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는 대통령 자격 없다
박근혜가 쳐낸 국정원 게이트 특별수사팀장 윤석열은 새로 발견된 트윗 5만 5천여 건을 두고 “사상 유례 없는 중대한 선거 사범”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이제 단순 댓글 의혹이 국가기관 전반에 걸친 정권 차원의 조직적 공작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은 대선을 앞두고 불리한 통계 결과를 은폐했다. 국가보훈처는 대선을 앞두고 극우반공주의적 대국민 선전·교육 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행정안전부도 나섰다. 경찰과 국정원은 긴급 통화를 해 가며 관련 수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이제는 국방부의 정치 개입 사실까지 드러났다.
국정원, 경찰, 국방부, 새누리당까지 행정부와 집권당이 총출동했고, 이들 모두 국정원을 매개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과 국정원 심리전단을 이끈 이종명 모두 합동참모본부(합참) 소속 민군심리전부 소속이었다. 국가보훈처의 반공 특강에는 국정원 요원들이 강사로 나섰다.
또 국정원 직원들의 트윗 5만 5천여 건이 새로 확인됐는데, 수사팀장 윤석열은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에도 활동 흔적이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오빤 MB스타일’ 같은 시각적 환경오염물을 국정원과 국방부, 새누리당 십알단 등이 서로 추천하며 수백만 건으로 확산해 왔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방부의 선거 개입 자체가 충격적이다. 명백한 군의 정치 개입이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정권 탄핵감이다!
그런데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2011년에 국방장관 직할부대로 삼은 장본인이 지금 국방장관인 김관진이고, 이 부대 사령관이던 연제욱은 박근혜의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됐다. 이 두 사람 밑에서 이 부대는 대대적으로 인력과 활동을 늘렸다.
이 사례들은 이명박은 물론이고 박근혜도 총체적 정치공작 의혹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명백히 확인해 주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박근혜의 검찰에서도 ‘윗선’의 조직적 수사 방해가 사실로 확인됐다. 18일 검찰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검사 윤석열은 법무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초기부터 외압을 넣어왔다고 폭로했다.
정치공작의 실행 뿐아니라 은폐와 물타기도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갈수록 거대한 진실이 폭로되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제는 대통령 사과로 끝낸 때가 지나버렸다’고 지적했다.
박근혜는 지난 대선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들에게 거짓말해 가면서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낡은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지금 사라져야 할 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다.
□ 계속되는 반동 공세와 우파 균열
사실 ‘국정원 게이트’ 자체가 박근혜를 당선시킨 1퍼센트 부패우파 총단결의 한 단면이다.
이 보수대연합의 목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확실히 밀어붙이고, 동아시아 안보 위기 속에서 국가와 사회를 더욱 단속하려는 것이었다. 최근 복지·경제민주화 공약들을 뒤엎고 공안 마녀사냥을 벌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이런 존재 이유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정치공작의 실체가 드러나도 박근혜는 적반하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정권의 정통성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섣불리 꼬리자르기 하다가는 우파결집이 붕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사이가 좋지도 않았던 이명박의 사람 원세훈과 김용판을 감싸는 이유고, 선거법으로 기소하는 걸 한사코 막으려 했던 이유며, 이를 따르지 않은 채동욱에게 끝내 보복한 이유다.
그런데 역설이게도 우파 결집을 유지하려는 이런 무리수가 도리어 국가기관 내부에 균열을 냈다. 특히 가장 중앙집권적인 특권우파 집단 검찰에서 균열이 일부 일어난 것은 의미심장하다.
박근혜의 법외노조화 협박이 전교조 조합원들에게서 역풍을 맞자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던 국가인권위원회가 갑자기 전교조 편을 들고 나선 것도 시사적이다.
박근혜의 ‘유신스타일’이 ‘유신체제’를 부활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민주화 이후 각 국가기구의 ‘관료적 독립성’도 커져 왔다.
무엇보다 이런 내부 균열이 암투에 그치지 않고 외부로 드러난 것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국가를 외부에서 압박했기 때문이다. 촛불운동이 그런 구실을 어느 정도 해냈다. 10월 23일 문재인이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 …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대선불복성’ 발언을 한 것도 이런 기층의 압력에 영향 받은 탓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결코 ‘한국의 대처’가 될 수 없다. 사회적 세력관계가 결코 박근혜와 우파에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는 전교조에 한방 먹었다. 전교조 조합원 다수가 법외노조화 협박에 굴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전교조는 약 1만 명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진보 대중을 고무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선거에서 13년 만에 민주파가 당선한 것이나, 6년 만에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도 힘이 나는 소식이다.
이런 소식들은 박근혜 반동이 일방통행이기보단 역동적 대결이 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물론 박근혜는 이를 만회하려 보복의 책략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공안 탄압과 마녀사냥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지체없이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그러나 9월 하순 이후 한달 가까이 박근혜 지지율이 비록 50퍼센트 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소폭의 하락 추세를 보여 온 것도 눈여결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긍정적 평가가 늘어난 측면보다는 부정적 평가 답변이 늘고 있다는 게 시사적이다.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을 파기한 여파다. 이런 조짐을 보고 복지장관 진영이 박근혜와 선을 긋고 내각에서 도망나온 것이다.
전교조처럼 우파 공세에 굴하지 않고 싸우는 노동자·민중이 늘어날수록 우향우 정책이 지배계급 안에서도 무리수로 비춰지고 균열이 더 깊숙한 분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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