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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전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의 주도적 인사들이 소속 단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관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논쟁 /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입장 비판(우석균) 

시민회의 공동대표인 김동중 사회보험노조(공공노조 사회보험지부)위원장은 집행부를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도 내부 회의에서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부자와 재벌 들은 양보할생각도 않는데 왜 우리가 알아서 보험료를 40퍼센트나 인상해야 하느냐는 기층의 반발 때문일 것이다.

시민회의의 제안에 비판적인 보건의료운동 단체들은 부자와 기업에 물리는 사회보장세 신설과 건강보험 재정 구조 개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1년에 의료비가 1백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자는 “1백만 원의 개혁”을 제안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진보 양당 지도부가 시민회의의 “1만 1천 원 더 내기”에 지지 의사를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중점 사업으로 삼자고 강조하면서 그 재원 마련 방식을 뚜렷이 밝히지 않는다. 이런 태도가 시민회의 방안을 지지해서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각주:1].

진보신당 지도부는 더 적극적이다. 8월 21일 열린 전국위원회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서 추진 중인 ‘광역단위 시민회의’와 ‘기초단위 지역 모임’ 건설에 적극 함께한다”고 결정했다.

분열과 사기 저하

시민회의는 건강보험 재정에 관해“국민, 기업, 정부가 동시에 부담을 더 하든지, 모두 부담을 더 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만 가능합니다” 하고 밝힌다.노무현 정부 아래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소폭 향상됐던 것도 당시에 보험료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동계급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복지를 늘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비관주의와 후퇴 논리를 받아들이면, 진보정당들은 앞으로 복지 공약을 내놓을 때마다 노동계급이 사회복지비용을 더 부담하라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런 후퇴는 진보진영의 분열과 대중의 사기 저하를 낳을 것이다.

민주대연합을 의식해서인지[각주:2] 진보 양당 지도부가 이런 양보 정책을 기웃거리는 동안 민주당 정동영조차 특권층 1퍼센트에게 부유세를 매겨 사회복지 재원 10조 원을 만들자고 나섰다[각주:3].

예전 민주노동당 부유세 공약보다 온건한데도 이 제안이 두드러져 보이는 건 진보정당들이 그동안 후퇴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부자 감세만 원상 회복해도 이보다 많은 재원이 나온다.

분당 전 민주노동당의 복지국가 공약은 기업과 부자들이 그 재원을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건강보험만 해도 재정구조 개혁으로 병원과 제약회사에게 지급할 수가 등 공급자 통제를 강화하면 훨씬 더 적은 액수로 보장성 강화가 가능하다.

양극화를 조장하는 시장경쟁을 통제하고, 누진세 등으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두 가지 조치가 모두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건강보험은 공립병원 확대 및 대형 병원 국유화로 조세 방식의 무상·공공 의료서비스 제도로 바꿔야 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포퓰리즘이 아니라 진짜 진보 개혁을 쟁취할 대중적 정치투쟁이다.

진보진영은 그동안 정부와 기업주의 부담을 늘려 무상의료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암 치료에 건강보험이 일부 적용되는 등 보장성이 확대된 것은 이런 요구와 투쟁 덕분이었다.

오히려 이 운동의 약점은 노무현 정부가 보장성 확대의 대가를 다시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있다. 보험료 인상분은 병원과 제약회사의 수가 인상으로 새 나갔다.

따라서 진보정당 지도부가 할 일은 “1백만 원의 개혁” 같은 급진적 제안을 대중적 정치운동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기업주들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조직 노동자 운동의 참여가 중요하다.

이 점에서 진보정당 지도부가 보험료 인상 등의 양보를 주장하며 조직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고 투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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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점을 뚜렷이 밝히지 않는 이유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입장을 채택하는 게 민주노동당의 기존 정책에서 후퇴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공공노조 등 민주노총 일부 노조들의 거부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민주노동당은 2008년 총선 공약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공급자 통제와 정부와 기업주 부담 확대를 주장했다. 둘 모두 하나로시민회의의 주장에서는 보험료 인상보다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본문으로]
  2. 최근 이란 민중이 아니라 한국 기업주들을 걱정하는 이란 관련 논평이나 헌정회 관련 이정희 대표 해명에서 드러나는 ‘유연한’ 발상들을 보면, 근묵자흑이라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를 스스로 흐린 대가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그것은 진보정당의 정체성 약화다. [본문으로]
  3.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전 대표인 정세균은 부유세에 반대하는 게 당론이라며, 부자 감세를 원상 회복하면 된다고 반박해 논쟁이 됐다.이 논쟁은 최근의 빈곤 확대 추세에 비춰 볼 때, 부자 감세 회복과 부유세, 부자 증세가 모두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민주당 포퓰리즘의 한계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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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웹진에 7월초에 청탁받아 기고한 글을 업데이트 수정한 것입니다. 새세상연구소 쪽에서는 비판적인 관점에서 이정희 신임 당 대표에게 바라는 내용을 써 달라고 청탁했고, 나중에 나온 웹진을 보니 긍정적 의견과 제 의견, 두 개가 실렸더군요.

청탁받은 시점이 7월초니 지금과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그때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민주연합 노선 집착과 그에 따른 우경화가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침 생각난 김에 전체 기본 줄거리는 그대로 둔 채, 분량과 매체의 성격상 포함하지 못한 더 비판적인 내용과 지난 한달 반 동안 변화된 상황을 보충해 블로그에 옮겨 봅니다. 


민주노동당은 당장 이명박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진보진영의 투쟁 태세 구축에 중요한 몫을 해야 한다. 좋든싫든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다수파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6·2 지방선거 참패 후 친서민·중도·실용을 다시 꺼내고 대기업을 비판하면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려 했으나 8·8 돌격대 내각 인선으로 그 본심을 드러냈다.

정부는 타임오프 등으로 민주노조 운동의 발을 묶으려 하고, ‘4대강 죽이기’를 계속 밀어붙이려 한다. 한국진보연대를 친북 마녀사냥에 이용해 좌파를 단속하고 민주적 권리도 더 옥죄려 한다.

물론 이것은 경기 회복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집권당의 불신과 분열이라는 정치 위기에 빠진 정부의 몸부림이므로 이런 반동 공세가 저들의 강력함으로 보여주는 징표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선전포고를 한 만큼 우리 쪽도 맞설 태세를 갖춰야 한다. 저들의 돌격에 맞서려면 투쟁 태세 뿐아니라 강력한 진보 대안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정책과 세력 모두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단결과 강화에 복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이탈하려는 4대강 반대를 강조하거나 PD수첩 불방 사태에 즉각 대응한 것은 괜찮은 대응이었다.

한편, 민주노동당 지도부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투표율 저조 문제는 아마도 당원들(특히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자발적 열의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역 활동가들의 호소를 증명한 바일 것이다.

나는 이 문제와 현재 민주노동당의 문제점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본다. 대략 세 가지 문제가 민주노동당이 더는 진보적 대중과 당원, 조직 노동자들에게 영감을 주지 못하는 것과 관계있다고 본다.

첫째, 반MB 민주연합 노선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상충되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있다[각주:1].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주대연합 노선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각주:2]

둘째, 민주대연합 노선과도 연관되는 문제인데, 진보정당들이 경제위기 시대에 걸맞는 수준의 진보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셋째, 민주노동당 분당의 교훈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먼저 해결할 몫으로 남겨진 패권주의 문제가 있다. 이 패권주의는 민주노동당의 비중 때문에 진보진영 전체의 단결에도 영향을 미친다.


민주대연합 노선을 당장 폐기해야


우선, 민주대연합 노선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표의 총합이라는 단순 산술 계산(선거공학)에서 보면 계급보다 국민이 커 보인다.

이 관점에서는 민주노동당의 현 지도부는 진보대연합과 민주대연합을 보완관계로 보는 게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대등한 보완 관계가 아니라 진보연합이나 노동자정치세력화(계급) 등이 반MB 민주연합(국민)의 부속물이 된다.

이 말이 실천에서 뜻하는 바는 둘 가운데 민주대연합이 늘 우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분을 위해 전체의 단결을 희생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대연합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민주대연합 노선으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노골적으로 질주하는 논리적 배경이다. 노골적인 자주파 일부는 (민주대연합을 반대하는) 노동계급의 단결에 기초한 변혁 노선을 소아병적 분열주의로 취급한다[각주:3].

그러나 과연 국민이 계급보다 포괄적인가.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핵심 배경은 1997년 1월 대중파업이다. 이때의 정치적 각성과 대중적 자신감이 민주노동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그때 의석 1백 석의 국민회의는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 법외 노조였고 자신을 대표할 국회의원 한 명 없던 민주노총의 대중파업은 오만한 대통령 김영삼의 대국민 사과와 날치기 철회를 이끌어 냈다[각주:4].

이처럼 조직된 노동계급의 힘은 단지 표수의 총합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삼성그룹 보스 이건희와 가난한 철거민이 선거에선 똑같이 한 표를 가지지만, 정치·경제·사회적 영향력이 비교할 수 없게 차이 나는 것과 같다.

요컨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분단선이 계급에 있고, 진정한 권력은 계급 관계에서 나온다. 자본가들의 권력 원천은 기업 이윤과 무장력의 독점(국가)이다. 노동계급은 이 이윤 생산과 국가 운영을 실제로 담당하는 존재다. 이 점에서 두 계급은 화해할 수 없는 이해관계를 이루며, 노동계급은 사회를 변혁하고 해방시킬 역사적 잠재력(=잠재적 경제 권력)을 가지게 된다[각주:5].

바꿔 말하면, 노동자들은 계급으로 단결하고 계급으로 행동할 때 (지금은 잠재돼 있지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이미 예전에 개발도상국 수준을 넘어선 국가다. 당연히 산업화가 매우 진전한 자본주의 국가이므로 노동계급이 인구의 다수다. 노동계급 중심성 노선과 계급 단결 전략이야말로 실질적인 힘 면에서, 심지어 득표 면에서도 더 현실적이고 민주적이며 강력한 다수파 전략이다[각주:6]

오히려 단순한 선거 논리에 따른 민주대연합 노선은 이 힘을 억제하게 된다. 이것이 진짜 문제다. 계급 연합인 민주대연합은 첫째, 그 구성원들의 계급적 이해관계가 다르므로 불안정한 동맹일 수밖에 없다. 둘째, 이 불안한 동맹을 유지하려면 누군가 자신의 계급적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의 지배계급인 (자본가계급의 일부인) 자본가 당들은 결코 희생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 희생되는 건 노동계급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독립성이다.

민주당을 보자. 저들은 이명박 집권 후 복지를 말해 왔지만 부자 증세를 말하지 않고, 4대강 반대를 말하지만 4대강에 찬성한 후보를 공천하며,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를 비판하지만, 자신들의 신자유주의 정책(부자 감세와 한미FTA 등)은 반성하거나 철회하지 않았다. 이명박을 핑계삼아 비정규직 악법을 좋은 법이라 호도하기도 한다.

이런 민주당의 이율배반은 기업주들의 당이라는 근본 성격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일부의 기대와 달리 민주당은 사회 변화를 위해 고쳐 쓸 수 없다. 

노동자 진보정당의 지도부가 자본가 정당과 동맹을 고집하면 할수록 노동계급 대중이 독자적으로 싸울 힘을 잃게 되는 이유다. 불필요한 양보와 후퇴를 강요당할 뿐이다. 그래서 이정희 대표의 말과 달리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차이는 “작은 차이”가 아니다[각주:7]. “작은 차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있는 것이다. 7·28 재보선 패배는 바로 이 점을 대중이 아직 잊지는 않고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민주당은 5월 MBC 파업을 지지했지만, 선거에 도움 되는 한에서만 그렇게 했다. 노조의 파업 종료 후 보도 투쟁(?) 결정은 민주당이 바라는 바였다. 엔지오가 매개가 된 이 압력을 진보정당들은 추수했다.


결국 현실에서 노동계급 운동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대중투쟁을 강화하는 전략이야말로 진보 개혁 쟁취의 진정한 동력이다. 이것은 낡은 교과서의 반복이 아니고 거친 구호도 아니다. 민주노동당에게 혁명당이 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경제 위기 시대에 실질적인 진보 개혁을 성취할 현실적 전략·전술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급 대신 국민’, ‘투쟁 대신 투표’를 말하는 반mb 민주연합 노선은 이 진정한 동력을 파괴하는 재앙의 씨앗인 것이다. 이 점에서 진보대연합도 같은 이름의 서로 다른 버전을 구분해야 한다.

진보대연합도 마찬가지다. 노동계급의 단결에 복무하고 진정한 힘을 발휘하려면 민주대연합 안에서 지본을 높이려는 선거공학적 시도여서는 안 된다.


진보적 사회 변화의 비전을 제시해야


다음으로 경제 위기 시대에 걸맞는 진보적 사회 변화의 비전을 만드는 데에 주력하기 바란다. 여기서도 민주대연합 노선에서 비롯하는 약점들이 문제가 된다.

이정희 대표가 내세우는 ‘수도권과 청년층 기반 확대’, ‘명쾌하고 유연한 진보’의 문구 자체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이냐다.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는 개별 정책의 진보성에 있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진보적으로 재편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는 데 있다.

게다가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시대에는 정부와 기업주들이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 당장 어렵지 않은 기업조차 만연한 위기가 자신을 덮칠 때를 대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므로 대체로 불황기에는 투쟁이 길고 격렬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진보정당은 대중투쟁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를 통한 정치·사회 지형의 급진화와 원칙이 분명한 가치·이념 논쟁 없이 진보·개혁 청년 세대를 노동계급의 편으로 끌어 올 수 없다.

이 점에서도 민주대연합과 진보와 노동계급의 단결 노선은 상충되는 면이 있다. 단기 연대가 아니라 연립 정부를 염두에 두는 야권연대라면 정책과 노선을 최대공약수[각주:8] 수준에 맞춰야 하므로 목소리를 낮추는 건 진보진영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첫째가 올해 민주노동당 강령에서 사회주의 지향 부분을 삭제하려 한 시도다[각주:9].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은 더 큰 진보적 비전 제시로 기타 보수정당들과 차별화하길 포기하고, 민주당이 제시한 무상급식 수준에서 멈췄다.

이란 제재에 대한 반대 논평도 그렇다. 이라크 등에서 봤듯 경제 제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이란 제재 반대 논평에는 세계 평화도 인도적 재난에 대한 우려도 없다. 세상에 한국 ‘기업’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게 이유다. 스스로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논평을 한 것이다.

이번에 당선한 인천의 구청장들은 자치단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약속한 개혁을 볼품 없게 만들려 하는 듯 보인다. 그와 반대로 중앙 정부에게 재정을 더 내놓으라고 싸워야 할 일이다.

진보정당의 정책 담당들과 국회의원들은 정부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걸 걱정하지 말고, 공공부문과 복지 지출이 늘지 않는 걸 물고 늘어져야 한다. 이런 비판과 투쟁에 재정 위기를 이유로 집권당과 민주당이 반대하면, 기업과 부자에게 증세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지난해 6월 정책당대회에서 나는 쌍용차 사례를 들며 ‘부도기업의 공기업화’ 요구를 채택하자는 안건을 낸 바 있다. 그때 이정희 대표는 직접 나서 ‘국회에서 통과될 현실성이 없다[각주:10]’, ‘진보정당이 뜬구름 잡는 정당으로 보이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특단의 위기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시 해외 매각이 진행되는 쌍용차에 구조조정 조건 없는 공기업화 말고 어떤 고용보장 대책이 있을 수 있는가[각주:11].뜬구름 잡는 건 내가 아니라 지금처럼 위기로 이해관계의 대립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자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진보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노동자 양보론을 포함하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캠페인 의제[각주:12]를 수용하려는 태도도 우려스럽다. 애초 민주노동당은 보장성 강화만 수용하고, 보험료 인상은 수용하지 않는 입장이었다[각주:13]. 그런데 이정희 대표가 나서서 이 입장을 뒤집으려 한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작은 개혁도 소홀히 하면 안 되지만, 진보정당 아니면 제시할 수 없는 그런 대안사회의 비전이 없다면 진보정당은 자유주의 자본가 정당의 보완재에 불과한 만년 소수파 야당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패권주의로 우경화 밀어붙여


끝으로, 이정희 대표가 말한 ‘유연한 진보’의 모습은 정작 당 운영에서 드러나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당 운영은 일사분란함을 강조하는 쪽으로 계속 바뀌어 왔다. 불가피한 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분당의 원인 가운데 민주노동당 몫으로 남은 패권주의 문제가 더 심해졌다.

게다가 민주대연합 노선과 우경화는 기존의 당 운영 방식이 민망할 정도로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다.

진보정당의 당 대표란 사람이 자신의 당이 반진보 정권이라고 싸웠던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자들을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말하는데 다수파는 침묵이다.

당은 민주대연합 노선을 집권전략으로 채택한 바가 없는데도 지난 최고위원회와 이정희 대표 등 현 지도부 다수가 ‘민주대연합을 통한 (연립정부) 집권’을 말한다.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 일방 사퇴 건도 어느 공식 의결 단위에서도 결정된 바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제대로 된 해명조차 없다.

일방적 다수결 방침도, 소수파의 어거지도 모두 문제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 당내 다수파는 자신들이 내린 결정도 임의로 번복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럴 때, 소수파가 의견을 반영할 수단이 남아 있는가[각주:14].

진보진영 전체에서 민주노동당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거취는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됐다. 신임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대연합 노선과 우경화 추진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게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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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새 대표와 상견례를 한 자리에서 “민주노동당의 반MB 연대연합, 진보대통합 노선에 그야말로 배타적 지지를 보낸다. 2012년을 앞둔 두 가지 전략적 과제를 수행하는 길에서 민주노총은 제2의 정치세력화, 제2의 노동자 정치운동을 한다는 결의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서 모순을 일으킬 것이다. [본문으로]
  2. 현재 당분간 전국적 선거 일정이 없고, 진보 양당이 민주대연합 노선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서 민주연합을 반대하는 것이 곧바로 대안적 진보연합 건설 논의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본문으로]
  3. 민주대연합 노선에 푹 빠지다보니 이젠 초기에 보이던 부끄러움마저 잊었다. 가령 내 기사를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올렸을 때 달린 막말 댓글이 한 사례다. [본문으로]
  4. 이 파업으로 김영삼은 완전히 레임덕에 빠졌다. 김영삼의 아들 김현철이 구속된 것도 바로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이 성공한 여파였다. [본문으로]
  5. 달리 말해 자본가계급은 노동계급을 억눌러 지배함으로써만 자신의 지배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자신들의 현실적 권력이 노동계급의 (암묵적이든 아니든) 복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노동계급이 잉여노동 제공을 거부한다면 저들이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현실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되지만, 실천으로 구현하려면 좀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본문으로]
  6. 장기 관점에선 득표력에도 더 이득인 것이다. 진보정당의 득표가 는다고 자동으로 세상이 좋아지는 건 아니며 그래서 선거주의(표 만능주의)에 빠지면 안 되겠지만, 득표의 성장 자체는 진보·개혁 대중에겐 일시적 자신감을 줄 수 있으므로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7. 그 대가는 단지 선거에서 독자 후보를 못 내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책과 정치 노선 자체가 우경화하게 된다. 내가 다음 둘째 제안에서 다루려는 게 바로 이 문제다. [본문으로]
  8. 어감상 최소공배수를 비유어로 많이 쓰긴 하나, 내가 볼 땐 최대공약수가 더 적확한 비유인 듯하다. 100(좌파)과 10(민주당)의 최대공약수는 10이다. [본문으로]
  9. 이 시도는 이정희 대표 체제에서 더 목적의식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온건하게 바뀔 당 강령 개정안은 아마 내년에 개최할 정책 당대회에서 통과될 것이다. 지금처럼 자주파 지도부가 이정희 대표를 계속 추수한다면 말이다. [본문으로]
  10. 여기서 주요 고려 사항은 민주당이 동의해 주냐 였을 것으로 본다. [본문으로]
  11. 정부(산업은행)는 상하이차와 비슷한 성격의 인도 마힌드라 사를 쌍용차 우선 매각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본문으로]
  12.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13. 진보적 보건의료운동 진영에서도 전 국민 1만1천 원 인상 운동에 반대해 정부와 기업주들의 부담을 늘리는 1백만원 상한제 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본문으로]
  14.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만 10년을 넘긴 당원이지만, 이 당에서 활동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 라는 근본적 의문을 품게 된다. 사실 앞서 지적한 최근 민주노동당의 문제점들은 내가 굳이 당원이 아니더라도 마땅히 비판해야 할 문제들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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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단결 해치는 금융노조 지도부의 비정규직 외면

 

6월 하순경 우연히 금융노조 규약을 살펴 보던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 차윤석 위원장은 깜짝 놀랐다.

올해 1월 20일 금융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지부의 조합원 자격을 위협하는 규약 개정이 이뤄졌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산별노조답게 포괄적으로 조합원 가입 자격을 유지해 왔다.

“금융업, 금융관련 서비스업 및 이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자”는 물론이고, “금융산업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및 금융관련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자”면 가입이 가능하도록 해왔다.

이 덕분에 계약해지와 재취업이 빈번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시적인 해직 상태에서도 비정규직지부에 가입해 금융노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며 각종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뀐 규약은 “금융산업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및 금융관련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자” 등 포괄적인 가입자격 조건을 모두 삭제해서 상당수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 유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물론, “조합활동 관련하여 해고된 자”와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 된 자”의 조합원 자격은 살아 있다.

그러나 기간제 노동자들이 해고될 때는 대체로 기간 만료에 따른 개인별 계약 해지 형식을 띠므로 조합 활동이나 경영상 이유로 해고됐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계약해지와 재취업이 반복되는 기간제 노동자들의 경우 조합원 자격이 있었다 없었다 하게 돼 노동조합의 보호를 일관되게 받기 어렵게 됐다. 특히, 파견제가 조금씩 도입되는 현실에서 이런 규약 개정은 비정규직 노조 조직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바뀐 금융노조 규약 아래서 기간제 노동자들이 계약해지 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려면 해고무효소송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소송에 드는 비용도 문제지만, 평균 2년이 넘게 걸리는 재판 기간과 블랙리스트에 찍혀 재취업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도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차윤석 위원장은 금융노조 담당자에게 전화로 문의하고 내용 증명 질의서를 보냈다.

3주 가까이 답변을 미루던 금융노조는 7월 27일 답변을 보내 “금융산업에 근무한 경력”으로 조합원이던 사람은 바뀐 규약에서 “필연적으로 조합원 자격이 박탈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비정규직 조합원 자격 박탈한 금융노조의 공문. 질의 2 관련 답변을 보시오.

결국, 차윤석 지부장 등 서른 명이 넘는 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이 바뀐 규약에 따라 사전 협의나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금융노조 조합원 자격을 잃게 됐다.

금융노조 집행부는 2007년부터 내부적으로 비정규직지부 해산을 추진해 오다 여의치 않자 올해 비정규직지부를 사실상 없애는 수준의 규약 개정을 한 것이다.

이는 산별노조 취지에도 거스르는 것인데 예를 들어,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규약에서 “금속산업과 금속관련산업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구직중인 실업자”와 “기타 제조업에 근무하는 자”에게 조합원 가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비정규직지부 차윤석 위원장은 “금융노조 규약 개악 자체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므로 조합원들과 충분한 토론을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지부는 8월 9일 규약의 원상 회복과 비정규직의 유니온샵[각주:1] 적용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투쟁은 노노 갈등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대의를 저버리고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에 조작된 분열의 씨를 뿌리고 있는 집행부를 향한 조합원들의 민주적 항의다. 

 

한편, 금융노조의 하나은행지부(정규직) 지도부도 황당한 짓을 저질렀다.


그동안 하나은행 시급제 노동자들은 사측을 대상으로 미지급임금반환소송(☞관련기사: 쥐꼬리만한 시급마저 훔쳐간 은행들)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이 소송에서 하나은행지부 지도부가 재판부에게, 단체협약(보충협약)이 규정한 “전 종업원”의 범위에 비정규직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다.

노조가 앞장서 ‘비정규직은 우리와 같은 하나은행 종업원이 아니다’ 하고 매정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금융노조와 하나은행지부 집행부의 이런 태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을 크게 해치는 잘못된 행동이다. 금융노조 안에서 2만 명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지만, 국민은행지부와 몇몇 지방은행지부를 제외하면 이들을 정규직지부로 가입시키는 일도 감감무소식이다[각주:2]. 금융노조 지도부가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비정규직 악법을 더 개악하려고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기업주들은 어떻게든 비정규직 차별로 노동자들을 이간질시켜 경제 위기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특히, 금융산업은 이명박 정부의 메가뱅크 재추진 입장과 우리은행 민영화 발표 후 또다시 인력 구조조정의 공포에 젖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는 행위에 금융노조 지도자들이 앞장서는 것은 노동자 단결을 해치는 것으로 용서받기 힘들다[각주:3].

금융노조 지도부는 규약을 재개정해 과오를 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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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21.com

  1. 입사와 동시에 자동으로 노동조합에 가입이 되는 제도. 금융산업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현재 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지부 가입에 유니온샵을 적용하고 있다. [본문으로]
  2. 내부적이지만 자신들이 방침으로 정하고 내가 비정규직지부장 직무대행일 때, 통보했던 내용이다. 자기가 한 약속도 지키지 않더니... 이들은 노동운동의 큰 오점이다. [본문으로]
  3. 금융노조 양병민 위원장은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맡는 등 노동운동의 큰 길에서 벗어나는 행보를 계속 보여왔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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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문 판매가 유죄랍니다. 언론사가 보도자료 낸 사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진보좌파 신문인 <레프트21>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총 8백만원 벌금을 선고받은 6인이 대책위를 만들고, 법정투쟁을 시작합니다.

연행 당시 정기 거리 판매중이던 레프트21

이들은  5월 7일, 강남역에서 <레프트21> 정기 거리 판매에 참여했다 강제 연행됐습니다. 경찰 수사기록에는 이날 판매대를 찾아온 경찰들이 시민 항의가 부담스러워 지원 경력을 기다리며 외진 곳까지 미행하다 연행했다는 진술이 나옵니다.

5월이면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 유임된 김태영 등을 앞세워 천안함 사건을 북풍 몰이와 안보 위기 조작, 공안 분위기 조성에 이용하고 있을 때였죠. 그때 나온 <레프트21> 31호는 “안보 위기는 사기”(오른쪽)라고 헤드라인을 뽑았습니다.

아마 그것이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서초경찰서장과 검찰 등에게 눈엣가시처럼 보였겠지요. 당사자의 하나로서 <레프트21>은 그때부터 관련 소식을 보도하고, 법정투쟁과 대책위 결성을 지원해 왔습니다.(저도 관련 기사포스트를 썼죠)

아무튼, 기소돼 벌금형 판결을 받은 6인과 <레프트21>은 끝장을 보며 싸울 것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십시오. 아래는 법정투쟁 시작을 알리며 사건 발단과 대응 경과, 견해 등을 담은 보도자료입니다. 6인 대책위 지원사격용인 거죠. 붙임파일을 여시면 첨부자료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를 받아야 할 언론사가 보도자료를 보내는 사연 잘 읽어보시고 응원해 주십시오.  
 

관련 기사: <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선고: 의견 교환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판결

‘<레프트21> 판매 벌금형 6인 대책위’ 김지태 대표, “진보적 주장 문제 삼는 탄압에 위축되지 않겠다”



■ 본지 판매하다 불법 집회 혐의로 벌금형 법정 투쟁 시작

•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6인 대책위'(6인 대책위) 구성

• "불법집회 아니다", 정식 재판 청구(9월 16일 서울중앙지법 첫 재판)

• "체포 과정 경찰 위법", 법무부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들에 성명서 발표 등 연대 요청 계획


□ 발단: 올해 5월 7일(금) 강남역에서 <레프트21> 거리 판매 중 강제 연행

• 경찰, "안보 위기는 사기다" 등 기사 문제 삼아 강제 연행

• 약식 재판에서 "불법 집회" 판결, 벌금 총 8백만 원

• 구금 과정에서 욕설과 감시 등 인권 침해 발생


■ <레프트21>의 입장

• 진보언론 기사와 논조 문제 삼은 처벌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 6인 대책위 적극 지원하며 함께 싸워나갈 것


■ 참조: 6인대책위 법정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이상희 tel : 02-3458-0945 e-mail : shlee@hklaw.co.kr


1. 귀 언론사에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2. 5월 7일 서울 강남역에서 본지(<레프트21>)를 판매하다 강제 연행돼 유죄 판결을 받은 6명이 법정 투쟁을 시작합니다. 이들은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6인 대책위원회"(약칭, '6인 대책위', 대표: 김지태)를 구성했습니다.

3. 사건의 발단은 5월 7일(금) 저녁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본지의 정기 거리 판매(매주 월‧금 7~8시)를 하던 6명을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폭언과 협박을 하며 강제 연행한 것입니다. 천안함 북풍몰이가 한창이던 당시 <레프트21>은 “안보 위기는 사기다”라는 헤드라인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4. 연행과 수사 과정에서 부당하게도 이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니 “사상 검증이 필요하다”는 등의 협박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23부는 6월 23일 이 6명에게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총 벌금 8백만 원의 약식 판결을 내렸습니다.

5. 등록된 정기간행물(등록번호: 서울다08179<격주간>)인 본지(<레프트21>)의 공개 홍보‧판매 행위를 ‘집회’로 간주해 기소하고 유죄 판결을 한 것은 명백한 반민주 행위입니다. 게다가 경찰 수사기록은 본지(<레프트21>)의 기사 논조가 좌파적이기 때문에 ‘[불법]집회’로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유죄 판결은 명백히 진보적 비판언론 탄압이기도 합니다.

5. 그래서 6인 대책위는 현재 약식 벌금 선고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현재 6인대책위 대표인 김지태 씨의 심리 공판이 9월 16일로 잡혔습니다.(서울중앙지법 408호, 오전10시 40분) 이와 별도로 6인대책위는 경찰의 위법한 연행 과정에 관해 법무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6. 이들은 법정 투쟁과 더불어 이번 탄압의 본질을 널리 알리며 지지 여론을 모으는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7. <레프트21>은 이들에 대한 탄압이 바로 진보 언론의 목을 죄는 언론 탄압, 표현의 자유 탄압이라고 판단합니다.

8. <레프트21>은 본지를 판매하다 유죄 판결을 받은 6인 대책위의 결성과 활동을 처음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6인 대책위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며 정부의 언론 자유 탄압에 맞서 함께 싸울 것입니다.

9. 귀 언론사의 관심과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 첨부

1. 6인 대책위 정보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6인 대책위원회

대표 김지태

서울 중구 남창동 205-146 2층

연락처: ☎ 010-3538-1069(대표), fax : 02-777-0211,

             e-mail: support6@jinbo.net

트위터: http://twitter.com/support6twit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337446-442(신명희)


2. <레프트21> 관련 기사 모음

■ 사건의 발단과 진행 과정

<레프트21> 거리 판매자 6명 강제 연행!

정부 비판적인 진보 언론에 대한 마구잡이 탄압(5/7)


<레프트21> 독자 연행의 배경: ‘안보 위기는 사기’라고 진실을 말한 죄?(5/8)


<레프트21> 판매자 불법 연행: 이명박이 두려워하는 “진실의 배포망”(5/20)


<레프트21> 거리 판매는 굽힘 없이 계속됩니다(5/14)


■ 판결 이후

<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선고: 의견 교환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판결(7/29)


‘<레프트21> 판매로 벌금형 선고받은 6인 대책위’ 대표 김지태 인터뷰

“진보적 주장 문제 삼는 탄압에 위축되지 않겠다”(7/29)


다시 시작된 진보언론 탄압

<레프트21> 판매자들에 대한 벌금형 약식명령 규탄한다(7/19)


■ 지지 활동

거리판매자 연행에 반대하고 <레프트21>을 응원하는 메시지(5/10)


<레프트21> 판매자가 연행된 곳에서 열린 거리 전시회(6/4)


[기자회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무더기 소환장 남발을 규탄한다!(5/14)


<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선고 규탄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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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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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르코지[각주:1] 정부가 경제 위기 희생양을 찾으려고 매우 폭력적인 이주자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엄연히 EU 시민권이 있는 로마족(집시)을 거주촌에서 쫓아내는가 하면,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자들에게도 경찰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한편에선 하원에서 무슬림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차별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각주:2]. 프랑스 좌파들도 잘 대처를 못했는데, 반자본주의신당만 반대했습니다. 그 점에선 사회당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주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정책은 이명박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G20을 핑계로 이주자들을 폭력 단속하고 있습니다.(아래 관련 기사 참조)

세상에 불법인 인간은 없습니다. 이주자도 자신이 거주하고 일하는 바로 그 사회에서 인격체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인종주의와 이주자 차별과 탄압은 경제 위기로 희생양을 찾아야 하는 폭력적인 체제의 한 단면입니다.






관련 <레프트21> 기사

[프랑스 하원, 베일 착용 금지법 통과] 이슬람 혐오증을 부추길 것이다

이주노조 단속 항의 농성 “이주노동자는 우리의 노동 형제자매”

마르크스주의로 세상 보기 왜 국제주의 사상이 필요한가

[타리크 알리] 이슬람 혐오증은 왜 나타났는가?

G20 핑계로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만들기



  1.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판 이명박이라 할 수 있는 나쁜 대통령입니다. [본문으로]
  2. 프랑스의 세속적 공화주의는 봉건시대 카톨릭 교회의 영향력과 싸우던 시대에는 진보였으나, 지금은 그 진보적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들은 기독교 십자가 착용을 금지하자고 하지 않습니다. 히잡 착용은 그 개인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이들은 세속적 공화주의를 핑계로 사실상 이슬람혐오증을 부추기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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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반MB”가 아니라 진보의 단결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7·28 재보선의 쓰디쓴 교훈을 직시해야

7ㆍ28 재보선에서 ‘묻지마’ 반MB 야권연대 노선의 한계가 드러났는데도 그것을 못 보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민주노동당 이정희 신임 대표는 7월 30일 당 대표 취임식에서 “유연한 진보”와 “[반MB] 야권연대”를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유연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 드릴 것입니다. 거친 구호나 작은 차이에서 진보의 정체성을 찾지 않겠습니다.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과제[더 폭넓은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우리 안의 작은 고집이라도 내려놓고 가장 먼저 희생하고 헌신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개표 다음 날 민주노동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논평했다. 7ㆍ28 재보선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며 실패한 반MB 민주연합 노선을 반성적으로 평가하기는커녕, 그것을 새 지도부가 계속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는 두 달 새 두 번이나 후보를 사퇴하며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지만[각주:1] 단 한 번도 자신이 지지한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했다[각주:2].

이것은 첫째,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의 표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호소를 따라 민주당 지지로 고스란히 옮겨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각주:3].

둘째, 진보정당의 분열과 “묻지마 반MB연대”에서 느낀 실망감 때문에 진보적 유권자들은 결집하지 않고 투표를 포기해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 준다[각주:4]. 사회당의 왜소함을 감안하더라도 유일한 진보 후보였던 금민 후보가 0.55퍼센트 득표에 그친 것도 이런 상황의 방증이 아닐까[각주:5].

한마디로 진보정치의 ‘제1당’인 민주노동당이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추구한 노선이 진보정치의 존재감을 갉아먹으며 반MB 진보 대안 건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반MB 진보 대안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광주와 인천, 강원 등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독자적으로 완주하며 진보적 목소리를 낸 곳이었다.

따라서 7ㆍ28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은 선거에서 [정책과 세력 모두] 반MB 대안으로 제시할 만한 진보 선거연합을 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찬물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 새 지도부가 취임사에서 민주당을 향한 비판 한마디도 없이 또다시 “더 폭 넓고 수준 높은 야권연대”를 강조한 것은 이런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다.

▲ 사진 위 케익에 써진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가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뜻하는 게 아니라면, 새 지도부는 지금의 전략 노선을 확실히 변경해야 한다.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진보신당은 최근 “당 우선 강화와 외연 확대 병행 추진”이라는 방향을 잠정적으로 내놓았다. 노회찬 대표는 “그동안 민노당의 통합 제안에 수세적이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각주:6].

이것은 진보의 재단결과 외연 확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을 보여 준다. 금민 후보의 득표 결과도 더 폭넓은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을 보여 준 면이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 신임 지도부의 행보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만 끼얹고 있다.

말로만 진보대연합을 내세우면서 실천으로는 반MB 민주연합에만 매달리며, 진보대연합을 말할 때조차 민주연합을 더 효과적으로 하려는 ‘옵션’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우선적인 연대나 연합보다 계속해서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을 우선대상자로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거래하듯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이 … 진보진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레디앙>)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정희 새 대표가 “유연한 진보”를 명목 삼아 “작은 차이”와 “거친 구호”로 “정체성을 찾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노동당에게 “대안없는 … 반미정당”, “한나라당 2중대”라고 막말[각주:7]하는 게 “작은 차이”일까. ‘집권 민주당’이 추진한 한미FTA, 파병, 비정규직 악법, 의료 민영화, 국민연금 개악 등을 비판하고, 아직도 이런 정책과 단절 못한 민주당과 하는 ‘묻지마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게 “거친 구호”일까.

민주당이 이번에 반MB 대안의 일부가 될 만한 변화를 보여 주지 못한 것은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다. 기업주에 기반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이라는 민주당의 근본적 성격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당은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는 반대하지만, 자신들의 신자유주의는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불신 때문에 은평에선 이미 지역 단체들이 단일화를 촉구하면서도 민주당 중심 단일화에는 비판적인 분위기를 보여준 바 있다.

따라서  (제한된 쟁점의 전술적 단기 연대는 물라도) 진보ㆍ개혁 염원 대중의 사기 저하와 냉소를 낳는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 전략 노선은 재고돼야 한다. 그 노선이 “친기업ㆍ반노동ㆍ반민주 정책 반대”라는 반MB의 ‘알맹이’를 빼먹는, 본말이 전도되고 불충분한 가짜 반MB이기 때문이다[각주:8].

이번 재보선으로 이명박이 싫지만 민주당은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1. 그 결과 수도권에선 진보정치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다. [본문으로]
  2. 한명숙과 장상. 그래서 온갖 곳에서 '사퇴 전문 후보', 이젠 '사퇴 및 낙선 전문 후보'라고 불리게 됐다. 개인적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행위 자체는 엄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본문으로]
  3.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명숙 바람이 불었지만, 오세훈-한명숙 표차보다 노회찬의 표가 더 많았다. 여기에 나를 포함한 민주노동당 지지 표가 섞여 있는 것이다. 정당의 지도력이 지지자와 엇갈리는 일이 계속 반복되면 쉽게 극복하기 힘든 위기에 빠질 것이다. [본문으로]
  4. 은평과 충주에서 투표율이 높았는데도, 압도적으로 한나라당 실세 후보들이 승리한 것은 이게 보수적 유권자들의 결집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한마디로 한 번(지방선거)은 통했지만, 두 번은 안 통한 것이다. [본문으로]
  5. 사회당의 2007년 대선 득표율은 0.1퍼센트도 안 됐다. 세력으로선 의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6·2 지방선거 서울 은평구에서 광역비례대표 득표는 민주노동당=6,352표, 진보신당=7,484표, 사회당=163표. 이번 금민 후보의 표 458표도 순전히 독자 힘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6. 진보신당 발전특위의 결론과 노 대표의 언급은 약간 강조점 차이가 있는데, 이런 차이가 생기는 데에는 진보신당 안의 의견차가 있다. 이 의견차에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의심의 강도차가 포함돼 있다. [본문으로]
  7. 한나라당이나 할 법한 색깔론을 다른 곳도 아닌 광주 출신 국회의원들이 했다는 것은 민주당이야말로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는 걸 보여 준다. [본문으로]
  8. 사실 반MB 정서의 뿌리는 이명박의 신자유주의+권위주의 정책에 있다. 그 점에서 민주당 중심의 반MB 연합이란 게 어불성설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는 반대하지만, 별 차이 없는 민주당 판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번 민주노동당=반미 사건에서 보듯, 구 집권당 답게 충분히 권위주의적인 면도 갖추고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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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28 재보궐 선거 결과는 ‘민주당 중심의 묻지마 반MB 연합’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한나라당은 원래보다 네 석이 늘었다. 이명박의 심복들인 이재오와 윤진식이 모두 당선했다. 반면, 민주당은 세 석이나 줄었다. 

투표율과 득표율 등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은 위기감 속에서 결집한 반면 반MB 정서는 결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반MB 정서가 줄어들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각주:1]

이명박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도 4대강 사업과 친기업 반민주 정책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온갖 추태와 막말까지 쏟아져 나왔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과 차명진의 최저생계비 관련 ‘황제 식사’ 발언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몇몇 해외 공관은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교민들에게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고 협박했고,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야당 찍은 젊은이들은 북한으로 가라’는 막말을 했다. 천안함을 계기로 한 북풍도 계속됐고 한미전쟁동맹도 동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 

시늉

이처럼 반MB 정서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패배를 면하고 오히려 성과를 낸 것은 개혁과 진보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반MB의 대안으로 제시된 민주당 후보를 찍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잘해서 그 당을 찍었다는 사람은 2.4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젊은 층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찍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계속 투표장에 나올 마음이 싹 달아나게 행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 은평에서 민주당이 ‘왕의 남자’ 이재오의 대항마로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인 것은 고사하고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었다. 

장상은 8년 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도 그의 총리 취임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부패한 특권층 후보들과 차별점을 찾을 수 없는 장상은 반MB 정서를 대변할 수 없었다. 

충주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후보와 ‘반MB’ 단일화를 했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참여당의 민주연합 사람들에게 전혀 대안적 연합이 되지 못했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친기업 반민주 정책들에 단호하고 일관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싸우는 시늉만 하면서 이런 쟁점을 선거 득표에 이용하려는 태도만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소속 고창군수의 성희롱에 눈감은 민주당은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4대강에 찬성하는 전남도지사 박준영을 또다시 공천해 연임하도록 한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4대강 반대 선거”라고 부른 것도 위선이었다. 

심지어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민주노동당에게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결국 지방선거 때 이명박 심판을 위해 민주당에 투표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재보선에서는 그런 열의를 가질 수 없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패배로 불신 받는 ‘구 집권당’임을 증명했다.

존재감

이런 민주당과 묻지마 반MB 연합을 하자는 노선도 실패했다.  

서울 은평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친 채 민주당의 반MB 범야권 단일화에만 매달렸다[각주:2]

그 결과 ‘수도권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이정희 신임 대표의 말과는 반대로 서울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정치의 존재감은 더 취약해졌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외면하는 바람에 진보 후보로 나선 사회당 금민 후보는 5백 표도 얻질 못했다. 

광주 남구에서 44퍼센트나 득표하면서 선전한 오병윤 후보의 ‘민주당 심판론’이 충분히 먹히지 않은 것도 민주노동당이 전국적 차원에서 민주당의 아류로 비춰진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서울 은평과 광주 남구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지면서 진보적 대중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럼에도 오병윤 후보의 선전과 치열한 양당 구도 속에서도 박인숙 후보(인천 계양)와 박승흡 후보(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가 각각 7.6퍼센트와 6퍼센트를 얻은 것은 민주당이 아닌 진보 대안을 바라는 대중적 정서를 가늠케 한다. 

결국 ‘반MB 대안’의 내용이 문제인 것이다. 

내분과 위기로 치닫던 이명박 정부는 7ㆍ28 재보선 결과를 한숨 돌리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사모가 이재오 낙선 운동을 벌인 것이 보여 주듯이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분열은 계속될 것이다.

이재오는 2008년 총선 때 이상득 불출마를 권유한 사람들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불안정한 경기 회복이라는 정치 위기의 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각주:3]

따라서 진보진영은 하반기 이명박 정부의 공세에 맞설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 ‘묻지마’ 반MB 민주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으로 투쟁과 선거에서 (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 대안을 구축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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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7호 | 발행 2010-07-31 | 입력 2010-07-29

  1. 다급해진 청와대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를 재개했고, 이재오는 당의 지원 없이 선거운동을 치르며 동정론에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강용석을 즉시 제명했다. [본문으로]
  2. 기반과 득표력이 미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잘못이지만, 자꾸 민주연합 쪽으로 쏠려가 그런 종파적 제안의 명분을 만들어 준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다. 특히, 이정희 신임 대표는 선거 내내 은평 선거에서 진보 후보 단일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3. 정치적 불신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년이 넘게 격투를 벌이며 형성된 반MB 흐름이 제2차 친서민 행보에 달가와하거나 새삼 속지는 않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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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ㆍ28 재보궐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출마한 선거구는 모두 네 곳이다(표 참조). 이 진보 후보들을 지지해 이명박 정부의 우파 정책들에 반대하는 진보적 목소리를 분명히 보여 줄 때다.

 선거구  진보 후보
 서울 은평을  사회당 금민(민주노동당 이상규는 사퇴[각주:1])
 광주 남구  민주노동당 오병윤(진보신당ㆍ국민참여당ㆍ창조한국당과 단일화[각주:2])
 인천 계양  민주노동당 박인숙
 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  민주노동당 박승흡

네 후보 모두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진보 대안을 주장하며 완주하고 있다.

사회당 금민 후보는 부자들의 불로소득에 세금을 무겁게 매겨 전국민 기본소득과 무상의료를 이루자고 말한다. 민주노동당 오병윤ㆍ박인숙ㆍ박승흡 후보들도 부자 감세와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해 그 돈으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고 강조한다.

네 후보 모두 진보적 정책을 내놓고 있고 기성 주류 정당 후보와는 다른 진보 정치인으로 활동해 온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반MB 진보 대안

7월 24일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6ㆍ2 지방선거 때] 야당 구호에 친북 성향 젊은이들이 다 넘어갔다”며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가 유지되지 못한다.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 하며 대놓고 막말을 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6ㆍ2 지방선거 패배 후 찾아 온 레임덕 위기를 여론 무시 전략으로 돌파하기로 작심했다는 증거의 하나일 것이다.

이미 이명박은 6ㆍ2 선거 패배에도 4대강 공사를 독려하고 의료민영화 등 온갖 반서민 정책들을 강행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바 있다.

게다가 ‘4대강 전도사’ 이재오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윤진식 등 이명박의 심복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그래서 이번 재보선에서도 진보적 유권자들은 강력한 반MB 정서를 표출하고 싶어 한다. 남는 문제는 진보적 유권자들이 어떤 반MB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다.

그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와 반민주주의 정책을 일관되고 철저하게 반대하지 않는 민주당은 진정한 반MB 대안이 될 수 없다[각주:3].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문제 삼는 민주당은 정작 자기 당 소속 전북 고창군수의 성희롱은 못 본 척하고 재공천해 당선시켰다. 횡령 혐의를 받는 강성종을 보호하려고 한나라당과 협력해 방탄국회를 열어 온 것도 민주당이다.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제에 속시원히 반대하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지역 내 가장 큰 방해 세력은 민주당이 다수파인 전북도의회다.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민주노동당에게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비교해서 형 못지 않은 아우 같은 행태를 보이는 민주당 후보보다 네 명의 진보 후보들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은 우선 ‘반MB 진보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에 반대해서 더 급진적인 대안을 바란다는 증거일 테니 말이다[각주:4].

둘째,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할 수 없이 더 노동계급 친화적인 진보 후보들의 의미 있는 득표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ㆍ반민주 정책에 맞선 대중행동 건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셋째, 진보 후보들이 상당한 지지를 얻을수록 포퓰리스트 후보들이 말로나마 진보적 언사를 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고 포퓰리스트 후보가 만일 당선되면 그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기가 더 용이해질 것이다.

넷째, 진보 후보들에게 던지는 표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이 후보들이 더 많은 표를 얻을수록 그 미래를 앞당길 수 있다. 광주 남구에선 단지 미래를 기대한 투자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은평을

그럼에도 서울 은평을에서 이명박의 오른팔이라는 이재오를 꺾으려면 범야권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들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재오를 꺾겠다며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이지도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다. 8년 전 대통령 지명을 받고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장상은 이화여대 총장 시절에도 대표적 친일파의 이름을 딴 김활란상(賞)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행여라도 이재오가 당선한다면 이런(반MB 정서를 결집시킬 수 없는] 후보를 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각주:5].

그래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반MB 진보 대안’을 내놓지 않고 반MB 범야권 단일화로 달려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은평에서 후보를 양보했는데도 정작 광주에서 색깔론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반미 낙인찍기가] 해도해도 너무 하”지만 “민주당 장상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또’ 다짐했다.

이상규 후보는 “장상이면 어떻고 천호선이면 어떻고 이상규면 어떠냐. 모두 다 반이명박 반이재오 전선에서 한몸, 한 몸뚱아리 아니냐”며 스스로 진보정당의 존재 의의를 깎아 내렸다.

이상규 후보는 야 3당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대표 경력을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선택하기까지 했다. 진보정당이 선거에 출마해 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묻게 만든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이상규 후보는 묻지마 범야권 단일화에 쓰는 에너지의 1백 분의 1도 진보 후보 단일화에 쓰지 않았다. 야3당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진보의 가치와 정책 반영이 논의된 것도 아니다.

물론 사회당 금민 후보도 이상규 후보가 사퇴해야 단일화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로 진보 후보 단일화를 어렵게 한 것이 사실이다[각주:6].

그럼에도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치고 민주연합 한 방향으로만 달려간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은평을에서는 진보신당과 진보적 지식인 ㆍ활동가들의 지지[각주:7]를 받는 사회당 금민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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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6호 | online 입력 2010-07-27


  1. 민주당 장상과 국민참여당 천호선과 단일화 논의 끝에 사퇴. 장상 선거운동을 하고 다닌다. [본문으로]
  2. 여기에 국민참여당이 낀 단일화라고 문제 삼는 부류도 있는데, 실제로는 처음부터 민주노동당 중심의 단일화였다. 국민참여당은 은평을 고려해 깎두기 후보를 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선을 그으며 진보 양당이 손을 잡은 게 이 단일화의 핵심이며, 나머지 당의 참여가 진보 정책의 후퇴를 가져온 것도 아니다. [본문으로]
  3. 자격 뿐 아니라, 능력도 안 된다. 더는 민주당 중심의 반MB 단일화가 바람을 불러오기 힘들 것이다. [본문으로]
  4. 가능하면, 한나라당-민주당의 표차보다 진보 후보들의 득표가 많은 게 미래를 위해 더 좋다. [본문으로]
  5. 이 때문에 은평 지역 단체들도 민주당의 후보 선정에 격하게 반발하며 민주당을 포함한 단일화 테이블을 만들어, 비민주당 단일 후보를 추진했다. [본문으로]
  6. 그 경계심을 표현하는 건 옳았지만, 사실상 기반도 취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무조건 후보 양보를 요구한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거부할 명분을 준 건 사실이다. 그 자체는 분명히 실수다. 사회당과 금민 지지파는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는 제안을 했어야 한다. [본문으로]
  7. 명실상부한 진보 단일 후보라 하기엔 그 지지세가 약하고 부분적인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장상을 찍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명분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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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서울 강남역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하다 연행된 김지태 씨 등 6명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한 사실이 오늘 확인됐다.

이 사실은 당시 연행된 김모 씨에게 1백85만 원을 청구하는 검찰의 벌금고지서가 발부돼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6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23부가 김지태 씨 등 6명에게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명백히 반민주적인 판결이며 부당한 것이다.

<레프트21>은 등록된 정기간행물이다. 이를 공개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행위를 ‘집회’로 간주해 판매자를 연행하고 유죄 판결까지 내리는 것은 정치권력이 정부 비판적인 진보 언론을 탄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야간집회 금지 조항은 이미 지난해 9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고 올해 7월부터는 효력을 잃은 조항이다.

연행 당시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신문의 기사를 문제 삼으며 “국가보안법 위반일 수도 있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집시법과 국가보안법이 있다”, “사상 검증된 신문만 팔 수 있다”는 등 어처구니 없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레프트21>은 “안보 위기는 사기다”라는 헤드라인을 내걸고 이명박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북풍몰이에 한창이던 이명박 정부와 경찰로서는 이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시작된 진보언론 탄압

<레프트21>은 부패한 우파 정부의 위기 탈출용 작태에 앉아서 순순히 당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정부의 진보언론 탄압은 분열과 부패로 지리멸렬해진 정부가 위기 탈출용 희생양을 만들려는 수작일 뿐이다.  

그래서 <레프트21>은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정상적인 간행물 판매 행위를 임의로 ‘집회’로 간주한 것은 경찰력 남용이며 이에 따른 유치장 구금은 불법 구금이라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마찬가지로 <레프트21>은 직원과 독자가 포함된 6명의 시민들이 죄없이 ‘유죄’ 판결을 받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이들에게 반민주적 유죄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단독 23부와 이들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을 규탄한다.

<레프트21>은 정부의 진보언론 탄압에 맞서 6명의 정식 재판을 힘써 도울 것이며, 진실을 알리고 읽을 자유, 즉 진보언론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 민주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유죄 판결을 받고 퇴장당해야 할 자는 바로 MB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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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진보언론 탄압] <레프트21> 판매 시민에 대한 벌금 선고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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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6호 | online 입력 20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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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맑시즘2010’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주엔 <한겨레>에 단신으로 행사 개최 소식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행사 참가를 권유하거나 후원을 받으려 소개할 때, “맑시즘이 도대체 뭐냐”, “왜 맑시즘이라고 이름을 바꿨냐” 하고 물어보십니다. 아마도 한국에선 아직도 법적으로 껄끄러운 문제를 안고 있는 ‘맑시즘’을 행사 명칭으로 쓰는 게 신기하신가 봅니다.

워낙 유명한 연사들과 솔깃한 주제들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고 오래 된 행사기 때문에 단 한 명도 순전히 행사 이름 때문에 참가하기 싫다는 분은 보질 못했습니다.

올해는 2년 만에 잘 아는 한 노조에 찾아가 후원과 참가를 권유했는데요, 예전에는 그냥 후원해 주셨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찾아가서인지 이것저것 물으시다가 “맑시즘을 한마디로 설명해 봐라” 하고 반농담 반진담으로 대답을 강요하시더군요.

저는 맑시즘=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이 집단적 힘으로 스스로 해방하자는 사상이라고 답했습니다.(그래서 진짜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소련과 북한을 사회주의로 볼 수 없다는 양념을 덧붙여서요)

마르크스주의가 자본주의를 분석해 위기의 메카니즘을 밝혀내려 노력하는 것은 단지 학술적(학문적 호기심) 동기에서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노동계급의 집단적 자기해방이라는 이 근원적 목표을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정치·경제적 잠재력을 파악해 이를 현실로 옮길 전략과 전술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이 마르크스주의 연구와 실천에 깔린 근원적 동기입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는 늘 ‘실천에 도움이 되는 이론’, ‘이론에 바탕한 실천’을 추구하고, 그 이론은 수백 년 계급투쟁의 역사(경험을 일반화한 이론)와 오늘날 노동계급의 의식과 투쟁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쟁점을 다루는 생생하며 풍부한 사상과 실천의 전통입니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주의에서 노동자들은 누구일까요. 마르크스주의에서 노동계급을 가장 넓게 정의할 때 기준은  ‘생계를 위해서는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쉽게 말해 인구 전체를 구분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가족까지 모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압도다수를 차지합니다.
노동계급 가족의 일부로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학생과 실업자), 다양한 이유로 노동력을 판매하는 게 어려운 사람(전업 주부와 아동, 노인, 일부 장애인, 차별 받는 소수자들 등)도 포함하니까요.

우리나라 노동자들을 1천5백만여 명으로 추산하는데, 이들에 가구당 평균 가족수 2.8명을 곱하면 4천2백만 명에 이릅니다. 물론, 이보다는 조금 못 미치겠죠, 부모자식이 모두 노동자인데, 자식이 아직 가구 독립을 하지 않았다면 중복계산이 될테니까요. 어쨌든 우리는 넓은 범위의 노동계급이 한국 같은 산업화된 사회에서 압도다수라는 건 대충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엄밀하게 보려면 좀더 좁혀 봐야 합니다. 실제 경제 활동에서 계급으로서 대립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마르크스가 분석한 계급투쟁의 실질적인 행위주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인 이건희의 손자가 직접 노동과정을 통제하고, 노조 탄압을 지휘하며, 정치권 로비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간단하게 이들의 구성을 경제활동인구로 파악할 수 있다고 보는데, 통계청 자료를 보면 그 수가 2천5백만 명 정도 됩니다. 이중 고위임직원이 30여만 명이고, 전문가로 분류되는 일부 상층 전문직을 제외하면, 1천5백만 명 정도가 임금노동자로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자영업자가 4백만여 명, 농민이 2백만 명이 조금 못 되는 걸로 나타납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계급의 경제적 힘은 자본주의의 시작이자 끝인 기업 이윤 활동(생산과 판매, 유통)을 실제로 수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나옵니다. 이들이 이윤 활동을 멈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 발전은 자본을 독점시키므로 노동자들도 집단으로 모여서 노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그 힘에 있지만, 암튼 산업국가들에선 인구상으로도 다수파라는 거죠.(마르크스주의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 매우 민주적인 사상인 겁니다~) 

튼, 노동자들의 경제적 힘은 주요 작업장이 파업을 할 때 잘 나타납니다. 현대차 공장에서 파업을 하면, 파업 참가자들의 파업기간 동안 임금 총액보다 수십수백 배 많은 돈이 손실을 봅니다[각주:1]. 철도 같은 운수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원료와 출근 노동자들 수송까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칩니다.

파업 때 흔한 경제 손실 비난은 거꾸로 그 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에서 얼마나 큰 구실을 하는지 또 평소에 얼마나 많은 잉여노동을 기업주들에게 제공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노동자들은 조중동이나 정부가 이런 비난을 하면 앞으로 억울해 할 게 아니라 자랑스러워 해야 합니다. 그런 중요한 사람들에게 이따위 대접을 하냐고 큰소리 칠 일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개인으로는 이 힘을 발휘할 수 없고 노동과정의 집단성 때문에 집단으로만 이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계급으로서 이들이 정치권력을 잡고 경제질서를 바꿀 때 자본주의의 사적 성격을 분쇄하면서도 사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힘이 있는 겁니다.

그 결과, 노동계급은 자기 자신을 해방할 뿐 아니라 다른 피억압대중들을 해방시킵니다. 노동계급이 진지하게 자본주의 체제를 해체하는 데 도전한다면, 그것은 자본주의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노동계급을 “보편적” 계급이라고 불렀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자본가들은 실제로 세상을 창조하는 일은 노동자들에게 다 시키면서 그 힘을 이용한 세상의 운영과 지배는 자신들이 독점합니다. 물론, 노동계급의 힘이 센 곳에서는 대의제 민주주의 형태로 조금 권력을 개방하기도 합니다. 물론 비혁명적 노동계급 진보정당들은 그 과정에서 많이 순하게 변합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법과 제도, 군대와 경찰을 통한 억압과 함께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기 때문입니다.[각주:2] 그래서 마르크스주의는 노동계급(과 피억압대중)을 분열시켜 약화키는 각종 차별과 천대, 억압의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분열 시도에 맞서 노동계급을 단결시켜 혁명적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성공한 투쟁과 실패한 투쟁의 경험(조직과 이념)이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에는 녹아들어 있습니다.(노동계급을 억압하는 데 이용된 스탈린주의나 노동계급을 대신하려는 마오주의에서는 이런 교훈을 찾기 힘듭니다) 

추상적 가치나 원리가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의 피와 땀이 얼룩진 역사 속에서 역사 발전의 일반적 경향을 찾아내려 한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역사적’이라고 할 때 그것은 ‘이론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마르크스주의의 돌아보기는 그래서 이론(분석과 일반화)을 경시하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그 점에서 ‘맑시즘2010’의 많은 주제들이 당장 노동운동과 연관이 없어 보여도 사실은 노동계급이 삶과 투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주의가 이럴진대, 맑시즘2010이 노동계급 문제를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노동운동의 당면 과제들을 중요하게 다뤄야 합니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사회 변화의 주역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진보포럼 맑시즘은 단순 학술행사가 아니므로 조직 노동운동과 그 안의 선진 활동가들이 하는 실천적 고민을 다루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진보포럼 맑시즘에서는 노동운동의 쟁점 토론은 물론이고, 늘 당시 최전선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참가해 강연도 하고 연대의 장을 만들어 왔습니다. 2007년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때는 비정규직 투쟁 사례 발표 토론이 인기를 끌었고, 행사 마지막 날엔 문화공연과 후원주점을 결합해 대형 행사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엔 개막식에 쌍용차 가족대책위 대표가 눈물 쏙 빼는 연설을 해 주셨고, 참가자 가운데 신청을 받아 쌍용차 지원 집회를 다녀오기도 했구요, 2006년 개막식에는 KTX 비정규직 위원장이 감동적인 연설을 하셨습니다. 하종강, 김진숙 선생님들도 단골 인기 연사이십니다.

올해 맑시즘 2010도 다섯 개의 강연이 ‘노동계급과 투쟁’ 항목으로 준비돼 있습니다.(맑시즘2010 웹사이트의 연사/주제/시간표 메뉴에서 주제 소개로 들어가시오.)


김진숙·하종강 선생님의 강연은 무조건 추천입니다. 저도 여러번 강연을 들었는데요. 특히 세상을 더 많이 알고 싶은 초심자 분들께 특강추(특별강력추천)요. 다루는 대상에 애정이 넘치면 쓴소리도 달게 느껴집니다. 그게 생생함과 분명함과 더불어 두 분 강연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가슴을 열고 들으면 이 분들이 알아서 웃기고 울리고 합니다. 그래서 눈물콧물 흘리면서 듣다 보면 가슴에 묵직한 희망과 열정이 남습니다. 

정병호 씨가 다루는 주제도 마르크스의 계급이론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께는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앞에서 제가 수박겉핥기로 다룬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어조가 강약 변화가 적어 조금 졸리게 할 때도 있지만, 찬찬히 듣고 있으면 말 하나하나가 다 교과서입니다[각주:3]. 아주 가끔 섞어주는 농담과 그때 씨익 날리는 웃음이 매력적인 연사입니다.

나머지 두 주제는 좀더 전문적입니다. 당면 전략 과제들을 다루는 건데요[각주:4]. 패널 토론이라는 게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노동운동의 전략 논쟁은 노동운동 안의 대표적인 급진좌파들이 모여서 하는 토론이라 흥미로울 듯합니다.

사노위를 대표하는 박성인 씨는 메이데이 출판사 대표도 했고 옛 <현장에서 미래를> 잡지에서 이론과 정세분석 글을 주로 쓰던 노련한 활동가이며, 박준형 씨는 공공노조의 활동가로 수년간 활동하고 계십니다. 전지윤 '님'은 무조건 추천[각주:5]입니다. 제가 볼 때 명료한 단어 선택이 정말 최곱니다.

다함께는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그동안 정치적 노조운동을 당면 노동운동의 상(想)으로 제시해 왔는데, 이것이 사회진보연대의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운동론이나 사노위의 변혁적 노동운동론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들어보는 게 토론의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공공부문 선진화 관련 토론은 제목만 봐서는 따분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2008년 위기에 긴급 재정 투입으로 각국 정부들이 대응했기 때문에 재정 뒷받침으로 일어난 경기 회복과 정부의 재정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재정위기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 시대 매우 중요한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와 노동운동을 결합해 고민하는 분들은 아마 피해가기 힘든 주제일 겁니다. 

조상수 씨와 정종남 씨는 공공부문 주제로 맑시즘에서 이미 패널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조상수 씨는 공공부문 노동운동을 오랫동안 해 온 베테랑 활동가입니다. 정종남 씨는 쌍용차 파업 등에서 노동운동단체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으며 활동해 왔기 때문에 이론과 결부된 깊이있는 주제를 현장감 있고 흥미롭게 다룰 수 있는 능력자입니다. 

이 글을 흥미롭게 읽으신 분들이라면 맑시즘2010에서 새로운 만족을 얻을 거라 생각합니다. 맑시즘2010에 관심과 기대를 품고 오시는 분들이라면 그냥 그 장소에서 얼굴만 스쳐도 정겨운 동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 이것이 마르크스가 말한 바, 자본주의에서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주장의 한 증거입니다. [본문으로]
  2. 사실 사병들과 말단 경찰은 대부분 노동계급 청년들에서 충원하므로 그 존재 자체가 노동계급의 분열을 상징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한편에선 노동계급이 굴종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상품물신성 효과도 있다고 마르크스가 지적했는데,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 너무 방대한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그냥 패스~ [본문으로]
  3. 그래서 졸린가? [본문으로]
  4. 이 주제는 초심자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을 듯하고, 초심자가 아닌 분들은 제가 뭐라 하든 신경 안 쓸테니 추천 글 쓰기가 좀 난처하군요. [본문으로]
  5. 사이에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넣어서 읽으시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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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ㆍ연구자모임’을 주도하는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MB심판, 이것은 시대적 요구이다. 그러나 … 신자유주의에게 면죄부를 주는 보수적 심판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준엄하게 심판하는 진보적 심판이 되어야 한다[각주:1]”고 주장한다.

그래서 김 교수는 지금이 진보진영이 “[민주대연합이나] 개별 약진 시대를 끝내고 진보정치세력들의 통합과 연대로 나아가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서 김 교수는 “[PD] 좌파가 계속 [국민승리21(민주노동당의 전신)에] 남아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민주노동당 운동에 참여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각주:2]”며 비판적으로 지난 시기를 평가한다.

자주파와 공동행동에 거리를 둬 왔고, 민주노동당 분당 때는 “범좌파세력당[각주:3]”을 제안했던 김세균 교수의 이런 변화는 반MB 정서를 수용하면서도 진보의 독자성과 폭넓은 단결 염원을 모두 대변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긍정적이다.

다만, 김 교수가 진보대통합의 범위를 민주노동당보다 ‘왼쪽 세력’(김 교수의 분류법[각주:4]에 따르면, 진보신당, 사회당, 사노위 등)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아쉽다. 이 구상대로면 ‘진보대연합’의 또 다른 과제인, 민주당의 왼쪽과 민주노동당의 오른쪽에 포진한 진보 성향 대중을 진보정치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에는 약점이 생길 수 있다.

국민참여당 등 민주당의 아류는 배제돼야 하지만 진보적 NGO와 개인 들은 진보연합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

김 교수 등이 주도한 진보적 지식인과 노동자들의 금민 후보 지지 선언[각주:5]과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후보를 안 내는 것이 옳”다는 요구도 협력과 신뢰가 중요한 진보연합에 도움이 안 될 수 있어 아쉽다.

※ 이 글은 <레프트21> 36호에 실린 내 기사를 거의 원문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원문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392 
관련 기사: 7·28 재보선: 반MB 민주연합 아닌 진보진영 단결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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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열렬히 공감합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좀 귀를 기울여 주세요. [본문으로]
  2. 옛 PD 좌파들은 1997년 대선에서 정치연대(준)로 결집해 국민승리21에 들어갔다. 권영길 선거 포스터에 “일어나라 코리아” 문구가 들어간 문제로 갈등해 국민승리 21을 탈퇴하고, 정치연대 자체도 원 각자 노선대로 다시 흩어졌다. 지금으로 치면 사노위와 진보신당 일부, 사회당 등이 이들이다. [본문으로]
  3. 이는 진보신당의 분리와 창당이 좌경적 분열이라고 본 김세균 교수의 착각이었다. 본인들도 그렇게 착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분당의 리더들은 민주노동당보다 더 온건한 정당을 만들려는 목적의식을 명확히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민주노총당과 친북당을 비난한 것이다. 친북 노선은 당연히 진보의 성장에 제약이다. 그러나 내부 노선 투쟁이 아닌 국가보안법과 조선일보를 이용한 친북파 공격은 좌파라면 당연히 해서도 안 되고, 용납할 수도 없는 행위였다. 그렇다고 이 과거가 민주노동당 다수파의 패권주의 등을 가리는 것, 또는 진보재단결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본문으로]
  4. 물론, 나는 김 교수님의 분류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실천과 정강정책에서 이들이 민주노동당보다 항상적인 좌파라고 할 수 있는 걸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대중투쟁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가끔 민주노동당보다 더 온건하고 의회주의 지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진보 3당은 비슷한 스펙트럼으로 봐야 하고 지향하는 기반(목표)에선 진보신당이 오히려 민주노동당보다 오른쪽인 면이 크다. [본문으로]
  5.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선거방침과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금민 후보 지지가 아니라 진보 단일 후보로 금민 후보를 지지한 것은 섣불렀다고 본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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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7월 28일 국회의원 재ㆍ보궐 선거에서도 6ㆍ2 지방선거 때와 같이 한나라당이 참패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이명박 정부가 선거에서 지고도 대중의 의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열망은 더 커지는 듯하다.

정부는 ‘4대강 죽이기’ 공사를 강행하고, 상속세 폐지를 운운하는가 하면,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를 마녀사냥하기도 했다.

물론 이명박의 반동 엔진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집권당 내부 분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이재오가 당의 도움 없이 혼자 선거를 치르겠다며 선을 긋겠는가.

한나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패배한다면 이명박의 레임덕과 여권 분열은 더 가속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6ㆍ2 지방선거 때처럼 범야권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이런 흐름은 이명박의 오른팔이던 이재오에 맞서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사회당)이 모두 후보를 낸 서울 은평 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 8곳에서 모두 사실상 양보를 거부하고 있는데도, 서울 은평구 시민단체ㆍ촛불모임 등 주민 수백 명이 서명해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사회당)의 단일화를 공개 촉구했다[각주:1].

오른팔

“[이재오의 지역구라는] 상징성이 있[으니] … 대의를 생각해 야권연대를 성사시켜 달라”는 주문이다. 물론, 이들 다수는 “동의할 수 없는 후보”를 낸 민주당에 불만을 털어놨다[각주:2].

이런 불만에는 민주당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도 깔려 있다.

광주 남구에선 시민사회단체들이 야 4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을 모아 오병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비민주당] 시민사회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사실상 집권당 노릇을 하며 문제를 일으켜 온 민주당에게 이번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반이명박 정서 속에서도 존재하는 민주당 불신 정서는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복지를 말하지만 부자 증세를 말하지 않고, 4대강 반대를 말하지만 4대강에 찬성한 후보를 공천하며, 반MB를 말하지만 일관되게 이명박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

이런 모순은 기업주들의 당이라는 근본 성격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고쳐질 수가 없다.[각주:3]

그래서 지방선거 직후 집권당의 패인을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잘해서’라는 사람은 2.4퍼센트에 불과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이번 재보선을 진보 단일화와 독자 완주를 통해 독자적 진보 대안을 건설할 기회로 삼는 게 현명하다.

진보 후보들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해야 이명박 정부와 기성 정당들에 진정한 압력을 줄 수 있다. 이것이 반MB 야권 단일화로 민주당을 당선시켰다가 그들이 이명박 정부와 타협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 민주당의 10년 집권 경험이 바로 이것 아닌가.

진보 후보가 진보적 주장을 날카롭게 펴고 의미 있는 득표를 했을 때, 누가 당선하든지 진보의 만만치 않은 힘을 의식해 함부로 공격이나 배신을 하기 쉽지 않아질 것이다.

그동안 반MB 민주연합 때문에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의존한 결과, 진보진영은 이명박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맞서 일관된 투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반년간 민주당을 추수하며 독립적 투쟁을 미루다 통과를 막지 못한 타임오프제가 대표 사례다.

압력

그래서 설사 당선 못 하더라도 진보 후보의 의미 있는 득표가 장기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독립적 진보 정치대안 건설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얻을수록 이런 미래를 더 앞당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당 금민 후보의 진보 단일화 논의 제안에 응하겠다는 이상규 후보의 말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마침 진보신당도 은평에서 진보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단일화를 촉구했다.

서울 은평 을 사회당 금민 후보 개소식. 진보 단일화를 하려면 민주노동당이 먼저 반MB 단일화의 미련을 버려야 한다.


‘진보 단일화’가 맞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진보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민주당·국민참여당이 아니라) 두 진보 후보 사이에 커다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권 혁신이 아니라 야권 교체"(금민)라는 말이 호소력 있다.

두 후보는 정부 재정을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 등 진보적 정책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지배계급의 고통전가에 반대하는 진보적 가치와 운동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범야권 단일화 미련을 버리고 은평에선 진보 후보 단일화에 나서고, 유일한 진보 후보가 된 나머지 세 곳에서는 독립적 진보 대안 건설을 위해 완주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유감스럽게도 “어떤 살신성인 다해서라도 야권연대 만들어 내야한다”며 또다시 반MB 야권 단일화에 매달리고 있다.

반MB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살신성인”까지 하겠다면서 동시에 “이제는 민주당이 양보할 차례”라고 매달리는 것은 구차하게 보이기도 한다[각주:4]. 정책과 정치 노선을 우선해야 하는 진보정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다.

이 같은 ‘민주당 양보론’을 두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시장에서 … 흥정하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행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또다시 민주당과 단일화를 추진하려 하면 진보진영 전체로부터 흔쾌한 지지를 받기도 힘들 것이고 진보대통합은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수도권에서 진보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과제도 더욱 멀어질 것이다.

사회당도 “민주노동당의 [6ㆍ2 지방선거 방침에 관한] 책임 있는 평가와 성찰”을 후보 단일화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거나 자당 중심의 단일화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각주:5]. 협력적 논의를 거부하는 것 같은 이런 태도는 진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가 아닐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 36호에 실린 내 기사를 거의 원문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원문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391  
관련 기사: 김세균 서울대 교수의 진보대연합론 단상(短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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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결국 이 모임은 결렬됐다. 민주노동당 선본 관계자는 중앙 시민단체가 주도한 협상도 실패했는데, 지역 단체들이 요구한다고 되겠느냐고 논평했다. 쟁점이 민주당의 양보 문제였기 때문이다. 즉, 이말의 뜻은 전국 단위 조정도 거부하는 민주당이 은평 하나에서 그냥 양보하라는 말을 수용할 리 없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여기에는 좀더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후보를 바랐던 사람들의 불만과 해당 지역 위원장의 출마를 바라던 내부 불만(그 흔한 공천 파동)이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3. 그래서 진보진영이 민주당과 하는 연합을 정당화할 때, 자신들의 모순을 감추려고 민주당이 변화가능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은 의도했든 아니든 일종의 사기극이다. 이 사기극이 사실이 되는 길은 민주당에게 아주 작은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민주당을 견인하겠다는 진보진영의 말문만 막히게 되는 것이다. [본문으로]
  4. 앞뒤도 안 맞아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살신성인은 자기가 죽겠다는 뜻인데, 민주당에게 양보하라는 말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본문으로]
  5. 이와 같은 내용의 질문에 사회당 관계자는 단일화를 요구한다고 민주노동당의 민주대연합 방침에 입 다물 수는 없지 않냐고 답했다. 약간 동문서답인데, 비판하지 말하는 게 아니라 단일화 협상의 '조건'인 것이 실효성 있냐는 질문이었다. 이 동문서답에서 사회당이 연대연합(공동전선) 전략전술에서 발전이 더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조건을 걸면, 연합의 필요성 호소보다도 연합 상대를 불신한다는 것부터 드러내는 셈이 되고, 사실상 실현가능성도 없다는 점에서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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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합을 넘어 미국 민주당식의 연합정당 모델을 …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위원장이 내놓은 주장이다. 야 5당이 민주당으로 뭉치자는 이른바 ‘빅 텐트’론이다. 

김 위원장은 “연합정당론이 오히려 진보정치를 유지ㆍ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빅 텐트’론은 민주당 수혈론에 불과할 뿐 결코 진보정치 유지ㆍ강화의 전략이 될 수 없다. 

이것은 다름아닌 미국 민주당에 개입한 좌파의 경험과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미국 좌파의 정치적 존재감이 원래 미약했던 건 아니다. 1912년 유진 뎁스가 사회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서 6퍼센트를 얻을 즈음, 이 당은 연방 하원의원 두 명과 시장 70명, 지방의원 1천여 명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때 민주당은 노예소유주들의 당에서 시작한 자본가 당이었다. 

그러나 사회당 좌파는 미국노동총동맹(AFL) 소속 백인 숙련 노동자 사이에 퍼진 인종차별 의식과 정치적 실리주의에 진지하게 도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회당 우파가 민주당 대통령 윌슨과 동맹 정책을 추구해 당이 분열할 때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공산당으로 분리해 간) 일부 사회당 좌파를 포함해 좌파들이 민주당에 흡수되지는 않았기에 1930년대에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세계 대공황의 고통 속에서 노동자 투쟁이 부활한 것이다. 1932년에 ‘뉴딜’을 내세워 집권한 루스벨트가 복지제도를 일부 도입하고 노조 결성권과 임금 인상을 허용한 것은 이런 투쟁에 밀려서였다. 

그러자, ‘신’이민ㆍ흑인ㆍ여성 노동자들도 자신감을 얻고 투쟁에 동참했다. 투쟁 속에서 노동계급의 폭넓은 단결이 이뤄졌다. 

이런 배경에서 기업주들은 1936년 재선에 나선 루스벨트를 ‘친노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공산당은 루스벨트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공산당이 조직과 전략마저 민주당에 종속시킨 것이었다. AFL과 산업별조직회의(CIO)도 민주당 투표부대로 전락했다. 

그때 공산당은 스탈린의 인민전선 지침으로  루스벨트의 충실한 동맹자가 됐다. 민주당을 진보정당인 듯 분칠한 것도 모자라 충성을 증명하려고 1938년에는 기관지를 폐간했고 1944년엔 아예 공산당을 해산했다. 

공산당이 이렇게 정치ㆍ조직상으로 무장해제되자 루스벨트는 손쉽게 탄압으로 돌아서 본래 기반인 기업주들을 달랬고 제2차세계대전을 핑계로 그동안의 양보를 일부 거둬들였다.


신좌파 운동

그 뒤 민주당 정부는 한국전쟁을 벌이며 냉전 매카시즘을 일으켰고 곧이어 베트남전쟁을 시작해 대량학살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미국 좌파와 노동운동은 대안적 진보정당을 만들지 않고 흑인 민권 운동과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폭발한 1960~1970년대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이 시기에 신좌파운동이 정치에서 한 일은 1972년 ‘반전’ 후보 맥거번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든 것뿐이다. 이에 민주당 주류는 사실상 공화당 닉슨을 지지했고 맥거번은 참패했다.

△“부시 복귀만 아니면 누구든 [좋다]” 미국 반전운동은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 낙선을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못 이겨 이라크 전쟁 지지자인 존 케리를 지지했다.

이로부터 신좌파운동은 오히려 민주당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끌어냈다. 이들은 1984년 대선에서 AFL-CIO 지도부와 함께 민주당에서도 보수파인 먼데일을 지지했다. 레이건의 보수혁명에 맞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흑인운동 등은 무지개연합을 꾸리고 제시 잭슨 목사를 먼데일의 당내 경쟁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잭슨이 레이건 낙선을 위해 민주당의 ‘단결’에 이바지한 결과, 무지개연합의 좌파 개혁주의와 반제국주의 강령은 후퇴했다.[각주:1] 

결국 잭슨은 당내 경선에서도 패하고는 먼데일의 당선을 돕는 보수적 선거 캠페인에 동원됐다. 

2004년에도 무브온 등 풀뿌리 단체들은 반전후보 하워드 딘을 지지했다가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실패하자 이라크 전쟁 지지자인 존 케리 선거운동을 해야 했다.

요즘도 미국 노동조합의 정치기부금은 90퍼센트 넘게 민주당에게 가지만, 이는 민주당이 받은 기부금에서 10퍼센트를 조금 넘는다. 민주당은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대기업주들에게 받는다. 민주당은 ‘연합정당’이 아니라 대기업주들의 당이었던 것이다. 

좌파가 미국 민주당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파산했다. 좌파는 민주당 안에서 질식당했다. 독립적 진보정당 없이 대자본가들을 대변하는 두 개의 신자유주의ㆍ제국주의 정당만이 존재하는 미국의 암울한 정치 상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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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진보진영이 참조할 모델인가

<레프트21>은 정보공유라이선스2.0:영리금지를 따릅니다.


트위터로 퍼가요 미투데이로 퍼가요



  1. 민주당 주류는 당선가능성을 위해 민주당이 좌파라는 공격을 받으면 안 되니 잭슨의 선거강령을 온건화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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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도 트위터 계정이 있습니다. 지난해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트위터가 부상할 때부터 팀을 꾸려서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초반부터 적응하려 한 셈입니다. 지금은 3천 명 가까이 팔로워가 생겼으니 대단한 건 아니지만 넷맹들 몇이 운영한 트위터치곤 그럭저럭 선방한 게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관련 기술 팁은 안고딩 님에게 절대 의존)

기사 소개 글을 기사 주소를 링크해 꾸준히 내보내고 있고, 주기적으로 검색해 좋은 정보 등은 취재에 활용하기도 하고, 리트윗[각주:1]하는 등 소통의 수단으로 삼기도 합니다. 지난 3월 기후변화 토론회는 트윗으로 생중계해 관심있으나 물리적 조건상(지방 거주 등)으로 참가하지 못한 분들에게 서비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마감 때가 되면 거의 못하긴 합니다)

요샌 <레프트21> 지면으로 소개하는 사회포럼과 맑시즘 행사를 트위터 홍보하는 것도 조금씩 늘리고 있습니다.


트위터를 하다 보면 재밌는 글이나 패러디 사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촌철살인으로 이명박 정부와 권력자들을 풍자하는 글들을 보는 재미가 있긴 합니다.


트위터 이용은 웹 상에서 레프트21이 조금더 알려지는데 도움이 되긴 했습니다.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를 보면, 트위터 애용자들 가운데 넓은 의미에서 진보적이라고 하는 분들은 표현의 자유 등 민주적 권리 탄압 소식에 가장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금호타이어 사측의 노동자 농성장 탄압,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 연행, 천안함 관련 유인물 배포 학생 연행 등의 온라인 기사는 올리자마자 조회수가 폭등했는데, 아무래도 트위터 홍보 덕분인 걸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5월 <레프트21> 거리판매 독자들의 연행 사건이 트위터 상에서 엄청나게 리트윗되면서 신속하게 알려지고 많은 격려와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명 블로거 등이 직접 리트윗을 호소하기도 했죠. 그뒤 신문 기사 접속자가 일시에 크게 늘면서 정기구독과 후원 독자도 늘었습니다. 이 사건을 다룬 온라인 기사들의 조회수도 엄청 높았습니다.

그밖에도 4·19, 5·18과 한국전쟁을 다룬 기사를 추천한 트윗들이 한국현대사 복습하기 등으로 리트윗되면서 조회수가 높았습니다.

물론, 온라인 홍보 결과를 보면 대체로는 깊이있는 논쟁 글들이 트위터 상에서 인기가 높은 것 같진 않습니다. 앞서 든 사례들처럼 트위터라는 매체의 특성상 단발성 속보성 기사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그 점에서 트위터 홍보는 홍보와 독자 조직에서 여전히 보조적 수단인 건 사실입니다.

트위터를 통해 확인하는 온라인 기사 인기도는 지금의 전반적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레프트21>은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대중성을 지향하면서도 좀더 운동과 사상을 조직하는 데서 부딪히는 구체적 문제의식을 치밀하게 다뤄보려 하니까요.

최근에는 트위터 상으로 건의를 받거나 토론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몇달 꾸준히 하다 보니까, 이런 일들이 생기나 봅니다.

국내 진보언론들이 BP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건을 별로 안 다룬다는 의견도 있었구요, 미국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맥크리스탈 해임 사건이 국내에 보도되자마자 이를 다룬 분석 글은 언제 나오냐는 문의도 트위터로 받았습니다.

다른 유명 트위터들을 흉내(고급 용어로 벤치마킹이라고 하죠)내서 여론 수렴을 하려 했는데, 첫째로 김상곤 교육감의 교사 경징계 조
치 여론을 물어봤습니다.


답을 주신 분들의 의견이 갈렸습니다. 직무정지를 당할 수도 있는 불가피한 조건에서 경징계로 처리한 것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전교조 교사 분도 있었고, 징계는 징계이므로 유감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의견이 반반 갈리는 걸 보면서 이 문제는 꽤 신중하고 치밀하게 다뤄야겠구나 하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은평 재선거에 출마한 사회당 금민 후보를 왜 안 다루냐는 항의도 받았습니다. 몇가지는 사실과 어긋나는 근거를 댔는데, 조금 억지스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회당이 진보언론의 외면을 받는 건 정파적 이유도 있겠지만, 사회당이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큽니다. 최근 금민 후보 건도 마찬가지입니다[각주:2].(사실 제가 홍보담당 몇 년 해봤는데, 기자에게 기사 강요하면 대개는 역효과 나던데...)

많은 문제들에서 <레프트21>이 늘 정답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 최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선거 기사도 뼈아픈 실수입니다. 제가 맡은 기사가 아니다보니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입장이고 정치 기사니까 저도 책임이 큽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독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려 합니다. 트위터 운영도 그런 취지입니다.
사실 공식 트위터 관리는 대화의 내용과 폭에서 이런저런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도 개인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더 밀착된 정보를 얻고 피드백 수단을 늘리는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신문사에선 김인식 발행인과 장호종 기자, 김용욱 기자, 이미진 기자(사진)가 선구적으로 트위터를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수단이든 피드백을 잘 하는 거겠죠. <레프트21>은 단순히 글좀 쓴다는 좌파 활동가들의 매체에 머물면 안 됩니다. <레프트21>은 좌파적 견해 표출보다 더 큰 꿈이 있습니다.

<레프트21>은 운동과 사람, 사상을 조직하려 합니다. 체제에 저항하는 노동자와 민중들이 세상을 바꾸는데 쓰이는 효과적인 무기가 되려 합니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려 합니다. 그래서 <레프트21>의 운영 재정과 필진 모두 지금보다 더 넓은 기반 위에 서야 합니다.

기자는 자기 글 취재하고 글 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기고와 제보, 후원을 조직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뜻을 모았습니다.(저도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능동적인 <레프트21> 독자들도 더 많이 대화하고 소통하며 협력해 진보언론이 운동과 사상의 구심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독자편지 많이 보내주시고, 트위터에서 아는 체도 해 주시고, 블로그 댓글도 많이 남겨주셔요~~)

△ 조기 교육의 힘! 정답 처리한 선생님도 멋져요~


  1. 자신이 팔로우('친구'로 등록)한 트위터 사용자가 보낸 글을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다시 보내는 걸 말합니다. 한마디로 널리 알려달라고 퍼뜨리는 행위(일종의 추천)인 거죠. [본문으로]
  2. 물론 금민 후보도 지지받을 자격이 충분한 진보 후보입니다. 진보 단일 후보로 합의된다면 적극 지지할 것입니다. 다만, 민주노동당의 오류와 진보신당의 혼란을 빌미로 타 당에게 출마를 자진 포기하고 자신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선빵날리기 식) 요구를 하는 것은 연대연합에 진지한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불신을 걷어내고 협력과 설득이 중요한 시점인데요. 그나마 은평재선거 공동대응 공문도 진보신당에게만 보냈더군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진보연합을 하자는 건지, 깨자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저도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민주대연합 방침에 매우 비판적이지만, 그것이 이런 서투른 제안을 정당화해 줄 순 없습니다. 그동안 사회당은 진보진영의 정치적 단결보다 진보진영 안에서의 독자성을 더 고집하다 선거 득표도 계속 줄고 진보진영 안에서도 주변화됐습니다. 충심으로 고언하건대, 외향적 시각으로 자신들의 전략을 재검토할 때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2002년에 민주노동당과 통합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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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ㅂ

은행의 실질 연체율이 올해 상반기에 꾸준히 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부동산 전문가인 선대인 씨가 이 기사를 보고 낮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이미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고점 대비 20~30%씩 집값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고 빚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가계들부터 무너지면서 은행 연체율도 급등하게 됩니다.” [중소기업] 부동산 대출은 이미 2008년 말부터 부실단계에 들어가 있지만,금융기관들이 추가 대출을 일으켜 연체를 막아주고 있었습니다.”
(출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블로그 <불량사회>,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bubble100705)

한마디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가격 하락으로 빚내서 부동산에 돈을 쓴 사람들과 은행들이 함께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덧붙여, 지금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놈은 사기꾼이라는 말도.


부실 연체가 문제가 되는 건 사실인 듯합니다. 오늘자 <한국일보>에서 가져 온 위 표가 비록 부실자산 정리 전이라서 연체율 증가폭이 그리 높지 않은 듯 보일 수 있으나 1분기와 2분기에 은행들이 정리한 부실자산 규모가 2조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입니다. 그러고도 몇 은행은 정부 권고 연체율 수치를 못 채우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시중은행들의 고정이하 여신이 준 대신, 요주의 여신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각주:1]. 부실여신으로 분류하는 고정 단계의 바로 전 단계로, 잠재 부실이 커진다는 것이죠.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줄고, 가격도 떨어져 신규 미분양도 많습니다. 대출 받고 산 아파트가 가격도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는다면, 그 대출은 매우 위험한 잠재부실이 됩니다. 신규 미분양은건설사들에게 엄청난 자금난을 안겨 줍니다.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이 그렇습니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요주의 분류 여신은 전년 대비 35.3퍼센트 증가했습니다. 고정이하 여신도 29.8퍼센트 늘었습니다. 국민은행은 고정이하가 14퍼센트 줄었지만, 요주의 여신이 36.3퍼센트 늘었습니다. 신한과 외환은행도 고정이하가 2.1퍼센트, 14.2퍼센트 주는 동안 요주의 여신이 27.8퍼센트, 30.9퍼센트 늘었습니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2조 원이 넘게, 국민은행이 거의 2조 원 수준의 대손충당금[각주:2]을 적립했는데도 잠재 부실이 늘어난 사실이 중요합니다. 신한은행도 1조 3천억 원이나 대손충당금으로 쌓았습니다. 이정도면 예년과 비교해도 매우 큰 편에 속합니다.

물론, 요주의 여신이 부실화가 안 될 수도 있죠. 그러나 맨처음 인용한 올해 상반기 기록에서 보듯 실질연체율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나 지표상으로나 부동산 가격 하락은 명백해 보이구요, 호가를 안 내리고 버티면 지표상 가격 하락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실거래 가격이 하락하는 현실을 막을 순 없습니다.

은행 수익구조를 봐도, 올해 수익 향상이란 건 큰 규모의 예대금리차(2.76퍼센트) 때문인데, 현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7백조 원이 넘어 이젠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돈을 벌 수가 없기 때문에 예대마진 그 자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진 것으로 봅니다.

지금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높일 수도 없고, 예금금리는 더 낮출 게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각주:3]. 한마디로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가 아닙니다.

지난 3년간 한국 경제는 중국 정부의 엄청난 부양 정책 덕을 좀 봤습니다. 수출경제인 한국에게 전반적인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수출시장이 열리는 행운으로 침체 속도를 늦추고 심지어 지표상으론 생산과 고용 등에서 소폭 반등을 낳았습니다.

문제는 이 쥐꼬리만한 회복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낳고, 이는 다시 출구전략을 써 경기 과열을 막아야 한다는 압력을 낳습니다. 그러나 경제회복이 아직도 ‘지표상 회복’ 수준인데, 출구전략 잘못 쓰면 더 크게 경제가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망(시원하게 망한다)'하는 거죠.

특히, 금리 인상은 부실해지는 개인(중소기업) 대출을 부실 핵폭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거래량과 가격하락, 미분양이 크게 늘고 있어 금리인상을 함부로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한국은행장을 경질해 가며 출구전략 시행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겁니다. [각주:4]

게다가 한국경제의 숨통을 틔어준 중국경제도 막대한 부양 자금 문제로 과열이 일어나 비슷한 딜레마에 봉착해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시원찮으니 정부가 기업들에게 지급한 부양자금이 생산 투자로 가질 못하고, 다시 원자재 사재기(=투기)로 흘러들어가 국제적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다시 불러온다는 게 지난해 말 소식이었습니다.


결국 질질 끌다 대출 부실화가 금융 위기(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까 봐 각 정부들이 지급보증 등의 형식으로 이 손실을 막아줍니다. 결국 신자유주의 거품 호황을 지탱해 준 개인(기업)대출의 부실이 금융사 위기를 거쳐 정부 재정의 부실로 이어지는 겁니다. 이게 최근 유럽 재정 위기의 패턴입니다.

지난달 한국 정부도 저축은행들의 PF[각주:5] 손실을 막아주겠다고 했습니다. 부실해진 채권을 사 주겠다는 건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벌써 2조 원을 넘습니다. 그래서 최근 위험신호가 켜졌다는 재정적자 문제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와 이 상황에서도 부자 감세를 밀어붙이는 정신나간 정부들 탓입니다.

그래서 이대로 경제를 내버려 두면 이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정상 상태로 보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다른 거품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기업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선 경기 회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당장 한국도 중국 정부의 부양책 덕을 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럴때 진취성 경쟁력 어쩌고 하면서 경제분석하는 놈들은 십중팔구 사기꾼입니다.

결국 출구전략이든 부양책이든 시장에 맡겨서 해결하는 방식으론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오바마식 ‘부자 사회주의’나 EU 방식의 어정쩡한 국가개입과 후퇴는 재정적자만 키워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게 됩니다.

단지 시장의 원활한 작동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안정되는 게 진정한 경제 회복의 목표라고 본다면, 강력한 자본 통제와 투자의 사회화, 소득과 자산(주택)의 재분배로 전반적인 생활 수준을 안정시키고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진보적 대안이 나와야 합니다.
결국, 그리스처럼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오직 시장주의가 아닌 다른 해결책, 특단의 위기에 걸맞는 특단의 대안을 내놓고 대중을 조직하는 진보세력에게만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1. 은행 여신(대출)의 우량·불량 상태는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의 단계로 구분한다.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불량 단계를 "고정이하 여신"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2. 은행이 보유한 채권(대출=여신) 가운데 회수가 불분명한 채권을 순이익에서 빼 별도로 적립하는 것을 말함. [본문으로]
  3. 사실은 요즘 예금 금리는 물가인상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이자소득이란 게 무의미한 지경입니다. 그래서 자산가들이 자산투자에 더 목맸던 것이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4. 그래서 한국은행이 혹시나 금리를 올리더라도 0.25퍼센트 수준의 소폭 인상을 넘을 순 없을 겁니다. [본문으로]
  5.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약자. 담보 없이 금융회사가 사업계획만 보고 수익성을 판단해 대출함. 요즘 광고에서 정주영이 울산 앞바다 모래밭 사진만 들고 영국에서대출받은 일 자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게 PF임. 문제는 부동산 거품 때 건설사들의 PF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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