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논의

미래가 뻔한 기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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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의 정치적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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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 안철수촛불에서 빌려간 돈으로 우익에게 선심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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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인 4월 16일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 바로 전날이었다. 이날 3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의 압박 없이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애도 물결에 참가했다.


이 때문에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기억식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만 빼고 원내 정당 4곳의 대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자신이 집권하면 유가족들의 요구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몇 시간 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하자 네 후보가 모두 안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섯 달 동안 정권 퇴진 운동에 참여해 매주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 속에서 정치의식을 발전시켜 온 사람들은 주류 대선 후보들의 겉모습이 다가 아님을 잘 안다.


문재인은 17일 첫 방문지로 대구를 찾아 중도보수층에 대한 구애를 지속했다. 투정 끝에 문재인 선대위에 합류한 박영선은 문재인이 이제 통합정부를 강조할 것이고, 적폐 청산 얘기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는 인천VTS 방문 뒤, 바로 인근 해군부대로 가서 안보를 강조했다. 안철수는 “튼튼한 자강안보”를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우고 전략무기 대폭 증강을 내세웠다.


유승민은 인천상륙작전 기념 공원을 찾았다. 보수의 정치적 위기 돌파 시도를 유혈낭자했던 전쟁에 비유한 것이다. 참으로 유치하면서도 끔찍한 발상이다.


유일하게 세월호 추모를 거부한 홍준표가 서민 코스프레 한다고 가락시장에 가서 바닷가재 들고 사진 찍은 건 코미디이면서도 모욕이었다.홍준표는 기업이 잘 돼야 서민들도 잘 살 수 있다며 낡은 낙수론을 내세운다. 그러나 지금 기업과 기업주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노동강도를 높여 수익성을 회복하는 걸 경제 불황 완화책으로 삼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 회복 몸부림이야말로 경제 위기 시대에 노동계급 삶이 고통스러워지는 근원이다.

ⓒ출처 문재인 선거 캠프

ⓒ출처 안철수 선거 캠프

체제 수호 행보를 강화하라는 주문

한국 지배계급은 경제 불황이 깊어지고 동아시아에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조건에서 우경화 기조를 펼쳐 왔다. 그래서 세운 것이 박근혜 정권이었다. 이 정권이 대중 투쟁으로 속절없이 날아간 것이 몹시 언짢을 것이다. 그러나 구 여권 후보들을 곧바로 다시 미는 건 가망이 없다고 본 듯하다. 그래서 주류 야당 후보들에게 체제 수호 행보를 더 분명히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이나 안철수 누가 당선해도 여소야대 정권이 된다. 기반과 전통에 비춰 볼 때, 누가 돼도 두 당의 연정이 먼저 거론될 것이다. 물론 우익이 대기업 기업주인 안철수에게 더 호감이 있는 건 명백하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야당의 대선 후보들로서 문재인과 안철수는 경제·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협치를 해야 하는 점도 잘 이해한다.

둘의 대결에 촛불의 염원이 반영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리고 선진 노동자들 사이에서 안철수의 상승세에 반감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안철수의 상승세가 일단 멈춘 것은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경계심이 커진 것과도 관계있을 것이다.

촛불 덕분에 양강 구도로 떠오른 자들이 촛불의 염원은 사실상 개무시하고, 성장과 보수를 강조하며 군부나 보수 언론 같은 우익의 눈에 들려고 하는 게 꼴사납다. 빌려간 돈으로 엉뚱한 사람들에게 생색내는 격인데, 문제는 돈 갚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전개될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대선 지지율도 하루 이틀이 멀다 하며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체제 수호적으로 기울면서 둘 중 누가 돼도 박근혜를 퇴진시킨 사람들에게 흡족하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의 조직과 의식이 발전해야 한다. 물론 체제의 핵심 동력인 이윤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노동계급 투쟁이 발전해야 한다.



미국 지배자들에게 

무난한 파트너임을 보여 주려는 문&안


4월 16일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한국에 올 때 동행한 한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나는 차기 한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드 조기 배치 여부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희망 섞인 관측일 뿐이다. 요즘 유력 대선 후보들, 특히 문재인과 안철수의 안보 행보를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미국이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차기 한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인정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관측이 더 맞는 것 같다.

△사드 배치 문제에서 문 & 안 둘 다 말을 뒤집었다

안철수는 일찌감치 사드 배치 찬성으로 돌아섰다. 안보를 제일 공약으로 꼽으며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미국의 “전략자산”(핵무기!) 순환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안보 문제에서 ‘우클릭’ 하는 건 문재인도 오십보백보다. “북이 핵 도발을 계속하면 사드를 강행”하겠다면서, 10대 공약 최종본에서 ‘사드 배치 국회 비준 동의 추진’ 공약을 빼 버렸다. 기존 공약집에 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재연장 여부 검토’도 최종본에서 사라졌다.

심지어 문재인의 공약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도 쏙 빠지고 없다. 박근혜의 적폐 중 사드 배치, 한일군사협정, ‘위안부’ 합의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것들인데, “적폐 청산” 대통령이 될 것임을 자임해 온 후보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그 모든 청산 약속을 헌신짝 던지듯 내버리고 있다. 문재인은 군 장성을 대거 영입해 “별만 100개 이상”이라는 자랑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보계 후보들이 목소리를 내서 왼쪽의 압력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한데, 바로 안보 쟁점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약점을 보인다. 물론 사드 배치 철회와 ‘위안부’ 합의 무효와 재협의, 당사자간 다각도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점은 차별점이다. 하지만 제국주의 반대와 평화의 관점이 아니라 한국의 “튼튼한 안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보 문제에서 일관된 비판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다음 연결 기사를 읽기 바랍니다 : 볼품없는 적폐 청산에서도 뒷걸음질치는 문재인 기업주 출신답게 시장주의자 면모 강화하는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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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친기업 성장과 보수, 문재인 전략적 모호함, 심상정 비교적 친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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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후신인 두 당이 일찌감치 당선권에서 멀어져 군소 후보로 전락하면서 집권당 교체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상 최대 시위를 다섯 달 동안 벌인 사람들에게는 현 대선 국면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촛불 운동 덕분에 당선권에 쉽사리 접근한 두 주류 야당 후보들이 촛불의 염원을 구현하기보다는 중도보수 유동층 끌어들이기 경쟁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중 비서실장 출신 박지원과 동맹해 호남의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 기댔던 안철수는 최근 ‘민주당보다는 기업주 출신이 낫다’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으며 그들 입맛에 맞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은 이런 안철수를 정권 연장 적폐 세력과 손잡았다고 비판한다.

경제·노동 공약에서 문재인이 안철수와 차별성이 있다면 공공부문 일자리 80만 개를 창출하겠다하는 계획일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수익성을 낮춘다며 반대하는 문재인이 충분한 재원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것 같지 않다.

그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리자고도 하지만, (엄연히 근로기준법이 주40시간 노동제이고, 예외적으로 5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노동부 행정지침을 출발점 삼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주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입법을 대단한 양 포장한다. 52시간 제한은 집권해서 노동부의 행정지침만 폐기해도 되는 문제다.

문재인은 성과연봉제 자체를 반대하지 않고 그 추진 방식을 주로 비판한다. 최근 공무원 노동자 집회에서는 마지못해 공무원 성과퇴출제를 폐기하겠다고 했지만 말이다. 문재인은 줄곧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2012년 대선과 2016년 총선에서 한국노총의 조직적 지지를 받았던 문재인이 2017년 대선 후보 검증과 지지 후보 결정을 위한 한국노총의 노동정책 질의에는 시한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한국노총 지도부가 수모를 감수하며 지각 답변을 받아 줬지만, 노동계와 거리두기로 보수층에게 어필하려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안철수가 차차기 정권이 들어설 5년 뒤에야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해서 비판 받았는데, 문재인은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만 하고 분명하게 목표와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선 후보 주요 입장

※ 19대 대선 공약 발표(2017년 4월 11일까지) 기준

주요 요구문재인안철수심상정
사드 배치 철회XXO
성과연봉제 폐기XO
한일군사정보협정 폐기입장 없음XO
철도, 의료, 에너지
민영화 반대
입장 없음모호
(삶에 밀접한 관계 있는
공기업 민영화 반대)
O
생명 · 안전 업무 외주화
· 비정규직 사용 금지

(정규직 고용 원칙)
입장 없음O
규제프리존법 폐기XO
최저임금 1만 원
(즉시)
모호
(점진적 인상 노력)
O
(2022년)
O
(2020년)
파견법 폐지입장 없음입장 없음O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O유보O
임금, 조건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X
(주 52시간)
X
(연간 1,800시간)

(주 40시간,
연간 1,800시간)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OXO
공무원, 교사 노동자
노동3권 보장
X
(노동기본권 보장)
X
(전교조 · 공무원노조
법적 지위 회복)
O
국공립 보육시설
40%로 확충
O입장 없음
(비율 제시 안 함)
테러방지법 폐지입장 없음XO
차별금지법 제정X입장 없음O
파업 손배 가압류 금지입장 없음
(제도 개선)
O
법인세 인상XXO
핵 발전 중단
신규 원전 반대

신규 원전 재검토

신규 · 건설 중 원전
모두 중단

문재인은 주요 야당 후보 중 가장 늦게 박근혜 퇴진 요구에 지지를 보낸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 놓고는 헌재의 평결 결과에 관계없이 승복하겠다고 했다.

안철수와 달리 상대적으로 포퓰리즘적 기반이 있는 문재인은 좌우 양쪽에서 민감한 쟁점에는 입을 다무는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해 비판을 피해 가려 한다. 최저임금만이 아니라,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3권, 규제프리존법, 사드 배치 등등. 물론 11일에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계속 핵을 고도화해 나간다면 그때는 사드 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해 모호함을 조금씩 더 걷어 내기 시작했다.

문재인의 오른쪽 눈치 보기가 심해진 것은 안철수의 급부상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안철수는 반기업 정서는 실체가 없다며 전통적인 성장 담론을 되살린다. 또 정부는 사기업 성장을 위한 기반 닦는 것만 하고 일자리 창출 등에는 나서지 말라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는 당연히 규제프리존법처럼 박근혜가 혈안이 돼 통과시키려 했던 규제 완화 조처들을 찬성하고 법인세 인상에도 반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부동산 보유세나 상속증여세 인상에도 반대한다. 부자 증세에 반대하니 정부 재정을 늘려 복지를 확대하고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노동계급의 소득을 늘리는 계획은 고려 대상이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딸의 재산 공개 거부로 구설수에 오른 안철수가 상속증여세 인상에 반대하는 것도 부도덕하다.

당연히 박근혜의 노동 개악 폐기나, 민주적 권리 보장과 회복에 대한 공약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는 테러방지법 제정 때도 찬성했다.

기업주 출신 안철수가 싫어서 차라리 문재인이 낫지 않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실천과 말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는 힘들다.

반면,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 후보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노동계의 요구를 성과연봉제 완전 폐기나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 파견법 폐지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주40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계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야당 후보들과 달리 노조 투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노란봉투법)나 위험 업무 정규직화, 고통분담은 상위 1퍼센트부터 등을 분명히 말한다.

원외 진보정당인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도 출마해 노동계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있다. 부자 증세와 복지 확대도 주장한다. 진보당 해산이라는 국가 탄압을 겪은 후보답게 테러방지법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집시법 개정으로 경찰차벽과 물대포 등을 금지하는 정책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당선 가능성이 큰 두 대선 후보들이 벌써부터 노동자와 퇴진 촛불의 염원을 외면하고 우경화하고 있다. 노동계급의 투쟁과 영향력이 더 커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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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주류 야당들의 우클릭과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정당



<노동자 연대> 169호 | 발행 2016-03-16 | 입력 2016-03-16


안철수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가 대립하면서 공생하는 이 구조를 깨지 않고는 … 국민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 정권교체의 희망도 찾을 수 없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의 ‘보수적 중도층’을 자신의 대권 도전 기반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최근 안철수가 더민주당의 야권 통합/연대 제안을 거절한 것은 정당 정치에 대한 철학이라기보다는 이런 ‘보수적 중도층’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더민주당을 “낡은 진보”라고 지칭한 것이다.


안철수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표방했고, 국회의장 직권상정까지 동원한 박근혜의 테러방지법 통과 시도에 ‘여야 모두 문제다’ 하며 양비론을 펴 사실상 새누리당을 도왔다.


더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의 일부는 안철수의 탈당으로 더민주당이 ‘야성’을 강화할 거라 기대했음직도 하다. 실제로 안철수 탈당 직후 오히려 더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유지되지 못했다. 사실 표를 늘리려고 양 날개 전략을 펴 온 문재인도 무게중심은 오른쪽 날개 강화에 있었기 때문이다.(이른바 “싸가지없는 진보”론의 용도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관련 글 보기)


문재인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훌륭한 인재라고 극찬했던 한미FTA 협상 책임자 김현종(최근 미국의 기업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도입을 막으려고 노력한 것이 폭로됨)을 비롯해 제주 강정마을 진압 책임자였던 전 인천경찰청장 윤종기, 삼성전자 경영진 출신 양향자 등을 총선 전략 공천 후보로 영입했다.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계산이다.


가장 상징적인 조처는 문재인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전략적 야권연대 협의체에 합의하고는 바로 김종인을 영입해 전권을 맡긴 일이다. 김종인은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 중용됐고,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공신의 일원인 보수적 인물이다.


김종인은 테러방지법을 막으려는 필리버스터를 “이념 전쟁”이라며 중단시켰고 다른 날도 아닌 삼일절에 “[위안부 협상은] 일단 국가 간 협상을 했기 때문에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거세게 반대한 윤종기 등을 전략 공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종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의식해 유가족 지지 차원에서 영입한 박주민 변호사에 대해서는 선거구를 뺑뺑이 돌리며 공천을 미루고 있다. 이런 푸대접에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SNS에 “결국 세월호 유가족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인가 … 왜 이렇게 항상 우리의 가슴에 비수만 꽂는가” 하는 분노의 말을 남겼다. 정청래 낙천도 보수층을 의식한 “정치적 참수”로 볼 수 있다.


(가령, 최근 양 노총이 주최한 각 당 노동 공약 비교 평가 토론회에서 더민주당은 최근 공격받는 노동기본권을 유지·방어·강화하는 것에는 공약이 하나도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토론회에서 국민의당은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보수적 중도층’을 새누리당에게서 빼앗아오는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행보는 2012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 지도부가 내린 결론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진보 정당과의 야권연대 때문에 “중원”, 즉 보수적 중도층을 새누리당에 빼앗겨 패했다고 평가했다.


정의당


한편, 정의당은 더민주당의 우클릭으로 야권연대가 난관에 봉착하자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은 일찌감치 더민주당, 국민의당과 연립정부를 목표로 한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구해 왔다. 이제 정의당은 반새누리 야권연대가 사실상 무산된 책임이 더민주당에 있다고 비판하면서 독자 완주를 공언하고, 수도권에서 지역구 독자 출마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정의당이 독자 완주하면서 더민주당을 분명하게 비판하고, 노동계급을 비롯한 피지배계급들의 진보적 유권자층의 표를 결집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 그 당의 선거 목표 성취에도 이로울 것이다.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의 서울 지역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당을 앞질러 12.8퍼센트로 치솟았다. 그동안 야당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집권 우파의 독주를 막는 데 너무 무능하고 물렁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민주당의 우클릭은 공식 정치 지형의 우경화를 재촉할 수 있다. 이는 새누리당과 우익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런 상황은 계속되는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국제적으로 전개되는 주류 정치 우경화 현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현재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한국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둔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도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순 없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이런 주류 정치의 우경화는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이나 우익 포퓰리즘 정당 지지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급진적인 방향, 즉 노동자 운동이나 사회운동의 성장, 사회운동으로 새로운 청년층의 유입, 좌파 개혁주의 정당의 성장 등을 불러 오기도 했다. 영국, 그리스, 스페인 등지에서 최근 좌파 개혁주의 정당들이 부상했다.


물론 정의당은 좌파 개혁주의 정당이 아니라 주류 개혁주의 정당이다. 그래도 국제 운동의 경험을 일반화해 보면, 정의당의 좌파들이 고통 전가와 긴축 정책을 반대하고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선거적 성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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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학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 평소 떠오르던 이런저런 단상들을 좀 두서 없이 정리함. 공학에 대한 것이지 공학은 아님. 공학 모름.



2012년 박근혜의 집권 전략

경제·안보 위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정치 양극화 상황에 대한 대응.

기본 기조: 강력한 우파 결집 + 이를 통한 중간계급/중도보수 견인

보조 기조: 경제민주화 같은 약팔기로 야권 후보들과의 차이 흐리고 물타기

그해 총선 과반 달성과 대선 승리로 성공을 거둠.


이후 박근혜 주도 여권의 선거 기조로 주욱 이어짐. 2014년 선거에서는 서울시장, 다수의 교육감 선거에서 패하면서 낭패를 보기도 했으나, 각종 재/보선에서는 여전히 먹힘.


경제·안보 위기와 정치 양극화가 여전해 이번 총선에서도 기조 큰 변화 없음. 다만, 집권 후로서 복지 공약 파기, 노동개악 등 고통전가 공세로 보조 기조로 이용한 약팔기/물타기가 어려움. 이 때문에 지지층에 균열이 생김.

그래서 우파 결집을 더 강공으로 하려고 함. 다만, 야권이 약화돼 있는 것이 호재.


그럴수록 박근혜의 일방독주 스타일에 대한 반감과 정치 위기는 고착화됨. 심지어 세칭, 온건보수, 합리적 보수, 중도적 보수층, 중도층, 강남우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집단에서 지지층의 상당한 이탈을 초래함. 


노동운동 투쟁 분위기 회복했으나 정치지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 다만 정의당 득표력이 소폭 상승. 


이런 상황에서 야권의 중구난방 사태와 통합 논쟁

전반적으로 노동자 투쟁 등으로 박근혜 지지 놓고 양극화 현상 발견되나, 재/보선은 턱없이 야권이 져 왔음. 이는 야권이 기대치 충족을 못 시키기 때문.


야권 주도자들은 이를 중원 확보 문제로 여기는 듯함. 그래서 문재인 파와 안철수 파 모두 2012년 박근혜 집권전략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걸로 보임. 김종인/이상돈 영입 경쟁도 그 사례. 김종인 포지션의 모호함.(우파에겐 덜 우파, 좌파에겐 우파)이나, 노동운동 등과 일정한 선을 긋거나, 안철수가 경제는 진보지만, 안보는 보수다. 하는 식으로 나오는 것. 이는 앞서 지적했듯이 양자 구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누리당을 찍다가 돌아서는 사람들을 잡겠다는 것.


그럼에도 양측의 구체 전략은 달라 보임.


문재인 파는 중원을 확보하는 2012 구도 어겐 전략인 듯. 즉, ‘보수 vs (약한) 진보’ 양자 구도 전략. 기존 정치양극화 추세에 안전하게 부합하겠다는 것. 기존 민주당 스탠스를 중심에 놓고 좌우로 벌려 하는 방식.(2012년과 비교하면 오른쪽으로 좀 더 강조함, 그때의 패배를 온건 보수 성향의 이른바 중원을 놓쳐서라고 평가하기 때문.) 그런데 이는 모순을 낳게 됨. 진보정당을 동맹으로 포섭하는 데 드는 정치비용이 오론쪽으로의 확장에 방해가 됨. 그러나 양자 구도를 만들려면 진보정당을 포섭해야 함. 그러나 흡수통합해 버리기에는 진보정당의 토대인 노동운동이 호락호락하지 않음. 그래서 늘 동요하고 기회주의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게 됨. 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자본가계급 정당으로서 더 왼쪽으로 갈 수도 없는 조건을 반영. 


안철수 파도 문제의식의 중심에는 정치 양극화에 대한 대응이란 문제가 있음. 안철수는 양극화에 맞서 국민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의 기반으로 온건 보수(중원)를 삼으려는 것.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가 바로 그런 전략에서 나온 구호. 안철수는 양자 구도가 아니라 강성보수-중도-강성진보(좌파)의 3자 구도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이는 공교롭게도 노무현 세력이 의도했든 아니든 2002년 노무현의 승리시 대선 구도다.) 안철수는 이번 총선을 이 대선 구도를 위한 사전 포석 계기로 삼으려 함. 따라서 야권연대, 특히 야권통합은 총선에는 도움이 돼도 대선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임. 따라서 안철수에게는 강성진보와도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함.

그러나 이것은 위험한데, 정치 양극화 추세에서 사실상의 봉합 전략이라 장기화될 수 없음. 지금의 더민주당도 중도화로 가려 하면서 허덕이는데 이보다 더 오른쪽으로 가면 왼쪽에 공백이 생김. 이를 만회하려면 이 공백보다 오른쪽에서 얻는 표가 더 많아야 됨. 이것은 새누리당의 강력한 우측 구심으로 쉽지 않음. 그래서 왼쪽을 크게 약화시키거나 더 강한 우경적 제스쳐가 필요하게 됨. 안철수가 노동/진보 정치세력만이 아니라 더민주당의 온건진보들에게도 더 신경질적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음.  


이런 야권 대선 구도 전략의 미묘한 변화는 정치 양극화 효과 때문.


-양극화는 양 극에서 또 2차 양극화를 낳음. 특히 왼쪽에서 더 급진적으로 양극화를 추구하는 것과 양극화에 대한 반동으로 양극을 봉합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반동(역작용) 역시 발생하게 됨. 양극화 속의 양극화 발생. 이것이 강준만 등의 증오마케팅론, 싸가지진보론이 함축한 바이며, 노동운동 내에서 좌파가 지도부로 부상하는 동시에 야권 내에 강준만/조성주 류도 주목을 끈 이유.

-그런데 박근혜는 본인 자신이 우측 극(축)이므로 자기로 당기는 힘을 극대화할 수 있음. 그러므로 딜레마를 겪지는 않을 수 있음. 그 방향이 승리하냐를 떠나서. 그것은 투쟁의 힘이 강력/강경할 때만, 내부의 양극화를 촉발할 것임.

-반면, 더민주당은 양극화의 왼쪽 축이 아니므로 100% 능동변수가 못 되고 야권 전체 구역 안에서 좌우 압력에 시달리는 딜레마를 겪게 됨.(그래서 동요)

-노동운동이 더 부활해 노동/진보 정치 세력 내 좌파의 세력이 강해지면 더민당의 양자 구도 전략은 위협받게 됨. 

-이상의 요인들 때문에 더민당이든 국민당이든 포퓰리즘만으로 새누리를 고립시킬 수 없음. 그래서 안철수의 3자 구도나 문재인의 변형된 양자 구도 전략이 나오는 것이고, 두 전략 모두 노동운동을 적절 수준에서 관리해 자신들의 야권 내 헤게모니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함.

-더민주당의 양자 전략은 현재 중원화를 중심에 두고 있으므로 노동/진보 정치세력과는 앞으로 갈등할 소지가 더 큼. 물론 선거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를 진행하기는 할 것임. 그러나 2012년처럼 적극적이거나 개방적이지 않을 것임. 

-안철수의 중원 전략이 단순한 우경화와 몰락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사실은 전체 공식정치 판 자체가 좌경화해야 함. 그래야 안철수가 이전의 진보적 외양을 유지하면서도 중원 전략을 펼 수 있음.

-둘 모두의 상황을 보면, 노동/진보 정치세력의 전략적 야권연대는 선거공학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음.

-더민주당이 양자 구도 전략을 고집하면, 아마도 내년에 가장 강력하게 부상할 인물은 박원순일 가능성이 높음. <한겨레> 등은 현직 서울시장으로서 이른바 행정능력과 엔지오개혁주의로 좌우 모두 어필 가능하다고 부각시킬 것이고 이것은 상당히 어필할 것임.

-새누리당은 단기적으로 안철수의 총선 다자 구도 전략이 관철되는 게 유리하니 그것을 바랄 것, 그러나 길게 보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로 상징되는, 물론 안보는 평화, 경제는 보수일 수도 있음) 모순된 처지의 중간계급 기반을 치고 들어오는 안철수가 길게 보면 반가울리도 없음. 둘 다 분열된 (그래서 다투다 서로 약화되는) 상태를 관리하길 바랄 것임.


전략적 야권연대 방침은 대선에서 양자 구도를 전제한 것. 이를 이미 결정한 정의당이나 인민전선을 추구하는 구 통진당 계열들이 더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면서 안철수를 고립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취하는 이유. 단기적으로 야권을 우경화하는 효과를 낳는 안철수는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나, 노동/진보 정치의 방향도 지속해서 양자 구도 전략이어서는 곤란함.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모두 양극화의 통합, 봉합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에 호응하는 전략적 야권연대는 필연적으로 노동운동을 적절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전략에 호응하라는 압력에 크게 노출됨.


노동계급 운동은 독자노선을 기본으로 놓고, 공식정치 지형을 흔들고 왼쪽으로 오게 할 힘이 있는 계급투쟁 활성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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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134호 기사 보기 ☞ http://wspaper.org/article/14907


[서평]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1만 3천 원, 2014)


무례한 강준만 씨, 

민주당의 실패를 좌파 탓으로 돌리지 마시길



노동운동이나 좌파 활동가들이 어리석게도, ‘나만 옳다’든가 ‘내가 다 안다’는 우월감 따위로 자기 주변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강준만 교수(이하 직책과 존칭 생략)가 낸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책의 제목만 보고 ‘그래 고칠 건 고쳐야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유감스럽게도 진보 활동가들의 태도나 성품에 관한 조언을 담은 책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해, 강준만이 이 책에서 문제 삼는 것은 사실 선명한 좌파 정치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유시민 등 새정치민주연합 안팎의 이른바 ‘강경 친노’ 그룹을 “싸가지 없음”의 주된 비난 대상으로 삼는다. 그것은 강준만의 주된 관심이 민주당의 재집권에 가 있기 때문이다.(그는 새정치연합을 민주당이라고 부른다.) 물론 친노 그룹이나 486 등의 이중성, 위선을 꼬집는 것은 옳다. 


그러나 강준만이 보기에 “싸가지 없음의 원조는 좌파 진보”다. 


“자신만이 옳고 보수는 몹쓸 집단이라는 식의 태도 … 자신과 상대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과도한 적대의식을 보이면서, 국민들에게 양자택일을 종용하는 것”(107쪽)은 바로 ‘좌파 진보’의 습성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척결하자는 진짜 알맹이는 주류 지배자들, 당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타협적인 좌파적 정치인 것이다.


강준만은 수년 전부터 ‘진보진영’의 ‘증오 상업주의’를 비판해 왔다. 우파 정부를 ‘적대’하는 정치가 힘을 얻으면서 정치 양극화를 조장하고 민주당이 중도 표를 얻는 데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가 2012년 대선 후보 선정 과정에서 안철수를 지지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였다.


 “새 정치의 실천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새누리당과 대립하거나 새누리당을 적대시하는 프레임이다. … 오히려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243쪽) 


그의 대안은 선의의 경쟁과 협력에 기초해 정권을 주고받는 보수-중도(강준만은 ‘진보’라 부름) 양당 체제다. 따라서 강준만이 척결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런 부르주아 양당 체제 구축을 방해하는 좌파 정치인 것이다.



양극화가 ‘선악의 정치’ 때문인가


강준만이 보기에 ‘좌파 진보’의 ‘싸가지 없는 정치’는 기본적으로 선악의 정치다. 내가 선이고, 적이 악이므로 화해가 불가능한 타도 대상이다. 그리고 “반대 편에 대한 싸가지 없는 언행은 지지자들을 열광시키는 동시에 단합의 대열로 이끌 수 있다.”(51쪽)


강준만이 보기에 이런 정치는 ‘싸가지 없게 보여’ 중도적 유권자들을 새누리당에게 내줄 뿐이다.


“정치와 선거는 20퍼센트가 결정하는 싸움이다. … [진보와 보수의 고정 지지층을 뺀 나머지 사람들은] ‘보수의 분노’나 ‘진보의 분노’ 내용에 공감하기보다는 그들의 분노 표출 방식, 즉 태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다. 바로 여기서 싸가지가 문제가 된다.”(23쪽)


이를 납득시키려고 강준만은 진보적이지만 싸가지 없는 사람과, 보수적이고 탐욕스러운데 대인관계의 매너가 좋은 사람을 대비시킨다. 중도적 유동층에게는 후자가 더 매력있게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저급한 실용주의적 발상이다.


그런데 정치적 계급 양극화가 벌어지는 것은 경제 위기 시대에 사회적 양극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주들은 노동자를 쥐어짜기 바쁘고, 정부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으로 이런 기업주들을 돕고, 노동자ㆍ민중의 저항을 탄압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이런 추세는 이 사회 자체가 화해할 수 없는 이해관계들로 계급 적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다. 따라서 계급 양극화 시대에 계급 간의 합리적 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지배계급을 대표해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해야 하는 박근혜 정부는 지배 질서에 흠집이 나거나 노동자 대중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양보는 한사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은 노동계급이 앞장서는 전투적인 대중투쟁과 선명한 좌파 정치를 필요로 한다. 이것들이야말로 (우파 통치에 맞서는) 현재의 운동에서 부족한 요소들이다. (물론, 강준만의 단순화와 달리, 좌파정치가 선악의 가치 판단 문제로 단순화되진 않는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강준만의 한탄과 달리) “보수주의자들을 … 이해하고 더 나아가 존중까지 해야 한다”(200쪽)는 온건한 개혁주의 정치의 영향력이 큰 것이 문제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운동에서도 원칙을 저버리고 유가족까지 배신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타협하려다가 운동을 위기에 빠뜨린 것은 새정치연합과 주요 NGO들의 리더들이었다. 이런 식의 ‘타협’ 노력을 적극 지지했던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이 탈진영론을 내세우는 것은 시사적이다.


새정치연합의 리더십 위기는 온건 개혁주의가 운동을 지배하는 이런 현실에서 온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노골적으로 친자본주의적인 중도 정당으로서 기업주들의 이윤을 보호해 주면서도 이런 양극화를 봉합하려 애쓰는 가련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타협 불가’라는 새누리당에 새정치연합이 매달리게 만드는 근본 요인이다.


결국 강준만은 종로에서 뺨 맞고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도덕의 부재?


책 곳곳에서 강준만은 진보측의 이데올로기 자체가 싸가지 없는 태도를 낳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즉 목적이 도덕적이면 어떤 비도덕적 수단을 써도 정당하다는 스탈린주의의 도덕관을 마르크스 자신의 것인 듯 비난한다. 일종의 ‘허수아비 때리기’다.(그런 점에서 이택광이 진보는 도덕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준만을 비판한 것은 부적절한 반론이다.)


스탈린주의 체제는 ‘마르크스ㆍ레닌주의’를 표방했지만, 그 체제는 노동계급의 자기해방이라는 고전 마르크스주의 원칙에 적대적인 체제였다. 그러나 미국도 소련도 아닌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계속 존재해왔다.


그러므로 설사 마르크스주의 도덕 이론이 확고하게 정립돼 있지 않을지라도 스탈린주의를 들어 마르크스주의를 비난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친노 정치인들은 물론이려니와, 강준만이 사례로 든 1997년 한총련 프락치 사망 사건이나 2012년 통합진보당 중앙위 폭력 사태가 마르크스주의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해방 정국에서 조선공산당이 소련의 지침을 따라 반탁에서 찬탁으로 선회한 것을 마르크스주의의 ‘도덕적 오류’로 보는 비판도 난데없다.


마르크스주의 도덕은 계급 분단의 현실에서 출발한다.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이해관계로 분단된 사회에서 모든 계급이 공통 으로 미덕으로 삼아야 할 가치는 모호한 추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선한 자세로 주어진 일에 충실한 것(“가만히 있어라”)이 미덕이라는 정적주의(quietism)가 파업할 때는 동료 노동자를 배신하고 파업을 파괴하는 악덕이 된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도덕에서는 노동계급의 자기 해방 의식과 활동, 조직에 이로운 연대와 억압에 대한 저항 등이 미덕이 된다. 


반대로 개인에 대한 테러, 핵무기, 여성ㆍ인종 등에 대한 각종 차별 사상은 노동계급에게 미덕이 아니다.


정권 교체와 의회 협상의 파트너로서 새누리당을 존중하자는 강준만에게는 마르크스주의 도덕이 “싸가지 없음의 원조”로 보일 것이다.



어차피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


강준만의 주장은 좌파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칼날로, 민주당 리더들에게 좌파진보와 더는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조언이다.


그런데 강준만은 자기 논리의 전제인 ‘어차피 30퍼센트는 민주당을 찍게 돼 있다’는 생각 자체가 “싸가지 없는” 발상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진보정당들이 죽을 쑨 6ㆍ10 지방선거에서도 진보정당들은 합쳐서 전국적으로 2백만여 표 정도를 득표했다. 이 투표자의 다수는 광역단체장 투표, 또는 2012년 대선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겠지만,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즉, 새정치연합이 이른바 중도적 유동 표를 잡으려고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때, 왼쪽으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7ㆍ30 재보선에서 야권 심판이 일어난 것도 부분적으로 이 때문이다.


강준만의 계획대로 ‘중도’ 유동층을 잡으면서도 진보적 유권자들을 새정치연합의 고정 지지층으로 묶어 놓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것은 진보정당, 좌파정치세력들이 위축, 몰락하는 길이다.


그래서 강준만이 “싸가지 없는 진보” 담론을 통해 “좌파 진보”를 비난ㆍ고립시키려 하는 것은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친자본주의) 보수-중도 양당체제를 구축하려는 프로젝트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좌파 진보를 경원시하면서도 굳이 새정치연합을 ‘진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런 목적의식의 산물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서유럽의 비교 고찰에서 보듯, 노동자 대중정당이 제도권에 없는 것은 노동자 운동에 다소 불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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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박근혜, 노동운동이 막아야 한다 ①

박근혜의 반격에 어떻게 맞설까 



박근혜는 10월 내내 불편한 한 달을 보냈다. 국가기관이 총체적으로 동원된 정치공작과 선거개입의 실체가 며칠에 한 건씩 드러났고,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정권 내부에 균열이 생겼다.


정권 탄생의 절차적 정통성도 의심받는 판국에, 당선을 위해 급조해 내놨던 각종 복지 공약을 대놓고 파기하다 보니 60퍼센트가 넘던 지지율도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 대한 박근혜의 답은 부패한 자들로 친정체제를 더 강하게 구축하는 것이었다.


검찰총장에 김기춘 라인의 김진태, 감사원장에 김기춘과 동향인 판사 황찬현, 새 복지부 장관에는 국민연금 개악과 의료 민영화에 찬성하는 문형표를 내정했다.


인사청문회 시작도 전에 김진태는 부동산 투기, 로펌 고액 수수 의혹이 나왔고, 나머지 둘도 세금 체납과 병역기피 의혹이 제기됐다. 가히 박근혜의 부름을 받을 자격을 갖춘 자들이다.


박근혜는 대선 개입 사건 수사팀장도 공안통으로 교체했다. 껄끄러운 수사 라인을 다 쳐내고는 이제 와서 의혹과 문책을 “수사 결과에 맡기고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을 못 믿게 만들어 놓고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모순이 사람들에게 쉽게 먹힐 리 없다. 그러니 실제로는 더욱 강성우파적 대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마침 10ㆍ30 재보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여세를 이용해 공세를 강화하려고 한다. 재보선에 참패해 기가 죽은 민주당도 ‘이석기법’*에 합의하며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애초 승패가 뻔한 곳에서 이긴 선거가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낼 순 없다. 그러니 일시적으로 힘이 실렸을 때 공세의 고삐를 쥐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 탄압과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를 급하게 서둘렀다고 보는 이유다.


박근혜가 공무원노조를 문제 삼자 검찰은 곧바로 공무원노조에 대한 선거법 위반 수사를 시작했다. 정부는 총체적 우파 공작으로 집권한 정부답게 ‘물귀신’ 작전도 조직적으로 펼친 것이다.


곧이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박근혜가 이런 사법 탄압으로 노리는 목표는 명백하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내핍 강요 본격화를 앞두고 저항의 섟을 죽여 반동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안전을 위해 강성우파식 법질서 통치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헌법재판소 구성이 아무리 우파적이라도 노동ㆍ민중 운동에 강력한 기반이 있고 자력으로 국회의원도 만들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행정 절차와 판결만으로 해산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다양한 진보단체들이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탄압을 지속해도 박근혜가 반동의 본편을 시작하려 할 때가 오히려 가장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절차적 정통성에 불신을 받는 정권이 대중적으로 인기 없는 정책, 즉 고통전가와 내핍 정책을 본격화하는 것이 축적되는 불만에 저항의 불씨를 당기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 연금 삭감, 고용 ‘유연화’ 등 내핍과 고통전가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조직 노동자들의 운동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민주당에게 국가 정체성과 헌법에 대한 충성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다. 각종 내핍과 반동 조처들을 변변치 않으나마 ‘국민적 합의’로 포장할 수단, 즉 국회에서의 처리라는 모양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검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편, 국가정보원이 유일한 깃털인 줄 알았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갈수록 다채로운 깃털들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에 이어 행정안전부와 노동부의 대선 개입도 드러났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인터넷 공작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됐고, 국정원과의 연계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새로 밝혀졌다.


이쯤 되면 이 총체적 부패 행위들의 꼭대기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있음에 틀림없다고 보통 사람들이 볼 만도 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원 개입 여부에도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이후 마녀사냥으로 선관위노조를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키고 사실상 와해시켰다.


이런 의구심들이 이제는 합리적 의심이 되고 있다. 박근혜가 갈등 끝에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찍어낸 것도 더욱 의문을 증폭시킨다. 진실 규명에 대한 요구도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미약하나마 진실의 일부를 캐냈던 검찰 수사라인이 정권의 쳐내기로 붕괴한 마당에 특검 요구는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박근혜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언급한 것도 이런 특검론을 경계하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특검에 대한 바람이 커진 것은 박근혜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검찰을 못 믿게 만들어 놨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할 ‘상설특별검사제’를 공약했던 박근혜가 특검 요구를 거부할 명분도 없다.


특검 요구에 동의하지 않던 정의당은 특검 요구로 선회하며 야당들이 공동으로 특검을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안철수와 민주당이 연이어 특검 요구 대열에 합류했다.


정의당과 안철수 쪽은 국정원 개혁 법안도 공동으로 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새누리당 김태흠이 안철수의 특검 요구 기자회견을 두고 ‘3권 분립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전형적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발언이다.


새누리당이야말로 최근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무죄 판결 등을 두고 ‘종북 판사’ 운운했던 자들이다. 또한 특검은 법을 만들어 하는 것이므로 이를 요구하는 것이 3권 분립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특검이 진실을 밝히기는 힘들다. 검찰도 쳐내는 마당에 제대로 된 특별검사를 박근혜가 임명해 줄 리도 없다.


이런 약점들 때문에 그동안에도 특검이 정치ㆍ경제 권력의 핵심을 제대로 파헤친 사례가 없다.


국가권력이 동원된 음모와 공작은 국가기구가 분열해 내부 제보자가 생길 때 가장 효과적으로 폭로되곤 한다. 국가기관의 내분이 밖으로 표출되도록 하는 것은 주로 대중운동의 힘이다.


국회 바깥에서 독립적으로 벌이는 운동, 특히 조직 노동운동이 중심이 돼 박근혜 정부와 우파 단결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때만 저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며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



※ 레프트21 115호.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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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빨리 시작한 박근혜 정부의 위기가 길어지고 있다. 현재 위기의 효과와 수준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여러모로 살펴 보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조직법 통과가 안 돼 취임 후 20일이 될 때까지 “식물정부 소리를 들었다얼마나 열을 받았는지 박근혜는 34일 대국민담화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었다.” 문제는 “부르르 담화”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는 우파 정부가, 그것도 경제와 안보 위기가 특히 두드러지는 시점에서, 경제부총리·미래창조과학부(신설국방장관·청와대 안보실장(신설) 등을 임명 못 하고 있는 것도 참 상징적이다.


북핵 위기를 띄우며 박근혜가 지하에서 “벙커 회의”를 하는데, 정작 국방부와 군 고위층은 골프장에서 “벙커샷”을 즐긴 일도 위기상의 한 단면이다.


지지율 하락과 불통 행보 때문에 집권당 내부와 우파 사이에서 불협화음도 드러났다. 우파적 인물들인 국무총리 내정자 김용준과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이동흡을 낙마시키는 결정적 공헌을 것은 우파 신문 <동아일보>였다.


이런 사태가 민주당 탓인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줄곧 후퇴하는 양보안을 낸 건 민주당이었다. 도리어 “협박근혜”의 ‘몽니’ 행보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은 법무장관 황교안 등 문제 인사들을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통과시켜줬다.


결국 박근혜의 초반 위기는 일차적으로 정치 양극화 속에서 우파 본색 드러내기가 자초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조직법 통과 후에도 위기 요소들이 곧바로 물밑으로 가라앉질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첫 내각 후보 명단은 “걸레 경연대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부패 비리 복마전 에 ‘박정희 유전자’로 채워진 인물들을 대거 내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선을 위한 책략으로 내놓은 ‘복지’와 ‘경제 민주화’ 구호가 취임도 하기 전에 하나씩 철회되고 뒤집혔다.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대선에서 반우파 정서로 뭉쳤고 반감을 풀지 않고 있던 ‘48퍼센트’(대선 반박근혜 득표율)를 자극했다. 심지어 박근혜 투표층에서도 이탈이 시작됐다.


박근혜가 아무리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 좋은 일자리를 많이 … 만들겠다는 목적 이외에 어떠한 정치적 사심도 담겨있지 않다”고 해도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 장악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이미 공중파 방송을 대선에 톡톡히 활용했고, 우파 언론들에게만 종편을 허가해 준 새누리당 정권 아닌가. 게다가 정보통신과 전자정부 업무 등을 통폐합하면서 국민 개인 정보들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집적돼 통제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NGO 단체인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년 유니온’ 등은 박근혜와 복지부장관 진영을 사기죄와 허위사실공표죄로 고소했다. 통치의 정당성에 문제제기를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새누리당을 거수기 취급을 한 것도 악수가 됐다. 대신 박근혜가 택한 것은 대국민 직접 호소 방식의 여론 몰이였다. ‘부르르 담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대선 투표층에서조차 ‘속았다’는 말이 오는 상황에서 이 작전은 성공할 수 없었다. 복지장관이 ‘복지 공약은 선거 캠페인용’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를 야당이 정략적으로 발목 잡고 있다’는 말이 먹히겠는가. 오히려 유신 선포식 같았다는 비아냥만 들었다.(물론 민주당은 겁을 먹었고, 인사청문회에서 모조리 양보하는 선물을 내줬다.)


오히려 국회를 완충지대로 이용하는 책략을 피하면서 도리어 새누리당만 무력해졌다. 오죽하면, 떠오르는 실세 측근인 국가미래연구원장 김광두마저 “직접 나서면 보좌하시는 분들이 타협을 하거나 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룸(공간)이 전혀 없어진다”고 한탄했을까.


결국 박근혜의 ‘몽니’ 행보는 민주당을 끌어들여 ‘국민적’(여야) 합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대신 날치기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산 넘어 산’이라고 이번엔 ‘국회선진화법’이 발목을 잡았다.


이 법은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할 것을 우려한 박근혜 새누리당이 ‘날치기와 몸싸움을 막자’며 18대 국회에서 만든 것이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과반수가 되는 국회를 견제하려던 법이 박근혜의 날치기를 막고 있는 것이다결국 정부조직법 날치기를 하려면 국회선진화법 개정 날치기부터 해야 하는 신세다.


그래서 집권당 내분도 있다. 최고위원회는 “소수에 의한 국회 지배를 보장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경하게 말하는데, 일부에선 “자기가 낳은 자식이 좀 어눌하다고 해서 의사에게 내 자식인지 아닌지 판정을 해 달라고 하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지난 5년간 봤듯이 집권당의 당내 분열은 주요 변수가 못 될 것이다. 오히려 집권당과 행정관료, 또는 국가기구간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물론 아직 그 정도까지 위기가 진척된 것은 아니다.)


사실 많은 경우에 부르주아 정당과 언론들 사이에는 임기 행정부에게 협조해 주는 불문율(“허니문) 있다. ‘그들만의 리그’다운 신사협정인 것이다. 또 임기 초에는 공약 이행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도 대체로 올라간한다.(투표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기대를 보내게 되므로) 박근혜는 역대 최강의 보수대연합이 밀어준 정부였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임기 초부터 지지율 하락과 집권당 이완 상황이 벌어진 배경에는 경제 위기와 동아시아 긴장 고조 상황이 있다. 이것은 박근혜가 선택한 환경이 아니다. 지금 객관적 정세를 규정하는 가장 근본 요소라 할 수 있다. 


우선 경제 위기 조짐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퍼센트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낮은 1분기 성장률은 1998년이나 2009년처럼 큼지막한 경제 위기 때 말고는 기록한 적이 없다.


또 용산 개발 사업이단군 이래 최대 헛삽질 것도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 아니라 경기 폭락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게다가 북한 실험 이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됐다.


이런 상황들이 박근혜를 밀어줬던 반동적 지배자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핵심 기반이 이런 상태니 박근혜도 취임 초에 이런저런 민심잡기 쇼를 벌일 정치적 수단이 줄어들었다.


결국 경제 위기 조짐, 안보 위기를 배경으로 정치 양극화가 깊어지는 정치 환경 속에서 박근혜 본인도 더욱 신속하게 측근과 핵심기반에 의존하는 것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정당성의 위기가 커질수록 인사와 통치 방식의 우경화는 갈수록 선명해질 것이다.


벌써 안보 위기를 이용한 통합진보당 마녀사냥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는4대악 근절 내세우며법과 질서 통한 권위주의 통치 방식을 강화하려.


물론 최근 이마트 압수수색과 재벌 세무조사 등으로 ‘경제 민주화’ 같은 포퓰리즘 언사도 다시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곳도 아닌]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앞잡이 김앤장의 변호사 출신을 내정한 것이야말로 본심 아니겠는가.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앞날은 ‘반동’과 ‘동요’가 주요한 특징이 것이다. 대중의 불만이 조직된다면, 집권당은 서로 부패를 폭로하며 분열할 있다.


세계경제 위기와 동아시아 군사 긴장 고조가 국내의 경제·정치 위기로 옮겨오고 있다.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반우파·노동자 투쟁이라는 기치 아래 주장과 행동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박근혜의 정치 위기를 ― 노동운동의 사기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 줄기차게 폭로하고 활용하면서 싸울 태세를 갖춰야 한다.



4·24 재보선과 안철수, 그리고 진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박근혜 위기 때문에 4 재보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과에 따라 박근혜의 임기 위기가 심해질 수도 있다.


의도치 않게 박근혜의 위기를 촉발한 구실을 했지만, 민주당의 ‘발목 잡기’는 여전히 어정쩡하고 수줍다결국 첨예한 정치 양극화 속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민주당 모두 지지율이 하락했다. (반새누리·비민주당 지대의 공백이 커졌다는 뜻)


이처럼 행정부와 국회 모두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정치 앞세운 안철수가 4·24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반박근혜 비민주당 층에서 정치적 공백이 생기자 안철수가 이를 메우려 나온 것이다.


게다가 정치 양극화가 가속화하면, 양극화를 봉합하려는 경향도 생기게 마련이다. 안철수는 정부조직법 협상에서제발 빨리 협상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치 하라고 주문한다.


그럼에도 공식정치에 대한 거대한 불신과 반새누리 비민주당 진영의 공백 때문에 안철수가 부상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양극화 봉합노선이 대안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정부조직법에 관한 언급처럼 모호하기 그지 없다.


그는 기성 정치에 ‘비전과 대안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고통 분담을 위한 제살 깎기로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 말고는 별 다른 “새 정치 비전”을 내놓은 바도 없다오죽하면, ‘안철수의 새 정치는 안철수 본인의 당선 말고는 없다’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게다가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출마하면서 부당한 사법 탄압으로 이곳의 의석을 뺏긴 진보정의당과 노회찬 대표에 대한 진지한 배려도 없었다. 그가 진보정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


반새누리·비민주당 정서의 오른쪽 정도에서 양극화 봉합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런 행보들은 안철수 정계개편이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 대비한 지배계급의 플랜B 구실을 수도 있다는 보여 준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했으면서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 한 번 해보려는 것처럼 움직인다”고 안철수를 직격 비판했다.


결국 4·24 재보선 국면은 진보정치 세력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새누리 비민주당 층에 정치적 공백이 있다는 것이고, 이 층의 왼쪽을 대변할 정치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지금 이런 논의가 아직 무대에 오르지 않았지만 내년 지방선거 전에 조만간 문제가 제기될 거라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흐름에서 원칙있는 단결과 급진적 대안을 대변할 축을 단단히 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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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한 이정희 후보를 비난하는 우파

99퍼센트의 입을 막으려 하지 마라




“지지율 0.7퍼센트 후보에 휘둘린 TV 토론”(<동아일보>)

“판 깨러 나온 지지율 0.2퍼센트 후보”(<조선일보>)

“이정희가 다망쳤다” (<한국경제>)


12월 4일 18대 대선 TV 토론회를 마치고 난 뒤, 우익들이 광분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우익들의 지도자인 박근혜를 그로기 상태가 되도록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선대위 대변인 박선규는 “소중한 자리를 실망의 자리, 어쩔 수 없는 탄식의 자리로 만들어 놓았다”고 불평했는데, 실망과 탄식의 주인공이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도자가 속절없이 모욕당하는 걸 지켜 본] 1퍼센트 부패 우파들이라면,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우파가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까지 해가며 감추려 했던 지배계급의 추악한 실체와 가려왔던 악행들이 너무도 속시원하게 똑똑히 폭로됐기 때문이다.  



<한겨레> 만평.



이정희 후보는 토론 시작부터 기성 정당 후보들이 외면하는 진정한 노동계급의 의제들을 거론했다. 쌍용차 해고자 투쟁,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용산 철거민 참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 한미FTA 폐기 등.


특히, 발끈한 ‘행동하는 앙심’ 박근혜가 ‘애국가’ 논란으로 역겨운 색깔론 공격을 폈을 때, 이정희 후보의 반론이 압권이었다.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각주:1], 누군지 알 것이다. 한국 이름 박정희. 해방되자 쿠데타로 집권하고 한·일협정을 밀어붙였다. 뿌리는 숨길 수 없다.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한미 FTA를 날치기 통과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먹고서 애국가만 부르면 용서가 되는가.”[각주:2]


또, “전두환 정권이 박정희가 쓰던 돈이라며 6억 원[각주:3] 줬다고 스스로 받았다고 했지 않은가, 당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던 돈 아니냐”고 일갈한 것도 훌륭한 폭로였다. 연타를 맞고 멘붕에 빠진 박근혜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얼떨결에 해야 할 정도였다.


이정희 후보는  “재벌과 권력의 유착이 권력형 비리의 핵심”이라며 “삼성 장학생이 참여정부 집권 초기 장악했다는 말 있다. 삼성장학생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고위직에서 제외시킨다는 약속을 하라”고 문재인도 압박했다. 


이런 이정희 후보의 활약은 2002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TV 토론에 나와 “한나라당은 IMF당, 민주당은 정리해고당입니다. 한나라당은 부패원조당, 민주당은 부패신장개업당입니다” 하면서 지지를 얻었던 일을 떠오르게 한다. 


당황과 분노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이정희 후보가 “남쪽 정부”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또 종북 색깔론을 펼쳤는데,  자신들도 지난해 6월 2일치 사설에서 “남쪽 정부”란 표현을 세 번이나 반복한 것이 드러나면서 꼬리를 내려야 했다. 


결국 새누리당과 우파의 광분은 “첫 대선 TV토론의 주인공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라는 <PD저널>의 긍정적 평가를 거꾸로 확인시켜주는 것일 뿐이다.


이정희 후보가 대변한 진보 의제와 통쾌한 폭로는 사실 왜 독자적 진보정치세력이 필요한지 보여 준 훌륭한 증거라 할 수 있다. 또 진보세력이 의회나 선거 연단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범 사례를 보여 준 것이다. 


그날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없었다면 쌍용차, 현대차, 강정의 억울함과 분노를 누가 대변할 수 있었겠는가? 억눌리고 빼앗겨 온 99퍼센트의 목소리를 어디서 들을 수 있었겠는가!


다카기 마사오


토론회 직후에 “다카키 마사오”와 “전두환 6억”이 검색어 1,2위에 오른 것은 이런 폭로와 비판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겨레> 정영무 논설위원은 이를 두고 “당연히 모든 유권자의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그만큼 드러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고 옳게 지적한다. 정 위원의 평가대로 “점령군에 장악된 방송의 마이크를 잠시 탈취한 잔 다르크 … 이정희 후보는 이미지를 조작하는 바보상자와 그 배후세력에 진실의 어퍼컷을 날린 것”이다. 


이는 박근혜가 우파 결집에 충실하면서 명실상부한 보수대연합 후보로 서고, 안철수의 압박으로 문재인이 오른쪽을 기웃거리면서, 밋밋하고 재미 없는 선거로 가던 대선 국면에 새로운 활기가 생겼다는 뜻이다. 


주류 후보들이 제대로 자신들을 대변하지 않는 것 때문에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냉소 속에서 대선에 흥미를 잃어가던 젊은 세대가 ‘다까끼 마사오의 딸이 여왕으로 등극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반우파 정서의 청년 세대가 “여자 1호는 여자 2호가 무섭다”, “6억씩이나 받고는 오빠가 다 늙어서 29만 원으로 산다는 데 돌봐주지 않나?”는 식으로 박근혜를 비꼬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라.  


바로 이런 효과 때문에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15퍼센트 후보만 TV 토론에 나오게 하자는 속칭 “이정희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역겨운 제안을 전광석화처럼 하고 있다. 2차 TV토론에서는 ‘환경’ 주제를 슬쩍 빼버렸다. 4대강과 핵발전으로 공격받을까 봐 선수를 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대형마트 규제 법안 등에 굼뜨기 그지 없고 가로막기 급급했던 것과 천양지차다. 날치기 속도전이라도 펼치려는 것인가. 자기 지도자를 보위하려고. 쓴소리 막으려고 법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 마인드야말로 ‘유신 마인드’ 아니겠는가.(오죽하면 3자 출연 TV 토론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우파 뿐 아니라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진영의 일부조차 이정희 후보의 활약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예컨대, <한겨레> 사설은 “이 후보의 거친 토론 방식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의 효과를 거두었다”며, “유력 대선주자 두 명이 … 진검승부를 벌이는 미국 대선토론회를 … 언제까지 부러워하고만 있어야 하는가”라며 진보 후보의 TV 토론 배제 압력에 호응하고 있다. 


유시민은 “거친 표현”이 “정상적이진 않았다“며 “이런 방식이 과연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얼마나 떨어뜨릴지 의심스럽다”며 <조선일보>가 기특하게 여길 말만 골라서 하고 있다[각주:4]


이미 박근혜의 높은 지지율이 보수대연합의 결과로 형성돼 있는데, 새삼 보수층 결집을 걱정하는 것은 우습다. ‘박근혜 쪽이 사실은 몰래 좋아하고 있을 것’이란 것도 말이 안 된다.


눈이 있다면 지금 우파가 답답하고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라는 것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지금 보수 대결집으로 형성된 박근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반우파 청년들의 열정을 불러일으켜 이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우파와 박근혜에 대한 이정희 후보의 날선 공격이 문재인의 존재감을 약화시켰다는 비난도 우습다. 공평하게 시간이 주어지는 토론회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면, 자기 탓을 해야지, 누구 탓을 하나. 


사실 문재인의 박근혜 비판과 대안이 별 새롭지도 않고, 날카롭지도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재인은 박근혜와 덕담이나 주고 받다가 이정희를 오른쪽에서 압박하기도 했다. 


토론회 다음날 <리서치뷰>와 <오마이뉴스> 조사를 보면, 문재인 후보 지지층의 30.8퍼센트가 이정희 후보가 가장 토론을 잘 했다고 지목했다. 문재인이 자기 지지자조차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이정희 후보의 박근혜 공격으로 박근혜가 이기기 쉽던 대선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들이 강요한 명망성과 엘리트주의적 품격론의 룰 따위에 얽매이지 않은 덕분이다.) 


이정희 후보도 유시민 세력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주도하는 등 진보의 정체성을 훼손하던 때가 아니라 독립적인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했을 때,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새겼으면 한다. 


이정희 후보가 다음 토론 때는 이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맞고 있는 쌍용차, 현대차, 용산, 강정의 절절한 목소리와 피눈물을 더욱 생생하게 전하며, 박근혜를 또 한 번 ‘멘붕’시키기를 기대한다.


※ <레프트21> 온라인 기사로 살짝 축약해 실렸습니다. 추가 박스 기사도 있으니 방문해서 보세요. 

바로가기 


  1. 박정희에겐 일본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육사로 편입할 때, 더 일본식인 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새 일본 이름을 썼다. [본문으로]
  2. 솔직히 한국은 국민의례가 지나치다. 웬 스포츠경기를 보러가서도 국민의례를 해야 하는 건지, 아는 사람 손 들어보시라. [본문으로]
  3. 박정희의 비밀 금고에서 나온 돈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4. 유시민은 본인이 야권 단일 후보로 나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점잔 빼다가 김문수에게 졌다. 유시민이 사실상 지휘한 노무현 고향 김해을 재선거서도 김태호에게 졌다. 1997년엔 김대중필패론을 책으로까지 내며 조순을 밀었다. 이미지와 달리 유시민의 판세 분석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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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정치쇄신안은 우리와 80퍼센트 같다. 이 염원을 받아 안는 게 우리의 도리다.”


이것은 문재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말이다. 안철수 사퇴 전까지 “무면허 정치인”, “호객꾼”, “기회주의자” [심지어 마르크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등 막말을 퍼붓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민주당이 흘리게 한 안철수의 눈물을 우리가 닦아줘야 한다’며 안철수 지지층을 조금이라도 더 흡수하려고 책략을 부리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뜻대로 안 되더라도 두 지지층 사이를 이간질시켜 문재인에게 가는 표를 줄이면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8년 총선과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포함한 주요 우파 정당이 얻은 득표 합계는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2008년에 우파가 얻은 의석수가 30석가량 많은 것은 반우파층의 투표율과 결집 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 박근혜는 한동안 지지층 확장성의 한계와 이명박 레임덕의 여파로 위기를 겪었다. 

이 때문에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보수대연합’ 색채가 두드러졌다. 어차피 반우파 정서의 벽을 확인했으니 확실한 우파 결집 후 반우파층의 투표율 낮추기 책략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반우파 정서가 막강하고 검·경 갈등 등 레임덕 등 위기의 요소들은 여전하다. 다만, 보수층 다지기에 열중하는 동안, 문재인과 안철수가 감동과 비전 없는 단일화 과정 때문에 기회를 못 살려 숨돌릴 틈을 얻은 것이다. 


이회창, 나경원이 몰려 들고, 박근혜에게 ‘칠푼이’라고 막말하던 김영삼마저 지지 선언을 준비한다고 한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국민대통합은 없고, 보수대연합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숨돌린 박근혜가 안철수 지지층을 노리고 위장막을 쳐도, 그것이 두드러지기보다는 우파 본색이 더 짙어지고 있다. 


사람들 속이려고 내놓은 유신피해자보상법이 딱 그렇다. ‘보상’은 적법한 행위 때문에 생긴 불기피한 피해에 대해 쓰는 용어다. 국가의 잘못으로 말미암은 피해는 ‘배상’이 맞다. 여전히 박근혜는 유신의 정당성을 신봉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벌 중심의 성장론과 색깔론 안보 공세 같은 전통적 우파 의제들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투표율 낮추기를 위한 무차별 네거티브 폭로전과 ‘종북’ 마녀사냥도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캠프 총괄 지휘자인 김무성은 2008년 촛불항쟁을 두고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죠. 촛불을 보며 아침이슬을 불렀다고 공개해 국민을 실망시켰다”고까지 말했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최근 국회에서 투표시간 연장법안을 무산시키더니 제주해군기지 예산안도 국방위원회에서 날치기했다. 지난 번엔 면담 요구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끌어내더니, 어제는 반값등록금 요구하는 학생들을 전원 연행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가 중요하다더니, 박근혜 정권의 ‘미래’를 화끈하게 미리 보여 준 셈이다. 


그래놓고 박근혜는 지금 문재인을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실세’라는 식으로 비난한다. “비정규직이 그때 양산됐고. 등록금이 폭등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문제들은 문재인의 약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지지층의 개혁 염원을 배신했다.


문제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유신잔당들이 할 소리는 아닌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망스런 노동법 개악마저도 너무 ‘친노동’이라며 더한 개악을 주문했던 자들이 바로 오늘의 새누리당이었고, 박근혜는 바로 그 당의 대표였다. 


23명이 억울하게 죽어갔는데도, 쌍용차 국정조사조차 못 하겠다는 것이 박근혜의 ‘민생정치’고,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를 모른 체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법치주의’다.


박근혜가 민생법안이라고 내놓은 ‘사내하도급법’을 두고 노동자들은 ‘정몽구법’이라고 부른다. 이 법안대로면, “과거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몰래 관리해 왔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합법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권두섭 변호사) 현대차 8천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무효화되는 것이다.


박근혜는 “최저임금이 5천 원도 안 되냐”며 무지를 드러냈는데,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법안을 한사코 거부한 것이 새누리당이다. 


영남대의료원지부는 박근혜가 사실상 소유주인 영남대재단 소속인데, 이 노조에 대한 노조 파괴 탄압이 시작된 것은 1989년 재단 비리로 쫓겨났던 박근혜 일당이 재단 복귀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 2006년부터다. 박근혜 복귀를 위해 눈엣가시인 노조부터 파괴하려 했던 것이다. 육영재단 이사장 때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결혼 후 퇴사를 강요한 바 있다.


박근혜의 법과 원칙은 우파와 기업주를 위해 노동자를 때려잡는 것이고, 박근혜의 소통은 불법 사찰과 탄압 따위를 위해 정부의 억압기구와 기업주가 연계하는 것일 뿐이다. 오죽하면, 한국노총조차도 2007년과 달리 지지하는 곳이 거의 없겠는가.


철두철미하게 ‘유신스타일’을 고수하는 반노동 우파 박근혜의 집권에 노동대중이 우려하는 이유는 이처럼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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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제 성장 지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규제보다는 경제 활력을 고취해야 한다, 개별 기업 노사 문제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


118일 박근혜를 만난 전경련, 경총 등 경제5단체 회장들이 던진 말들이다. 박근혜에게 5년 전 기조인 ‘줄푸세’(신자유주의적 우파 정책 기조)로 돌아가라는 요구다.


박근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경제 민주화’ 구호가 “특정 대기업 때리기, 기업들 편가르기 [등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며 해명했다.[각주:1] 이런 식으로 박근혜는 우파 기득권 세력과 만남을 이어가며, 더 분명한 어조로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파 신문 <세계일보> 주최 안보 심포지움에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보수 기독교 아성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서 “우리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만큼 발전시킨 것도 교회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아부했다.


레임덕인 이명박의 내곡동 특검 방해도 새누리당의 엄호 없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갖 낡은 보수세력들이 박근혜 지지로 결집하고 있다. 선거법 등을 이용한 진보진영 재갈 물리기도 벌어지고 있고, NLL 문제로 국정원장을 고발하는 등 꼼수도 자행되고 있다.


여러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 박 캠프에서는 이한구(대우), 김광두(현대차 사외이사), 현명관(삼성), 김성주(대성) 같은 재벌그룹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정몽준도 선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허울 뿐인 ‘국민대통합’ 가면을 벗고서 ‘1퍼센트 보수 대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우향우의 배경에는, 반우파 정서의 벽 앞에서 좌절한 박근혜의 선거 책략 뿐아니라, 주류 지배자들의 커져가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계경제 위기 확산 국면에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유럽 수출은 16퍼센트나 줄었다.


따라서 지배자들은 저항의 섟을 죽이며 [고통 전가의 다른 이름인]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하는 마당에, 우파인 박근혜마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식으로 말하는 게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주류 지배자들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와 재집권 실패가 유력해 보였을 때는, 플랜B로서 민주당 집권을 염두에 두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보이지 않는 압력들을 동원해 [오른쪽에서] 민주당을 혹독하게 공격하며 길들이려 한 바 있다.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하지 말라는 압력도 이때 본격화됐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중도층 확보 노력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조사를 봐도, 박근혜 대세론 붕괴 후 필사적 우파 결집(보수대연합) 노력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곤 있으나 부동층 흡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전히 박근혜가 다자 대결 1위인] <한겨레> 조사에서도 60퍼센트가 ‘새누리당의 재집권’보다 ‘정권 교체’가 낫다고 답했다





그러므로 집토끼 묶는 것에 치중하는 박근혜의 우향우는 앞으로 보수대연합과 투표율 떨어뜨리기로 나아갈 것이다. 집권 우파가 믿을 것은, 반우파 정서가 표로 결집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의 실정과 약점을 이용하고, (이런 일이 가능할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만만치 않다) 진보진영을 탄압하며 폭로와 색깔론의 복마전을 만들 것이다. 당연히 투표시간 연장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새 새누리당의 공식 논평은 하루 열 건 가까이 야당 후보 비리 의혹 제기인데, 대변인을 일곱이나 둔 것이 바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한 듯하다! 14일 하루에만 네 가지 의혹을 8개의 논평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관계자는 화살 1백 발을 쏴서 그중 한 개가 맞으면 맞는 것”이라고 하는 실정이다.


요약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최근 1~2주 사이에 부패 우파 본색에 충실해지고 있는 것은 반우파 정서를 뚫기 힘든 상황에서 집토끼라도 지키자는 선거 책략에 더해 지배계급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들의 무기력 때문에 박근혜가 다시 여력을 회복하면, 국민대통합 시늉을 다시 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 박근혜가 중도 흉내가 결코 확장성의 한계를 깨지 못한다는 점이 바뀌는 건 아니다[각주:2]


2007년만 해도 그는 ’줄푸세’를 내세우며 우파 결집에 여념 없었다“제가 꿈꾸는 사회도 바로 뉴라이트가 꿈꾸는 사회와 같다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불법파업과 집단 이기주의기업은 규제 ... 이것이 우리 경제의 큰 병”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미 박근혜는 당권을 장악한 직후인 2004년 가을에 이른바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규명법·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투쟁에 ‘올인’했다. 그녀는 이 투쟁을 “국가정체성 수호” 투쟁이라고 불렀다.[각주:3]


이 투쟁을 놓고 당내 논란이 일었는데, 박근혜는 자서전에서 당시 의원총회를 이렇게 회상했다. “가장 민주적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서 대표인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 주었다.” 이것이 지금껏 10년째 ‘정당 개혁’과 ‘정치 쇄신’을 내세우는 박근혜의 ‘민주주의관’이다.


그녀의 국가관은 1퍼센트 기득권 세력을 철저하게 옹호한다는 점에서도 우파적이었다. 박근혜는 노무현의 온건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는 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며 법의 뿌리가 허물어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변했다.


박근혜는 1980년 전두환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소유주로 영남대 재단에 진입했다가 1989년 학원 민주화 투쟁 때 쫓겨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개악된 사학법으로 가장 먼저 구 재단이 복귀한 곳이 바로 영남대다


박근혜는 노무현 정부가 물러서면서 이미 2006년부터 복귀를 준비해 왔는데, 결국 새 이사진의 과반수를 임명했다. 재단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창조컨설팅과 합작해 영남대의료원노조를 무지막지하게 탄압해 노조는 지금껏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던 박근혜가 “내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는 궤변을 내뱉으며 꼴사납게도 ‘복지’와 ‘경제 민주화’ 시늉(복지 코스프레?)이라도 낸 것은 순전히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파에게 유리하지 않고, 복지와 분배 같은 진보 의제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여당 내 야당이라고 했지만 정작 18대 국회에서 이명박의 친기업·반민주·반노동 정책과 대립한 적이 없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4대강, 부자 감세에 적극 찬성했고, 쇠고기 협상 결과, 용산 사태에는 침묵했다. 최근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했다.[각주:4]


박근혜의 최근 영입 인사 중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유명해진 안대희가 있는데, 안대희는 당시 유독 박근혜의 2억 원 수수 의혹만 수사하지 않았다. 안대희와 함께 들어온 남기춘은 7인회 일원인 김기춘(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과 함께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의 원흉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본색, 집권 목표라는 건 이처럼 반동적 쿠데타와 1퍼센트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권을 세우려는 추악한 권력욕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수용해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반우파 청년세대를 결집시키지 못 하고 있다. 선명하게 변별력 있는 대안이 유력하게 부상하지 않으니, 우파에 위기가 왔는데도 지지세가 붕괴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지 미리 예측하기 힘든 선거다. 그렇다고, 개혁주의적 진보정치에 공백과 균열이 생긴 마당에 선거판 안에서 쉽사리 대안을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김소연, 김순자 두 후보도 훌륭하고, 통진당 이정희, 진정당 심상정 후보도 비진보 후보들과 대면 훨 낫지만, 후보의 성격과 자질과 득표수는 별개 문제다. 이들 모두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일부들을 각각 대표하고 있어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선거에서는 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진보진영 전체의 과제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세 후보 진영 모두 선거가 아닌 투쟁의 영역에서는 예상되는 득표수보다도 더 큰 힘과 역량,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역에서는 단결된 대응이 가능하고, 또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황이 지날수록 경제 위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방식과 속도, 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동계급에게 고통전가 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참을성이 점차 없어진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에 상황을 비춰 보면, 우파 재집권을 저지하자는 반박근혜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투표 그 자체보다는 미래의 공세에 대비해 정치적·조직적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대중투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일 없이 투표로만 주류 우파를 물리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사실 불가능하다. 그 점에서 최근 벌어진 노동자투쟁들은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권교체가 나은 일이긴 하나, 진보적 정권교체라 부를 것은 못 된다.


그래서 투표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저지를 위한 단일화 후보든, 진보 노동 후보든]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겠다. 누구에게 투표하더라도 향후 운동의 과제에 비춰 부차적 비중일 수밖에 없을 듯하므로. 


  1. 전경련 전무 이승철은 “오늘 [박근혜와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성장도 필요하다는 뜻을 보여 와 그동안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본문으로]
  2. 올 4월 총선에서 박근헤의 중도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이들은 민주당 등 야당에게도 빼앗긴 중원, 중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와 민주당 사이의 중도로 가자는 것은 야당들이 우경화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박근혜를 돕는 멍청한 짓이 되었다. 물론, 재벌과 주류엘리트에게 잘 보이려는 민주당의 본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한나라당 최연희가 ‘[여론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도대체 국가관이 있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위세를 떨치던 공안검사 출신에게 ‘국가관’을 따져 물을 정도니 박근혜의 국가관이 얼마나 우파적인지 알 만하다. [본문으로]
  4. 유일하게 이명박과 대립한 게 행정수도 문제였는데, 사실 박정희가 1970년대 말에 지금의 세종시에 포함된 충남 연기군 장기지구를 유력한 제1후보지로 놓고 행정수도 이전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박근혜의 집착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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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집권당은 대세론에 금이 쩍 간 뒤 한동안은 우파 본색에 충실해 왔다.

새누리당은 “NLL” 문제로 하루에도 서너 개씩 논평을 내며 야권을 “종북”으로 몰아붙였다.


민주통합당 김광진이 백선엽을 ‘민족 반역자’라고 한 것도 문제 삼았다. 박근혜는 “6·25 전쟁 영웅을 민족 반역자라고 하는 야당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하고 핏대를 세웠다.


그러나 “NLL이 공인된 국경선”이라는 말이 거짓이듯, ‘백선엽이 애국 영웅’이라는 박근혜의 말은 거짓이다. 박정희처럼 백선엽도 만주에서 항일투쟁부대를 때려 잡는 일본 군인이었다. 친일파 독재 부역자 옹호로 박근혜의 우파 본성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9월에 ‘유신은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고 맘에도 없는 사과성 발언까지 했던 박근혜는 정수장학회 문제에서는 법원도 인정한 강탈 사실마저 부인하는 뻔뻔함을 보였다급기야 보수 야당인 선진통일당과 합당하면서 ‘1백 퍼센트 국민대통합’은 ‘1백 퍼센트 보수대통합’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발맞추려는 건지 ‘레임덕’ 이명박도 영리병원 도입 조처를 은근슬쩍 통과시키는 등 다음 정권 전에 우파 정책 대못을 또 하나 박아 놓았다. 내곡동특검 수사 개기기는 덤.


사실 그동안 박근혜는 우파 결집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중도층으로 지지 외연을 확대하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기만적인 양면 전략을 써온 것이다. 그런데 투표가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우파 결집에 치중한 것은 “[지지율] 확장성의 한계”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우파가 강해져서 우파 결집으로 기운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청년세대 중심으로 반우파 정서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걸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내일신문>10월초에 한 조사에서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후보’ 항목에서 27.9퍼센트가 박근혜를 지목했다. 지역에서는 수도권, 세대에서는 30~40, 심지어 중도층에서도 박근혜 거부 응답은 상대 후보들보다 두세 배 높았다.


이 시점은 과거사 역풍 속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박근혜는 집토끼라도 단단히 단속해 반격의 기회를 노려보자는 계산을 한 듯하다. 반박근혜 층의 투표율이 낮거나 분열하면 탄탄한 우파 지지층 결집으로도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에서도 이런 책략이 민주당의 무능 덕을 보며서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선 여기에 더해 소선거구제의 도움도 받았다.


박근혜가 ‘투표 시간 연장’에 그토록 결사 반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체육관 선거로 정권을 유지한 박정희의 후계자로선 국민투표 자체가 “낭비”로 여겨지기도 할 터다.



반우파 벽에 부딪힌 박근헤는 투표율 상승이 두렵다



대선에서도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재가동해 민주당과 안철수를 오른쪽에서 압박하며 선거 지형을 우경화하고 야권 분열 공작과 진흙탕 폭로전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래서 NLL 쟁점은 안보 이슈와 확인도 힘든 폭로전을 결합해서 공세로 삼았고, 이어 ‘성장’ 프레임을 덧붙이는 모양새다.


박근혜도 31일 한 강연회에서 ‘무상복지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옳지 않으며 경제 민주화와 성장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이전과 달라진 강조점을 선보였다. 이젠 말에서조차 ‘분배’보다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적으로도 정몽준, 김성주 같은 재벌2세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한구, 김광두, 현명관 같은 재벌그룹 CEO나 브레인 출신들의 입김이 세졌다. 


이런 방향에 위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칫 이것이 부패하고 낡은 우파 일변도로 비춰지면 역풍이 불어 반우파층을 결집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0월말 KBS가 한 여론조사에서 45퍼센트가 서해 NLL 논란을 ‘대선을 앞둔 색깔공세’로, 49.8퍼센트가 박근혜의 정수장학회 답변에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반우파 정서가 거의 절반인 셈이다.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이 ‘구태정치’라는 답변도 54.7퍼센트나 됐다.


NLL 공세도 사실 민주당을 단도리하는 데는 효과를 거뒀지만 여론을 우파 프레임으로 장악하는 데는 실패했다그러다보니 요즘 새누리당이 전반적으로 약간 멘붕 증세를 보이기는 한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데, 외연 확대 쇼를 완전히 포기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파 지지층 결집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집권을 위한 책략으로서] 양면 전략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우파 지지층이 다시 안정될 경우에도 박은 다시 중도로 눈을 돌릴 것이다. 


예컨대, 실효성 없지만 포퓰리즘적인 경제 민주화 방안을 내놓는 식으로. 그것은 분배와 복지 의제를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공정경쟁’이나 ‘원칙있는 자본주의’ 같은 포퓰리즘적 구호와 배합될 수는 있다.


박근혜는 난데 없이 ‘우파 스타일’에 걸맞지 않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구호를 채택하고, 청바지에 빨간 운동화를 신고 청년 행사에 나갔다. 성추행당 의원들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세” 어쩌고 하는 꼴이라니. (‘뇌 구조’ 발언은 또 어떤가.)


이한구 등 당내 성장론자들이 경기부양책을 내놨다가 김종인의 반발을 샀는데, 막상 내놓은 경기부양 방안에는 복지 예산이 절반이나 된다. 혼돈 그 자체인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와 집권당은 우파 본색으로 돌진하다 돌연 멈추거나, 동시에 두 가지 목소리를 내며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봉합하는 식으로 혼란돼 있다. 그러다가 기대감이 다 빠진 상태에서 중도적 목소리를 내 효과를 못 거두고 다시 우향우하는 식도 반박됐다. 


이는 이들의 모순된 처지를 보여 준다박근혜는 이명박 정부의 우파적 고통전가 정책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 집권 우파가 분열 위기에 몰리면서 집권당 당권을 거머쥐었다. 우파 결집에는 적격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 문제의 뿌리인 우파 정부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는 데는 전혀 적격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우파 결집에 기초한] ‘박근혜 대세론’은 [중도 외연 확장의 한계를 주목한] ‘박근혜 필패론’과 동전의 앞뒷면이었던 것이다. 이는 외연 확대 실패가 우파 결집도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우향우하면서도 양면 전략 자체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지배계급 전반에서는 위기감이 커지는 듯하다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도 집권 우파가 ‘안보[종북]’와 ‘성장[복지 거부]’ 프레임을 꺼내들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단도리하려는 까닭이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집권당의 위기와 모순을 들여다 본 것으로, 박근혜가 득표 논리 때문에 동요하면서도 우파 본색을 강화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10월 들어 포스코가 본격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현대중공업이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수 언론들도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 고공 농성이 이슈가 되고, 학교 비정규직과 사회보험노조 하루 파업 등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대선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주들과 우파 내부에선 박근혜가 [비록 본심이 아닐지라도] 복지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모양새 자체가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일조한다고 불만을 가질 법하다. 경총이 사회보험노조 등의 파업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을 보라.


바로 이 때문에 문재인과 안철수도 박근혜의 우파 본색 행보에 속시원하게 대적하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둘이 [지배계급 전반의 정서를 고려해] 우파 프레임에 타협하고 굴복하면서 박근혜가 모순과 위기 속에서도 살아날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박근혜 대세론 붕괴가 박근혜 필패론으로 가지 않는 까닭이다.


사실 박근혜가 말한 ‘경제 민주화와 성장의 투트랙’은 안철수가 먼저 내놓은 ‘두바퀴 경제’와 흡사하다. 안철수가 먼저 성장 프레임을 갖고 들어온 것이다. 출마 선언 초기 특전사 경력을 내세우는 ‘애국마초’ 마케팅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문재인은 “NLL에 대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 확고한 안보능력” 운운하며 우파 공세에 장단을 맞췄다.


이처럼 진정한 진보 의제가 빠져 있는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반우파 정서는 여전히 탄탄하다. 진보진영이 현재 노동자투쟁들을 엮어서 진정한 진보의 의제를 부각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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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에 대해서도 …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시면서 나라를 위해서 노심초사하셨습니다.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박근혜가 또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박근혜는 30여 년 전 일기에서 “유신 없이는 아마도 공산당의 밥이 됐을지도 모른다 … 혼란 속에 나라를 빼앗기고 공산당 앞에 수백만이 죽어 갔다면 그 흐리멍텅한 소위 민주주의가 더 잔학한 것이었다고 말할지 누가 알 수 있으랴” 하고 민주주의 혐오증을 드러낸 바 있다.


이것이 “바뀌네” 쇼를 하며 전태일과 ‘국민대통합’ 하겠다던 박근혜의 실체다. 



△“아버지보다 더한 딸이다” 9월 12일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오열하는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 ⓒ사진 고은이



이런 본색 때문에 수도권 청장년 세대와 중도층에서 ‘박근혜 거부’ 정서는 꽤 강력하다. 이들이 연말 대선 때 박근혜 반대표를 찍으려고 투표장으로 몰려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박근혜는 갖고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외연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끌어내면서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겠다는 식의 추잡한 연극은 처음부터 오래 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추악한 본색은 웬만한 화장으로 가려지지 않고 있다. 아니, 가려질 수도 없다. ‘광폭’ 행보는 이제 독재정권의 ‘광기 어린 폭력’을 옹호하는 행보가 되고 있다. 


박근혜는 박정희 독재를 사과하거나 반성하거나 하는 일을 결코 할 수 없는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박근혜의 현재가 유신체제의 유산을 딛고 서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박정희가 강탈한 재산으로 만든 육영재단, 영남학원(영남대), 정수장학회, 한국문화재단 등이 박근혜가 1퍼센트 특권층의 삶을 유지하며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왔다.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에게 전두환은 청와대에서 발견한 박정희의 비밀 자금 6억여 원(현재 가치로는 수백억 원)을 줬다. 그리고 박근혜가 활동을 재개한 첫 기반은 육영재단과 영남대재단이었다. 1995년부터는 11년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다.



1979년 강남은마아파트 전단지. 평당 68만 원으로 계산하면, 박근혜가 받은 6억 원의 현재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이를 지금 시세로 하면???



지금도 <부산일보>의 실질적 소유주인 정수장학회는 아바타 사장을 심어 놓고 박근혜 비판 보도를 한 기자들을 징계ㆍ해고하며 편집권을 통제하고 있다.


박정희 일가의 돈은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은 이런 강탈 ‘재단’들을 박정희가 죽은 뒤에도 박근혜 일족이 소유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유신 적자’ 전두환의 배려가 크게 작용했다. 전두환은 비자금을 종자돈으로 줬을 뿐아니라, 문제의 재단들을 국가가 환수하지 않고 박근혜가 운영하도록 했다. 


정수장학회의 장학생 출신자 모임인 상청회는 박근혜의 대선 사조직 기반이다. 7인회 소속인 김기춘과 현경대가 이 모임의 1,2대 회장 출신으로 상청회 두 축이라 불린다.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재학생들 모임인 청오회도 2007년 이후로 정치적 동원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시사인>은 출결 관리를 하며 행사에 동원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도 있다.


또한 최근 폭로된 자료를 보면, 박근혜와 그 친지, 측근들 스물두 명이 문제의 재단 네 곳 중 최소 두 곳 이상의 이사를 순환하며 맡아 왔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정수장학회 공대위 주최로 "정수장학회 해체 촉구와 고(故) 김지태 유족 입장발표 및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상경 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 박재광


박근혜는 박정희의 반동적 이데올로기와 정책도 고스란히 상속 받았다.


5ㆍ16 쿠데타, 유신, 장준하 의문사, 인혁당 사형 등에 대한 박근혜의 반동적 입장과 생각은 확고한 신념으로 굳어져 있어서 쉽게 가려지지도 바뀌지도 않는 것이다. 


올해 초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이 부상하자, 박근혜는 “제주를 [해군기지가 있는] 미국의 하와이처럼 만들자”고 말했는데, 사실 제주도에 미군이 사용할 해군기지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한 자가 바로 박정희였다. (실제 공군기지로 사용한 건 일본 제국주의였다. 그 알뜨르 비행장은 강정 해군기지 완공시 부속 공군 기지/활주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박정희는 1969년 6월 1일 <워싱턴포스트>와 기자회견을 하면서 제주도의 미 해군기지 제공 의사를 밝혔다. 막 취임한 미 닉슨 행정부에게 잘 보여 지지와 지원을 받으려는 속셈이었다. 당시 미국은 해군기지가 있던 오키나와를 일본 영토로 반환하는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었다.


최근 김종인과 이한구 등이 대선 캠프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데, 사실 2인자들을 여럿 두고 경쟁시키며 일인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도 박정희의 것이다. 


박근혜가 철두철미하게 박정희의 ‘아바타’처럼 구는 것은 정치·재정적 ‘유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스스로 유신체제 권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1974년부터 공식적 퍼스트레이디로 청와대에서 공식으로 예산과 비서관을 두고 정치 활동을 했고, 유신 말년에 새마음운동 총재로 행사를 열 때는 장관, 서울시장, 정주영 같은 재벌들이 ‘수행’으로 나서는 등 위세도 대단했다. 그는 구국여성봉사단으로 1백만 명이 넘게 사람들을 모아 ‘거느렸다.’ 


박근혜가 최근 ‘1975년 인혁당 사건 판결은 고문과 허위 자백에 바탕한 조작이었다’는 2007년 법원의 재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신도 이 범죄의 책임자 중 하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때 이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처럼 뼛속까지 독재 DNA로 충만한 박근혜에게서 ‘과거사 반성’이니 ‘경제 민주화’와 ‘복지’ 따위를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사실 박근혜가 내건 “100퍼센트 국민대통합”이란 구호도 “1퍼센트에 맞선 99퍼센트” 같은 [계급투쟁을 상징하는 구호가 유행하는 등] 급진화에 맞불을 놓는 우파적 구호에 불과하다. 


게다가 박근혜의 핵심 기반인 1퍼센트 지배자들은 ‘경제민주화’ 같은 사기성 구호들조차 불편해 한다. 이는 세계경제 위기가 다시 확산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위기감이 감도는 것과 결코 무관치 않다. 


게다가 우파 집권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가 “경제 민주화”나 “복지국가” 같은 구호들을 내세우는 것이 사람들의 기대감을 자극해 오히려 부메랑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때문인지 요즘은 박근혜 본인도 ‘경제민주화’와 ‘줄푸세’는 다를 게 없고, 감세를 강하게 말하지 않는 건 이명박이 감세를 잘 해서라며, 복지를 위한 재정 확대(증세)에는 반대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며 뒷걸음치고 있다.


물론 박근혜의 본색이 이렇다고 해서 당장 쿠데타가 일어나고 유신 체제가 복귀하는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 조짐들 속에서 박근혜의 당선은 지배계급 내에서도 각별히 구시대적인 우파들이 득세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박근혜는 진흙탕 선거전으로 판 자체를 더럽게 만들어 노동계급 청년세대가 냉소적으로 투표에 기권하도록 만드는 한편, 우파를 단단히 결집시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계산하는 듯하다. 진보진영의 자중지란과 민주당의 지리멸렬 덕분에 이런 책략이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는 것이다.(건질 게 별로 없던 문재인의 오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보라.)


그러나 2002년에도 이회창 대세론이 거셌지만, 미군의 여중생 살해 사건에 항의하는 청년들의 시위가 서울 한복판에서 최대 40만 명까지 참가하는 운동으로 발전하면서 결국 이회창은 집권에 실패했다. 


당시 거대한 대중투쟁은 노동자ㆍ청년 들 속에서 냉소를 걷어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줬다. 


그러한 반우파 대중투쟁과 진보 대안 건설 노력을 결합시키는 것을 통해서 진보의 가치와 요구를 의제화하고 우리 편의 사기를 높인다면 박근혜 대세론에 균열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대선 이후 (누가 당선하더라도) 불의한 반민주ㆍ반노동 정책들을 쉽게 추진 못 하게 할 힘을 축적할 수 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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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에 금이 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는 박근혜다. 심지어 기성 언론 일선 정치부 기자들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될 후보’ 1위로 박근혜를 꼽았는데도 그렇다. 


왜 반MB 정서가 팽배하고, 심지어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들조차 집권당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아직까지 유지되는 것일까?


첫째 요인은 정치•경제 위기감 속에서 우파의 지지가 결집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로는 아무래도 박근혜와 경쟁하는 야당과 그 후보들이 부실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점이 진정한 핵심 요인이다. 민주당과 후보들은 한나라당이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져 싸움판을 벌일 때조차 지지율에서 저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민주당은 자신의 변변치 못한 역량 때문에 4월 총선에서 패배하고서 박근혜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들고 나와 ‘중원’을 선점한 것이 민주당의 패인이라고 평했다. 민주당이 진보정당과 야권연대에 목을 매다가 박근혜가 반MB 중도층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사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민주당이 얼마나 별 볼 일 없고 신뢰를 주지 못 했으면 우파 집권당의 후보가 박근혜가 ‘우파 정권과의 차별화’와 ‘복지’를 선점할 수 있겠는가. 


사실 민주당의 주요 정책들은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기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면, 경제 민주화는 기껏해야 재벌 소유 구조를 ‘합리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경제 민주화’를 말할 때, 실제로 그것이 뜻하는 바람들 ― 불법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 채용을 늘리며, 떼돈을 버는 만큼 세금도 올려 복지 재원을 늘리는 일 ― 따위와는 별 상관 관계가 없다. 


가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같은 솔깃한 공약도 내놓지만 이런 경우에도 실현 의지와 능력에 신뢰가 가질 않는다. 무엇보다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쌍용차 대량해고, 각종 민영화 등은 민주당이 집권 시절 씨앗을 뿌린 일들이다. 


불길한 꿈을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러려면 새로운 진보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반MB조차도 일관되게 수행하지 못 해왔다. 지금도 한일군사협정 비밀 체결 시도를 놓고 이명박이 아니라 총리해임안을 내놓으며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다고 할 수 있지만) 타격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반MB 정서의 밑바탕인 반보수 정서와 어긋나게 거듭 재벌과 우파와도 거듭 타협해 왔다. 쌍용차 특위를 만들었지만, 사장들 눈치를 보며 해고자 복직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색깔론 마녀사냥인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에도 협조하고 있고, 심지어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에도 상당수 의원들이 동조했다. 


검찰이 박지원 수사 등으로 민주당을 협박하자 검찰 곳 대법관 후보인 김병화는 반대하겠다고 하지만, 김신, 고영한 같은 반노동 판결을 한 후보들의 대법관 임명은 허용할 태세다.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는 물론이고 문재인이나 김두관 등 친노 후보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신자유주의•친제국주의 정책 추진의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기보다 과거를 미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박근혜는 교활하게도 이런 약점을 이용해 반MB 정서를 ‘이명박 대 노무현’ 프레임 따위로 그 의미를 축소·왜곡해 왔다. 


4월 총선에서도 바로 이 방법으로 ‘그 놈이 그 놈’ 이란 식으로 이명박 심판 정서가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오는 것을 피해 갈 수 있었고 과반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청와대 불법 사찰 문제에서 ‘나는 두 정권 모두에서 피해자’라며 교활하게 비켜갔다. 


그러나 실제로 진보진영 불법 사찰을 실제로 했던 민주당은 이런 대응에 무능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박근혜는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의 불철저함과 불철저할 수밖에 없는 원죄 때문에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박근혜의 우파적 과거와 비리들을 줄기차게 폭로한다고 해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진 않는다. 박근혜도 최근 ‘민주당 후보들은 박근혜 때리기말고 뭐가 있나’라며 비웃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편에서 섰지만 민주당과도 거리를 둬 온 안철수가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4월 총선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안철수일지도 모르겠다. 승리한 박근혜는 레임덕인 이명박과 국정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하는 처지가 됐고 [그러면서도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모순] 민주당은 이길 수밖에 없다고 했던 선거에서 졌으니 말이다.)


안철수 식 기성 정치 거리두기는 안철수식 성공과 분배 철학에 대한 사회적 수요, 그리고 대중적 인기와 모호한 컨텐츠의 묘한 조합 속에서 지금까지 높은 지지를 꾸려 왔다.


그러나 며칠 전 <안철수의 생각>을 발간하며 공개한 정책 구상이 민주당 수준과 질적 차이 없이 각론적 차이나 구체성 정도에서 차별성을 가지는 게 드러났으니, 그가 앞으로 (박근혜를 제치려면 민주당의 좌우 양 편을 모두 흡수해야 할 텐데) 민주당의 왼쪽 공백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타까운 것은 통합진보당의 위기 탓에 진보진영의 정치적 존재감이 약화돼 상황을 진보적 대안 성장의 기회로 삼지 못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약화는 ‘보편 복지’가 정치 화두를 지배했던 지난해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내지 못 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살아나 정치 지형과 선거판을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오로지 우파 결집에만 위태롭게 기대고 있는 박근혜 대세론을 붕괴시킬 수 있다. 


지금 진보진영은 이명박을 공격하고 박근혜에 맞서면서 민주당과도 구분되는 선명한 진보 대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긴축 정책에 맞서 부자 증세와 군축을 통한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등을 분명히 하면서 99퍼센트의 단결과 투쟁을 호소해야 하는 것이다.


대선에도 처음부터 사퇴를 염두에 둔 후보를 내놓는 것은 안 그래도 위축된 존재감을 더 위축시킬 것이다. 진보정당의 위축은 정치 지형, 선거 판도를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물론 아직 안팎에서 찾아 온 위기를 아직 수습 못 한 통합진보당이 이런 구실을 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화물연대, 언론사 파업 등이 연 돌파구를 이용해 금속노조, 금융노조 등이 투쟁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투쟁들을 더 발전시키면서 진보의 정치 대안 건설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 <레프트21> 관련 기사 ☞ 바로 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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