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구속 연장 여부가 이번 주에 결정될 듯하다.
형사소송법상 판결 전 구속은 2개월을 기본으로 두 번 연장할 수 있게 했다. 박근혜가 구속 상태에서 기소된 것이 4월 17일이니 다음 주에 지금의 구속영장은 기한이 만료되는 것이다.
박근혜는 특검 때부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재판이 시작된 후에도 발가락이 다쳤느니 어쩌고 하면서 재판을 지연시켜 왔다. 결국 1심 재판 전에 구속 기간 만료 상황이 온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롯데와 SK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새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심 재판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구속의 이유가 됐던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 등의 사유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속이 연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지시를 받아 각종 범죄들에 가담한 수하들이 구속돼 있는데, 주범을 석방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친박 우파들이 반발하고 있다. 11일 자유당은 의원 총회에서 박근혜의 불구속 재판 요구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실상 당론인 셈이다.
박근혜의 변호사 유영하는 구속 연장 여부를 심사하는 재판부에게 “박 전 대통령은 굶주린 사자가 우글대는 콜로세움 경기장에 피를 흘리며 둘러싸여 있다”거나 “광장의 광기를 막아 달라”는 헛소리를 했다고 한다.
신혜원이라는 자는 최순실의 태블릿PC로 알려진 것은 자기가 쓰던 것으로 최순실 것이 아니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이 태블릿PC를 최순실에게 제공한 청와대 비서관이 최순실의 것이라고 인정했고, 그 PC가 공개된 뒤인 지난해 말 최순실이 직접 “큰일났다”며 대응책을 지시하는 통화 녹취록이 이미 폭로된 바 있다.
“큰일났네. …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 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되고 … [그런 식으로 못하면] 다 죽어.” 최순실의 이 말은 개그맨들의 성대모사로 자주 이용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태블릿PC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권력 농단과 부패, 친기업·반노동 악행 범죄들의 증거물(그것도 수많은 증거의 작은 일부)이지, 범죄 그 자체가 아니다. 박근혜의 권력형 범죄들은 태블릿PC 말고도 각종 문서와 사건, 사람들로 입증돼 왔다.
그러므로 초기부터 나온 태블릿PC 조작설은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을 보는 정도도 아니고) 달을 가리킨 손가락이 잘못됐으니 달도 없다는 식의 본말전도의 궤변에 불과하다. 오로지 명백한 실체적 진실을 사실 공방 문제로 비틀고, 재판을 지연시키며, 박근혜를 무고한 정치적 희생양로 보이게 만들어 지지자들을 묶어 두려는 술책에 불과할 뿐이다.
때맞춰 꼴통 친박인 새누리당 조원진(자유한국당을 탈당해 옛 새누리당 이름을 재활용해 당을 만들어 대표가 됐다)도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열고 박근혜 석방 촉구 단식 쇼를 하고 있다. 박근혜가 무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거짓 정치공작이 대중에게 먹히지도 않는다. 저들은 이명박근혜 시절의 국정원과 국방부를 엄청나게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만에 하나라도 박근혜가 석방되면 우파의 기가 살아날 것이고, 문재인 정부에게는 타격일 것이다. 그러나 (그때문에라도) 박근혜가 실제로 석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익이 박근혜 석방 문제에서 단결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 박근혜 석방론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것이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석방 문제에 법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회피했다. 자유당이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석방 요구를 결의했지만, 당 안에서는 여전히 박근혜 출당이 공공연히 얘기된다.
자유당 대표 홍준표는 “정치적 실패를 사법적으로 묶어 진행하고 있는 재판”이라며 구속 연장에 반대했지만, 박근혜 출당론의 당사자가 바로 홍준표다. 바른당과 자유당 내 각 통합파들 사이에서도 출당 문제가 쟁점이다. 바른당 유승민은 박근혜가 출당돼도 재결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등이 “정치 보복”이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박근혜 구하기보다는 자신들 구하기 목적이 더 클 것이다. (도긴개긴 개싸움 식으로) 프레임을 왜곡해 구 여권을 향한 검찰 수사 등 예봉을 피하고 촛불 이후 약화된 우파의 입지를 회복해 보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우파의 눈치를 잔뜩 보고 있고, 이 때문에 우파의 기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사회적 대화 방식으로 노동계 양보를 얻기가 어려워지면, 경제(노동) 문제에서도 우파와 다를 바 없이 행동할 것이다. 우파는 더 신나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구 여권 (적폐) 청산이라는 촛불의 과제도 문재인 정부에 기댈 게 아니라, 노동운동이 독자적 투쟁을 수행하면서 제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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