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찰과 검찰 출입 기자들은 정치부 기자들에게 이명박 가계도 챙겨주느라 바쁘다고 한다. 친인척 중에 비리 연루 의혹이 없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이명박 일가의 탐욕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에게 위협인 것은, 권력형 비리가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부에서 폭로되고 있고, 이를 파헤치는 주체가 그동안 이 정권을 떠받쳐 온 검찰과 경찰이라는 데 있다. 권력기관에 대한 이명박의 통제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10월에 폭로된 내곡동 사저 의혹은 청와대 인사가 소스를 제공했다는 것이 《신동아》 취재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상득 보좌관들이 차명계좌로 거액을 돈세탁한 사실을 들춰냈다.
일가 비리가 터져 나온 시점도 역대 정권과 견줘 훨씬 빠르다. 김영삼과 김대중의 아들들의 비리는 집권 5년차에 가서야 드러났다.
권력기관들 사이의 암투 때문에 이 과정이 가속화하고 있다. 디도스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이 바로 그랬다.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 과정에서 폭로된 것이다.
경찰은 충성의 대가로 바랐던 수사권을 얻지 못하자 디도스 사건을 터뜨렸지만, 이명박을 위해 [그리고 협상용으로] 몇가지 1를 감추려한 듯 하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그 부분까지 밝히며 [경찰과 결과적으로] 이명박을 물먹였다. 2
경찰은 충성의 대가로 바랐던 수사권을 얻지 못하자 디도스 사건을 터뜨렸지만, 이명박을 위해 [그리고 협상용으로] 몇가지 1를 감추려한 듯 하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그 부분까지 밝히며 [경찰과 결과적으로] 이명박을 물먹였다. 2
권력기관끼리 기습과 역공을 하는 과정에서 이제 청와대 몸통설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탈당을 강요당한 한나라당 최구식이 “혼자 죽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도 심상치 않다. 이 사건은 갈수록 워터게이트를 닮아가는데, 워터게이트에서 결정타는 닉슨의 거짓말이었다. 이명박의 거짓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도저히 형광등 1백 개의 아우라를 느낄 수 없는 면면들.
물론 이명박은 김정일 사망 정국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장례식이 끝나고도 마냥 이 정국이 유지될 수는 없다. 12월 26일 서울대 학생회 대표자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디도스 사건의 청와대 몸통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런 움직임과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수 있고 이것은 권력기관의 마비와 암투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김영삼 정부도 1997년 1월 한보철강이 부도나면서 5조 원이나 되는 불법 정치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미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기력을 잃은 김영삼은 상황을 무마하려고 5월에 아들 김현철을 구속해야 했다. 당시 대학생들은 5월 내내 서울 도심에서 강력한 거리 시위를 벌였다.
결국 당시 대권 후보였던 이회창은 김영삼을 신한국당에서 쫓아내고 당명도 한나라당으로 바꿨지만 대선 패배와 정권 상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당시 대권 후보였던 이회창은 김영삼을 신한국당에서 쫓아내고 당명도 한나라당으로 바꿨지만 대선 패배와 정권 상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돌아보면, 정권 말기에 다음 정권을 놓고 지배자들끼리 벌이는 암투가 극에 달해 권력형 비리가 폭로되고 레임덕이 심화되면서 대중투쟁을 자극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이 모두 권력형 비리 폭로와 집권당 분열, 대중 불만의 고조 속에서 집권 4~5년차에 자신이 만든 집권당에서 쫓겨났다.
정권 재창출
박근혜의 처지도 1997년 이회창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이명박과 선을 긋고 중도층 대중을 흡수해야 하는데, 이는 보수층의 분열을 낳을 수 있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이 이인제와 갈라서 꼬마민주당과 합당하자, 이인제가 박정희 흉내를 내고 다니며 보수층 표를 노린 것도 이런 효과였다.
그렇다고 보수층 결집에 치중하느라 이명박 정부를 감싸면 박근혜도 함께 가라앉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비대위의 특징은 ‘좌충우돌’과 ‘동요’가 될 것이다.
박근혜는 보수층부터 잡자고 부자 증세에 반대하며 이명박과 타협하고, 국회 차원의 김정일 조문단 구성에 반대하며 우익들을 기쁘게 했지만, 막상 한나라당 비대위 구성은 ‘비MB’ 보수 인사들로 구성했다. 한미FTA에 반대표를 던졌던 황영철을 대변인으로, 4년 동안 이명박의 정책을 줄곧 비판해 왔던 김종인과 이상돈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나 한미FTA 날치기에 동조하는 등 본질에서 이명박과 다를 바 없는 박근혜호에 들러리로 승선한 이들이 눈속임 이상의 ‘쇄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비대위의 면면을 들춰 보면 박정희와 연관 있는 인물이거나 그런 가문 출신들이 꽤 있다.(김종인, 이양희, 김세연 등)
그래서 박근혜가 최근 당정청회의에 불참하며 날을 세웠지만 이명박과의 관계를 놓고 지금처럼 동요를 거듭할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의 쇄신은 정책쇄신이 먼저”라는 말도 인적 쇄신, 이명박과의 결별이 가져올 위험을 우회해서 차별화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BBK 의혹 폭로 장본인인 박근혜로서도 BBK 의혹이 다시 불거지는 것이 부담스런 일이다. 이미 인터넷에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가 ‘BBK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고 말한 동영상이 돌고 있다.
따라서 BBK 의혹 폭로 장본인인 박근혜로서도 BBK 의혹이 다시 불거지는 것이 부담스런 일이다. 이미 인터넷에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가 ‘BBK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고 말한 동영상이 돌고 있다.
결국 박근혜 비대위는 이명박 비리의 뒷수습을 하는 ‘비리’대책위가 될 듯하다. 오죽하면 친박 윤상현은 “박근혜 대표가 철거 전문 업체냐?”고 한탄했겠는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수록 박근혜 비대위는 점점 이명박과 척을 지는 방향으로 내몰릴 것이다. 이것은 다시금 정권의 마비 상태와 집권당의 분열, 해체 위기를 한층 가속할 것이다. 정치 위기와 경제 위기 모두 너무 심각해 이명박과 박근혜 모두 미래가 밝지 않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수록 박근혜 비대위는 점점 이명박과 척을 지는 방향으로 내몰릴 것이다. 이것은 다시금 정권의 마비 상태와 집권당의 분열, 해체 위기를 한층 가속할 것이다. 정치 위기와 경제 위기 모두 너무 심각해 이명박과 박근혜 모두 미래가 밝지 않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이명박과 박근혜 비대위에게 구원의 동아줄을 던져 준 것은 민주통합당이다. 진보진영은 이런 민주통합당의 행보를 비판해야 한다.
지배자들의 암투가 치열하고, 권력기관들이 이완되는 틈을 이용해 이명박 정부의 고통전가 정책과 각종 부패 추문에 맞서는 대중투쟁을 조직하며 독립적 대안을 건설해야 한다. 한미FTA 반대 투쟁의 분출이 이명박의 위기와 분열을 더 앞당겼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글은 약간 줄여 <레프트21>72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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