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국방부의 “대남 심리전 콜라보”
박근혜 적폐 길 닦은 이명박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의 사이버사령부도 국가정보원과 거의 한몸처럼 여론·정치 공작에 나섰다는 증거들이 속속 폭로되고 있다.
사이버사령부의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댓글 달기 등 과제를 주고 성과 수당을 준 것이 국정원인 게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추석 연휴 직전에는 군이 참여한 여론 공작 행위가 단지 사이버사령부만이 아니라 국방부 차원에서 지휘된 것이었고, 국방부는 청와대에 이 문제를 보고하고 있었다는 것이 폭로됐다. 또한 그 공작의 타격 대상에 이상돈 교수 같은 우파 지식인까지 포함될 정도로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농단적이었음도 드러나고 있다.
26일에는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 확대를 추진하는 2012년 문서에 그 목표가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명시돼 있었음이 폭로됐다. 이는 국방부장관 김관진이 결재한 문서다(민주당 이철희 의원실). 실제로 이 시기에 요원이 늘었고 그 요원들은 일반적 절차와 달리 국방대학교가 아니라 기무부대에서 채용 후 교육을 이수했다.
27일에는 사이버사령부의 530심리전단장으로 댓글 공작을 지휘했다가 2014년에 수사를 받게 된 이태하가 당시(2014년) 사령관 옥도경에게 항변하는 통화 녹취록이 JTBC 〈뉴스룸〉에서 폭로됐다. “장관이 시킨 거”, “장관에게 우리 업무를 보고했고, 잘한다고 표창까지 주지 않았느냐.”
28일에는 여론 조작 공작 당시 국방부장관이던 김관진이 이명박에게 사이버사령부의 활동을 보고했고, 그래서 최근 검찰이 김관진을 출국금지시켰다는 게 보도됐다(CBS 〈노컷뉴스〉).
10월 9일에는 고려대가 박근혜 시절에 사이버사령부와 계약을 맺고 ‘댓글 공작’ 요원들이 포함된 사이버사 요원들을 위한 ‘무료’ 석사·박사 학위 과정을 개설한 것이 드러났다. 이들의 학비는 국방부와 고려대가 절반씩 부담했다(민주당 김해영 의원실). 해당 대학원인 정보보호대학원은 올해 신규 과정을 중단했다고 해명했는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해당 과정이 중단됐다는 것 자체가 정권 차원의 심리전 요원 양성과 특혜가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고려대는 이명박 시절에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학부에도 사이버국방학과를 신설했었다. 이 과를 졸업하면 장교로 임관이 가능했다. 김관진이 이 과를 졸업한 학생들을 사이버사령부 요원으로 적극 임용토록 지시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관련 기사: ‘대학이 정치 댓글 공작 요원 양성소? : 고려대 당국은 군 사이버사령부와의 유착 의혹의 진상 밝혀라’]
이 대학원의 전 원장이며, 사이버국방학과 신설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임종인 교수는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자문위원을 지냈고 박근혜 시절 대통령 안보특보를 지냈다.
이명박을 구속·수사해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친박 민간 댓글부대로 활약한 이른바 십알단이나 일베 사이트, 어버이연합·엄마부대 같은 관변 단체들을 시위에 동원하는 것에 국정원과 국방부가 관여한 정황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우익단체들이 퍼뜨린 가짜뉴스의 공급처가 국정원인 것도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국정원과 국방부가 주도한 “대남 심리전”은 핵심부부터 주변부까지 국가기관을 총동원하는 양상이었고, 당연히 이명박의 청와대의 지시와 지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가령, 이명박의 행정안전부는 국정원의 ‘사이버외곽팀’ 유관 우파단체를 지원했다. 용산 참사, 쌍용차 진압과 여론 공작이 동떨어져 있을 리도 없다.
그런데 이런 공작이 대선 개입으로 이어져 박근혜가 당선했기 때문에, 그 작태와 기관들 간 정치 공작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것도 확인되고 있다. 국정원과 국방부의 “콜라보”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콜라보”와 교차하는 것이다.
박근혜 시절에도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할 때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일에 개입한 정황과 일부 사실이 폭로됐다. 이런 자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함정을 판 것이나 각종 모욕 행위에도 배후가 없었겠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해서는 가만 있었겠나? 모두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
이처럼 이런 공작들에서 드러난 사악함과 야비함에서 두 정권 사이의 경중을 가리기 힘들다. 오히려 연속성 면에서는 이명박근혜 정권이라 불릴 만도 하다. 이명박도 박근혜처럼 구속 수사를 받아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과 국방부 같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기관에 기대 반동적 범죄들을 저질렀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높은 수준은 아니어도) 한국의 정치구조로 자리잡았음은 박근혜가 합헌적으로 중도 제거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박근혜는 (부패와 권력 농단 지향이라는 점에서) 유신 스타일 통치를 추구했는데, 바로 그 점이 원성을 사서 그렇게 됐다.
그런데 선출되지 않은 권력기관들의 선거 개입이 2012년에 성공한 것이나 반대파들을 괴롭혀 무력화시킨 일들은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아래에서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기관들의 힘이 막강하며, 그것이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적 법치주의와 선출된 권력도 우스꽝스럽게 만들 수 있음이 이번 폭로에서 재차 확인되고 있다.
이 기관들은 행정부 각 부처들만이 아니라 KBS나 MBC 같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검찰과 사법부를 통제려는 데서도 관여한 듯하다. 이를 통한 사정 협박이나 여론 공작은 기층 노동자들과 좌파의 저항뿐 아니라 선거와 국회 내 반대파도 겨냥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의 추진 과제가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자본가들의 권력과 이윤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삼성 같은 재벌들이 정권 핵심 인물들에게만이 아니라, 국정원이 키우는 우파 단체들에게도 재정 지원을 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 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이해관계와 파워는 자본주의 국가가 개혁주의 정부의 집권이나 개혁 입법으로 제어할 수 없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그러나 박근혜 파면에서 보듯이 노동자 대중이 저들의 정치 공작을 간파하고 권력을 약화시키거나 물리칠 힘이 있음도, 대중 스스로의 투쟁과 경험으로 입증했다.
이는 개혁 쟁취와 국가에 맞서는 운동이 성공을 거두려면, 상층 협상이나 기성 정당과의 협력적 견제에 중점을 둘 게 아니라 기층에서 독자적 정치로 대중적 저항을 건설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좌파가 이 과제를 수행하는 데서 주도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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