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위기 탈출을 위해 검찰과 감사원 등을 동원해 자기 편의 일부를 털었다. 검찰은 올 봄 CJ그룹을 뒤져 회장 이재현의 5백46억 원 탈세와 9백63억 원 횡령을 밝혀내 구속했다. 


7월 중순에는 불법정치자금의 추징을 거부해 온 전두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숨겨진 재산을 뒤지기 시작했다. 재산관리를 해 온 처남 이창석이 구속되고 아들들로 과녁이 옮겨지고 있다. 7월말에는 감사원이 이명박의 4대강이 대운하를 위한 위장 사기극이었다는 것을 폭로했다.


이들의 파렴치 행각을 보며 평범한 사람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첫째, 박근혜의 의도가 괘씸하다해도 이들의 범죄 자체는 반드시 단죄받아야 한다. 둘째, 이런 희생양 삼기는 정권의 반동적 본색을 가려 위기를 모면하려는 위기 탈출용 술책이다.


셋째, 아무리 술책이라도 자기 편 털기를 나선 것 자체는 대중의 압력을 두려워하고 의식하기 때문이다.  이 둘을 속죄양 삼으려는 시도는 분노한 촛불이 수만 명 규모로 확산하던 바로 그 시점에 개시됐다. 


박근혜는 CJ를 털면서 경제민주화 시늉마저 포기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려 한다. 전두환을 때리는 것도 반동적 우파 일색인 정권의 부담을 덜어보려는 계산일 것이다. 


사실 유신 적자 전두환은 쫓겨난 박근혜에게 현금과 살 집을 주고,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등을 넘겨주면서 호위호식하도록 배려해주었다. 대신 전두환은 박근혜가 주도한 박정희 추모 행사에 관심을 두지도 후원을 하지도 않았다. 정권 차원의 박정희 찬양도 없었다. 


박근혜가 전두환을 공격한 데에는 은인이자 쿠데타 스승을 저버린 이런 앙금도 작용했을 것이다. 나라 전체가 자기 재산인 듯 살다보니 전두환이 준 돈들도 성에 안 차고 푸대접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이명박은 2007년 살벌한 대선 경선을 치룬 박근혜의 경쟁자였을 뿐아니라 2008년 총선과 2012년 총선에서 서로 공천을 주도하며 상대를 물먹인 사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국정원게이트 등을 통해 정권연장에 서로 합의하고 추진해간 사이다. 


그러므로 어제의 공범을 오늘의 공적으로 만들려는 박근혜의 시도는 모순적이다. 자기 편 해치기가 심하면 박근혜가 의존하는 우파 결집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보기와 달리, 전두환 수사는 이미 수사 개시를 알려주고 시작했다는 게 드러났고, CJ 회장 이재현은 ‘역시나’ 한 달 반 만에 엠블런스를 타고 풀려났다.


CJ와 갈등했던 삼성이나 조중동조차 재벌 회장이 정권의 희생양으로 구속되는 걸 반길 리 없다. 이명박과 전두환도 ‘우리도 박근혜 쪽 비리를 갖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 고문 김대중은 “검찰이 팔 걷고 나선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 환수고, 재벌 기업 때리는 일이고, 원전 등 전 정부 때 공기업 비리 캐는 일이다. 불법 집회나 시위 폭력 정치 등 인기 없거나, 종북 세력 척결 등 ‘골치 아픈’ 일들은 피해 다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게다가 정작 검찰은 정작 정권의 핵심부로 연결될 별장게이트, 국정원게이트 수사는 쥐꼬리 만큼 진실을 밝히고 중단했다. 이 수사들에서 밝혀진 것은 경찰이 애초에 부실 수사를 했다는 것 뿐이다. 


단죄돼야 할 과거가 흐지부지 안 되게 하려면 박근혜를 직접 겨냥하는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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