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화물연대 노동자들
노예, 고통전가, 갈취, 강탈,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이봉주 본부장은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최근 삶을 설명하면서 이런 표현들을 계속 반복했다.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무려 70시간이나 되는데도 평균임금은 1백92만 원에 불과하다. 이조차도 여기서서 기타 비용을 제하면 순수입은 그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월수입조차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3백6만 원)의 62퍼센트 수준이고, 정부가 정한 4인가구 최저생계비(1백49만여 원)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게다가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조 활동이나 산재보험 같은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고통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올해 정부는 다단계 근절이란 명분으로 대형 운송사들이 물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자기 차량으로 운송하도록 한 ‘직접운송의무제’를 도입했다. 직접운송의무제는 대형 운송사에게만 득이 되고 노동자들의 고통은 가중시켰다.
화물 운송을 하려면 면허증 구실을 하는 ‘번호판’이 있어야 하는데, 이 번호판은 운송회사만 소유할 수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그동안 번호판 장사를 하는 ‘페이퍼 컴퍼니’들에 다달이 돈을 주고 번호판을 빌려 일했다. 그 과정에서 번호판 탈취 등 갖가지 중간 갈취를 당해 왔다.
직접운송의무제 도입 이후 물량을 독점한 대형 운송사들은 자신들이 구입해야 할 번호판을 노동자들에게 사 오라고 시켰다. 이들은 위수탁계약을 맺어 물량을 처리해왔기 때문에 자기 회사 소유의 번호판은 별로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호판을 사 와야 일을 주겠다고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번호판 수요가 늘어 가격이 2천만~3천만 원 수준으로 뛰었다고 한다. 1억 원이 넘는 차량을 구입하느라 진 빚을 겨우 갚아 가는 노동자들에게 또 빚질 일이 생긴 것이다. 또 이렇게 해서 넘어간 번호판이 결국은 운송회사의 소유가 되고 만다.
이런 기막힌 현실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안은 무엇일까. 이봉주 본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진짜로 다단계를 없애려면 [운송사가] 자기 차를 가지고 번호판을 자기 돈으로 사서 기사를 직접고용하라는 거죠. 기존 차들에 대해서는 어떤 운송사에 가도 일할 수 있도록 내가 달고 있는 번호판을 나한테 실명제로 전환해 달라는 거예요.”
화물 노동자들이 고통만 당해 온 것은 아니다. 투쟁으로 여러 성과를 쟁취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사장들은 이를 무력화하거나 백지화하는 식으로 보복해 왔다.
2008년 파업으로 화물운송업계의 최저임금제에 해당하는 표준운임제 도입을 약속받았지만, 이명박은 지키지 않았다. 박근혜도 ‘모든 화물차 고속도로 주간 통행료 25퍼센트 할인’이라는 대선 공약을 지킬 생각이 없다.
이런 현실에 맞서 화물연대는 지금 “노동기본권 보장, 직접 강제 있는 표준운임제 법제화, 직접운송의무제 폐지, 번호판 실명제, 고속도로 전차종 전일할인제 도입”을 5대 요구로 내놓고 대규모 집회와 국회 앞 농성 등을 진행해 왔다. 이것은 정말 절실한 요구들이다.
또 파업도 불사한다는 결의로 내년 상반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고무적이게도 철도노조 파업시 물류 대체수송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정한 자본의 탐욕에 맞선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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