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가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된 직후다.
이갑용 후보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 탄압을 일삼은 민주당과 진보 양당이 연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묻지마’ 야권연대에 기울어 있는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비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4·27 울산 재보선에서 민주당·국민참여당과 선거연대를 했다. 야4당연대가 한나라당 세력이 강한 울산에서 당선 가능성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이 민주당보다 훨씬 크고 강한 곳에서 진보진영의 단일화로 대안적 연합을 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발전에는 더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민중의 소리〉는 이 점이 못마땅했는지 이갑용 후보가 ‘고춧가루 뿌리며 한나라당 도와주러 나왔다’는 식으로 비난 기사를 내보냈다가 사실 관계 정정 보도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그의 출마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진보언론이라는 곳이 할 ‘소리’가 아니다.
민주노총도 실수했다. 민주노총 중앙은 조합원이더라도 진보정당 소속이어야 지지할 수 있다는 정치 방침을 근거로 이갑용 후보를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선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갑용 후보는 현재 민주노총 지도위원이며 노무현 정부의 공무원노조 징계 요구를 거부하다 구청장 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그런데 진보정당 소속이 아니라는 형식적인 이유로 지지 후보 선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군색해 보인다. 1
진보진영의 단결
물론 이미 울산 진보진영 다수의 지지를 받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있기 때문에 곤란했을 수 있다. 그 점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할 일은 두 진보 후보의 단일화를 중재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단일화 중재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를 유일한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공표했기 때문에 단일화 촉구는 이갑용 후보에게 사퇴하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울산시당과 김종훈 선본이 나서야 하는데, 이들은 야권연대와는 달리 별 열의가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경쟁적인 노동계 지지 선언으로 세 과시에만 치중하는 것은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의 진보대통합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민주당이 못 믿을 자본가 정당인 것은 맞지만, 지금 울산 동구에서 야권 단일 후보는 민주노동당 후보이고, 이 선본이 민주당 때문에 불필요한 타협을 하거나 실책을 한 것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2
한편, 이갑용 후보가 출마 이후 한나라당 비판보다 민주대연합을 이유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비판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은 아쉽다. 누가 진정한 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는 분별 있어 보이지 않는다.
울산 동구는 정몽준의 정치적 근거지이므로 정몽준의 노동탄압과 재벌 정치를 폭로하면서 민주대연합보다 노동자진보정치가 더 효과적으로 이에 맞설 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울산처럼 진보정당들의 세력이 강한 곳에서 진보진영이 단결해 한나라당에 맞서며 민주당과 다른 진보적 반MB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 두 후보의 기본적인 강령과 공약, 선거운동 방식이 단일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것도 아니다.
더 유력한 후보인 민주노동당 후보가 먼저 이갑용 후보의 민주대연합 비판에 귀를 열어야 이런 과정이 가능할 것이다. 양측 모두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에게 투표하고, 이후 이명박에 맞선 투쟁에 단결해 나서려던 노동자들이 두 후보의 경쟁을 보면서 느끼는 곤혹스러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론: 단일화하면 좋겠지만, 안 되고 두 후보가 각자 나오면 둘 중 누구라도 선진노동자의 투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투쟁에서의 단결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이 방침으로 특정 후보 지지를 결정하는 것은 단결에 이롭지 않을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 54호에 축약돼 실렸습니다. ☞ 기사 보기
... 한편,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는 진보 후보가 두 명 출마했다(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통해 출마한 민주노동당의 김종훈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갑용 후보).
여기서 이갑용 후보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민주노동당 후보로 단일화된 상황에서도 김종훈 후보를 진보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갑용 후보의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다.
사실, 김종훈 후보를 당선시켜 한나라당을 내쫓고 싶은 노동자들의 심정도,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갑용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노동자들의 심정도 모두 공감할 만한 것이다.
두 후보가 단일화를 했다면 진보가 단결해 한나라당을 패퇴시키길 바라는 노동자들의 곤혹스러움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가 안 된 상황에서는 두 후보 중 어느 한쪽에도 투표할 수 있다고 본다. 두 후보 모두 경력과 공약에서 진보 후보로서 큰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한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함으로써 선거라는 부차적 문제에서 진보가 굳이 분열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맞선 투쟁 속에서 단결하는 것이다.
― <레프트21> 55호 ‘4·27 재보궐선거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참패를!’ 중에서.
- 이 조항은 민주노총 조합원의 보수 정당 후보 출마를 막으려는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 방침은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대표 정당이던 2005년에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 기준에 따라서 충분히 좌파적이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도 아닌 구청장 선거 공약이 대단한 내용을 담긴 힘들다. 그 점에서 이 선거의 정치적 의미를 노동자정치의 관점에서 부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권과 재벌의 양극화 확대 정책, 울산 동구의 노동탄압에 맞서 싸우는 후보이자, 그런 투쟁을 지지·지원하는 선거운동과 구정 운영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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