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비극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올해 2월 13일 경기도 남양주 빙그레 제2공장에서 암모니아 가스가 유출돼 폭발이 일어난 사고가 있었다.
빙그레는 암모니아 탱크에서 가스가 새는 걸 알고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사고 후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 요원들이 출동했지만, 화학물질 분석 차량이 없어 5시간이 넘게 가스 누출이 방치됐다.
이 사고로 하청노동자 한 명이 죽고 노동자 여러 명이 다쳤다. 가스 누출로 공장 인근 주민들도 피해를 입었다.
이런 화학 사고가 최근 대형사고의 60퍼센트를 넘는다는 게 중앙119구조본부의 발표다.
문제는 화학 사고는 작업장의 노동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생활 환경과 안전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첫째, 작업하는 노동자에게 안전한 것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안전하다는 것이다.(이것은 우리 사회가 돌아가게 하는 재화 생산과 서비스 제공에서 노동자들이 하는 결정적 구실(중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암모니아 가스 유출과 폭발사고가 일어난 경기도 남양주 빙그레 제2공장의 사고 당시 모습.
둘째, 세월호 참사와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 이윤을 위해 사고를 은폐하고, 안전 장비에 대한 투자에는 국가와 기업 모두 인색하기 짝이 없다.
(안전보다 돈 벌이와 군사력 경쟁이 우선인 사례의 으뜸은 핵발전소다. 부산 기장군의 고리 핵발전소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이 지났는데도 정부의 수명 연장 결정으로 계속 가동되고 있다. 고장이 잦고, 최근 불량부품 사용 비리들이 적발됐는데도 ‘원자력 르네상스’ 돈벌이를 위해서 낡은 핵발전소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1년 전 충남 태안 속칭 해병대 캠프에 입소했다가 사망한 학생들 사건. 무자격 교관들이 안전 조치도 없이 학생들에게 얼차려를 주다가 파도에 휩쓸려 다섯 명이 죽었다. 관심에서 멀어지니 진실은 다시 은폐되고 책임자들은 책임의 굴레서 빠져나간다. 장례식이 끝나자 정부는 말을 뒤집고 진상규명과 보상 모두 발뺌을 하고 있다.
사고 업체는 변칙을 써서 다시 영업을 한다. 그 사이에 군사훈련에 학생들을 몰아넣게 한 경쟁교육 시스템, 이런 군사훈련을 부추긴 교육관료들과 이들과 유착해 돈 벌던 업자들은 모두 오늘도 안녕하시다!)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을 봐도 그렇다. 이 분야에도 국가 소속이 아닌 민간 응급차들이 들어와 있다. 이 중 9년을 넘은 노후 차량이 28퍼센트나 된다. 영세 민간업자들이라 응급환자 이송에 필수인 응급 구조사나 약품과 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응급 의료장비가 없는 응급차를 응급 운송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는 빨리 오는 콜택시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 때문에 그나마라도 지난해 8월 복지부가 민간 구급차의 사용연한을 9년으로 제한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심의위원회가 막아 좌절시켰다. 기업의 영업 노력에 방해되는 규제 강화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직접적인 작업장 안전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로 한국의 노동자들은 4~5시간마다 한 명씩 죽는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맡기는 것이다.
(조선소, 건설, 택배·퀵서비스 등 작업과정의 위험만이 아니라 실적 부담과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이 주는 신체적 위험성이 중요한 사상 원인인 것이다. 말 그대로 ‘전쟁 같은 일터’인 것이다. 자본의 회전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의 속성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이윤 전투’의 희생자들이다.)
(이러고도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 반면, 산재사망률은 최상위다. 이것은 기업들이 죽지 않은 사고는 은폐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현대중공업, 대림산업 등 산재 다발 기업들이 그렇게 작업장 사고를 은폐해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은 것이 지난 5년간 각각 5백억 원이 넘는다.)
박근혜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은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적 개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 이슈는 이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돼 있다는 걸 보여 준다. 또한 ‘우리 모두를 위한 안전 투자’ 같은 것은 자본가들의 안중에 없다는 걸 보여 준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열어놓은 지옥문이 곳곳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집어 삼키고 있다.)
위험이 구조화되는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오로지 부와 권력에만 관심 있는 자들에게서 노동 대중을 위한 진정한 안전 대안을 기대할 순 없다. (대안 구축은 물론 진상규명조차 저들에게 맡겨놓을 수 없는 이유다.)
※ <노동자 연대> 130호(발행 2014-07-14 | 입력 2014-07-12)에 실린 글에 분량상 포함하지 않았던 내용을 추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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