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인사적폐청산 공약과 거리가 먼 인사
김문성 | <노동자 연대> 210호 | 2017-05-30진정한 개혁과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사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개혁적’이라고 호평을 받은 인사들조차 특권형 부패 의혹을 받고 있다.
문재인은 대선 운동 기간에 ‘인사 배제 5대 기준(원칙)’으로 “논문표절·부동산투기·세금탈루·병역면탈·위장전입”을 제시하며 이를 저지른 인물은 공직 인선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개혁 인사’라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상조, 외교부장관 후보자 강경화, “탕평 인사” 성격이었던 국무총리 후보자 이낙연 등이 모두 위장 전입 문제에 걸렸다.
△이들이 받는 의혹은 모두 특권층형 부패 의혹이다 왼쪽부터 강경화, 김상조, 이낙연
물론 위장 전입을 불법으로 규정한 주민등록법은 국가 통제적 법이므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해 볼 일이다. 하지만, 김상조와 강경화의 경우는 모두 자녀의 명문 학교 배정을 위한 특권형 위장 전입으로 보인다.
이낙연은 위장 전입 외에 뇌물 입법 의혹, 처(妻)의 그림 강매 의혹 등이 제기됐다.
강경화는 해명도 거짓이었다. 애초에 친척집으로 위장 전입했다고 했으나, 실제 위장 전입 주소지는 딸의 입학을 목표로 한 이화여고(강경화의 모교)의 재단 소유 아파트였다.
김상조는 위장 전입뿐 아니라 탈세를 위한 부동산 거래 허위 신고(다운계약서) 신고 의혹, 처(妻)의 부정 취업 의혹 등 다른 특혜 의혹도 번졌다. 재벌 개혁을 천명한 탓에 기업주들이 채근하는 ‘검증’ 시도가 혹독할 것임을 이해하더라도, 의혹의 성격이 전혀 개혁적이지 않고 해명도 부실하다.
국가정보원장 후보 서훈은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스스로도 “반민주 악법”으로 규정했던 테러방지법을 “[현행 법이므로 국정원이] 이행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문재인의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 폐지 대선 공약에 대해서도 “국내 정치와 관련된 수집 활동만 폐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조차도 국정원의 국내 대공수사권(사실상 국가보안법 수사) 폐지에는 반대했다. 그는 민주적 권리를 위협할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에도 긍정적이다.
사실상 새누리당 정권 9년의 국정원 적폐에서 무엇이 청산되는 것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서훈이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 중 맨 먼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주류 언론들이 예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청와대의 반부패비서관실 이인걸 임명도 문제다. 공안검사 출신인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측을 변호한 경력이 있다. 반부패비서관실은 노조 파괴 공작 박형철을 비롯해 반개혁적 인물들이 집결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인사의 부패 행위들이나 공약 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진보진영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미디어 오늘>은 <한겨레>의 이낙연 의혹 추가 취재가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취재 내용은 이낙연이 부패한 결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노인회의 간부에게 의료 사업도 지원했다는 의혹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들에 침묵할 뿐 아니라 심지어 덕담하기에 바쁜 일부 진보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수년 전 노동운동의 정치적 독자성과 전투성에 해를 끼쳤던 “전략적 야권연대”가 “전략적 여권연대”로 변신해 등장한 느낌이다.
그러나 정작 문재인 정부는 진보·좌파, 노동운동과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동맹에 충성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 출신자들은 입 닥쳐라
조중동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이낙연 총리 후보 등의 인준에 반대한다. 부패한 후보들이라는 것이다. 개도 웃을 일이다. 총체적 부패로 여당 지위를 뺏긴 지 겨우 두 달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내각 임명 당시를 돌아보면, 위장 전입은 기본이고 부동산 투기, 전관 예우 특혜, 탈세 등 “걸레 경연대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지자체 공금으로 향응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때는 총리 후보인 한승수와 환경부 장관 후보 박은경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복지부 김성이는 공금 유용 의혹, 통일부 남주홍은 부당공제 의혹이 터져나왔다.
해명도 뻔뻔했다. 박은경은 청문회에서 땅 투기 의혹에 “땅을 너무 사랑해서”라고 했다. 결국 고려대 총장 시절부터 오물 덩어리였던 교육부장관 후보자 어윤대와 박은경, 남주홍 등이 임명 전에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도 못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초기 낙마자가 너무 많아 인수위를 두 달 넘게 하고도 취임 한 달 후까지 내각 회의를 열 수가 없었다. 박근혜는 정권 4년 동안 총리를 3명밖에 기용하지 않았는데, 인사청문회를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관 예우 특혜, 탈세, 직위 이용 축재 등 이유도 전형적인 특권층형 부패였다. 심지어 미래창조과학부 김종훈은 CIA 요원(첩자) 의혹을 받고 낙마했다. 이때는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 여당이었는데도 내각 임명이 뜻대로 안 된 것을 봐도 얼마나 썩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초대 총리 정홍원은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는 모양새로 물러났으나, 후임자가 낙마해 다시 돌아와야 했다. 이완구는 성완종 리스트로 두 달 만에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에 진보 쪽 비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이런 썩어빠진 정권 출신자들이 정의의 대변인인 양 떠드는 가소로운 꼴을 보게 된다.
전두환 미화·찬양 이낙연은 총리 자격 없다
현직 전남도지사인 이낙연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우파와도 우호적으로 지내 왔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민주당 정부 때 중용됐다.
김대중 정부 때 민주당에 영입돼 국회의원이 됐고, 이후에는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을 지냈다. 민주당이 쪼개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리될 때 민주당에 남았지만, 노무현 국회 탄핵에는 반대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무기명 투표).
호남 배려와 중도 성향, 노무현과의 인연으로 총리 후보가 됐다. 하지만 부패 의혹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노인회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두 차례나 발의했다. 그 기간에 대한노인회 간부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도 풀린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낙연이 <동아일보> 기자 시절, 전두환을 미화·찬양하는 보도들을 한 것이다. 하나만 예로 들자. 1981년 2월 5일 한미정상회담 등 전두환의 해외 순방을 평가한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한미 관계의 정상 회복 선언 자체가 큰 결실 … [우방] 국가들이 그동안 한국에 대해 보여왔던 굴절된 태도들은 이제 적어도 침묵되거나 아니면 선회하는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굴절된 태도”는 전두환이 쿠데타와 광주항쟁 진압이라는 위험을 무릅썼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두환 정부를 곧바로 한국의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 강대국들의 위선이고, 금세 인정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이런 제스처 동참을 “전통 우방의 대한(對韓) 태도에 훈풍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할 일인가?
△언론인이 대량 해직될 때, 자리를 지키며 출세길을 열려고 한 이낙연의 전두환 미화·찬양 기사(1981.2.5)와 광주항쟁 당시 〈전남매일〉 기자들의 항의 선언문(1980.5.20)(사진의 비석은 광주의 광주항쟁 기념 묘역에 있다.)
또한 이런 “전비어천가”를 늘어놓았다. “전 대통령의 방미가 대외적으로 얻은 수확들이 국내에 투영했을 때 그 결과는 승수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고 보면 전 대통령 방미의 결산은 대외 계정보다 오히려 대내 계정에 더 큰 수치를 올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생업이 즐거워졌다」는 일부 성급한 보도가 나올 정도이고 보면 이 같은 계산 방식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체제 동포의 모국 방문을 보장하겠다”, “나는 군사 정부에 명백히 반대하는 사람이다” 등 재미교포들 앞에서 전두환이 내뱉은 흰소리들도 미화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 재미 교민들이 모국에 대해 갖고 있는 거리를 좁혀 「민족 대화합」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 같다.”
주류 언론들이 이런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우파 언론과 친민주당 포퓰리즘 언론들이 모두 나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사실을 외면하는 듯하다. 오히려 일부 언론과 문재인 지지자들은 이를 찾아내어 따지는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매도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사다. 이낙연의 이런 경력은 거대한 촛불 운동 뒤에 등장한 정부의 첫 총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인물을 호남 총리라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5월 광주 정신에 대한 모독이다.
공약 뒤집기
주요 인선에 문제가 생기고 심지어 문재인의 고위 공직자 인선 기준에 어긋나는 일이 생기자, 26일 비서실장 임종석이 사과했다.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29일 문재인도 “양해를 당부[했다.]”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 … [물론] 그때그때 적용이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되어서도 안 될 것 …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의 말 모두 개혁적 공약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음을 함축한다. 그래서 인수위 과정 없이 출범해 시간이 부족했다는 문재인의 해명이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급히 마련한 새 인사 기준은 가령 위장 전입과 관련해 이렇다.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는 위장 전입자를 후보자에서 원천 배제한다. 그 이전은 부동산 투기 건만 배제한다. 문제가 된 딱 세 명을 구제하는 내용이다. 세 명 모두 2005년 이전 건이고 자녀 교육 목적이었다. 애초 위장 전입이 주민등록법 위반 문제라면, 2005년 7월이 기준이 될 논리적 근거가 없다. 일반인들은 위장 전입이 들통나면 지금도 처벌받는다.
문재인 정부 인사의 이런 약점들은 이 당의 기반이 구 여권과 마찬가지로 지배계급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제1선호 정당인 구 여권에 비해 제2선호 정당이므로, 정도는 좀 덜해도 지배계급의 부패한 네트워크 속에 포함된 인물들인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 계급의 표를 얻으려고 낸 포퓰리즘적 공약들도 ‘국정 운영은 다르다’며 뒤집을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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