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 이슈: 중동의 민중 반란
△ “한두 달 전에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혁명을 가능성을 말했다면 모두 ‘꿈꾸는 이야기’라고 했을 것이다. 이는 악독한 정권으로 고통 받는 한국에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윤선
<레프트21>이 주최한 ‘튀니지와 21세기 혁명’ 토론회 분위기는 뜨거웠다. 토론회가 열린 서울 명동 향린교회 3층 본강당은 2백여 명의 참석자들로 꽉 찼고, 이들은 아랍 지역 민중 혁명에 대한 뜨거운 지지와 관심을 보여 줬다.
특히, 이 토론회에는 튀니지와 이집트 출신으로 한국에 와 있는 청년들이 참석해 연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해 큰 박수를 받았다.
토론회 시작 전 장소를 빌려 준 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도 인상적인 환영 인사를 했다.
“[먼저 이런 좋은 토론회를 향린교회에서 개최해 주셔서 주최측에게 감사하다. -웃음] 21세기에도 혁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튀니지에서 보고 있[습니다]. 이 혁명은 들불처럼 이집트 등으로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무능력하고 부패한 정권에 대해서 국민이 심판의 날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방을 원하는 민중에게 그들이 희망하는 것을 안겨 주기를 원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생각고, 이 시간에도 가열찬 투쟁을 벌이고 있는 그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빕니다. 향린교회 교우를 비롯해서 뜻있는 크리스챤들은 이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21세기에도 혁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튀니지에서 보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도 가열찬 투쟁을 벌이는 그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이윤선
연사인 김용욱 <레프트21> 국제 담당 기자는 “혁명은 당연하던 것들이 뒤집히는 것”이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김 기자가 구해 보여 준 영상에서는 튀니지 노동자들이 자기 사장을 회사에서 쫓아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많은 곳에서 경제 위기로 사장들이 노동자를 쫓아내고 있는데, 튀니지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에서 튀니지는 진정한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연사는 <파이낸셜 타임즈> 칼럼을 인용해 ‘튀니지 사건의 중요성은 자본주의가 더는 안정적인 체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튀니지 혁명은 부패한 중동 지배자들과 이들을 후원하는 서방 제국주의 지배자들 뿐아니라 중국과 같은 나라들의 지배자들까지 두려워하게 했다”
연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대안이 무엇인가를 이야기 해야한다”고 말했다.
“튀니지 혁명은 아직은 맹아적 형태이지만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공장 자주관리, 지역방어위원회 등이 그렇다.
“튀니지 혁명은 다른 나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는 서방 제국주의의 통제를 받고 있는 중동의 지역 구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는 분신한 부하지지의 짧지만 비극적인 삶에서 사람들의 분노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 폭발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하지지는 열 살 때부터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노점을 하면서 많은 수모를 겪었다. 이번에는 그동안 겪은 일 중 가장 모욕스러운 일을 당하고 시청에 시정 요청을 하러 갔다가 무시당 하자 분신을 했다.
억압적 정치 구조, 부패한 국가기구, 엄청난 청년 실업률은 저항의 토양이 됐다.
“그동안 튀니지에서 저항이 있었다. 1978년 튀니지노동총연맹의 총파업, 2008년 소요.
“튀니지노동총연맹의 지도부는 정부와 사회적합의를 하거나 타협하기도 했지만 기층의 노동자들은 독립운동 때부터 이어온 독립성과 전투성을 가지고 있다.
국제 담당 기자. "튀니지 혁명은 정치혁명에서 사회 혁명으로 발전하는 연속혁명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윤선' height=360>
“벤 알리가 14일에 도망가고 과도정부가 세워졌지만 구체제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주부터 총파업(특히 교사들)을 하고 있는 튀니지 사람들은 구체제 관료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연사는 이 발언 중에 방금 들어 온 소식이라며 튀니지 총리 간누시가 현 내각에 포함된 구체제 장관 열두 명의 사퇴를 발표했다는 속보를 전했다.
“이전의 혁명들에서 제기됐던 논점들이 튀니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구체제 관료들이 포함된 정부를 인정할 것인가? 몰아낼 것인가? 혹은 튀니지 공산당과 개인 사회주의자들은 대안적 사회를 건설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 논의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승리하길 바란다. 기존 자본주의 체제를 없애고 지역방어위원회와 공장 자주 관리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한 생산과 민주적인 사회운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연사는 튀니지 혁명이 정치혁명에서 사회 혁명으로 발전하는 연속혁명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혁명이 더 나아가려면?
청중 발언에서 최일붕 다함께 운영위원은 튀니지의 혁명은 정치혁명이자 민주주의 혁명에서, 이제 사회주의 혁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은 필연적인 것은 아니어서 조직된 사회주의자들의 존재가 중요하다.
“이 과정은 러시아처럼 단 1년 안에 모두 해결될 수도 있지만 1차대전 말의 독일이나 1930년의 스페인처럼 5년에서 7년까지 걸리는 과정일 수 있다. 튀니지는 혁명 과정의 시작 단계에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배계급의 반격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혁명이 더 나아가려면 보안경찰 해체처럼 구 체제의 반격을 막을 요구와 동네 위원회를 노동자평의회로 발전시키고, 경제적 요구를 결합해 혁명을 자본주의 생산관계에 대항한 도전으로 심화시켜야 한다.”
몇 명의 발언 뒤에 토론회에 참석한 이집트와 튀니지 청년들에게 특별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특히 이집트 청년들은 ‘이집트 저항 운동을 지지하는 이집트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한국 주재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1월 31일 시위를 벌이려고 준비 중인 청년들이었다.
“한국인들의 연대를 바란다.”
먼저 튀니지의 나빌 씨가 발언했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일들이 아니다.
“23년 동안 축적돼 온 일들이 터진 것이다. 불평등, 뇌물, 부정부패가 반복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폭발한 것이다.
“수차례 경제 위기가 있었지만 정부가 노력하면 우리 사람이 [경제 위기 고통을 민중에게 전가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통령만 도망간 상태다. 그러나 내무부, 재무부 같은 구 체제의 내각은 유지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들도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이집트 일로 4일간 잠을 못자고 있다. 가족, 친구, 동지들의 투쟁을 인터넷으로 알리고 있다.그런데 오늘 모든 접촉이 끊겼다..한국은 독재를 타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집트의 상황을 이해하고 연대해 줄 거라 생각한다. " ⓒ이윤선
이집트 청년이 뒤이어 발언했다.
“지금 오늘[28일] 시위 소식을 파악하고 있다. 인터넷 접촉이 끊겼는데, 학살이 벌어졌다고 한다.
“무바라크는 내려오라고 한마음으로 외치고 싶다. 기존 내각과 국회의원 모두 사임해야 한다.
“감시평의회 만들어서 보안경찰을 솎아 내야 한다.
“위대한 민중이 정의를 외치고 있다. 한국은 독재를 타도한 나라다. 연대해 줄 거라 생각한다. 월요일 집회에 이집트인과 한국인이 함께 했으면 한다.”
이 둘의 발언은 큰 박수를 받았고, 사회자의 긴급 제안으로 참가자 모두 “Step Down Mubarak!” 구호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은 한국의 반독재 투쟁 경험에 바탕해 중동 혁명의 과제를 제시했다.
“독재는 결코 정치 체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벤 알리 일가가 튀니지의 알짜 기업을 모두 소유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저항도 경제 위기에서 비롯했다. 정치 민주화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 변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에서도 전두환 한 명만 물러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6월 항쟁에 뒤이어 1987년부터 2년간 노동자들의 파업 물결이 민주주의의 역행을 막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했다. 이른바 민주화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중동에서도 혁명이 더 나아가야 한다.”
김인식 <레프트21> 발행인은 중동의 저항 역사에서 좌파의 구실에 관해 말했다.
“<한겨레>는 튀니지 혁명이 아랍권 최초의 시민 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958년 이라크에서 국왕 파이잘을 타도하는 민중 혁명이 있었다.
“계기는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려고 한 것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제국주의 국가와 이스라엘이 전쟁을 걸어 왔다. 결국 이집트가 패배했는데, 이라크 민중은 자국의 왕이 아랍의 형제를 침략하는 데 협조한 것을 보고 열받아 국왕을 타도한 것이다.
“이 때 공산당이 큰 구실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국왕을 쫓아내는 데서 멈춰 버렸다. 결국 권력은 아랍민족주의 정당인 바트당에게 돌아갔다. 이 당은 권위적이고 국가 주도의 발전을 추구하는 당이었다. 이 당의 지도자가 사담 후세인이었다. 바트당은 공산당을 탄압해 궤멸시켰다. 2003년에 공산당 잔류파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도왔다.
“‘가장 원성을 사던 독재자를 타도하는 데서 멈출 것인가’ 하는 문제에 답해야 한다. 좌파는 공산당의 타락을 교훈 삼아야 한다.”
전지윤 <레프트21> 편집자도 지배계급 전체에 맞서는 쪽으로 혁명이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지배자들은 튀니지 독재자 벤 알리를 ‘친구’라고 했었다. 오바마는 무바라크를 ‘소중한 동맹’이라고 말해 왔다. 이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고 미국의 전쟁을 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만 물러나고 따라서 대통령만 물러나고 이런 정책이 계속되면 안 된다.
“총리, 장관, 의원, 사장 모두 물러나야 한다. 이들이 모두 물러나고 노동자가 권력을 잡을 때까지 중단 없이 혁명을 밀어붙여야 한다.”
△“Step Down, Mubarak!” “Free Tunisia!” “Free Egypt!” ⓒ이윤선
논쟁도 있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튀니지도 서로 힘 보태야 하지만, 한국이 더 급하다. 한국은 시위도 못 하게 하는 독재다” 하고 주장했다.
한 대학생은 이에 이렇게 답했다.
“G20 회의를 보면 지배자들이 서로 갈등하는 듯 보이지만 경제 위기를 민중에게 전가하는 점에서 한마음이다. 국적이 나뉘어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높은 실업률, 높은 물가, 낮은 임금 등 비슷한 조건에서 고통 받고 있다.
“세계체제의 약한 고리인 중동에서 혁명이 승리하면 세계체제에 위협이 되므로 우리는 함께 싸워야 한다.”
가능성
연사는 연대를 호소한 이집트와 튀니지 청년들에게 “힘 되는 한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라는 말로 정리 발언을 시작했다.
연사는 청중석에서 서면으로 들어 온 두 가지 질문을 묶어서 답을 했다.
한 질문은 ‘혁명이 성공해도 또 부패하지 않겠는가’였고, 한 질문은 ‘혁명이 너무 급진적으로 나가면 제국주의의 개입을 불러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현대의 모든 혁명은 똑같은 선택에 직면했다. 이집트의 나세르 정권이나 튀니지의 부르기바 정권도 민중의 지지를 받아 집권했다. 그러나 무바라크와 벤 알리는 바로 이들의 후계자다.
“민중들은 식민 세력을 몰아내 더 나은 삶을 누리려 했지만 혁명의 목표가 제각기 달랐다. 이 정권들은 더 발달한 자본주의를 추구했다. 이들이 민중에게 한 약속과 목표 사이에 모순이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 혁명은 아래로부터 혁명이었다. 내가 튀니지 혁명이 확산하지 않으면 고립되고 제국주의의 개입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러시아 혁명의 경험이다. 독일 등에서 혁명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스탈린은 고립된 상황에서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과 경쟁해 살아 남느려고 부국강병을 추구했다. 과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 것이다.
“결과는 자동적이지 않다. 혁명 세력 사이의 논쟁에서 누가 이기냐가 중요하다. 결집된 사회주의자들의 존재가 그래서 중요하다.
“한두 달 전에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혁명을 가능성을 말했다면 모두 꿈꾸는 이야기라고 했을 것이다. 이는 악독한 정권으로 고통 받는 한국에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49호 온라인 판에 1.29 자로 실렸습니다. ☞ 원문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