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진보당 위기 속에서 진보신당의 주요 활동가들도 통합진보당 위기를 나름대로 평가하면서 대안들을 내놓으려 하고 있. 홍세화 대표와 장석준 정책위원회 의장이 참여한 글 모음집 《지금 여기의 진보》도 그런 시도의 일부다.


여기서 홍세화 대표는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실패한 자유주의 정권의 복권을 위해 좌파 정치-운동을 ‘실체 없는’ 존재로 전락시키려는 이 시도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묻지마 야권연대’와 연립정부 노선을 비판한다.


홍 대표는 다른 글에서 “시야를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노동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 하면 할수록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 경계는 흐려질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당연히 이 비판의 대상에는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이른바 신당권파의 주축인 심상정, 노회찬 등 옛 진보신당 지도자들도 포함될 것이다.


이들은 “국민적 눈높이”에 맞춘다는 이유로 무원칙한 통합에 함께했고, 통합진보당 분열이 기정사실화가 된 지금도 참여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유시민 등 옛 국민참여당 지도자들과 공동 행보를 취하며 분명히 선을 긋지 않고 있다.[각주:1]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도 <레디앙>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은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려고만 하고 진정한 하나가 되겠다는 의지 없는 것 같다”며 선거적 이익을 주된 동력으로 삼았던 무원칙한 통합이 낳은 갈등을 꼬집었다.


그래서 홍세화 대표가 진보의 독자 대선 후보를 세우려고 제안한 ‘좌파연대 2012 대선운동’에는 일부 타당한 구석이 있다.[각주:2]


최근 정치 상황을 보면 선거에서 진보가 독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박근혜가 위기를 겪는데도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리틀 노무현’들로 비춰지는 민주당 후보들도 우파 정권의 대안으로서 매력을 못 주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위기 조짐이 커지면서 고통전가에 맞설 대안이 필요한 때다.


그러므로 대선에서 민주당과는 결이 다른 진보적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은 필요한 과제다. 그러려면 행동강령적 요구를 중심으로 최대한 개방적으로 결속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反박근혜 정서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反박 단일화 여부는 닫아놓지 않는 것이 대중과의 소통에 유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제시하는 ‘기본소득,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 화석·핵 에너지 전면 탈피’ 등은 진보가 단결해서 추구할 만한 괜찮은 행동강령적 요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점령운동에서 뉴욕의 상징적 운동을 넘어설 잠재력은 오클랜드에서 조직 노동자들이 주도한 진짜 점령운동에서 드러났다. 사진은 오클랜드 노동자들이 항만을 점령한 모습.



아쉬운 것은 진보신당 지도자들이 여전히 진보진영의 폭넓은 단결에는 시큰둥하다는 것이다진보신당은 지난해 ‘통합해도 참여당 끌어들이기를 막을 수 없다’며 진보대통합을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진짜 속마음은 ‘종북과 패권’ 때문에 자주파와는 결코 함께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이런 태도는 최근 더 강화됐을 것이다.


지난해 진보대통합 합의안만 해도 ‘참여당과의 통합에 대한 비토권’을 진보신당에게 준 안이었다. 패권주의 방지를 위한 진보신당의 요구가 거의 1백 퍼센트 반영됐다. 


따라서 자신들이 개입해 사태를 다르게 만들 수도 있었던 기회를 차 버리고선,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사후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태도는 실천에서 자주파 리더들 뿐만아니라 이 경향을 지지하는 기층 대중과도 단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백 번 양보해도 노동운동의 단결까지 해치는 것으로 나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노동대중의 단결과 공동 행동 속에서 대중과 운동 전반을 올바로 이끌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입증받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홍세화 대표는 “2004[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진보정치는 상층 조직노동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 말고 무엇을 추구해왔던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이 시기에 진보정당이 “대기업노조의 경제적 이해를 해결해주는 ‘대리정치기구’” 구실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04년은 민주노동당의 당권과 민주노총의 지도부를 이른바 자주파 계열이 쥐게 된 해다. 운동에 대한 평가를 그 지도부의 이념으로만 평가한다면 사태의 한 면만 보는 실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홍 대표의 진단은 사실과도 다르다. 예를 들어, 2005년 하이스코 비정규직 투쟁에서, 2007년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에서, 연행과 구속을 마다 않고 가장 앞장섰던 연대 단체들 중에 가장 큰 세력은 단연 [그 내부 정파를 가리지 않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지역 조직들이었다.(급진좌파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결국, 진보진영 단결에 대한 진보신당 리더들의 이런 부정적 태도는 이들이 “조직 노동”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태도와도 이어진다. 진보신당 창당파들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때, “민주노총당에서 탈피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홍세화 대표는 심지어 자본이 노동자들을 “포섭과 배제”로 분열시켰는데,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정규직 노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은 ‘포함된 자들’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장석준 의장도 “현실의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적 생산력 ‘때문에’ … 그 수인(囚人)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노동자들 생활 수준이 올라가서 체제에 안주하게 됐다는 뜻이다.


이런 진단의 결론은 “‘불안정한 보조직, 기간직, 구 기술의 노동직, 대체직, 파트타임 직을 수행하는, 지위와 계급 없는 사람들’[에게] 노동 운동의 미래가 …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제된 노동”이란 존재 조건만으로 급진성이 보장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 못 한 대학생이 정규직 노조 파괴를 위한 폭력에 용역으로 동원되는 현실을 보라. (그래서 ‘배제된 노동 주체론’은 오히려 엘리트주의나 선거주의로 후퇴할 가능성을 크게 품고 있다.[각주:3])


정부와 기업주의 반노동 테러 공세에 고통 당하며 저항했던 쌍용차, 한진중공업, 유성, KEC, 에스제이엠 등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포섭된 노동”으로 부를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나마 현실에서 “배제된 노동”에게 든든한 등받침이 돼 주는 건 “조직 노동” 뿐이다. 


자본주의의 패악을 끝장내려면 노동계급의 힘에 기대야 한다. 자본주의 권력의 원천인 이윤 창출을 봉쇄할 수 있는 객관적 능력이야말로 진보적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따라서 진보적 사회 변혁은 현실의 노동자들이 내 맘 같지 않다고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조직 노동”과 “배제된 노동”을 구분하는 태도가 아니라, “조직 노동”이 그 힘을 “배제된 노동”과의 단결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태도로만 가능할 것이다. 분리주의적 이론은 단결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개혁주의적 노동운동 안에서 노동조합 의식이 체제 안의 부문적 개혁에 머물게 되고, 노조관료층과 기층 사이에 정치·사회적 구분이 생기게 되므로, 좌파는 이를 극복해 현장 노동자들의 집단적 잠재력이 발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이론과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조직 노동” 대중을 단결시키는 일은 좌파가 야권연대 등 여러 문제 등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회피해선 안정적 기반을 획득할 수도, 유지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단결을 해치는 분석들은 실천에서 기반의 협소함 때문에 고통받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안정적 조직 기반이 취약할수록 우경화 압력에 더 취약하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에서도 진보신당이 야권연대를 비난하면서도, ‘진보신당은 야권연대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정희 대표를 고소한 것은 이런 사정이 낳은 역설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신당 독자파 리더였던 이재영은 <레디앙>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와는 함께할 수 없다면서도 “반성과 지분”을 조건으로 신당권파를 구성하는 참여당 지도자들과는 연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각주:4] 


김종철 부대표는 “신당권파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인식되어 왔고 … 어려움을 겪으면서 함께 행동했기 때문에 …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신당권파에 포함된 진보정치 세력에게 유시민 등 자유주의 정치 세력과 계속 공동 행보를 취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의도치 않게 종파주의로 귀결될 수 있다.


민주노총과 거리를 두려다 2008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실패하고, 진보신당이 이른바 통합파와 독자파로 분열한 것 자체가 사실은 이런 모순의 반영이다. 올해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믿는 구석은 거제와 창원의 일부 금속노조 기반이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이다. 연립정부 노선이 노동운동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면, 진보정치 세력과 노동운동의 단결을 추구하면서 그 안에서 계급연합 노선과 싸워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87호에 축약돼 실렸다. ☞ 바로가기





  1. 이들은 박원석 의원이 주도한 새로나기특위 보고서의 우경적 혁신에도 우호적이다. [본문으로]
  2. 8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사회연대 후보로 제안 명칭이 바뀌었다. [본문으로]
  3. 게다가 이런 구분 방식과 논리는 조직 노동운동을 ‘노동귀족’이나 ‘정규직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국민의 눈높이’ ― 사실은 여론을 지배하는 자본의 눈높이 ― 와 구분되기가 힘들다. [본문으로]
  4. “애들은 책상에서 자로 줄긋고 칼로 38선 팔 수 있지만, 정치세력은 마음대로 그렇게 하기 어려워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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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빨걸?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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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한 33명 가운데 21명이 재창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창당 과정에서 이명박을 탈당시켜 이명박 색깔을 지우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창당의 폭과 범위, 그리고 주체를 놓고 이미 새로운 갈등이 번지고 있고 이것은 난파하는 배에서 쥐떼가 먼저 뛰어내리듯 탈당과 분당 위험을 몰고올 것이다. 박근혜의 反MB 재창당론은 수도권 위장 쇄신파들의 反MB反반박근혜 재창당 욕구와도 충돌할 것이다. 

돌아보면 정치 위기를 모면하려는 한나라당 주도세력의 재창당 역사는 늘 위장폐업과 거짓 신장개업의 역사였고, 중기적 실패와 새로운 갈등을 잉태한 역사였다

광주에서 학살극을 연출하고 집권한 군사 독재자 전두환과 노태우가 만든 민정당(민주정의당)이 한나라당의 전신이다.

광주항쟁의 학살과 위대한 저항의 기억은 청년세대를 급진화시켰고, 전투적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이 마침내 부활해 전두환 정권을 몰아붙였다. 결국, 전두환이 물러났으나 대선에선 겨우 노태우가 재집권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고 대중투쟁이 계속 되자,노태우는 결국 전임자 전두환을 유배보내야 했고, 지속적인 위기에 시달렸다.

그래서 나온 것이 1990년초 3당 합당이었다. 민정당의 일당독재 체제는 보수대연합으로 
1980년대 후반 여대야소 정국과 활발한 노동자투쟁이 불러온 위기를 잠재우는 반동을 추진하려했다. 김영삼과 김종필과 내각제 개헌을 합의하고 3당 합당을 했다. 보수야당까지 끌어들여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민자당(민주자유당)을 만들었다.

당시 이 당의 창당일이 바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의 창립일이기도 했다. 당시 운동권은 당시 당의 이름을 빗대 자민당의 내각제 장기집권 음모라고 판단하고 처음부터 민자당 해체 투쟁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 거대여당은 1991년 5월 투쟁과 경제 위기, 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내부 암투 등으로 위기를 겪다가 2년 뒤 치러진 1992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도 실패했다.(149석)

초기에 인기를 끌던 김영삼 개혁이 무뎌지면서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서울시장을 포함 광역단체장 15곳 중 10곳에서 패배) 후 위기감을 느낀 민자당 정부는 1996년 4월 총선 패배를 막으려고 1995년 말부터 공작을 시작해 1996년초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며 재창당했다

당시 재창당 과정에서 영입된 이들이 이회창, 박찬종, 김문수, 이재오, 그리고 민주당을 기웃거리던 소장파 법조인 홍준표 안상수 등이었다.(홍준표가 재창당 모델로 신한국당 사례를 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신한국당이 이제 예전 민정당을 본류로 하는 당이 더는 아니라고 변명했다. 

신한국당도 1996년 총선에서 하락을 막지 못했다. 총 의석이 열 석이나 줄어 139석을 확보했다. 그런데도 신한국당은 환호했는데, 그나마 예상보다는 나은 성과였고, 서울에서 처음으로 집권당이 절반 넘는 의석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나마도 정치적으로 잘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었다. 
그나마도 야당이 분열해 있었고(김대중의 국민회의와 노무현 등의 민주당) 무엇보다 선거를 사흘 앞두고 북한군이 판문점에서 벌인 총격 사건 덕분에 안정론이 득세한 것이다.

그 점에서 신한국당 성공 사례는 일종의 착시 효과다. 여전히 당시 한국정치는 반공적 일당국가체제였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아니나다를까 나중에 이 총격 사건은 남한 정부가 북한 군부에 돈을 주고 요청한 조작 사건으로 밝혀졌다. 당시 유행어처럼, 신한국당은 독재정권을 노골적으로 연장하려 했던 민자당이 위장폐업한 ‘쉰한국당’에 불과했던 것이다. 


오히려 차별화해서 생존하려는 이회창과 김영삼의 갈등만 갈수록 커져갔다. 무엇보다 노동자투쟁이 결정타를 먹였다. 다가오는 경제 위기에 대비하려고 정리해고 등 노동악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던 김영삼(신한국당) 정권은 1996년말부터 1997년초까지 이어진 민주노총의 대중파업으로 결정타를 입고 ‘산 송장’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1997년 대선 직전 다시 ‘꼬마 민주당’과 합쳐 [이들에게 당권을 내 주면서까지] 한나라당으로 탈바꿈해야 했고, 그 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처음으로 정권을 잃었다. 마침내 반공적 일당국가체제가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이때 꼬마 민주당 세력은 대부분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 당적을 옮겨 갔다.)


그만큼 당시 김영삼 정권이 처한 위기가 컸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경제 위기나 정치 위기 수준이 더 심각하다. 지금은 세계적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국내 정치 위기가 겹쳐 있다. 

박근혜가 염두에 두는 듯한 2004년 리모델링도 성공 사례라고 볼 순 없다. 이회창 대선자금 차떼기 비리와 노무현 탄핵 역풍에 직면한 상황에서 박근혜는 비자금을 갚는다며 여의도 당사를 팔고 천막 당사에서 당무를 보는 쇼를 해야 했다. 그러고도 사상 처음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물론 박근혜의 리모델링은 더 큰 패배를 막는 구실은 했다그러나 2004년과 지금은 정치 상황과 처지가 다르다. 당시는 야당으로 잃을 게 없었고, 김대중과 노무현 집권기간 6년이 지지자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환멸을 낳은 경험 때문에 견제 세력을 살려달라는 호소가 먹힐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권 말기로 성난 민심의 표적이 되고 있는 집권 여당이고, 경제 상황이나 정치 위기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위기가 커서 집권여당이 스스로 붕괴하며 핵심 권력기관들끼리 다투며 오히려 정권을 무장해제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정리하면, 한나라당 세력의 핵심이라 할 구 민정당 세력이 자신들만으론 위기를 막기 힘들 때, 심각한 정치 위기 상황에서 보수대연합, 개혁세력 영입 등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의 재창당을 해 왔지만, 매번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 효과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이런 역사를 돌아볼 때, 2007년의 한나라당의 집권 성공은 노무현 정부의 배신과 실패, 무능 그리고 진보정당의 취약함이라는 문제를 배제하고는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고립된 주류 우파 지배자들이 자신보다 덜 보수적 이미지의 세력 영입을 시도해 온 것인데, 그 점에서 박세일이 大중도신당을 만들자며 ‘민주당 일부 포함과 안철수 영입론’을 펴는 것도 이런 보수대연합을 추구한 과거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이 경우는 연성 보수대연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위기는 일시적 성공을 거둔 듯했던 그때보다도 위기가 크고 따라서 계급적 불만도 엄청 높은 수준이다. 다만 불만의 수위에 비하면 행동으로 표출되는 정도는 낮은 편이다. 민주당의 좌측 깜빡이 켜기와 의회 진보정당의 존재도 거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집권당이 추구하는 연성보수대연합이나 새인물 영입이 성공하기보다는 1997년처럼 지배계급 다수가 ‘플랜 B’ 당인 ‘통합’민주당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단, 이렇게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더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깊은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정치 위기가 겹치면서 반백년 여당이던 자민당이 와해된 사례가 있다. 실권 전 자민당은 사회당과 연정을 꾸리기까지 했다.  

정치적 격변기에 노동운동이 만든 진보정당 지도자들이 진정한 진보대연합을 추구하는 대신 분열해 참여당 같은 세력과 통합한 것이 못내 아쉬운 까닭이다.

지금의 정치적 불안정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크게 보면, 내년 경제위기의 재발 여부와 계급투쟁의 부활 정도에 따라 주류 정치의 변동 폭도 결정될 것이다. 어쨌든 저들의 정치 위기는 쉽게 봉합되지 못할 것이고, 우리 편도 이로 말미암은 혼란과 기회를 모두 겪게 될 것이다.

좌파로 말하자면, 지금은 안이하게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보다 인내심과 끈기를 갖고 좌파 재편 논의를 포함 정치 논쟁에 깊숙이 개입해 특히 기존 진보정당의 우경화에 맞서는 논쟁과 실천을 통해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이려 노력하며 기회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정치적 구심을 단단히 형성하는 세력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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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올해 메이데이에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선언할 예정이다.

△1997년 1월 대중파업으로 정리해고법과 반민주 악법들을 철회시킨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한동안 한국 정치의 주역이었다. 이 때 얻은 정치적 자신감과 교훈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이 발행한 “2011년 정세와 투쟁” 교안은 이 과제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노동조합이 단위사업장의 근로조건 개선 등 경제투쟁을 뛰어넘는 …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해 나가는 정치적 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자신만의 고용에만 안주하고, 통장에 남은 잔고만 바라보는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노동자들이 바라는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정당을 통해서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가 정당에 의존해서는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힘들다는 깨달음은 진작부터 있어 왔다. 그 가운데 대중적으로 성공한 첫째 시도가 2000년에 민주노동당을 창당한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은 한때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며 약진하기도 했지만,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분열했다.

다수의 현장 조합원들은 진보정당이 단결해 세력을 키워서 노동자 투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민주노총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진보대통합’을 뜻하게 된 이유다.

이 점에서 일부 급진좌파들처럼 진보대연합을 지지하지 않거나 냉소적인 것은 잘못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왜 난관에 부딪쳤는가

민주노동당은 2004년 4월 총선 때 노무현 탄핵 반대 투쟁의 열기 속에서 의원 열 명을 당선시키며 약진했다.

2004년은 파병반대 운동, 비정규직 투쟁,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등 대중운동이 활발한 시기였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런 투쟁들을 확대ㆍ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의회 안에서 열린우리당과의 공조에 더 매달렸다. 자주파와 평등파 지도자들 모두 이러한 방침을 추구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아예 우경화해 2005년에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고 2006년에 한미FTA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양극화는 심화했고, 비정규직은 늘어만 갔다.

문제는 이에 맞서 투쟁과 대안을 건설해야 할 일부 노조 지도자들이 투쟁을 회피하려고 비정규직 투쟁 등 단결된 투쟁을 외면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는 비리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은 (대체로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이런 노조 지도자들을 비판하며 투쟁을 호소하는 대신 침묵했다. 게다가 “정규직 이기주의론”에 굴복하는 사회연대전략 같은 정책을 추진하려 했다.[각주:1]

그것은 오히려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을 모두 겨냥한 우파의 공세에 힘을 실어줄 뿐이었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개혁 배신과 우경화에 실망해 왼쪽으로 이탈한 대중을 민주노동당은 흡수하지 못했고 민주노총의 선진 조합원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줬다.

진보정치의 위기에는 주요 지도자들의 온건한 개혁주의 전략이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진보정당이 자유주의 집권당을 대체할 대안으로 부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중의 환멸을 기회 삼아 이명박 같은 우파가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심상정 전 의원 등은 ‘민주노총당’, ‘데모당’이 문제라며 민주노동당을 더 온건화시켜 이 상황에 대처하려 했다.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는 당원을 제명시키려고도 했다. 원인과 해법이 어긋났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대가를 치렀다.

다함께 등의 좌파가 이 잘못된 시도에 맞섰지만, 끝내 민주노동당은 분열했다. 분열의 결과로 진보 양당이 모두 약화됐고 어느 정도 더 온건해졌다.

그래서 현장 조합원 다수가 진보진영의 단결을 바라지만, 한편에선 불신도 있다. 현대자동차 정동석 조합원은 “울산 북구에서 국회의원, 구청장을 노동자들이 계속 밀어줬는데, 노동자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래서 진보대통합에 기대감은 있지만 열정적이진 않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따라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대중적 정치투쟁 방식으로 단결을 추구해야 노동자들의 사기와 신
뢰를 높여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반MB 범야권 연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명박 정부 아래서 벌어진 부자 감세, 기업 특혜, 임금 삭감과 고용 불안, 물가와 전월세 폭등, 노동운동 탄압 등 때문에 수많은 노동 대중이 고통받고 분노하며 싸우고 싶어 한다. 이명박 정부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이들의 ‘반MB’는 기본으로 ‘반정부’를 뜻한다.[각주:2]

문제는 이것이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반MB’ 민주연합(범야권연대)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등은 진보대연합 이후에 민주당과 선거연합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심상정 전 대표는 나아가 민주당과의 연립정부까지 얘기한다.[각주:3]

그런데 현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 꼭 민주대연합이어야 할까? 그것은 ‘반자본주의’를 위해 ‘반MB(반정부)’를 기각하자는 급진좌파 일부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논리 비약이이다. 둘은 같지 않지만, 대립된 목표가 아니며 결합될 수 있다.

그 점에서 반MB 정서는 모순적이다. 그것이 대체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대연합 지지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그 이면에는 민주당을 향한 불신이 배어 있기도 하다.
민주당의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 있는 진보정당들과 연합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그 정서는 왼쪽으로 향하는 점도 있다. 그 점에서 정치인들의 민주대연합 노선과 대중의 정서를 구별해서 봐야 한다.

그래서 허영구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처럼 ‘반MB’를 단순히 ‘민주당 지지 정서’로 낮춰 보면 올바른 전략·전술을 내놓기 어렵다. 일부 급진좌파처럼 외부에서 기존 진보정당들을 비난하기만 하면, 아직 좌파를 지지하진 않지만 이명박 정부와 맞서 싸울 의지가 있으며 왼쪽으로 향하는 대중을 오히려 민주대연합 노선에 내맡기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그래서 진보의 단결이 필요하고, 특히 단결된 대중투쟁이 중요하다. 1997년 1월 노동법·안기부법 철회 파업 때처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청소 노동자 투쟁이나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쌍용차·한진중공업 등 정규직 파업 등은 전투적 투쟁 자체가 옛날 얘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 줬다. 열쇠는 지도부가 민주노총 차원에서 전(全) 계급적인 연대 투쟁과 파업을 제대로 조직하는 것이다. .


문제는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과 연합을 하려 하면 할수록 이명박에 맞선 투쟁을 건설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연합해 진보 개혁을 이룬다는 노선은 자본가들과 타협해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의 반영인데,
지금처럼 경제 위기 상황에선 자본가들도 이윤과 지배력을 보존하려고 매우 거칠고 무자비하게 나온다.

그래서 단호한 투쟁과 반자본주의 대안이 필요할 때,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은 요구와 강령을 낮추고 투쟁을 자제해야 하는 모순에 처하게 된다.[각주:4] 그것이 비록 단기적으로는 선거에서 성과를 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즉 계급정치의 잠재력을 갉아 먹게 된다.[각주:5] 


예컨대, 전북 버스 노동자 투쟁에서는 민주당이 지역 자본가들 편을 들고 있는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당을 날세워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 KEC나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때 민주당과 진보정당 의원들이 함께한 의원 중재단이 투쟁을 자제시키는 구실을 했다.[각주:6] 

이런 상황에서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연석회의에 참가하겠다고 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촛불을 통해서 정치사회에 새롭게 뛰어든 시민들”(이학영)인 국민참여당 당원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국민참여당이 실시한 1월 초 온라인 조사에서 당원 67퍼센트가 자신을 ‘대체로 진보’라고 했고, 75퍼센트는 ‘보편적 복지’를 선호하는 복지 이념으로 골랐다.

그럼에도 그 당의 강령과 핵심 지도자들의 정치가 친자본주의적 자유주의라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대체로 ‘제3의 길’ 정치를 추구한다.


그래서 이 당을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기보다는 실천 속에서 이 당의 한계와 불철저함을 진보적 대중 앞에서 드러내 보여야 한다. 그리고 진보대연합을 건설해 국민참여당에 호감을 갖는 진보적 대중을 끌어당겨야 한다.


북한을 대하는 태도와 패권주의 문제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문제도 진보대통합의 주요 쟁점이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종북주의’ 비판은 색깔론과 유사하며, 단결을 하려면 공통점을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종북주의’ 용어는 마녀사냥 느낌을 주는 잘못된 용어다.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의 주범인 미국 제국주의보다 북한을 주되게 비판ㆍ반대하는 것도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니다. 또 북한 지배자와 남한 노동자ㆍ민중 운동의 일부인 자주파 동지들은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핵에 철저하게 반대해야 하는 진보의 원칙에서 볼 때,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이나 핵개발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 체제에 반대한다고 남한 체제를 지지해서는 안 되지만, 남한과 똑같이 억압적 착취체제인 북한을 대안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이처럼 북한을 바라보는 견해 차이와 연립정부에 대한 찬반 등을 어물쩍 덮으며 민주노총 지도부가 세몰이 식으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패권적 태도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자주파 지도자들은 패권주의를 반성한다고 말하지만 ‘묻지마 야권연대’ 추진 과정에서 당내 절차와 비판 의견은 패권적으로 묵살해 왔다. 그 점에서 오히려 진보대통합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 견해 차이와 문제점들을 이유로 민주노동당 자주파와 연합하는 것 자체를 사실상 반대하는 진보신당 독자파 등의 태도도 적절하지는 않다. 급진좌파 일부처럼 진보대연합이 민주대연합의 사전단계라고 선험적으로 단정해 버리는 것도 지도부의 노선만 보고는 대중의 염원을 무시하는 처사다.

그래서 다함께와 <레프트21>은 진보대통합이란 이름으로 단일 정당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공동전선 방식의 진보대연합을 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것은 각 정파가 독립성과 비판의 자유를 유지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강령 십수 개를 중심으로 단결해 대중투쟁과 선거 대안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자주파와 평등파의 정치ㆍ문화적 차이와 오랜 갈등의 뿌리를 볼 때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단결 방식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급진좌파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대연합이 선거공학으로 기울어 민주대연합의 부속물이 되지 않고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 그것이 대중의 염원에 부응하면서도 진보운동의 좌파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55호(발행 4.23/온라인 입력 4.21)에 실렸습니다. 바로 가기


  1. 이 전략은 상대적으로 평등파 지도자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이때부터 진보정치는 대중투쟁 대신 기업주들과 그들을 대표하는 다수당 그리고 국가기구와 벌이는 정치협상을 주요 목표이자 수단으로 의식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햇다. [본문으로]
  2. 이 반정부 정서는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에 바탕한 반노동계급적 성격 때문에 반신자유주의·반자본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본문으로]
  3.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여한 진보대통합 시민회의나 최근 모임을 만든 ‘진보의 합창’도 통합진보정당이 범야권연대나 연립정부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본문으로]
  4. 그 점에서 복지국가 강령으로 민주당과도 연합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복지국가단일정당론’은 (진지하게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전제에서) 공상에 가까운 목표다. [본문으로]
  5. 만일 민주당의 양보로 민주노동당이 선거에서 성과를 얻게 된다면, 그 성과를 유지하려는 관성과 이 정책을 추진한 사람들이 스스로 옳았다는 판단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활동 폭은 더욱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즉,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더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개혁주의 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변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6. 민주당은 최근에도 부자 감세의 하나인 취득세 인하에 합의했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직업안정법개악에 한나라당과 합의했는데, 민주대연합에 적극적인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를 비판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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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가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된 직후다.

이갑용 후보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 탄압을 일삼은 민주당과 진보 양당이 연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묻지마’ 야권연대에 기울어 있는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비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4·27 울산 재보선에서 민주당·국민참여당과 선거연대를 했다. 야4당연대가 한나라당 세력이 강한 울산에서 당선 가능성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이 민주당보다 훨씬 크고 강한 곳에서 진보진영의 단일화로 대안적 연합을 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발전에는 더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민중의 소리〉는 이 점이 못마땅했는지 이갑용 후보가 ‘고춧가루 뿌리며 한나라당 도와주러 나왔다’는 식으로 비난 기사를 내보냈다가 사실 관계 정정 보도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그의 출마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진보언론이라는 곳이 할 ‘소리’가 아니다.

민주노총도 실수했다. 민주노총 중앙은 조합원이더라도 진보정당 소속이어야 지지할 수 있다는 정치 방침을 근거로 이갑용 후보를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선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갑용 후보는 현재 민주노총 지도위원이며 노무현 정부의 공무원노조 징계 요구를 거부하다 구청장 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그런데 진보정당 소속이 아니라는 형식적인 이유로 지지 후보 선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군색해 보인다.[각주:1]


진보진영의 단결

물론 이미 울산 진보진영 다수의 지지를 받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있기 때문에 곤란했을 수 있다. 그 점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할 일은 두 진보 후보의 단일화를 중재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단일화 중재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를 유일한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공표했기 때문에 단일화 촉구는 이갑용 후보에게 사퇴하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울산시당과 김종훈 선본이 나서야 하는데, 이들은 야권연대와는 달리 별 열의가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경쟁적인 노동계 지지 선언으로 세 과시에만 치중하는 것은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의 진보대통합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한편, 이갑용 후보가 출마 이후 한나라당 비판보다 민주대연합을 이유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비판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은 아쉽다. 누가 진정한 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는 분별 있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못 믿을 자본가 정당인 것은 맞지만, 지금 울산 동구에서 야권 단일 후보는 민주노동당 후보이고, 이 선본이 민주당 때문에 불필요한 타협을 하거나 실책을 한 것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각주:2].

울산 동구는 정몽준의 정치적 근거지이므로 정몽준의 노동탄압과 재벌 정치를 폭로하면서 민주대연합보다 노동자진보정치가 더 효과적으로 이에 맞설 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울산처럼 진보정당들의 세력이 강한 곳에서 진보진영이 단결해 한나라당에 맞서며 민주당과 다른 진보적 반MB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 두 후보의 기본적인 강령과 공약, 선거운동 방식이 단일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것도 아니다.

더 유력한 후보인 민주노동당 후보가 먼저 이갑용 후보의 민주대연합 비판에 귀를 열어야 이런 과정이 가능할 것이다. 양측 모두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에게 투표하고, 이후 이명박에 맞선 투쟁에 단결해 나서려던 노동자들이 두 후보의 경쟁을 보면서 느끼는 곤혹스러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론: 단일화하면 좋겠지만, 안 되고 두 후보가 각자 나오면 둘 중 누구라도 선진노동자의 투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투쟁에서의 단결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이 방침으로 특정 후보 지지를 결정하는 것은 단결에 이롭지 않을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 54호에 축약돼 실렸습니다. ☞ 기사 보기

... 한편,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는 진보 후보가 두 명 출마했다(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통해 출마한 민주노동당의 김종훈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갑용 후보). 

여기서 이갑용 후보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민주노동당 후보로 단일화된 상황에서도 김종훈 후보를 진보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갑용 후보의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다. 

사실, 김종훈 후보를 당선시켜 한나라당을 내쫓고 싶은 노동자들의 심정도,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갑용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노동자들의 심정도 모두 공감할 만한 것이다. 

두 후보가 단일화를 했다면 진보가 단결해 한나라당을 패퇴시키길 바라는 노동자들의 곤혹스러움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가 안 된 상황에서는 두 후보 중 어느 한쪽에도 투표할 수 있다고 본다. 두 후보 모두 경력과 공약에서 진보 후보로서 큰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한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함으로써 선거라는 부차적 문제에서 진보가 굳이 분열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맞선 투쟁 속에서 단결하는 것이다.

― <레프트21> 55호 ‘4·27 재보궐선거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참패를!’ 중에서.




  1. 이 조항은 민주노총 조합원의 보수 정당 후보 출마를 막으려는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 방침은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대표 정당이던 2005년에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기준에 따라서 충분히 좌파적이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도 아닌 구청장 선거 공약이 대단한 내용을 담긴 힘들다. 그 점에서 이 선거의 정치적 의미를 노동자정치의 관점에서 부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권과 재벌의 양극화 확대 정책, 울산 동구의 노동탄압에 맞서 싸우는 후보이자, 그런 투쟁을 지지·지원하는 선거운동과 구정 운영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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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4월 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진보정치 대통합 방안을 결정했다. 핵심 쟁점은 범야권연합 문제와 북한에 대한 태도 문제였다.

최종 의결된 문안은 “민주당을 밀어주는 ‘묻지마 야권연대’도 안 되고, 반MB한나라당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는 범야권연대 원천 부정도 곤란하다”와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정세와 사실을 고려하여 북을 비판할 수도, 지지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3월 27일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진보신당은 당대회에서 “북한의 핵 개발 문제, 3대 세습에 반대”하고 “민주당 및 국참당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립정부론’은 …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 하고 결정한 바 있다.

진보신당 당대회 후 언론들은 “진보대통합이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경향신문>), “빨간불”(<한겨레>)이라고 보도했다. 진보신당의 독자파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을 결정해서 사실상 진보대통합을 거부했다고 분석한 것이다.

물론 진보신당 독자파가 사실상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거부했다고 볼 수 있지만(그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지나치다고 보지만), 북한 문제와 연립정부 관련한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 자체는 문제 삼기 어려운 점이 있다.

△3월 27일 진보신당 당대회는 진보대통합의 쟁점을 날카롭게 드러냈다. 진보신당의 분열 위기는 역설적으로 공동전선 방식의 진보대연합이 더 단결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진보정당이라면 마땅히 진정한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핵무기와 핵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북한의 핵 개발과 3대 세습에 반대하는 입장을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자주파에 대한 ‘종북’ 마녀사냥에 동조하거나 남한 체제에 대한 지지로 나아가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가 노동계급의 독립적인 정치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자본가 정당과의 연립정부를 거부하는 태도도 올바른 것이다.

진보대통합을 위해서 이런 정치적 입장을 후퇴시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진보신당 당대회의 ‘강경한’ 결정은, (독자파가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집단이라는 점에서도) 독자파의 정치적 플랜보다는 진보 양당 지도부의 행보가 더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그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뜻)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이후로 모든 선거에서 ‘묻지마 야권연대’를 추진해 왔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상을 암시하는 발언을 거듭해 왔다.

그래서 전북 전주에서 넉 달째 버스 노동자들이 민주당 소속의 도지사와 시장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데도, 민주노동당 중앙당은 민주당에게 단 한마디도 쓴소리를 하지 않았다.

또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북한의 3대 세습에 관해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9.29 대변인 논평)라고만 언급해 실망을 줬다.


진보의 재구성

진보신당 독자파는 이와 같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에 대한 정당한 우려에 기반해 당대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진보대통합이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크다. 

여기에 심상정 전 대표 등 진보신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진보운동의 대의와 당원들의 뜻을 어기고 무원칙한 연합정치를 주장하고 비민주적으로 이를 추진하기도 한 것이 반감을 불러 일으키며 독자파의 입김이 커지는 것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배경을 감안해도 진보신당 독자파가 민주노동당 지도부를 핑계로 진보적 대중의 단결 염원마저 외면하는 것은 문제다.

일부는 민주노동당이 더는 진보정당이 아닌 것처럼 주장해 사실상 진보대연합 자체를 반대하는 듯 보인다.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은 최근 한 공개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연합을 “반동 연합”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독자파’란 호칭은 사실상 민주노동당에 대한 독자파라는 뜻이라고 본다.)


그러나 진심으로 좌파적 의도에서 민주노동당/진보대연합의 우경화를 우려한다면, 진보대연합을 지지하면서 그 속에서 진보대연합이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로 변질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올바른 길이다.

사실 진보신당 독자파 리더들은 “진보의 재구성은 일단 실패”했다는 조승수 대표의 솔직한 고백을 인정해야 한다. ‘종북주의’ 반대만으로 차별화된 실천을 만들 순 없다.

이들은 명망가 중심 정치와 민주노동당 시절 추진했던 사회연대전략(노동자 양보론)을 이어갔지만, 그런 온건 노선으로는 경제 위기 속에서 뚜렷한 대안도, 진보의 재구성도 이룰 수 없었다. 당내 민주주의도 후퇴했다(그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 왔다).

진보신당 독자파는 당대회에서 “2011년 9월 전후 시기까지 …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합의하는 세력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수용하기 힘든 기준을 제시해 통합 거부의 책임을 민주노동당에게 떠넘기고 사회당 등과 소통합으로 정치적 생존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도인 듯하다[각주:1]. 그러나 앞의 내 분석에 따르면 당대회로 모아진 여론이 당을 쪼개는 것까지 지지하는 쪽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각주:2].

이런 상황에서 3월 29일 진보대통합연석회의에 참여한 대표자들의 합의문이 문구 그대로 “아래로부터의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운동”을 불러일으키긴 힘들어 보인다.

진보 양당이 공통점도 많지만, 쉽게 합의하기 힘든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3년 가까이 독자 정당으로 존재하면서 그 차이는 더 분명해졌다. 이 때문에 <레프트21>과 다함께는 단일 정당 방식이 아니라 공동전선 방식의 진보대연합을 주장해 온 것이다.

각 정치세력의 독자적 선전ㆍ비판ㆍ조직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 구체적인 10~20개의 행동 강령을 중심으로 공동전선 방식의 단결체를 만들어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거 대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중투쟁 건설을 중심 과제로 해야 선거주의적 양보와 후퇴 압력에도 덜 취약할 것이고, 단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진보신당 내 논쟁도 그렇고, 진보대통합이든 새로운 진보신당이든 모두 이 과제가 빠져 있다. 그래서 선거공학으로만 자꾸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연립정부에 대한 반대 입장을 후퇴시키며 연합하라는 잘못도,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에 연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도 피할 수 있다.


※ 이 글은 <레프트21>54호에 축약해 실렸습니다. ☞ 기사 보기
※ 이 글을 보충 설명할 이전의 글 ☞ 진보대통합 논쟁 / 진보신당의 실패와 위기   

  1. 그 점에서 진보신당의 분열 위기는 현실적이다. 통합파도 운신의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새로운진보정당건설추진위원장 임명 건이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이다. 나는 조승수 대표가 노회찬 전 대표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논란 끝에 전국위원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본다. 부결은 사실상 결별을 뜻하는데,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독자파가 지금 이를 결행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노회찬 전 대표 등 지도자들도 당이 최대한 현재 규모로 통합에 임해야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아우르는 태도로 인준을 요청할 것이다. 안건 반려 시도가 있을 듯한데, 현 지도부의 지도력 타격과 통합에 대한 거부를 표출한다는 점에서는 결과가 같다. 아마 독자파가 분열할 것이다. [본문으로]
  2. 그 점에서 독자파의 정파 리더들도 부담이 클 것이다. 조승수 대표 등 통합파가 노회찬 전 대표 임명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이를 고려해 당 대회 패배를 만회하려 한 반격이라고 본다. 만일, 내 예측과 달리 노회찬 인준 건이 반려되거나, 부결된다면 진보신당은 급속히 분당 위기로 치달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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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연합과 통합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

‘누구’와 ‘어떻게’ 연합할 것인지 차이가 드러나다



11월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보대연합과 통합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보교수연구자모임(이하 진보교연)이 주최한 정세 토론회가 열렸다.

진보교연 손호철 공동대표와 진보 양당의 지도부가 발제를 하고, 주요 정치ㆍ사회 단체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진보대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희 최고위원이, 진보신당은 박용진 부대표가 발제를 했다.

이날 토론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을 진보대연합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였고, 또 하나는 정당 통합 방식과 전선체 연합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나은가 하는 문제였다.

손호철 진보교연 공동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배제한 진보대연합을 주장했다. “빅텐트론은 진보정당의 독자적인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당 강령에서 선진통상국가를 추구하는 국민참여당은 민주당보다 더 능동적인 신자유주의”라며 “FTA 당을 진보로 구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각주:1].

그러나 손 교수는 민주당과 조건부 선거연합은 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위원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성과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야권단일정당론을 비판했으나 민주당을 포함한 선거연합은 찬성했다. 나아가 그는 이 진보대통합에 “국민참여당의 진보파와 창조한국당의 개혁파까지 견인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진보대통합이 잘 이뤄져야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대등한 협상을 통해 선거연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진 부대표는 “대중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증세를 해서라도 복지를 늘리자는 주장이 50퍼센트를 넘었다[각주:2]”며 “사회연대복지국가”라는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수권을 목표”로 뭉쳐 통합진보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부대표는 6ㆍ2 지방선거 때 진보신당의 이중 행보를 비판하지 않고 진보대연합의 범위를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가치 통합을 명분으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일부도 포함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각주:3].

토론자들 다수도 민주당과 연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분명하게 민주대연합 방식의 선거연합을 지지했다. “진보대통합을 하면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고, 좌파 자유주의[각주:4]의 지지까지 받으면 제1야당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중도 자유주의[각주:5]까지 지지를 받으면 공동 집권도 가능하다.”[각주:6] 

계급적 이해관계의 차이는 무시하고 단순히 산술적 계산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개혁주의 성향 토론자들이 모두 계급연합 방식의 정치연합론을 수용하거나 여지를 열어 놓았다. 그런데 급진좌파 토론자들의 반응은 각자 달랐다.



급진 좌파

다함께 최일붕 운영위원은 “노동대중의 단결 염원을 받아 안는다는 점에서 진보대연합을 찬성”하지만 “계급연합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친자본주의 자본가계급 정당이다.” 따라서 집권을 목표로 하는 진보대연합이 이들까지 포함하면 “힘이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서로 다른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노동자투쟁이 발목을 잡히게 될 것이다.”

또 가치 중심 연합이란 개념이 연합의 범위와 기준을 모호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가치’를 강조한 것은 앤서니 기든스가 ‘제3의 길’을 내세우면서 한 것인데, 이런 추상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분명한 계급 정책과 그에 관한 차이들을 모호하게 만든다.”[각주:7]

이와 달리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의 고민택 씨는 “진보대연합은 우리와 공통점이 없다.”고 밝혔다.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사회주의노동자당을 건설하는 것”이므로 자신들은 이 과제에 매진하고, 진보대연합은 하든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사회진보연대 이현대 씨는 진보대연합 논의가 “대중운동의 발전 전략 차원이 아니라 선거공학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추상적으로는 맞는 지적이지만, 급진좌파가 공조해 진보진영의 단결을 추진하고 민주대연합 노선을 비판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입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태도였다.

연합의 방식에선 토론자 중에 다함께 최일붕 운영위원만 분명하게 전선체 방식을 지지했다.

최 운영위원은 “북한 세습 등 합의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치적 차이들이 있다. 단일 정당은 이런 차이가 있어도 의견을 통일해야 한다. 오히려 분열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과제들 10~20개, 즉 행동강령에 합의해 연합하고, 각 단체는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활동하는 방식이 오히려 단결을 유지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진보 양당 등 다수는 조직을 합치는 단일정당으로 가야만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박 부대표는 “차이를 기준으로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함께도 차이가 있으면 토론과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 아니냐? 이름도 ‘다함께’인데, 차이만 보지 말고 단결하자”고 반론을 폈다.

이에 최 운영위원은 “박 부대표야말로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은 당원을 민주노동당에서 제명하자고 대의원대회에서 발언까지 한 당사자 아니냐[각주:8]. 그때 심상정 비대위를 지지하면서 탈당까지 했는데, 차이가 있다고 함께 할 수 없냐는 비판은 그대로 박 부대표에게 돌려주겠다[각주:9]”고 반박했다. 박 부대표가 ‘묻지마 단결’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신랄한 반박이었다.


장기하가 리쌍과 함께 부른 노래 가운데 ‘우리 지금 만나’가 있다. 바람 피다 걸려 헤어진 애인에게 만나자고 하는 노래인데, 그 ‘만나’를 ‘맛나’로 바꿔치기한 이 사진을 좋아한다. 맛나니까 만나자는 호소는 위선을 꼬집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후퇴

이날 토론회는 진보대연합 논의의 현실을 잘 보여 주었다. 진보진영의 다수가 진보대연합을 건설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명박의 고통 전가 정책에 맞서서 진보진영의 단결을 바라는 대중의 염원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을 진보대연합의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진보대연합을 민주대연합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보는 견해가 논의의 다수를 차지하며 진보대연합의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들은 민주당이 “좌클릭”하는 지금이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G20 개최에 초당적 협력을 하고 4대강 죽이기도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는다. KEC 파업에 가서는 농성 해제를 종용해 투쟁의 기회를 망쳐 버렸고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도 분명한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각주:10]

이런 민주당을 ‘진보’라고 포장해 주면서 연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청중 발언에서 <레프트21> 김인식 발행인이 지적한 것처럼 “일정한 정치적 후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민주당이 아닌 독립적인 좌파 대안을 추구하면서 시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주대연합을 주장하는 쪽이 이런 중요한 차이를 흐리며 ‘묻지마 단결’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진보신당 박 부대표는 물론이고 민주노동당 정 최고위원도 “민주당이 진보라고 말한 적 없다”며 이견의 존재를 부인했다.

다함께 김하영 씨는 “명백히 의견에 차이가 있는데 없다고 하면 토론 자체가 불가능하다. 생산적인 논쟁을 하려면 차이가 있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대연합으로 진보진영이 기우는 흐름은 진보진영 다수가 진보대연합을 실용적 관점에서 선거 대응 기구로만 여기는 것과도 관계 있는 듯하다[각주:11].

그러나 진보진영이 민주대연합과 선거적 실용주의로 후퇴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다.

이날 손 교수가 지적했듯이 6ㆍ2 지방선거에서도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당선가능한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에게 표를 던졌다.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처럼 전투적인 기층 투쟁도 존재한다. 이 파업은 광범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진보대연합은 이런 투쟁과 지지자들을 단결시키는 과제에 충실해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온라인 기사에 실렸습니다.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883   각주 형태로 기사 해설을 담았음.
  1. 손 교수는 친노 세력을 친노 대중과 친노 주류, 친노 좌파를 구분하고, 이를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노 대중은 배척하면 안 된다고 했고, 친노 좌파는 이정우 교수 등을 예로 들면서 함께 해 볼 만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본문으로]
  2. 4~5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더 낮은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본문으로]
  3. 박 부 대표의 구상은 조승수 현 대표보다는 노회찬 전 대표나 심상정 전 대표의 구상과 유사한데, 민주당을 분열시켜 진보·개혁 블록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그러려면 왼쪽에서 강력한 압력이 가야 하는데, 민주당을 분열시킬 정도의 압력은 결국 대중투쟁의 압력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민주대연합을 염두에 두는 정책으로 이런 대중투쟁을 촉발하고 조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4.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일부를 가리킨다. [본문으로]
  5. 사실상 민주당 전체와 선거연합을 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6. 손석춘 선생이나 사회당 안효상 대표도 민주당과 선을 긋진 않았다.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발표한 손석춘 씨는 박석운 대표와 거의 다르지 않은 의견이었다. 진보대통합 시민회의도 조건부 (선거)민주대연합을 배제하지않으면서 선 진보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선통합 대상에서 배제했으나, 국민참여당에 관해선 내부 이견이 있다. [본문으로]
  7. 가치 중심의 대통합은 표면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가치보다는 세력의 재구성에 있다. 이 주장에서 가치는 상수기 때문이다.(복지국가, 반신자유주의 등) 민주대연합과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사람들이 가치 중심 통합을 주장하는 이유다. 한편, 가치가 부각되는 것은 좌파 정치가 아직 주변화돼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 유럽에선 급진좌파 정치가 후퇴하면서 가치와 도덕이 정치 논의의 중심으로 떠올랐는데,(제3의 길이 그렇게 했는데) 한국은 좌파가 정치 영역에서 주변부를 벗어난 적이 없으니 아직 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정의가 요구되는 사회는 계급불평등이 극대화한다는 뜻이고, 그것은 계급투쟁적 좌파 정치가 복원돼야지, 가치와 도덕 담론이 유행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정의 담론을 배척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본문으로]
  8. 2008년 2월 임시 대의원대회를 말한다. 이날 심 비대위가 최기영·이정훈 당원 징계 안을 올렸고, 이 안은 격론 끝에 부결됐다. 그때 박용진 씨는 발언권을 얻어 징계를 해서 분당을 막자는 주장을 했다. [본문으로]
  9. 박 부대표 본인이 선도탈당파는 아니었지만, 그러나 선도탈당파보다 한 달 뒤인 2월에 탈당해 4월 총선에 출마해 민주노동당 비난하며 선거운동을 했으니(물론 민주노동당 자주파도 보복으로 같은 선거구에 경쟁자를 출마시켰다-이게 뭔 꼴인가) 결과적으로 선도탈당파와 그닥 다르지 않게 행동한 셈이다. [본문으로]
  10. 새만금 비리나 KBS 수신료 인상도 별 볼 일 없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 준다. KBS는 광고를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해서 그냥 공짜로 수신료만 올린 셈이다. 하는 짓이 늘 이렇다. [본문으로]
  11. 이 점과 관련해 손호철 교수는 토론 말미에서 핵심은 유시민은 우리 대선 후보군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아니냐고 내질렀는데,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진보대연합 문제를 대선 후보 연합 문제로만 한정한 아쉬움은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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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웹진에 7월초에 청탁받아 기고한 글을 업데이트 수정한 것입니다. 새세상연구소 쪽에서는 비판적인 관점에서 이정희 신임 당 대표에게 바라는 내용을 써 달라고 청탁했고, 나중에 나온 웹진을 보니 긍정적 의견과 제 의견, 두 개가 실렸더군요.

청탁받은 시점이 7월초니 지금과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그때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민주연합 노선 집착과 그에 따른 우경화가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침 생각난 김에 전체 기본 줄거리는 그대로 둔 채, 분량과 매체의 성격상 포함하지 못한 더 비판적인 내용과 지난 한달 반 동안 변화된 상황을 보충해 블로그에 옮겨 봅니다. 


민주노동당은 당장 이명박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진보진영의 투쟁 태세 구축에 중요한 몫을 해야 한다. 좋든싫든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다수파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6·2 지방선거 참패 후 친서민·중도·실용을 다시 꺼내고 대기업을 비판하면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려 했으나 8·8 돌격대 내각 인선으로 그 본심을 드러냈다.

정부는 타임오프 등으로 민주노조 운동의 발을 묶으려 하고, ‘4대강 죽이기’를 계속 밀어붙이려 한다. 한국진보연대를 친북 마녀사냥에 이용해 좌파를 단속하고 민주적 권리도 더 옥죄려 한다.

물론 이것은 경기 회복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집권당의 불신과 분열이라는 정치 위기에 빠진 정부의 몸부림이므로 이런 반동 공세가 저들의 강력함으로 보여주는 징표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선전포고를 한 만큼 우리 쪽도 맞설 태세를 갖춰야 한다. 저들의 돌격에 맞서려면 투쟁 태세 뿐아니라 강력한 진보 대안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정책과 세력 모두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단결과 강화에 복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이탈하려는 4대강 반대를 강조하거나 PD수첩 불방 사태에 즉각 대응한 것은 괜찮은 대응이었다.

한편, 민주노동당 지도부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투표율 저조 문제는 아마도 당원들(특히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자발적 열의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역 활동가들의 호소를 증명한 바일 것이다.

나는 이 문제와 현재 민주노동당의 문제점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본다. 대략 세 가지 문제가 민주노동당이 더는 진보적 대중과 당원, 조직 노동자들에게 영감을 주지 못하는 것과 관계있다고 본다.

첫째, 반MB 민주연합 노선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상충되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있다[각주:1].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주대연합 노선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각주:2]

둘째, 민주대연합 노선과도 연관되는 문제인데, 진보정당들이 경제위기 시대에 걸맞는 수준의 진보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셋째, 민주노동당 분당의 교훈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먼저 해결할 몫으로 남겨진 패권주의 문제가 있다. 이 패권주의는 민주노동당의 비중 때문에 진보진영 전체의 단결에도 영향을 미친다.


민주대연합 노선을 당장 폐기해야


우선, 민주대연합 노선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표의 총합이라는 단순 산술 계산(선거공학)에서 보면 계급보다 국민이 커 보인다.

이 관점에서는 민주노동당의 현 지도부는 진보대연합과 민주대연합을 보완관계로 보는 게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대등한 보완 관계가 아니라 진보연합이나 노동자정치세력화(계급) 등이 반MB 민주연합(국민)의 부속물이 된다.

이 말이 실천에서 뜻하는 바는 둘 가운데 민주대연합이 늘 우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분을 위해 전체의 단결을 희생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대연합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민주대연합 노선으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노골적으로 질주하는 논리적 배경이다. 노골적인 자주파 일부는 (민주대연합을 반대하는) 노동계급의 단결에 기초한 변혁 노선을 소아병적 분열주의로 취급한다[각주:3].

그러나 과연 국민이 계급보다 포괄적인가.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핵심 배경은 1997년 1월 대중파업이다. 이때의 정치적 각성과 대중적 자신감이 민주노동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그때 의석 1백 석의 국민회의는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 법외 노조였고 자신을 대표할 국회의원 한 명 없던 민주노총의 대중파업은 오만한 대통령 김영삼의 대국민 사과와 날치기 철회를 이끌어 냈다[각주:4].

이처럼 조직된 노동계급의 힘은 단지 표수의 총합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삼성그룹 보스 이건희와 가난한 철거민이 선거에선 똑같이 한 표를 가지지만, 정치·경제·사회적 영향력이 비교할 수 없게 차이 나는 것과 같다.

요컨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분단선이 계급에 있고, 진정한 권력은 계급 관계에서 나온다. 자본가들의 권력 원천은 기업 이윤과 무장력의 독점(국가)이다. 노동계급은 이 이윤 생산과 국가 운영을 실제로 담당하는 존재다. 이 점에서 두 계급은 화해할 수 없는 이해관계를 이루며, 노동계급은 사회를 변혁하고 해방시킬 역사적 잠재력(=잠재적 경제 권력)을 가지게 된다[각주:5].

바꿔 말하면, 노동자들은 계급으로 단결하고 계급으로 행동할 때 (지금은 잠재돼 있지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이미 예전에 개발도상국 수준을 넘어선 국가다. 당연히 산업화가 매우 진전한 자본주의 국가이므로 노동계급이 인구의 다수다. 노동계급 중심성 노선과 계급 단결 전략이야말로 실질적인 힘 면에서, 심지어 득표 면에서도 더 현실적이고 민주적이며 강력한 다수파 전략이다[각주:6]

오히려 단순한 선거 논리에 따른 민주대연합 노선은 이 힘을 억제하게 된다. 이것이 진짜 문제다. 계급 연합인 민주대연합은 첫째, 그 구성원들의 계급적 이해관계가 다르므로 불안정한 동맹일 수밖에 없다. 둘째, 이 불안한 동맹을 유지하려면 누군가 자신의 계급적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의 지배계급인 (자본가계급의 일부인) 자본가 당들은 결코 희생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 희생되는 건 노동계급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독립성이다.

민주당을 보자. 저들은 이명박 집권 후 복지를 말해 왔지만 부자 증세를 말하지 않고, 4대강 반대를 말하지만 4대강에 찬성한 후보를 공천하며,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를 비판하지만, 자신들의 신자유주의 정책(부자 감세와 한미FTA 등)은 반성하거나 철회하지 않았다. 이명박을 핑계삼아 비정규직 악법을 좋은 법이라 호도하기도 한다.

이런 민주당의 이율배반은 기업주들의 당이라는 근본 성격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일부의 기대와 달리 민주당은 사회 변화를 위해 고쳐 쓸 수 없다. 

노동자 진보정당의 지도부가 자본가 정당과 동맹을 고집하면 할수록 노동계급 대중이 독자적으로 싸울 힘을 잃게 되는 이유다. 불필요한 양보와 후퇴를 강요당할 뿐이다. 그래서 이정희 대표의 말과 달리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차이는 “작은 차이”가 아니다[각주:7]. “작은 차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있는 것이다. 7·28 재보선 패배는 바로 이 점을 대중이 아직 잊지는 않고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민주당은 5월 MBC 파업을 지지했지만, 선거에 도움 되는 한에서만 그렇게 했다. 노조의 파업 종료 후 보도 투쟁(?) 결정은 민주당이 바라는 바였다. 엔지오가 매개가 된 이 압력을 진보정당들은 추수했다.


결국 현실에서 노동계급 운동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대중투쟁을 강화하는 전략이야말로 진보 개혁 쟁취의 진정한 동력이다. 이것은 낡은 교과서의 반복이 아니고 거친 구호도 아니다. 민주노동당에게 혁명당이 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경제 위기 시대에 실질적인 진보 개혁을 성취할 현실적 전략·전술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급 대신 국민’, ‘투쟁 대신 투표’를 말하는 반mb 민주연합 노선은 이 진정한 동력을 파괴하는 재앙의 씨앗인 것이다. 이 점에서 진보대연합도 같은 이름의 서로 다른 버전을 구분해야 한다.

진보대연합도 마찬가지다. 노동계급의 단결에 복무하고 진정한 힘을 발휘하려면 민주대연합 안에서 지본을 높이려는 선거공학적 시도여서는 안 된다.


진보적 사회 변화의 비전을 제시해야


다음으로 경제 위기 시대에 걸맞는 진보적 사회 변화의 비전을 만드는 데에 주력하기 바란다. 여기서도 민주대연합 노선에서 비롯하는 약점들이 문제가 된다.

이정희 대표가 내세우는 ‘수도권과 청년층 기반 확대’, ‘명쾌하고 유연한 진보’의 문구 자체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이냐다.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는 개별 정책의 진보성에 있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진보적으로 재편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는 데 있다.

게다가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시대에는 정부와 기업주들이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 당장 어렵지 않은 기업조차 만연한 위기가 자신을 덮칠 때를 대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므로 대체로 불황기에는 투쟁이 길고 격렬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진보정당은 대중투쟁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를 통한 정치·사회 지형의 급진화와 원칙이 분명한 가치·이념 논쟁 없이 진보·개혁 청년 세대를 노동계급의 편으로 끌어 올 수 없다.

이 점에서도 민주대연합과 진보와 노동계급의 단결 노선은 상충되는 면이 있다. 단기 연대가 아니라 연립 정부를 염두에 두는 야권연대라면 정책과 노선을 최대공약수[각주:8] 수준에 맞춰야 하므로 목소리를 낮추는 건 진보진영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첫째가 올해 민주노동당 강령에서 사회주의 지향 부분을 삭제하려 한 시도다[각주:9].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은 더 큰 진보적 비전 제시로 기타 보수정당들과 차별화하길 포기하고, 민주당이 제시한 무상급식 수준에서 멈췄다.

이란 제재에 대한 반대 논평도 그렇다. 이라크 등에서 봤듯 경제 제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이란 제재 반대 논평에는 세계 평화도 인도적 재난에 대한 우려도 없다. 세상에 한국 ‘기업’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게 이유다. 스스로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논평을 한 것이다.

이번에 당선한 인천의 구청장들은 자치단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약속한 개혁을 볼품 없게 만들려 하는 듯 보인다. 그와 반대로 중앙 정부에게 재정을 더 내놓으라고 싸워야 할 일이다.

진보정당의 정책 담당들과 국회의원들은 정부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걸 걱정하지 말고, 공공부문과 복지 지출이 늘지 않는 걸 물고 늘어져야 한다. 이런 비판과 투쟁에 재정 위기를 이유로 집권당과 민주당이 반대하면, 기업과 부자에게 증세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지난해 6월 정책당대회에서 나는 쌍용차 사례를 들며 ‘부도기업의 공기업화’ 요구를 채택하자는 안건을 낸 바 있다. 그때 이정희 대표는 직접 나서 ‘국회에서 통과될 현실성이 없다[각주:10]’, ‘진보정당이 뜬구름 잡는 정당으로 보이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특단의 위기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시 해외 매각이 진행되는 쌍용차에 구조조정 조건 없는 공기업화 말고 어떤 고용보장 대책이 있을 수 있는가[각주:11].뜬구름 잡는 건 내가 아니라 지금처럼 위기로 이해관계의 대립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자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진보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노동자 양보론을 포함하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캠페인 의제[각주:12]를 수용하려는 태도도 우려스럽다. 애초 민주노동당은 보장성 강화만 수용하고, 보험료 인상은 수용하지 않는 입장이었다[각주:13]. 그런데 이정희 대표가 나서서 이 입장을 뒤집으려 한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작은 개혁도 소홀히 하면 안 되지만, 진보정당 아니면 제시할 수 없는 그런 대안사회의 비전이 없다면 진보정당은 자유주의 자본가 정당의 보완재에 불과한 만년 소수파 야당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패권주의로 우경화 밀어붙여


끝으로, 이정희 대표가 말한 ‘유연한 진보’의 모습은 정작 당 운영에서 드러나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당 운영은 일사분란함을 강조하는 쪽으로 계속 바뀌어 왔다. 불가피한 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분당의 원인 가운데 민주노동당 몫으로 남은 패권주의 문제가 더 심해졌다.

게다가 민주대연합 노선과 우경화는 기존의 당 운영 방식이 민망할 정도로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다.

진보정당의 당 대표란 사람이 자신의 당이 반진보 정권이라고 싸웠던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자들을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말하는데 다수파는 침묵이다.

당은 민주대연합 노선을 집권전략으로 채택한 바가 없는데도 지난 최고위원회와 이정희 대표 등 현 지도부 다수가 ‘민주대연합을 통한 (연립정부) 집권’을 말한다.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 일방 사퇴 건도 어느 공식 의결 단위에서도 결정된 바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제대로 된 해명조차 없다.

일방적 다수결 방침도, 소수파의 어거지도 모두 문제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 당내 다수파는 자신들이 내린 결정도 임의로 번복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럴 때, 소수파가 의견을 반영할 수단이 남아 있는가[각주:14].

진보진영 전체에서 민주노동당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거취는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됐다. 신임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대연합 노선과 우경화 추진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게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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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새 대표와 상견례를 한 자리에서 “민주노동당의 반MB 연대연합, 진보대통합 노선에 그야말로 배타적 지지를 보낸다. 2012년을 앞둔 두 가지 전략적 과제를 수행하는 길에서 민주노총은 제2의 정치세력화, 제2의 노동자 정치운동을 한다는 결의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서 모순을 일으킬 것이다. [본문으로]
  2. 현재 당분간 전국적 선거 일정이 없고, 진보 양당이 민주대연합 노선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서 민주연합을 반대하는 것이 곧바로 대안적 진보연합 건설 논의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본문으로]
  3. 민주대연합 노선에 푹 빠지다보니 이젠 초기에 보이던 부끄러움마저 잊었다. 가령 내 기사를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올렸을 때 달린 막말 댓글이 한 사례다. [본문으로]
  4. 이 파업으로 김영삼은 완전히 레임덕에 빠졌다. 김영삼의 아들 김현철이 구속된 것도 바로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이 성공한 여파였다. [본문으로]
  5. 달리 말해 자본가계급은 노동계급을 억눌러 지배함으로써만 자신의 지배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자신들의 현실적 권력이 노동계급의 (암묵적이든 아니든) 복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노동계급이 잉여노동 제공을 거부한다면 저들이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현실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되지만, 실천으로 구현하려면 좀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본문으로]
  6. 장기 관점에선 득표력에도 더 이득인 것이다. 진보정당의 득표가 는다고 자동으로 세상이 좋아지는 건 아니며 그래서 선거주의(표 만능주의)에 빠지면 안 되겠지만, 득표의 성장 자체는 진보·개혁 대중에겐 일시적 자신감을 줄 수 있으므로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7. 그 대가는 단지 선거에서 독자 후보를 못 내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책과 정치 노선 자체가 우경화하게 된다. 내가 다음 둘째 제안에서 다루려는 게 바로 이 문제다. [본문으로]
  8. 어감상 최소공배수를 비유어로 많이 쓰긴 하나, 내가 볼 땐 최대공약수가 더 적확한 비유인 듯하다. 100(좌파)과 10(민주당)의 최대공약수는 10이다. [본문으로]
  9. 이 시도는 이정희 대표 체제에서 더 목적의식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온건하게 바뀔 당 강령 개정안은 아마 내년에 개최할 정책 당대회에서 통과될 것이다. 지금처럼 자주파 지도부가 이정희 대표를 계속 추수한다면 말이다. [본문으로]
  10. 여기서 주요 고려 사항은 민주당이 동의해 주냐 였을 것으로 본다. [본문으로]
  11. 정부(산업은행)는 상하이차와 비슷한 성격의 인도 마힌드라 사를 쌍용차 우선 매각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본문으로]
  12.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13. 진보적 보건의료운동 진영에서도 전 국민 1만1천 원 인상 운동에 반대해 정부와 기업주들의 부담을 늘리는 1백만원 상한제 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본문으로]
  14.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만 10년을 넘긴 당원이지만, 이 당에서 활동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 라는 근본적 의문을 품게 된다. 사실 앞서 지적한 최근 민주노동당의 문제점들은 내가 굳이 당원이 아니더라도 마땅히 비판해야 할 문제들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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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28 재보궐 선거 결과는 ‘민주당 중심의 묻지마 반MB 연합’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한나라당은 원래보다 네 석이 늘었다. 이명박의 심복들인 이재오와 윤진식이 모두 당선했다. 반면, 민주당은 세 석이나 줄었다. 

투표율과 득표율 등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은 위기감 속에서 결집한 반면 반MB 정서는 결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반MB 정서가 줄어들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각주:1]

이명박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도 4대강 사업과 친기업 반민주 정책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온갖 추태와 막말까지 쏟아져 나왔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과 차명진의 최저생계비 관련 ‘황제 식사’ 발언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몇몇 해외 공관은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교민들에게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고 협박했고,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야당 찍은 젊은이들은 북한으로 가라’는 막말을 했다. 천안함을 계기로 한 북풍도 계속됐고 한미전쟁동맹도 동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 

시늉

이처럼 반MB 정서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패배를 면하고 오히려 성과를 낸 것은 개혁과 진보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반MB의 대안으로 제시된 민주당 후보를 찍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잘해서 그 당을 찍었다는 사람은 2.4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젊은 층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찍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계속 투표장에 나올 마음이 싹 달아나게 행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 은평에서 민주당이 ‘왕의 남자’ 이재오의 대항마로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인 것은 고사하고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었다. 

장상은 8년 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도 그의 총리 취임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부패한 특권층 후보들과 차별점을 찾을 수 없는 장상은 반MB 정서를 대변할 수 없었다. 

충주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후보와 ‘반MB’ 단일화를 했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참여당의 민주연합 사람들에게 전혀 대안적 연합이 되지 못했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친기업 반민주 정책들에 단호하고 일관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싸우는 시늉만 하면서 이런 쟁점을 선거 득표에 이용하려는 태도만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소속 고창군수의 성희롱에 눈감은 민주당은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4대강에 찬성하는 전남도지사 박준영을 또다시 공천해 연임하도록 한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4대강 반대 선거”라고 부른 것도 위선이었다. 

심지어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민주노동당에게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결국 지방선거 때 이명박 심판을 위해 민주당에 투표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재보선에서는 그런 열의를 가질 수 없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패배로 불신 받는 ‘구 집권당’임을 증명했다.

존재감

이런 민주당과 묻지마 반MB 연합을 하자는 노선도 실패했다.  

서울 은평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친 채 민주당의 반MB 범야권 단일화에만 매달렸다[각주:2]

그 결과 ‘수도권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이정희 신임 대표의 말과는 반대로 서울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정치의 존재감은 더 취약해졌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외면하는 바람에 진보 후보로 나선 사회당 금민 후보는 5백 표도 얻질 못했다. 

광주 남구에서 44퍼센트나 득표하면서 선전한 오병윤 후보의 ‘민주당 심판론’이 충분히 먹히지 않은 것도 민주노동당이 전국적 차원에서 민주당의 아류로 비춰진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서울 은평과 광주 남구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지면서 진보적 대중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럼에도 오병윤 후보의 선전과 치열한 양당 구도 속에서도 박인숙 후보(인천 계양)와 박승흡 후보(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가 각각 7.6퍼센트와 6퍼센트를 얻은 것은 민주당이 아닌 진보 대안을 바라는 대중적 정서를 가늠케 한다. 

결국 ‘반MB 대안’의 내용이 문제인 것이다. 

내분과 위기로 치닫던 이명박 정부는 7ㆍ28 재보선 결과를 한숨 돌리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사모가 이재오 낙선 운동을 벌인 것이 보여 주듯이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분열은 계속될 것이다.

이재오는 2008년 총선 때 이상득 불출마를 권유한 사람들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불안정한 경기 회복이라는 정치 위기의 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각주:3]

따라서 진보진영은 하반기 이명박 정부의 공세에 맞설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 ‘묻지마’ 반MB 민주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으로 투쟁과 선거에서 (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 대안을 구축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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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7호 | 발행 2010-07-31 | 입력 2010-07-29

  1. 다급해진 청와대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를 재개했고, 이재오는 당의 지원 없이 선거운동을 치르며 동정론에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강용석을 즉시 제명했다. [본문으로]
  2. 기반과 득표력이 미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잘못이지만, 자꾸 민주연합 쪽으로 쏠려가 그런 종파적 제안의 명분을 만들어 준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다. 특히, 이정희 신임 대표는 선거 내내 은평 선거에서 진보 후보 단일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3. 정치적 불신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년이 넘게 격투를 벌이며 형성된 반MB 흐름이 제2차 친서민 행보에 달가와하거나 새삼 속지는 않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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