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특히 민주당)에선 최근의 MB 측근 수사가 레임덕의 징후라기보다는 박근혜 대권가도에 걸림돌을 미리 제거하는 수준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검찰 수사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고 말 것이니 기대할 것도 더 압박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냉소적 관측은 박근혜가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와 연동돼 있는 듯하다. 총선에서 보인 우파 결집을 과장해서 보는 것. 이젠 이명박을 공격해도 크게 소용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향도 엿보인다. 


불법사찰 등을 다루는 최근 여러 연합체에서 ‘이명박 퇴진 요구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며 투쟁을 회피하는 발상도 부분적으로 이런 시각에 영향을 받는 듯하다.


이런 시각이 우세한 것을 보면, 우파 지배자들의 민주당 길들이기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검찰의 시도가 박근혜의 대권가도 다지기 성격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것은 상황의 모순을 놓치는 것이다. 이것이 대중의 공분을 산다면 박근혜가 이명박과 차별화(숙청) 과정에서 우파가 분열할 수도 있다. 


저축은행 건은 부정 문제 뿐아니라 피해자 대책, 부동산 정책, 가계대출 정책 등 경제 향방을 놓고도 분열을 낳을 수 있다.


만약에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이 일부에게나마 먹혔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반MB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즉 사람들은 더 급진적인 정권 심판을 바라는 데 야권연대를 대표한 민주당은 도리어 거기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다.  


오히려 강력한 정권심판론, 반우파 투쟁이야말로 박근혜의 말뿐인 쇄신을 더 초라하게 만들 것이고, 제주해적기지와 한미FTA, 이명박근혜 공천 등에서 드러난 우파 동맹의 본질을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그리 될수록 박근혜는 더 날카로운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압력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패배적·음모론적 시각은 오히려 우파를 돕는다. 저들이 한 몸이라면서도, 둘 다를 공격 못 하는 것은 총선 패배감과 민주당의 집권 과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른바 ‘반MB 진영’의 이런 무기력과 유약함 속에서 우파들은 다시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을 소재로 진보진영에 대한 포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물론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사태는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서도 별개의 자기 정화 과정으로 다뤄야 한다) 


이를 소재로 야권연대 분열 공작을 펼치면 민주당에서도 야권연대는 유지하되, 무게중심은 중도화에 두는 쪽으로 가려는 힘이 강화될 수 있다. 최근 국회선진화법의 합의 통과는 이런 징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본질은 소수파 진보정당을 배제하며 원내 교섭단체들인 기성 양당의 합의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노무현 비자금을 다시 터뜨릴 수도 있는데, 민주당 왼쪽에서 야권연대에 환멸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민주당을 더 움츠러들게 할 것이다. 


이것은 우파가 바라는 바다. 정치지형을 전반적으로 우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주적이 이명박이냐 박근혜냐 하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선거주의적 발상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명박과 박근혜 모두 문제이고, 우리 편이 물렁하게 나올수록 우파의 분열 위기가 진보 마녀사냥 속에서 봉합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중요한 시기에 진보가 적전 분열하고 있는 것이다. 자체 선거 부정 문제 해법과 별개로 당권파를 비롯한 당내 주요 세력이 연립정부를 목표로 하는 문제가 내가 지적한 정치적 약점들을 진보진영이 극복하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등을 모두 공격하려면 [민주당을 의식하는] 야권연대의 관점이 아니라 일관된 진보적 관점에 서야 한다. 특정인을 넘어서 반우파 정치투쟁을 벌여야 하고, 그 방식은 거리 시위와 노동자 파업들을 연결하는[각주:1] 투쟁적 방식이어야 한다. 



단결 그 자체가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림처럼 효과적인 단결이 돼야 한다. 민주당 중심이 선거심판론으로 단결하는 것은 계급적 이해관계가 달라 효과적인 단결이 될 수 없다. 이번 총선이 맛보기로 보여 준 결과이기도 하다.



  1. 도심 거점 농성을 결합해도 좋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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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쇄신’이 사기극이었고, 새누리당의 본색이 “완전 극우”(강금실)라는 게 거듭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29일 야당 추천 몫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조용환 후보 인준을 부결시켰다. 진보적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천안함도 ‘북한의 공격이 맞다’는 사람인데도 ‘정부 발표를 확신’하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은 것이다. 또 박근혜는 “이번 총선이 [FTA 폐기를 막을] 구국의 결단이 돼야 한다”며 독려하기 시작했다.

‘1퍼센트만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자신들의 핵심 기둥으로 삼고 나선 것이다.

어리석게도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제 와서 “새누리당의 쇄신쇼를 너무 믿었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니 ‘보수 삭제’니 하는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은 처음부터 집권당 붕괴 위기를 수습하려는 시간 벌기에 불과했다. 정권재창출은 이명박과 박근혜 공동의 목표다. 박근혜는 정권의 측면 지원도 필요하고, 새누리당 분열도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표를 얻으려면 이명박과 단절한 모양새를 내야 한다. 쇄신을 하자는 박근혜 비대위가 이명박 정부 실세들에게 ‘스스로 물러나 달라’고 애원해 온 것도 이런 모순 때문이다.

정강·정책과 당명을 바꾸면서 ‘좌클릭’ 시늉도 했다. 우익 변호사 전원책은 이런 박근혜에게 “이제 보수의 적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잠깐의 사기극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비대위는 조용환 부결과 한미FTA 공세를 통해 친이계를 포함한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4년 전 자기들이 보기에도 수구 부패라고 내친 미래희망연대(친박연대)와 합당을 했고, 이제는 이회창의 자유선진당과 총선 연대를 논의하려 한다.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은 영입 1순위다. 용산참사 살인주범인 김석기, 농민 시위 살인진압과 철도노조 탄압 주범인 허준영도 버젓이 새누리당 예비 후보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전통적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최근 이명박의 반동 시도와도 연결돼 있다.

이명박은 26일 “학교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공개 독려했다. 그 뒤로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가보안법 등 공안 탄압도 확대되고 있다.

청소년, 이주자, 범죄자, 좌파 활동가 등을 속죄양 삼아 사회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경찰력 등 권위적 통제 강화를 정당화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려는 전형적 수법이다.

이런 시도는 마치 199010월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권위주의 공안 통치를 다시 강화하려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기층의 불만과 분노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듬해 강경대 열사 사망 후 ‘5월 투쟁’의 역풍을 맞고 도리어 공안 통치를 주도하던 내각이 붕괴했다.

그러나 지금 타협적이고 모순된 민주통합당이 주도하는 야권공조로는 박근혜와 이명박의 반격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힘들다. 일부 NGO 개혁 인사 영입과 정책(실천은 아직 아니다) 일부 좌클릭으로 지지도는 일시 올랐지만, 당장 “여당일 때는 한미FTA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박근혜의 논리에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진보진영만이 FTA를 두고 우파에 맞서 분명하고 일관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야권연대는 진보진영의 주도성과 대중투쟁 건설에 종속돼야지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주도 속에 부패, 빈부 격차, 노동 탄압에 대한 분노가 이명박 정부에 대항한 총체적 항의로 발전하도록 투쟁을 건설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99퍼센트의 요구를 쟁취하는 길이고,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

☞ 이 글의 보충 설명은 여기로

클릭하시면 커집니다. 지난해 말에 만든 인포그래픽인데, 카메룬 다이아몬드 등을 이미 지적하고 있죠. ㅋ


모든 비리와 의혹은 이명박으로 통한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친박계 이혜훈은 “싱가포르를 주목하라”고 기자들에게 강조했다.

BBK 실소유주 기업으로 의심받는 다스가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는 것이다. 다스는 이명박의 형 이상은이 대주주고, 아들 이시형이 근무한다.

이제 다스에 대한 국세청과 검찰의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범죄인 인도 협정도 맺어져 있지 않다. 즉 도곡동 땅과 BBK를 잇는 다스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상득의 맏아들 이지형도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권이 바뀌면 권력형 부패가 드러날까 봐 두려운 MB 일가가 의혹의 핵심 근거지들을 빼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만하다.

지금 이지형이 일하는 BRIM이란 회사는 이상득 연루설이 나오는 CNK1천만 달러의 대출을 받는 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NK 주가조작 사건 발각 후 <조선일보>조차 이명박·이상득 형제의 자원외교 전반에 의혹을 제기했다.

자원외교 과정에서 오고간 돈들과 이상득의 괴자금의 연관성도 의혹의대상이다.

지금 악취를 풍기고 있는 이상득, 박희태, 최시중은 모두 이 정권의 최고 실세그룹인 옛 ‘6인회’ 멤버들이다. 이들이 특권을 위한 입법과 부당거래를 위해 받아 챙기고 돌린 돈들이 지금 문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각종 의혹 사건에서 온통 비서와 보좌관들 수준에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분통터지는 일이다.

깃털이 아니라 몸통을 수사해야 한다. 권력형 부패의 정점에는 바로 이명박이 있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75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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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ㆍ28 재보궐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출마한 선거구는 모두 네 곳이다(표 참조). 이 진보 후보들을 지지해 이명박 정부의 우파 정책들에 반대하는 진보적 목소리를 분명히 보여 줄 때다.

 선거구  진보 후보
 서울 은평을  사회당 금민(민주노동당 이상규는 사퇴[각주:1])
 광주 남구  민주노동당 오병윤(진보신당ㆍ국민참여당ㆍ창조한국당과 단일화[각주:2])
 인천 계양  민주노동당 박인숙
 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  민주노동당 박승흡

네 후보 모두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진보 대안을 주장하며 완주하고 있다.

사회당 금민 후보는 부자들의 불로소득에 세금을 무겁게 매겨 전국민 기본소득과 무상의료를 이루자고 말한다. 민주노동당 오병윤ㆍ박인숙ㆍ박승흡 후보들도 부자 감세와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해 그 돈으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고 강조한다.

네 후보 모두 진보적 정책을 내놓고 있고 기성 주류 정당 후보와는 다른 진보 정치인으로 활동해 온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반MB 진보 대안

7월 24일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6ㆍ2 지방선거 때] 야당 구호에 친북 성향 젊은이들이 다 넘어갔다”며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가 유지되지 못한다.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 하며 대놓고 막말을 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6ㆍ2 지방선거 패배 후 찾아 온 레임덕 위기를 여론 무시 전략으로 돌파하기로 작심했다는 증거의 하나일 것이다.

이미 이명박은 6ㆍ2 선거 패배에도 4대강 공사를 독려하고 의료민영화 등 온갖 반서민 정책들을 강행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바 있다.

게다가 ‘4대강 전도사’ 이재오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윤진식 등 이명박의 심복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그래서 이번 재보선에서도 진보적 유권자들은 강력한 반MB 정서를 표출하고 싶어 한다. 남는 문제는 진보적 유권자들이 어떤 반MB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다.

그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와 반민주주의 정책을 일관되고 철저하게 반대하지 않는 민주당은 진정한 반MB 대안이 될 수 없다[각주:3].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문제 삼는 민주당은 정작 자기 당 소속 전북 고창군수의 성희롱은 못 본 척하고 재공천해 당선시켰다. 횡령 혐의를 받는 강성종을 보호하려고 한나라당과 협력해 방탄국회를 열어 온 것도 민주당이다.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제에 속시원히 반대하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지역 내 가장 큰 방해 세력은 민주당이 다수파인 전북도의회다.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민주노동당에게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비교해서 형 못지 않은 아우 같은 행태를 보이는 민주당 후보보다 네 명의 진보 후보들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은 우선 ‘반MB 진보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에 반대해서 더 급진적인 대안을 바란다는 증거일 테니 말이다[각주:4].

둘째,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할 수 없이 더 노동계급 친화적인 진보 후보들의 의미 있는 득표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ㆍ반민주 정책에 맞선 대중행동 건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셋째, 진보 후보들이 상당한 지지를 얻을수록 포퓰리스트 후보들이 말로나마 진보적 언사를 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고 포퓰리스트 후보가 만일 당선되면 그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기가 더 용이해질 것이다.

넷째, 진보 후보들에게 던지는 표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이 후보들이 더 많은 표를 얻을수록 그 미래를 앞당길 수 있다. 광주 남구에선 단지 미래를 기대한 투자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은평을

그럼에도 서울 은평을에서 이명박의 오른팔이라는 이재오를 꺾으려면 범야권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들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재오를 꺾겠다며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이지도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다. 8년 전 대통령 지명을 받고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장상은 이화여대 총장 시절에도 대표적 친일파의 이름을 딴 김활란상(賞)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행여라도 이재오가 당선한다면 이런(반MB 정서를 결집시킬 수 없는] 후보를 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각주:5].

그래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반MB 진보 대안’을 내놓지 않고 반MB 범야권 단일화로 달려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은평에서 후보를 양보했는데도 정작 광주에서 색깔론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반미 낙인찍기가] 해도해도 너무 하”지만 “민주당 장상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또’ 다짐했다.

이상규 후보는 “장상이면 어떻고 천호선이면 어떻고 이상규면 어떠냐. 모두 다 반이명박 반이재오 전선에서 한몸, 한 몸뚱아리 아니냐”며 스스로 진보정당의 존재 의의를 깎아 내렸다.

이상규 후보는 야 3당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대표 경력을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선택하기까지 했다. 진보정당이 선거에 출마해 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묻게 만든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이상규 후보는 묻지마 범야권 단일화에 쓰는 에너지의 1백 분의 1도 진보 후보 단일화에 쓰지 않았다. 야3당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진보의 가치와 정책 반영이 논의된 것도 아니다.

물론 사회당 금민 후보도 이상규 후보가 사퇴해야 단일화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로 진보 후보 단일화를 어렵게 한 것이 사실이다[각주:6].

그럼에도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치고 민주연합 한 방향으로만 달려간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은평을에서는 진보신당과 진보적 지식인 ㆍ활동가들의 지지[각주:7]를 받는 사회당 금민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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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6호 | online 입력 2010-07-27


  1. 민주당 장상과 국민참여당 천호선과 단일화 논의 끝에 사퇴. 장상 선거운동을 하고 다닌다. [본문으로]
  2. 여기에 국민참여당이 낀 단일화라고 문제 삼는 부류도 있는데, 실제로는 처음부터 민주노동당 중심의 단일화였다. 국민참여당은 은평을 고려해 깎두기 후보를 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선을 그으며 진보 양당이 손을 잡은 게 이 단일화의 핵심이며, 나머지 당의 참여가 진보 정책의 후퇴를 가져온 것도 아니다. [본문으로]
  3. 자격 뿐 아니라, 능력도 안 된다. 더는 민주당 중심의 반MB 단일화가 바람을 불러오기 힘들 것이다. [본문으로]
  4. 가능하면, 한나라당-민주당의 표차보다 진보 후보들의 득표가 많은 게 미래를 위해 더 좋다. [본문으로]
  5. 이 때문에 은평 지역 단체들도 민주당의 후보 선정에 격하게 반발하며 민주당을 포함한 단일화 테이블을 만들어, 비민주당 단일 후보를 추진했다. [본문으로]
  6. 그 경계심을 표현하는 건 옳았지만, 사실상 기반도 취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무조건 후보 양보를 요구한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거부할 명분을 준 건 사실이다. 그 자체는 분명히 실수다. 사회당과 금민 지지파는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는 제안을 했어야 한다. [본문으로]
  7. 명실상부한 진보 단일 후보라 하기엔 그 지지세가 약하고 부분적인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장상을 찍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명분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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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기업천국 도시 확산할 세종시 수정안  / 세종시 관련 MB의 말바꾸기와 이박투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세종시 수정안이 연초 정국을 강타했습니다. 한나라당의 연말 날치기 무효화 투쟁마저 묻히는 듯합니다. 이 상황에서 진보는 어떤 자세로 뭘 해야 할까요.

사실 세종시는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두 계획 모두 대규모 토목공사라는 점에서 똑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균형발전 차원의 '행정부처 이전'입니다.

그런데, 전 행정부처 이전으로 균형 발전하는 데 신도시 건설이 핵심일까요. 효율성으로 따지면 그냥 기존에 이미 개발된 도시로 이전하면 됩니다. 서울의 행정부를 분산하는 게 목표라면, 대전엔 이미 제2청사가 있는데, 그 근처에 신도시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신도시를 만들면 수도권 인구가 그리 내려갈까요? 그리되면, 인구 이전이지 균형 발전은 아닐겁니다. 균형 발전하려면 현지 자영업을 활성화하고 현지 청년들을 채용해야 하는데, 이럴 때 어느 측면에서 수도권 과밀화가 해소될까요? 공무원 몇 천 명 간다고 수도권 과밀화가 해소될 리 없잖아요~

세종시가 원안대로 세워져도 수도권 인구가 그리 내려가기 보단 인근 지역의 인구를 빨아들일겁니다. 새 구심 도시가 생기면 연기군과 인근 지역 인구가 집중되면서 새 소외 지역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 세종시 원안 역시 균형 발전 목표보다 신도시 '개발' 즉, 토목공사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건설로 경기 부양하고 기업과 부자들의 투기 지역 넓혀 주기 말입니다.

특히, 지역 토호들은 이런 방식의 균형 발전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국토균형발전이 국토균형땅값올리기(그리고 전 국토의 투기대상화)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균형 발전 논리가 아파트 건설 광풍이 불어 지금 지방 도시들엔 미분양 아파트들이 널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명박의 세종시 수정안이 어느 하나라도 좋게 봐줄 구석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이건 기업 특혜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입니다. 분명히 수정안은 반대할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점이 뒤섞여 애초 주류 엘리트들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다투는 문제였던 세종시 문제가 큰 쟁점으로 부각되고, 세종시 수정안 반대 쪽으로 반mb 진영을 결집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우습게도 이명박-민주당 구도로 가던 구도가 이제는 이명박-박근혜 구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건 애초에 이 세종시 의제 자체가 저들의 의제였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진보 쪽의 의견이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종시 블랙홀은 기업이 아니라 진보의 의제와 원칙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습니다.

진보 쪽에서도 본말이 전도된 논리로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mb 진영의 묻지마 연대 정서가 이런 본말전도를 가속화하고, 그 결과로 묻지마 연대가 더 강화되는 악순환입니다.

이쯤에서 주요 진보 단체들의 세종시 관련 주장을 살펴봅시다.

민주노동당

이명박 대통령은 원형지 공급을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는 국민 세금을 재벌에게 퍼주는 특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며, 전국의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재벌행복도시 재벌특혜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1.13 대변인 논평)

강기갑

세종시 수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상최대규모의 대기업 인센티브를 통해 ‘재벌행복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재벌특혜는 형평성을 요구하는 다른 지역에 대한 특혜로 도미노처럼 번져 결국 나라 전체를 ‘재벌행복국가’로 망칠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나라 빚은 또 어찌할 것인가. 결국 서민들의 부담으로 가중되는 것이다. (1.11 의원단총회 모두발언)

고송자 전남도의원

세종시수정안이 확정 발표된다면 이미 전남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기업들 중에서도 투자유치 파기가 잇따를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게 맞지 않겠는가? ... 기업 및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한 나주혁신도시와 해남.영암 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 무안 기업도시 등은 세종시 때문에 사업추진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남도는 내다보고 있다. (1.11, <민중의소리> 기고)


진보신당 노회찬

세종시 문제는 원안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수정해버린 정부여당도 문제지만, 지금 국가적으로 세종시 문제가 핵심논란이 돼야하는가를 봐야 한다. (1.14 신년 기자회견)

심상정

지금 재벌들에게 온갖 특혜를 주면서 불러들이고 있지만 아마 차기 정권에 의해서 또 다시 뒤집힐 운명이라는 것을 기업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뭐 결국 말만 하고 실제 실행에 옮기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1.15,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조승수

세종시가 기업경제중심도시로 가면서 마치 블랙홀처럼 돼버렸습니다. 지금 땅값뿐만 하더라도 세종시 같은 경우는 36만원에서 40만원, 울산은 지금 299만원 대입니다. ... 이런 조건에서 울산에 투자하기로 한 삼성이나 한화 같은 기업들이 투자 여력의 한계를 느껴 울산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1.13 울산 KBS <아침정보 울산> 라디오 인터뷰)


한국진보연대

정부의 세종시 수정은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만들 수도 없을뿐더러, 전국의 모든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죽일 것이다.(...) 중앙부처 이전 백지화는 10개의 혁신도시, 8개의 기업도시 추진 동력을 정치적으로 완전히 소진시킬 것이며, 정부가 ‘파격적’으로 제시한 각종 특혜 때문에 그나마 지지부진 ‘추진’되던 혁신도시, 기업도시의 경제적 추진력도 영영 사라질 것이다. (1.11 성명서)


수도권과밀반대전국연대[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YMCA 등]

수정안은 행정도시 백지화선언, 국가균형발전 포기 선언이며 지역균형발전 자체를 부정하고 수도권을 더욱 팽창시키고자 하는 의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이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계획. 문제점: 1)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 목적 자체의 폐기  2)혁신도시 정상 추진 불가능 3)세종시 빨대효과와 지방 특화도시 고사  4)정부 재정부담을 통한 기업 밀어주기 (1.11 기자회견)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한국진보연대의 성명입니다. 도시의 신자유주의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개발 과정부터 신자유주의화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 '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의 온건 버전)인데, 세종시 수정안이 기업도시의 추진력을 망쳐서 문제라고 합니다. 한미FTA 등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에 앞장서 반대하며 헌신해 온 이 단체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성명서입니다.

(신자유주의 반대 단체가 신자유주의 논리로 신자유주의 정부를 비판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참 미스테리합니다)

진보신당의 조승수 의원이나 민주노동당의 전남도의원은 지역 토호들의 지역 개발 논리를 그대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업 유치가 우리 삶의 조건 개선에 그토록 중요한 문제라면, 도대체 기업권력을 강화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진보의 원칙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울산이나 나주의 혁신도시가 성공해도 정부 예산이 기업 유치를 위한 특혜 제공에 몽땅 쓰이고, 근로기준법이 개악돼 비정규직 채용이 보편화되고 해고가 쉬워지면, 중앙 정부의 복지예산이 줄고 공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면, 건강보험을 무력화할 영리병원이 확산한다면, 그 혁신이 진보가 바라는 대중의 삶 개선에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의 문제점은 바로 이런 신자유주의 조치 확산의 지리적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점에서 그나마 민주노동당과 강기갑 대표는 수정안 비판에선 나름 핵심을 짚었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의 문제는 늘 말이 아니라 실천이겠지요. 묻지마 반MB연대로 돌진하는. 물론, 더 자세히 보면, 기업도시와 기업특혜도시를 구분하는 도식이 엿보입니다. 그러나 기업도시 자체가 기업특혜도시입니다. 한편, 다른 논평에선 원안을 적극 옹호하고 있습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얼추 균형잡힌 지적을 했고, 심 전 의원은 날카로운 지적이긴 한데, 핵심을 회피한다는 느낌입니다. 제가 궁금한 건 진보신당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조승수 의원의 의견에 대한 두 진보신당 핵심 리더(노·심)의 생각입니다. 

주요 엔지오들이 결집한 수도권과밀호반대전국연대는 약간 공상적인 구상에 바탕해 수정안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기업도시'의 아류 버전인 '혁신도시' 추진에 적극 찬성하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이들의 공통 전제는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가 주요한 국가적 의제라는 겁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그건 공상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집적과 집중은 근본 속성입니다. 자본은 가상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 이 집중은 지리적 집중을 뜻하기도 합니다.

자본과 노동력이 도시로 집중하고 현대 산업 생산의 거점인 도시가 전근대 산업인 농업 지역인 농촌을 수탈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필연입니다. 그 결과로 도시 과밀화/농촌 공동화, 교통 혼잡, 환경 파괴, 대규모 슬럼, 주거 공간의 계급 분리, 농촌 수탈 등이 발생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도 지난 20년간 서울 인구 과밀화를 해결한다고 경기도에서 수도권 개발을 해왔지만, 결과는 서울과 경기 모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이었습니다. 호남의 저발전과 수도권과 영남 중심의 발전은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들은 자본주의와 운명을 함께 할 것입니다. 물론, 어떤 문제는 자본주의에서도 개혁적 해결을 위해 싸워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서 새 도시 건설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건 근본 문제의 형태 변경일 뿐입니다.

정리하면, 세종시 정국에서 진보진영의 주요 단체나 지도자들 상당수가 친기업적 개발 논리나 신자유주의를 수용했습니다. 독자 의제로 정국을 주도할 수 없는 진보진영의 왜소함, 반MB 연대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기업 중심 성장 논리를 일부 받아들이는 개혁주의 사고방식이 이런 우스꽝스런 결과를 낳았습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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