍 유도와 색깔론은 대체로 구태의연한 꼰대짓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4월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패배를 모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새누리당의 패배 정도에 따라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 ‘지연된 분열’은 재개될 것이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과 BBK 의혹도 ‘이명박근혜’당에게는 지뢰밭이 될 것이다.(관련한 최근 상황 정리는 여기로)

최근 일시적 봉합 국면을 보면, 친이계는 우파 분열의 책임만 뒤집어쓰고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큰 위험한 [분당과 독자 생존의 모색이라는] 길보다는 총선 이후를 도모하는 전술적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무난한 결과를 얻으면 이명박 정권이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보이게 되니 살아날 구멍이 생기고, 패배하면 박근혜 책임론을 들고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일단 ‘분열은 필패’라는 생각으로 이명박과 손을 잡았을 박근혜로서도 정권 심판론 탓에 새누리당이 참패하면 ‘이명박 죽이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BBK는 여전히 박근혜와 이명박 사이에 놓인 지뢰밭이고 민간인 사찰 의혹은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권력을 향한 탐욕스런 다툼도 끝날 수가 없는 것이다.

청와대가 개입한 민간 사찰은 그 자체로 탄핵·구속 감이다.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강행, 각종 반민중 정책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민간 사찰과 조직적 은폐 사실의 폭로는 반동 공세가 레임덕 위기를 완벽히 틀어막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명백한 증거다.

진보진영은 어설픈 총선심판론에 안주하지 말고, 투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저들이 분노의 대상이 되고 그 때문에 분열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바로 기회인 것이다.

게다가 민주통합당 주류의 최근 행태를 봐선 이들이 19대 국회를 주도한다고 해도 제대로 단죄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과감한 행동으로 광범한 대중의 불만을 결집하려 할 때만 집권당의 총선 참패 가능성도 커진다. 

새누리당의 총선 선전과 재집권을 두고 볼 수 없다면, 그래서 총선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리와 대학, 작업장에서 불붙는 정권퇴진 투쟁은 ‘이명박근혜’를 다시 분열시킬 것이고, 레임덕을 데드덕으로 만들 것이다. 이들의 이전투구는 우리의 투지를 더 고무할 것이다.


※ 이 글은 축약돼 <레프트21> 78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사실 한국군 자체로는 요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조선일보가 다른기사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국방부의 발언은 정말 북한 자극용이거나, 아니면 MD 체제를 정당화하고, 추진체 요격 시스템을 갖춘 미군 구축함의 서해 진입을 정당화하려는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잇다. 둘 중 어느 경우라도 평화보다 대결을 추구하는 호전적 발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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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쇄신’이 사기극이었고, 새누리당의 본색이 “완전 극우”(강금실)라는 게 거듭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29일 야당 추천 몫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조용환 후보 인준을 부결시켰다. 진보적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천안함도 ‘북한의 공격이 맞다’는 사람인데도 ‘정부 발표를 확신’하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은 것이다. 또 박근혜는 “이번 총선이 [FTA 폐기를 막을] 구국의 결단이 돼야 한다”며 독려하기 시작했다.

‘1퍼센트만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자신들의 핵심 기둥으로 삼고 나선 것이다.

어리석게도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제 와서 “새누리당의 쇄신쇼를 너무 믿었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니 ‘보수 삭제’니 하는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은 처음부터 집권당 붕괴 위기를 수습하려는 시간 벌기에 불과했다. 정권재창출은 이명박과 박근혜 공동의 목표다. 박근혜는 정권의 측면 지원도 필요하고, 새누리당 분열도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표를 얻으려면 이명박과 단절한 모양새를 내야 한다. 쇄신을 하자는 박근혜 비대위가 이명박 정부 실세들에게 ‘스스로 물러나 달라’고 애원해 온 것도 이런 모순 때문이다.

정강·정책과 당명을 바꾸면서 ‘좌클릭’ 시늉도 했다. 우익 변호사 전원책은 이런 박근혜에게 “이제 보수의 적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잠깐의 사기극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비대위는 조용환 부결과 한미FTA 공세를 통해 친이계를 포함한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4년 전 자기들이 보기에도 수구 부패라고 내친 미래희망연대(친박연대)와 합당을 했고, 이제는 이회창의 자유선진당과 총선 연대를 논의하려 한다.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은 영입 1순위다. 용산참사 살인주범인 김석기, 농민 시위 살인진압과 철도노조 탄압 주범인 허준영도 버젓이 새누리당 예비 후보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전통적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최근 이명박의 반동 시도와도 연결돼 있다.

이명박은 26일 “학교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공개 독려했다. 그 뒤로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가보안법 등 공안 탄압도 확대되고 있다.

청소년, 이주자, 범죄자, 좌파 활동가 등을 속죄양 삼아 사회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경찰력 등 권위적 통제 강화를 정당화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려는 전형적 수법이다.

이런 시도는 마치 199010월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권위주의 공안 통치를 다시 강화하려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기층의 불만과 분노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듬해 강경대 열사 사망 후 ‘5월 투쟁’의 역풍을 맞고 도리어 공안 통치를 주도하던 내각이 붕괴했다.

그러나 지금 타협적이고 모순된 민주통합당이 주도하는 야권공조로는 박근혜와 이명박의 반격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힘들다. 일부 NGO 개혁 인사 영입과 정책(실천은 아직 아니다) 일부 좌클릭으로 지지도는 일시 올랐지만, 당장 “여당일 때는 한미FTA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박근혜의 논리에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진보진영만이 FTA를 두고 우파에 맞서 분명하고 일관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야권연대는 진보진영의 주도성과 대중투쟁 건설에 종속돼야지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주도 속에 부패, 빈부 격차, 노동 탄압에 대한 분노가 이명박 정부에 대항한 총체적 항의로 발전하도록 투쟁을 건설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99퍼센트의 요구를 쟁취하는 길이고,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

☞ 이 글의 보충 설명은 여기로

클릭하시면 커집니다. 지난해 말에 만든 인포그래픽인데, 카메룬 다이아몬드 등을 이미 지적하고 있죠. ㅋ


모든 비리와 의혹은 이명박으로 통한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친박계 이혜훈은 “싱가포르를 주목하라”고 기자들에게 강조했다.

BBK 실소유주 기업으로 의심받는 다스가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는 것이다. 다스는 이명박의 형 이상은이 대주주고, 아들 이시형이 근무한다.

이제 다스에 대한 국세청과 검찰의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범죄인 인도 협정도 맺어져 있지 않다. 즉 도곡동 땅과 BBK를 잇는 다스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상득의 맏아들 이지형도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권이 바뀌면 권력형 부패가 드러날까 봐 두려운 MB 일가가 의혹의 핵심 근거지들을 빼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만하다.

지금 이지형이 일하는 BRIM이란 회사는 이상득 연루설이 나오는 CNK1천만 달러의 대출을 받는 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NK 주가조작 사건 발각 후 <조선일보>조차 이명박·이상득 형제의 자원외교 전반에 의혹을 제기했다.

자원외교 과정에서 오고간 돈들과 이상득의 괴자금의 연관성도 의혹의대상이다.

지금 악취를 풍기고 있는 이상득, 박희태, 최시중은 모두 이 정권의 최고 실세그룹인 옛 ‘6인회’ 멤버들이다. 이들이 특권을 위한 입법과 부당거래를 위해 받아 챙기고 돌린 돈들이 지금 문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각종 의혹 사건에서 온통 비서와 보좌관들 수준에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분통터지는 일이다.

깃털이 아니라 몸통을 수사해야 한다. 권력형 부패의 정점에는 바로 이명박이 있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75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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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승부수와 진보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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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두 달 만에 당 밖을 향해 수첩을 펼쳤다
. 한미FTA 반대 세력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야당들에게 공세를 편 것이다. “한미FTA 반대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그동안 두 달 가까이 박근혜는 ‘경제 민주화’니 ‘보수 삭제’니 하면서 쇄신 사기극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지배계급 양당 구도를 복원하려는 조중동과 민주통합당 지도부 등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숨돌릴 틈은 얻었지만 지지율은 소폭 상승에 그친 반면 우파들은 길길이 날뛰었다. 전원책은 박근혜에게 “이제 보수의 적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박근혜는 집권당의 추락 속도가 잠시 늦춰진 상황을 이용해 한미FTA 공세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는 듯하다.

사실 총선에서 자유선진당과도 연대를 해야 한다. 공천 탈락자를 채가려는 박세일 신당 ‘국민생각’이 창당한 것도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 당 안에서조차 친이계는 공천 학살 공포에 ‘혹시나’하며 떨고 있고, 친박계와 쇄신파는 친이계가 충분히 숙청되지 않아서 자기들 선거에도 지장을 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을 보수적 의제를 내세운 대야 투쟁으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의 한미FTA 입장 번복을 부각해 박근혜의 ‘원칙’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의 행보에는 원칙도 일관성도 없다.

2007년에는 박근혜도 지금과 반대로 ‘줄푸세’를 말하며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도높은 신자유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사실 ‘경제 민주화’를 정강에 넣자마자 한미FTA만이 살 길이라고 핏대 높이는 것만큼 정신분열적인 행위도 없을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말처럼 “한미 FTA를 이대로 발효되게 둔다면 경제 민주화 정강·정책을 아무리 넣어봐야 소용이 없다.”

박근혜는 ‘복지국가’를 말하면서 2005년과 2009년에 각각 생존권 요구를 살인 진압한 허준영, 김석기 등도 영입하고 있다.

쇄신’도 없다. 박근혜가 당을 장악한 후 막상 부패 혐의로 당에서 쫓아낸 것은 최구식 하나 뿐이다. 그래서 정작 이재오, 이동관, 나경원, 김석기 같은 이명박 정권 실세 출신들이 뻔뻔하게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버젓이 뛰고 있다.

이처럼 박근혜의 쇄신사기극은 모순적이다. 배경을 요약하면, 이명박을 두고 동맹과 분열의 상반된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MB로 표현되는 反보수·反특권층·反신자유주의 정서가 워낙 단단해 박근혜는 이명박과 단절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박근혜는 정권의 측면 지원도 필요하고, 새누리당이 분열해 정권을 뺏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 어차피 1퍼센트 본색과 뿌리는 서로 같기 때문이다. 정권재창출은 이들의 공동의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의 몰락은 박근혜도 바라지 않는 바다. 그것은 집권당의 분열 압력을 키우고 기층의 분노가 행동으로 바뀔 수 있도록 자극해 정권재창출을 어렵게 할 것이다

둘의 갈등은 1퍼센트 기반과 본색을 공유하면서 그 안에서 벌이는 주도권 갈등이다. 박근혜는 이명박이 적당히 약화돼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도 그 세력의 주도권만 넘어 오기를 바란다

이것이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전략이 가진 딜레마의 실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일본 언론들마저 이명박이 “완전히 레임덕에 빠진 양상”이라고 보도할 정도다. 이상득, 최시중에 이어 박희태도 결국 물러났다. 김효재 사퇴로 반년새 청와대 실세 수석이 두 명이나 비리로 쫓겨났다. 사퇴가 끝이 아니다. 이들 모두 검찰 소환 대상이다.


희생양 찾기


최근에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건 때문에 <조선일보>조차 이명박 형제의 자원외교 전반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명박은 UAE를 다시 찾아가 유전개발 참여권을 또 구걸해야 했다.

그래서 박근혜의 한미FTA를 쟁점으로 한 본색 드러내기와 보수층 결집 시도는 이명박 구하기가 그 본질이다. 이와 박이 아무리 갈등이 커도 박근혜 비대위의 목적이 집권당 레임덕 위기를 해결하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정신없이 사면초가에 몰린 이명박은 전통적 우파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 이명박은 26일 “학교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공개 독려했다.

그 뒤로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고교 졸업식을 경찰로 둘러싸는가 하면 일선 학교에 ‘일진’ 명단을 요구했다. 조현오는 ‘경찰청장 직을 걸겠다’고 사뭇 비장하게 나온다.

최근 왕재산 등을 핑계로 국가보안법을 활용한 마구잡이 압수수색과 구속을 남발하고 있다. 좌파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워 정권에 대한 불만이 진보적 방향으로 결집되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이나 좌파 활동가, 범죄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속죄양 삼아 사회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경찰력 강화를 정당화하며, 이를 이용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우파적 의제들을 선거 국면에서 부각시키려는 전형적 수법이다.

이런 시도는 마치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도 기층의 운동을 잠재우지도, 민심의 지지를 회복하지도 못하자 그해 10월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권위주의 공안 통치를 다시 강화하려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공안통치의 필연적 귀결로 이듬해 4월 시위하던 명지대 강경대 학생이 백골단(무술 유단자로 이뤄진 진압 전문 경찰)에 맞아 죽는 일이 벌어진다. 이로써 이른바 91년 5월 투쟁이 벌어진다.

이 투쟁의 역풍을 맞고 당시 공안 통치를 주도하던 노재봉 내각이 도리어 붕괴했다
. 범죄와의 전쟁은 소기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군복만 벗은 군부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전세값 폭등 등 생존권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각주:1]   

이런 선례와 비교하면, 이명박과 박근혜의 우파 공세는 지금 국면에서 기층의 반발만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명박은 당시 보수대연합 정부였던 노태우보다 정치적 기반도 더 협소하고, 검찰, 경찰 등 국가기구 통제력도 더 취약하다.

대중의 분노도 못지 않다. 그때처럼 방송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 희망텐트엔 금속노동자 2천여 명이 모여 상반기 투쟁을 결의했다.

문제는 이른바 반MB 진영의 무능과 안이함이다. 이런 기회를 얻고서도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는 새누리당 몰락에서 반사이익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주류 양당 구조 복원에만 충실해 왔다. 대중의 진보화를 의식해 이 과정은 일부 좌클릭을 동반했다. 이렇게 보면 최근 민주통합당의 모순되고 타협적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통합진보당 지도자들은 이런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공조를 최우선순위에 놓는 바람에 집권당에게 시간만 벌어준 셈이 됐다. 진보진영 주류가 민주당 비판을 삼가고 있을 때 박근혜와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석패율제, 한미FTA 발효 등을 거래하며 진보적 의제들을 배제해 버렸고 그 덕분에 집권당이 한숨 돌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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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일 때는 한미FTA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박근혜의 공세를 민주통합당 주류가 일관되게 이겨낼 순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부패에 대한 분노와 학생과 노동자들의 저항이 이명박 정부에 대항한 총체적인 항의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국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진보적 의제와 정책 대안, 행동계획을 독자적으로 제출하고 조직해야 한다. 야권공조는 이런 투쟁 건설에 복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  

  1. 1991년 9월 17일 서울대 진군식 후 투쟁하던 서울대생이 연행되자 동료학생들이 연행학우 석방을 요구하며 밤 10시 2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9동 가나다제과 앞길에서 시위를 벌이다 신림2동 파출소에 화염병을 던졌고 5초 후 총소리와 함께 건너편에서 시위를 구경하던 한국원씨가 신림2동 파출소 소장 조동부 경위(42)가 쏜 38구경 권총 1발을 왼쪽가슴에 맞고 관악성심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한 사건이다. ☞출처: http://archives.kdemo.or.kr/PhotoView?pPhotoId=0075627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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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이 한나라당을 최종 정리하는 역할을 할 줄이야.” 정두언의 탄식이다.

2008년 당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쪽에서 돈봉투를 뿌렸다는 폭로는 풍전등화의 한나라당을 ‘올킬’하는 태풍이 되고 있다. 차떼기당·성나라당에 이어 ‘돈봉투당’이 된 것이다. “깊은 한숨이 전염병처럼 방을 돌았다”는 1월 초 한나라당 의원 오찬 풍경은 이런 위기감의 한 단면이다.

난파선의 침몰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가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친이계와 연합해 박근혜를 견제하던 정몽준은, 총부리를 돌려 친이계가 당시 자신을 견제하려고 박희태를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사실상 돈 살포 배후로 이명박과 이상득을 지목한 것이다.

홍준표는 친이계 핵심 안상수와 겨뤘던 2010년 당대표 선거에서도 돈과 향응 제공이 있었다고 폭로하더니, 10일에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겨룬 2007년 대선 경선에서도 돈봉투가 돌았다고 폭로했다. 대선 경선 돈봉투 의혹 폭로에는 친이계 출신 원희룡도 가세했다.

돈봉투 자금 출처로 이명박의 대선 잔금도 거론된다. MB 측근인 청와대 정무수석 김효재가 돈배달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검찰은 돈봉투 전달자가 박희태의 비서라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김효재와 박희태(의 비서들은) 모두 돈봉투와 디도스 의혹에 연루돼 있다. 박희태는 이명박과 이상득의 지원으로 당대표를 하고 국회의장까지 올랐다.

이제 한나라당과 정권 실세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도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을 제기했다.

이상득을 캐던 검찰은 이명박 정권에서 이상득·강만수 못지 않은 실세인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수백 억 규모의 비리 의혹이다. 게다가 ‘상왕’ 이상득은 물론이고 내곡동 사저 의혹으로 부인과 아들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된 게 분명하다면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는 선관위 사이버테러 사건도 여전히 이명박의 뒷목을 잡고 있다.

한편, 검찰은 디도스 사건이 최구식과 박희태의 비서 둘이 공모해 ‘공을 세워 윗선에 더 잘 보이려고 일으킨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공을 세우려고 범행을 기획·실행했다는 비서관들이 범행 전 또는 범행 성공 뒤 ‘의원님’들께 ‘전과’를 왜 알리지 않았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상득과 최시중을 건드린 검찰의 이런 허술함이 오히려 청와대 개입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돈봉투 사건을 두고 “실비를 보전해 주는 관행까지 문제 삼아 의혹을 제기하면, 여야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어리석게 돈 살포를 두둔해 제 무덤을 파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명박으로선 레임덕을 넘어 자칫 데드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데드덕


일부에서는 박근혜 쪽에서 친이계를 공격하고 물갈이 하기 위해 ‘돈봉투’를 터뜨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음모론은 지금 한나라당이 직면한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박근혜 비대위의 상황통제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생각은 ‘주류 엘리트가 지배하는 집권당의 부패와 정치 위기’라는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누구의 음모로 누가 희생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주류 모두 부패의 주범이고, 바로 그 때문에 폭발 직전인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원심력으로 작용해 분열과 해체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BBK 소방수를 자임해 2008년 공천을 받은 뒤 “이상득의 양아들”이란 소리까지 들었던 고승덕이 공천 갈등 속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자체가 원심력이 더 커진 현 위기의 방증이다.

이런 상황은 비대위로 전면에 나선 박근혜에게도 치명타다. (박근혜의 전력과 본질을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링크한 기사를 참조하시오. ☞ 바로 가기

우선 강경 친이계 일부(와 비리 혐의자들)이 박근혜 음모론을 믿고 보복 폭로를 하려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부패 폭로 아귀다툼 복마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 라인도 한나라당 부패한 우파 정치의 중심에 서 왔던 세력이기 때문이다. 

△명박과 친박 모두 쪽박찰 날이 임박하고 있다. 틈을 주지 말고 투쟁으로 압박해야 한다. ⓒ사진 출처 청와대


박근혜로 치면, 박정희 독재의 정치적 복권을 추구하고, 박정희가 부정축재한 자산으로 떵떵거리며 살아온 것이다. 또 박근혜는 2002년과 2008년 두 번이나 한나라당에서 분열한 전력이 있다.[각주:1] 누가 누굴 몰아세울 처지가 모두 못 되는 것이다

박근혜가 우파적 부패 정치를 청산하려면 자기 살점을 베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적전 분열은 박근혜의 대선가도에도 치명타다. 
그래서 박근혜는 인적 쇄신론과는 약간 거리를 두고, 정책 쇄신론에 비중을 둬 온 것[각주:2]이다. 대선에 도움을 받으려면 이명박과 완전히 갈라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박근혜와 이명박 사이에 퇴임 후 안전 보장 등을 놓고 밀약이 있다는 설까지 나온 바 있다박근혜는 한나라당 정강에서 “보수” 용어를 삭제하자는 의견은 ‘논의된 바 없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현정권 실세 자진 용퇴론’은 개인의 의견이라며 분명하게 거리를 뒀다

그러나 이제 박근혜 비대위도 어쩔 수 없이 검찰에 돈봉투 의혹 등을 수사해 달라고 의뢰해야 하는 처지다. 박근혜의 바람과 달리 ‘헤쳐모여 식 재창당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10
일 정두언, 남경필 등 친이계 출신 쇄신파들은 해체 후 재창당이 아니면 탈당하겠다고 박근혜를 압박했다. 사실상 이명박과 결별하자는 것이다. 자칫하면 한나라당이 난파선에서 유령선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11일 열린 박세일의 자칭 중도신당 창당발기인대회에는 예전 같으면 한나라당 공천 후보로 줄을 섰을 전직 의원과 고위 관료 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나 창당을 주도한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보수낡은당’인 이 당은 한나라당을 대체하기보다 보수대분열의 한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만사돈통당


그것은 쓰나미 같은 반한나라당 태풍의 뿌리가 반보수·반특권층 정서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돈봉투 의혹이 터지기 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한나라당의 쇄신을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고, ‘이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 부자정당’이라는 응답이 40퍼센트나 됐다.

최근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는 2004년과 비교해 자신이 보수 지향이라는 답변이 8.5퍼센트나 줄었다. 특히 20·30대는 자신의 성향이 보수라는 답변이 11퍼센트 남짓에 그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에서조차 “보수” 용어 삭제에 절반이 찬성했다.

따라서 박근혜의 딜레마는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중도층에 구애를 해도 어지간한 변화로는 반한나라당 정서를 달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강경 우파들이 작은 변화마저도 ‘좌파’ 운운하며 반발해 ‘보수대분열’만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

박근혜식 공천 쇄신이 동아줄이 되기도 힘들 것이다. 상황이 워낙 더러워서 이름값 있는 누구라도 이런 시궁창에 오길 꺼릴 것이 분명한 데다, 백번 양보해 설사 1급 청정수를 갖다 붓는다 해도 시궁창에 부은 물이 1급 청정도를 유지할 순 없다.

민중당 출신의 이재오와 ‘따먹문수’, 사법 정의를 지키는 소신 개혁 검사로 이름 날리던 ‘보온상수’와 ‘막말준표’, 이들 모두 1996년 신한국당 창당시에는 성공적인 개혁 공천으로 불렸다. 2000년 총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영입 인사는 오세훈이었다.

10년이나 야당으로 지낸 뒤에는 그 때처럼 쌈박한 영입이 쉽지 않은 듯하다. 이명박이 주도한 2008년에조차 조전혁과 강용석 따위가 세대교체 영입파들이었다.

그럼에도 저들은 역겨운 쇼를 하며 일부를 달래 불만을 무마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칠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비대위는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회의’ 등을 개최하며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좌파 마녀사냥을 다시 확대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거짓말과 꼬리 자르기를 통해 디도스와 돈봉투 사건을 적당히 덮어 버리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위기를 무마할 시간을 주지말고 밀어붙여야 한다. 총선까지 기다리지 말고 뿌리부터 썩은 정권에 대한 분노를 지금부터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

최근 유사 전례로 비교되곤 하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처음엔 사건 주범 모두 진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대통령 닉슨이 사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과 흑인 민권운동 등이 정권의 위기를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1퍼센트 특권층 정치의 위기’를 진보 대안 세력의 성장 기회로 삼으려면 정권을 총체적으로 반대하는 대중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73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2002년은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다고 복당했고, 2008년엔 자신만 남고 공천탈락한 친박계들을 탈당시켜 친박연대로 선거에 임했다. [본문으로]
  2. 박근혜 비대위는 정책적으로 완고한 신자유주의보다는 국가 개입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경향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를 두고 완전한 중도화라거나 커다란 차별화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예민한 정국에서는 미묘한 정책적 차이가 훨씬 더 큰 정치적 균열에 이바지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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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참패, 안철수 열풍, 한미FTA 반대 투쟁의 급부상 등 성난 민심의 쓰나미가 한나라당을 덮치면서 이명박 정부는 어디로 뱃머리를 돌려도 살 길이 안 보이는 상황이 됐다. 

이명박은 경제도, 정치도 모두 실패했고, 사람들은 그를 더는 믿거나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공생경제’는 서민고생경제가 됐고, ‘공정사회’는 신분고정사회가 됐다.

이 현실에 가장 큰 절망과 분노를 느끼는 게 바로 노동계급 청년세대들이다. 이들이 지금의 반한나라당 정서와 계급투표 정서를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친재벌 이미지를 털어보려고 최근 SK 비자금 수사 등 재벌들을 압박해 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자는 동반성장위조차 여당이 공격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확하게도 계급간 분배를 이 정권에서 기대할 순 없다고 본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 10·26 재선거와 내곡동 사저 의혹 폭로, SLS와 부산 저축은행의 권력형 측근 비리 등 몇 가지 계기로 폭발하고 있으니 정권의 추진력은 망가지고 레임덕이 본격화됐다. 1퍼센트 정권의 FTA 추진은 오히려 99퍼센트의 분노에 기름을 붙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몸을 낮춘 이명박이 필사적으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고 10월 안에서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심지어 박근혜도 나서서 돌격 명령을 내렸지만 별 반응도 없는 게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이다. 

농민들이 의원 사무실을 점거하고 위협하자 한나라당 의원 일부는 비준안에 반대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그래서 비밀투표 얘기도 나온다. ‘FTA 찬성 의원 살생부’에 “떨고 있는 사람 많다”는 관찰이 허세로 들리지 않는다. 

이러는 동안 이명박 지지율은 20퍼센트대로 추락했고, 안철수의 ‘청춘콘서트’를 흉내내 추진한 드림콘서트도 연예인들이 모두 출연을 거절해 망신만 당했다. 

지금 뭘 해도 안 되고, 뭘 해도 불안한 것이 지금 한나라당의 처지다. 
난파선에서 뛰어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분당설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한나라당은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고, 누구도 서로를 못 믿는 공황 상태에 빠져 무기력해지고 있다. 

‘고령 의원 물갈이론’이 나오자, 친이계는 이상득 제거 음모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친박계는 박근혜 죽이기라며 반발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목청 높여 ‘복지망국론’을 외치더니, 이제는 “쇄신 차원으로 내년 복지 예산을 크게 늘릴 것”(정책위 부의장 김성식)이라며 무상보육 전면 확대 공약을 내놓는다.  

방금 전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주도하며 우익의 선봉에 섰던 박세일은 이제 민주당 손학규도 함께할 수 있는 ‘大 중도 신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친박계는 ‘박세일 신당’이 청와대가 개입한 박근혜 죽이기 음모라고 의심하며, 친박신당 얘기도 흘린다. 이미 한나라당의 실세인 박근혜와 친박이 굳이 한나라당에서 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 ‘친박신당’ 설은 사실상 이명박에게 ‘나가 달라’는 압박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친이계에서는 안철수를 영입해 친이신당을 만들자는 망상도 흘러나온다. 

이런 정신분열증적 상황은 조전혁 같은 꼴통우파적 인물이 ‘쇄신파’라고 설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집권여당을 뒤흔든 위기감은 외부, 즉 기층 대중의 계급적 분노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기층의 불만이 행동으로 표출될수록 분열은 깊어질 것이다.

(지금 저들의 내부 알력 관계는 외부의 거대한 압력에 밀려가는 종속 변수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이 궁지에 몰리면서 위장 행보와 함께 친위체제 구축과 몇 가지 반동 조처를 취할 텐데, 쫄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고립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럴수록 행동으로 밀어붙여 꾀죄죄한 반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두려움을 각인시켜야 한다. 아쉬운 것은 대중투쟁 수준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명박의 꼼수가 뻔한데, 국회에 이명박이 와서 날치기 명분을 쌓게 민주당이 도와 준 것 자체가 문제다.



한편 민주당은 이명박의 위기에서 반사이익을 얻기는커녕 동반 추락하고 있다. 반한나라당 전선에서 끊임없이 동요한 탓에 11월 들어 민주당은 도리어 지지율이 떨어졌다.  
 
민주당은 한미FTA 체결 원조 당답게 입장을 몇 번씩 번복하며 비난 받았다. 민주당은 15일 이명박의 국회 방문과 면담에 응하면서 다시 타협적 태도를 보였다. 

김진표 등은 ‘한나라당 2중대’, ‘트로이의 목마’라고 욕먹고 있고, 한미FTA 때문에 민주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의 동요는 FTA 반대, 부자 증세, 보편 복지 등을 일관되고 진지하게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자본가계급 기반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위기와 동요로 야권연대 주도권을 상실하자, NGO인사들과 문성근, 문재인 등 친노 인사들로 구성된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 바깥에서 야권대통합연석회의를 소집하며 야권 통합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을 겨냥한 창당 논의는 지분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어 결국 민주당이 대주주 지위를 되찾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당이 ‘손학규+문재인’에 그친다면 이 통합당은 ‘도로 민주당’으로 비춰질 게 뻔하다. 그것은 애초에 야권통합 압력의 뿌리인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손학규, 문재인 등은 이 통합정당을 “민주진보통합정당”으로 부르며 안철수와 박원순, 진보정당, 한국노총 등이 좌우로 폭넓게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안철수의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고, 진보정당들이 분열돼 있어, 당분간은 야권통합정당론이 최근 두드러지게 표출되고 있는 대중적인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의 모순되고 불완전한 구심점 구실을 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모순 때문에 이 통합 시도는 민주당의 분열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각주:1] 어설프게 진보정당이 이곳을 기웃거리다 기층의 불만이 행동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의 섟을 죽인다면 진보진영의 분열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오히려 진보정당이 독립적으로 기층의 불만을 행동으로 조직하고 원칙있게 이 분노를 대변한다면 지금 상황을 파고들 여지가 결코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한미FTA 저지 투쟁 국면에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커졌고,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각주:2]

반대로 진보진영이 [참여당과의 통합이나 야권통합 기웃거리기로] 민주당ㆍ친노세력과 구분되는 독자적 가치와 정책을 약화시키면 대중투쟁 가능성을 제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보수진영에 기력을 회복할 기회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계급연합으로는 각성하고 있는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계급적 분노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한미FTA 저지 투쟁 등 대중투쟁을 강화하면서 정치적 도약의 기회를 노려야 한다. 

[긴급 광고]

No! FTA! 모여라 촛불아!  ― 11월 19일(토) 오후 6시 서울 시청광장

모여서 분노를 드러냅시다! 우리의 미래를 저들이 팔아먹지 못하도록 합시다!
한미FTA를 폐기시킵시다! 이명박을 그로기로 내몹시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69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물론 투쟁이 고조되고, 민주당이 그 압력으로 분열하면 변증법적 역사 법칙에 따라 그것이 보수대연합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2004년에 그랬듯이 그 연합은 대중에게서 외면받는 보수대연합일 것이다. 사실 1990년의 보수대연합인 민자당도 막상 바로 다음 선거인 1992년 총선에선 의석이 더 줄었고 정주영의 국민당 창당으로 대연합 효과를 내지도 못했다. 문제는 그때보다도 보수파 주류들의 구심력이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2. 그래서 나는 어설프게 참여당과 끼워팔기 진보통합을 하느니 진보 연합을 추구하면서 지금 상태로 가는 게 차라리 미래를 도모하는 데서는 더 낫다고 본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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