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운동의 쟁점들박근혜의 꼼수와 주류 야당의 타협주의를 경계하라

 <노동자 연대> 184호 | 2016-11-01




검찰은 10월 31일, 혐의를 부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최순실을 긴급체포해 서울구치소로 보냈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한국까지 오느라 힘드니 집에 가서 쉬라고 그냥 보내 준 지 하루 만이다. 이미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충분히 준 검찰이 이제 와서 강경하게 나오는 척하고 있다.

이미 박근혜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여론은 10퍼센트대로 추락했고, 부정 평가는 80퍼센트대를 넘어섰다. 주류 정치학에서도 임기 말에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 건 민란 수준이라고 말한다. 여론조사에서도 절반 넘게 퇴진이나 탄핵을 바란다.

실제로, 급하게 잡힌 10월 29일 ‘박근혜 내려와라’ 서울 집회와 행진에는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3만여 명이나 모였다. 세종로 일부와 종로1가 전 차선과 인도를 꽉 채우고도 넘칠 정도였다. 이 대열은 청와대로 향하며 “박근혜 퇴진”, “박근혜 하야”를 줄기차게 외쳐댔다.

전국에서 이 집회에 보인 관심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범국민적 분노이고 총체적 불신이다. 박근혜의 온갖 악행들에 치를 떨며 지내 온 4년의 불만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민심 때문에 금요일 밤부터 여권은 급하게 움직였다. 심야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는 속보가 나왔고, 토요일 오전부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도됐다.

일요일(30일)에는 청와대 비서진 사표가 수리되고 새 민정수석이 발표됐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청와대에 요구했다. 최순실이 전격 귀국했고 하루 뒤 검찰 조사에 나왔다. 그리고 몇 시간 만에 구치소에 가게 된 것이다.

토요일을 전후로 여권의 급박한 대처를 보면, 성난 민심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의 규모와 강도는 지금 기층 민심을 대표할 뿐 아니라 정치적 초점을 제공해 반박근혜 여론을 더 지속·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발톱은 단지 감췄을 뿐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아직은 크게 물러선 게 아니다.

검찰이 청와대에서는 경호실 요원들과 압수수색 문제로 대치까지 했지만, 정작 우병우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개편하고 있지만, 우병우가 맡았고 검찰 통제 등을 하는 민정수석 자리에는 최재경을 임명했다. 최재경은 검찰 특수부 출신(최순실 수사는 특수부가 담당)으로 현 검찰총장과 매우 가깝고 검찰 조직 내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검찰 장악, 최순실 수사 개입 의지가 여전히 강력한 것이다.

최재경은 박근혜의 비선 멘토 그룹 7인회와 인연이 깊다. 김기춘과 가깝고 최병렬의 조카다. 김기춘, 최경환 등이 추천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최재경은 이명박의 BBK 사기 사건과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맡아 무혐의로 결론 내어 ‘면죄부 검사’라는 별칭도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권한을 여야 합의로 호선한 총리에게 이양하는 것이 거국내각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방안에는 대통령 권한에 관해서는 말이 없다.

10월 31일 거국내각론을 포함한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하자던 국회의장과 새누리당·더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새누리당 정진석이 뜬금없이 먼저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데서 알 수 있듯이, 새누리당의 거국내각론은 본질적으로 시간을 벌려는 용도다.


성난 파도

그럼에도 요즘 박근혜 지지율은 거듭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평일 촛불집회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11월 5일과 12일은 더 많은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압도적이다. 특히 12일 민중총궐기는 수십만 명 규모가 될 수도 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분열이 공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비박계 의원들은 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다. 이미 대변인 등이 사퇴를 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초점은 박근혜의 마름인 이정현이다. 이정현이 당대표로 있으면 박근혜와 차별화를 제대로 못해 비박계 대선 주자들에게 불리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숨통을 틔워 주는 것이 주류 야당들이다. 더민주당은 거국중립내각과 특검을 요구해 왔다. 정의당이 박근혜 하야 촉구 운동을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우상호는 아예 정의당의 하야 촉구 운동과 함께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특검이면 된다며 검찰의 부실 수사를 압박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현재 여권 추락의 반대급부로 더민주당과 문재인의 지지율이 올라가니, 자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지금 수준에서 현상이 유지되길 바라며 오른쪽 눈치 보기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공상이다. 이런 정치 상황이 마냥 지속될 수 없다. 운동이 더 나아가거나, 아니면 여권이 반격해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게다가 퇴진(탄핵 포함) 요구와 선을 그었으니 더민주당은 이제 여당과 협상을 벌일 카드도 없게 됐다. 10월 31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진석이 ‘그럼 대통령이 물러나라는 소리냐’고 우상호를 압박한 것에는 이런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지지율 10퍼센트대의 정부를 상대하면서도 협상 주도권조차 못 잡는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려다가는 아래로부터의 분노와 에너지, 이를 결집하는 데 필요한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반면, 정의당은 ‘박근혜 하야’를 공식으로 내걸고 전국에서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반박근혜 투쟁의 선두에 서 왔던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경북대, 영남대 등에서도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이 나온다. 정의당의 박근혜 퇴진 캠페인이 민주당의 꾀죄죄함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몸통은 박근혜, 최순실은 깃털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박근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둘의 관계가 일반인에게는 충격적인 점들도 있지만, 국가 운영의 수장인 박근혜를 단지 사인(私人) 최순실의 꼭두각시라고 보는 것은 사태의 진정한 본질을 흐린다.

누구를 통해서든 박근혜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자행해 온 온갖 악행들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기업주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었다.


연결고리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더 쉽게 자를 권리를 기업주들에게 주려는 것, 세월호 참사의 배경, 구조와 진실 규명 등 모든 과정에서 저지른 사악한 행위들, 친제국주의 군비 증강, 복지 삭감 등의 고통전가까지.

이런 일들이 박근혜, 또는 최순실 일당의 사리사욕만을 위한 것인가?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에 기업주들과 기득권층, 그리고 새누리당은 한마음으로 지지하지 않았던가.

박근혜가 대통령 권력을 얼마나 개인 재산처럼 여겼으면, 단지 수십년 친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출도 검증도 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행사하고 특혜를 챙겼겠는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최순실이 박근혜를 일부 대신해 정경유착 부패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부패는 단지 최순실 개인의 농단으로 환원될 수 없다.

또한 정권의 정치적 위기(때로는 경제 위기를 포함해) 때문에 여권 내 분열이 일어나고 그것이 상호 폭로(주로 부패 사건)를 자극해 위기가 증폭되는 것은 한국의 역대 정권 임기 말에 흔히 보던 일이다.

그리고 매번 ‘시종 권력’을 휘두르던 측근(대체로는 가족)이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을 뒤집어 써 왔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경우도 그런 듯하다. 그런데 측근 구속은 오히려 정권을 더 약화시켰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수사 방해와 역습 기도는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최순실은 깃털 10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최순실. ⓒ출처 <포커스뉴스>


박근혜-최순실의 헌정 유린?

지금 운동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 폭로 이후에는 ‘국정 농단’, ‘헌정 유린’에 대한 규탄이 많다.

국정 공백과 혼란을 위해 퇴진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반해, 정의당은 국정공백론에 맞서 박근혜 통치 자체가 오히려 헌정 유린이고 국정 문란이라고 퇴진론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헌정수호론은 일관되기가 힘들고 국정 정상화에 목적을 두므로, 자기제한적 전술에 의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헌정유린론은 박근혜와 최순실 개인의 부패와 무능 문제로 지금 사태의 본질을 축소시켜 보게 하기 쉽다. 즉, 대한민국 국가시스템은 정상인데, ‘(혼이) 비정상’인 여성 둘이 망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과정이 아무리 비밀스러워도 박근혜 정부의 객관적인 정책은 완전히 계급적이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의 시스템 자체가 정경유착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폭발적인 박근혜 퇴진 요구에는 4년 내내 노동자·서민을 쉴 새 없이 못살게 군 정책들, 가령 노동 개악, 복지 삭감, 민주적 권리 침해, 친제국주의 정책들을 중단하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국정 정상화는 이런 염원에 아무런 보증을 해 줄 수 없다.


‘거국중립내각’은 시간벌기용 사기다

거국중립내각론의 핵심은 총리를 여야 합의로 뽑아 대통령 대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총리가 국회와 협의해 장관도 뽑아(어차피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하므로) 국정 운영을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 사퇴시 국정 공백을 우려한다며 더민주당의 문재인이 제안하고, 10월 말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정국수습 방안으로 제시했다.

두 당의 쟁점은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 보유한 통치 권한을 포기할 것이냐, 한다면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는 통치권을 양보하거나 축소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은 데다가 (최순실 게이트에서 봤듯이) 대통령 권력을 자기 사유물처럼 써 온 박근혜가 권한 이양을 할 것 같지도 않다.

이미 최재경을 민정수석에 앉히면서 검찰 통제 의지마저 드러냈다.

따라서 박근혜를 그대로 두고 새누리당과 거국내각 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표적과 쟁점을 흐리는 것이다.

노동 개악, 복지 축소, 교육 개악, 친제국주의, 민주적 권리 약화 정책들은 한국 지배계급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정책들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악행은 새누리당의 악행이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한통속으로 서로 감싸며 저질러 온 악행들이 이미 총체적 불신을 받는 마당에 왜 그들과 국정 수습 협상을 해 면죄부를 주고 반격의 시간을 벌게 해 주려 하는가?

따라서 지금 여권의 거국중립내각 요구에 응하는 것은 부패 공범인 여권에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는 배신적이고 반동적인 짓이다.


대선관리 중립내각?


박근혜 정부의 부패와 악행을 심판하는 일을 철저하게 국회 내 협상으로 한정시켜 대중의 불만이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으로 표출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대중은 최악과 차악이 정치권력을 분점하는 양당 체제의 구경꾼으로 있으라는 얘기다. 여야 간 특검 협상이 이런 미래를 예시한다.

여권은 분노의 초점을 분산시키고 관심을 돌리려고 몇몇 파격적인 인사들을 거론하면서 관망을 촉구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려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대중의 즉각적 분노가 식기 시작하면 우파가 다시금 반격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진정 박근혜를 퇴진시켜 그 악행을 중단시키려면 국회가 아니라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이명박이 국가 재산을 빼먹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박근혜는 나라를 자기 재산처럼 생각한 것 같다.

박근혜를 퇴진시켜 그 악행을 중단시키려면 국회가 아니라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

매일 오후 7시 청계 파이낸스 빌딩 앞
주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2016 전국 노동자대회 / 민중총궐기

11월 12일 2시 / 4시 시청광장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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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진보·좌파 후보와 정당들이 지지를 얻다


<노동자 연대> 171호 | 발행 2016-04-13 | 입력 2016-04-09



20대 총선 여론조사 대부분에서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가 하락했다.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반민주 행태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빚어낸 정치 위기 덕분에 보수 지지층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물론 공천 과정에서 여권 내에 자중지란이 일어나 ‘배신과 복수’의 막장 드라마를 연출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들의 ‘진박’ 마케팅은 점차 ‘사죄·읍소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


‘중도 보수층’에 경쟁적 구애를 하면서 전통적 야당 지지층에게서 볼멘소리를 듣던 더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부분적 반사이익을 얻는 듯 보인다.


물론 접전인 곳이 많아 최종 선거 결과를 미리 점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몇 달 전 새누리당이 1백80석 운운하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은 그런 언사들이 허세처럼 느껴진다. 반박근혜 야권 지지층이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런 배경 속에서 진보·좌파 정치세력이 제한된 범위이지만 전진을 하는 듯하다.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과, 노동운동과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부분적으로 도전한 것이 진보·좌파 정치세력에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주류 정치권에 대한 환멸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박근혜 정부 심판 투표가 진보·좌파 지지로 표현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만약에 새누리당의 당선자수가 19대보다 줄고, 울산, 창원 등 민주노총 전략 선거구에서 당선자가 여럿 생기고 진보·좌파의 득표가 늘어나면, 이후에 투쟁이 일어나기도 한결 쉬워질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한 것은 경제 위기 때문에 총선 이후에도 ‘노동개혁’ 저지 투쟁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도 총선을 발판으로 향후 투쟁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진보·좌파 정당과 후보들의 선전을 바란다. 투표 그 자체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지지한, 박근혜 심판과 “노동개혁” 반대를 내건 후보들의 선전은 대중 투쟁 건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투쟁의 대의가 전국적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자신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략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아지다


울산의 북구와 동구, 경남 창원성산에서 노동정치 1번지 선거구다운 저력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아 선전하는 경남 창원성산 노회찬 후보의 당선을 바란다. ⓒ사진 출처 노회찬 후보 페이스북.



울산 북구의 무소속 윤종오 후보는 울산 지역 언론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7.7퍼센트(새누리당 후보는 33.7퍼센트)로 월등한 우위를 보여 줬다. 동구의 김종훈 후보도 터줏대감인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과거와 비교하면 이 자체가 선전이다.) 창원성산의 노회찬 후보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현역 의원을 앞서고 있다.




△울산 북구·동구에서 민주노총 전략 후보들의 당선을 바란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함께할 것을 다짐한 울산 민주노총 전략 후보들.(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 네 번째가 북구 윤종오 후보, 가운데는 민주노총 지지 후보인 울산 중구 노동당 이향희 후보) ⓒ사진 출처 김종훈 후보 페이스북.


곤경에 처한 새누리당은 특히 울산에서 색깔론을 총동원하고 있다. 윤종오, 김종훈 두 후보가 과거 진보당 소속으로 구청장에 출마했던 사실을 문제 삼는 것이다. TV토론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냐’는 식의 유치찬란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탄압도 벌어졌다. 4월 7일 선거와 무관한 북구 지역 시민단체 사무실 2곳을 검찰이 압수수색했다. 윤종오 후보의 ‘유사’ 선거사무소로 쓰여 선거법 위반이라는 혐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울산지부 등이 즉각 항의 성명을 내어 “표적 수사”, “정치 공작”이라고 규탄했다.


이는 누가 봐도 새누리당 후보 윤두환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을 만회하려는 정치 탄압이다. 윤두환이 국회의원일 때, 보좌관 월급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터져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 노동운동의 선거 도전과 선전이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여 총선 이후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걸림돌이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세 후보는 이런 치졸한 공격에 맞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계급 투표로 이 후보들이 당선하기를 바란다.


진보·좌파 정치세력들의 공약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에 노동운동과 진보·좌파가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해 총선공투본을 꾸렸다.


총선공투본은 ‘노동개혁’ 반대, 재벌의 사회·경제적 책임 전면화, 노동중심 진보정치 재건을 위한 발판 마련 등을 목표로 구성됐다.


이런 목표들에 동의해 여러 정치·사회단체들은 물론이고,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의 진보·좌파 정당들도 참여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전략 후보는 6명이다. 앞서 다룬 세 후보 외에도 경북 경주 무소속 권영국 후보, 부산진을 무소속 김재하 후보(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대구 달성군 무소속 조정훈 후보(민주노총 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 등이 그들이다.(애초 전략 후보 중 하나로 대전 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대식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은 유감스럽게도 4월 8일 더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고 사퇴했다.)


당선이 현실적 목표는 아니지만,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 박근혜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노동운동의 대의를 대변하는 세 전략후보들의 헌신도 훌륭하다. 이 후보들이 모두 선전해 새누리당에 향후 노동자 투쟁의 경고장을 제대로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들을 포함해 민주노총 후보 23명과 민주노총 지지 후보 28명,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진보·좌파 정당 네 곳과 무소속 진보·좌파 후보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전


이런 후보들에게 박근혜 정부에 대한 대중적 반감과 주류 야당들에 대한 실망은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정의당이 많은 수혜를 얻고 있다. 지난 2년간 세월호 운동과 노동운동의 도전과 일부 좌파와의 통합 이후 당원도 늘고 지지율이 올랐다.


특히 “노동개혁”과 테러방지법 등 민주적 권리 침해에 반대하는 등 운동의 요구를 대변해 지지율이 확연히 상승세를 탔다. 정의당은 평균 3백만 원 월급 시대를 만들겠다며 임금과 복지 향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구에선 심상정 대표(경기 일산 고양갑)와 노회찬 전 대표(경남 창원성산)가 당선이 유력하다. 비례에선 당초 2~3명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4~5명으로 기대치가 올랐다.


비례 2명을 포함해 총 11명이 출마한 노동당은 기본소득 30만 원 지급,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같은 핵심 정책을 부각시키고 있다. 노동당은 이를 위해 재벌 증세를 하자고 주장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가만히 있으라” 행진을 주도해 운동 건설에 일조한 용혜인 씨와 알바노조 초대위원장이기도 한 구교현 당 대표가 비례 후보로 나섰다.


진보당을 주도한 자민통계 일부는 총선을 앞두고 민중연합당을 건설했다. 민중연합당의 창당과 총선 출마는 박근혜의 종북몰이 마녀사냥이 제대로 안 먹혔음을 보여 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역 활동 경험이 많은 민중연합당은 서울, 경기, 광주, 전남에 지역 후보가 많이 출마했다.


녹색당도 정당지지율 면에서 비교적 선전하는 듯하다. 김진숙 씨 같은 좌파적 노동운동가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녹색당은 기본소득과 탈핵화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기후정의운동에 앞장섰던 이유진 후보(서울 동작갑),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의 이계삼(비례) 후보 등이 주요 후보다.


이 정당들은 모두 민주노총의 총선 요구안을 지지했다. 민주노총 후보, 지지 후보를 포함해 네 정당 모두의 선전을 바란다.


아쉬움


물론 이 정당들이 노동계급의 진보·좌파적 가치를 대변하는 데서 아쉬움도 있다.


정의당 지도자들 일부는 태극기와 애국심 마케팅을 펴는 등 보수층을 지나치게 염두에 둔 선거운동을 펼쳤다. 이런 태도는 자칫 우파에게 자신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인천에서 제주 강정마을 진압을 지휘한 윤종기와 단일화 경선을 하는 등 진보의 가치 기준에 어긋나는 후보 단일화를 추구한 것도 문제적이다.


민중연합당은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 차별 극복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회운동이 줄곧 요구해 온 차별금지법, 고용허가제 폐지 등이 빠져 있다. 역사적으로 스탈린주의 정당들은 이 쟁점들에서 약점을 보여 왔는데(가령 프랑스 공산당이 “위대한 프랑스” 운운하며 식민 정책과 이주자 차별을 정당화한 사례나 성소수자를 천대한 전통), 그런 전통과 연관이 없기를 바란다.


좌파적 개혁정당인 노동당의 경우, 이주민 공약에서(나쁘진 않지만) 고용허가제 폐지 문제 등을 누락시켜, 이 쟁점에서 주류 사민주의를 추구하는 정의당(고용허가제 폐지를 공약함)보다 취약한 것은 놀랍고 아쉽다.


녹색당의 기본소득 공약은 노동자들, 특히 청년 노동계급이 좋아할 만하지만, 이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보편 증세를 해야 한다는 공약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 온라인 기사 ‘좌파는 정의당에 투표하지 말아야 하는가?’도 함께 읽어 보십시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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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티격태격하다 ‘노동개혁’ 법안 합의 처리할 수도 있다



<노동자 연대> 164호 | 발행 2015-12-23 | 입력 2015-12-23



박근혜가 12월 22일 개각을 단행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실시한 개각의 요점은 최경환을 총선에 내보내고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유일호를 주저앉혀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만든 것이다.


신임 경제부총리는 박근혜표 ‘경제 살리기’ 법안들(기업 지원, “노동개혁”)의 국회 통과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공공, 금융 등 “4대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시장주의적 성장론자이자 박근혜의 심복 유일호를 그 자리에 내정한 까닭이다.


그런데 현역 의원인 그는 총선에 나가려고 바로 한 달 전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사퇴했다. 반대로 최경환은 “국가비상사태”라더니 총선 출마를 위해 국회로 돌아갔다. 친정체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권의 녹록지 못한 처지를 보여 준다.


“노동개혁” 입법을 계속 추진할 심복 부총리도 필요하지만, 내년 총선 공천권 등에서 김무성·유승민 등을 견제할 당내 카드도 필요한 것이다. 기업주들을 위한 입법도 이뤄내고, 권력 누수도 막겠다는 몸부림인 셈인데, 조중동 같은 기업주 언론마저 개각을 비판한다.


그만큼 범여권이 일사불란하지 않다. 새누리당 소속인 국회의장 정의화가 개악 법안들의 직권상정(사실상 날치기)을 거부해 박근혜가 체면을 구겼다. 이 때문에 최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박근혜의 일방통행 스타일에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정의화가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수준 이상으로 버티진 않을 것이다. 그는 12월 22일에 쟁점 법안 합의를 중재하려고 시도했다.


무엇보다 온갖 탄압과 협박, 집회 금지 조처를 남발했지만, 경찰은 세 차례의 민중총궐기 집회를 막지 못했다. 11월 14일 대규모 민중총궐기(실제로는 노동자대회+α)에 이어 두 차례 더 이어진 민중총궐기는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완강하게 싸우고 있음을 보여 줬다.


야당을 압박하려고 대통령 긴급명령권 얘기도 나오지만, 최근 박근혜 지지도 조사에서 부정적 답변이 한 달여 만에 50퍼센트를 넘는 여론의 역풍도 불고 있다.


“반기업으로 보이면 안 된다”


한편, 12월 16일 박근혜 정권을 “신독재”라고 규정한 새정치연합 문재인은 같은 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법을 ‘재벌특혜법’이라는 식으로 규정짓고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반기업 집단처럼 비칠 수 있다”며 쟁점 법안들의 논의 재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1일 문재인은 김무성을 만나 각종 개악 법안들의 상임위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자 표를 의식해서 ‘악법 반대’ 꼬리를 흔들고는 정작 당론을 결정할 때는 ‘반기업 집단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계급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안철수의 탈당(과 동조 탈당)으로 어수선한데다 당내 주도권 쟁투로 말미암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면서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를 만큼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와중에도 새정치연합이 자본가들을 의식해 쟁점 법안 처리 의사를 밝혀 왔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은 “노동개혁 법안 반대”가 아니라 “합의 처리”를 말해 왔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정치연합의 행보에 노동자들의 삶과 조건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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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여야 밀실 합의 이후

박근혜의 ‘노동개혁’ 강공을 막아야 한다



<노동자 연대> 163호 | 발행 2015-12-09 | 입력 2015-12-09



12월 7일 박근혜는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과 원내대표 원유철을 청와대로 불러 개악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재촉했다.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법안들 ... 손도 못 대고 계속 걱정만 한다. 한숨만 쉬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느냐”, “내년에 ... 선거를 치러야 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 “늦어지면 [경제가] 다 죽[는다] ... 죽기 전에 치료도 하고 빨리빨리 살려 놔야지.”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법 등 즉시 통과시키려는 법안들이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기업 살리기’를 위한 것임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특히 고통전가를 위한 노동 개악 입법화에 기업주와 정부, 여당이 얼마나 목매고 있는지 보여 준다. 한국 경제 상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기업살리기’ 법을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박근혜는 테러방지법도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테러방지법조차 없는 게 전 세계에 알려지면 얼마나 테러를 감행하기 만만한 나라가 되겠는가.” “혼이 비정상”인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이지만, 집회에 참가해 마스크를 썼다고 시위대를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을 강조하는 것은 이 법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단속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박근혜는 경제 위기가 본격적으로 깊어지는 국면에서 이에 대한 저항을 막으려고 친기업·반노동 악법을 제정하고 억압 조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민중총궐기 살인 진압과 이후 민주노총에 대한 집중 탄압의 배경이다. 


민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를 포함한 8개 노조 사무실 동시 압수수색, 위원장 등 조합원에 대한 구속과 체포영장 남발, 독재정권 때나 쓰던 형법상 소요죄를 끄집어내 민주노총을 폭동단체로 몰아 가기 등. 


강공


이런 강경 탄압은 살인 진압 면피용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사전에 기선을 제압해 ‘노동개혁’에 맞선 민주노총 파업을 약화시키하려는 술책들이다. 노조 상층 지도자들의 조직 보존주의를 자극해 그 일부가 투쟁을 회피하도록 만들고, 이를 이용해 전열을 흐트러뜨릴 속셈일 테다.


박근혜 정권은 흔히 그랬듯이 12월 5일 제2차 민중총궐기 금지, 참가자 전원 검거, 복면 착용시 가중 구형 등 혹독한 탄압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런 강경수가 뜻대로 관철된 것은 아니다.


행정법원은 집회를 허용했고, 총궐기 당일에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청소년들까지 5만 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해 도심을 행진했다. 이들은 노동 개악 중단,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과 살인 진압 책임자 처벌,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했다. 정부가 강경하게 탄압했음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위축되지 않고 저항한 것이다.


사실 여당의 계산으로는, 박근혜가 새누리당 대표단을 불러 압박한 법안 상당수가 12월 2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어야 했다. 애초에 지역 예산과 연계해 이끌어낸 그 밀실 합의의 목적이 박근혜 귀국 전에 개악 법안들을 처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합의 목록 중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관광진흥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만이 통과됐고 나머지는 미처리 상태로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게 됐다.


최고 통치자의 통치스타일이 유신 스타일이라고 해서 유신 체제가 그리 쉽게 돌아오는 건 아니다. 지난 1년만 해도 비록 노동운동이 많은 투쟁에서 차질을 빚었지만,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도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물론 심각한 경제 상황 때문에 박근혜가 12월 ‘노동개혁’ 공세를 매우 강도 높게 밀어붙이겠지만, 결과가 예정돼 있지는 않다. 민주노총이 ‘노동개혁’ 법안심사가 재개될 시 즉시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총파업에 돌입해 파업을 지속한다면 박근혜의 강경수에 차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와 새정치연합의 부당 거래


새누리당은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려고,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에서 총선용 지역구 예산을 챙기려는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들어 줬다. 이미 예산 “증액 심사는 … 밀실 흥정으로 전락 ... ‘누이 좋고, 매부 좋은’식 거대 양당과 정부의 ‘잇속 챙기기’ 부당 거래로 변질되고 있[었]다.”(국회 예결위원이기도 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11월 27일 브리핑)


그래서 새누리당이 개악 법안들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예산 수정 논의를 모두 폐기하겠다고 협박했을 때, 새정치연합이 12월 2일 원내대표 간 밀실 합의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바뀐 국회법은 정부 예산안이 의결 시한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결국 총 3조 5천억 원이 ‘선거용’ 예산으로 자리바꿈했다. 그 대가로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통과됐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노동 개혁” 법안 등도 통과될 위험이 커졌다.



새정치연합의 뻔뻔함은 그 당의 계급적 본질에서 비롯


여야 간 기막힌 밀실 합의로, 박근혜가 취임 후 여러 정치 위기 속에서도 거듭 위기를 넘겨 온 비결 하나가 다시 드러났다. 바로 새정치연합의 구실이다. 


12월 1일 민주노총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정치연합 당대표 문재인은 노동 개악 5법 반대가 당론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몇 시간 만에 원내대표가 이를 뒤집어 버렸다.


문재인은 12월 6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 관련 개악은 반드시 막겠다’고 공언했다. 노동 개악 ‘5법 반대’에서 말이 또 바뀐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감청과 금융정보 뒤지기를 손쉽게 하는 문제만 막으면 통과에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관심 없고 자신들의 부패가 정쟁 차원에서 들춰질 것만 두려운 것이다.


이 당이 근본에서 (비주류일지라도) 기업주들에 기반을 둔 당이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주들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노동개혁’에 찬성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 당은 “노동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청년들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는 박근혜의 기만성 협박을 이겨 낼 수 없다.


물론 새누리당보다는 지배계급 내 지위와 기반이 부차적이긴 하다. 그래서 그 약점을 만회하려고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가끔 노동자·민중 운동의 힘도 조금은 빌려야 한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이 특정 쟁점에서 일시적으로 (선거적 반사이익을 위해) 박근혜 정권과 충돌할 수는 있지만,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이익을 일관되게 편들 수는 없다.


그나마도 경제·안보 위기, 총선·대선 주도권 다툼, 지배계급과 포퓰리즘적 기반 사이의 모순된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분에 휩싸여 있다.



새정치연합이 ‘노동개혁’을 막길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


이런 배경을 살펴보면,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11월 하순에 새정치연합을 믿고 12월초 ‘노동개혁’ 저지 총파업 투쟁을 철회한 것은 실수다. 다른 악법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태도가 박근혜에게 강경수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 계기 중 하나인 듯하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새정치연합이 개악을 막아 주리라고 바라는 것은 요행수를 앞세우는 것이거나 투쟁 회피주의일 뿐이다. 


노조 지도자들의 이런 태도는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대안과 확신 대신 불확실함과 의구심, 모호함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더는 새정치연합에 기대를 걸지 말고, 파업 투쟁 건설에 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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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여야 밀실 합의

새정치연합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뒤통수를 쳤다


<노동자 연대> 162호 | online 입력 2015-12-04


12월 2일 새벽,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의 원내대표 간 밀실 합의로 노동 개악, 테러방지법 등 각종 악법이 순식간에 통과될 상황이 됐다. 벌써 이 합의로 12월 3일에 ‘학교 앞 호텔허용법’이라던 관광진흥법과 의료영리화(민영화)의 물꼬를 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전격 통과됐다.


이 기막힌 밀실 합의로 박근혜가 취임 후 숱한 정치 위기 속에서도 위기를 거듭 넘겨 온 비밀 하나가 다시 드러났다. 바로 새정치연합의 구실이다. 12월 1일 민주노총 상급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정치연합 당대표 문재인은 노동 개악 5법 반대가 당론이라고 약속했는데, 만 하루가 가기 전에 ‘노동 개악 법안 즉시 논의 시작’을 포함하는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비록 환노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반발하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면서 더 불투명해졌다. 이 밖에도 국정원의 반민주적 감시·수사 권력을 강화해 줄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의료와 공공서비스 민영화로 가는 길을 닦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을 도울 북한인권법 등이 여야 합의로 통과될 위험에 처했다.


새누리당은 각종 법안들과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을 연계해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 지역구 예산을 포함시키려 했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이 “밀실 합의”를 번복할 수 없었던 이유다.(바뀐 국회법은 정부 예산안이 의결 시한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미 예산 수정은 양당 간 밀실 거래로 진행돼 왔다. 국회 예결위원이기도 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11월 27일에 "예산안조정등소위원회 증액심사는 정부와 거대 양당의 밀실 흥정으로 전락 ... '누이 좋고, 매부 좋은'식 거대 양당과 정부의 '잇속 챙기기' 부당거래로 변질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결국 내년 총선에 대비한 지역 개발 예산들을 늘리면서 재해 대비 예산이 2천억 원 깎이는 등 총 3조 5천억 원이 선거용 예산으로 자리바꿈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 대비하려고 노동 악법들과 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악법들을 “합의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해외에 계신 대통령께서 폴짝 뛰면서 기뻐할 일이다.


박근혜 정권의 악행에 분노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새정치연합이 거기에 제동을 걸어 주길 바라기도 한다. 흡족하진 않아도,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에 반대하는 표를 얻으려면 그리 해야 할 것이라고 여긴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에 독재 정권에 항의해 온 자유주의적 야당의 후신이기도 하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노동운동 내 온건한 일부나 온건 엔지오들과도 연계를 맺고, 심지어 민주노총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띄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당은 기본적으로 기업주들에 기반한 당이다. 물론 새누리당보다는 그 계급 내 지위와 기반이 부차적이긴 하다. 그래서 그 약점 때문에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당이 주로 대변하는 계급적 이익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 당이 특정 쟁점에서 일시적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과 충돌할 수는 있지만,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이익을 일관되게 편들 수는 없는 이유다. 따라서 그들이 새누리당과 충돌할 때조차도 많은 경우는 지지 여론과 득표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이지 진지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 세계경제 위기에서 비롯한 한국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급에 대한 고통전가 공세는 지배계급의 거의 일치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커져 왔음에도 미국과의 정치·군사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안보 위기도 겪고 있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그들의 허장성세와 달리 경제·안보 위기를 돌파하려고 박근혜가 내놓는 의제들에 일관되게 반대할 수 없고 줄곧 타협해 온 것이다.


이런 요인들 탓에 새정치연합은 노동운동은 물론이고 사실상 자신들의 당원인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진보교육감들을 곤란하게 할 예산 등에도 합의해 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일시적으로 거리를 점거하는 투쟁만으로는 개악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이윤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가하는 파업이 필요한 이유다.


새정치연합에 기대 박근혜의 개악 공세를 막는다는 전략은 위험하다


이런 배경을 살펴보면, 노동운동(특히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새정치연합을 믿고 노동 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을 미뤄온 것은 큰 실수다. 이는 다른 악법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이종걸은 (노동운동을 달래려고) 노동 개악 법들을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고 한 것이 성과라고 포장한다. 임시국회의 시점을 명기하지 않았고, “합의 처리”라 했으므로 자신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국회 절차 상 환노위 처리가 지연되면 본회의 처리가 당장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노동개악 법안들이 임시국회로 밀린 것은 성과가 아니다. 의료민영화, 테러방지법 등 그동안 노동운동이 반대해 온 개악 법안들이 다음 주 안에 통과될 위험이 커졌다. 노동 개악 법안들만 남게 되면 이를 빨리 통과시키라는 기업주들과 우파의 (새정치연합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새정치연합이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해진 마당에도 그런 생각을 고수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삶을 운에 맡기겠다는 태도에 불과하다. 상층 지도자들의 이런 모호함은 오히려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결심하고 나서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대안과 확신 대신 불확실함과 의구심, 모호함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계획대로 독자적 파업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좌파는 좌파답게 원칙 있게 지도부의 동요를 비판하고 압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현장에서 총파업을 건설하자고만 하는 것은 중요한 운동 내 정치 쟁점을 회피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기만 ― 지배계급의 플랜B 정당의 운명


파리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권이 다시 꺼내든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같은 경우, 새정치연합이 여당이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자신들 주도로 입법 발의한 바 있다.(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국정원 기능이 강화되는 것에 반감을 드러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태도는 이명박 정부가 테러방지법을 다시 발의했을 때 서로 바뀌었다.) 지금도 원내대표 이종걸은 대안적 테러방지법을 내놓겠다는 황당한 언사를 하고 있다.


또 1997년 정리해고, 파견제 등을 도입하는 신한국당(당시 여당, 한나라당 전신)의 노동법 날치기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중파업으로 좌절됐다. 당시 제1야당이자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날치기는 무효라며 국회 농성 등을 벌였다. 그러나 파업과 경제공황 등의 여파로 그해 말에 극적으로 집권한 김대중은 취임식도 하기 전에 (야당 시절에는 구속을 지지했던)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했다. 그리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조 상층 지도자들을 구슬려 정리해고 등을 도입했다.


테러방지법은 당시 미국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미국 제국주의의 세계 패권 전략)에 부응하고자 하는 것이었고, 국내의 민주주의적 권리를 더욱 위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정학적 측면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은 한국 지배계급의 생래적 특성이라고 할 만하다.


또한 경제공황 속에서 그 책임과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는 것은 이윤을 보호하려는 기업주들의 당연한 대응이었다. 한국의 기업주들은 그 기회를 이용해 오히려 1987년 이후 성장해 온 노동운동에 타격을 주고 싶어 했다. 결국 노동조합의 파업권에 제약을 가하는 법률이 노무현 정부 아래서 ‘노사관계로드맵’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됐다. 노무현 정부 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 확대를 공식화해 주는 비정규직 악법도 발의했다. 두 법은 한나라당 협조 속에 2006년에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일부는 일관되게 이를 막는 데 힘을 쓰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재등장을 막으려면 ‘민주정부’를 도와야 한다거나, 경제 위기라서 경쟁력 회복에 일조해야 한다는 개혁주의 때문이었다.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가 1년 전에 대중파업으로 철회시킨 정리해고, 파견제 도입 등을 1년 만에 스스로 합의한 것이 그 사례다.


당시 새정치연합의 전신은 집권당으로서 자신들이 국내에서의 반발과 저항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고 했다. 지배계급 주류의 환심을 삼으로써 자신들이 국가기구를 더 잘 통제할 수 있고 재집권도 가능하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 보기도 했던) 선진노동자들이 투쟁 과정에서 이미 십수 년 전에 깨달았듯이, 새정치연합이 노동계급을 위해 무언가를 일관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 새정치연합이 국회 농성 등으로 ‘강력하게’ 새누리당과 우파의 폭주에 반대할 때조차도 정작 그것에 맞서거나 가끔 그것을 좌절시키는 진짜 동력은 노동계급의 투쟁에서 나왔다.


물론 이들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보다는 지배계급 내에서 부차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동운동이나 민중운동의 힘도 조금은 빌려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이들이 야당일 때는 우파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 반사이익을 실제로 얻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약진한 것이 이런 과정이었다.(비록 대중의 신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진보정당들과 꼭 내키지만은 않았던 ‘야권연대’를 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때조차도 그들은 2012년과 2013년에 중재를 명목으로 MBC, 철도노조 파업 중단을 유도하는 등 모순적인 구실을 했다.


결국 정리하면, 새정치연합은 기업주와 부자들에게 자신들이 한국 자본주의를 새누리당보다 더 안정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 받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이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편을 드는 척할 때조차도 일관되지 않고 지배계급 내 우파와 기업주들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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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 정당하다

탄압을 중단하라



<노동자 연대> 162호 | 발행 2015-11-25 | 입력 2015-11-25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는 노동자·민중 10만 명이 참가했다. 기업주 살리기에 혈안이 돼 노동자·민중의 삶을 나락으로 내모는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분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것이다.


집회에서는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고용·노동조건 후퇴를 가져올 “노동개혁” 저지, 반민주·반노동적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의료 민영화 중단, 민중생존권 보장 등의 정당한 요구가 넘쳐났다.


그러나 하반기 노동개악 공세를 밀어붙이려는 박근혜 정권에게 집회 참가자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오히려 그날 냉혹하게 폭력을 휘두른 주역은 바로 경찰이었다.


경찰은 반나절짜리 집회를 막으려고 집회 며칠 전부터 계엄령 바로 아래 단계라는 갑호비상령을 발동했다. 교통 방해를 이유로 행진을 불허했으며, 전국에서 경찰 병력 2백84개 중대 2만여 명을 동원했다.


그래서 정작 서울 도심 교통을 마비시킨 것은 경찰버스 6백79대가 동원된 거대한 ‘경찰 차벽’이었다. 조준 카메라(모니터)가 달린 신형 물대포가 처음부터 차벽 위에서 시위대가 행진해 오기만 기다렸다. 경찰 차벽은 방어벽이 아니라 공격적 진압 무기였다.


참가자들을 겨눠 고압 직사로 쏘아댄 물이 이날 하루 20만 2천 리터였고, 여기에 섞은 유독물질 파바(PAVA, 물대포용 합성 캡사이신)가 6백51리터였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경찰이 쓴 총량의 각각 24배, 3배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행진에 참가해 경찰 차벽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화학약품 물 폭탄 수십 년치를 ‘하사’ 받은 것이다. 이도 모자라 경찰은 차벽에 오르는 걸 막는다며 경찰버스마다 식용유와 실리콘을 발라 놨는데, 그 양이 모두 2백 리터가 넘었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를 무찔러야 할 적으로 여겼음에 틀림없다. 결국 행진 초기부터 광화문과 종각 일대는 최루액의 흰 거품으로 넘쳐났고 많은 부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농민 백남기 씨가 직사 물대포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가슴 이상 가격 금지라는 경찰 규정을 경찰이 위반한 것이다.)


이 물대포를 쏜 경찰은 충남도경 소속으로 밝혀졌는데, 누가 봐도 기절해 축 늘어진 백남기 씨의 몸 위로 계속 직사 물대포를 퍼부었다. 이 ‘살인’ 물대포는 그를 구하러 달려간 시민들의 몸통마저 정확히 겨눴다. 그중 백남기 씨를 위해 몸으로 물줄기를 막던 한 명이 결국 쓰러졌다.(새누리당은 이 참가자가 쓰러지면서 가격한 것이 백남기 씨의 중태 원인이라는 사이코패스적 헛소리를 해대고 있다.)


이날 고압 직사 ‘살인’ 물대포 발사자들은 심지어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려고 온 구급차 안에까지 물대포를 쏘고, 이런 모습들을 촬영하는 기자들에게까지 무차별 조준 사격을 해댔다.


짐승에게도 차마 하기 힘들 끔찍한 짓들을 경찰이 민간인 시민들에게 저지른 것이다. 이 때문에 유신 독재에 저항하며 20대를 시작한 백남기 씨는 인생의 황혼에 원통하게도 유신 독재자의 딸 때문에 사경을 헤매게 됐다.


경찰청장 강신명은 파면돼야 하고, 물대포를 현장에서 운영한 자들은 살인미수(만약 불행히도 사망시에는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이것이 테러다 백남기씨가 ‘살인’ 물대포를 맞은 직후 모습 ⓒ<노동자 연대>



살인 진압 정당화를 위한 사이코패스들의 발뺌




백남기 씨 부상 현장을 영상으로 확인하고도 정권이 폭력시위 근절 운운하는 것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ISIS를 척결하듯이 불법시위를 척결해야 한다’고 했고, 공안검사 출신자들인 국무총리 황교안과 검찰총장 후보자 김수남은 ‘불법필벌’만 외치고 있다. 경찰총장 강신명은 ‘민사상 책임‘까지 운운하고 있다. 행진의 자유를 가로막힌 채 유독성 화학물질을 뒤집어쓰며 고통받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진압 비용을 대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를 연상시키는 이런 대응은 정권의 살인 진압 책임을 면피하고 우익 여론을 결집시키며, 장차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계산된 발언들일 것이다.


이미 경찰은 46개 단체 대표를 소환했고, 집회 참가자 7명을 구속했으며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체포 전담반을 대규모로 꾸렸다.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는 아예 원천 금지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이런 권위주의적 방침은 정권 수장인 박근혜 본인이 앞장서 부추겨 온 것이다.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는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억지 근거로 불법 시위 엄단과 (국정원의 국내 수사 권한을 대폭 늘리는) 테러방지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강경 대처를 지시했다.


그동안 박근혜는 툭하면 정권과 자신에 대한 비판자들에게 “혼이 비정상”, “병 걸리셨어요?” 등 천박한 언어로 우익의 적대의식을 북돋워 왔다.(우익은 그래야 알아듣는다.)


11월 23일치 <동아일보>가 국정원이 북한과 연계된 지하조직을 적발했고 그 구성원 중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있으며 이들과 민중총궐기의 연계를 조사중이라고 보도한 것도 시사적이다.


이뿐 아니다. 14일 살인 진압의 총책임자인 경찰청장 강신명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수배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핑계로 삼아 민주노총 본부 건물을 최초로 침탈한 당사자였다.


이런 무모한 도발의 대가가 경찰청장으로 ‘영전’한 것이었으니, 강신명이 경찰청장 취임 후 강경 기조로 내달리고, 후임 서울경찰청장 구은수가 최근 민주노총을 별 망설임 없이 침탈한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통치술로서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의 생생한 사례다.


11월 21일 서울경찰청은 불법 폭력 행위 증거를 찾겠다며 민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 등 산하 노조 사무실 여덟 곳을 침탈했다. 압수수색 작업에만 경찰 6백90명이 투입됐고, 이 작업을 ‘보호’할 무장 병력만 23개 부대 1천8백40명이 동원됐다.


경찰은 14일 민중총궐기의 불법 폭력성 주도 혐의를 찾겠다고 했지만, 정작 압수수색 영장에는 지난 4월의 세월호 1주기 시위들, 5월 1일 노동절, 9·23 총파업 집회도 관련 대상으로 포함됐다. 경찰 폭력에 완강히 저항한 집회들만 골라낸 것이다.


결국 경찰은 여섯 시간을 뒤진 끝에 얼음깨기 퍼포먼스에 쓴 해머, 개인물품인 손도끼 따위를 들고가 폭력 시위 용품을 찾아냈다고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했다.(물론 경찰 헬멧과 무전기 하나씩이 발견됐는데, 그것만 가지고 폭력시위의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경찰 폭력에 저항한 증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살인 진압의 책임을 자기들이 명명한 ‘불법 폭력 시위 전문 단체들’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민주노총 침탈 책임전가 모략이자 “노동개혁” 견제구 


 


민주노조운동의 전국적 센터인 민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산하 핵심 노조들을 침탈하고 협박하는 작태는 명백히 노동운동을 능멸·모욕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겨눈 이유는 민중총궐기 참가자 다수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기도 했거니와, 박근혜 개악 공세의 알맹이가 “노동개혁”이기 때문이다. “노동개혁” 법안들의 국회 처리 절차가 시작된 상황에서 통과를 위해 공안 탄압도 불사하겠다는 정권의 의지를 전하는 견제구인 것이다.


경제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 때문에 박근혜의 탄압은 더 신경질적이 되고 있다. 최근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해체’ 운운하는 것도 한 사례다.


기업주들의 이윤을 보호하려 정부는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 전가해야 한다. 물론 노골적으로 특권층을 대변해 온 정부가 벌이는 고통전가가 노동계급 대중의 지지를 받을 리 없다.


결국 ‘당근’ 부족으로 박근혜 정권은 다소 무리수가 따르는 탄압(‘채찍’)과 이데올로기적 마녀사냥(종북, 테러, 집단이기주의 등의 표상으로 대중을 서로 이간질해 희생양 삼기)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대중의 일부를 포섭해 통치의 정당성을 갖출 조건이 취약해지고 개악 공세는 정치적 불안정을 낳을 수밖에 없어서 히스테리가 심해지는 것이다.


박근혜의 노동개악, 테러방지법 시도 등이 1996년 경제 위기 조짐 속에서 악법 날치기를 시도한 김영삼 정부를 부분적으로 연상시키는 이유다. 김영삼은 정리해고 도입, 파견 허용 등 노동법 개악안과 87년 항쟁의 성과로 막힌 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의 국내수사권을 되살리는 안기부법 개악안을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 집권당 단독으로 날치기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물론 지금의 국면이 그때처럼 노동운동의 분출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노동운동의 대응이 미지수인 이유는 조직 노동운동, 특히 민주노총의 지도자들이 거듭 기회를 놓치며 실질적 파업 투쟁을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일부 지도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의 국회 처리 지연 약속에 기대를 걸며 정작 중요한 파업 투쟁을 회피했다. 일부 좌파는 파업 시기를 총궐기에 즉각 연동시키기보다 국회 상황에 연동시키면서 이 문제에서 개혁주의 지도자들을 사실상 추수했다.


이런 안일한 대응 덕분에 기회를 얻은 박근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속전속결에 이어 “노동개혁” 법안, “민생”으로 포장된 의료 등 민영화 법안, 테러방지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은 12월 5일 총궐기에 기대는 것도 늦을 수 있다. 금속노조와 제조공투본이 “강행시 끝장총파업” 식으로 투쟁을 계획한 것은 맥없이 느껴진다. 당장 실질적 파업 소명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좌파들이 좌파답게 노조 지도자들을 비판하며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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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규명의 적들에게 또다시 배신당한 세월호 유가족들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박근혜는 9월 30일 각료회의에서 ‘야당의 발목 잡기 때문에 국정과 경제 살리기가 표류한다’고 했다. 특별법 타협 불가는 물론이고 단독 국회도 불사하라는 메시지를 새누리당에 전한 것이다.


바로 그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박영선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완구와 3차 합의를 했다.


합의 내용은 ‘여야 합의로 특별검사 후보군 4인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하고, 유족 참여는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박영선은 야당 몫의 추천권에 유가족의 의사를 반영하겠다고 하지만, 이렇게 뒤통수만 치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겠는가.


유족 참여는 보장하지 않으면서, 진실 규명에 적극적인 인사는 (중립성을 추구한답시고) 배제할 근거를 만들어 놨다. 정권의 압력에서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하길 바라는 유가족과 지지자들에게 합의문이 ‘최악의 공수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족대책위는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 특검 후보 추천에서 배제되어야 할 주체는 여당이지 유가족 대표가 아닙니다. … [합의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특검의 범위를 정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9월 30일 가족대책위 기자회견문)


사실, 가족대책위는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라는 주장을 완화[해서라도] …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고 싶”어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배신할 절호의 기회로 악용했고, 이는 또한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자신감을 키워 줬다.


권영국 변호사의 말처럼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여부가 특검의 독립성과 실효성이 실제로 담보되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이 될 것”(<한겨레>)이었는데도 말이다.



유가족 음주 시비에 구속영장 청구? 이건 마녀사냥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조직을 총동원해 세월호 유가족 때문에 민생이 파탄 난다는 식의 흑색 선전을 해댔다. 이것이 먹히는 데에는, 유가족을 정략적으로만 이용해 온 새정치연합의 무능과 위선이 도움이 됐다.


결국 경찰은 가족대책위 전(前)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쌍방 폭행이냐, 아니냐’로 상호 진술이 엇갈리고, CCTV 화면에서도 불분명한 점이 있으며, 도주 우려도 없는 경미하고 흔한 음주 시비 사건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괘씸죄이자 여론몰이를 통한 가족대책위 압박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 일반인대책위도 가족대책위와 반목하고 사실상 여권에 유리한 언행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야비한 책략으로 ‘강요된 타협’을 이끌어 내려 한 것이다. 야합 이후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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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석 달

여야의 기만적인 특별법 합의 시도 반대한다





7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 1백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다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결과가 다를 수 있을까?”


구조 늑장과 무능ㆍ무책임으로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관련 국가기관들과 박근혜의 행태를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조차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은 필수적인 안전 규제를 해체하고 구조 책임을 방기해서 노동계급 사람들과 그 자녀들에게 지옥문을 열었던 자들이다.


그런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들은 이제 문을 가리고 숨기는 데에 급급하다. 범여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여야 합의 한 달 만에 겨우 시작된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해당 기관들이 요청대로 자료를 제출한 비율이 3퍼센트에 불과하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7월 2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말실수를 빌미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일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명분은 ‘대통령을 욕되게 했다’는 것이다.


청문회 파행


당시는 해양경찰청 기관보고 중이었고, 청와대와 해경의 사고 당일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날의 청문회 파행은 박근혜 정부 책임론을 어떻게든 피해 가려는 술책이었던 것이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새누리당 심재철은 유가족들의 청문회 모니터링을 한 명으로 제한했다. 새누리당 조원진은 국정조사 파행에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나서지 말라’는 폭언도 했다.


여권의 이런 행태를 보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정권 퇴진 요구와 결합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여당 견제 구실도 못 한다.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고 여권 내 통제력이 다소 약화된 박근혜를 돕는 결과를 내고 있다. ‘새누리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국정조사 준비만 부실한 것이 아니라 여권의 조직적 방해에도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공작정치 전문가 이병기의 국가정보원장 임명에 사실상 동의해 줬다.


10일 청와대 회동을 통해 국정 협의 모양새를 취한 것은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 따위로 신자유주의적 국가 개조를 추진하는 박근혜에게 ‘국민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소통 이미지만 제공해 줬다.


노동계급의 분노에 직면해 난관에 처한 박근혜를 새정치연합이 구해 주려는 것은 이들이 현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은 국가적 위기’라는 식이다.



가족대책위의 특별법을 수용하라



이처럼 공식 정치 영역에서 기대할 게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사고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독자적인 특별법(안)을 제출한 것은 정당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권한을 가진 독립적 기구’가 구성돼 임무를 맡아야 한다. 기구 성원의 절반은 피해자 가족이 추천하는 인물들이어야 한다.(검찰과 경찰 등을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립기구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검찰과 똑같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이 수립돼 실제로 실행되려면 철저한 진상규명에 바탕해 이 기구가 내놓은 대안들이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기구의 활동시한은 최대 3년까지 보장돼야 한다.


수사권·기소권


그러나 기존 국가기구, 특히 검찰과 행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가족대책위 측의 특별법을 양대 정당이 요구 그대로 수용할 리 없다. 두 당 모두 이런 국가기관들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착해 있다. 이미 두 당의 논의가 가족대책위를 배제한 채 이뤄져 왔다.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이 낸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안)도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래서 피해자 가족들의 특별법 제안을 지지하는 서명이 벌써 3백50만 명을 넘어섰다. 가족대책위는 민주노총 노조들의 공장 안까지 들어가 서명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안전 관리와 구조 과정의 새로운 비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주류 정당들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7월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한 배경이다.


두 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든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별 실효 없던 특검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대중적 압력을 만드는 데 노동운동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7~8월 임단투 등 개별 투쟁들과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운동을 결합해, 파업과 시위를 포함한 총력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 130호 |  발행 2014-07-14 | 입력 201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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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이 선거에서 이겼는가



※ 6·4 지방선거 종합 평가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방선거, 대안 부재로 여권은 참패를 모면했을 뿐 교육감 선거, 진보 후보라는 대안 존재로 보수 참패’ 기사를 보시오.



지방선거 후 일각에서는 “세월호 심판론보다 박근혜 구하기가 막판 위력을 발휘한 것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며 이후 박근혜가 “정세 주도권을 쥐고 드라이브 걸 듯”하다고 전망한다.


참패를 못 시킨 실망감과 최근 공세 때문에 이런 시각이 호응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와 전망은 일단 실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전국 정당득표 합계도, 광역단체장 득표 합계도 야권에 뒤졌다. 서울에서 크게 졌고, 텃밭인 부산, 대구 등에서도 득표가 줄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구해 줍쇼’로 선거를 치른 부산시장 득표율은 박근혜의 대선 득표율(부산)보다 10퍼센트나 하락했다. 정몽준이 얻은 표는 서울의 새누리당 정당득표보다도 적다.(부산시장 선거도 그렇다.) 우파 결집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민 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17곳 중 13곳에서 진보 후보들에게 졌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득표는 4년 전보다 전국에서 골고루 성장했다. (경쟁이 다자 구도였고 4년 전 보수 후보가 당선했던 곳에서 진보 교육감의 득표율은 4년 전 당선한 보수 후보들의 득표율보다 높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항의 투표는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심판론’의 온전한 수혜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선거 대안이 부재한 단체장 선거에서는 (교육감 선거와 달리) 정권 심판 정서가 선택지를 찾기 힘들었다. (제도권 선거에서는 흔쾌히 표를 몰아줄 야당이 있을 때만 투표를 통한 정권 심판이 가능하다. 이것-제도의 근원적 특성과 이에 따른 새민련의 꾀죄죄함, 진보정당의 존재감 없음-이 이번 선거에서 선거심판론의 맹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참패를 모면한 이유다. 아울러, 단순히 당선자 수 등만 보고 선거 결과와 (정세에서의) 맥락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좀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조직 노동운동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충분히 강력한 것은 아니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계급 세력관계가 간접적으로 반영돼 여권이 그럭저럭 참패는 모면하게 된 것이다.


(정리해 보면,) 이번 지방선거가 보여 준 정치적 양상은 박근혜 정부에 항의하려고 여권 밖 정당들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그리고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박근혜가 우파적 도발을 할 수록 오히려 더 큰 난관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민 다수가 박근혜 정부를 지지한다는 따위의 부정확하고 비관적인 분석은 일부 온건한 개혁주의 지도자들에게 투쟁을 제약할 핑계거리만 줄 뿐이다. 박근혜 퇴진 같은 급진적 요구와 노동운동과의 연대를 멀리하는 식으로 말이다. 


ps 1. 야당이 압승을 못 했으므로 여권이 이겼다는 평가에 깔린 실망감은 도덕적으로 정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적확함이나 현명함과는 거리가 멀다. 문자 그대로 여권승리론은 박근혜 정부 항의 투표 대중이 모두 새민련에 표를 몰아줬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여권승리론이야말로 구제할 수 없는 야당 의존론이나 선거주의인 셈이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에서의 여권신승론이 급진적이지 않고, 비관적 온건파들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물론이고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조차 아무 한 일이 없는 새정치연합에게 우리가 왜 표를 줘야 하겠는가. 그렇다면, 애초에 선거 대안이 충실하지 않은 마당에 선거심판론에 전적으로 의존한(그래서 결과에 좌절까지 하게 된) 것이 ‘오버’ 아니었겠는가.


ps 2. 세월호 심판론이 몇몇 박빙 지역에서 충분히 위력을 발휘 못한 것은 그것을 담을 그릇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FTA를 추진한 자(김진표)가 한미FTA 체결에 앞장선 자를 앞선 게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겠나. 경기와 부산에서 무효표가 평균보다 많고, 경기는 평균보다 투표율이 낮은 것도 시사적이다. 

강원, 충청에서 광역 정당득표에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에 뒤졌는데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박빙으로 이겼다. 서울, 경기, 인천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들은 당락 여부와 관계 없이 정당득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새정치연합이 실적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반사이익을 부분적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기층 여론은 명백히 여권을 이탈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반대로 노동계급이 분명하게 우위에 선 세력관계는 아니라는 것이 이 정당득표 결과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중장기 세력균형과 단기적 흐름 모두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ps 3. 지금은 정권의 정치적 난관의 틈새 속에서 노동운동이 투쟁력을 복원하고 있다. 이것이 최근 여타 사회운동과 조직노동운동 사이의 관계다. 지난해 가을 국정원시국회의가 (일점 돌파한다며) 특검법 청원에만 매달렸는데, 결과적으로는 국회와 민주당만 쳐다보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 당시 노동운동과 거리를 두자는 주장이 꽤 있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의 특별법 서명운동은 옳고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통치자들을 약하게 만들려면 (촛불시위의 관점을 넘어서) 노동운동이 저항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전국적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 노동운동이 밀어붙여 세력균형이 우리 편에게 유리해질 때, 진상규명도 더 쉬워질 수 있다. 1988년 5공청문회나 광주청문회가 그랬듯이 말이다.(☞ 관련 글 바로 보기)


□ 선거가 실제 세력관계를 그대로 반영하나



선거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의의와 효과를 너무 크게 보는 것이다.


부르주아 선거제도는 진정한 사회적 세력관계를 간접적으로만 (심지어 왜곡된 결과로) 반영한다. 그러므로 사회적 세력균형 측정에서도 흔히 선거는 핵심 지표 기능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선거를 전후한 사회적 세력관계와 그 맥락이 더 중요하고, 많은 경우, 그것은 직접적 대중투쟁을 통해서 더 정확히 반영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에서 제도권 선거에는 진정으로 대중이 바라는 선택지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배자들이 만든 제도적,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변변한 야당이 없으면 집권당이 싫다는 투표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것이 자본가 양당 체제의 효과다. 선출 공직자에게 진정한 이 사회의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이유들로 선거로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는 경험칙이 쌓이면서 노동계급 대중의 기대치도 낮아져 왔다. 


노동계급 진보정당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결선투표도 없고 비례투표제는 부분적이며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가 기본인 한국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가 당선한 것이나, 2007년 이후 새누리당 정권의 연속 집권을 보고 한국 민중의 다수가 군사독재세력을 지지한다고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1987년 대선 이후에도 한나라당이 압승한 2007~2008년 대선·총선 이후에 대중투쟁이 오히려 고조됐다. 마땅한 선거 대안이 없었을 뿐, 대중이 보수화한 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의 외형적 숫자만 보고는 진정한 세력관계를 파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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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박근혜, 노동운동이 막아야 한다 ①

박근혜의 반격에 어떻게 맞설까 



박근혜는 10월 내내 불편한 한 달을 보냈다. 국가기관이 총체적으로 동원된 정치공작과 선거개입의 실체가 며칠에 한 건씩 드러났고,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정권 내부에 균열이 생겼다.


정권 탄생의 절차적 정통성도 의심받는 판국에, 당선을 위해 급조해 내놨던 각종 복지 공약을 대놓고 파기하다 보니 60퍼센트가 넘던 지지율도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 대한 박근혜의 답은 부패한 자들로 친정체제를 더 강하게 구축하는 것이었다.


검찰총장에 김기춘 라인의 김진태, 감사원장에 김기춘과 동향인 판사 황찬현, 새 복지부 장관에는 국민연금 개악과 의료 민영화에 찬성하는 문형표를 내정했다.


인사청문회 시작도 전에 김진태는 부동산 투기, 로펌 고액 수수 의혹이 나왔고, 나머지 둘도 세금 체납과 병역기피 의혹이 제기됐다. 가히 박근혜의 부름을 받을 자격을 갖춘 자들이다.


박근혜는 대선 개입 사건 수사팀장도 공안통으로 교체했다. 껄끄러운 수사 라인을 다 쳐내고는 이제 와서 의혹과 문책을 “수사 결과에 맡기고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을 못 믿게 만들어 놓고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모순이 사람들에게 쉽게 먹힐 리 없다. 그러니 실제로는 더욱 강성우파적 대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마침 10ㆍ30 재보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여세를 이용해 공세를 강화하려고 한다. 재보선에 참패해 기가 죽은 민주당도 ‘이석기법’*에 합의하며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애초 승패가 뻔한 곳에서 이긴 선거가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낼 순 없다. 그러니 일시적으로 힘이 실렸을 때 공세의 고삐를 쥐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 탄압과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를 급하게 서둘렀다고 보는 이유다.


박근혜가 공무원노조를 문제 삼자 검찰은 곧바로 공무원노조에 대한 선거법 위반 수사를 시작했다. 정부는 총체적 우파 공작으로 집권한 정부답게 ‘물귀신’ 작전도 조직적으로 펼친 것이다.


곧이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박근혜가 이런 사법 탄압으로 노리는 목표는 명백하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내핍 강요 본격화를 앞두고 저항의 섟을 죽여 반동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안전을 위해 강성우파식 법질서 통치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헌법재판소 구성이 아무리 우파적이라도 노동ㆍ민중 운동에 강력한 기반이 있고 자력으로 국회의원도 만들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행정 절차와 판결만으로 해산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다양한 진보단체들이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탄압을 지속해도 박근혜가 반동의 본편을 시작하려 할 때가 오히려 가장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절차적 정통성에 불신을 받는 정권이 대중적으로 인기 없는 정책, 즉 고통전가와 내핍 정책을 본격화하는 것이 축적되는 불만에 저항의 불씨를 당기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 연금 삭감, 고용 ‘유연화’ 등 내핍과 고통전가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조직 노동자들의 운동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민주당에게 국가 정체성과 헌법에 대한 충성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다. 각종 내핍과 반동 조처들을 변변치 않으나마 ‘국민적 합의’로 포장할 수단, 즉 국회에서의 처리라는 모양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검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편, 국가정보원이 유일한 깃털인 줄 알았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갈수록 다채로운 깃털들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에 이어 행정안전부와 노동부의 대선 개입도 드러났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인터넷 공작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됐고, 국정원과의 연계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새로 밝혀졌다.


이쯤 되면 이 총체적 부패 행위들의 꼭대기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있음에 틀림없다고 보통 사람들이 볼 만도 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원 개입 여부에도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이후 마녀사냥으로 선관위노조를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키고 사실상 와해시켰다.


이런 의구심들이 이제는 합리적 의심이 되고 있다. 박근혜가 갈등 끝에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찍어낸 것도 더욱 의문을 증폭시킨다. 진실 규명에 대한 요구도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미약하나마 진실의 일부를 캐냈던 검찰 수사라인이 정권의 쳐내기로 붕괴한 마당에 특검 요구는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박근혜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언급한 것도 이런 특검론을 경계하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특검에 대한 바람이 커진 것은 박근혜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검찰을 못 믿게 만들어 놨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할 ‘상설특별검사제’를 공약했던 박근혜가 특검 요구를 거부할 명분도 없다.


특검 요구에 동의하지 않던 정의당은 특검 요구로 선회하며 야당들이 공동으로 특검을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안철수와 민주당이 연이어 특검 요구 대열에 합류했다.


정의당과 안철수 쪽은 국정원 개혁 법안도 공동으로 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새누리당 김태흠이 안철수의 특검 요구 기자회견을 두고 ‘3권 분립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전형적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발언이다.


새누리당이야말로 최근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무죄 판결 등을 두고 ‘종북 판사’ 운운했던 자들이다. 또한 특검은 법을 만들어 하는 것이므로 이를 요구하는 것이 3권 분립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특검이 진실을 밝히기는 힘들다. 검찰도 쳐내는 마당에 제대로 된 특별검사를 박근혜가 임명해 줄 리도 없다.


이런 약점들 때문에 그동안에도 특검이 정치ㆍ경제 권력의 핵심을 제대로 파헤친 사례가 없다.


국가권력이 동원된 음모와 공작은 국가기구가 분열해 내부 제보자가 생길 때 가장 효과적으로 폭로되곤 한다. 국가기관의 내분이 밖으로 표출되도록 하는 것은 주로 대중운동의 힘이다.


국회 바깥에서 독립적으로 벌이는 운동, 특히 조직 노동운동이 중심이 돼 박근혜 정부와 우파 단결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때만 저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며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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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서야 한다






724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 권성동은 “[종북세력이] 국정원 직원 … 공무원이 댓글 단다는 생각을 못하게 교묘하게 댓글을 다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뻔뻔하고 낯짝 두껍기가 이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범죄자들의 적반하장은 이뿐 아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장 남재준은 집단 불참으로 아예 26일 국정조사 국가정보원 기관보고를 무산시켜 버렸다. 도대체 누가 죄인인지 모를 지경이다.


경찰청 수사팀끼리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데 잠이 오냐?”며 나눈 대화를 두고 경찰청장 이성한은 국정조사에 나와 “농담일 것”이라고 변호했다. 


조직적으로 반동적 정치 공작을 했던 자들이 이제 진실을 은폐하고 쟁점을 물타기하는 데서도 강력한 ‘조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조직적 역주행 범죄의 꼭대기에 박근혜가 있다. 7월 들어 촛불집회가 커질 듯하자, “귀태” 발언을 뒤늦게 문제 삼으며 우파 결집용 막말 소동을 벌였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국정원이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 “스스로 개혁하면 된다”며 이 범죄집단을 감싼 것도 박근혜다. 급기야는 ‘사이버테러 총괄’이란 명분으로 방송사 전산망까지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대놓고 주려 한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야말로 ‘도둑질하다 들키니 강도로 돌변’하는 전형적인 범죄집단인 것이다! 지금 이 범죄집단이 심각한 정치·경제 위기 속에서 자신들이 누구 편인지 본색을 분명히 하려 하고 있다.


박근혜는 그동안 뭘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제 민주화를 “일단락”한다고 선언하고는 현대차 희망버스 마녀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정권이 불법 재벌들을 비호하지 않는다면, 대법원 판결도 어긴 현대차 사측이 그토록 당당하고 노골적으로 폭력을 휘두를 수 없을 것이다


돈이 없어 간접세 인상,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등 서민증세를 해야 한다면서, 정작 복지 공약은 먹튀하고, 5년간 70조 원을 들여 미국에서 무기를 사오려 하고 있다. 물타기용으로 뭐 하나 내놓을 수도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하튼 이런 우파 본색 행각은 새누리당도 ‘국정원게이트’의 공범 집단이라는 의심과 1퍼센트 가진 자들의 부패한 정권이라는 분노에 기름을 더 부을 뿐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본질과 상관없는 말꼬투리 잡기로 막말 소동을 일으켰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식의 환멸을 자아내 분노의 표적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와 분노가 커져서 이런 추접스런 우파적 책략도 일관되게 유지하기 힘들다


정당성 위기는 박근혜를 매우 모순된 처지로 내몰았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원세훈 구속, 감사원의 4대강 사기극 발표 등의 꼼수를 부렸고,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을 공개적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희생양 만들기는 애써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우파 결집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당장 감사원 발표에 이명박 쪽이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박근혜가 기득권세력 일부를 속죄양 삼는 것은 반우파 대중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박정희 비밀 자금 6억 원을 전두환에게 지원받았던 박근혜다.


결국 자기 편 털기는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고, 이는 박근혜의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사실 이것이 노태우, 김영삼 등 새누리당의 이전 정권들이 반복해 왔던 전철이다.


그런데 이처럼 흔들리는 박근혜가 우파 결집을 유지하며 버티는 것은 민주당이 어리석게도 새누리당의 종북 프레임에 갇혀 대중의 분노를 모아내는데 별 구실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NLL 문제, 국정조사 위원 교체 등 말도 안 되는 수모를 당하다가 이제 와서 “NLL을 사수하는 데 목숨 걸고 앞장설 것”이라고 새누리당에게 무릎 꿇었다.


애초 새누리당의 민주당 길들이기는 민주당에게 가해지는 기층 사회운동의 압력을 차단해 장외 투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기층의 저항이 커지지 못하도록 막고, 또 정권과 국회 등에서 자신들의 유리한 세력관계를 사회적 세력관계에도 옮겨 놓겠다는 의도다.


그러므로 이런 시도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무릎 꿇고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당을 믿어서는 안 된다친자본주의 정당인(즉 말은 친서민이라고 하지만 본질은 친기득권이라는 뜻) 민주당은 기층에서 저항과 대중행동이 활발해지는 것을 별로 바라지 않는다. 


국정조사에서 개별 의원들의 몇몇 폭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정조사 일정에 촛불의 일정과 힘을 종속시켰다간 또 뒤통수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촛불이 박근혜 범죄집단을 위협하는 운동으로 성장하려면, 오히려 총체적 반동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모든 이들이 결합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의제를 박근혜 정부 전반의 악행에 맞서는 것들로 확대해야 한다. 총체적 반동 공작의 피해자였던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 투쟁을 촛불로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저 반동의 범죄집단들이 조직적으로 우리를 짓밟으려 하는 지금, 우리 편도 더 폭넓은 참여로 강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이런 정치 행동에 앞장서서 국민적 지도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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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http://www.left21.com/article/13261

박근혜가 몸통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대화록) 공개가 총체적 정치 공작의 일부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대화록을] 까겠다”고 한 권영세의 지난해 12월 10일 발언이 폭로된 것이다. 권영세는 당시 박근혜의 대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다.

대선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무성이 비공개 당내 회의에서 “원문을 보고 내부에서 회의도 해 봤[다] … 공개하려고 했[다]”고 말한 사실도 유출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4일 박근혜와 함께한 부산 유세에서 김무성은 “노무현 김정일 간 대화록을 최초로 공개하겠다”며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에 있는 내용을 주욱 언급하고는 ‘친북 좌파세력이 정권 잡는 것을 목숨 걸고 막자’고 호소했다.

대화록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관리하는 국가기밀이다. 이것을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알고 폭로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커넥션을 입증한다.

이 당시 국정원장은 이명박과 꾸준히 독대했던 원세훈이었다. 측근들의 계획이나 남재준의 대화록 공개를 박근혜가 몰랐을 리도 없다. 자기 허락 없이는 측근들이 말 한마디도 함부로 못 하게 하는 게 박근혜 스타일이니 말이다.

결국 연이은 폭로로 첫째,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ㆍ선거 개입의 몸통이 박근혜(와 이명박)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둘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이에 대한 검ㆍ경의 비호, 대화록 공개와 NLL 색깔론이 처음부터 한 몸통이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새누리당과 주류 지배자들은 국정원 같은 보안 사찰 기구를 틀어쥐고, 국내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을 사찰하며 정치 공작을 주도해 왔던 것이다.

원세훈 시절 국정원의 진보진영 사찰과 정치 공작은 이미 폭로된 바 있다.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문건이 대표적이다.

현 국정원장 남재준도 이런 공작정치를 ‘대북 심리전’이라고 정당화한다. 국민의 절반을 종북으로 몰면서 전쟁을 벌여 온 자들이 이 더러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국정원의 범죄는 이어지고 있다. YTN의 기사 검열과 보도국 회의 사찰 사실이 최근 폭로됐고, 인하대에서는 시국선언을 사찰한 것이 새로 폭로됐다.

이제 ‘국정원게이트’는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새누리당, 국정원, 검ㆍ경, 조중동 등 주류 우파가 총단결해 벌인 초법적 정치 공작에 관한 의혹이 됐다.

비상 계획

이번에 폭로된 대화에서 권영세는 “[대화록 공개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컨틴전시플랜(재난 따위의 비상 사태에 대비하는 장기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비상계획은 박근혜가 어려울 때마다 가동돼, 동요하는 우파를 결집하고 반대파를 분열ㆍ약화시키는 구실을 해냈다.

첫째, 정문헌이 NLL 대화록 문제를 처음 꺼냈을 때는, 지난해 10월 8일이었다.

당시 박근혜는 ‘인혁당 사법 살인이 옳았다’는 발언의 역풍에 몰려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박근혜 필패론’이 부상하면서 곤경에 몰리고 있었다.

결국 대화록 공개 협박과 색깔론 공세로 우파 내부 동요를 단속하고 민주당과 안철수를 안보 프레임에 가둬 놓을 수 있었다.

둘째, 김무성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공개한 12월 14일은, 인터넷 여론 조작에 동원된 국정원의 실체가 폭로된 직후였다. 또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의 맹공으로 박근혜가 ‘멘붕’을 겪던 시점이었다.

이제 와서, 박근혜는 이런 과정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비상계획’이 작동될 때마다 박근혜는 직접 나서 그 효과를 극대화해 왔다.

10월 정문헌의 발언 이후 박근혜는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인가” 하며 불을 지폈다. 12월에는 종북 좌파에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NLL 발언을 이용했다.

이번 대화록 공개 직후에도 박근혜는 “NLL은 젊은이들의 피와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며 국정원을 비호했다.

기껏해야 원세훈과 이명박의 커넥션 정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 박근혜 몸통론이 등장한 것도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법무장관 황교안은 검찰 내부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원세훈을 대놓고 비호했다.

지금 국정원을 국정조사해 몸통을 밝히라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이제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확대되고 있고 종교계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런 위기를 “도 아니면 모”라고 본 저들은 세 번째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해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다.

“도 아니면 모”

따라서 이것은 저들의 자신감이 아니라 위기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면서 스스로 통치의 정당성까지 훼손했기 때문이다.

저들의 무리수는 지금의 정치 위기를 한층 더 불안정한 상태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지금 경제 위기 조짐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는 이미 초유의 임기 초 위기를 겪었고, 이 속에서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 자신감이 조금씩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을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도 슈퍼 갑들의 대변자인 박근혜를 곤혹스럽게 한다.

대기업 비리를 수사하는 쇼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를 달래 보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 몸통 의혹이 커지면서 박근혜는 또다시 우파를 결집하며 종북 몰이 색깔론에 기대고 있다.

동시에 박근혜는 지리멸렬한 민주당에게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화록 공개 협박에 움찔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수세적으로 대응했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가 안정을 위해 자제”하고 있는 게 민주당이다.

이런 탓에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우파는 결집한 반면, 왼쪽에선 그와 맞먹는 결집이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휘둘리고 안철수가 침묵하는 가운데, 존재감이 약해진 진보정당의 목소리도 영향력이 미약한 실정이다.

지금도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색깔론 총공세로 우파 결집과 진보 분열을 노리고 있다. 경찰이 26일 범민련 사무실과 활동가 아홉 명의 집을 압수수색하며 두 명을 체포한 것도 이런 공세의 일부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이 박근혜에 맞서 민영화 반대 투쟁에 시동을 걸고 있고, 박근혜 규탄 시국선언이 번지면서 촛불집회도 당분간 이어질 기세다.

따라서 우리는 아래로부터 대중행동들이 더 확대되며 성과 속에서 고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유린과 각종 반동적 공격의 몸통인 박근혜를 정확히 겨냥해서 공세 수위를 높여 가야 한다.

ⓒ<레프트21> 107호 | online 입력 201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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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더니, 취임 한 달 만에 박근혜 정부의 꼴은 한 2년은 지난 정부 같다.


장차관급 고위 인사들이 비리 혐의로 임명장도 받기 전에 벌써 일곱 명이나 짐을 쌌다. 정권 초 낙하산 인사가 활개쳐야 할 시기에 날개 없는 추락만 벌어지고 있다. 


<한국갤럽>가 최근 실시한 국정수행지지도는 44퍼센트로 취임 첫 1분기 지지율로는 역대 최저다임기 초 네 명이나 장관급 인사가 낙마하고, 그 결과 임기 초 지지율도 역대 최저였던 이명박 때보다도 못한 것이다.


법무차관 사퇴로까지 번진 별장게이트 의혹을 두고는 청와대와 검찰, 경찰이 불협화음을 내며 서로 책임 전가를 하기 바쁘다.


이처럼 지지층에는 금이 가고 있고, 집권당과 국가기구는 서로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며, 청와대에선 이를 두고 공직기강을 다잡겠다는둥 이전투구 조짐도 보인다.


이러니 새누리당은 서울 노원 병 보궐선거에 ‘거물급 인사’를 전략 공천하지 못했다. 물론 안철수가 당선해 야권을 분열시키기 바라는 속셈도 있긴 할 것이다. 그러나 승산이 없다고 다들 출마를 기피한 탓이 더 크다. 정권 초기 선거에서 집권당의 이런 무기력함은 시사적이다.


결국 일곱 번째 낙마가 일어나자, 친박계인 새누리당 대변인 이상일마저 “청와대는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친이계들도 곳곳에서 날선 비판을 날리고 있다.


이처럼 예상보다 빨리 정치 위기가 찾아왔지만, 박근혜를 괴롭히는 위기의 요소들이 충분히 무르익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위 권력층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던 별장게이트 수사는 주춤하고, 새누리당 안의 청와대 책임론은 실무진 책임론으로 빗겨가고, 개별적 반발들에도 여전히 박근혜 거수기 노릇을 한다. 진보진영의 저항도 아직 두드러진 것이 없다.


이명박이 첫해에 레임덕 위기에 빠진 것을 지켜 봤던 박근혜는 임기 초 위기에 한층 더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것은 더 강성우파들이 전면에 포진할 거라는 뜻이다.


이동흡이 낙마한 헌법재판소장 자리엔 우파 기질로는 이동흡과 막상막하인 박한철을 내정했다. 2008년 촛불운동 때 대검 공안부장으로 강경 대응을 지휘했던 그는 필명 ‘미네르바’를 구속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퍼센트 변호 집단인 김앤장에도 몸담았다.





또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측근 이경재를 내정했다. 그것도 방송 장악 음모라는 반발 때문에 한달이나 지연된 정부조직법이 가까스로 통과한 직후에 말이다. 박근혜 스스로 ‘어떠한 사심도 없다’던 대국민 담화를 단번에 뒤집어버린 것이다. 비록 낙마했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평을 들은 공정거래위원장 인사도 그런 케이스였다.


이제 박근혜는 국가기구를 단속해 손상된 국정장악력을 회복하고, 우파 결속을 강화하려 한다. ‘국가 기강 세우기’를 내세우는 까닭이다. 이것은 한편에선 사정 정국을, 한편에선 ‘반국가·반헌법’ 세력인 종북세력 마녀사냥 몰이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위기의 수준 때문에 봉합은 할 수 있지만, 위기의 요소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위기의 주된 책임이 박근혜 본인에게 있다. 복지 공약 먹튀에 서민 증세 계획, ‘부패’·‘우파’ 코드 인사 등으로 신뢰의 위기, 즉 통치의 정당성 위기를 불러 온 당사자는 박근혜다.


또 역대 정권 중 임기 초 사정 드라이브가 효과를 본 것은 김영삼과 김대중 뿐이다. 집권 당시 지배계급 내 소수파였던 이들의 국가기구 내부 숙정이 군부와 민정당 기반의 옛 지배세력 솎아내기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영삼은 하나회와 재벌을 공격해 크게 지지를 받았다.


이 둘은 모두 임기 초 지지율이 70퍼센트가 넘었다. 사정 정국을 포퓰리즘적으로 활용할 기반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지지율이 취약하지만, 무엇보다 사정 대상이 돼야 할 보수적 국가관료와 재벌들이 자신의 핵심 기반이다. “걸레경연대회”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박근혜 인사가 복마전이었던 것도 인적 기반이 박정희 시절부터 국가와 사회의 최상층부에서 군림해 온 주류 지배자들이기 때문이다. 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 등은 이들의 부패한 연결망을 얼핏 보여 준 것이다.


따라서 감사원, 국세청, 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한 전방위적 사정 정국은 자칫 자신의 핵심 기반을 건드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에겐 우파 결속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결국 박근혜의 공직기강 다잡기는 ‘이명박 측근 몰아내기와 색깔 지우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MBC 사장 김재철 해임처럼 말이다. 부패 척결은 애초 목적도 아니다. 4대강 공사 수사 가능성도 있다.


별장게이트만 해도 벌써 이 사건을 유야무야 덮어버리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에 검찰, 경찰은 물론이고 감사원, 국정원 등의 고위층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치 위기의 근본 배경에는 경제 위기 심화 조짐이 있다. 가까스로 임명장을 받은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퍼센트 대 저성장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여기에 북한 핵을 빌미로 한 동아시아 군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커져 왔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추구해 온 한국 지배자들조차도 지금의 대외 환경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미일 동맹 강화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본의 우경화는 대중의 반감 때문에 한국 지배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박근혜는 이런 위기들 때문에 지배자들 사이에 균열이 생겨서, 자신의 통치 기반이 약화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좌파를 희생양 삼아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지배계급의 우파적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한 통치 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여기엔 앞으로 경제 위기가 더 심해지고 고통전가 정책이 펼쳐질 경우, 그 불만이 진보정치 세력들의 성장으로 수렴하는 것을 선제 예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민주통합당의 협조로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새누리당 의원 김태흠은 ‘종북 당은 해산해야 한다’며 자격심사안의 본심을 드러냈다.


강성우파로 육군 대장 출신인 새 국가정보원장 남재준은 “안보 수사는 … 북한의 의도도 잘 아는 국정원이 하는 것이 능률적”이라고 국정원의 국내 수사권을 옹호했다.


아니나 다를까, 3 26일 박근혜가 ‘사이버테러 위기 대응이 분산돼 있으니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자마자, 새누리당은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핵심 내용은 국정원의 민간 수사 권한을 더 크게 강화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우파 본색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열려고 하는 지금, 중요한 것은 노동계급 운동의 저항 여부일 것이다. 아쉽게도 민주노총 선거에서 보듯, 노동운동의 지도력 위기가 진행중이다.진보정치 세력들도 각개약진 중이다그럼에도 진보진영은 특정 사안을 두고 협력할 수 있다. 


변혁 좌파는 과장도 회피도 하지 말고, 박근혜의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며, 원칙있는 단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떠한 단결, 어떠한 혁신이 필요한지 등 올바른 투쟁의 과제와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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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를해적기지로 불렀다고 해군당국에게 고소당했던 김지윤 씨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14 “[해적기지] 표현은 주관적 평가에 불과하[] … 해군이라는 집단에 대한 모욕이라고 보기 어려워 무혐의로 결론내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지윤 씨는많은 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주신 덕분에 불기소로 끝났다며 연대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검찰 결정으로해군당국의 고소가 정당성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명박은 37일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 구럼비바위 폭파를 시작했다. 김지윤 씨는 트위터 항의 인증샷 캠페인에 참여해제주 해적기지 건설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하고 메시지를 올렸는데, 이를 두고 해군 당국이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김지윤 씨를 고소했던 것이다.


김지윤 씨 말처럼, 법으로 반대파를 침묵시키고 해군기지 강행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던 정부와 해군 당국의 시도 중 하나가 열 달 만에 좌절된 것은 통쾌한 일이다.


박근혜 당선 후 헌법재판소장에 꼴통 보수 인사를 임명하는 현실에서도 검찰 같은 보수적 국가기구를 물러서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것도 뜻깊다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호의적일리 없는 검찰조차 이런 무혐의·불기소 결론을 내린 것은 애시당초 강용석 따위를 앞세운 해군 당국의 고소가 얼마나 무리수였는지 보여 준다


이미해적기지라는 표현은 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해군과 경찰, 건설 대기업들의 횡포를 직접 겪은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 통용되던 표현이었다.


그러므로주관적 평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말은 기지 반대 운동에게 허위 사실 같은 재갈을 물릴 수 없다는 것으로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자체의 정당성도 더욱 확보된 셈이다. 더 나아가 99퍼센트 저항 운동의표현의 자유에도 진전을 이룬 것이다. 최근 한동안 명예훼손죄·모욕죄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사실 당시 해군 당국이 과잉 대응을 하며 고소를 한 것은 당시 집권당이 총선을 앞두고 우파 결집을 추진하는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연달아 권력형 비리가 터지면서 2011년말부터 집권당은  큰 위기에 빠졌다. 여러 위장 쇼에도 지지 회복이 쉽지 않자 집권당은 안보 공세와 색깔론을 되살리며 우파 결집으로 나갔다


3월초 제주 구럼비 폭파 강행, 한미FTA 발효 등을 강행하며 보수는 결집시키면서 반대편에선 야권과 진보진영을 분열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총선에서 이기고, 나아가 대선에서 정권을 연장하면 제주 해군기지도 일사천지로 건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봤을 것이다.


따라서 결집한 우파의 공세였던해적기지발언 고소에 용기있고 단호하게 김지윤 씨가 대처한 것이 매우 중요했다.


김지윤 씨는 우파들이 언론에서 마녀사냥 공세를 시작하자 도리어 “주민 15백여 명 마을에서 고작 87명이 찬성한 게 주민 동의를 얻은 것이라 우기는 정부, … 폭력 경찰, … 보수언론들, …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이들이 하는 게해적질이 아니라면 달리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 기어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여 동아시아 불안정을 높이고 평화의 섬을 파괴한다면해적질의 책임을 반드시 묻게 될 것이라고 단단한 투지를 내보였다.


유감스럽게도 통합진보당 유시민이나 <한겨레> 등이정치인으로서 적절한 얘기는 아니라거나 김지윤 씨가비난을 자초했다는 식으로 대처해 우리 편 김을 빼고 우파 공세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엑스맨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진보진영의 지도자들은 망설임 없이 연대와 지지에 나섰다. 무엇보다 이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고권일 강정주민대책위원장, 문정현 신부,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이 지지 서명에 참여했고, SNS에서는나도 고소하라릴레이 등이 이어졌다.


특히, 노암 촘스키 등 국제 진보 인사들도강제로 강정 주민들을 쫓아내고 해군기지를 건설해세계 평화의 섬에 전함을 배치하는 것은 분명한 해적 행위라며 고소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러므로 이번 불기소 결정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승리이자 진보진영 전체의 성과다. 특히 물러섬 없는 단호한 투쟁도 얼마든지 광범한 연대를 구축해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사실 올해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처리된 것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 때문이었다는 것은 저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이번 승리는 제주 해군기지 싸움 전체의 일부다. 김지윤 씨도해군기지 건설 밀어붙이기를 위한 겁주기 효과는 여전하다고 보고 앞으로도 싸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진보진영은 더욱 단단하게 뭉쳐서 제주 해군기지에 일관되게 반대해야 한다. 친제국주의 정책과 반민주 탄압 등 우파 결집에 맞서는 우리 편의 ‘단결과 연대, 단호함’은 더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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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좌우 양극화 

단순하지 않은 강성 우파 정부의 미래

사분오열된 노동자 진보정치 새로 구축해야



5년 전 이명박은 온갖 부패 의혹에도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당선할 수 있었다노무현 정부의 개혁 배신과 우파에 대한 굴복이 낳은 환멸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이명박이 당선하고나서 우파는 ‘역대 최대 표차 당선이고 이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얼마나 오만을 떨었던가그러다가 취임 석 달 만에 촛불 저항에 부딪혀 이명박 정부는 첫해부터 “얼리 덕”(조기 레임덕정부가 되고 말았다


한미FTA 국회 비준에 무려 4년이나 걸렸고의료 민영화와 주요 공기업 사기업화는 거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이명박 당선이 사회적 세력관계의 우경화는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성장보다 분배’, ‘무상급식’, ‘복지국가’ 같은 진보의제가 떠올랐고이 여파 속에서 박근혜는 눈치를 보면서 ‘복지와 경제 민주화’ 등 우파 포퓰리즘으로 본색을 감추고 보수적 하층민들을 달래야 했다박근혜의 대선 현수막에 “아이돌봄서비스 확대임플란트도 건강보험으로등록금 부담 절반으로고교 무상의무교육 시대!”처럼 어울리지 않는 복지 공약이 새겨진 이유다.


그러나 박근혜는 온갖 포퓰리즘 쇼와 그 장막 뒤에서 우파 결집을 추구해 올해 총선에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에 기초해 사회 분위기를 오른쪽으로 되돌리려고 애를 써 왔다. 그래서 강력한 반우파 정서가 ‘차악’ 문재인에게 쏠리면서 약 15백만 명이 ‘박근혜 반대 투표’를 했는데도 초유의 우파 결집을 유지할 수 있었고 끝내 대선에서 이긴 것이다


그 기초는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긴축(내핍) 정책을 준비하는 지배계급 압도다수가 반동적 우익 박근혜 쪽으로 결집한 것이다. 역대 최대 보수대연합 정부의 등장은 심화하는 세계경제 위기 압박 속에서 지배계급이 더 잔인해지고 참을성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 반대쪽에서 좌우 양극화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노동운동은 2009년 쌍용차 패배 후 충분히 회복하질 못했고, 무엇보다 노동운동 기반 진보정치가 사분오열돼서 회복에 악영향을 주고, 선거에선 대안이라 할 만한 것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썩 내키지 않아도 ‘차악’ 문재인에게 투표하겠다는 정서가 조직 노동자들 전반에서 발견됐던 것이다


역대 최대로 반우파표가 결집했는데도, 지배계급 총단결에 바탕해 이룬 우파 결집을 못 이긴 것은 단순한 선거정치로로 지배계급 주류 우파 정권을 넘어서기가 애초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줬다.(지배계급의 분열, 위기, 강력한 대중투쟁 등 요소와 결합된 1997년과 2002년은 어쩌면 아직까지 예외사례로 봐야할 듯하다. 2004년 총선이 예외 사례이듯 말이다.)


한편, 문재인도 안철수도 성장과 안보라는 우파 의제에 굴복해 제대로 된 차별성도 보여 주질 못했고 과거 민주당 10년의 불신을 씼을 만한 반성도 보여 주지 못했다. 경제 위기와 빈곤 심화, 가계부채라는 조건에서 둘 다 성장과 안보를 말한다면, 노무현식 그것보다는 박정희식 그것이 경험상 훨 낫게 보이지 않을까. 이것이 우파 결집이 사회적으로 더 강하게 힘을 발휘한 이데올로기적 요소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명박이건희정몽구전두환방일영 같은 야비한 반동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투표를 통한 이명박 정부 심판도 이루지 못했다반우파 투표를 한 노동자와 청년들이 일시적으로 굴욕감과 낭패감을 느낄 법도 하다한동안 우리는 불길하고 불쾌한 경험들을 마주해야 할 듯하다. 



삶의 위기를 겪는 빈곤층에게 박정희 성장 신화가 더 그럴싸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산이 어떻게 답이 되겠는가. 이렇게 보면 민주당도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고, 뚜렷한 반우파 정서가 아니라면 뚜렷한 투표 요인을 못 줬을 것이다. 투표로 자본주의를 통제할 수는 없다. 항의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말이다.



정권 연장에 성공한 우파의 제도 정치에서 주도권을 더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이는 정치·경제적 반동으로 한걸음 더 가는 것을 뜻할 것이다우파는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사회적 세력관계를 오른쪽으로 돌리려고 시도할 것이다. 


올해 총선 승리 뒤 종북 마녀사냥을 떠올려 보라긴축(내핍정책을 펴야 하는 상황에서 저항의 섟을 미리 죽여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후퇴, 제주 해군기지 강행, NLL 국경선 확정 등을 포함한 냉전주의 대결 정책과 대북 압박 강화 등 친제국주의 정책도 강화할 것이다5·16은 혁명이 되고, 5·18은 폭동이 되는 전도된 언론 보도와 교육이 늘어날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 조중동과 재벌도 벌써 박근혜에 긴축과 복지 공약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당선인은 선거 기간 국민에게 '해주겠다'는 말만 했다. 이제부턴 '참아달라'는 말을 함께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미 검찰이 ‘흑색 선거사법 엄단’ 방침을 선언했다. 박근혜가 대선 말미에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던 걸 떠올리면, 검찰의 이 방침이 무얼 뜻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이 비밀 기구를 만들어 진보진영을 감시·사찰하고창조컨설팅과 컨택터스 등과 보안기관이 공조해 민주노조를 공격하던 방식을 유지할 것이고, 급진좌파에 대한 국가보안법 마녀사냥이 강화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의 기반이 우파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과정을 ‘사회적 타협(고통분담론)’ 방식으로 추진할 수 없다. 정치적 완충장치 구실을 할 기반이 박근혜에게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IMF 직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와 다른 점이다.


이명박조차 집권초 한국노총 지도부의 지지를 받았고, 이런 인맥을 이용해 국민노총을 만들면서 노동계 일부를 끌어들이고 민주노조운동을 견제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으나 박근혜는 이런 기반조차 없다.


이런 경직된 정치체제는 당장 계급 대립이 전면화하지 않는다 해도 갈등의 판돈을 키울 것이다. 물론 이 부족한 완충장치를 만회하려고 노태우의 3당합당과 맞먹는 정계 개편 같은 정치적 도박을 시도할 수도 있다.(물론 여기엔 변수가 많다.) 


배반


그러나 경제 위기 때문에 [일부 중간계급을 포함한] 자기 하층민 지지층까지 공격해야 한다는 점이 박근혜 정권에게는 커다란 위기와 모순의 요소다. 초기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국민행복통합” 따위의 포퓰리즘 언사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가 냉정하게 진실을 보자고 할 때는, 저들의 강점 뿐아니라 약점도 봐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초기부터 만만치 않게 적대적인 환경과 대적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사회적 압력 속에서 상당한 포퓰리즘 언사를 하면서 가난한 지지층의 기대도 키워왔다. 


우선, 조직 노동자들을 포함한 강력한 반우파 청년층의 존재다. 선거 결과를 살펴 봐도 반우파 결집이 만만치 않았다. (비록 지배계급이 똘똘 뭉쳐 이룬 우파 결집의 강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말이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과 이회창이 얻은 표를 더하면, 우파 지지 표는 총유권자 대비 39.9퍼센트였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우파 총결집으로 박근혜가 얻은 표는 총유권자의 약 38.9퍼센트다. 비율은 도리어 줄었고 7백만 명이 더 투표를 했는데, 득표수로는 고작 70만여 표가 늘었을 뿐이다. 반우파 반감 속에서 이쪽도 역대 최대로 결집한 것이다.


소소한 희망거리를 찾아보자면, 서울교육감과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지도자 출신인 이수호와 권영길이 30퍼센트 넘게 표를 얻었다. 둘다 해당 선거에서 진보가 얻은 역대 최대 득표다. 삼척에선 무소속 반핵 후보가 새누리당을 이기고 시의원에 당선했고, 통합진보당이 참여한 7개 선거구에서 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18.5퍼센트를 득표하며 두 명의 기초의원을 당선시켰다.


아직은 산발적 투쟁 속에서 투지 회복이 더딘 노동자 투쟁이지만 이들이야말로 여전히 가장 잘 조직되고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세력이므로 이들을 주목해야 하고, 이들을 고무하는데 상당한 애를 써야 한다. 


예를 들어 금속노조는 하루 산별 총파업을 1월 중에 벌일 계획이고, 이 총파업 준비의 일환으로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이 바로 박근혜가 당선한 날에 잔업거부를 결행했다. 다음날은 비정규직지회가 하루 파업을 한다. (이런 투쟁들이  더 일반화해야 한다.)


이들의 불만은 이미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1퍼센트 특권 정부에 대한 분노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경쟁자에게 표를 던진 1500만 국민이 겪는 이런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박탈감, 기회의 불평등, 지역적 소외감을 직시하고 그들과 소통하고 껴안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박근혜는 앞서 지적했듯, 자기를 찍어준 하층민들을 배반해야 처지다. 반대파가 완고한데, 정치적 완충지대를 못 갖춘 조건에서 배반당한 지지층마저 이반하는 것은 집권당의 안팎 모두에서 상당한 긴장을 낳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반대파와 서민을 달래야 한다면서도 “이제부턴 '참아달라'는 말을 함께 해야 한다”고 해 사실상 모순된 과제를 제시하는 것은 지배계급이 처한 모순을 보여 주는 한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조선일보>도 “지지자들에게 인내와 자제를 호소하고 반대자들을 껴안지 못하면 다른 정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며 불안한 미래를 걱정한다. 그런데 자신을 지지한 집단까지 공격하면서 어떻게 “반대파들이 박근혜 당선인을 우리 대통령이라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바로 이런 조건 때문에 집권당 부패와 분열 문제도 여전히 잠복된 위기 요소다. 정권을 잃을까 봐 가까스로 뭉쳤던 보수대연합은 경제 위기 국면에서 민심 이반과 저항 운동의 압력이 가중되기 시작하면, 통치 방식을 놓고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박근혜는 불만에 찬 대중을 달랠 희생양으로 최악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부패 혐의를 뒤질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집권당의 분열은 더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지배계급의 분열은 억눌리던 사람들이 저항에 나설 자신감을 주기도하고, 이 과정은 흔히 지배계급의 부패 의혹에 관한 상호경쟁적 폭로와 연결된다.


박근혜에게 정수장학회 등 장물 재단들과 그 관리를 둘러싼 의혹과 재산다툼은 계속 약점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여기에 남동생 박지만과 그의 처 서향희가 이미 저축은행 등의 부패 의혹 중심부에 서 있고, 그 친인척들도 죄다 부패 의혹을 받고 있다.


결국 박근혜 집권 후 당장은 보수 반동이 강화되겠지만, 이명박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그런 일을 해야 한다. 정치·사회적 완충장치 마련에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결정적 변수는 조직 노동운동과 반우파 청년들이 투쟁 태세를 갖추고 도전할 것이냐 문제다. 


그리 된다면, 박근혜 집권은 더욱 격렬한 계급간 대립과 충돌로 가는 드라마의 서막일 수 있다그러므로 박근혜 집권 때문에 생기는 상심과 불길함에 우리는 서로 힐링을 해야겠지만, 정치적 비관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들의 시도와 객관적 결과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곧장 이 나라가 1987년 이전의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하지는 못할 것이다한국 민주화의 핵심 동력인 노동운동의 조직과 의식이 전반적으로 건재한 상황이다이런 힘이 유지되면 선거로 우파 정부가 들어서도 함부로 권위주의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이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반동적 공세에 경계를 늦춰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반동적 지배자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조직 노동운동을 약화시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할테니 말이다. 


장기집권한 독재자 이승만·박정희도 3번씩이나 직선제 선거로 독재정권을 유지한 바 있고, 심지어 히틀러도 선거로 집권해 파시스트 독재로 나아갔다. 지금은 지배계급이 반동화하는 경제 위기의 시대이므로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야금야금 먹어오는 공격에 무신경하면 노동운동이 결정적 순간에 무기력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나쁜 것이 비관주의에 빠져 우경화하고 전선에서 이탈하는 것이라면, 현실 직시를 회피하는 추상적 분석에 빠져 진보진영이 단결해서 제대로 된 전선을 구축하는 과제에 소홀한 종파적 태도도 못지 않게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비관주의와 싸우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박근혜 정부의 반동적 공세에 맞설 사기와 투지를 진작할 선전선동과 단결 투쟁의 태세 갖추기에 주력해야 한다.


이 과제는 조직된 좌파가 앞장서야 한다. 2008년 촛불항쟁 전까지 반대파를 결집하고 전선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3월부터 메이데이까지 조직 좌파들이 주도한 집회와 도심 행진이었다2008년 촛불운동이 국가 탄압 속에서 사그라진 뒤, 분위기를 다시 바꾼 것은 조직 좌파들이 주도한 용산참사 항의 운동과 노동자 투쟁들이었다.


특히, 조직된 투쟁 경험이 일천한 반우파 미조직 청년세대의 충격이 당분간은 더 클 것이기 때문에 조직 좌파의 구실이 더 중요하다. 방어적 공동전선이 중요하게 될 수 있다. 종파주의를 경계하고 단결과 협력을 잘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 좌파들은 대안적 정치 구조물을 축조하는 일에도 나서야 한다. 정치 양극화 속에서 반우파층이 역대 최대로 결집했는데도 패한 것에는 민주당이 그런 왼쪽 축이 될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애초에 그런 투쟁과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우파 결집에 맞서는 왼쪽의 결집이 역부족이 된 것이다. 이제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왼쪽 축을 건설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이제 투표장이 아니라 거리와 작업장, 대학캠퍼스에서 반동에 맞서는 운동과 진보적 정치 대안을 얼마나 잘 건설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려워 보이는 현실일수록 현실을 회피하려는 종파주의적 습성을 경계해야 한다. 선전선동을 지속하면서도 대중과 소통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제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며 구심점 구실을  할 투사들의 네트워크를 유지·구축·강화하기가 중요하다.




참고

12월 20일 <중앙일보> 사설 中
“박 당선인이 공약한 각종 민생 프로그램을 집행하려면
5년간 132조원이 새로 필요하다. 저성장으로 국가의 부()가 정체되면 무슨 돈으로 할 것인가. 북한 급변사태라도 터지면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그것은 또 무엇으로 감당하나. 약속의 실천은 중요하다. 그러나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통치다. 대통령은 진정성으로 국민의 마음을 잡고 현실을 돌파해 내야 한다.”


12월 20일 <조선일보> 사설 中

박근혜 시대가 열리면 과거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할 것처럼 공격하고 박 당선인을 지지한 적지않은 국민도 이런 우려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박 당선인이 이런 우려를 잠재우려면 자신을 과거시대의 상속자가 아니라 미래시대의 대표라는 인식 아래서 그에 걸맞은 민주적 리더십과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분명히 해야 한다. …  성공 여부는 지지자들만이 아니라 당선인을 찍지 않은 절반의 반대파들 손에도 달려 있다. 반대파들이 박근혜 당선인을 우리 대통령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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