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에 이명박 정부의 비리 지뢰밭이 연쇄 폭발하기 시작했다.
파이시티 건설 비리로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들이던 최시중과 박영준이 구속됐고, 불법 사찰과 BBK 의혹도 잠복한 위험 요인이었다.
우파가 ‘종북좌파 마녀사냥’에 올인하면서 잠시 이명박의 비리가 가려지는 듯 했지만, “낡은 매카시즘”이라는 역풍을 맞으면서 다시 정권의 레임덕과 비리 폭로가 이어질 상황이었다.
자칫 ‘종북 정국’이 ‘비리 정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검찰이었다. 검찰은 체면치레마저 벗어던지고 황당한 수사 결과들을 내놓으며 비리들을 덮어버렸다.
6월 10일에는 국고 예산으로 대통령 일가가 개인 재산을 늘린 사건인 내곡동 사저 의혹 관련자를 전원 무혐의 처리했다. 13일에는 온갖 증거와 증언을 죄다 무시하고 ‘불법 사찰과 이명박은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BBK “가짜 편지”를 ‘진짜 편지’로 결론 냈다는 수사 결과가 언론에 흘러나왔다.
이런 막무가내식 억지 수사 결과에 사람들의 분노는 폭발할 지경이 됐다. “원숭이보다 못한 검찰”이라는 비난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디도스 공격의 배후는 없다.는 특검팀의 결론도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이 팀은 수사의 핵심고리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뜨리거나, ‘왁스 청소’를 이유로 압수수색을 미뤄주면서 이미 의심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쏟아지는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종북 마녀사냥을 이어가려고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대표로 있던 CNC(옛 CNP전략그룹)을 압수수색해 통합진보당 공직 후보들과 진보단체 등 거래처 정보와 거래 내역을 몽땅 압수해 갔다.
이에 발맞춰 보수 언론들은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발언을 빌미 삼으며 ‘종북’ 마녀사냥을 재개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는 국회에 조갑제의 《종북백과사전》이란 책을 들고 와서는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에 “종북주의자나 간첩 출신”이 있다며 매카시 흉내를 냈다.
그러나 곪아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이명박 정권의 비리·부패들을 계속 덮어버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정권의 비리에 검찰의 부실 수사가 더해지면서 대중의 불신과 분노를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레임덕 위기를 부추겨 추가 폭로를 낳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새누리당은 제1당이 됐지만 온갖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나 청문회 요구에 밀려 원내 주도권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개원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명박의 비리 지뢰밭도 관리하기 힘든 상황에서 박근혜까지 부패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부산 지역 저축은행 퇴출 과정에서 온갖 복마전이 드러났다. 그때 동생 박지만의 이름도 나왔다. 그는 퇴출된 삼화저축은행 회장과 ‘절친’이고, 부인 서향희는 이 은행의 고문이었다.
그런데 박근혜가 저축은행들 구제를 위해 일한 로비스트 박태규를 당시에 직접 만났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향희는 갑자기 홍콩으로 장기 외유를 나간 상황이다.
나아가 새누리당 당원 2백20만 명 명부 유출 사건은 박근혜 ‘유일체제’가 된 새누리당을 뒤흔들고 있다. 친박과 비박 대선 후보들 간의 갈등 과정에서 폭로된 이 사건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선거 부정을 비난했던 새누리당의 논리가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
온갖 비리·부패의 원조이고 총본산인 자들이 그것을 덮어버리며 진보를 공격하는 기가 막힌 상황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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