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백 일과 여야 특별법 제정

진실 규명 요구와 투쟁은 왜 중요한가


<노동자 연대> 137호 | 발행 2014-11-10 | 입력 2014-11-08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은 피해자들이 단지 운이 없어 비극을 당한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 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낳은 이윤 경쟁 시스템의 잔혹하고 부패하며 무책임한 실상을 파헤치는 것은 사회를 바꿔 안전 사회를 만들자는 투쟁에 정당성을 입증해 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런 참사가 필연적이라는 것, 즉 “돈보다 생명”인 사회를 위해서는 사회 운영의 우선순위를 놓고 노동 대중이 단결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이런 참사의 반복이 필연적이더라도 그 빈도는 낮출 수 있다. 성역 없이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그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수사권ㆍ기소권


그러므로 새로 설치될 진상 규명 기구를 압박하며 진실을 더 많이 규명하려고 싸우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지난 반년간 증명됐듯이, 진상 규명은 노동계급과 그 자녀들을 생죽음으로 몰고 가고, 구조를 외면한 이윤 경쟁 체제의 기득권 집단과 싸우는 문제다체제의 수혜자ㆍ수호자 집단은 자신들의 치부가 온전히 드러나도록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본회의 표결시 위헌 운운한 새누리당 하태경의 발언을 보라.)


그러는 한편, 특별조사위가 한계에 봉착할 경우에 대비해 애초의 수사권ㆍ기소권 포함 특별법 요구를 유지해야 한다.


특별법 투쟁을 넘어 안전 사회로?



일부 좌파가 특별법 투쟁 때문에 안전 이슈가 주목받지 못했다는 식으로 양자택일식 주장을 펴는 것은 일면적이다.


물론 “이윤 앞에 안전이 희생되는” 구조가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와 동시에 제대로 된 특별법을 통해 그 구조를 이루는 인간 집단들이 참사에 어떻게 연루됐고 영향을 미쳤는지 파헤치는 것이 결코 구조적 대안 마련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진상 규명 투쟁 중에 ‘제2의 세월호를 막자’를 막자고 호소한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이 2백만여 명의 지지 서명을 받은 것도 둘이 대립되지 않았다는 간접 증거다.


무엇보다 현실에서 특별법 투쟁은 참사 주범의 하나인 정부와 싸우는 핵심 전투였다. 그 상황에서 ‘특별법을 넘어 안전사회로’를 주장하는 것은 이런 전장을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특별법 투쟁 국면을 정리하고 싶어 한 온건파 리더들을 돕는 것으로 귀결되기 십상이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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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에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거리로도 나와야 한다




이윤이 창출되고 분배되는 산업 현장에서 투사들이 팔짱 끼고 있을 수만은 없다.


5월 28일에 일어난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방화 사건은 시사적이다. 사망자만 1백92명이 발생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사건이었다.


달랐던 것은 비상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한 노동자들의 존재였다.


마침 현장에 있던 서울메트로 노동자가 신속하게 초기 화재를 진압했다. 상황을 파악한 기관사와 도곡역 역무 노동자들 역시 일사분란하게 상하행 열차 운행을 중지시키고 안내방송을 하며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반면, 2003년 대구에선 기관사의 미숙한 대처뿐 아니라 서로 보완해 상황에 대처할 인원 자체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 사례는 평소에 작업장을 잘 파악하고 있고, 효과적인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충실히 훈련한 노동자들이 충분히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


이런 조건에서는 아무리 못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각종 민영화 중단과 작업장 안전 확보, 인력 충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 필요하다.


이런 요구들을 내놓고 각 작업장에서 싸우는 노동자 투쟁이 소중한 이유다. 물론 이런 투쟁은 거리의 항의와 병행돼야 한다.



노동자 투쟁이라는 대안이 추상적인가



세월호 참사가 던진 자본주의 체제의 우선순위 문제는 그동안 “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안전”을 외쳐 온 노동자운동의 정당성과 보편성을 보여 줬다.


노동운동이 주력해 온 철도와 의료 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철폐, 작업장 안전 등은 보통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과 떨어져 있지 않다. 이런 요구들은 모두 이윤 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것들이다.


노동자들의 이런 요구들은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대변한다. 예컨대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의료 민영화를 막아 내고 일자리를 지켰을 때 공공의료를 방어할 수 있고, 화물 노동자들은 적정 운송료를 보장받을 때 과적, 과속의 위험으로부터 공공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러려면, 거리 집회에 참가해 항의할 뿐 아니라 작업장에서 노동계급 고유의 투쟁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정치 위기를 심화시키고 이윤 우선 정책을 후퇴시킬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여러 진보정당들이 이런저런 안전 규제 강화 정책을 6ㆍ4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대부분 필요한 것들이다.


문제는 그것을 실현할 진짜 힘을 가진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에 바탕을 두는 것이다.



추모와 항의가 정치적이면 안 되는가



정부와 우파는 세월호 참사 항의 시위에 정권 퇴진 구호가 나오거나 노동운동이 참여하는 것을 두고 불순한 의도로 추모 분위기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 (조직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노동계급의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듯이, 안전 문제조차도 계급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다. 이윤 체제인 자본주의가 낳은 참극이기 때문이다. 


노동계급과 가난한 대중에게는 이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높고, 사고가 나면 구조를 못 받을 확률도 높다. 자원을 어디에 먼저 더 많이 배분할지는 노동계급에게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세월호 참사로 이윤 지상주의 시스템이 정당하냐라는 사회적 물음이 제기됐다.


이런 이유로 한국 사회의 지배자들인 대통령과 재벌, 고위 관료, 집권당(부차적으로는 제1야당도)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안 듣거나 듣는 척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사회 운영 시스템에 도전해야 하고, 진상을 파헤쳐 기업들과 박근혜 정부의 관련자들과 구호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윤을 우선해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 의식과 운동, 조직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야말로 박근혜와 우파에겐 재앙이다. 그래서 항의자들을 이간시키려는 것이다. 조삼모사식 행정 조직 개편이나 특정 제도 찬반 같은 문제로 공적인 논쟁을 제약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주범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위선과 뻔뻔함을 자칫 용인해 줄 수 있다. 


우파의 협박에 위축돼, 진실을 외면한다면 계속해서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수십 년간 반복돼 온 대형 사고들이 그 증거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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