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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2 소말리아에서 진정한 범죄자는 누구인가
  

“아덴만의 여명” 작전 후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전력증강 계획을 앞당겨 해군 함정을 확충해 군함을 추가 파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주장했다. 

‘아덴만 마케팅’이 자극한 애국주의의 압력 속에서 해상 안전을 위해서라면 강경 대응이나 추가 파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감스럽게도 진보신당조차 “해군 선박의 추가 배치 등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다.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자는 것은 군비를 더 늘리자는 속셈에 불과하다. 인질 석방 몸값의 수백 배를 사람 죽이는 무기에 쓰자는 것이다. ⓒ사진 출처 합동참모본부




그러나 군사적 대응을 강화해서는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할 수도, 한국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도 없다. 

그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더 키우는 것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해적 사건의 30~40퍼센트는 말라카 해협과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일어났다.

그때 유엔은 아무 개입을 하지 않았고, 주변국들이 알아서 협조해 대처했다.

그런데 소말리아에 대해선 달랐다. 유엔은 2008년 6월에 각국이 함대를 보내야 한다고 결의했다. 심지어 그해 12월엔 내륙까지 진입할 수 있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서방 강대국들이 함대를 파견한 뒤인 2009년에 이 지역 해적 사건은 전 해보다 갑절로 늘었다. 2010년부터 해적 사건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해적의 활동 범위가 소말리아 연안을 넘어 인도양까지 넓어진 것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주도로 유엔이 허가한 강대국들의 함대 파견은 단순히 해상 교역로를 보호하는 것에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의 일부였다. 

특히, 미국은 2003년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WMDPSI)[각주:1]을 주도적으로 구성했는데, 이는 쉽게 말해 미국이 테러 혐의 국가로 찍은 나라들에게 군사적 해상 봉쇄를 하겠다는 것이다. 

서방 강대국들, 특히 미국은 이 지역에서 제국주의적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해적’을 빌미로 삼은 것이다.

아덴만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배들이 지나는 곳이고, 아라비아 반도의 석유가 인도양으로 나오는 바닷길목이다. 

소말리아는 미국이 알 카에다 본거지라 꼽은 예멘과 아덴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나라다. 소말리아 파견 함대는 중동을 포위하는 함대이기도 한 것이다. 

미국은 최근 아프리카에 대한 군사 개입도 늘리고 있다. 현재 미국은 아프리카 사령부를 아프리카 대륙 안에 확보하지 못한 처지다[각주:2].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경제ㆍ군사적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에게 소말리아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인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

그래서 2006년에 미국에 비협조적인 이슬람법정연맹(UIC)이 소말리아 민중의 지지 속에 내전을 끝내고 불안정과 빈곤을 해결하려 나섰을 때, 미국은 그것을 두고 보지 않았다. 

미국의 사주와 지원을 받은 에티오피아 군대가 소말리아를 침략해 수도 모가디슈를 점령했다. 미군은 폭격 등으로 이를 지원했다. 미국이 세운 괴뢰 과도 정부와 각 세력 사이 내전이 다시 시작됐다.

난민 수백만 명을 낳은 지금의 내전과 기아 상태는 순전히 미국의 개입 때문인 것이다[각주:3].

소말리아 인들이 생계형 해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도 강대국들의 책임이다. 

1990년대부터 소말리아의 혼란을 틈타 각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영해에서 불법(약탈적) 어업을 하고, 각종 폐기물을 버려 왔다. 이 때문에 소말리아의 어업이 붕괴됐다. 지금 함대를 파견한 어느 나라도 이런 행위를 막으려 한 적이 없다. 

1990년대 초반 국제구호단체들이 선진국들의 남는 식량을 마구잡이로 푼 결과, 소말리아 농업의 자생력이 오히려 파괴됐다. 이런 행위가 오히려 소말리아 식량 위기를 구조적 문제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도시에서도 바다에서도 생계를 해결할 방법을 빼앗긴 어민들은 바다로 나가 불법 어선들에게 ‘세금’을 받았다. 미국과 친미 강대국들은 이런 사람들을 ‘해적’이라 부르며 (불법 어선이 포함된) 자국 선박을 보호하겠다고 함대를 파견한 것이다.

해적의 규모가 커졌다 해도 이들을 양산하는 내전과 기아의 책임은 제국주의와 그 동맹자들에게 있다. 

소말리아 민중의 삶과 존엄을 파괴하는 제국주의 군대가 모두 철수하고 내정 간섭을 중단해야 소말리아에 평화와 민주적 재건의 싹이 피어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소말리아의 기아와 빈곤을 해결해 나갈 때 ‘해적’은 사라질 것이고 선원들의 안전도 지켜질 수 있다.

 부메랑이 될 ‘아덴만 마케팅

‘아덴만의 여명 마케팅’은 동이 채 트기도 전에 박살이 나는 듯하다. 
해양경찰청 수사본부는 7일 삼호주얼리 호 석해균 선장이 맞은 총탄 네 발 중 하나가 한국 해군의 탄환이라고 밝혔다. 
잃어버린 한 발의 총탄에 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나머지 한 발은 교전 과정에 생긴 파편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정작 해적이 쏜 게 분명한 총탄은 하나뿐인 것이다.
해경은 “새벽 시간 배의 조명이 꺼지고 링스헬기가 엄청나게 사격을 가하는 상황에서 우리 해군과 해적이 서로 총을 쐈기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정부와 군을 변호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교전 없이 해적을 제압했고 석 선장은 이미 쓰러져 있었다’는 국방부의 애초 발표와 정반대다. 
그동안 이명박은 자신이 직접 지시한 작전이 완벽히 수행됐다며 자랑해 왔다. 한나라당 대변인 안형환은 총알에 관한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게 “간첩이나 다름없다”고 호통친 바 있다. 
이 모두가 거짓이었다. ‘완벽하고 성공한 작전’이기는커녕 해적 여덟 명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인질들의 생명도 도외시한 무모한 도박이었던 것이다. 국방장관 김관진도 작전 며칠 후 기자들에게 무리한 작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대통령의 지시로 그냥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금미305호 선원들이 9일 극적으로 석방됐는데, 정부는 6~7억 원에 불과한 몸값 지원조차 거절한 바 있다.
(여당은 원칙의 승리라고 논평했지만, 협상을 맡았던 케냐 교포 김종규 씨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석방금 지불 사실을 시인했다. 석방 과정의 의문점은 ①석 선장이 위중하고 해군의 총탄에 맞은 것이 확인된 시점에서 석방, ②케냐 교포인 협상 당사자가 석방 시점에서 서울에 와 있었던 점 등이다.) 
청해부대 파병 목적 자체가 ‘선원 안전 보호’에 있지 않다.
한국 지배자들의 소말리아 파병은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에 편승해 군사력을 과시하고 자신들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려는 속셈에서 나온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에 꾸준히 참여하고 한미FTA 체결에 집착하며 “연안 해군”에서 “대양 해군”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청해부대는 미군이 유럽 여러 나라의 해군과 함께 구성한 연합함대(그 가운데 CTF-151[각주:4]) 지휘 아래서 한국 선박보다 갑절이나 많은 해외 선박을 호송했다. 한국 선박 가운데 직접 호송한 비율은 13퍼센트에 그친다. 
군사력을 대외에 과시하겠다는 한국 지배자들의 전략적 목표와 ‘레임덕 탈출’ 기회를 만들려는 이명박의 계산이 모두 무모한 군사 작전의 배경이 됐다. 
길게 보면, 한국민의 위험은 정부가 미국의 침략 전쟁을 도우러 중동에 파병한 대가다. 파병으로 도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지금 소말리아를 망친 주범이니까 말이다. 
2009년 청해부대 파병 직후 예멘에서 한국인이 표적 테러를 당한 일을 떠올려야 한다. 
한국 정부는 즉시 철군해야 한다. 


※ 이 글은 다듬고 축약해 <레프트21> 50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영어 풀네임은 Weapons of Mass Destruction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미국 주도로 여러 나라들이 맺은 협약 같은 것으로, 그 내용은 대량 살상 무기를 실을 것으로 의심되는 항공기나 화물선을 공해상이나 우방의 영해 및 영공에서 강제로 검문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북한, 이란 등을 주요 대상국으로 함. [본문으로]
  2. 현재 미군의 아프리카 사령부 본부는 독일에 있다. 그 전에 미국에게 아프리카 사령부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 중부 사령부와 유럽사령부가 분할 관할하다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2007년 아프리카사령부를 신설했다. [본문으로]
  3.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혼란과 1991년 정부 붕괴 후 내전으로 일어난 인도적 재난을 악화시킨 것은 서방 강대국들의 구호단체들이었다. 이들이 소말리아 지역 사회와 협의없이 식량을 푼 대가로 소말리아 농업은 붕괴 위기에 빠졌고, 이는 식량 위기를 가속화했다. [본문으로]
  4. 한국 정부와 해군은 대 테러 작전 함대인 CTF-150 배속을 원했으나, 같은 해역에서 대 해적 작전을 초점을 두고 한국이 파병 직전인 2009년 1월 창설된 CTF-151에 배속됐다. 그래봐야 이 둘 모두 미국 제5함대의 연합해군사령부(CMF)의 지휘를 받는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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