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탄압은 노동계급 운동을 겨누고 있다



우익과 통치자들은 진보당 지도부 일부의 사상이 북한 체제에 우호적이라는 정치적 약점을 이용해 탄압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다. 남북 통치자들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그런 정치가 눈엣가시이기도 했을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장기 집권을 위한 선거 대책 차원에서 야권연대 분열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전혀 혁명적이지 않은 진보당을 사상 탄압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진보당이 노동계 진보정당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노동운동이 급진적 정치사상과 만나 기존의 지배질서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종북·내란’ 운운 호들갑을 떨며 본보기를 삼으려 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보안법과 형법 제90조를 이용해 사상 탄압은 급진적 정치사상들을 노동운동 안에서 고립ㆍ격리하려는 박근혜와 우익ㆍ통치자들의 시도의 하나다. 특히, 궁극적으로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이 노동운동과 만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다.


그런 점에서 종북, 친북 같은 것은 사실 90퍼센트는 빌미다. 이번 재판에서도 검찰과 재판부는 북한과 연계됐다는 점은 정작 거의 다루지 않았다. 검찰은 1심 구형에서 “북의 지령이 없더라도 독자적 정세판단 후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실제로 북한과 관계가 없거나 북한 체제를 혁명적으로 비판해 온 사회주의자들도 이 법들의 처벌 대상이 돼 왔다. (이 글이 나간 후 북한에 비판적인 옛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지도부 출신들이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상 유죄를 확인 받았다. 다행히 집행유예이긴 하지만 말이다. 1990년대에는 북한을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라고 규정한 ‘국제사회주의자들’이 10년 동안 1백 명 넘게 구속된 바 있다.)


이것은 저들이 처벌하고 옥죄려는 것이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뜻이다. 사상과 표현, 결사의 자유는 자본주의의 오물에 맞서야 하는 노동계급에게는 필수적인 수단이다.


칼 마르크스의 말처럼, 사상이 수백만 대중을 사로잡아 물질적 힘이 될 때, 진정으로 그 위력을 발휘한다. (자본주의의 이윤을 생산하고 따라서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노동운동이 이렇게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고 지배자들은 사상의 자유 자체를 가로막고 탄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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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무죄 — 드러난 ‘사상 재판’의 실체

사상 탄압 중단하고 관련자들을 무죄 석방하라




8월 11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 음모” 사건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내란 음모 혐의는 무죄로,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상 이적 혐의는 유죄로 선고했다.


서울 고등법원 형사9부는 내란 음모의 주체라 할 “RO” 조직의 실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음모의 주체가 없으니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증명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은 내란을 실제로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증거를 재판에서 내놓지 못했다. 2013년 5월 12일 회합 ‘녹취록’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총 8백여 곳을 위조한 것이 드러났다.


재판부의 판결은 박근혜 정부의 “내란 음모” 소동이 사실은 정치적 마녀사냥일 뿐이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내란 음모”로 잡혀갔는데 내란 음모의 증거가 없다면, 구속자들은 모두 무죄 석방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피고인 측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도 재판 후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지하혁명조직 RO가 존재한다, 그리고 조직원들이 사전에 준비 행위를 했다, 폭동을 모의하기 위해 모였고, 내란을 합의했다는 것이 [내란 음모와 선동죄 기소의] 핵심적인 기둥이었는데요. 내란음모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4개의 기둥에 대해서 [2심] 재판부는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다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내란 선동도 무죄로 봐야 [합니다.]”(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


그런데도 재판부는 내란 선동죄와 국가보안법은 유죄라고 판결한 것이다. 결국 구속자들은 2~9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 판결대로라면, 비공개 모임에서 토론했을 뿐인데 이것이 살인보다 중한 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합 참석자들이 이 의원과 상명하복 관계에 있고 발언에 적극 호응한 점 등을 보면 참석자들이 가까운 장래에 내란 범죄를 결의ㆍ실행할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구체적 ‘행위’가 없어도 참석자의 ‘내심의 목적’을 추정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이 재판이 개인의 정치 사상(내면의 양심)을 단죄하는 ‘사상 재판’이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선고 결과만 봐도, “RO”의 실체 여부는 진정한 쟁점이 아니었다.


박근혜와 이 나라 통치자들은 노동운동 일부의 친북사상을 마녀 사냥하고 처벌함으로써 경제ㆍ안보 위기 속에서 고조될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저항을 분열시키고 위축시키려 한 것이다.



우익의 압력에 순응한 사법부


내란 음모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굳이 형법상 내란 혐의에 유죄를 유지한 것은 재판부가 박근혜 정부와 우익의 압력을 판결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형법상 내란죄로 좌파를 단속하려는 행정부의 의도에 한편이 된 것은 사법부 역시 통치자들의 일원으로 체제를 수호하는 데서 한마음이라는 방증이다.


현재 한국의 우익과 지배자들은 세계 자본주의 위기에서 비롯한 경제와 안보 위기감 때문에 갈수록 신경질적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 계급지배 질서를 유지하려고 자유민주주의라는 외양이 일부 훼손되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핵심 증거들을 기각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3권 분립을 내세운 통치기구의 일부로서 대중에게 존재(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RO”의 실체와 내란 음모 혐의는 검찰의 증거로는 도저히 입증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짝퉁 박정희” 정권의 유신 흉내는 ‘유신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유신 스타일’일 뿐이라는 것이 이번 판결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노동운동이 마녀사냥에 그다지 위축되지 않고 민영화와 고통전가에 맞서 곳곳에서 싸워 온 덕분이기도 하다.


결국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는 것을 드러냈다. “RO” 조직을 전제로 논리를 세운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도 정당성이 크게 훼손됐다. 이 판결대로라면, 정부는 순전히 진보당의 강령과 활동만을 놓고 위헌 정당임을 증명해야 한다. 정치 사상 탄압이라는 본질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은 세월호 참사, 의료 민영화 등 각종 개악과 고통전가 공세에 맞서 파업과 거리 투쟁 등 더 투쟁적 저항을 해야 할 때다.


(다음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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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패배의 흔적을 지우려는 박근혜의 도발




박근혜가 지방선거가 끝나기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이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박근혜는 지배계급의 정치ㆍ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여권이 패배한 선거 결과를 무시하기로 결심한 듯하다.


박근혜는 6월 10일 의료민영화 조처를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이 아니라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척 시늉하기도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효과를 국민들이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지속하라고 독려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계획도 같은 날 발표했다.


역시 같은 날 철도공사는 민영화 반대 파업과 1인 승무 저지 투쟁 등을 이유로 1백95명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철도 민영화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세월호 참사에 항의하러 청와대 앞으로 가려던 행진을 원천 봉쇄하더니 결국 69명을 연행했다. 일부에겐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11일에는 경남 밀양에서 고압 송전탑 공사 강행을 위해 경찰 폭력을 휘둘렀다. 대부분 70대인 어르신들, 수녀 등 신체적 약자들 수십 명을 끌어내려고 남성 경찰 2천여 명을 동원했다.


이런 조처들을 상징적으로 모아서 보여 준 것은 극우 논객을 국무총리 후보에, 공작정치 전문가를 국가정보원장 후보에 지명한 일이었다. 연이어 발표한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개편에서는 강경 신자유주의자들과 공안검사 출신이 중용됐다.


그러나 박근혜는 정치적 난관에 봉착해 있다


민영화, 규제 완화, 저질 일자리 확대, 복지 삭감, 노동운동 탄압 등은 박근혜 정부의 존재 이유다. 그것이 경제 위기 속에서 우파 지배자들이 똘똘 뭉쳐 박근혜를 지지ㆍ지원한 이유다.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가 언제 한국 경제를 덮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들의 조급함은 더 커져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약화도 미국 중심의 정치·경제·군사 질서 속에서 경쟁력 향상을 추구해 왔던 한국 지배자들에게 당황스런 상황이다.)


최근 김용판(국가기관 대선 개입) 무죄 판결이나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직 박탈 대법원 판결은 이런(위기감에 따른 조급함과 신경질적 여론 단속) 지배계급의 정서가 부분적으로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선동 의원의 의원직 박탈한 대법원을 규탄한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민일영)가 6월 12일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2011년 11월 새누리당이 한미FTA 국회 비준을 폭력적으로 통과시키려 할 때 국회의장석에 최루탄을 터뜨린 일이 유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FTA는 기업주들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자와 민중의 권리를 제약하는 친기업ㆍ반노동 협약이다. 그것은 농촌 구조조정도 획책한다.


따라서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의 지지를 받아 당선한 진보정당의 의원이 한미FTA를 막겠다고 행동한 것은 정당한 일이다. 또한 그것은 상징적 퍼포먼스 수준의 행동이었다.


살인ㆍ폭력 진압이라면 뒤지지 않는 이 나라 통치자들이 이 정도를 두고 ‘무법천지’ 운운하며 의원직을 박탈한 것은 가증스럽고 짜증나는 일이다.


KBS 파업 승리


그런데 이런 고통전가 드라이브가 여태 본격 시동을 걸지 못한 것은 조직된 노동운동이 버티며 저항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기업 규제 완화를 말하면서 한 말, ‘쳐부술 원수’는 본질적으로 조직노동운동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근혜의 공세는 선거를 의식해 미뤄 오거나 저항 때문에 지연돼 온 우파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이제는 실행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선거 승리에 따른 자신감 때문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박근혜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 같은 노동계급 전반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쟁점에서는 노골적으로 우파적으로 나오질 못한다.


선거 다음 날 의결된 KBS 이사회의 길환영 해임제청안에 박근혜는 군소리 없이 서명했다. 새누리당은 유가족의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요구를 말로는 수용한 상태다.


KBS 파업 승리는 벌써 효과를 냈다. 은 11일 “일제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창극의 과거 교회 강연을 특종 보도했다. 밀양 진압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런 현상들은 (공세로 가려는) 박근혜의 앞길에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난관이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아래로부터의 도전이 거세지면, 집권당 내분이 조기에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문창극 망언 보도 이후, 각계 여론은 물론 집권당 안에서도 총리 후보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와 세월호 선원 재판이 시작된 것도 정부에겐 부담이다.



노동운동이 작업장과 거리에서 저항에 앞장서자


보건의료, 철도, 공공부문 노조들이 박근혜의 신자유주의 공격에 맞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금속노조도 통상임금 등으로 임단투를 준비하고 있다. 새물결인 삼성전자서비스, 케이블방송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투쟁에 나서고 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의 주 동력도 조직 노동자들이었다. 작업장 투쟁들과 세월호 참사 항의가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처럼 경제 위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직 노동자들과 싸워야 하므로 박근혜는 강성 우파, 신자유주의, 친박 등의 세박자 코드 인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박근혜와 맞서는 데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할 세력은 역시 조직 노동자들이다. 노동운동 스스로 자신의 힘을 총동원해 박근혜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드라이브에 맞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1996년 김영삼 정부처럼 노동계급 전반을 동시에 공격하다가는 일반화된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때처럼 지배계급이 대처 방법을 놓고 분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이 제대로 저항 태세를 갖춘다면, 박근혜는 칼자루를 쥔 게 아니라, 칼날 위에 선 처지가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통치자들에 대한 계급적 분노를 끌어올린 지금, 노동운동은 노동계급 고유의 (즉, 착취에 저항하는) 방법을 사용해 싸워야 한다. 즉, 자본주의적 우선순위와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노동계급 고유의 경제적 힘을 발휘하는 투쟁(파업)을 벌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 같은 계급 문제도 적극 항의해야 한다. 6월 말 총궐기가 하루 행동에 그치지 않고 노동계급의 파업에 기반한 투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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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재판

자유민주주의의 낮은 기준도 지키지 않는 마녀사냥 중단하라




11월 12일 내란음모 의혹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국가정보원의 녹취록 왜곡이 2백72곳이나 되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전수행”이 “성전수행”으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는 “전쟁을 준비하자”로, “전쟁 반대 투쟁을 호소”는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로 바뀌었다. 


국정원은 “의도가 있거나 왜곡을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양심의 자유를 무시하는 자들이 자신들의 양심은 그냥 믿으라니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이런 부실한 증거들을 가지고 법무부는 ‘RO’가 통합진보당의 지도그룹이라며 위헌 정당 해산 청구까지 했다.


결국 지금으로선 경찰 첩자 구실을 한 자가 제공한 동영상ㆍ음성 파일, 증언이 검찰이 유죄라고 내놓은 거의 유일한 증거다. 이는 국정원의 핵심 방식이 침투와 파괴 공작이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내부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전 국정원장 원세훈) 


침투 공작은 직접적으로 운동과 조직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 내부에 불신과 공포, 회의감을 조장해 간접적 파괴 효과도 낸다. 야비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비도덕적 수단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국정원은 개인의 곤란한 사정을 이용해 교활한 협박과 매수로 첩자 구실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저들이 침투 파괴 공작을 해서라도 단죄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일부 지도자들이 친북 사상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진보당 자체는 의회민주주의의 규칙을 따라 선거를 통한 집권을 추구해 왔다. 이른바 RO 모임이 열린 지난해 5월경 진보당의 실제 강조점도 평화운동 건설에 있었다.  


그러므로 정부가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리고 진보당을 위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활동의 위법성 이전에 특정한 사상(양심)을 문제 삼는 것이다. 이 재판을 사상의 자유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사상 재판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이는 또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구속자들이 즉각 석방되고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재판의 진정한 쟁점


아무리 한계와 흠이 많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일지라도,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이든 친북 사상이든 말과 글로 표현할 자유를 허용해야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이 재판에서 ‘RO’의 실체나 조작 여부는 진정한 쟁점이 아니다. 내란이든 친북이든 내놓고 토론할 자유도 없는 사회를 어찌 민주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자유주의적일 수도 없다. 


최소한의 형식적 자유를 보장해야 자유주의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노동계급의 사상과 표현, 결사의 자유 보장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마녀사냥식 재판에서 유린되고 있는 것은 단지 입증되지 않은 친북 사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들 그 자체다.


박근혜의 우익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일부 훼손하는 것은 그들이 자본주의 계급지배 질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비롯한 경제ㆍ안보 위기 때문에 우익 통치자들이 더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퇴행이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무사 통과되기가 그냥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그렇기를 바라야 한다. 


결국 이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탄압이 궁극으로 겨누는 것은 계급지배 질서에 도전하는 사상과 운동들이다.



※ <레프트21> 116호에 실렸습닌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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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신청 ②

왜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문제 삼았을까 



법무부는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활동이 모두 ‘체제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첫째, 진보당과 그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활동 대부분이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는 근거를 들이댄다. 일심회, 왕재산, RO 등이 모두 북한 지령의 전달 통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심회와 왕재산은 법원조차 그 조직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판결한 바 있다. 또한 본 재판이 시작도 안 한 RO의 기소 혐의를 근거로 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모는 것은 근대 사법의 제일 원리인 판결 확정 전 무죄 추정 원칙도 내팽개친 것이다. 


또한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등이 북한의 주장과 비슷하다 해서 종북으로 모는 것도 억지다. 우익들은 수 틀리면 ‘김일성처럼 눈코입이 다 있는 걸 보니 종북’이라고 할 자들이다. 


이런 요구들은 북한과 아무 연계가 없는 시민·사회단체들도 미국의 간섭과 냉전 반공주의 독재에 반대해 자주적으로 제기해 온 역사적 요구들이다. 


무엇보다, 진보와 노동운동의 자주적 활동을 북한 지령에 따른 것으로 매도하는 것은 근본에서 노동계급의 자주적 사고와 실천 능력을 부정하는 엘리트적 발상이다. 


설사 일부 좌파가 북한 지배자들의 사상에 동조했더라도 그들이 북한 지배자들처럼 특권적 지배층으로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므로 그들과 같게 취급될 수 없고, 또한 그런 사상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에서 허용돼야 한다. 


둘째, 법무부는 탄압 대상이 되는 사상과 활동을 ‘체제 부정’으로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무부는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나라’라는 표현이 국민 주권 원리를 위반했고, “소수의 특권계층의 정치적 특권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도 ‘우리’ 체제의 부정이라고 주장한다. 


소수 특권을 배척하자는 것이 ‘우리 체제’의 부정이라니, 법무부는 현 체제가 일하지 않고 남의 노동에 기생하는 소수 특권계층의 지배체제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까. 그들이 시장 근본주의 체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금지옥엽처럼 아끼는 이유를 알 만하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범죄의 당사자임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정부와 집권당이 국민주권 운운하는 것도 후안무치다. 이론상으론, 의회주의 다당제를 채택한 나라의 선거는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마당이니 말이다. 


노림수


사실 진보당의 사상과 강령, 활동이 일관되게 노동자·민중의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진보당 부설 진보정책연구원 박경순 부원장은 9월 <진보정치>의 진보당 강령 해설 논평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반대·배격하는 이념이 아니라 … [그] 이념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자는 것”이고, “자주·자립경제는 자본주의 자주자립경제체제”라고 규정한 바 있다. 


미국과 일본에 경제적·지정학적으로 덜 의존하는 자유민주주의로 바꾸자는 수준인 것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헌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이 진보당 강령을 위헌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증언하고 있다. 


진보당 지도자들 다수의 실천에 관해 말하자면, 패권주의 방식과 초계급적 민중주의 전략이 문제가 돼 오긴 했지만, 의도 면에서 보면 노동자·민중 운동의 건설과 전파에 헌신해 왔다. 또한 그동안 선거적 방식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활동에 주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법무부가 ‘노동자·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사상과 실천을 문제 삼는 것은 좌파 단속이라는 이 사건의 노림수와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종북, 간첩 등의 구호들은 본질을 흐리는 마녀사냥일 뿐인 것이다.


사실 자유민주주의가 형식상 다수결 원리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인구의 다수인 ‘노동자·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이라는 사상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진정한 모순은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이 헌법 제1조가 표방한 국민 주권의 원리와 오히려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회의 현실은 계급으로 날카롭게 분열돼 있다. 즉, 1퍼센트 소수 특권층이 다수 대중을 체계적으로 지배하는 계급사회다.  


그래서 국민주권은 현실에서 기껏해야 4년이나 5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선거 때 보통선거권의 형태로 보장될 뿐이다. 그런데 이 보통선거로는 법무부가 보호해야 할 헌법적 가치라고 표방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인 “경제권력(사유재산권)”에 대해서는 손도 댈 수 없다. 


애초 국민주권은 봉건 왕권에 대항해, 재산을 가진 부르주아지들에게 권력이 있다는 것을 천명한 원리다. 한편에선 봉건 왕권에 맞서 부르주아지들이 대중을 동원하려고 내놓은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국민주권’ 사상은 그 형식과 그 실질 내용 사이의 모순 때문에 우파 정부도 국민주권 사상을 자신의 무기로 삼을 수 있는 한편, 지배자들의 반대편 대중에게도 사상적 무기가 되곤 한다. 


2004년 이후 대중적 촛불운동이 번질 때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가사로 한 노래가 대표곡이 돼 왔다. 물론 이는 현실에서 국가의 실질적 주권, 즉 권력이 대중에게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법무부가 ‘국민주권’ 사상을 계급 지배 논리로만 해석해 좌파를 단속하려 하는 것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이런 모순적인 국민주권 사상이 아니라, 소수 특권계급이 독점한 정치·경제 권력을 혁파하고 노동자·민중이 권력을 가지는 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비할 데 없이 민주적임을 알아야 한다. 


작업장과 지역에 기초한 노동자 권력은 진정한 다수 대중의 통치로서 지금처럼 대중을 기만하고 억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소수를 위해 전쟁이나 환경 파괴 산업, 국정원 따위의 탄압·협박 기구에 사회의 부와 인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기존 지배자들이 이런 사회 변혁에 대항해 벌일 저항이 분쇄된다면, 이런 민주적 사회는 더는 억압적 국가기구를 필요로 하지도 않을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시도는 바로 이런 민주적 변혁 사상에 대한 토론과 상상의 자유를 막으려는 것이다.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계급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지배자들의 반민주 작태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 <레프트21> 115호에 실린 글에 한 문장을 보태며 살짝 다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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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신청 ①

낡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좌파 단속과 반민주 폭거 



집권 반 년 만에 각종 복지공약 파기와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으로 강성우파의 발톱을 드러낸 박근혜가 또 하나의 반민주 도발을 했다.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것이다.


진보당은 대표적 진보정당으로서 지난해 총선 정당비례에서 2백19만여 명의 지지를 받았다. 국회의원도 여섯 명이나 된다. 총선 뒤 우여곡절 끝에 분당한 것을 감안해도 적어도 1백만 명 남짓에게서 지지받는 정당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당을 대통령과 장관들 열몇 명과 헌법재판관 6명이면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라면서, 우파 정부의 이데올로기 기치에 맞지 않는다 하여 [대중적 지지까지 받는] 자유로운 정치결사체를 맘대로 없앨 수 있다는 식이다.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게 얼마나 기만적이고, 평균적인 자유민주주의조차 못 되는 반민주적 특권 질서인지 알 만하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까지 허용해야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은 경제 위기를 앞두고 좌파 단속을 위한 선제 조처며, 반민주 폭거다. 새누리당이 연이어 ‘국민주권주의’에 반하는 강령을 가진 시민사회단체들을 해산시키는 법을 내놓겠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박근혜는 이런 야만적 탄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대선 개입 의혹에서 딴데로 돌리고, 우파 결집과 정국 주도권 회복을 노린다.


또한 해산청구는 이석기 의원 등 ‘RO’ 사건 재판부에 유죄 판결을 압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꾸로 ‘RO’ 사건 재판부의 유죄 판결은 통합진보당 위헌 판결을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이 8퍼센트로 적지 않게 득표한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내핍 정책에 대한 불만이 왼쪽으로 수렴되는 것을 미리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선거 전략 측면에서 보면, 해산청구는 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했던 민주당을 압박하는 전술이기도 하다. 


M16


한편, 현 정치 상황을 ‘유신 회귀’ 또는 ‘공안정국’이라 보기는 힘들다. 좌파 일부가 법적 배제와 협박을 받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매주 서울 도심 촛불집회와 여러 활동이 큰 제약 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적 상황은 박근혜의 유신 스타일 통치가 유신 체제를 곧장 만들어낼 수 없다는 분석의 올바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다.(사회적 세력관계상 박근혜의 스타일이 뜻대로 관철될 수 없다는 모순) 


예를 들어, 김기춘이 검찰총장으로서 주도한 1989년 공안정국 때는 경찰에게 저항하면 발포하라고 일선 경찰서에 M16 소총이 지급됐다. 한동안 신문 1면은 연일 민주화운동의 지도적 인사들에 대한 체포와 구속 소식으로 채워졌다. 현대중공업 파업 등에 내전을 방불케하는 폭력 탄압이 벌어졌다.(노동자들의 저항도 당연히 격렬했다.) 1천5백여 명이 해직된 전교조 탄압도 바로 이 때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고 상당한 조직력이 있는 진보당 해산을 헌법재판소가 섣불리 결정할 순 없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헌법재판소는 정치·사회적 세력관계의 추이를 살피며 판결을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정부와 집권당은 헌법재판소법 제57조 가처분 조항을 이용해 진보당 활동 일시정지 가처분이라도 하라고 법원을 압박하려 할 것이다. 


지금 노동운동은 이런 공안정국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박근혜의 의도와 모순을 직시하면서 위축되지 말고, 좌파 단속 시도 일체에 항의·규탄해야 한다. 아울러, 자신의 계급적 요구를 가지고 진정한 대중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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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노동ㆍ정치ㆍ연대’가 출범했다. 노동ㆍ정치ㆍ연대는 노동정치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만든 중앙추진체다.


연석회의에는 공공운수현장조직(준), 노동자교육기관, 노동자연대다함께, 노동자정당추진회의, 노동포럼, 전국현장노동자회, 혁신네트워크 등 7개 단체가 가입해 활동해 왔다. 노동ㆍ정치ㆍ연대는 전국에서 더 많은 단체와 개인들의 가입을 받을 계획이다.


이들은 노동기본권과 고용안정 보장, 민영화 중단, 보편복지, 한미FTA 등 신자유주의 경제협정 폐기, 노동악법ㆍ반민주악법 폐기 등 노동계급의 당면 문제 해결을 기본 과제로 내놓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 진보정치의 분열로 ‘각개 기어가기’가 노동조합의 투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그것은 또, 공식 정치에서 진보정치의 존재감을 왜소화시켰다.


이런 상황에 비춰 보면, 민주노총의 전ㆍ현직 지도자들과 노동운동가들이 모여서 노동계 정당을 재건해 노동자 정치운동의 사분오열 상황을 극복하자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날 출범식에 권영길ㆍ단병호ㆍ이수호ㆍ임성규ㆍ신승철 등 민주노총 전ㆍ현직 위원장들과 정의당ㆍ노동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것도 노동자 정치운동의 단결 염원을 보여 준 것이다.


물론 걸어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진보정치 운동의 분열이 남긴 정치적 상처가 아직도 심하기 때문이다. (※ 물론 아직은 역량상 당장 당을 만들어내는 수준의 활동을 할 수는 없다. 단체와 취지를 알리는 것과 함께 아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연계한 공동 선거대응 협의틀을 만드는 게 당분간은 주된 활동이 될 듯하다.)


그럼에도 노동ㆍ정치ㆍ연대의 출범은 노동운동 내 주요 지도자들이 진보정치의 분열과 그로 말미암은 주변화를 극복하려고 나서기 시작했음을 보여 준다.




배신의 역사?



한편, 이런 재편과 단결을 위해서는 옛 민주노동당 등 정치세력화 운동의 최근 과거를 공정하고 정직하게 평가하는 일도 중요할 테다. 


그런데 일부 좌파는 민주노동당과 제1기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역사를 지도자들의 온통 배신으로 점철된 역사로만 평가한다.(이런 평가에 따르면 노동·정치·연대의 출범도 과거의 재탕일 뿐이다.) 


물론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은 노무현 정부와 일부 노조 지도자들의 배신에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또, NL계 지도부가 ‘묻지마 야권연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한 것도 잘못이었다.


그러나 ‘올바른 대중과 배신적 지도부’라는 구도로만 사태를 설명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이런 관점으론 우여곡절 속에서도 2007년 무렵까진 선진 노동자들 속에서 이 당이 성장했고, 또 선거적 성공이 노동자들의 정치적 자신감을 고무하기도 했다는 점을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배신적 지도자’론은 개혁주의를 지지했던 대중을 결국 수동적 허수아비로 보는 일종의 엘리트주의로 빠질 뿐이다. 올바른 강령으로 무장한 좌파가 우파 지도자들을 제거하고 지도권만 잡으면 노동운동의 정치적 약점들이 바로잡힐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종파주의와 선전주의로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개혁주의는 배신과 음모로만 설명할 수 없다. 개혁주의는 체제 안에서 겪는 노동자들의 소외, 즉 자신들이 사회를 집단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경험과 생각에 기초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개혁주의를 벗어나 혁명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종파적ㆍ선전주의적 태도가 아니라 개혁을 위한 투쟁 속에서 대중 자신이 자신감과 조직을 구축해 가는 과정 속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좌파가 대중과 교류하며 실천 경험 속에서 올바름을 입증해 가는 끈기 있는 노력과 과정이 필수적인 것이다.


바로 이런 과정을 회피했기 때문에, 2000년대 내내 민주노동당 바깥에서 그저 선전주의적 비판에 주력했던 일부 좌파들은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 분당 후에 생긴 정치적 공백을 노렸던 일부 좌파들의 실험이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험뿐 아니라 그 바깥 좌파의 경험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 레프트21 115호.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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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정치공작 실체와 우파 균열 

총체적 反박 전선이란 이름에 감춰진 문제점 



□ 반박근혜 계급연합이 필요한가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범국민야권연대”를 제안했다.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NGO들이 연합하자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는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이를 환영했다.


물론 강성 우파 정부 아래서 제한된 조건부 전술 연대가 불가피하게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전략적 연대라면 다르다. 그것은 바로 민주당이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이들과 맺는 계급연합은 오히려 우리 편(노동계급과 진보운동)의 요구를 삭감하게 하고 투쟁을 자제하게 만들어 오히려 해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은 이미 이명박 정부 아래서 연립정부까지 염두에 둔 민주당 중심의 선거연대를 추구하다가 독자적 투쟁과 요구마저 종속되는 실패를 겪었다. 


당시 진보운동 지도자 다수는 민주당과의 연합을 위해 노동운동의 요구 삭감하고 계급투쟁 방식을 회피했다. 결국에는 민주당과의 연합을 위해 진보를 분열시키기까지 했다.


정치 양극화 상황에서 진정으로 왼쪽의 목소리를 대변할 세력이 약해지면서 박근혜의 우파 결집을 뒤흔들 수도, 복지·경제민주화라는 거짓 사탕발림도 폭로할 수 없었다. 투쟁마저 종속시킨 계급연합 ‘전략’은 선거에서마저 실패한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게다가 ‘MB만 아니면 된다’는 논리로 김종인, 이상돈 등 MB 비판적 보수주의자들을 띄워주다가, 이들이 박근혜 캠프로 가면서 박근혜만 포장해주는 미련한 짓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정원 대선개입 촛불이 기회를 놓친 것도 민주당에 의존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작 민주당은 장외투쟁 시늉만 하다가 얻은 것도 없이 국회로 들어가버렸고, 지금은 문재인의 박근혜 비판 성명까지 만류할 정도로 못난이 행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열과 온건화로 약화된 진보정치 세력은 박근혜의 약점과 민주당의 무능을 전혀 성장의 기회로 삼지 못하고 있다. 


한편, 야권연대에서 배제된 통합진보당도 나름의 “총체적 반박근혜 전선”론을 내놨다. <민중의 소리>는 사설에서 “민중의 대오가 결합하고, 야당과 종교계가 힘을 합치게 된다면 1987년의 국본을 능가하는 한층 위력적인 민주수호 범국민연대가 건설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민중운동의 구실을 더 강조하기는 하지만, 이 주장 역시 민주당과의 계급연합 결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듯이 계급연합, 즉 계급 화해 방식으로는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1퍼센트 부패우파의 계급 이익을 지키려고 등장한 박근혜 정부의 공세를 막을 수 없다. 


<민중의 소리>가 예로 든 1987년 당시에도 보수 야당들은 거리 항쟁의 급진성과 애써 거리를 두려 했었다. 개헌 등을 다룬 정치협상에서 당시 민중항쟁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선 노동운동은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싸움에 나서야 한다. 이런 투쟁이 박근혜를 압박하는 것으로도 민주주의 유린, 경제 위기 고통 전가의 몸통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광범한 민중의 불만을 대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총체적 정치 공작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동력도 만들 수 있다. 


이런 균형있는 관점에 서야 민주주의 투쟁, 복지 확대 등의 염원과 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투쟁, 고용안정 등 노동자 투쟁이 결합될 수 있다. 그래야 박근혜를 내세운 1퍼센트 통치자들을 진정으로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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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취임 반 년 만에 ‘존재의 이유’를 확실히 과시하고 있다. 박근혜는 917일 반박근혜 진영에게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도 협박했다.


재벌과 부자들, 국정원과 검·, 조중동 따위들만 “국민”이자 “국정동반자”로 여기는 박근혜의 이 말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주먹을 휘둘러 답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926일 검찰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형법상 내란 음모·선동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심지어 통합진보당의 해산청구까지 밀어붙이려 한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 국정원이 정치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기도 하다.


23일에는 고용노동부가 15년간 합법노조였던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겠다고 압박했다. 저항에 밀려 몇 달 미뤘던 밀양 송전탑도 10월부터 강행하겠다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KBS <추적 60>을 징계하려 한다.


심지어 국정원게이트 진실의 10분의 1이나 캤을까말까 한 수사조차 못마땅해 검찰총장 채동욱을 찍어냈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괘씸죄’ 탓일 게다.


이런 정치적 반동 속에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20만 원 기초연금 공약을 철회한 것도 모자라 도리어 국민연금 가입 노동자들이 손해를 보는 개악안을 내놨다. 반값등록금, 고교의무교육, 무상보육이 모두 같은 운명이 될 처지다.


이런 복지 후퇴를 재정 부족 때문이라며 호시탐탐 노동자 증세를 노리면서도 “법인세는 높이지 않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는 것이 박근혜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을 합법이라고 판정해 노동자들을 우롱했다. 철도 민영화, 노동자 증세, 공공부문 임금 삭감 등 각종 개악 조처들이 줄줄이 발사대에 올라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린 828일에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과 만나 “국정 동반자”라며 손을 잡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박근혜는 권위주의 체제의 통치 이념이던 “반공”과 “성장”을 국가적 기치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싶어한다


이는 반공 국가주의를 앞세워 ‘보수대연합’을 공고히 하면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북핵 위협론 등을 활용하며 쇼비니즘적 애국주의도 조장하려 한다.(간만에 국군의 날 퍼레이드가 대규모로 치러지는 것도 시사적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집권당 실세 김무성이 “역사전쟁”을 선포하고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우파정권이 집권해야 한다”며 우파 결집을 호소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실 역사·경제 교과서의 ‘좌편향’을 10년 전부터 문제 삼아온 선구자는 바로 재벌 총수들 모임인 전경련이다교육부에 시정 요청을 줄기차게 한 것으로도 모자라, 2006년에는 ‘경제교과서’를 자체 발행했다. 교학사 책의 베타 버전 격인 2008년 ‘대안교과서’ 제작을 후원한 것도 전경련이었다. 


이들은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자본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사람들을 ‘세뇌’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자신들이 한국 자본주의를 만들고 지배해 온 방식, , 친일과 독재, 부패와 초착취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한국사를 새로 쓰고 싶어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런 책을 교과서로 인정해준 것도 모자라 뉴라이트 역사왜곡 대장격인 유영익을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위안부=해외 취업’이라고 말하는 자다.


요컨대,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은 보수화하고 있다.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의 성장으로 쟁취한 민주적 권리들을 공격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시도와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가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런 반동의 진정한 의도와 함께 그 약점과 모순도 봐야 한다.


노동운동의 조직은 여전히 건재하고, 복지 먹튀와 노동자 증세 사기극은 광범한 불만을 낳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에서 보듯 저들 내부에서도 반동의 속도와 강도를 놓고 갈등이 있다. 측근이라던 진영이 제발로 친박 진영을 이탈한 건 박근혜에겐 불길한 징조다.


반공주의의 부활이 반공국가의 부활은 아니라는 것이고, 지나친 낙관과 비관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적 차이를 넘어 함께 힘을 모아 민주적 권리를 방어하는 대중투쟁 건설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복지 후퇴, 노동자 증세, 밀양 공사 강행 등에 밎선 분노들이 한 데 모이도록 정치적 초점을 제공하려 노력해야 한다. 백기투항하듯이 국회로 복귀해 박근혜 돕는 결과만 내고 있는 허약한 민주당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바로 이 과제들에서 운동이 약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의 공격에 제대로 맞서려면 우리 편의 분열과 약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과제들은 자본주의 우선순위에 도전할 태세가 돼 있는 좌파들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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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은 9월 25일과 26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형법상 내란 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와 이적표현물 소지 등 혐의로 기소했다.[각주:1] 


그러나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발표는 국정원의 구속영장 내용에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한 달에 걸친 구속 수사로도 밝혀낸 게 없는 것이다.


검찰은 이른바 ‘RO’ 조직이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비밀 지하혁명 내란 조직이라고 했지만, 정작 ‘RO’를 반국가단체로 기소조차 하지 못 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구속, 기소, 압수수색을 한 모든 기준이 RO 모임 참석·가입 여부였는데 말이다.


새로 추가된 증거는 친북 표현물들인데, 이는 오히려 국가보안법적 사상 탄압의 성격만 확인해 줄 뿐이다.


이런 것들은 ‘내란음모 사건’의 본질이 왜곡·과장된 반공 국가주의 마녀사냥이고, 이 사건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우파 정권의 정치 재판이라는 걸 확인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법리적으로는 무리로 보이는 이 재판의 희생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란 조직의 실체도 제대로 못 밝혀내면서도 이런 억지 기소가 가능한 것은 형법의 내란죄 조항들이 국가보안법 못지 않은 악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26일 오후 2시에 한 것도 치사한 짓이다. 이날 오전 박근혜의 기초연금 공약 먹튀 뉴스의 비중을 줄여 보려는 꼼수다.


사건을 터뜨린 때부터 수사결과 발표 시점까지 죄다 각종 개악 등의 물타기에 써먹고 있는 것이다. 또, 국정원은 국내 정치 개입과 수사권 보유가 정당하다고 시위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정견의 차이에도 함께 힘을 모아, 반공주의 마녀사냥에 반대하며, 정치사상과 표현·결사의 자유를 위해 일관되게 싸워야 하는 이유다



  1.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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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한 이정희 후보를 비난하는 우파

99퍼센트의 입을 막으려 하지 마라




“지지율 0.7퍼센트 후보에 휘둘린 TV 토론”(<동아일보>)

“판 깨러 나온 지지율 0.2퍼센트 후보”(<조선일보>)

“이정희가 다망쳤다” (<한국경제>)


12월 4일 18대 대선 TV 토론회를 마치고 난 뒤, 우익들이 광분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우익들의 지도자인 박근혜를 그로기 상태가 되도록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선대위 대변인 박선규는 “소중한 자리를 실망의 자리, 어쩔 수 없는 탄식의 자리로 만들어 놓았다”고 불평했는데, 실망과 탄식의 주인공이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도자가 속절없이 모욕당하는 걸 지켜 본] 1퍼센트 부패 우파들이라면,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우파가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까지 해가며 감추려 했던 지배계급의 추악한 실체와 가려왔던 악행들이 너무도 속시원하게 똑똑히 폭로됐기 때문이다.  



<한겨레> 만평.



이정희 후보는 토론 시작부터 기성 정당 후보들이 외면하는 진정한 노동계급의 의제들을 거론했다. 쌍용차 해고자 투쟁,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용산 철거민 참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 한미FTA 폐기 등.


특히, 발끈한 ‘행동하는 앙심’ 박근혜가 ‘애국가’ 논란으로 역겨운 색깔론 공격을 폈을 때, 이정희 후보의 반론이 압권이었다.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각주:1], 누군지 알 것이다. 한국 이름 박정희. 해방되자 쿠데타로 집권하고 한·일협정을 밀어붙였다. 뿌리는 숨길 수 없다.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한미 FTA를 날치기 통과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먹고서 애국가만 부르면 용서가 되는가.”[각주:2]


또, “전두환 정권이 박정희가 쓰던 돈이라며 6억 원[각주:3] 줬다고 스스로 받았다고 했지 않은가, 당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던 돈 아니냐”고 일갈한 것도 훌륭한 폭로였다. 연타를 맞고 멘붕에 빠진 박근혜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얼떨결에 해야 할 정도였다.


이정희 후보는  “재벌과 권력의 유착이 권력형 비리의 핵심”이라며 “삼성 장학생이 참여정부 집권 초기 장악했다는 말 있다. 삼성장학생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고위직에서 제외시킨다는 약속을 하라”고 문재인도 압박했다. 


이런 이정희 후보의 활약은 2002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TV 토론에 나와 “한나라당은 IMF당, 민주당은 정리해고당입니다. 한나라당은 부패원조당, 민주당은 부패신장개업당입니다” 하면서 지지를 얻었던 일을 떠오르게 한다. 


당황과 분노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이정희 후보가 “남쪽 정부”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또 종북 색깔론을 펼쳤는데,  자신들도 지난해 6월 2일치 사설에서 “남쪽 정부”란 표현을 세 번이나 반복한 것이 드러나면서 꼬리를 내려야 했다. 


결국 새누리당과 우파의 광분은 “첫 대선 TV토론의 주인공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라는 <PD저널>의 긍정적 평가를 거꾸로 확인시켜주는 것일 뿐이다.


이정희 후보가 대변한 진보 의제와 통쾌한 폭로는 사실 왜 독자적 진보정치세력이 필요한지 보여 준 훌륭한 증거라 할 수 있다. 또 진보세력이 의회나 선거 연단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범 사례를 보여 준 것이다. 


그날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없었다면 쌍용차, 현대차, 강정의 억울함과 분노를 누가 대변할 수 있었겠는가? 억눌리고 빼앗겨 온 99퍼센트의 목소리를 어디서 들을 수 있었겠는가!


다카기 마사오


토론회 직후에 “다카키 마사오”와 “전두환 6억”이 검색어 1,2위에 오른 것은 이런 폭로와 비판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겨레> 정영무 논설위원은 이를 두고 “당연히 모든 유권자의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그만큼 드러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고 옳게 지적한다. 정 위원의 평가대로 “점령군에 장악된 방송의 마이크를 잠시 탈취한 잔 다르크 … 이정희 후보는 이미지를 조작하는 바보상자와 그 배후세력에 진실의 어퍼컷을 날린 것”이다. 


이는 박근혜가 우파 결집에 충실하면서 명실상부한 보수대연합 후보로 서고, 안철수의 압박으로 문재인이 오른쪽을 기웃거리면서, 밋밋하고 재미 없는 선거로 가던 대선 국면에 새로운 활기가 생겼다는 뜻이다. 


주류 후보들이 제대로 자신들을 대변하지 않는 것 때문에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냉소 속에서 대선에 흥미를 잃어가던 젊은 세대가 ‘다까끼 마사오의 딸이 여왕으로 등극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반우파 정서의 청년 세대가 “여자 1호는 여자 2호가 무섭다”, “6억씩이나 받고는 오빠가 다 늙어서 29만 원으로 산다는 데 돌봐주지 않나?”는 식으로 박근혜를 비꼬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라.  


바로 이런 효과 때문에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15퍼센트 후보만 TV 토론에 나오게 하자는 속칭 “이정희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역겨운 제안을 전광석화처럼 하고 있다. 2차 TV토론에서는 ‘환경’ 주제를 슬쩍 빼버렸다. 4대강과 핵발전으로 공격받을까 봐 선수를 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대형마트 규제 법안 등에 굼뜨기 그지 없고 가로막기 급급했던 것과 천양지차다. 날치기 속도전이라도 펼치려는 것인가. 자기 지도자를 보위하려고. 쓴소리 막으려고 법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 마인드야말로 ‘유신 마인드’ 아니겠는가.(오죽하면 3자 출연 TV 토론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우파 뿐 아니라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진영의 일부조차 이정희 후보의 활약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예컨대, <한겨레> 사설은 “이 후보의 거친 토론 방식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의 효과를 거두었다”며, “유력 대선주자 두 명이 … 진검승부를 벌이는 미국 대선토론회를 … 언제까지 부러워하고만 있어야 하는가”라며 진보 후보의 TV 토론 배제 압력에 호응하고 있다. 


유시민은 “거친 표현”이 “정상적이진 않았다“며 “이런 방식이 과연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얼마나 떨어뜨릴지 의심스럽다”며 <조선일보>가 기특하게 여길 말만 골라서 하고 있다[각주:4]


이미 박근혜의 높은 지지율이 보수대연합의 결과로 형성돼 있는데, 새삼 보수층 결집을 걱정하는 것은 우습다. ‘박근혜 쪽이 사실은 몰래 좋아하고 있을 것’이란 것도 말이 안 된다.


눈이 있다면 지금 우파가 답답하고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라는 것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지금 보수 대결집으로 형성된 박근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반우파 청년들의 열정을 불러일으켜 이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우파와 박근혜에 대한 이정희 후보의 날선 공격이 문재인의 존재감을 약화시켰다는 비난도 우습다. 공평하게 시간이 주어지는 토론회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면, 자기 탓을 해야지, 누구 탓을 하나. 


사실 문재인의 박근혜 비판과 대안이 별 새롭지도 않고, 날카롭지도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재인은 박근혜와 덕담이나 주고 받다가 이정희를 오른쪽에서 압박하기도 했다. 


토론회 다음날 <리서치뷰>와 <오마이뉴스> 조사를 보면, 문재인 후보 지지층의 30.8퍼센트가 이정희 후보가 가장 토론을 잘 했다고 지목했다. 문재인이 자기 지지자조차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이정희 후보의 박근혜 공격으로 박근혜가 이기기 쉽던 대선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들이 강요한 명망성과 엘리트주의적 품격론의 룰 따위에 얽매이지 않은 덕분이다.) 


이정희 후보도 유시민 세력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주도하는 등 진보의 정체성을 훼손하던 때가 아니라 독립적인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했을 때,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새겼으면 한다. 


이정희 후보가 다음 토론 때는 이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맞고 있는 쌍용차, 현대차, 용산, 강정의 절절한 목소리와 피눈물을 더욱 생생하게 전하며, 박근혜를 또 한 번 ‘멘붕’시키기를 기대한다.


※ <레프트21> 온라인 기사로 살짝 축약해 실렸습니다. 추가 박스 기사도 있으니 방문해서 보세요. 

바로가기 


  1. 박정희에겐 일본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육사로 편입할 때, 더 일본식인 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새 일본 이름을 썼다. [본문으로]
  2. 솔직히 한국은 국민의례가 지나치다. 웬 스포츠경기를 보러가서도 국민의례를 해야 하는 건지, 아는 사람 손 들어보시라. [본문으로]
  3. 박정희의 비밀 금고에서 나온 돈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4. 유시민은 본인이 야권 단일 후보로 나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점잔 빼다가 김문수에게 졌다. 유시민이 사실상 지휘한 노무현 고향 김해을 재선거서도 김태호에게 졌다. 1997년엔 김대중필패론을 책으로까지 내며 조순을 밀었다. 이미지와 달리 유시민의 판세 분석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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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제 성장 지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규제보다는 경제 활력을 고취해야 한다, 개별 기업 노사 문제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


118일 박근혜를 만난 전경련, 경총 등 경제5단체 회장들이 던진 말들이다. 박근혜에게 5년 전 기조인 ‘줄푸세’(신자유주의적 우파 정책 기조)로 돌아가라는 요구다.


박근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경제 민주화’ 구호가 “특정 대기업 때리기, 기업들 편가르기 [등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며 해명했다.[각주:1] 이런 식으로 박근혜는 우파 기득권 세력과 만남을 이어가며, 더 분명한 어조로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파 신문 <세계일보> 주최 안보 심포지움에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보수 기독교 아성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서 “우리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만큼 발전시킨 것도 교회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아부했다.


레임덕인 이명박의 내곡동 특검 방해도 새누리당의 엄호 없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갖 낡은 보수세력들이 박근혜 지지로 결집하고 있다. 선거법 등을 이용한 진보진영 재갈 물리기도 벌어지고 있고, NLL 문제로 국정원장을 고발하는 등 꼼수도 자행되고 있다.


여러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 박 캠프에서는 이한구(대우), 김광두(현대차 사외이사), 현명관(삼성), 김성주(대성) 같은 재벌그룹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정몽준도 선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허울 뿐인 ‘국민대통합’ 가면을 벗고서 ‘1퍼센트 보수 대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우향우의 배경에는, 반우파 정서의 벽 앞에서 좌절한 박근혜의 선거 책략 뿐아니라, 주류 지배자들의 커져가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계경제 위기 확산 국면에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유럽 수출은 16퍼센트나 줄었다.


따라서 지배자들은 저항의 섟을 죽이며 [고통 전가의 다른 이름인]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하는 마당에, 우파인 박근혜마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식으로 말하는 게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주류 지배자들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와 재집권 실패가 유력해 보였을 때는, 플랜B로서 민주당 집권을 염두에 두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보이지 않는 압력들을 동원해 [오른쪽에서] 민주당을 혹독하게 공격하며 길들이려 한 바 있다.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하지 말라는 압력도 이때 본격화됐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중도층 확보 노력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조사를 봐도, 박근혜 대세론 붕괴 후 필사적 우파 결집(보수대연합) 노력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곤 있으나 부동층 흡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전히 박근혜가 다자 대결 1위인] <한겨레> 조사에서도 60퍼센트가 ‘새누리당의 재집권’보다 ‘정권 교체’가 낫다고 답했다





그러므로 집토끼 묶는 것에 치중하는 박근혜의 우향우는 앞으로 보수대연합과 투표율 떨어뜨리기로 나아갈 것이다. 집권 우파가 믿을 것은, 반우파 정서가 표로 결집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의 실정과 약점을 이용하고, (이런 일이 가능할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만만치 않다) 진보진영을 탄압하며 폭로와 색깔론의 복마전을 만들 것이다. 당연히 투표시간 연장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새 새누리당의 공식 논평은 하루 열 건 가까이 야당 후보 비리 의혹 제기인데, 대변인을 일곱이나 둔 것이 바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한 듯하다! 14일 하루에만 네 가지 의혹을 8개의 논평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관계자는 화살 1백 발을 쏴서 그중 한 개가 맞으면 맞는 것”이라고 하는 실정이다.


요약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최근 1~2주 사이에 부패 우파 본색에 충실해지고 있는 것은 반우파 정서를 뚫기 힘든 상황에서 집토끼라도 지키자는 선거 책략에 더해 지배계급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들의 무기력 때문에 박근혜가 다시 여력을 회복하면, 국민대통합 시늉을 다시 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 박근혜가 중도 흉내가 결코 확장성의 한계를 깨지 못한다는 점이 바뀌는 건 아니다[각주:2]


2007년만 해도 그는 ’줄푸세’를 내세우며 우파 결집에 여념 없었다“제가 꿈꾸는 사회도 바로 뉴라이트가 꿈꾸는 사회와 같다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불법파업과 집단 이기주의기업은 규제 ... 이것이 우리 경제의 큰 병”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미 박근혜는 당권을 장악한 직후인 2004년 가을에 이른바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규명법·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투쟁에 ‘올인’했다. 그녀는 이 투쟁을 “국가정체성 수호” 투쟁이라고 불렀다.[각주:3]


이 투쟁을 놓고 당내 논란이 일었는데, 박근혜는 자서전에서 당시 의원총회를 이렇게 회상했다. “가장 민주적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서 대표인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 주었다.” 이것이 지금껏 10년째 ‘정당 개혁’과 ‘정치 쇄신’을 내세우는 박근혜의 ‘민주주의관’이다.


그녀의 국가관은 1퍼센트 기득권 세력을 철저하게 옹호한다는 점에서도 우파적이었다. 박근혜는 노무현의 온건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는 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며 법의 뿌리가 허물어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변했다.


박근혜는 1980년 전두환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소유주로 영남대 재단에 진입했다가 1989년 학원 민주화 투쟁 때 쫓겨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개악된 사학법으로 가장 먼저 구 재단이 복귀한 곳이 바로 영남대다


박근혜는 노무현 정부가 물러서면서 이미 2006년부터 복귀를 준비해 왔는데, 결국 새 이사진의 과반수를 임명했다. 재단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창조컨설팅과 합작해 영남대의료원노조를 무지막지하게 탄압해 노조는 지금껏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던 박근혜가 “내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는 궤변을 내뱉으며 꼴사납게도 ‘복지’와 ‘경제 민주화’ 시늉(복지 코스프레?)이라도 낸 것은 순전히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파에게 유리하지 않고, 복지와 분배 같은 진보 의제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여당 내 야당이라고 했지만 정작 18대 국회에서 이명박의 친기업·반민주·반노동 정책과 대립한 적이 없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4대강, 부자 감세에 적극 찬성했고, 쇠고기 협상 결과, 용산 사태에는 침묵했다. 최근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했다.[각주:4]


박근혜의 최근 영입 인사 중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유명해진 안대희가 있는데, 안대희는 당시 유독 박근혜의 2억 원 수수 의혹만 수사하지 않았다. 안대희와 함께 들어온 남기춘은 7인회 일원인 김기춘(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과 함께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의 원흉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본색, 집권 목표라는 건 이처럼 반동적 쿠데타와 1퍼센트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권을 세우려는 추악한 권력욕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수용해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반우파 청년세대를 결집시키지 못 하고 있다. 선명하게 변별력 있는 대안이 유력하게 부상하지 않으니, 우파에 위기가 왔는데도 지지세가 붕괴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지 미리 예측하기 힘든 선거다. 그렇다고, 개혁주의적 진보정치에 공백과 균열이 생긴 마당에 선거판 안에서 쉽사리 대안을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김소연, 김순자 두 후보도 훌륭하고, 통진당 이정희, 진정당 심상정 후보도 비진보 후보들과 대면 훨 낫지만, 후보의 성격과 자질과 득표수는 별개 문제다. 이들 모두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일부들을 각각 대표하고 있어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선거에서는 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진보진영 전체의 과제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세 후보 진영 모두 선거가 아닌 투쟁의 영역에서는 예상되는 득표수보다도 더 큰 힘과 역량,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역에서는 단결된 대응이 가능하고, 또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황이 지날수록 경제 위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방식과 속도, 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동계급에게 고통전가 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참을성이 점차 없어진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에 상황을 비춰 보면, 우파 재집권을 저지하자는 반박근혜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투표 그 자체보다는 미래의 공세에 대비해 정치적·조직적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대중투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일 없이 투표로만 주류 우파를 물리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사실 불가능하다. 그 점에서 최근 벌어진 노동자투쟁들은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권교체가 나은 일이긴 하나, 진보적 정권교체라 부를 것은 못 된다.


그래서 투표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저지를 위한 단일화 후보든, 진보 노동 후보든]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겠다. 누구에게 투표하더라도 향후 운동의 과제에 비춰 부차적 비중일 수밖에 없을 듯하므로. 


  1. 전경련 전무 이승철은 “오늘 [박근혜와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성장도 필요하다는 뜻을 보여 와 그동안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본문으로]
  2. 올 4월 총선에서 박근헤의 중도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이들은 민주당 등 야당에게도 빼앗긴 중원, 중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와 민주당 사이의 중도로 가자는 것은 야당들이 우경화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박근혜를 돕는 멍청한 짓이 되었다. 물론, 재벌과 주류엘리트에게 잘 보이려는 민주당의 본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한나라당 최연희가 ‘[여론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도대체 국가관이 있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위세를 떨치던 공안검사 출신에게 ‘국가관’을 따져 물을 정도니 박근혜의 국가관이 얼마나 우파적인지 알 만하다. [본문으로]
  4. 유일하게 이명박과 대립한 게 행정수도 문제였는데, 사실 박정희가 1970년대 말에 지금의 세종시에 포함된 충남 연기군 장기지구를 유력한 제1후보지로 놓고 행정수도 이전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박근혜의 집착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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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기 전에 다음 연결 기사를 읽기 바랍니다 : [다함께] 박근혜 패퇴와 노동운동의 전진을 위한 진보정치 연합체가 필요하다 , [차경윤] 진보정치 연합체에 대한 입장에서 군더더기로 보이는 점들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표한 “박근혜 패퇴와 노동운동의 전진을 위한 진보정치 연합체가 필요하다”는 성명은 통합진보당 사태가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의 정치적 리더십 위기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합리적인 제안을 담은 글이었다.


차경윤 동지는 이 성명에 전반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몇 가지 이견을 제시했다.


차 동지는 “참여당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여당계 평당원까지 배제의 낙인을 찍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노동자나 피억압 사회집단에 속하며 진보진영으로 견인해야 마땅하다”는 성명의 주장이 “불필요한 사족”이라고 말한다.


우선, 차 동지는 이 주장이 실질적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보는 듯하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주체였던 사람들이 대대적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소름끼치는 얼굴을 본 참여당계 출신자들의 입장에서” 새로운 진보정치 연합체라고 “매력을 느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효과는 정해져 있지 않다. 차 동지 말대로 진보정치의 도덕성과 자정 능력, 리더십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그런 외연 확대 효과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효과가 없을 거라고 해서 진보정치 연합체가 “노동자나 피억압 사회 집단”에 속한 평범한 참여당 지지자들을 미리 선을 긋고 배척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진보정치 연합체 제안은, 지금 비록 일차 초점이 노동운동 안에서 무너진 정치적 리더십을 재구축하는 문제에 있지만, 기본으로는 진보정치가 민주당·참여당 류에 실망해서 급진화하는 대중 속으로 외연을 확대해 세력을 키우려는 목적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때 외연 확대는 지난해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참여당과의 통합을 위해 노동운동과 진보정치를 분열시킨 것과 같은 계급연합 추진 노선과는 명백히 다른 것이고 달라야 한다.


노동자연대다함께가 제안하는 진보정치 연합체는, 차 동지도 인정할 테지만, 노동계급을 기성 자본가정당들에게서 떼어내 독립적인 진보정치로 단결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보정치의 외연 확대는 이런 목적에서 노동계급을 단결시키고, 더 많은 노동자와 피억압 대중을 반자본주의적 진보정치로 “견인”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내 주장에 담긴 원리는 민주노조가 진보정당 지지를 조직적으로 결정했다고 해서 조합원 자격에 진보정당 지지를 두는 게 비효과적인 것과 같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사실 ‘효과’ 문제는 진정한 쟁점은 아니라고 본다.


효과가 부족해 보이더라도, 그런 개방적 태도가 필요한 일이라고 진심으로 여긴다면, 어떻게 효과가 있도록 할 수 있을지를 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내게 차 동지의 주장은 결과적으로는 참여당계를 전면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들린다.


이에 대해 차 동지는 진보정치의 위기 때문에 “[참여당계에서] 기층이 지도부와 이반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혁명가들이 계급의식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고 인식했다면 우리는 어렵더라도 그것을 실현할 방법을 운동 속에서 배우면서 강구해야지, 그들을 “신 포도” 취급하는 식으로는 진정한 계급 정치 운동도, 조직도 구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나는 차 동지가 그런 태도를 갖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차 동지의 가정에는 특정한 정치 세력의 지도부와 기층의 지지자들을 구분해서 보지 않으려는 태도를 암묵적으로 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애초의 노동자연대다함께 성명이 표현했듯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 요직을 차지하고 각종 배신과 개악을 주도했던 유시민, 천호선 등 참여당계 리더들”과 “노동자나 피억압 사회 집단”에 속한 기층의 지지자들은 그 이념에서 동질감이 있더라도 명백하게 계급 구분선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차 동지가 이 ‘기층 지지자’들을 진보로 견인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그 과제를 제기한 문구가 ‘사족’이라고 표현한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독자 후보


한편, 차경윤 동지는 진보정치 연합체가 대선에 독자 후보를 내는데, 사퇴할 가능성을 열어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미리 그런 후퇴한 상황을 해설하는 것은 … 결과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설명이 길어져 …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과제를 절실하게 느끼게 하지 않고 느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담은 단락은 ‘미리 사퇴 가능성을 말할 필요는 없지 않냐’는 주장으로도 읽히고, ‘무조건 독자 완주가 옳다’는 것으로 읽힌다. 사실 어떤 것이든 문제가 달라지진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박근혜의 집권에 대한 반감이 강력하고, 상대적으로 진보정치의 독자적 위상이 약화된 시기에 진보 독자 후보는 그 지지자들에게서조차 처음부터 이 질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 이미 진보정치의 대선 대응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진보정치 세력의 단결을 위해서나, 박근혜 집권을 어떻게든 막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우호적인 소통을 위해서나, 독자 후보의 진퇴 여부를 미리 결론짓지 않고 열고 가는 것이 불가피하게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사퇴를 전제로 하는 것과 다르다. 노동자연대다함께는 독자 완주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구체적 상황에서 불가피한 전술적 타협의 여지를 남겨 놓자는 것이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에게는 선거나 투표가 투쟁의 한걸음 한걸음 보다 훨씬 부차적인 위치를 차지하기에 이런 전술적 유연함이 가능한 것이다.


선거에서 독자 완주도 소중한 가치고 득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이 어떤 상태에서 다음 정권을 맞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단결에 기초한 투쟁 태세를 갖출 수 있는 가장 구체적 조건을 따지는 것이 진짜 중요한 것이다.


사회주의 단체가 자신들의 전술적 제안을 하면서, 이처럼 뜨거운 쟁점에 명료한 입장을 제시한 것이 “군더더기”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출처: http://www.left21.com/article/1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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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개원 합의는 19대 국회의 미래를 미리 보여 주는 듯하다.


유혈 낭자한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 일당의 일원이던 강창희를 국회의장으로 ‘모시기’로 합의한 자들이 진보정당 의원들의 ‘국가관’을 심사하고 제명하자는 것이다. 


선거 부정 때문에 자격 심사를 한다는 핑계는 위선일 뿐이다. 이번 총선 당선자 중 82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됐는데, 압도 다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소속이다. 그런데도 입건도 되지 않은 이석기ㆍ김재연 의원만 ‘부정한 자격 취득’이라는 것은 역겨울 뿐이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돈을 주고 당원명부를 입수해 당선한 의원이 다섯 명이나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도, 이런 자들에겐 의원직 박탈의 ‘박’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이런 양 당이 나머지 합의 사항 ― 이명박 불법 사찰과 내곡동 사저 의혹 등 각종 권력형 비리에 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 등 ― 을 진지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18대 국회가 ‘이명박 거수기 국회’가 된 것처럼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초반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국회’로 만들려 할 것이다. 


물론 박근혜는 대선을 의식해 한편에서 점잔을 빼며 ‘복지와 경제 민주화 코스프레’는 계속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말과 달리 박근혜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우파 신자유주의자이자 재벌 찬양론자인 이한구를 밀었다. 대선 캠프엔, 삼성 임원 출신으로 전경련 부회장을 지내며 이른바 ‘경제 민주화 조항’이라는 헌법 제119조 2항 삭제를 주장했던 현명관을 영입했다. 


또 19대 국회 첫 입법안이라며 내놓은 법안들 중 사내하도급법은 ‘불법 사내하청 합법화 법’, ‘불법 사찰 금지법’은 ‘사찰 합법화법’이라 불릴 정도로 기만적인 엉터리 법이다. 새누리당 몫이 된 국회 문방위원장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를 도청한 한선교가 내정됐다. 


게다가 세계경제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먹구름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이명박도 7월 2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미증유의 혼란에 수반되는 위기[에서] … 재정은 국가 경제의 최후 보루 … 당장 어려움을 모면하고자 우리 후손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 … 정부와 국회는 … 국익을 위해 대승적인 관점에서 더욱 협력해나가야 한다”며 경제 위기 앞에서 국가기구가 단합할 것과 ‘재정 긴축’ 기조에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넘치는 기층의 분위기와 괴리된 19대 국회도 폴리스라인 안에서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양극화와 정치적 유동성도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다음날 이명박 정부가 허점투성이 ‘무상보육’ 정책조차 선별 지원으로 후퇴시키겠다고 발표했는데, 새누리당은 아직까지 일언반구도 없다. 통합진보당 문제엔 하루에 하나 꼴로 대변인 논평을 내던 자들이 말이다. 


사실 경제 위기 악화 조짐 속에서 전경련 등 기업주 단체들은 진작부터 19대 국회에 압력과 회유 공작을 펼쳐 왔다. 


재계 5단체는 5월말에 국회 당선자 1백여 명을 초청해 축하 리셉션을 열며 친재벌 정책을 당부했고, 최근엔 전경련이 국회의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캠프를 추진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미 5월부터 ‘통합진보당이 부정선거에 휘말려 국민적 지지를 상실한 점, 따라서 민주통합당도 '좌클릭'에 부담을 느낄 것이란 점, 새누리당 역시 ‘보수 결집’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란 점 등”을 전망하며 친재벌 입법을 위한 대국회 압박과 로비를 강화해 왔다. 


독립


이처럼 우파 정책 거수기 국회가 다시 4년 동안 반복될 조짐이 보이는 것에는 민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민주당이 이런 우경화를 막을 의지와 능력을 전혀 보여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축소 수사에 분노가 커지고, 노동자 투쟁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개원 합의를 했다. 대중의 불만을 공식 정치 안으로 흡수하려고 시도한 것인데, 의회 다수파는 새누리당이니 결국 정국 주도권을 넘겨 준 셈이 됐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 합의도 “통진당이 섞인 야권연대가 선거를 이긴다[면] … 북한 김정은 왕조와 공동정부가 수립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우파의 협박에 굴복한 것이다. (사실 늘 반복해 온 일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불법사찰 특위 위원장을 새누리당에게 내주고 4대강 청문회 요구도 포기하는 대가로 각종 개발 이권이 걸린 국토해양위원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확보했다. 


물론 민주당 지도부는 소수 야당이란 핑계를 댈 것이다. 그러나 집권당이던 15대 국회 중반부터 심지어 원내 과반수를 차지했던 17대 국회까지 민주당은 늘 우파의 반대를 핑계로 개혁 입법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려 왔다. 


그러면서 1997년 경제 공황 속에서 정리해고 등 노동악법은 소수파 여당일 때도 한나라당과 협조해 통과시켰다. 결정적 국면에는 친자본 정당으로서 본색에 충실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한 국회 안에서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의 우파 노선에 진지하게 도전할 가능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진보정당의 약체화다. 통합진보당은 총선에서 진보적 대중의 염원 덕분에 약진했지만, 내부 경선 부정이 드러나고 내분에 빠지면서 혁신도, 국가 탄압과 마녀사냥에 대한 대응도 모두 실패하고 있다.[각주:1]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마저 이런 약점들 때문에 존재감이 약화된 결과, 19대 국회는 ‘1퍼센틀 위한 경제 위기 고통전가 국회’, ‘우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친박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각주:2] 복지 재원 논쟁이 벌어질 것이고, 경제 위기 대처 방안과 대선을 염두에 둔 각축이 주요 양상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 같은 것으로 날치기 같은 우파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자기 기만이다. 이 법의 본질은 법안 처리 권한을 원내교섭단체간 협상에 집중시키며 소수 진보정당을 배제하는 것이다. 두 당이 합의하면 진보정당의 물리적 저항을 처벌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원내 활동으로는 의회 안에서 노동자들과 피억압 민중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식정치와 기층의 분위기와 괴리되면, 그동안 진행된 정치 양극화가 더 심해져 정치적 유동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는 18대 총선에서 우파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오히려 대중이 촛불운동으로 분노를 표현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대선을 코 앞에 둔 지금은 선거 심판론이 꽤 자리잡는 차이가 있긴 하다.[각주:3] 


그럼에도 최근의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투쟁 등은 기층의 반발력과 잠재력을 보여 줬다. 이 투쟁의 와중에 한일군사협정 비밀 체결 시도에 대한 여론의 반발은 정부의 사과와 후퇴를 불러 왔다. 예고되는 금속노조의 투쟁도 상당한 힘이 될 것이다.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이런 투쟁 건설의 방향을 추구하면서 진보진영이 힘을 만회하고 정치적 대안을 재정립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대중의 정서와 괴리될 국회보다 국회 바깥의 대중행동 건설을 두 우선해야 한다. 진보 정책의 ‘실현가능성’을 높인다며 정책의 급진성을 삭감하는 것은 도리어 우파의 자신감을 더 높일 것이다.  


대중투쟁의 요구를 정책과 입법안에 선명히 반영해 원내 활동이 대중투쟁을 고무하고 돕도록 해야 한다. 긴축 재정 기조에 맞서 부자 증세와 군축을 통한 복지 재원 마련을 주장하며 독립적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에 의존하지 말고 다시 불거진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반격을 해야 한다. 노동자 투쟁이 주요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게다가 연립정부 노선으로 말미암은 우경적 실용주의와 당선 만능주의 같은 잘못된 노선 때문에 신당권파든 구당권파든 새로 바뀌는 지도부 아래서 진보적 급진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혁신’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본문으로]
  2. 박근혜의 불체포특권 포기 운운은 의회를 검찰과 사법부에 견줘 그 위상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의원의 특권은 3권 분립 기준으로만 볼 수는 없다. [본문으로]
  3. 2008년 5월은 대선과 총선 직후라 시간상으로 선거심판론이 작동하기 힘든 조건이 있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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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부패 우파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 공동 발의’에 합의했다. 

두 당이 사실상 두 의원의 의원직 박탈에 합의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선거 부정으로 국회의원 자격을 부당하게 얻은 것을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패와 비리의 온상인 자들이 적반하장으로 정의를 내세우는 위선이 역겹기만하다. 

두 당은 성추행 혐의의 김형태나 논문 표절로 교수가 된 문대성 같은 자들에 관해선 의원직 박탈의 ‘박’자도 꺼내지 않는다. 스스로 찔리는 구석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새누리당은 17대 최연희와 18대 강용석 등 성추행 당사자들의 의원직 박탈을 대놓고 막은 바 있다. 강용석 제명안 표결 때는 “이만한 일로 제명되면 우리 중 이 자리에 남아 있을 국회의원이 얼마나 되겠냐”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윤리적 자격이 아니라 선출 과정에서 생긴 국회의원 자격 시비를 심사하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지금 새누리당은 당원명부가 유출돼 당내 불공정 경선 의혹이 불거져 있고, 돈을 주고 입수한 것이 분명한 당원명부의 도움으로 무려 다섯 명이 국회의원에 당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총선 당선자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백여 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을 예정인 상황에서 입건도 되지 않은 이석기와 김재연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것은 앞뒤도 맞지 않는 억지다. 게다가 이들 선거법 위반자들의 압도 다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출신 아닌가. 

이들이야말로 부패와 부정으로 정치적 기득권열 유지해 온 자들로서 국회에 들어가면 안 되는 자들인 것이다. 양 당은 왜 이런 자들의 자격심사는 논의하지 않는가. 범죄자가 범죄자를 심판할 수는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

이처럼 두 의원 제명 시도가 명분도 논리적 일관성도 없는 것은 실제 의도가 선거 부정 해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들은 ‘민주주의’와 ‘정의’에 눈꼽 만큼도 관심이 없다. 

사실 새누리당과 우파 언론들은 선거 부정 사태가 터지기 훨씬 전인 3월부터 ‘통합진보당=종북 주사파=간첩’이라는 도식을 만들어 놓고는 마녀사냥을 벌여 왔다. 

당시에 새누리당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포함된 통합진보당 당권파를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놓고 묵념하는 세력”이라고 공격했고, 이명박은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 해군기지, 한미FTA”라며 진보진영을 중상모략했다. 

총선 뒤에도 우파들은 통합진보당의 내부 경선 부정 문제를 통합진보당 ‘종북좌파’ 마녀사냥 공세의 지렛대로 삼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마녀사냥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정권 심장부의 치부와 비리를 감추는 방패막이가 돼서 우파의 숨통을 터 주는 구실을 톡톡히 해 왔다.  

지배계급 우파들은 통합진보당의 위기를 이용해 진보진영을 위축·분열시키고, 남한 국가와 체제에 순응하도록 길을 들이는 한편, 경제 위기가 본격화하려는 시점에서 앞으로 고통전가 정책에 대항하는 분노의 초점이 될 수도 있을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5월부터 ‘종북주사파가 국회에 들어가면 안 된다’며 제명 추진을 해 왔고, 이명박은 물론이고 박근혜도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거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유신 독재와 사법부조차 내란죄로 판결한 전두환 독재를 여전히 고무·찬양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국가관’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 아닌가. 

‘신군부의 막내’인 하나회 출신 강창희를 국회의장으로 임명하는 데 합의한 양 당이 무슨 자격으로 진보정당 의원들의 사상을 문제 삼는가. 

따라서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에 합의한 민주당이 마치 선거 부정 문제 때문인듯이 구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에게 두 의원을 제명하라는 우파의 압력을 전달하는 벨트 구실을 했고, 색깔론 공격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사실 늘 대선을 앞두고 ‘국가관을 검증하자’는 우파의 압력에 굴복해 온 것이 민주당의 역사다. 지배계급 주류가 안심할 만한 집권세력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서였다. 

바로 그 때문에 민주당은 “통진당이 섞인 야권연대가 선거를 이긴다[면] … 북한 김정은 왕조와 공동정부가 수립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우파의 황당한 협박에 굴복한 것이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이참에 진보정당을 위축시켜 양당 구도를 확립하는 데 더 관심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일까.

우리는 ‘종북좌파’란 이유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국회에서 제명되는 것에 반대한다. 새누리당과 우파의 위선적이고 비열한 마녀사냥을 규탄한다.

우파들이 오늘은 ‘종북’을 문제삼지만, 진보진영이 이런 비열한 공격을 묵인한다면, 내일은 진보진영에게 더 많은 것을 후퇴시키라고 요구할 것이다. 

아울러, 유약하게 우파의 마녀사냥에 야합한 민주당의 작태도 강력하게 규탄한다. 

진보적 사상과 정치 활동의 자유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은 합심단결해서 정치·도덕적 ‘무자격자’들의 국회의원 사상 검증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상 문제는 진보운동의 정치적 권리를 제약하려는 우파들의 관점이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진보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따라서 진보진영 안에서 비판적으로 토론하고 민주적으로 해결할 문제다[각주:1]

정치적 논쟁의 문제든 의원직 사퇴 여부든, 선거 부정 진상 규명과 재발 방치 대책 수립이든 모두 진보진영과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민주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일이다. 



  1. 나는 두 의원이 다른 당선자나 후보들과 함께 내부 정화 차원에서 사퇴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비례경선 참가자에 대한 사퇴 요구는 범행에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었다. 선거 전체의 신뢰성이 추락했으므로 모두 사퇴해서 진보정당의 자정 의지와 능력을 보여 주자는 집단적 해결책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의 타락상과 정치적 우경화에 관해서 구 당권파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이들이 져야 할 책임에는 이 문제가 다른 후보보다 추가되긴 해야 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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