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181호 | 발행 2016-09-21 | 입력 2016-09-21



금융노조는 ‘9월 23일 은행 영업점들이 영업에 차질을 빚는 실질적인 총파업을 만들자’고 현장에 호소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노조 전체 지부 대의원들이 9월 10일에 합동 대의원대회를 열고 최대한의 파업 참가 조직화와 2·3차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정세와 열기로 봐서는 금융노조의 역대 최대 산별 파업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늘 그렇듯이 파업 조직화 과정에서 지부별 편차가 있는 듯하다. 올해 말에 금융노조와 각 지부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는 것도 부분적으로 파업 조직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듯하다. 금융권은 성과주의가 많이 도입돼 있기 때문에 일부 후진적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찬성할 수도 있고, 꼭 파업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사측은 이런 점을 이용해 조합원들을 이간질시키고 파업 참가 열기를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각 지부 위원장들이 사측의 개별 교섭 방침에 맞서 ‘절대 개별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공개 서약을 하고 파업 참가를 약속한 것은 다행이다. 지난해 공공부문 임금피크제를 투쟁으로 막으려 하지 않은 것이 올해 성과연봉제 도입 강공에 길을 터 준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이 지금껏 호소해 온 대로, 현재의 성과연봉제는 단순한 임금체계 변경이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를 임금 삭감과 쉬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큰 그림 속에서 시도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9·23 총파업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수백만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박근혜의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이다.

금융노조는 2000년 이후 두 차례의 산별 파업과 주요 지부들의 화끈한 파업의 전통이 있다. 이 전통이 새 세대 노동자들의 불만·분노와 더 융합될 필요가 있다. 전국의 영업점을 마비시키는 단호한 파업으로 9월 말~ 10월 초 금융·공공 파업의 물꼬를 트자.


△물꼬 금융·공공파업의 스타트를 끊는 금융노조 파업의 성공이 중요하다. 9월 10일 대의원대회 모습. ⓒ사진 제공 금융노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총파업 성사 다짐한 금융노조 전체 지부 합동대의원대회

“기―승―전―‘노동개혁’인 정권에 이기려면 파업에 총력 참가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80호 | 입력 2016-09-12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예정된 9월 23일 총파업에 총력 동원할 것을 재차 결의했다. 9월 10일(토)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린 금융노조 전체 지부 합동대의원대회에는 전국 34개 지부의 대의원 4천8백여 명(재적 5천 9백여 명)이 집결했다. 체육관이 꽉 차서 자리에 앉지 못하는 대의원들이 있을 정도였다. 참석자 규모만큼이나 열기도 높았다.


△총파업 전국에서 올라 온 각 지부 대의원들과 투쟁 열기로 가득찬 금융노조 지부 합동 대의원대회장. ⓒ사진 제공 금융노조



이날 안건은 근무자 전원의 9·23 파업(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집결) 참가 결의와 이후 계획될 2, 3차 파업(시기와 방법은 위원장 일임) 참가 결의였는데, 당연히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지부 대의원들은 산별 대의원들과 달리 대체로 현장의 부서와 영업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므로 이런 높은 참석률은 이번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열의와 투지야말로 이후 파업을 방해하려고 전방위적으로 벌어질 정부와 사측의 협박과 회유를 이기고 파업을 성사시킬 실질적 동력이다. 일부 대의원들은 지부별 참석 규모를 살펴보며 파업 규모를 예상하기도 했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경총 회장이 성과연봉제만 되면 정년이나 임금피크제가 필요없다고 한 말을 상기시키며, 4~5만 명 규모 파업으로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전국의 영업점들이 실제로 멈춰야 정부와 사용자들이 움찔이라도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큰 열의를 발휘하고 있는(이날도 가장 많이 참석) NH농협지부와 기업지부와 더불어 시중은행 빅4 지부(KB국민, 우리, 신한, 하나/외환)의 책임이 크다.


사실 그동안 금융산업은 산별 사용자 전원이 사용자협의회(노사 합의로 구성)에 가입해, 비교적 무난하고 괜찮은 조건에서 산별 임단협을 이뤄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용자 대다수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산별노조 지도자들은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올해 금융산업 사용자들은 사용자협의회 탈퇴 전부터 성과연봉제 외에도 “호봉제 폐지, 임금 동결, 신입 직원 초임 삭감, 저성과자 관리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전반적 임금 비용 삭감(착취율 강화)이 최근 “노동개혁” 공세의 목적임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쉬운 해고(“해고연봉제”)는 노동자 개개인의 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지렛대이자, 특정한 조건에서는 실제 해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데서 받침대 구실을 할 것이다.


웰스파고


성과주의는 직접적인 임금 삭감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날 소개된 미국 웰스파고 은행의 대형 스캔들은 그 폐해를 보여 준다.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라는 웰스파고는 성과지상주의로 직원들을 내몬 결과, 최근 직원들 5천여 명이 허위 계좌 2백만 개를 만든 게 적발돼 벌금 1억 8천5백만 달러를 물게 되고, 수십억 달러를 고객에게 변상하며, 연루된 노동자들도 수천 명이 해고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노동개악 공세가 본격화할 때 우려한 대로, 임금피크제는 성과연봉제로 이어지고, 공공부문 공격은 민간부문으로 확대돼 왔다. 따라서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로 싸워야 하고, 가능하면 더 많은 노조들이 이에 반대하는 공통의 목적으로 연대하고 단결해 싸워야 한다. 이날 대대에서도 박근혜 정권의 행태 전반을 폭로하고 규탄하는 발언이 많았고 호응도 많이 받았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도 참석해 연대 투쟁을 다짐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지지하러 왔다. 공공운수노조는 금융노조와 함께 6월 18일 10만 노동자대회를 여는 등 금융-공공 공조를 해 왔고, 9월 27일부터 철도노조 등을 중심으로 파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양대 노총의 두 주요 산별이 시기를 비슷하게 조율해 파업하며 서로 응원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2000년대 초반 연이은 파업들과 2014년 하루 총파업의 경험과 전통이 있는 것이 큰 장점이지만, 새 세대 금융 노동자들은 직접적인 투쟁 경험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이 정부와 사측의 협박과 회유에 단호하게 맞서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투쟁 선배 격인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의 파업 계획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하루 파업이지만 먼저 파업을 하는 금융노조 파업의 기세가 공공운수노조 파업에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도 이날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의 연대 발언을 조직한 것은 좋은 시도로 보인다. 대의원들도 공공운수노조의 금융 파업 지지·연대 약속, 그리고 이후 공공 파업에 대한 지지 호소에 큰 박수로 화답했다.


다만, 시중은행 ‘빅4’의 일부 지부가 대의원 동원에 눈에 띄게 소홀했던 것은 옥의 티였다. 지금 한국의 사용자들이 노동개악에서 만큼은 일치단결해 공격하고 있으므로, 예전처럼 노사 협조로 각개약진이 가능하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다가는 각개격파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식으로 연대 투쟁을 약화시키면 다른 노동자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날 토의 안건으로 발표된 ‘대의원 행동 지침’에는 ‘총파업 조직을 해태하는 지부는 산별 본조에 신고하라’는 지침도 있었다. 지금은 ‘단결’, ‘총력’, ‘파업’이 필요한 때다.


△총파업 대고객 안내문 파업을 위한 준비가 현장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금융노조



△연대 이날 합동대대에는 금융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한국노총, 민주노총, 정의당 등 여러 노동계 인사가 참석했다. ⓒ사진 제공 금융노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