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역대 최대규모로 하루 파업을 벌이다

아쉬움도 있지만, 박근혜의 협박이 잘 안 먹혔다


<노동자 연대> 181호 | 입력 2016-09-23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반대 하루 파업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오전 9시부터 집결하기 시작한 금융노조 조합원 4만여 명이 참가했다.(주최측 최종 발표 7만 5천 명, 전체 조합원 9만 5천 명)


파업 집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한 총회에서는 10월 이후 2, 3차 총파업을 비롯해 쟁의행위를 계속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정부는 노동부장관, 금융위원장, 박근혜가 번갈아 가며 파업을 압박하고 모든 지부에서 무지막지한 불법 협박을 해, 사상 초유의 전국적 영업점 마비는 막았다. 그럼에도 금융노조 파업이 역대 최대 규모로 성사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다음 주에 벌어질 민주노총의 공공·보건 등의 파업에도 상징적인 도움이 될 듯하다.


예상대로 NH농협지부와 기업은행지부, 씨티, SC제일은행지부 등이 두드러지게 참가했다. 그 밖에도 부산 등 지방은행 지부들, 신용보증기금 등 공기업 지부들, 수협중앙회지부 등도 할당된 구역을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지도부가 공언한 목표인 영업점 마비 수준에는 못 미쳤다. 파업 경험이 별로 없는 조합원이 다수라 애초에 쉽지 않은 목표였지만, 그럼에도 제일 규모가 큰 ‘빅4’ 지부들의 참가가 저조한 것은 매우 아쉽다.


오전 11시 30분경부터 시작된 파업 선포식과 본대회에서는 조합원들의 함성과 열기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 등 간부들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 사무금융노조 김현정 위원장 등 민주노총 중집 성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금융 파업에 이어 민주노총이 노동개악에 맞서는 파업을 벌이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도 연대 발언을 했는데, 이들은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의원들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오후 집회에서는 오늘 파업을 적극 조직한 기업은행지부,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등이 투쟁 발언을 했다. 지부 위원장들 모두 박근혜 정부를 향한 날 선 폭로와 비판을 쏟아냈다.(기업지부는 전날의 기습적인 탄압에도 근무 조합원의 73퍼센트에 해당하는 6천1백여 명이 참석함.)


조합원들은 연사들이 박근혜를 정조준해 규탄 발언을 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오늘 파업이 고통전가의 주범인 박근혜에 맞서는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의 일부임을 노동자들도 잘 아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 판매대에서 기업은행 조합원들은 지점장을 앞세운 사측에 맞서 파업에 참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얘기해 줬다. 그중 한 노동자는 금융·공공이 함께 파업하는 것이니 어렵지만 꼭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성과연봉제를 당장 막기는 어려워도 계속 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시중은행 빅4의 5개 지부(우리, 국민, 하나/외환, 신한)가 저조한 참가율을 보인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일단 산별 파업에서 조직력이 있는 대형 지부의 파업 참가도가 낮은 것은 노동자 연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 파업이 고무적인 규모와 열기였음에도 아쉬움이 적지 않은 이유다. 시중은행 사측도 이런 결과를 노리고 산별교섭을 파탄 내고 부당노동행위를 무리하게 자행했을 것이다.


투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조합원들이 이런 탄압을 이겨 내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파업 전날 퇴근 불허 등 극렬한 압박을 받았던 기업은행지부나 비슷한 압박을 받은 NH농협지부가 대거 참가했다. 오히려 조합원의 자신감이나 의식이 충분치 않을수록 노조의 구실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형 지부 지도부의 파업 조직 책임 회피는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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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181호 | 입력 2016-09-23

△사측의 파업 참가자 축소 강요로 퇴근을 못 하고 있는 기업은행 노동자들. ⓒ사진 제공 금융노조




금융노조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기업은행 사측이 파업 불참을 압박하며 직원들을 퇴근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9월 22일 기업은행 사측은 파업 참가자 명단을 지점 내 조합원 수의 절반 이하로 내도록 강요하고, 그렇게 참가자를 줄여서 명단을 낼 때까지 퇴근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지부의 파업 참가 예정 규모는 전 조합원의 90퍼센트 규모였다고 한다. 이를 절반으로 줄이라고 한 것이니, 퇴근을 막으며 파업 불참을 강요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인 것이다.

금융노조와 기업은행지부는 오후 8시 기준으로 이같은 불법 파업방해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된 곳이 기업은행 불광동지점, 종로지점, 중곡동지점, 중곡중앙지점, 서소문지점, 동대문지점, 목동PB센터, 반포지점, 강남구청역지점, 일산덕이지점 등이라고 밝혔다. 아마 그밖에도 상당수 영업점들이 비슷한 상황이었던 듯하다.

이런 악랄한 탄압은 기업은행장 권선주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노조의 격렬한 항의로 오후 11시경부터 퇴근은 이뤄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 관계자는 “전 영업점에서 동시다발로 똑같은 퇴근 저지 감금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기업은행 경영진들의 총파업 파괴 공모가 있지 않았던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다른 시중은행들에서도 부당노동행위가 광범하게 벌어졌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조합원들에게 ‘단 한 명도 파업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은행들 대부분에서 지점장급 관리자들이 조합원들을 일대일 면담하며 파업 불참을 압박했다고 한다.

합법 파업에 대한 이런 ‘대놓고 불법’인 황당한 탄압은 정권 차원의 공공·금융 파업 엄정 대처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9월 20일 노동부장관 이기권, 21일 금융위원장 임종룡이 파업을 비난했고, 22일에는 박근혜가 직접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산별 교섭 거부 때도 그랬듯이, 정권의 이런 강경 자세가 대부분이 금융권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뒷배경이 됐을 것이다.

22일 박근혜는 어이없게도 ‘기득권 파업은 국민의 공감을 못 얻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력형 측근 비리가 줄줄이 터져 나오고 그중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관련 불법 자금 조성 의혹은 박근혜 본인의 퇴임 후 거취와 관계 있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 비리들을 감싸고 파묻기 바쁜 박근혜가 노동자들을 비난할 자격이나 있나?

대부분 정권에게 잘 보여 된 낙하산들인데다가, 금융·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직원들이나 쥐어짜는 경영으로 연봉을 4~5억 원씩 받는 금융권 경영자들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권을 침해하는 것은 완전히 적반하장이다.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은행 노동자들은 1년에 OECD 평균보다 8백여 시간을 더 일한다. 순전히 일 때문에 1년을 16개월, 17개월로 사는 셈이다. 가히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이다.

반면,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당일 엄연한 업무시간인 대낮에 7시간을 사라져 놓고도 이를 문제삼지 말라며 무책임의 극치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런 업무태만자 정권이 파김치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 감히 ‘기득권’, ‘국민의 공감’ 따위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이런 정권이 사용자들을 앞세워 정당한 파업권을 위협하고 퇴근까지 가로막는 탄압을 사주한 것은 범죄 행위다.

(투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측이 개별 조합원들을 압박할수록 노조의 강력한 대응이 중요하다. 예상된 이런 탄압에 굴하지 말고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사측과 싸우며 조합원들을 파업 집회장으로 조직해야 한다.

금융 파업이 물꼬를 잘 터서 공공·금융 파업이 기세를 올리면 박근혜와 사용자들의 오만함에 반격을 가할 수 있다. 성과연봉제 등 박근혜의 노동개악 저지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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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181호 | 발행 2016-09-21 | 입력 2016-09-21



금융노조는 ‘9월 23일 은행 영업점들이 영업에 차질을 빚는 실질적인 총파업을 만들자’고 현장에 호소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노조 전체 지부 대의원들이 9월 10일에 합동 대의원대회를 열고 최대한의 파업 참가 조직화와 2·3차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정세와 열기로 봐서는 금융노조의 역대 최대 산별 파업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늘 그렇듯이 파업 조직화 과정에서 지부별 편차가 있는 듯하다. 올해 말에 금융노조와 각 지부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는 것도 부분적으로 파업 조직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듯하다. 금융권은 성과주의가 많이 도입돼 있기 때문에 일부 후진적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찬성할 수도 있고, 꼭 파업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사측은 이런 점을 이용해 조합원들을 이간질시키고 파업 참가 열기를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각 지부 위원장들이 사측의 개별 교섭 방침에 맞서 ‘절대 개별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공개 서약을 하고 파업 참가를 약속한 것은 다행이다. 지난해 공공부문 임금피크제를 투쟁으로 막으려 하지 않은 것이 올해 성과연봉제 도입 강공에 길을 터 준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이 지금껏 호소해 온 대로, 현재의 성과연봉제는 단순한 임금체계 변경이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를 임금 삭감과 쉬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큰 그림 속에서 시도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9·23 총파업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수백만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박근혜의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이다.

금융노조는 2000년 이후 두 차례의 산별 파업과 주요 지부들의 화끈한 파업의 전통이 있다. 이 전통이 새 세대 노동자들의 불만·분노와 더 융합될 필요가 있다. 전국의 영업점을 마비시키는 단호한 파업으로 9월 말~ 10월 초 금융·공공 파업의 물꼬를 트자.


△물꼬 금융·공공파업의 스타트를 끊는 금융노조 파업의 성공이 중요하다. 9월 10일 대의원대회 모습. ⓒ사진 제공 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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