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의 흔적을 지우려는 박근혜의 도발
박근혜가 지방선거가 끝나기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이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박근혜는 지배계급의 정치ㆍ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여권이 패배한 선거 결과를 무시하기로 결심한 듯하다.
박근혜는 6월 10일 의료민영화 조처를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이 아니라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척 시늉하기도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효과를 국민들이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지속하라고 독려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계획도 같은 날 발표했다.
역시 같은 날 철도공사는 민영화 반대 파업과 1인 승무 저지 투쟁 등을 이유로 1백95명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철도 민영화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세월호 참사에 항의하러 청와대 앞으로 가려던 행진을 원천 봉쇄하더니 결국 69명을 연행했다. 일부에겐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11일에는 경남 밀양에서 고압 송전탑 공사 강행을 위해 경찰 폭력을 휘둘렀다. 대부분 70대인 어르신들, 수녀 등 신체적 약자들 수십 명을 끌어내려고 남성 경찰 2천여 명을 동원했다.
이런 조처들을 상징적으로 모아서 보여 준 것은 극우 논객을 국무총리 후보에, 공작정치 전문가를 국가정보원장 후보에 지명한 일이었다. 연이어 발표한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개편에서는 강경 신자유주의자들과 공안검사 출신이 중용됐다.
그러나 박근혜는 정치적 난관에 봉착해 있다
민영화, 규제 완화, 저질 일자리 확대, 복지 삭감, 노동운동 탄압 등은 박근혜 정부의 존재 이유다. 그것이 경제 위기 속에서 우파 지배자들이 똘똘 뭉쳐 박근혜를 지지ㆍ지원한 이유다.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가 언제 한국 경제를 덮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들의 조급함은 더 커져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약화도 미국 중심의 정치·경제·군사 질서 속에서 경쟁력 향상을 추구해 왔던 한국 지배자들에게 당황스런 상황이다.)
최근 김용판(국가기관 대선 개입) 무죄 판결이나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직 박탈 대법원 판결은 이런(위기감에 따른 조급함과 신경질적 여론 단속) 지배계급의 정서가 부분적으로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선동 의원의 의원직 박탈한 대법원을 규탄한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민일영)가 6월 12일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2011년 11월 새누리당이 한미FTA 국회 비준을 폭력적으로 통과시키려 할 때 국회의장석에 최루탄을 터뜨린 일이 유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FTA는 기업주들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자와 민중의 권리를 제약하는 친기업ㆍ반노동 협약이다. 그것은 농촌 구조조정도 획책한다.
따라서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의 지지를 받아 당선한 진보정당의 의원이 한미FTA를 막겠다고 행동한 것은 정당한 일이다. 또한 그것은 상징적 퍼포먼스 수준의 행동이었다.
살인ㆍ폭력 진압이라면 뒤지지 않는 이 나라 통치자들이 이 정도를 두고 ‘무법천지’ 운운하며 의원직을 박탈한 것은 가증스럽고 짜증나는 일이다.
KBS 파업 승리
그런데 이런 고통전가 드라이브가 여태 본격 시동을 걸지 못한 것은 조직된 노동운동이 버티며 저항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기업 규제 완화를 말하면서 한 말, ‘쳐부술 원수’는 본질적으로 조직노동운동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근혜의 공세는 선거를 의식해 미뤄 오거나 저항 때문에 지연돼 온 우파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이제는 실행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선거 승리에 따른 자신감 때문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박근혜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 같은 노동계급 전반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쟁점에서는 노골적으로 우파적으로 나오질 못한다.
선거 다음 날 의결된 KBS 이사회의 길환영 해임제청안에 박근혜는 군소리 없이 서명했다. 새누리당은 유가족의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요구를 말로는 수용한 상태다.
KBS 파업 승리는 벌써 효과를 냈다. 은 11일 “일제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창극의 과거 교회 강연을 특종 보도했다. 밀양 진압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런 현상들은 (공세로 가려는) 박근혜의 앞길에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난관이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아래로부터의 도전이 거세지면, 집권당 내분이 조기에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문창극 망언 보도 이후, 각계 여론은 물론 집권당 안에서도 총리 후보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와 세월호 선원 재판이 시작된 것도 정부에겐 부담이다.
노동운동이 작업장과 거리에서 저항에 앞장서자
보건의료, 철도, 공공부문 노조들이 박근혜의 신자유주의 공격에 맞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금속노조도 통상임금 등으로 임단투를 준비하고 있다. 새물결인 삼성전자서비스, 케이블방송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투쟁에 나서고 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의 주 동력도 조직 노동자들이었다. 작업장 투쟁들과 세월호 참사 항의가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처럼 경제 위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직 노동자들과 싸워야 하므로 박근혜는 강성 우파, 신자유주의, 친박 등의 세박자 코드 인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박근혜와 맞서는 데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할 세력은 역시 조직 노동자들이다. 노동운동 스스로 자신의 힘을 총동원해 박근혜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드라이브에 맞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1996년 김영삼 정부처럼 노동계급 전반을 동시에 공격하다가는 일반화된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때처럼 지배계급이 대처 방법을 놓고 분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이 제대로 저항 태세를 갖춘다면, 박근혜는 칼자루를 쥔 게 아니라, 칼날 위에 선 처지가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통치자들에 대한 계급적 분노를 끌어올린 지금, 노동운동은 노동계급 고유의 (즉, 착취에 저항하는) 방법을 사용해 싸워야 한다. 즉, 자본주의적 우선순위와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노동계급 고유의 경제적 힘을 발휘하는 투쟁(파업)을 벌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 같은 계급 문제도 적극 항의해야 한다. 6월 말 총궐기가 하루 행동에 그치지 않고 노동계급의 파업에 기반한 투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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