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당대회 결과
‘노동 중심성에서의 후퇴’라는 ‘당의 미래’의 지적이 옳다
8월 27일 노동당 당대회에서 당 지도부가 내놓은 혁신안이 모두 통과됐다.
노동당 내 옛 사회당계가 주도한 이 혁신 방향의 성격은 (본지가 당대회 전에 지적했듯이) “반자본주의적 계급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한편, 비노동계급적 사회운동들과의 접점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요약적으로 말해, 좌파적(이지만) 개혁주의적인 성격을 강화한 것이다. (관련 기사: ‘노동당 “혁신”이 가리키는 방향은 어디인가?’)
그 성격을 더 두드러지게 보여 준 “노동당” 당명 변경 안건은 당내 반발로 사전에 폐기됐다.
최근 정세에서 “노동(운동)”의 비중이 사회운동 안에서 낮아졌다거나, 대중의 눈총을 산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성공한 박근혜 퇴진 운동이 1백만 시위로 발전하는 초기 국면에서 철도노조 파업 등 조직 노동자 운동과 좌파의 주도력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노총 전략후보들이 압도적으로 박근혜당을 물리치고 당선한 것이나 올해 대선에서 “노동”을 강조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선전한 것 등도 노동계급의 잠재력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로도, 제국주의적 군비 경쟁과 갈등의 확대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노동계급의 결정적 구실(계급정치)을 좌파가 부차화하는 것은 좌파답지 못하다.
그러므로 당대회 전에 당내 반발로 “노동당” 당명 변경 안건이 사전에 폐기된 것은 다행이다. 당명까지 폐기됐다면 계급정치가 진보·좌파 안에서 지지를 잃어가는 듯한 인상을 줘서 노동운동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대회에서 통과된 혁신안은 여전히 노동운동과의 거리 두기를 함축한다. 이는 당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령, 노동당 노동위원회의 전국운영위원회가 조만간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중단 여부를 논의한다. 노동자연대가 ‘2차가해’ 단체이므로 연대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노동당 여성위원회 등 당내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제기됐다고 한다.
노동자연대와 노동당 노동위 등은 박근혜 퇴진 운동, 최저임금 투쟁 등에서 운동 내 온건파들에 대항해 좌파 공조를 시도해 왔다. 따라서 도덕주의와 종파주의에 따른 연대 중단 요구는 노동당을 노동 중심 좌파 정치로부터 탈피시키려는 시도이다. 당내 페미니스트들은 당명 변경 등 혁신안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노동위원회가 좌파 공조를 가능케 하는 쪽으로 결정하길 바란다.
노동 중심성을 후퇴시킨 당대회 결과를 두고 당 내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당 당내 의견그룹 ‘당의 미래’의 9월 4일 입장문도 그런 사례다.
‘당의 미래’는 통과된 혁신안이 “노동정치의 이념을 부차화”하고 “노동계급이라는 명확한 자기 대중을 부정”함으로써 “[노동]당이 스스로의 책임으로 감당하고 있었던 노동 중심 진보정치의 과제를 더 이상 수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옳게 비판했다.
물론 ‘당의 미래’가 추구하는 노동 중심 기반 진보정치가 혁명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에 기반한 좌파적 사회민주주의 경향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같은 개혁주의라도 노동 중심성이 단순히 용해된 사회운동보다는 노동계급 중심의 정치와 연대를 강조하는 것이 더 필요한 때라는 점에서 ‘당의 미래’의 비판이 일리 있다고 본다.
그런데 ‘당의 미래’가 “기존 진보정당으로부터 노동당으로 이어졌던 노동 중심 진보정치의 연속성은 단절되었[다]”고 평가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노동당‘만’이 노동 중심 진보정치를 대표한다는 식의 주장은, 다른 좌파는 물론 민주노동당, 진보당, 정의당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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