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사측의 성과연봉제 강행 시도에 맞서는 금융노조

9·23 총파업은 정당하다



<노동자 연대> 180호 | 발행 2016-08-31 | 입력 2016-08-3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시도에 맞서 9월 23일 하루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민간금융기관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행장들이 주도해 금융노조와의 산별 임단협 교섭을 파탄냈다. 8월 26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소속의 23개 기관이 모여 탈퇴를 결의한 것이다.


사측이 밝힌 탈퇴 이유는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를 강제로 도입하고 총파업을 방해하기 위해 금융노조 각 지부별로 각개격파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이 단체는 산별 임단협 교섭의 ‘제도화’(정착)를 위해 2010년 노사 합의로 만든 사용자측 연합이다. 34개 기관이었으나 올 봄에 금융공기업 7곳이 탈퇴해 27곳이 남아 있었다.


지난 3월 금융공기업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이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후 한 일을 보면, 사측 도발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공기업 사측은 정부가 정한 성과연봉제 도입 공기업 가이드라인 시한에 맞추려고 대대적인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


노조와 합의를 추진하는 대신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하는 동의서를 직원 개개인들에게 받아내려 한 것이다. 승진, 인사고과, 인간관계, 왕따 등을 이용한 협박이 가해졌다. 그 과정이 어찌나 강압적이고 모욕적이었는지 산업은행 한 노동자는 “정신적 강간”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치욕”, “모멸”, “희롱”, “부담”, “당혹”으로 묘사했고 “솔직히 .. 너무 무서워요. ㅠㅠ” 라고도 했다. “일제시대”, “유신”, “공산주의”에 비유하는 직원들도 있었다.(《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 인권유린 행위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


그 금융공기업 일곱 곳의 CEO 연봉이 최소 2억 5천만 원을 넘고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각각 3억 7천, 3억 6천만 원이 넘는다.(기본급은 다들 비슷해 2억 원가량이다.) 시중은행 행장들은 이보다 연봉이 훨씬 더 세다. 연봉은 물론이고 ‘지성과 품위’를 갖춘 최고 엘리트 행세를 하던 금융권 CEO들이 노동자 임금을 쥐어짜는 데선 먼지 풀풀 날리는 그 옛날 구로나 청계천의 배불뚝이 사장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심지어 노조가 그런 행위의 부당성을 입증하려고 찬반투표를 해 압도적으로 반대가 나왔는데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켜 버렸다. 노동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 직원 과반이 노조로 조직돼 있으면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이다.


더민주당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자산관리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자신들의 행동이 대법원까지 갈 불법(의 소지가 분명한) 행동이라는 걸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직원 개개인들부터 지부 집행부에게까지 가해진 전방위적 압박은 일부 취약한 공기업 지부를 흔들었다. 한국감정원지부는 집행부가 총사퇴해야 했고, 주택금융공사지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하고는 금융노조를 (징계 직전에) 탈퇴했다.


원칙


정권과 사측이 그렇게까지 막무가내인 것은 세계경제가 언제 금융 위기에 처할지 모르니 미리 임금을 낮추고 인력 감축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놓으려는 것이다. 정부와 사측은 노조의 반대를 고려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사측의 부당한 탄압에도 금융노조와 노동자들이 단호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힘을 보여 줘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조합원들의 분노는 커져 왔다. 금융노조와 대부분의 지부도 지금껏 성과연봉제 반대라는 원칙을 지켜 왔다.

금융노조는 노동절과 6월 18일에 수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로 정권과 사측에 항의했다. 지부별로 사측을 고소하기도 했다. 휴가 중인데도 87퍼센트가 참가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95.7퍼센트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9월 10일에는 전 지부 합동대의원대회를 열고 9월 23일에 하루 총파업을 할 계획이다. 금융노조는 파업에 각 지부별 90퍼센트 이상 참가 지침을 내리는 등 총력 동원을 선언했다.


조합원들이 집회에 대거 참가하고 파업 지지가 높은 것은 성과주의의 폐해를 경험으로 이미 알기 때문이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대량 감원 폭탄을 맞았던 금융 산업은 20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그리고 어느 정도 후에는 금융회사들 스스로 경쟁체제를 강화해 왔다.


△단결 투쟁 사측이 산별 교섭을 거부한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조승진


은행 간 실적·비용 경쟁이 심화하면, 경쟁적 인력 감축, 직원 간 경쟁과 실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이는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과다 대출이나 불완전판매 같은 금융 사고 등을 초래하기 십상이다.(2008년 ELS 펀드 사태 등) 이런 배경에서 성과연봉제도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집단성과급이나 비조합원 상위직급부터 개별성과급을 도입하는 형태로 조금씩 도입돼 왔다.


그래서 오후 4시에 영업점 철문을 내려도 해피콜이니 뭐니 하면서 개별 영업 행위를 해야 하고, 줄어든 인력 탓에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해야 한다. 대략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빨라도 저녁 9시가 넘어야 퇴근을 하니, 성과 경쟁의 스트레스 속에서 적어도 하루 열두 시간을 직장에 잡혀 있는 셈이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성과연봉제가 무엇을 뜻할지는 뻔한 일이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 그것을 조금이라도 막는 것은 집단적 투쟁뿐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두드러졌던 시중은행들의 전면 파업들은 더한층의 구조조정을 막는 효과를 내 왔다.


올 봄 공기업 인권유린 행위들이 벌어질 때, 조합원들은 노조에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장난 아님. 점거농성이라도 해야 투쟁의 힘 받지 무너질 듯”, “개개인의 히스토리를 모두 들고 있는 인사팀 직원과 독대하면 여기서 버틸 수 있는 사람 몇 안 됩니다. 꼭 와 주세요” 하며 도움을 요구했다.


이런 메시지를 보면, 당시 금융노조와 지부들이 더 강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측 압력에 개별로 노출되면 노동자들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지부 집행부가 찬반투표에 패배한 것도 집행부 자신이 원장에게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바람에 사측의 입김이 더 먹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사측의 교섭 해태는 이미 예상했다며, 그럼에도 파업 조직화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한 산업의 노동자들이 동시에 일을 멈추는 파업은 확실히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9월 하루로 안 되면, 10월 파업 등 계속 파업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시중은행 행장들의 집단적인 교섭 거부는 역으로 총파업 성공의 관건이 시중은행에 있음을 보여 준다. 시중은행 빅4(국민, 우리, 하나/외환, 신한)와 NH농협, 기업은행 등 대형 지부들이 파업을 제대로 조직해 전국의 점포 수천 곳이 영업을 하지 못한다면, 노동운동 전체를 고무할 수 있다. 금융노조와 지부들은 정권과 사측의 이간질에 넘어가지 말고 약속대로 총파업 조직화에 매진해야 한다.


아울러, 공동 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노조들이 투쟁을 단호하게 조직해서 양 노총의 투쟁이 서로를 고무한다면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개별 교섭 압박에 넘어가지 말고 파업 건설에 집중해야


 


금융산별에 속한 사측의 행보를 보면, ‘공공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계획대로 움직여 왔음을 알 수 있다. 한통속인 것이다.


막강한 권한의 금융위원회가 성과연봉제 도입의 선봉장이다. 상반기에 금융공기업을 직접 압박하던 금융위원장 임종룡은 하반기에는 은행연합회를 통한 가이드라인 발표 등으로 민간 시중은행을 압박해 왔다.


더민주당 조사에서 공개된 자산관리공사의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회사와 노조가 합의를 해야 하는 안이지 않습니까?” 하는 질문에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사회에서 개정안 또는 정부 권고안을 의결해야 할 필요성,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 “정부는 조기 도입기관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도입이 부진한 기관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즉 불법인 줄 알지만, 일단 정부 요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회의 내용인 것이다.


노동부는 4월에 노조의 동의 없이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지침을 내렸다. 7월말에는 정부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악해 성과연봉제 도입의 길을 열었다. 그러자 시중은행 사용자들은 법에 맞춰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총파업이 관건


금융노조는 시행령이 임직원을 ‘임원과 금융투자업무담당자’로 규정하면서도 오직 성과보수 지급대상에서만 대상을 ‘전체 임직원’으로 확대했다고 정부의 꼼수를 지적했다.


애초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경영진의 지나친 성과 보수가 금융 불안정을 높이는 걸 막으려는 취지의 법이다. 모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시행령 개악을 한 것이다. 물론 너무 명백한 무리수라서 임종룡조차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해당 시행령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규정이 아니며, 성과연봉제는 노동법에 따른 노사 합의 사안이라고 답해야 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 경영진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면서 정부의 조처를 이용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법의 명령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었다. 정부와 사측이 한통속이라는 것은 산별로, 양대노총 연대투쟁으로 맞서는 것이 더 효과적인 이유가 된다.


이제 사측은 개별 동의서, 불법 이사회, 개별 집행부 회유 등 온갖 공작을 벌일 것이다. 특히 이런 압박은 파업 전에 집중될 것이다. 9·23 총파업이 무력화되면 성과연봉제 반대 투쟁의 구심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은 지금껏 그랬듯이 개별 교섭에 절대 응하지 말고 오로지 산별 총파업 건설에 복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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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강요

정부 협박에 위축되지 말고 단호하게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74호 | 입력 2016-05-18



4월 말 박근혜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뒤, 곳곳에서 무법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총선 참패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기대를 ‘배신한’ 그 결과를 뒤집겠다는 뜻이다. 총선 결과로 고무된 노동자들이 기대감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쟁점을 부각해야 자기 계급을 단속해 레임덕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통치 전술이 총선 참패의 큰 요인이 됐음도 봐야 한다. 기층의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부문 노조 지도자들은 6월 18일 10만 노동자대회를 열고 9월 총파업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저항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박근혜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 얘기를 꺼내 들었지만, 그런 구조조정은 지배계급 안에서도 분열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정작 그 문제에는 조심스러운 대신 임금 개악에는 앞뒤 안 재고 달려들고 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나? 한 금융공기업에서 노동자들을 줄 세우고 성과연봉제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나 고용안정 수준이 높은 공기업 노동자들을 ‘철밥통’으로 몰아붙이면 여론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봤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와 기업주들은 상반기에 공무원, 공기업 부분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성공하면 내친김에 민간 대기업, 은행들로도 이를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근혜도 5월 13일 야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성과연봉제를] 공공기관에서 도입해야 민간으로도 전파된다”며 속셈을 분명히 드러냈다.


노동자들도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 등 노동 개악의 일부로서 노동자의 처지를 크게 불안하게 할 것을 안다. 5월 1일 노동절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나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에서는 ‘해고(노예) 연봉제 철회’라는 구호가 인기를 끌었다.


종합해서 보면, 최근 공공부문 사측의 무리수는 정부의 의지가 강해서만이 아니라 노조가 쉽게 양보할 태세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노조 소속 공기업지부들이 교섭권은 산별노조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개별 교섭을 거부하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저항을 시작한 것이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과 임금체계 개악이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을 줄이려는 목적인 만큼 먼저 맞붙게 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1차 저지선 구실을 해야 한다. 나머지 노동자들이 이 투쟁들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 점에서 노동운동 일각에서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을 지지하길 꺼리는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운동의 심각한 약점이 될 수 있다.


공기업 경영진들과 정부의 억지와 위선


금융산업을 총괄 지휘하는 금융위원장 임종룡도 금융공기업 노사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올초 이 기업들 경영진들은 산별교섭을 위한 금융사용자협의회에서 일방 탈퇴했다. 개별 협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는 금융위의 종용이 배경이었음이 일부 드러났다. 임종룡은 5월 10일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또 성과연봉제를 닦달했다.


임종룡은 “금융 공공기관은 대표적인 고임금 구조 …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수가 필요하다"는 비난도 했다. 노동부장관 이기권도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는 정부의 보호와 지원으로 상위 10퍼센트의 임금 … 정년 연장의 최대 수혜자”라고 장단을 맞췄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금융을 수행한 대가로 이 노동자들이 그 유탄을 맞고 고통을 겪어 온 일은 말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일은 줄지 않은데 사람이 줄어서 금융권 전체가 연평균 2천5백 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에 시달린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책금융 등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업무 성과를 어떻게 개별로 매길 수 있을까? 시중은행에서도 성과 압박은 오히려 부실 대출을 늘리는 등 부작용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한술 더 떠 이기권은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동의권 남용”이라고까지 얘기했다. 노조가 노동자의 이익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시키는 대로 하라’)는 오만하고 역겨운 발상이다. 결국 ‘노조가 동의 안 해 준다고 성과연봉제 강행을 기권하지 마라’고 독려한 셈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94조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임종룡, 이기권이 임금이 너무 높으니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 것은 명백히 노동조건의 불리한 변경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므로 노조 동의가 없어도 된다는 것은 ‘지배하는 힘이 곧 정의’라는 궤변일 뿐이다.


이처럼 부패한 특권층다운 언사들로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공공부문 현장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개입한 결과, 곳곳에서 인권까지 유린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5월 13일 직원들이 죄인처럼 서서 추궁당하는 장면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회사 간부가 성과연봉제에 찬성하는 개별 동의서를 내지 않은 직원들을 불러서 협박하는 모습을 노조 간부가 긴급 출동해 찍은 것이다. 알고 보니 산업은행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작태들 때문에 애초 성과연봉제는 찬반조차 물을 필요가 없다고 했던 금융노조 공기업지부들은 신속히 조합원 찬반투표를 조직해야 했다. 주택금융공사지부가 85.1퍼센트, 기술보증기금지부에서는 98.57퍼센트,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도 90.2퍼센트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성과연봉제에 반대했다. 산업은행지부에서도 94.8퍼센트가 반대했다. 노조 위원장의 독단적 배신에 당해 버린 예금보험공사노조(상급단체 없음)도 애초 조합원 전체 투표에서는 62.7퍼센트가 반대했었다.


자산관리공사에서는 사측이 직원 76퍼센트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곧바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80.4퍼센트가 성과연봉제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사측은 5월 10일에 동의서 결과를 근거로 취업규칙 변경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노조는 당연히 이를 부산지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다만 성과연봉제 관철이 어려워서 사퇴하겠다는 최고 경영자를 설득하려다가 뒤통수를 맞고(사측이 기습적으로 사퇴를 걸고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조합원 총회를 소집하려 함) 오히려 노조의 동력을 약화시킨 금융노조 한국감정원지부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지금 국면에서는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다거나 속마음은 다르겠지 하는 식의 생각을 조금치도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지부 집행부는 총사퇴했고 현재 선거를 준비 중이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은행 성과연봉제가 무슨 상관?


임종룡은 5월 10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 두 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이 절실한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 구실을 해야 하고 수출입은행은 현대중공업에 가장 많은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이다. 그런데 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4조 원 규모나 되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추가 지원을 결정한 것은 청와대와 금융위였다.


자신들의 결정 때문에 부실 채권 문제가 더 커진 것인데도, 정부가 그 책임을 노동자들의 임금에 전가하려는 것은 파렴치하다. 더구나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다루는 국면에서 사실상 정부의 개입 수단이 될 두 은행을 성과연봉제 문제로 옭아매는 것은 행여나 있을 반발을 잠재울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의 결과적인 책임마저 엉뚱하게 금융공공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치졸한 꼼수다. 그리고 경제 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고통전가 책략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나 자금 지원과 해당 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끼리 반목하게 만들려는 비열한 술책을 중단해야 한다.(글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산업은행 사측이 금융위의 자본 확충 협박을 핑계로 노조를 무시하고 확대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총력 저항을 다짐한 금융노동자들


5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KBS스포츠월드 체육관에는 전국에서 모인 금융노조 공기업지부 8곳(금융위원회 산하 7곳, 국토교통부 산하 2곳 중 집행부가 총사퇴한 한국감정원지부를 제외한 8곳) 대의원들과 시중은행지부 상임간부들 1천여 명이 모여서 9월 파업을 공식 결정했다.


△1천여 명이 모여 9월 파업을 결정했다 5월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 ⓒ사진 제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이날 참가한 대의원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연설을 경청하고 구호를 외쳤다. 대부분 젊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금융노조 투쟁을 경험하진 못했겠으나, 새롭게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는 세대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기업은행장에게 항의 면담을 갔더니 사측이 은행장실이 있는 층 전체의 방화벽, 철문 등을 모두 내리고 막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는 어떻게든 상반기에 공기업을 해치우고 올해 안에 민간 은행들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한다면서, 9월 파업에 이어 2차, 3차 파업도 실행하자고 했다.


한 공기업지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퇴출을 통한 일자리 돌려막기를 일자리 창출이라 부른다’고 성토했다. 모든 대표자들이 결사 반대를 약속했다.


최근 금융노조는 4월부터 기업은행, 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지부들을 순회하며 결의대회를 해 왔다. 이 순회 결의대회에 근무 중인데도 수백 명이 참석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2천 명이 넘게 모이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6월 18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대회(서울 여의도 예정)에는 역대 최대로 참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한국노총이 최초로 서울 도심에서 노동절 집회를 열었을 때 금융노조는 2만여 명이 참가해 분노가 차오르고 있음도 보여 줬다.


물론, 5월 안에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정부와 사측이 협박을 하는 마당에 9월 파업은 늦어 보인다. 아무래도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큰 듯하고, 사측의 불법 무리수가 법원에서 불인정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는 듯하다. 한편에서는 불만은 크지만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 경험이 많지 않고 지도부가 철밥통론에 맞서 파업 같은 수단을 과감히 사용할 자신감이 높지 않은 듯도 보인다. 그래서 선도적으로 공공부문의 투쟁을 이끌기보다 시중은행 지부들까지 포함해 합법파업을 하려는 소극적 생각에서 파업 시점을 9월로 잡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측의 교섭 거부로 낸 쟁의조정신청에 중앙노동위원회가 성실교섭을 권고하는 행정지도 결론을 낸 것(16일)에서 보듯 저들만큼이나 우리도 투쟁 상황이 뜻대로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이 노조 반대에도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강행을 결정했다.(기업은행도 성과연봉제(안)을 사내망에 공개했다.)


만일 효과적으로 저항하지 못해 성과연봉제가 지난해 임금피크제 때처럼 어이없게 도입되면 나머지 노동 개악의 현장 관철도 더 쉬워질 것이다. 따라서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파업을 앞당긴다는 태세를 갖추려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층의 전투성을 드높일 투쟁들을 늘려가야 한다. 시중은행 지부들도 행여라도 방심하지 말고, 6월 18일 집회에 최대로 힘을 집중하는 등 지금부터 투쟁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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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노동자들이 투기자본 배불리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하나금융지주회사의 인수합병 시도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각주:1]는 1인 시위 등 대국민 홍보, 금융위 앞 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 인수 반대 1백만 인 서명운동에는 (12월 31일 현재) 8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각주:2].



하나금융의 인수 시도가 지금 외환은행의 소유주인 론스타의 ‘먹튀’ 행각을 도울 뿐이라는 금융노조와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최근 드러났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대가로 론스타에게 약 4조 7천억 원을 주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허위라는 게 밝혀진 것이다. 론스타가 내야 할 세금을 미리 내주고, 연말 배당액을 보장해 주는 등 실제 가격은 6조 원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각주:3]

그런데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과정부터 불법과 특혜 의혹을 받아 왔다.

최근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석동은 당시 론스타의 인수 자격 심사를 날림으로 하고 “생각보다 빨리 처리돼서 ‘도장값’이 비싸야 될 텐데” 하고 말한 바 있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게 해 줬으니 그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더러운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각주:4]. 

하나금융이 무리한 차입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론스타만 배불리는 반면, 자칫 두 은행이 모두 부실해져 죄없는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이라는 덤터기를 쓸 우려가 크다.

그래서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원회에 하나금융의 인수 허가 신청을 반려하고,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심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한다[각주:5].


우리는 이를 지지한다.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되면 하나금융의 인수 시도는 일단 무산될 것이다.

그러나 ‘먹고 튀려는’ 론스타에게는 별 타격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론스타는 이미 대량 해고와 주각 조작 등으로 주가를 올려 주식 배당액 약 1조 원을 챙겼고, 보유 주식은 제값 받고 팔면 그만이다[각주:6]. 오히려 그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또 다른 투기자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여전히 론스타 지분을 몰수하자는 주장이 필요하다[각주:7]. 대법원이 외환은행 매각 책임자인 변양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론스타 자체가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각주:8]. 무엇보다 비리 공직자에게 “선의의 정책적 판단” 운운하는 엉터리 판결을 순순히 인정해선 안 된다.

외환은행 인수 과정의 론스타게이트, 그 뒤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정리해고[각주:9], 탈세와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모든 악행들을 다시 조사하고 단죄해야 한다.

론스타의 ‘먹튀’ 단죄와 외환은행의 국유화[각주:10]를 요구하면서 싸워야 한다.


※ 이 글은 다듬고 축약해 <레프트21> 48호에 실렸습니다. 여기에는 각주 형식으로 기사에 대한 보충 설명을 담았습니다. 기사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9090





  1. 정확하게는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본문으로]
  2. 이명박의 동기 김승유가 회장으로 있는 하나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도 특혜 시비가 일고 있고, 론스타가 6조 원을 더 받아 먹튀에 성공한다는 것도 공분의 대상이다. 이것은 확실히 우리 사회의 ‘정의’에 관한 문제다. 이처럼 큰 규모로 빠르게 서명이 확산한 것은 지난 해 부각된 ‘정의’ 신드롬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막대한 빚을 지려고 한다. 여기에는 칼라일 같은 국제 투기자본들도 돈을 대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부실하다는 소문이 난 하나은행에 우려의 시선이 더 커지는 이유다. [본문으로]
  4. 당시 의혹의 핵심은 사모펀드인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대주주(소유주) 자격을 주려고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론스타와 재경부 관료, 검찰, 김&장 등이 검은 커넥션을 이루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본문으로]
  5. 심사만이 아니라 박탈하라고 직접 요구하는 것이 더 분명할 것이다. [본문으로]
  6. 금융위원회의 적격 심사로 대주주(소유주) 자격을 박탈당하면 강제지분매각명령을 받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6개월 안에 보유한 주식을 팔라는 명령이다. 이때 대주주 자격이 없으므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받진 못하겠지만 시가로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본문으로]
  7. 론스타게이트를 밝혀내 애초의 인수 과정을 원인 무효로 하면 몰수가 가능할 것이다. 이는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이 중심이 돼 줄기차게 요구해 온 바다. [본문으로]
  8. 황당하게도 론스타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외환은행지부는 그래서 론스타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본문으로]
  9. 최근 국민은행 사측이 노사 합의를 깨고 성과본부라는 걸 만들어 인력 구조조정 수단으로 만들려 하는데, 이 방식의 원조가 론스타의 외환은행이다. 외환카드는 외환은행 주가를 높이려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으로 합병했는데, 그 뒤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등 구조조정을 위해 악랄한 탄압을 했다. [본문으로]
  10. 론스타 지분의 국가 몰수는 자동으로 국유화를 뜻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노동자들을 워낙 갈구는데다가, 관치금융의 기억이 있어서 은행 노동자들로선 껄끄럽겠지만 어차피 투기자본을 등에 업은 다른 은행에 매각되면 고용불안의 위험은 국유화로 가는 것보다 더 심각해 질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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