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 안철수 열풍, 한미FTA 반대 투쟁의 급부상 등 성난 민심의 쓰나미가 한나라당을 덮치면서 이명박 정부는 어디로 뱃머리를 돌려도 살 길이 안 보이는 상황이 됐다. 

이명박은 경제도, 정치도 모두 실패했고, 사람들은 그를 더는 믿거나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공생경제’는 서민고생경제가 됐고, ‘공정사회’는 신분고정사회가 됐다.

이 현실에 가장 큰 절망과 분노를 느끼는 게 바로 노동계급 청년세대들이다. 이들이 지금의 반한나라당 정서와 계급투표 정서를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친재벌 이미지를 털어보려고 최근 SK 비자금 수사 등 재벌들을 압박해 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자는 동반성장위조차 여당이 공격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확하게도 계급간 분배를 이 정권에서 기대할 순 없다고 본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 10·26 재선거와 내곡동 사저 의혹 폭로, SLS와 부산 저축은행의 권력형 측근 비리 등 몇 가지 계기로 폭발하고 있으니 정권의 추진력은 망가지고 레임덕이 본격화됐다. 1퍼센트 정권의 FTA 추진은 오히려 99퍼센트의 분노에 기름을 붙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몸을 낮춘 이명박이 필사적으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고 10월 안에서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심지어 박근혜도 나서서 돌격 명령을 내렸지만 별 반응도 없는 게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이다. 

농민들이 의원 사무실을 점거하고 위협하자 한나라당 의원 일부는 비준안에 반대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그래서 비밀투표 얘기도 나온다. ‘FTA 찬성 의원 살생부’에 “떨고 있는 사람 많다”는 관찰이 허세로 들리지 않는다. 

이러는 동안 이명박 지지율은 20퍼센트대로 추락했고, 안철수의 ‘청춘콘서트’를 흉내내 추진한 드림콘서트도 연예인들이 모두 출연을 거절해 망신만 당했다. 

지금 뭘 해도 안 되고, 뭘 해도 불안한 것이 지금 한나라당의 처지다. 
난파선에서 뛰어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분당설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한나라당은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고, 누구도 서로를 못 믿는 공황 상태에 빠져 무기력해지고 있다. 

‘고령 의원 물갈이론’이 나오자, 친이계는 이상득 제거 음모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친박계는 박근혜 죽이기라며 반발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목청 높여 ‘복지망국론’을 외치더니, 이제는 “쇄신 차원으로 내년 복지 예산을 크게 늘릴 것”(정책위 부의장 김성식)이라며 무상보육 전면 확대 공약을 내놓는다.  

방금 전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주도하며 우익의 선봉에 섰던 박세일은 이제 민주당 손학규도 함께할 수 있는 ‘大 중도 신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친박계는 ‘박세일 신당’이 청와대가 개입한 박근혜 죽이기 음모라고 의심하며, 친박신당 얘기도 흘린다. 이미 한나라당의 실세인 박근혜와 친박이 굳이 한나라당에서 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 ‘친박신당’ 설은 사실상 이명박에게 ‘나가 달라’는 압박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친이계에서는 안철수를 영입해 친이신당을 만들자는 망상도 흘러나온다. 

이런 정신분열증적 상황은 조전혁 같은 꼴통우파적 인물이 ‘쇄신파’라고 설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집권여당을 뒤흔든 위기감은 외부, 즉 기층 대중의 계급적 분노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기층의 불만이 행동으로 표출될수록 분열은 깊어질 것이다.

(지금 저들의 내부 알력 관계는 외부의 거대한 압력에 밀려가는 종속 변수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이 궁지에 몰리면서 위장 행보와 함께 친위체제 구축과 몇 가지 반동 조처를 취할 텐데, 쫄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고립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럴수록 행동으로 밀어붙여 꾀죄죄한 반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두려움을 각인시켜야 한다. 아쉬운 것은 대중투쟁 수준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명박의 꼼수가 뻔한데, 국회에 이명박이 와서 날치기 명분을 쌓게 민주당이 도와 준 것 자체가 문제다.



한편 민주당은 이명박의 위기에서 반사이익을 얻기는커녕 동반 추락하고 있다. 반한나라당 전선에서 끊임없이 동요한 탓에 11월 들어 민주당은 도리어 지지율이 떨어졌다.  
 
민주당은 한미FTA 체결 원조 당답게 입장을 몇 번씩 번복하며 비난 받았다. 민주당은 15일 이명박의 국회 방문과 면담에 응하면서 다시 타협적 태도를 보였다. 

김진표 등은 ‘한나라당 2중대’, ‘트로이의 목마’라고 욕먹고 있고, 한미FTA 때문에 민주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의 동요는 FTA 반대, 부자 증세, 보편 복지 등을 일관되고 진지하게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자본가계급 기반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위기와 동요로 야권연대 주도권을 상실하자, NGO인사들과 문성근, 문재인 등 친노 인사들로 구성된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 바깥에서 야권대통합연석회의를 소집하며 야권 통합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을 겨냥한 창당 논의는 지분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어 결국 민주당이 대주주 지위를 되찾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당이 ‘손학규+문재인’에 그친다면 이 통합당은 ‘도로 민주당’으로 비춰질 게 뻔하다. 그것은 애초에 야권통합 압력의 뿌리인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손학규, 문재인 등은 이 통합정당을 “민주진보통합정당”으로 부르며 안철수와 박원순, 진보정당, 한국노총 등이 좌우로 폭넓게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안철수의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고, 진보정당들이 분열돼 있어, 당분간은 야권통합정당론이 최근 두드러지게 표출되고 있는 대중적인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의 모순되고 불완전한 구심점 구실을 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모순 때문에 이 통합 시도는 민주당의 분열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각주:1] 어설프게 진보정당이 이곳을 기웃거리다 기층의 불만이 행동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의 섟을 죽인다면 진보진영의 분열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오히려 진보정당이 독립적으로 기층의 불만을 행동으로 조직하고 원칙있게 이 분노를 대변한다면 지금 상황을 파고들 여지가 결코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한미FTA 저지 투쟁 국면에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커졌고,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각주:2]

반대로 진보진영이 [참여당과의 통합이나 야권통합 기웃거리기로] 민주당ㆍ친노세력과 구분되는 독자적 가치와 정책을 약화시키면 대중투쟁 가능성을 제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보수진영에 기력을 회복할 기회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계급연합으로는 각성하고 있는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계급적 분노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한미FTA 저지 투쟁 등 대중투쟁을 강화하면서 정치적 도약의 기회를 노려야 한다. 

[긴급 광고]

No! FTA! 모여라 촛불아!  ― 11월 19일(토) 오후 6시 서울 시청광장

모여서 분노를 드러냅시다! 우리의 미래를 저들이 팔아먹지 못하도록 합시다!
한미FTA를 폐기시킵시다! 이명박을 그로기로 내몹시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69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물론 투쟁이 고조되고, 민주당이 그 압력으로 분열하면 변증법적 역사 법칙에 따라 그것이 보수대연합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2004년에 그랬듯이 그 연합은 대중에게서 외면받는 보수대연합일 것이다. 사실 1990년의 보수대연합인 민자당도 막상 바로 다음 선거인 1992년 총선에선 의석이 더 줄었고 정주영의 국민당 창당으로 대연합 효과를 내지도 못했다. 문제는 그때보다도 보수파 주류들의 구심력이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2. 그래서 나는 어설프게 참여당과 끼워팔기 진보통합을 하느니 진보 연합을 추구하면서 지금 상태로 가는 게 차라리 미래를 도모하는 데서는 더 낫다고 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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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ㆍ26 재보선에서 진보정당은 위기와 가능성을 모두 보여 줬다.

우선 진보정당과 후보들은 무대 위에서 별로 시선을 끌지 못했다.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가 얻은 표는 2퍼센트 남짓이었다. 야권연대를 위해 ‘어차피 사퇴할 후보’라며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조차 최규엽 후보 선거운동이 아니라 당선이 유력한 박원순 후보와 선을 대고 약속을 받아내기 바빴다.[각주:1]

진보의 독자성을 훼손해서라도 의회에 진출하는 게 실질적 개혁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해 온 게 민주노동당 지도부였으니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막상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거둔 성적을 보면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민주당과 단일화하지 않고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11~27퍼센트를 득표한 것이다. 이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는 거의 모두 낙선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서울 노원구에서는 민주노동당이 당선했는데, 이는 민주노동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낙선한 것과 대조된다. 양천구에서 민주당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표의 70퍼센트도 채 가져가지 못했다.

반MB ‘계급’투표를 한 노동계급 청년세대가 민주당을 마뜩잖게 여기고 있으며 이들 중 의미있는 수가 진보정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것이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의 실체인 것이다[각주:2]

만약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대통합이 성공했다면 이 가능성은 더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강령까지 후퇴시키며 친자본주의적인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다가 진보대통합을 망쳐 버렸다.

그 결과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의 주도권을 안철수ㆍ박원순 등에게 내주게 된 것이다. 
안철수 현상에는 진보정당이 제대로 공백을 메꾸지 못한 탓도 있는 것이다. 

노동자ㆍ청년들이 계급적 각성을 하며 진보를 갈망하기 시작하는데, 노동자 진보정당의 존재감은 약해지는 역설을 자초한 것이다. 진보정당 지도자들의 뼈아픈 패착이 아닐 수 없다[각주:3].  
 

계급적 분노
 
한편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그토록 그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던 유시민과 참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각주:4]. 참여당이 여전히 구 집권세력인 민주당의 아류[각주:5]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분열까지 조장하면서 참여당과 통합하려 한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의 정당성은 더욱 약화됐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은 또다시 진보신당을 탈당한 새진보통합연대에게 참여당과의 “원샷 통합”을 수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노회찬ㆍ심상정 등 통합연대 지도자들도 이 압박에 무원칙하게 타협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각주:6] 사실이라면 유감스런 일이다. 

민주당의 아류로 비치는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는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를 진보정당이 흡수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고, 민주노총에서 불필요한 분열을 재연할 것이다.

이는 지지자들에게 냉소와 환멸을 일으킬 것이고, 결국 진보정당의 정치적 존재감은 더 약화될 수 있다.

그리 되면
 ‘혁신과 통합’ 등 NGO 성향 인사들이 주도하는 야권통합 정당에 진보정당들이 들어오라는 압력도 커질 것이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나 친노의 주도력은 많이 약화됐지만, 야권연대의 선거적 힘은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두 번째 역설인데, 야권통합의 실질적 대주주인 민주당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야권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당과의 통합을 고집하면 일관되게 이 압력을 거스르기도 힘들다. 참여당은 진보정당과 ‘소통합’ 이후에 ‘혁신과 통합’과 함께 야권대통합으로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당과의 통합이든 야권통합이든 모두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 노선을 위태롭게 하는 퇴행적 시도다. ‘노동 없는 정치’가 정치 불신의 근본 배경인데, 그 정치를 해야 할 당의 독자적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노동계급 청년세대는 이번 선거에서 1퍼센트 특권층이 지배하는 기성 정치 구조가 이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는 ‘계급적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각성은 행동으로도 나타난다.
‘희망버스’와 최근 한미FTA 저지 운동이 그 사례다[각주:7]. 이들은 조직 노동운동의 투쟁에 대해서도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진보정치세력은 급진적인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한미FTA 저지 투쟁이나 ‘99퍼센트의 저항 운동’ 등을 건설하며 이들의 분노를 행동으로 조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각주:8] 

그 과정에서 반한나라ㆍ비민주당 개혁주의의 현재 수렴점인 진보적 NGO들과도 개방적으로 협력해 급진화하는 청년 대중과의 소통과 공동 실천을 강화한다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것이 이 계급적 각성의 급진적 정서에도 부합하며, 정치적으로도 더 급진화시킬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우리가 지지해 선출한 정부의 개혁을 지지하는 것이든 나쁜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든] 그런 대중행동으로만 개혁을 성취하고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68호에 실렸다. ☞ 바로 가기

※ 서울시장 재선거 과정이나 박원순 시장 선거운동, 그리고 안철수 현상에 관한 내 논평은 이전 포스트를 보세요. 

 
  1. 박원순 선본은 나경원에게 역전당한다고 경고등이 켜진 시점에서 노조들과 협약을 맺었다. 민주노총은 우리는 박 선본의 집토끼가 아니라며 협약을 해야 선거운동과 조합원 투표를 조직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본문으로]
  2. 이를 좀 더 들여다 보면 이 흐름의 현재 정치적 수렴점은 NGO·의회 개혁주의로 보인다. 일부에서 민주노동당 대표냐, 야권연대당 대표냐 하는 비판을 듣는 이정희 대표가 당 바깥에서 인기가 높은 것도 이정희 대표가 상징하는 포지션이 여기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수렴이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3. 공식 정치에서 진보정당의 존재감 이 약돠되지 않았다면, 정치 지형상 급진화 속도는 더 빨랐을 가능성이 높다. [본문으로]
  4. 민주당도 출마한 두 곳에서 민주노동당 등과 단일화해 나갔으나 4퍼센트, 8퍼센트를 득표했다. 경기도지사 선거 때부터 보이는 참여당의 득표력 부진은 회복 기미를 찾기 힘들다. [본문으로]
  5. 어떤 이들은 본류로 보기도 한다.참여당 지도부가 주로 노무현 정부의 친위 정치인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6. 통합연대가 최종 결정한 결정문의 문구로만 봐서는 참여당과의 원샷 통합에 찬성했다고 보긴 어렵다. 약간 섣부른 비판이었다. [본문으로]
  7. 더 멀리 가면 2008년 촛불항쟁도 그럼 흐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8. 다른 야당과는 필요하고 서로 의견이 같은 쟁점에서 독립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사안별 연대를 하면 된다. 통합과 사안별 연대는 다른 문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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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보선을 서울시장 선거 중심으로 나름 정리해 봤다. 종합해서 보면,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가 새로운 흐름으로 결정적 영향을 미친 듯하다. 
 


1. 한나라당의 참패, 박근혜 대세론의 붕괴

자신들이 내리 세 번을 이긴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것도 불과 출마 선언 두 달 밖에 안 된 정치 신인 후보에게 보수층이 총결집한 선거에서 졌다는 것은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다. 생각할수록 통쾌한 일이다.

땅을 파면 파란 흙이 나온다는 강원도 인제에서조차 민주당에 73표차로 겨우 이겼고, 그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는 11퍼센트를 득표했다. 민심 이반의 깊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마네기 후보가 보여 준 짜증나기 그지 없는 인신공격은 부메랑 도술을 부리며 비웃음의 대상이 됐을 뿐이다. 수첩공주의 수첩도 소용없었다.  
홍준표의 사실상 무승부 발언은 자기 자존심상 뱉은 말일 수도 있지만, 보수의 분열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일 수 있다.

박원순 진영이 이런저런 허술함을 보였는데도, 우파의 막강한 네트워크 ― 행정, 언론, 교회 등 ― 를 동원했는데도,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정치 불신의 핵심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게다가 20~40대의 젊은 노동자·대학생 사이에서 지지율이 형편없었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킬 것이다. 
이번 선거로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는 더 깊어질 것이고, 박근혜 대세론도 수도권에서 붕괴한 마당에 한나라당은 혁신과 보수화(오히려 더 반동적으로 가는) 사이에서 분열하고 자중지란을 겪게 될 것이다. 갖가지 폭로가 자기들 사이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1퍼센트 정부와 체제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각주:1] 그러나 다음 선거가 필패라는 계산이 나온 세력은 오히려 악행을 더 밀어붙이려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보다 질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압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투쟁이다. 



2. 은폐된 민주당의 실패 

민주당은 자신이 지지하고 사실상 캠프를 주도한 박원순 후보의 당선으로 승리의 한 축에 끼여있지만, 실상은 엄청난 내상을 입은 선거였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못 냈고, 기초단체장 선거는 전북 두 곳 빼고 모두 패배했다. 특히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는 박원순 후보가 앞선 곳이고, 진보신당 후보가 2퍼센트 대 득표에 머물렀는데도 10퍼센트 넘게 패했다. 박원순을 찍은 유권자가 10퍼센트 넘게 민주당 후보를 외면한 것이다[각주:2]. 서울 동대문구 시의원 선거구에선 그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었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선 참여정부 인사를 후보로 내고 문재인의 지원을 받았는데도 한나라당을 이기지 못했다. 협상 실패로 민주노동당과 따로 나온 곳에서는 부천 한 곳을 빼고 모두 낙선했고, 민주노동당은 10~20퍼센트 득표를 했다.  

야권연대의 주도력에도 손상을 입은 것이고, 자력으로 내년 총선·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도 드러내고 말았다. 단독으론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은 10년이나 집권했던 제1야당에게는 큰 타격이다. 

또한 정치 지도자들 개인을 향한 대중적 추모 열기와 달리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2010년 이후 주요 선거를 돌아봐도, 민주당 후보든, 참여당 후보든 노무현 정부 적자를 자임하는 후보는 야권의 전폭 지원을 받아도 당선하기 힘들었다. 한명숙이 그랬고, 유시민이 그랬다. 올해 김해 선거와 이번 재보선(부산)도 그렇다.

반한나라당 만큼이나 비민주당 정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 박원순 선거운동의 문제점은 선거 기간 중에 쓴 글에서 별로 달라질 것이 없어 여기서는 덧붙이지 않는다. ☞ 바로 가기


3. 위기와 기회, 진보정당

그래서 위기에 빠진 진보정당에게 기회가 있긴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서울 동대문구 시의원 선거와 강원 인제군수, 부천 시의원 선거, 제주 등에서 민주당과 경합했는데도 민주노동당 후보는 두 자릿수 득표를 했다. 

서울시장 선거 야권 후보 경선에서 존재감을 못 느낄 수준이었는데도 반MB 정서가 지배한 선거에서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강력한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의 한 켠에 무시 못 할 진보정치 지지층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대한 불만이 대체로는 계급적 불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보정당은 이런 불만을 대변하는 데 갈수록 취약해 지고 있다. 진보 양당 통합에 실패한 것은 그런 점에서 큰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겨우 기초의원 한 명 후보 내서 8퍼센트 얻은 참여당과 통합 못 한 게 이번 선거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면 맞는 평가도 아닐 뿐더러 문제의 본질을 한·민 양당 구도 프레임으로 왜곡하는 것일 뿐이다. 자기비하인 것이다[각주:3]

자기 당 후보가 애초에 당선가능성 없던 선거에서 10~20퍼센트 득표로 선전했는데도 이를 높게 평가히기보다 야권이 분열하면 진다는 교훈부터 끌어내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평가[각주:4]는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의 잘못된 노선을 그대로 보여 줄 뿐아니라 최근 진보정당의 무기력도 어느 정도는 설명해 준다.

자신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어찌 발전시킬지 성찰해야지, 야권연대 협상의 지렛대로만 사용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이라는] 
원칙과 정체성이 취약해 지는 것은 자기 중심이 없다는 것이고, 스스로 야권연대의 부속물을 자처하는 것은 정세의 종속 변수를 자처한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듯 아무리 야권연대의 주도력(박원순과 안철수 바람)이 민주당 바깥에서 불어도 야권 연대/통합시 지분은 민주당이 가장 크기 때문에 부차적 지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자본가정당이므로 노동자 진보정당에게 부차적 지위는 정치적 부속물의 지위를 자처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묻지마 야권연대 노선을 고수한다면 진보정치세력의 분열이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험난한 내부 논쟁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보인 가능성은 참여당 문제로 진보대통합이 실패한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 보여 준다.(정치는 그래서 ‘타이밍’이다.)  



4. 세대 투표? 계급 투표?

박원순 후보가 노동의 가치를 앞세우지도 않았고, 노동운동이나 노동자 진보정당 출신이 아니므로 계급투표를 잣대로 대는 것은 좀 어색한 일일 수 있다. 비교적 진보·개혁적인 색채가 짙지만, 신자유주의 등 진보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책과 가치에 원론적으로 반대하는지는 모호하다.

그러나 지역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20~40대/대졸 이상/직장인에서 득표율이 높았다는 것(나경원은 반대)은 이것이 계급 투표 성격을 띠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안철수·박원순 현상에 깔린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 밑바탕에 노동계급 청년층의 계급적 불만이 놓여 있다는 우리 분석(☞ 관련 글 보기)을 간접 입증하는 것이다. 

최근 KDI의 한 연구원은 ILO 기준으로 하면 현재 한국의 잠재적 청년실업률이 21.2퍼센트나 된다고 분석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이 일자리와 복지를 악화시키면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미래 희망 상실)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바로 노동계급 청년층이다.

초임 삭감, 비정규직, 청년실업, 고용불안, 교육비, 비싼 물가와 양육비 부담 등이 모두 [그 이름도 기막힌]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라 불리는 이들에게 집중된 문제다.


그동안 특권층 후보들이 여러 의혹으로 꼬꾸라질 때는 대체로 부정한 방법에 대한 분노가 많았다. 이회창 아들의 병역 비리 같은 것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번 나경원의 피부관리 1억 원 지출 의혹은 정치인이 특권층 부자라는 사실만으로도 대중의 미움과 분노를 산 것이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1퍼센트 부자 정부의 계급 차별 정책이 지속되면서 경제적 양극화도 깊어졌지만, 정치적으로도 계급 분단선이 더 깊어진 모양새다. 이 각도에서 보면, 집권 이전에도, 집권 시절에도, 야당인 지금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친자본주의 당인 참여당이 새로운 바람의 능동적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겨레>처럼 이를 세대 투표라 보는 것은 피상적인 단견이다. 

10월 22일(토)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비정규직노동자대회. 이들의 문제는 노동계급 청년층 다수의 삶과 요구와 다르지 않다. 이들을 함께 대변할 진보 정치가 필요하다.




5. 탈정치? 탈이념?

탈정치가 정당정치를 뜻하든 탈이념을 뜻하든 세대론자들과 마찬가지로 피상적이다. 

사람들이 의식하든 못 하든 1퍼센트 부자 정권의 부정의한 정책에 반대해, 그 정권 자체를 몰아내고 싶어하는 것 자체로 매우 정치적인 행위다. 그것은 반복하지만 계급적 정서이고, 진보적 변화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정권 심판론이 어떻게 탈정치이겠는가. 그것도 ‘부자’ 정권 심판론이었다. 매우 계급적이다. 자유주의자들의 표현을 빌면, 이념적이다. 지금 대중은 의식했든 못 했든 매우 ‘이념’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서 올곧게 이런 계급분단선을 명확히 이해하고 새 세대에 걸맞는 용어법으로 이를 대변하며 앞장서 실천하는 정당이나 인물이 없거나 미약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런 급진화는 양식있는 ‘강남’ 좌파 지지에 머물러 있다

안철수나 박원순이 비록 ‘강남’좌파라 불리긴 하나, 그래도 그들은 실제로 특권층 정치와 거리를 둬 왔고, 그들이 대중에게 제시한 삶의 가치들이 특권층만을 위한 삶이나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사람들은 본다. 

그래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부자와 가난한 이,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이라고 설명한 안철수 교수의 평가는 잘못됐다. 이것이 안 교수의 본심이라면 이는 안철수 현상의 모순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 모순은 다시 정리하면, 진보정치를 바라는 정서가 진보적 대중운동이나 진보정당 지지로 조직화하지 못하는 것이고, 오히려 진보정당의 분열과 무기력 때문에 진보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을 수동적으로 지지하는 데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6. 야권 통합론의 부상

이렇게 봤을 때, 민주당 중심의 야권통합을 말해왔던 민주당은 일단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빠졌다. 대선을 앞두고 사상 최약의 전력을 갖춘 민주당은 진로를 놓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 당내 혼란이 수습하기 어려운 것은 단순한 내부 알력이 아니라 당 바깥의 압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도권을 완전히 잃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밖에서 야권통합을 말해왔던 ‘혁신과 통합’도 동력의 한 축인 문재인의 실패로 의기소침한(뻘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노무현 그림자를 미래지향적으로 걷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이들이 어쨌든 주도력을 행사하려 하는 한 참여당은 당분간 화제도 되지 못할 것이다.[각주:5]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만으로 안 된다는 것이지 민주당이 없어도 된다는 것은 아닌 점도 드러났으므로 야권통합론 자체가 가장 선거적 지분이 많은 민주당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다. 그래서 야권통합을 형식적이나마 추구해 왔던 손학규 체제가 당장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만으로 한나라당 심판이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진 지금, 야권통합을 지지하는 정서는 더 강력해질 것이다. 엔지오 출신들도 꽤 유입될 텐데 그 포지션상 통합 정당론을 지지할 것이고 한 흐름으로 모아질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주도권을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도 변수가 될 것이다. 안철수 교수는 여유가 있으니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다. 진보정당도 이 흐름을 이겨낼 배포가 없다.

이처럼 주축 세력들이 취약한데 야권통합론이 거세지는 것은 반MB 진영 안에서 논쟁과 모순을 키울 것이다[각주:6]. 그것은 각기 다른 계급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의 연합이 지닌 본질적인 모순이기도 하다. 

그것은 박원순 후보의 선거운동에서 드러났다. 박원순 선본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노동운동 쪽에서 요구한 정책 협약 체결을 회피했다. 한미FTA 반대 표명 요구도 거부했다. 이런 식이니 평범한 다수 지지자들이 박원순 선거운동 방식에 실망했던 것이다. 

서로 다른 [계급의] 욕구들이 반MB 연대라는 이름으로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이번 박원순 후보 선거의 정책 총괄은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교수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알다시피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 폭등으로 문제를 심화시킨 당사자다. 

야권통합론이 연합정당 건설로 가려면 노동을 어떻게 대변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텐데, [그리고 이것이 한 관건이 될 텐데] 통합론의 한 축인 조국 교수 같은 경우는 노동이 정당정치에서 대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노동정치 노선은 애초에 노동운동 스스로 정치세력화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사민주의 정당의 성격상 불가피하게 정치와 운동 영역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겠지만, 최장집 교수나 조국 교수 등이 말하는 기존 개혁 엘리트 정치인의 대리주의와는 결이 다른 면이 아직은 크다. 

그러므로 야권통합론 부상은 선거 평가와 마래 전망을 놓고 진보정당 안팎에서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야권통합론의 계급연합 모순은 대선 이후 집권 전망에서도 논쟁꺼리가 될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에게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눈앞에 와 있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변화 흐름은 단기적으론 선거 연대가 유리해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론 독자적 정치세력화로 가야 한다는 걸 보여 줬다. 문제는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가 현실에서 구현될 땐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7.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상을 종합하면,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 지배자들의 고통전가 정책 때문에 세계적인 흐름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노동계급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 사이에서 정치적 급진화가 수 년간 진행돼 왔다. 이것이 안철수·박원순 현상의 진앙지다. 지금은 이 급진화가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로 수렴되고 있다. 대체로 반보수·반재벌·반신자유주의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것은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최근 99퍼센트 점거 운동처럼 행동으로 분출되고 있는데,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들을 대변할 마땅한 정치세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당선 후 행태가 실망스러울 경우 직접행동주의로 표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이들을 대변할 자격 조건은 되는데, 규모와 역량이 아직 부족하고 시야가 매우 협소하다. 지금의 ‘묻지마 야권연대’ 노선을 중단하고 진보정치의 급진적 혁신과 재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 정서를 행동으로 끌어내야 계급 의식의 전진과 노동자 진보정치의 주도력을 되살릴 수 있다. 당장은 노동계급 청년들의 분노가 선거를 계기로 표출된 것인 만큼 당선한 후보와 세력에게 초좌파적 냉소와 반감을 보내기보다 그 기대감이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와 행동으로 발전하도록 조직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각주:7].

박원순 후보가 모두를 대변하겠다고 이런 요구들 수용을 회피하며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면 집권 초기에 지지층과 먼저 갈등하기 시작해 그나마 있던 개혁 동력마저 상실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조직 노동운동은 이런 불만을 노동운동의 의제로 받아 안아야 하는데, 그 방식은 대중투쟁을 회피하는 선거 방식이 아니라 노동계급 고유의 힘을 발휘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희망버스2.0’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급진화를 더 촉진할 수 있다. 좌파는 유연하되, 충분히 급진적이어야 한다



  
  1. 그 점에서 박원순 진영의 약점을 이유로 기권주의 태도를 취한 사노위, 사회진보연대 등 일부 좌파들의 결정은 아쉽다. [본문으로]
  2. 이것이야말로 창피한 일일 텐데, 양천구청장에 당선한 한나라당 추재엽은 보안사에 근무한 독재정권 출신이며, 그 시절 고문 가담 의혹이 터진 반민주 인사다. [본문으로]
  3. 민주노동당은 존재감이 약해진 정도지만, 참여당은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민주당의 아류라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내 참여당 통합론자들은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본문으로]
  4. 10월 27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 물론 이는 민주당과의 총선 협상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에게 경고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5. 민주노동당이 통합하자고 불러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본문으로]
  6. 안철수의 행보가 큰 변수가 될 수 있겠다. [본문으로]
  7. 당장은 박원순 후보의 집회으 자유 보장과 광장 개방 약속이 눈에 띈다. 이 약속 이행을 통해 한미FTA, 한진, 비정규직, 등록금, 유성, 강정 등을 모아 한국판 99퍼센트 점거 운동을 시작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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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여유있는 분은 서울시장 선거 관련 이전 글을 먼저 보시오. ☞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선출을 보며 ―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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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재보선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의 박승흡 강원 인제군수 후보와 진보신당의 민동원 서울 양천구청장 후보 등 진보 후보들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거꾸러뜨리길 진심으로 바란다진보정당 후보가 없는 조건과 1퍼센트 대변 정권 심판 정서를 전제로 했을 때, 박 후보는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을 만한 후보다.

19일 발표한 “서울시민권리선언”에서 박원순 후보는 집회ㆍ결사의 자유가 “시민의 권리”[각주:1]라고 밝혔다. “주거권 보장과 강제퇴거 방지”, “고용 안정과 적정 임금 보장”, “친환경 무상급식” 같은 대중의 요구도 “[서울]시의 의무”라고 약속했다.

박원순 후보는 선거 후반부에 “오세훈 전 시장은 이명박 전 시장의 아바타,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아바타”라고 비판했고, “나경원이 노동자 편입니까? 박원순이 노동자 편입니까?” 라고 노동자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온갖 비방과 인신공격과 색깔론은 역겨워서 듣고 있기 괴로울 정도. 어느 트위터리안의 말마따나, 그들의 인신공격은 시궁창물이 수돗물에게 비위생적이라고 하는 꼴이다. 

그런데 선거운동 전반부에 박원순 후보의 지지도가 다소 정체하는 듯한 것에는 이뿐 아니라 박원순 후보의 초반 선거운동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첫째,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입당을 거절한 대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주요 직책을 모두 민주당에게 줬다. ‘야권연대’에 충실해 왔던 민주노동당마저 반발해 철수할 정도였다[각주:2].


아쉬움


이는 박원순 후보의 정책과 메시지가 민주당의 포지션에 구속되는 결과를 낳았고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선본에서 잘 들리지 않는 효과를 냈다.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선 진보신당 후보를 빼고 민주당 후보와만 정책 협약식을 해 진보신당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親부자 反노동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 그런데 민주당은 과거의 뿌리와 현재의 행태를 볼 때, 심판할 주체가 못 된다. 새롭고 진보적인 세력이 나와서 이명박을 심판해 달라. 이것이 안철수 현상에 깔린 민심이다. 물론 여기서 안철수 교수가 이 과제에 적합한 세력이냐는 별개 문제다.

 

박원순 선본은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인 ‘교육연대’가 제안한 교육개혁 정책 협약을 곧바로 수용하지 않았고, 노동 부문의 정책 협약 체결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한미FTA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지금,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각주:3].

박원순 후보는 진보 진영에서는 금기시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해서 국가보안법은 “남용될 수 있다면 그 조항은 개폐되는 게 맞다”며 전면 폐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유럽 기준으로 치면 중도 우파”라고 자처하거나 “저는 천안함 북한 소행이라 믿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우파의 색깔론 공세 앞에서] 수세적으로 비춰졌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관계자가 “민심은 기성정당을 외면하면서 박 후보를 지지했는데 박 후보가 자꾸 엉뚱하게 민주당에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고 평했겠는가.[각주:4] 

박원순 후보가 부상한 것이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라는 점에서 이런 행보는 그 자체로서뿐만아니라 지지자들에게도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이 문제에 관한 기초 논의는 ☞ 
안철수·박원순 현상과 진보정당의 가능성)

둘째, 박원순 후보는 이 선거를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분명한 심판의 장으로 삼지 못했다. “잘한 것도 분명히 있다”거나 “시정의 연속성을 중시하겠다”는 논법도 부적절했다.

여기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박원순 후보가 추구해 온 대안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박 후보의 온정적 개혁주의는 재벌 기부와 사회적 기업 등 정부ㆍ기업과 협력ㆍ보완 관계로 일하는 “협치(거버넌스)”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지원 같은 청년 실업 대안은 나경원과 별 차별성도 없었다.

그래서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 후보가 “착한 시장 뽑기”에 나왔냐는 불만도 나왔다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박원순 후보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덕담으로 “원순씨가 참 온순하십니다. 좋죠?”라고 했던 말이 사람들에게는 덕담으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진보정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박 후보에게 표를 던지려는 이들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지지층에서 비판이 일고 지지율도 답보하자, 박원순 후보는 다행히 16일부터 “더이상 온순 원순 아닙니다” 하며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앞서 지적한 아바타 발언이나, 시민권리선언도 이때부터 공약으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진보 교육단체들의 요구도 공약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를 실망시킨 선거운동과 지지율 정체 기간과 선거운동 변화와 지지율 반등이 얼추 비슷하게 연동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1백 퍼센트 신뢰할 순 없지만, 그 추이는 내 주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걸로 보인다.

 

박원순 후보는 이제라도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더 선명하고 과감하게 이명박 정권과 나경원 후보를 비판하고, 급진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네거티브(무엇에 반대한다) 없는 포지티브(무엇을 추구한다)는 오히려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 지지자들이 바란 건 1퍼센트 정부와 후보를 무자비하게 비판하고 민주당보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진보 활동가들은 박원순 투표로 1퍼센트 정치세력 거부 흐름과 함께하며, 재보선 이후에도 한미FTA 반대 투쟁과 ‘99퍼센트 행동’ 등 아래로부터 운동을 지속하며 독립적인 반MB 진보 대안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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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애초 10월 18일에 쓴 글이다.  

  1. 집회를 위한 광장 개방이 “시의 의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선거 막판이 되자 다시 선대위로 복귀했다. [본문으로]
  3. 한국에서 2007년 이후 FTA 자체에 대한 입장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것이 돼 왔다는 점, 그 이유가 FTA는 복지 확대를 위한 정부 개입을 가로막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박 후보의 신중론은 큰 유감이다. [본문으로]
  4. 이 인터뷰는 오늘 오후에 추가한 것이다. 출처는 내일신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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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뽑혀 여론조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무소속 박원순후보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제치고 단일 후보가 된것은 “‘안철수 바람’을 토대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 정서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미디어오늘>)로 볼 수 있다.

박원순 후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의 창립을 주도하고, 2000년 총선 낙천·낙선 운동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반대,재벌 개혁,부패 추방 등 권력 감시 운동에 앞장서 온 진보적 NGO의 대표 인사다.

이처럼 기성 정치 바깥에서 진보·개혁적 사회운동 경력을 쌓아 온 박원순 후보의 부상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비판이 반한나라·비민주당의 온건 개혁주의로 향하는 최근 경향을 보여 주는 듯하다.


박원순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제가 만난 시민들의 공통된 요구는 ‘내 삶을 바꿔 달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기성 양당 구조가 전혀 평범한 다수의 삶을 보호하거나 개선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불만을 잘 보여 준다.

이런 불만이 왼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우파 ‘시민후보’로 나섰던 이석연이 박원순 후보와는 대조적으로 “기성정치의 벽을 뚫는데 한계가 있다”며  꾀죄죄하게 중도 사퇴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안철수·박원순 바람이 불면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물론이고 민주당과참여당, 친노 정치인들의 지지율이 주춤하거나 추락한 것도 이같은 대중적 반감의 한 사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위기감이 크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서울시장 선거에 제1야당이 후보를 못 내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당대표 손학규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했는데,민주당은 손학규 말고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형편이다.

이런 민주당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민주당은 부자감세,한미·EUFTA, 미디어악법 등 중요한 쟁점마다 결정적 순간에 한나라당과 타협하며 반MB대중의 뒤통수를 쳐 왔다.


진보정치


문제는 이런 상황에 진보정치 세력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그동안 진보의 독자적 목소리보다는 민주당과의 협력이나 참여당과의 통합을 더 중시해 왔다. 기성정당 질서에 편입되는 방식에 중점을 둔 것이다.

반대로 진보정치 세력의 단결을 통해 기성 정치와 구분되는 대안을 내놓으려는 노력에는 소홀했다. 그
러다 보니, 최근 몇몇 선거에서 선거연합으로 실리를 얻기는 했지만 막상 정치적 존재감은 후퇴했다.

이번 경선에서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가 기대와 조직력보다 저조한 지지를 받은 것도 진보세력이 분열해 있고 독자적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못 드러내는 상황에서 ‘어차피 사퇴할 후보’로 비춰진 것이 가장 컸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좌파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며 진보 염원 청년·대중과 함께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박원순 후보는 “노동3권만큼 중요한 시민권이 어디 있냐”며 노동계급 문제에 우호적이긴 하다.

또 친환경 무상급식공공 무상 보육고용안정과 청년 실업 해결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해고자 복직[각주:1]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토건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보편적 복지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진보진영은 박원순 후보와 이러한 진보적 요구·과제들을 지지하되, 이명박 정부와 우파의 방해를 뚫고 이런 과제들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 독립적인 대중행동 건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겨운 적반하장 검증론


한나라당은 아름다운재단이 재벌 기부 받은 것을 두고 “위선진보”라고 비난한다청와대 대통령실장 임태희도 “순수한 나눔이 아니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우선 ‘도적으로서 완벽한 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런 말을 할 자격 자체가 없다.

SLS그룹와 부산 저축은행들의 로비자금이 청와대까지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것이“순수한 나눔”인가불법 탈세를 저지른 이건희 사면에 앞장선 자들은 또 어느 당이었던가이 정부야말로 재벌의 ‘차떼기’후원 대가로 탈세,노조 탄압산재 노동자 외면감세 혜택을 줘 왔다.

임태희는 “자선사업하는게 대기업의 본분은 아니”라고도 했는데기업의 공익 기부는 면세 혜택을받기 때문에 기업들 스스로 이미지 전략으로 활용하는 ‘영리’ 사업일 뿐이다

오히려 최근 “따뜻한 자본주의”니 “자본주의 4.0”이니 하면서 ‘기부’를 강조하다가 이제 박원순을 비난하는 <조선일보>의 행태가 더 일관성 없고 황당무계하기만 하다. 

늘 뒤가 구린대가성 돈을 받아왔던 자들 눈에 세상이 구려 보이는건 똥개 눈에 뭐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그래서 한나라당이 박원순 후보를 “청문회 수준으로 검증”하겠다고 했을 때,한 네티즌은 “무조건 봐 주겠다는 뜻”이라고 비웃었다[각주:2].

사실 한나라당의 속마음은 “좌파 야합 정치쇼”라는 마녀사냥 용어에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개혁 공천하겠다며 박원순 후보를 “전국구 1번자리”인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다김문수가 두 번이나 박 후보를 직접 찾아갔다. 아름다운 재단에는 이명박도 기부한 바 있다그냥 자기들끼리 “우파 전향검증쇼”나 하는 게 어떨까.


온정적 개혁주의
 

우파들의 헛소리와달리 박원순 후보의 정책과 대안은 온정적 개혁주의다.

박원순 후보는 사회적 기업을 통한 복지 제공이 공공복지의 보완 구실을 하며 일자리 창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이것은 좋은 취지와 부분적으로는 현실가능한 정책을 담고 있지만경제 위기와 양극화의 진정한 원인 에도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기업도 이윤 논리를 따르는 ‘기업’이므로 돈 없는 복지 소비자인 서민들에게 복지 전달자 구실을 하려면 결국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비용 절감 압력도 피할 수 없다. ‘아름다운 가게’조차 박봉을 감수하는 직원과 무급 자원봉사자들 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상태다.

참여연대에서는 정부와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시민운동을 표방해 온 박원순후보가 아름다운재단부터는 정부와 대기업 후원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기업’이 복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의도치 않게 복지의 민영화라는 신자유주의에 부응할위험이 있다.

그래서 보편 복지는 부자 증세로 국가의 복지 재원을 늘리고 제도화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다. 일자리는 국가의 직접 투자로 공공부문에 복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보다 더 효과적이다.

것은 재벌에게 “나눔”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친기업 정부·재벌 체제에 맞선 정치적 대중투쟁으로만가능하다.

그런데 박 후보는 “시위는 어차피 사그라지게 되어 있[]”면서“참여연대 15천명 회원이면 간사 50~60명이 지속적으로 사회의 맑은 샘물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말한 바 있다. 대중의 주체적 행동을 중시하기보다는 대중을 공익적 엘리트들의 수동적 후원자로 여기는 것이다.

한편, 사회적 기업 방식의 허약함은 이명박이 아름다운재단의  파트너인 하나은행과 미소금융을 하면서 아름다운재단의 
마이크로크레딧(서민소액저리대출) 사업이 파탄난 데서도 드러난다.

박 후보는 “시민운동을 적처럼 대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미소금융 사례에서 보듯 최근 시민운동이 중요시해온 협치를 곳곳에서 파괴했다. 

그 결과, 시민운동도 정치세력화해야 한다는 정서가 생겼는데, 그 대표주자가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의 빅텐트론이다. 박원순 후보의 출마도 이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데, 이는 빅텐트론에서 보듯 여전히 민주당 의존성을 버리진 못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박원순 후보로 모아진 기대감과 정치적 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박 후보가 내세우고 힘겨운 서민과 청년들이 공감하는 소박한 이상조차도 민주당과의 공동정부에 의존하는 방식보다는 독립적인 대중행동에 바탕해야 이룰 수 있다고 본다.  


※ 이 글은 일부 축약해 <레프트21> 66호에 실렸습니다. ☞ 기사 보기

 

  1. 상당히 민감한 공약이며 당선된다면 꼭 지켜져야 하는 공약 1순위를 다투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본문으로]
  2.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인사청문회 대상 중 82퍼센트가 위장전입과 투기 전력자다. 탈세도 심각하다. 그런데 이들은 거의 인사청문회를 무사통과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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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의 참패와 민주당의 승리,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끝난 4·27 재보궐 선거 결과는 모순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MB 범야권연대 단일 후보들이 선전했고, 진보정당들과 양대 노총이 모두 이 단일화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이명박 정부에 분노해 온 노동자들에게 사기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다.

51일 메이데이 집회에서도 이 점이 확인됐다. 한국노총 집회에는 조합원 10만여 명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의 서울 집회는 몇 년 만에 경찰 저지를 뚫고 도심 행진을 했다. 서울 명동 등 거리의 시민들도 ‘최저임금 인상’ 등 시위대의 요구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만난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재보선에서 집권당의 약화가 확인되자 싸울 만하다는 쪽으로 조합원들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그러나 막상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이런 분위기를 2012년 야권연대에 기초한 선거 심판론으로 끌고 가려는 쪽이 될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 이인영과 “국민의 명령” 문성근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성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야권 단일 정당”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이번 선거로] 야권연대의 정당성에 대해 어떤 의문도 망설임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연대 강화론은 선거에서 손쉽게 표를 얻으려는 선거공학적 계산에 바탕한 것이다.

셋째, 진보진영 내 통합 지지 세력도 조급해져서 진보대통합을 서두르려 할 것이다. 이미 내년 선거를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으로 삼는 이들에게 자칫하다간 민주당에 얻는 것 없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총선·대선 선거연합(일방적인 후보 단일화)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고려하는 세력들은 진보대통합으로 덩치를 키워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야 지분을 받는 ―따라서 자신들 나름의 ‘명분’을 세울 수 있는― 연립정부 연합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가 논란과 불협화음 속에서도 3차 합의문을 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복지국가 단일정당

이들 가운데 최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지식인들이 몇몇 정치인들과 연합해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이들은 복지국가 강령을 중심으로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이 단체의 산하 조직 격인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는 5월 초 이인영의 야권단일정당론을 환영하며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통합을 하는 가장 쉽고, 가장 빠르고, 가장 올바른 방법은 ‘가치중심’으로 정치권이 재편되는 ‘복지국가 단일정당’이라고”고 밝혔다.

사실상 독자적 진보정당의 길을 포기하고 보수정당의 개혁파들과 한살림을 차리자는 것이다.

서유럽 복지국가가 정당 차원의 계급 협력 전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사진 출처: http://kafkago.tistory.com/414


이들과 한 배를 탄 진보신당 박용진 부대표는 “사회양극화에는 무심했던 진보세력도, 무능했던 개혁세력도 모두 책임이 있다”며 두 세력의 실천적·정책적 차이를 흐리고 물타기한다. 심지어 민주당과 단일정당을 해서 집권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진보는 “무책임”하고 “오만”한 것이라고 훈계한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대중이 공감할 만한 목표지만, 이는 ‘자본주의 극복’을 강령으로 채택한 기존 진보정당들보다 후퇴한 강령이다. 복지국가만 주요 목표인 것도 아니다. 지금처럼 경제 위기와 전쟁, 핵공포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훨씬 더 포괄적인 반자본주의와 반제국주의 강령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들의 역동적 복지국가 담론은 노동의 유연성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반신자유주의 가치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강령인 것이다.

그 결과 논리적으로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은 급진좌파를 배제하고 민주당[일부?]과 손 잡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사실상 진보정당을 없애자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에 “보편적 복지”를 당헌에 삽입하고 무상 교육·보육·의료 실현을 강령에 포함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 구현과 1백 퍼센트 배치되는 FTA 협약을 찬성하는 이 당에게 당헌 변경은 선거를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해 보인다.

그것은 이 당의 핵심 기반이 자본가계급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진보연대가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노동자 계급정치의 포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다.

그래서 사실 야권 단일정당론은 상시적 야권연대론의 필연적 귀결이다.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은 “[야권연대의] 정형화 된 후보 단일화 방식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정책 등이 미리미리 정비되고 선거운동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수행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책과 후보 선출에서 일사분란한 체계를 갖춘다면 단일 정당과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이런 논리가 연립정부 정당화로 발전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선거로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는 생각은 “투표로 심판하자”, “투표로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로 표현되는데이는 사람들을 몇 년에 한 번 선거에 투표만 하는 수동적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야권연대

지금 반MB 정서가 야권연대로 수렴되는 듯한 것은 민주당은 여전히 못 믿겠고, 진보진영은 분열해 있으며, 노동자투쟁도 아직 계급세력관계를 뒤흔들 만큼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MB 정서는 민주당 왼쪽과 진보정당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민주당이 왼쪽 깜빡이를 켠 이유다. 올해는 양대 노총의 메이데이 집회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진보정당들과 맺은 약속을 깨고 부자 감세와 한―EU FTA 통과를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전북 버스 파업 때는 반 년 가까이 사장들 편만 들었다.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은 “[4당 정책] 합의문 내용은 굉장히 좋은 것 … 하지만 우리에게는 현실이 있다”고 털어놨다.

민주당은 결코 자본가 계급 기반이라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선거 때는 반MB 투사, 평상시엔 한나라당 2중대’를 반복하는 이유다.

야권연대는 이런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려 하므로 진보정당 고유의 정책과 실천이 후퇴해 우경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 대표 손학규는 51일 양 노총 본 집회에서 모두 연설한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위선적이게도 “야권 단일화의 성과”와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을 강조했다.[각주:1]

이는 민주노총 지도부도 야권연대의 우경화 논리에 젖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 진보진영 상설연대체 민중의 힘() 상반기 계획에서 임단투 파업 시기를 집중하자는 제안이나 메이데이 집회를 서울로 집중해 위력적 시위를 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국민참여당과 진보정당들이 통합해야 한다는 진중권도 <한겨레> 53일치 칼럼에서 “‘미 제국주의’ 운운 … 같지도 않은 착각 속에 자신을 자폐시킨 채 개척교회 세우듯 사회주의 목회활동 … 1917년 러시아 혁명의 향수”를 들먹이며 급진좌파를 비난했다. 아마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서 배제하자는 좌파의 주장이 못마땅했던 듯하다.

이처럼 버전은 다양해도 야권연대 찬성론자들은 모두 진보정치의 우경화를 주장한다. 그래서 야권연대를 진지하게 추진하면 진보진영의 당면 투쟁 건설에 방해가 된다.

재보선 직후 양대 노총과 야3당이 공동 발의하기로 한 노조법 재개정안에는 ‘손배가압류 제한’과 ‘필수유지업무 폐지’ 같은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안들이 빠졌다.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파업권을 크게 제약해 왔고 정부와 기업주들가 노동자 저항을 억누르는 중요한 무기가 돼 왔다. 당장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현대차 사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그런 점에서 급진좌파들이 메이데이를 계기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의 민주대연합 노선 비판 목소리를 높인 것은 적절했다. 문제는 진보대통합을 바라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염원을 반영해 진보대통합 논의에 참가하면서 우경화를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1. 야권단일화의 성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은 선거 직후 작성한 내 글을 보시오. 그리고 그동안 진보진영 안에서 기본적인 합의는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이 아니라 노동이 주인되는 세상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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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올해 메이데이에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선언할 예정이다.

△1997년 1월 대중파업으로 정리해고법과 반민주 악법들을 철회시킨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한동안 한국 정치의 주역이었다. 이 때 얻은 정치적 자신감과 교훈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이 발행한 “2011년 정세와 투쟁” 교안은 이 과제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노동조합이 단위사업장의 근로조건 개선 등 경제투쟁을 뛰어넘는 …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해 나가는 정치적 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자신만의 고용에만 안주하고, 통장에 남은 잔고만 바라보는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노동자들이 바라는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정당을 통해서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가 정당에 의존해서는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힘들다는 깨달음은 진작부터 있어 왔다. 그 가운데 대중적으로 성공한 첫째 시도가 2000년에 민주노동당을 창당한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은 한때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며 약진하기도 했지만,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분열했다.

다수의 현장 조합원들은 진보정당이 단결해 세력을 키워서 노동자 투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민주노총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진보대통합’을 뜻하게 된 이유다.

이 점에서 일부 급진좌파들처럼 진보대연합을 지지하지 않거나 냉소적인 것은 잘못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왜 난관에 부딪쳤는가

민주노동당은 2004년 4월 총선 때 노무현 탄핵 반대 투쟁의 열기 속에서 의원 열 명을 당선시키며 약진했다.

2004년은 파병반대 운동, 비정규직 투쟁,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등 대중운동이 활발한 시기였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런 투쟁들을 확대ㆍ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의회 안에서 열린우리당과의 공조에 더 매달렸다. 자주파와 평등파 지도자들 모두 이러한 방침을 추구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아예 우경화해 2005년에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고 2006년에 한미FTA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양극화는 심화했고, 비정규직은 늘어만 갔다.

문제는 이에 맞서 투쟁과 대안을 건설해야 할 일부 노조 지도자들이 투쟁을 회피하려고 비정규직 투쟁 등 단결된 투쟁을 외면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는 비리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은 (대체로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이런 노조 지도자들을 비판하며 투쟁을 호소하는 대신 침묵했다. 게다가 “정규직 이기주의론”에 굴복하는 사회연대전략 같은 정책을 추진하려 했다.[각주:1]

그것은 오히려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을 모두 겨냥한 우파의 공세에 힘을 실어줄 뿐이었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개혁 배신과 우경화에 실망해 왼쪽으로 이탈한 대중을 민주노동당은 흡수하지 못했고 민주노총의 선진 조합원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줬다.

진보정치의 위기에는 주요 지도자들의 온건한 개혁주의 전략이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진보정당이 자유주의 집권당을 대체할 대안으로 부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중의 환멸을 기회 삼아 이명박 같은 우파가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심상정 전 의원 등은 ‘민주노총당’, ‘데모당’이 문제라며 민주노동당을 더 온건화시켜 이 상황에 대처하려 했다.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는 당원을 제명시키려고도 했다. 원인과 해법이 어긋났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대가를 치렀다.

다함께 등의 좌파가 이 잘못된 시도에 맞섰지만, 끝내 민주노동당은 분열했다. 분열의 결과로 진보 양당이 모두 약화됐고 어느 정도 더 온건해졌다.

그래서 현장 조합원 다수가 진보진영의 단결을 바라지만, 한편에선 불신도 있다. 현대자동차 정동석 조합원은 “울산 북구에서 국회의원, 구청장을 노동자들이 계속 밀어줬는데, 노동자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래서 진보대통합에 기대감은 있지만 열정적이진 않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따라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대중적 정치투쟁 방식으로 단결을 추구해야 노동자들의 사기와 신
뢰를 높여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반MB 범야권 연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명박 정부 아래서 벌어진 부자 감세, 기업 특혜, 임금 삭감과 고용 불안, 물가와 전월세 폭등, 노동운동 탄압 등 때문에 수많은 노동 대중이 고통받고 분노하며 싸우고 싶어 한다. 이명박 정부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이들의 ‘반MB’는 기본으로 ‘반정부’를 뜻한다.[각주:2]

문제는 이것이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반MB’ 민주연합(범야권연대)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등은 진보대연합 이후에 민주당과 선거연합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심상정 전 대표는 나아가 민주당과의 연립정부까지 얘기한다.[각주:3]

그런데 현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 꼭 민주대연합이어야 할까? 그것은 ‘반자본주의’를 위해 ‘반MB(반정부)’를 기각하자는 급진좌파 일부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논리 비약이이다. 둘은 같지 않지만, 대립된 목표가 아니며 결합될 수 있다.

그 점에서 반MB 정서는 모순적이다. 그것이 대체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대연합 지지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그 이면에는 민주당을 향한 불신이 배어 있기도 하다.
민주당의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 있는 진보정당들과 연합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그 정서는 왼쪽으로 향하는 점도 있다. 그 점에서 정치인들의 민주대연합 노선과 대중의 정서를 구별해서 봐야 한다.

그래서 허영구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처럼 ‘반MB’를 단순히 ‘민주당 지지 정서’로 낮춰 보면 올바른 전략·전술을 내놓기 어렵다. 일부 급진좌파처럼 외부에서 기존 진보정당들을 비난하기만 하면, 아직 좌파를 지지하진 않지만 이명박 정부와 맞서 싸울 의지가 있으며 왼쪽으로 향하는 대중을 오히려 민주대연합 노선에 내맡기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그래서 진보의 단결이 필요하고, 특히 단결된 대중투쟁이 중요하다. 1997년 1월 노동법·안기부법 철회 파업 때처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청소 노동자 투쟁이나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쌍용차·한진중공업 등 정규직 파업 등은 전투적 투쟁 자체가 옛날 얘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 줬다. 열쇠는 지도부가 민주노총 차원에서 전(全) 계급적인 연대 투쟁과 파업을 제대로 조직하는 것이다. .


문제는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과 연합을 하려 하면 할수록 이명박에 맞선 투쟁을 건설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연합해 진보 개혁을 이룬다는 노선은 자본가들과 타협해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의 반영인데,
지금처럼 경제 위기 상황에선 자본가들도 이윤과 지배력을 보존하려고 매우 거칠고 무자비하게 나온다.

그래서 단호한 투쟁과 반자본주의 대안이 필요할 때,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은 요구와 강령을 낮추고 투쟁을 자제해야 하는 모순에 처하게 된다.[각주:4] 그것이 비록 단기적으로는 선거에서 성과를 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즉 계급정치의 잠재력을 갉아 먹게 된다.[각주:5] 


예컨대, 전북 버스 노동자 투쟁에서는 민주당이 지역 자본가들 편을 들고 있는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당을 날세워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 KEC나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때 민주당과 진보정당 의원들이 함께한 의원 중재단이 투쟁을 자제시키는 구실을 했다.[각주:6] 

이런 상황에서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연석회의에 참가하겠다고 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촛불을 통해서 정치사회에 새롭게 뛰어든 시민들”(이학영)인 국민참여당 당원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국민참여당이 실시한 1월 초 온라인 조사에서 당원 67퍼센트가 자신을 ‘대체로 진보’라고 했고, 75퍼센트는 ‘보편적 복지’를 선호하는 복지 이념으로 골랐다.

그럼에도 그 당의 강령과 핵심 지도자들의 정치가 친자본주의적 자유주의라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대체로 ‘제3의 길’ 정치를 추구한다.


그래서 이 당을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기보다는 실천 속에서 이 당의 한계와 불철저함을 진보적 대중 앞에서 드러내 보여야 한다. 그리고 진보대연합을 건설해 국민참여당에 호감을 갖는 진보적 대중을 끌어당겨야 한다.


북한을 대하는 태도와 패권주의 문제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문제도 진보대통합의 주요 쟁점이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종북주의’ 비판은 색깔론과 유사하며, 단결을 하려면 공통점을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종북주의’ 용어는 마녀사냥 느낌을 주는 잘못된 용어다.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의 주범인 미국 제국주의보다 북한을 주되게 비판ㆍ반대하는 것도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니다. 또 북한 지배자와 남한 노동자ㆍ민중 운동의 일부인 자주파 동지들은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핵에 철저하게 반대해야 하는 진보의 원칙에서 볼 때,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이나 핵개발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 체제에 반대한다고 남한 체제를 지지해서는 안 되지만, 남한과 똑같이 억압적 착취체제인 북한을 대안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이처럼 북한을 바라보는 견해 차이와 연립정부에 대한 찬반 등을 어물쩍 덮으며 민주노총 지도부가 세몰이 식으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패권적 태도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자주파 지도자들은 패권주의를 반성한다고 말하지만 ‘묻지마 야권연대’ 추진 과정에서 당내 절차와 비판 의견은 패권적으로 묵살해 왔다. 그 점에서 오히려 진보대통합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 견해 차이와 문제점들을 이유로 민주노동당 자주파와 연합하는 것 자체를 사실상 반대하는 진보신당 독자파 등의 태도도 적절하지는 않다. 급진좌파 일부처럼 진보대연합이 민주대연합의 사전단계라고 선험적으로 단정해 버리는 것도 지도부의 노선만 보고는 대중의 염원을 무시하는 처사다.

그래서 다함께와 <레프트21>은 진보대통합이란 이름으로 단일 정당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공동전선 방식의 진보대연합을 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것은 각 정파가 독립성과 비판의 자유를 유지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강령 십수 개를 중심으로 단결해 대중투쟁과 선거 대안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자주파와 평등파의 정치ㆍ문화적 차이와 오랜 갈등의 뿌리를 볼 때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단결 방식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급진좌파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대연합이 선거공학으로 기울어 민주대연합의 부속물이 되지 않고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 그것이 대중의 염원에 부응하면서도 진보운동의 좌파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55호(발행 4.23/온라인 입력 4.21)에 실렸습니다. 바로 가기


  1. 이 전략은 상대적으로 평등파 지도자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이때부터 진보정치는 대중투쟁 대신 기업주들과 그들을 대표하는 다수당 그리고 국가기구와 벌이는 정치협상을 주요 목표이자 수단으로 의식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햇다. [본문으로]
  2. 이 반정부 정서는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에 바탕한 반노동계급적 성격 때문에 반신자유주의·반자본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본문으로]
  3.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여한 진보대통합 시민회의나 최근 모임을 만든 ‘진보의 합창’도 통합진보정당이 범야권연대나 연립정부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본문으로]
  4. 그 점에서 복지국가 강령으로 민주당과도 연합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복지국가단일정당론’은 (진지하게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전제에서) 공상에 가까운 목표다. [본문으로]
  5. 만일 민주당의 양보로 민주노동당이 선거에서 성과를 얻게 된다면, 그 성과를 유지하려는 관성과 이 정책을 추진한 사람들이 스스로 옳았다는 판단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활동 폭은 더욱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즉,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더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개혁주의 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변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6. 민주당은 최근에도 부자 감세의 하나인 취득세 인하에 합의했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직업안정법개악에 한나라당과 합의했는데, 민주대연합에 적극적인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를 비판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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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가 ‘문제적 발언’을 쏟아내며 ‘연합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심 전 대표는 11월 17일 민주당의 이른바 486 의원 모임인 ‘진보행동’ 출범식에 진보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386세대”란 말 대신 “87세대”라는 표현을 쓰자며 공통점을 부각했다.

그는 23일 부산 ‘진보광장’ 토론회에서 “나는 개혁세력에게 … ‘개혁세력이 진보 이슈를 먹어버려라’고 얘기한다. 반면에 진보 세력에게는 ‘개혁세력의 힘을 먹어버려라’고 얘기한다. 양 쪽 다 성찰이 필요하다. 이렇게 좁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월 17일 심상정의원이 민주당 모임에 참가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 민주당


심 전 대표가 했다는 “성찰”은 이렇다.

“용산, 비정규 집회... 열심히 외치고, 농성하고... 공허한 일이었다. 그들과 ‘함께 비를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는 비를 함께 맞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각주:1]

이제 그에게 진보적 개혁의 주체는 국가기구에 올라탄정부(집권) or 의회에 있는 ― 엘리트들이고 대중은 수동적인 개혁의 수혜 대상일 뿐인 것일까.

이런 발상에 따라 그는 (민주당을 포함하는) “야당 간 비정규직 문제 해결 위한 상설협의체를 제안”했다[각주:2].


그래서 “개혁세력이 진보 이슈를 먹어버려라” 하는 말은 민주당이 비정규직 같은 이슈에 관심을 보여 연합의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진보세력에게
‘개혁세력의 힘을 먹어버려라’ 하는 그의 주문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까[각주:3].


투쟁은 “공허”하니 민주당과 연합하자?


근로자파견법과 비정규직 악법 등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공격해 온 장본인인 민주당과 손잡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그것은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우리 편의 입장을 후퇴시키고, 투쟁을 가로막을 수 있다[각주:4].


이래로부터 투쟁이 “공허”하다며, 민주당과 하는 협력을 통한 ‘위로부터 개혁’을 강조하는 그는 국가기구의 위신과 권능을 인정하는 태도까지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3년 만에 상승[常勝]의 최정예 우리 군은 연전 연패의 당나라 군대가 되어가고 있는 … 우려스런 현실”이라는 주장은 그의 이런 태도를 보여 준다.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등 침략적 한미군사동맹에 반대해 왔던 그로선 명백하게 진보에서 후퇴하는 변화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 부원장 노항래는 “이제 진보·개혁 진영이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각주:5], 심 전 대표가 어떤 정치세력과 코드를 맞추고 있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성찰”을 통해 민주당의 “87세대”와 차이를 “좁혀 나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자신의 ‘연합정치’는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연합’이라는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 스스로 진보의 가치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그의 ‘연합정치’는 진보적 대의와 강령에서 후퇴하는 선거공학적 정계 개편 시도에 가깝다.

심 전 대표가 “공허”하다고 폄하했지만, 용산 철거민들은 “열심히 외치고, 농성한” 덕분에 그나마 총리 사과와 생계 보장을 받아냈다. 최근에는 기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구호대로 “함께 비를 맞은” 사람들과 끈질기게 싸워서 승리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투쟁 속에서 자본가 야당과는 다른 진보적 대안을 건설하는 일이다.


※ 이 글은 다듬고 축약해 <레프트21> 46호에 실었습니다.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9008

  1. 11월 23일 부산 진보광장 강연회에서. 출처는 심상정 블로그. 그래선지 그가 속한 진보신당이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지원에 열중하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울산을 방문하지 않았다. 다만, 부산에 입원해 있는 분신한 황인화 조합원에게만 위문 방문을 했다. [본문으로]
  2. 11월 13일 전태일 40주기 추도식에서. [본문으로]
  3. 개혁세력이 진보의 이슈를 붙잡는 게 공동의 의제로 연합의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면, 진보세력이 개혁세력의 힘을 먹겠다는 것은 사실은 진보세력이 개혁세력과 조직을 합친다는 뜻이다. 더 정확하게는 진보정당들이 더 큰 민주당 등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본문으로]
  4. 이것이 이명박의 비정규직법 개악 막기, 촛불항쟁 때 소고기 수입 막기, 미디어법 개악 막기, 타임오프제 막기, KEC/MBC 파업 등에서 숱하게 반복된 일이다. [본문으로]
  5. 12월 2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진보신당 상상연구소와 평화네트워크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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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대응 천명 결의안 발의와 전쟁 선동으로 국내 위기 모면 기도 ― 미치광이 정당 한나라당

국회 결의안 찬성, 국방예산 증가 요구 ― 호전적 본질 드러낸 민주당

침묵과 기권 ― 무기력한 민주노동당 / 올바른 표결 ― 진보 체면 지킨 진보신당


1125일 국회가 채택한 ‘북한의 무력도발 행위 규탄 결의안’은 매우 호전적이고 반평화적인 결의문이다.(☞ 호전적 대북 강경 대응은 긴장만 더 격화시킬 것이다)[각주:1] 나는 이 표결에서 오직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만 제대로 된 표결을 했다고 생각한다. 

결의문은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추가 무력도발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주장한다. 사실상 추가 사태 발생시 ‘군사 보복’을 국회가 촉구한 것이다.

북한의 민간인 지구 폭격은 규탄 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우익들의 호전주의를 지지할 순 없다.[각주:2]  

한반도에 존재하는 군사 긴장의 장기적 배경에는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대북 압박이 있다미국 오바마 정부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초대형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를 서해에 보낸다는데, 이것은 중국과 북한을 모두 겨냥한 것이다.

최근 서해는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한미연합훈련, 이에 편승한 남한의 대북 압박이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낳으면서 항구적인 군사적 긴장 지대가 돼 왔다. 이와 관련해 남북간 긴장 원인의 한 축인 북한한계선(NLL)은 엄밀히 말해 국경으로서 국제법적 근거조차 없다.(☞ 관련 기사)

북방한계선 NLL은 미국 아이젠하위 정부가 이승만의 북진을 막으려고 그어놓은 북쪽으로 더는 올라가지 말라고 한 선이다. 이 선은 한미연합사의 묵인 말고는 국경으로서 어떤 국제법적 근거도 없다. 북한은 1956년부터 NLL을 국경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를 넘어 왔다. 따라서 NLL을 국경으로 여겨 북한이 자기 영토라고 인정하는 곳에서 군사훈련을 하거나 북한 선박을 공격하는 행위도 무력도발이긴 마찬가지다. 북한의 민간인 폭격과 남한의 도발적 군사훈련 모두 중단돼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평화’를 내세우며 이명박의 대북 정책 실패를 비난하던 민주당도 이 결의안에 당론으로 찬성했다.

결의안이 열리기 직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박지원은 “오늘 아침 비교적 우리 민주당의 주장[평화적 해결 노력]이 언론에 잘 보도가 됐다. … 국방위 통과안[최종 채택된 결의안]을 그대로 본회의에서 의결했으면 좋겠다” 하고 밝혔다.

‘햇볕정책’이나 ‘평화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본질에서는 ‘언론용 선전’에 불과하다는 걸 실토한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실천은 ‘안보 무능’론에 바탕한 우익적 의제로 완전히 기울어 있다. 햇볕이나 냉풍이나 나그네 옷 벗기려는 목표는 같은 것 아니겠나.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당대표 손학규는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안보에 무능한 정권인지 똑똑히 봤다”고 했고, 박지원은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서해5도 복구 및 국방 강화를 더욱 튼튼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서울시청에서 열려던 ‘청와대 불법사찰 국정조사 요구 및 4대강 사업 반대 국민 집회’도 ‘국민 여론’을 이유로 취소했다. 이 집회를 시기와 연계해 비난한 것은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들이었다. ‘안보’ 국면에서 ‘민생과 민주주의’보다 지배계급의 단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셈이다.

게다가 국방예산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대북강경책과 말로는 강력한 안보를 외쳤지만, 정작 국방예산은 증가율이 참여정부보다 줄어들었고 정부의 안보 무능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하고 주장했다.

사실 저들이 자랑처럼 내세우는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 계획이야말로 민주당의 햇볕정책이 진정한 평화 노선이 아니라는 방증일 뿐이다. 이른바 자주국방 노선군사력 대폭 증강 노선이었다. 국방예산을 큰 폭으로 늘리며 민생 복지 예산을 갉아 먹었다[각주:3].

민주당 정부는 10년 동안 서해에서 두 번이나 사상자를 내는 교전을 치렀고 미국의 대북 압박에 늘 동참해 왔다. 미국의침략전쟁에도 처음부터 파병했다.

민주당은 호전적 본질을 드러내는 와중에도 햇볕정당이란 걸 부각하려고 연평도 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하는 특별법도 내놓긴 했다. 그러나 이 법은 군사 긴장을 더 높일 “단호한 대응”과 “국방 예산 증가” 주장과 모순된다. 연평도 주민 다 이사시켜 놓고 맘껏 전투를 하자는 얘기인가.

이런 민주당의 태도는 민주당의 계급적 본질을 잘 보여 준다. 이들이 안보 정책 강화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국익은 포장된 지배자들의 이익일 뿐이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로 이득을 얻을 노동계급 대중은 없기 때문이다[각주:4].

그래서 그들이 안보를 이유로 이명박 정부에 초당적 협력을 하려는 것은 경쟁하는 북한 지배계급과 대결 국면에서 남한 지배계급의 단결을 추구한 것이다.

그 단결의 결과는 당연히 추악하다. 다른 예산을 줄여서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자들이 같은 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국회의원 세비는 5퍼센트(14224백만 원) 인상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이 호전적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했다[각주:5].

호전적 보수 우파들의 선동으로 조성된 ‘여론’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들이 그동안 내세워 온 한반도 평화 정책과 실천을 스스로 부끄럽게 만드는 결정이다[각주:6].

친북(종북)정당이란 비판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컸을 거라 짐작하지만(이해가는 면도 있지만), 상황은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더 중요한 문제이므로 결단을 했어야 한다[각주:7]. 이 표결은 두고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짐이 될 것이다.

민주당과 보조를 맞춘다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민주대연합 노선도 이런 잘못된 타협에 영향을 준 듯하다.

다행히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우파 미치광이들의 광풍 속에서도 용기있게 결의안 반대 발언을 하고 옳게도 반대표를 던졌다.



※ 이 글을 다듬고 축약해 <레프트21>에 실렸습니다.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958
  1. 이 글은 민주당을 주로 다루는 글이다. 링크한 글은 사태에 더 큰 책임을 가지고 있는 집권당과 우익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링크한 글과 쌍으로 읽어야 균형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다. [본문으로]
  2. 아마리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이 문제의 배경에 깔려 있다고 해도 민간인 폭격은 불가피한 선택이 전혀 아니다. 그 점에서 민간인을 희생양으로 국내외적 위기를 탈피해 보려는 북한 정권의 시도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이런 발상 자체가 북한이 국가간 경쟁을 위해 평범한 노동계급을 희생양 삼는 자본주의 국가라는 방증이다. [본문으로]
  3. 이번 희생자들도 장비 노후화로 사망한 게 아니다. 자주포 고장은 사후 대응에서 문제였던 거지 그 역순이 아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희생자 발생은 그게 무엇이든 군사기술과 장비 탓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 탓이다. [본문으로]
  4. 그 점에서 연평도 주민들의 공포와 비극을 보면서도 보복 운운하는 애국주의 광풍은 우스운 광대 놀음이다. 남북 대결은 남북 지배자들끼리의 경쟁일 뿐이다. [본문으로]
  5.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 표결에서 왜 찬성하지 않고 기권했는가만 대변인 논평으로 해명했는데, 진보진영에게 왜 반대하지 않았는지도 해명해야 한다. 할 말도 없겠지만 말이다. [본문으로]
  6. 이날 기권자들 가운데는 ‘규탄 결의안’의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송영선 같은 미치광이들이 있다. 이런 자들과 구분되지 않은 표결을 한 일은 앞으로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본문으로]
  7. 결국 북한에 대한 정치적 태도 문제가 올바른 정치적 대응을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드러난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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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전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의 주도적 인사들이 소속 단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관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논쟁 /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입장 비판(우석균) 

시민회의 공동대표인 김동중 사회보험노조(공공노조 사회보험지부)위원장은 집행부를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도 내부 회의에서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부자와 재벌 들은 양보할생각도 않는데 왜 우리가 알아서 보험료를 40퍼센트나 인상해야 하느냐는 기층의 반발 때문일 것이다.

시민회의의 제안에 비판적인 보건의료운동 단체들은 부자와 기업에 물리는 사회보장세 신설과 건강보험 재정 구조 개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1년에 의료비가 1백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자는 “1백만 원의 개혁”을 제안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진보 양당 지도부가 시민회의의 “1만 1천 원 더 내기”에 지지 의사를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중점 사업으로 삼자고 강조하면서 그 재원 마련 방식을 뚜렷이 밝히지 않는다. 이런 태도가 시민회의 방안을 지지해서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각주:1].

진보신당 지도부는 더 적극적이다. 8월 21일 열린 전국위원회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서 추진 중인 ‘광역단위 시민회의’와 ‘기초단위 지역 모임’ 건설에 적극 함께한다”고 결정했다.

분열과 사기 저하

시민회의는 건강보험 재정에 관해“국민, 기업, 정부가 동시에 부담을 더 하든지, 모두 부담을 더 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만 가능합니다” 하고 밝힌다.노무현 정부 아래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소폭 향상됐던 것도 당시에 보험료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동계급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복지를 늘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비관주의와 후퇴 논리를 받아들이면, 진보정당들은 앞으로 복지 공약을 내놓을 때마다 노동계급이 사회복지비용을 더 부담하라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런 후퇴는 진보진영의 분열과 대중의 사기 저하를 낳을 것이다.

민주대연합을 의식해서인지[각주:2] 진보 양당 지도부가 이런 양보 정책을 기웃거리는 동안 민주당 정동영조차 특권층 1퍼센트에게 부유세를 매겨 사회복지 재원 10조 원을 만들자고 나섰다[각주:3].

예전 민주노동당 부유세 공약보다 온건한데도 이 제안이 두드러져 보이는 건 진보정당들이 그동안 후퇴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부자 감세만 원상 회복해도 이보다 많은 재원이 나온다.

분당 전 민주노동당의 복지국가 공약은 기업과 부자들이 그 재원을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건강보험만 해도 재정구조 개혁으로 병원과 제약회사에게 지급할 수가 등 공급자 통제를 강화하면 훨씬 더 적은 액수로 보장성 강화가 가능하다.

양극화를 조장하는 시장경쟁을 통제하고, 누진세 등으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두 가지 조치가 모두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건강보험은 공립병원 확대 및 대형 병원 국유화로 조세 방식의 무상·공공 의료서비스 제도로 바꿔야 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포퓰리즘이 아니라 진짜 진보 개혁을 쟁취할 대중적 정치투쟁이다.

진보진영은 그동안 정부와 기업주의 부담을 늘려 무상의료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암 치료에 건강보험이 일부 적용되는 등 보장성이 확대된 것은 이런 요구와 투쟁 덕분이었다.

오히려 이 운동의 약점은 노무현 정부가 보장성 확대의 대가를 다시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있다. 보험료 인상분은 병원과 제약회사의 수가 인상으로 새 나갔다.

따라서 진보정당 지도부가 할 일은 “1백만 원의 개혁” 같은 급진적 제안을 대중적 정치운동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기업주들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조직 노동자 운동의 참여가 중요하다.

이 점에서 진보정당 지도부가 보험료 인상 등의 양보를 주장하며 조직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고 투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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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점을 뚜렷이 밝히지 않는 이유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입장을 채택하는 게 민주노동당의 기존 정책에서 후퇴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공공노조 등 민주노총 일부 노조들의 거부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민주노동당은 2008년 총선 공약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공급자 통제와 정부와 기업주 부담 확대를 주장했다. 둘 모두 하나로시민회의의 주장에서는 보험료 인상보다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본문으로]
  2. 최근 이란 민중이 아니라 한국 기업주들을 걱정하는 이란 관련 논평이나 헌정회 관련 이정희 대표 해명에서 드러나는 ‘유연한’ 발상들을 보면, 근묵자흑이라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를 스스로 흐린 대가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그것은 진보정당의 정체성 약화다. [본문으로]
  3.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전 대표인 정세균은 부유세에 반대하는 게 당론이라며, 부자 감세를 원상 회복하면 된다고 반박해 논쟁이 됐다.이 논쟁은 최근의 빈곤 확대 추세에 비춰 볼 때, 부자 감세 회복과 부유세, 부자 증세가 모두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민주당 포퓰리즘의 한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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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반MB”가 아니라 진보의 단결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7·28 재보선의 쓰디쓴 교훈을 직시해야

7ㆍ28 재보선에서 ‘묻지마’ 반MB 야권연대 노선의 한계가 드러났는데도 그것을 못 보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민주노동당 이정희 신임 대표는 7월 30일 당 대표 취임식에서 “유연한 진보”와 “[반MB] 야권연대”를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유연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 드릴 것입니다. 거친 구호나 작은 차이에서 진보의 정체성을 찾지 않겠습니다.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과제[더 폭넓은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우리 안의 작은 고집이라도 내려놓고 가장 먼저 희생하고 헌신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개표 다음 날 민주노동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논평했다. 7ㆍ28 재보선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며 실패한 반MB 민주연합 노선을 반성적으로 평가하기는커녕, 그것을 새 지도부가 계속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는 두 달 새 두 번이나 후보를 사퇴하며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지만[각주:1] 단 한 번도 자신이 지지한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했다[각주:2].

이것은 첫째,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의 표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호소를 따라 민주당 지지로 고스란히 옮겨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각주:3].

둘째, 진보정당의 분열과 “묻지마 반MB연대”에서 느낀 실망감 때문에 진보적 유권자들은 결집하지 않고 투표를 포기해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 준다[각주:4]. 사회당의 왜소함을 감안하더라도 유일한 진보 후보였던 금민 후보가 0.55퍼센트 득표에 그친 것도 이런 상황의 방증이 아닐까[각주:5].

한마디로 진보정치의 ‘제1당’인 민주노동당이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추구한 노선이 진보정치의 존재감을 갉아먹으며 반MB 진보 대안 건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반MB 진보 대안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광주와 인천, 강원 등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독자적으로 완주하며 진보적 목소리를 낸 곳이었다.

따라서 7ㆍ28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은 선거에서 [정책과 세력 모두] 반MB 대안으로 제시할 만한 진보 선거연합을 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찬물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 새 지도부가 취임사에서 민주당을 향한 비판 한마디도 없이 또다시 “더 폭 넓고 수준 높은 야권연대”를 강조한 것은 이런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다.

▲ 사진 위 케익에 써진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가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뜻하는 게 아니라면, 새 지도부는 지금의 전략 노선을 확실히 변경해야 한다.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진보신당은 최근 “당 우선 강화와 외연 확대 병행 추진”이라는 방향을 잠정적으로 내놓았다. 노회찬 대표는 “그동안 민노당의 통합 제안에 수세적이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각주:6].

이것은 진보의 재단결과 외연 확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을 보여 준다. 금민 후보의 득표 결과도 더 폭넓은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을 보여 준 면이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 신임 지도부의 행보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만 끼얹고 있다.

말로만 진보대연합을 내세우면서 실천으로는 반MB 민주연합에만 매달리며, 진보대연합을 말할 때조차 민주연합을 더 효과적으로 하려는 ‘옵션’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우선적인 연대나 연합보다 계속해서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을 우선대상자로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거래하듯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이 … 진보진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레디앙>)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정희 새 대표가 “유연한 진보”를 명목 삼아 “작은 차이”와 “거친 구호”로 “정체성을 찾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노동당에게 “대안없는 … 반미정당”, “한나라당 2중대”라고 막말[각주:7]하는 게 “작은 차이”일까. ‘집권 민주당’이 추진한 한미FTA, 파병, 비정규직 악법, 의료 민영화, 국민연금 개악 등을 비판하고, 아직도 이런 정책과 단절 못한 민주당과 하는 ‘묻지마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게 “거친 구호”일까.

민주당이 이번에 반MB 대안의 일부가 될 만한 변화를 보여 주지 못한 것은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다. 기업주에 기반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이라는 민주당의 근본적 성격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당은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는 반대하지만, 자신들의 신자유주의는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불신 때문에 은평에선 이미 지역 단체들이 단일화를 촉구하면서도 민주당 중심 단일화에는 비판적인 분위기를 보여준 바 있다.

따라서  (제한된 쟁점의 전술적 단기 연대는 물라도) 진보ㆍ개혁 염원 대중의 사기 저하와 냉소를 낳는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 전략 노선은 재고돼야 한다. 그 노선이 “친기업ㆍ반노동ㆍ반민주 정책 반대”라는 반MB의 ‘알맹이’를 빼먹는, 본말이 전도되고 불충분한 가짜 반MB이기 때문이다[각주:8].

이번 재보선으로 이명박이 싫지만 민주당은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1. 그 결과 수도권에선 진보정치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다. [본문으로]
  2. 한명숙과 장상. 그래서 온갖 곳에서 '사퇴 전문 후보', 이젠 '사퇴 및 낙선 전문 후보'라고 불리게 됐다. 개인적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행위 자체는 엄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본문으로]
  3.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명숙 바람이 불었지만, 오세훈-한명숙 표차보다 노회찬의 표가 더 많았다. 여기에 나를 포함한 민주노동당 지지 표가 섞여 있는 것이다. 정당의 지도력이 지지자와 엇갈리는 일이 계속 반복되면 쉽게 극복하기 힘든 위기에 빠질 것이다. [본문으로]
  4. 은평과 충주에서 투표율이 높았는데도, 압도적으로 한나라당 실세 후보들이 승리한 것은 이게 보수적 유권자들의 결집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한마디로 한 번(지방선거)은 통했지만, 두 번은 안 통한 것이다. [본문으로]
  5. 사회당의 2007년 대선 득표율은 0.1퍼센트도 안 됐다. 세력으로선 의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6·2 지방선거 서울 은평구에서 광역비례대표 득표는 민주노동당=6,352표, 진보신당=7,484표, 사회당=163표. 이번 금민 후보의 표 458표도 순전히 독자 힘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6. 진보신당 발전특위의 결론과 노 대표의 언급은 약간 강조점 차이가 있는데, 이런 차이가 생기는 데에는 진보신당 안의 의견차가 있다. 이 의견차에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의심의 강도차가 포함돼 있다. [본문으로]
  7. 한나라당이나 할 법한 색깔론을 다른 곳도 아닌 광주 출신 국회의원들이 했다는 것은 민주당이야말로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는 걸 보여 준다. [본문으로]
  8. 사실 반MB 정서의 뿌리는 이명박의 신자유주의+권위주의 정책에 있다. 그 점에서 민주당 중심의 반MB 연합이란 게 어불성설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는 반대하지만, 별 차이 없는 민주당 판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번 민주노동당=반미 사건에서 보듯, 구 집권당 답게 충분히 권위주의적인 면도 갖추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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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28 재보궐 선거 결과는 ‘민주당 중심의 묻지마 반MB 연합’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한나라당은 원래보다 네 석이 늘었다. 이명박의 심복들인 이재오와 윤진식이 모두 당선했다. 반면, 민주당은 세 석이나 줄었다. 

투표율과 득표율 등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은 위기감 속에서 결집한 반면 반MB 정서는 결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반MB 정서가 줄어들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각주:1]

이명박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도 4대강 사업과 친기업 반민주 정책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온갖 추태와 막말까지 쏟아져 나왔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과 차명진의 최저생계비 관련 ‘황제 식사’ 발언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몇몇 해외 공관은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교민들에게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고 협박했고,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야당 찍은 젊은이들은 북한으로 가라’는 막말을 했다. 천안함을 계기로 한 북풍도 계속됐고 한미전쟁동맹도 동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 

시늉

이처럼 반MB 정서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패배를 면하고 오히려 성과를 낸 것은 개혁과 진보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반MB의 대안으로 제시된 민주당 후보를 찍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잘해서 그 당을 찍었다는 사람은 2.4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젊은 층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찍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계속 투표장에 나올 마음이 싹 달아나게 행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 은평에서 민주당이 ‘왕의 남자’ 이재오의 대항마로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인 것은 고사하고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었다. 

장상은 8년 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도 그의 총리 취임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부패한 특권층 후보들과 차별점을 찾을 수 없는 장상은 반MB 정서를 대변할 수 없었다. 

충주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후보와 ‘반MB’ 단일화를 했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참여당의 민주연합 사람들에게 전혀 대안적 연합이 되지 못했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친기업 반민주 정책들에 단호하고 일관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싸우는 시늉만 하면서 이런 쟁점을 선거 득표에 이용하려는 태도만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소속 고창군수의 성희롱에 눈감은 민주당은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4대강에 찬성하는 전남도지사 박준영을 또다시 공천해 연임하도록 한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4대강 반대 선거”라고 부른 것도 위선이었다. 

심지어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민주노동당에게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결국 지방선거 때 이명박 심판을 위해 민주당에 투표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재보선에서는 그런 열의를 가질 수 없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패배로 불신 받는 ‘구 집권당’임을 증명했다.

존재감

이런 민주당과 묻지마 반MB 연합을 하자는 노선도 실패했다.  

서울 은평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친 채 민주당의 반MB 범야권 단일화에만 매달렸다[각주:2]

그 결과 ‘수도권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이정희 신임 대표의 말과는 반대로 서울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정치의 존재감은 더 취약해졌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외면하는 바람에 진보 후보로 나선 사회당 금민 후보는 5백 표도 얻질 못했다. 

광주 남구에서 44퍼센트나 득표하면서 선전한 오병윤 후보의 ‘민주당 심판론’이 충분히 먹히지 않은 것도 민주노동당이 전국적 차원에서 민주당의 아류로 비춰진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서울 은평과 광주 남구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지면서 진보적 대중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럼에도 오병윤 후보의 선전과 치열한 양당 구도 속에서도 박인숙 후보(인천 계양)와 박승흡 후보(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가 각각 7.6퍼센트와 6퍼센트를 얻은 것은 민주당이 아닌 진보 대안을 바라는 대중적 정서를 가늠케 한다. 

결국 ‘반MB 대안’의 내용이 문제인 것이다. 

내분과 위기로 치닫던 이명박 정부는 7ㆍ28 재보선 결과를 한숨 돌리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사모가 이재오 낙선 운동을 벌인 것이 보여 주듯이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분열은 계속될 것이다.

이재오는 2008년 총선 때 이상득 불출마를 권유한 사람들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불안정한 경기 회복이라는 정치 위기의 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각주:3]

따라서 진보진영은 하반기 이명박 정부의 공세에 맞설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 ‘묻지마’ 반MB 민주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으로 투쟁과 선거에서 (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 대안을 구축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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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7호 | 발행 2010-07-31 | 입력 2010-07-29

  1. 다급해진 청와대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를 재개했고, 이재오는 당의 지원 없이 선거운동을 치르며 동정론에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강용석을 즉시 제명했다. [본문으로]
  2. 기반과 득표력이 미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잘못이지만, 자꾸 민주연합 쪽으로 쏠려가 그런 종파적 제안의 명분을 만들어 준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다. 특히, 이정희 신임 대표는 선거 내내 은평 선거에서 진보 후보 단일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3. 정치적 불신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년이 넘게 격투를 벌이며 형성된 반MB 흐름이 제2차 친서민 행보에 달가와하거나 새삼 속지는 않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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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ㆍ28 재보궐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출마한 선거구는 모두 네 곳이다(표 참조). 이 진보 후보들을 지지해 이명박 정부의 우파 정책들에 반대하는 진보적 목소리를 분명히 보여 줄 때다.

 선거구  진보 후보
 서울 은평을  사회당 금민(민주노동당 이상규는 사퇴[각주:1])
 광주 남구  민주노동당 오병윤(진보신당ㆍ국민참여당ㆍ창조한국당과 단일화[각주:2])
 인천 계양  민주노동당 박인숙
 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  민주노동당 박승흡

네 후보 모두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진보 대안을 주장하며 완주하고 있다.

사회당 금민 후보는 부자들의 불로소득에 세금을 무겁게 매겨 전국민 기본소득과 무상의료를 이루자고 말한다. 민주노동당 오병윤ㆍ박인숙ㆍ박승흡 후보들도 부자 감세와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해 그 돈으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고 강조한다.

네 후보 모두 진보적 정책을 내놓고 있고 기성 주류 정당 후보와는 다른 진보 정치인으로 활동해 온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반MB 진보 대안

7월 24일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6ㆍ2 지방선거 때] 야당 구호에 친북 성향 젊은이들이 다 넘어갔다”며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가 유지되지 못한다.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 하며 대놓고 막말을 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6ㆍ2 지방선거 패배 후 찾아 온 레임덕 위기를 여론 무시 전략으로 돌파하기로 작심했다는 증거의 하나일 것이다.

이미 이명박은 6ㆍ2 선거 패배에도 4대강 공사를 독려하고 의료민영화 등 온갖 반서민 정책들을 강행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바 있다.

게다가 ‘4대강 전도사’ 이재오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윤진식 등 이명박의 심복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그래서 이번 재보선에서도 진보적 유권자들은 강력한 반MB 정서를 표출하고 싶어 한다. 남는 문제는 진보적 유권자들이 어떤 반MB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다.

그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와 반민주주의 정책을 일관되고 철저하게 반대하지 않는 민주당은 진정한 반MB 대안이 될 수 없다[각주:3].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문제 삼는 민주당은 정작 자기 당 소속 전북 고창군수의 성희롱은 못 본 척하고 재공천해 당선시켰다. 횡령 혐의를 받는 강성종을 보호하려고 한나라당과 협력해 방탄국회를 열어 온 것도 민주당이다.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제에 속시원히 반대하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지역 내 가장 큰 방해 세력은 민주당이 다수파인 전북도의회다.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민주노동당에게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비교해서 형 못지 않은 아우 같은 행태를 보이는 민주당 후보보다 네 명의 진보 후보들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은 우선 ‘반MB 진보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에 반대해서 더 급진적인 대안을 바란다는 증거일 테니 말이다[각주:4].

둘째,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할 수 없이 더 노동계급 친화적인 진보 후보들의 의미 있는 득표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ㆍ반민주 정책에 맞선 대중행동 건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셋째, 진보 후보들이 상당한 지지를 얻을수록 포퓰리스트 후보들이 말로나마 진보적 언사를 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고 포퓰리스트 후보가 만일 당선되면 그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기가 더 용이해질 것이다.

넷째, 진보 후보들에게 던지는 표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이 후보들이 더 많은 표를 얻을수록 그 미래를 앞당길 수 있다. 광주 남구에선 단지 미래를 기대한 투자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은평을

그럼에도 서울 은평을에서 이명박의 오른팔이라는 이재오를 꺾으려면 범야권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들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재오를 꺾겠다며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이지도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다. 8년 전 대통령 지명을 받고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장상은 이화여대 총장 시절에도 대표적 친일파의 이름을 딴 김활란상(賞)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행여라도 이재오가 당선한다면 이런(반MB 정서를 결집시킬 수 없는] 후보를 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각주:5].

그래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반MB 진보 대안’을 내놓지 않고 반MB 범야권 단일화로 달려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은평에서 후보를 양보했는데도 정작 광주에서 색깔론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반미 낙인찍기가] 해도해도 너무 하”지만 “민주당 장상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또’ 다짐했다.

이상규 후보는 “장상이면 어떻고 천호선이면 어떻고 이상규면 어떠냐. 모두 다 반이명박 반이재오 전선에서 한몸, 한 몸뚱아리 아니냐”며 스스로 진보정당의 존재 의의를 깎아 내렸다.

이상규 후보는 야 3당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대표 경력을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선택하기까지 했다. 진보정당이 선거에 출마해 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묻게 만든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이상규 후보는 묻지마 범야권 단일화에 쓰는 에너지의 1백 분의 1도 진보 후보 단일화에 쓰지 않았다. 야3당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진보의 가치와 정책 반영이 논의된 것도 아니다.

물론 사회당 금민 후보도 이상규 후보가 사퇴해야 단일화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로 진보 후보 단일화를 어렵게 한 것이 사실이다[각주:6].

그럼에도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치고 민주연합 한 방향으로만 달려간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은평을에서는 진보신당과 진보적 지식인 ㆍ활동가들의 지지[각주:7]를 받는 사회당 금민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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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6호 | online 입력 2010-07-27


  1. 민주당 장상과 국민참여당 천호선과 단일화 논의 끝에 사퇴. 장상 선거운동을 하고 다닌다. [본문으로]
  2. 여기에 국민참여당이 낀 단일화라고 문제 삼는 부류도 있는데, 실제로는 처음부터 민주노동당 중심의 단일화였다. 국민참여당은 은평을 고려해 깎두기 후보를 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선을 그으며 진보 양당이 손을 잡은 게 이 단일화의 핵심이며, 나머지 당의 참여가 진보 정책의 후퇴를 가져온 것도 아니다. [본문으로]
  3. 자격 뿐 아니라, 능력도 안 된다. 더는 민주당 중심의 반MB 단일화가 바람을 불러오기 힘들 것이다. [본문으로]
  4. 가능하면, 한나라당-민주당의 표차보다 진보 후보들의 득표가 많은 게 미래를 위해 더 좋다. [본문으로]
  5. 이 때문에 은평 지역 단체들도 민주당의 후보 선정에 격하게 반발하며 민주당을 포함한 단일화 테이블을 만들어, 비민주당 단일 후보를 추진했다. [본문으로]
  6. 그 경계심을 표현하는 건 옳았지만, 사실상 기반도 취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무조건 후보 양보를 요구한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거부할 명분을 준 건 사실이다. 그 자체는 분명히 실수다. 사회당과 금민 지지파는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는 제안을 했어야 한다. [본문으로]
  7. 명실상부한 진보 단일 후보라 하기엔 그 지지세가 약하고 부분적인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장상을 찍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명분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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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7월 28일 국회의원 재ㆍ보궐 선거에서도 6ㆍ2 지방선거 때와 같이 한나라당이 참패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이명박 정부가 선거에서 지고도 대중의 의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열망은 더 커지는 듯하다.

정부는 ‘4대강 죽이기’ 공사를 강행하고, 상속세 폐지를 운운하는가 하면,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를 마녀사냥하기도 했다.

물론 이명박의 반동 엔진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집권당 내부 분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이재오가 당의 도움 없이 혼자 선거를 치르겠다며 선을 긋겠는가.

한나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패배한다면 이명박의 레임덕과 여권 분열은 더 가속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6ㆍ2 지방선거 때처럼 범야권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이런 흐름은 이명박의 오른팔이던 이재오에 맞서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사회당)이 모두 후보를 낸 서울 은평 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 8곳에서 모두 사실상 양보를 거부하고 있는데도, 서울 은평구 시민단체ㆍ촛불모임 등 주민 수백 명이 서명해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사회당)의 단일화를 공개 촉구했다[각주:1].

오른팔

“[이재오의 지역구라는] 상징성이 있[으니] … 대의를 생각해 야권연대를 성사시켜 달라”는 주문이다. 물론, 이들 다수는 “동의할 수 없는 후보”를 낸 민주당에 불만을 털어놨다[각주:2].

이런 불만에는 민주당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도 깔려 있다.

광주 남구에선 시민사회단체들이 야 4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을 모아 오병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비민주당] 시민사회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사실상 집권당 노릇을 하며 문제를 일으켜 온 민주당에게 이번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반이명박 정서 속에서도 존재하는 민주당 불신 정서는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복지를 말하지만 부자 증세를 말하지 않고, 4대강 반대를 말하지만 4대강에 찬성한 후보를 공천하며, 반MB를 말하지만 일관되게 이명박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

이런 모순은 기업주들의 당이라는 근본 성격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고쳐질 수가 없다.[각주:3]

그래서 지방선거 직후 집권당의 패인을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잘해서’라는 사람은 2.4퍼센트에 불과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이번 재보선을 진보 단일화와 독자 완주를 통해 독자적 진보 대안을 건설할 기회로 삼는 게 현명하다.

진보 후보들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해야 이명박 정부와 기성 정당들에 진정한 압력을 줄 수 있다. 이것이 반MB 야권 단일화로 민주당을 당선시켰다가 그들이 이명박 정부와 타협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 민주당의 10년 집권 경험이 바로 이것 아닌가.

진보 후보가 진보적 주장을 날카롭게 펴고 의미 있는 득표를 했을 때, 누가 당선하든지 진보의 만만치 않은 힘을 의식해 함부로 공격이나 배신을 하기 쉽지 않아질 것이다.

그동안 반MB 민주연합 때문에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의존한 결과, 진보진영은 이명박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맞서 일관된 투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반년간 민주당을 추수하며 독립적 투쟁을 미루다 통과를 막지 못한 타임오프제가 대표 사례다.

압력

그래서 설사 당선 못 하더라도 진보 후보의 의미 있는 득표가 장기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독립적 진보 정치대안 건설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얻을수록 이런 미래를 더 앞당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당 금민 후보의 진보 단일화 논의 제안에 응하겠다는 이상규 후보의 말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마침 진보신당도 은평에서 진보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단일화를 촉구했다.

서울 은평 을 사회당 금민 후보 개소식. 진보 단일화를 하려면 민주노동당이 먼저 반MB 단일화의 미련을 버려야 한다.


‘진보 단일화’가 맞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진보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민주당·국민참여당이 아니라) 두 진보 후보 사이에 커다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권 혁신이 아니라 야권 교체"(금민)라는 말이 호소력 있다.

두 후보는 정부 재정을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 등 진보적 정책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지배계급의 고통전가에 반대하는 진보적 가치와 운동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범야권 단일화 미련을 버리고 은평에선 진보 후보 단일화에 나서고, 유일한 진보 후보가 된 나머지 세 곳에서는 독립적 진보 대안 건설을 위해 완주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유감스럽게도 “어떤 살신성인 다해서라도 야권연대 만들어 내야한다”며 또다시 반MB 야권 단일화에 매달리고 있다.

반MB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살신성인”까지 하겠다면서 동시에 “이제는 민주당이 양보할 차례”라고 매달리는 것은 구차하게 보이기도 한다[각주:4]. 정책과 정치 노선을 우선해야 하는 진보정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다.

이 같은 ‘민주당 양보론’을 두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시장에서 … 흥정하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행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또다시 민주당과 단일화를 추진하려 하면 진보진영 전체로부터 흔쾌한 지지를 받기도 힘들 것이고 진보대통합은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수도권에서 진보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과제도 더욱 멀어질 것이다.

사회당도 “민주노동당의 [6ㆍ2 지방선거 방침에 관한] 책임 있는 평가와 성찰”을 후보 단일화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거나 자당 중심의 단일화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각주:5]. 협력적 논의를 거부하는 것 같은 이런 태도는 진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가 아닐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 36호에 실린 내 기사를 거의 원문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원문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391  
관련 기사: 김세균 서울대 교수의 진보대연합론 단상(短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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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결국 이 모임은 결렬됐다. 민주노동당 선본 관계자는 중앙 시민단체가 주도한 협상도 실패했는데, 지역 단체들이 요구한다고 되겠느냐고 논평했다. 쟁점이 민주당의 양보 문제였기 때문이다. 즉, 이말의 뜻은 전국 단위 조정도 거부하는 민주당이 은평 하나에서 그냥 양보하라는 말을 수용할 리 없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여기에는 좀더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후보를 바랐던 사람들의 불만과 해당 지역 위원장의 출마를 바라던 내부 불만(그 흔한 공천 파동)이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3. 그래서 진보진영이 민주당과 하는 연합을 정당화할 때, 자신들의 모순을 감추려고 민주당이 변화가능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은 의도했든 아니든 일종의 사기극이다. 이 사기극이 사실이 되는 길은 민주당에게 아주 작은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민주당을 견인하겠다는 진보진영의 말문만 막히게 되는 것이다. [본문으로]
  4. 앞뒤도 안 맞아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살신성인은 자기가 죽겠다는 뜻인데, 민주당에게 양보하라는 말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본문으로]
  5. 이와 같은 내용의 질문에 사회당 관계자는 단일화를 요구한다고 민주노동당의 민주대연합 방침에 입 다물 수는 없지 않냐고 답했다. 약간 동문서답인데, 비판하지 말하는 게 아니라 단일화 협상의 '조건'인 것이 실효성 있냐는 질문이었다. 이 동문서답에서 사회당이 연대연합(공동전선) 전략전술에서 발전이 더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조건을 걸면, 연합의 필요성 호소보다도 연합 상대를 불신한다는 것부터 드러내는 셈이 되고, 사실상 실현가능성도 없다는 점에서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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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전두환 독재에 맞선 위대한 민중 무장 항쟁
관련 글:
광주민중항쟁 30년 ①: 역사를 제대로 이어가기
광주민중항쟁 30년 ②: 학살이냐, 항쟁이냐
광주민중항쟁 30년 ③: 유신 적자 전두환과 미국
광주민중항쟁 30년 ④: MBC와 투사회보, 그리고 저항 언론
광주민중항쟁 30년 ⑤: MB 시대와 민주주의, 저항의 길


광주항쟁과 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이었다는 정부가 두 차례 집권했지만,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대단한 민주개혁도 없고, 사는 건 더 힘들어지고, 오히려 정부 정책은 부자와 기업주만 이로운 정책이었습니다. 

민주주의 운동의 성과물로 집권했지만, 단순한 집권세력 교체는 일당국가를 해체했지만, 사람들이 바랐던 희망으로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운동의 리더들이 민주당 등을 통해 기성 정치권에 진입했지만 그들은 기껏해야 기득권 질서의 얼굴마담이 됐을 뿐입니다. 

진정한 권력자들은 ― 대기업주들, 토지/금융 자산가들, 군부, 고위관료들 ― 선출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이것이 더 분명해 졌습니다. ‘삼성공화국’이란 말은 요새 상식처럼 돼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주들이 일방적으로 통치하는 건 아닙니다. 이들의 파워는 고위 관료와 언론, 법조계 등과 엮여 있습니다.

삼성을 지배하는 이건희 일가와 그 일당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지만, 한편에서 권력 유지를 위해 막대한 돈을 ‘뇌물’로 바쳐야 합니다. 최근 천안함 조사 등의 청문회에서 보듯, 고위 군인들이나 관료들이 청문회 등에서 국회의원들 다루는 태도에는 여전히 권위주의가 남아있습니다. 삼성 일방 지배가 아니라 대기업주와 대자산가들, 고위 정치관료(군인 포함) 들의 동맹 지배입니다.

민주당 정권이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데 실패한 이유입니다. 이들은 늘 이 진정한 권력자들의 충실한 동료이거나 조력자였습니다. 그런 점에선 의회중심 진보정당 노선도 한계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자본가계급을 대변하는 이명박이 제도적 민주주의의 절차를 우습게 만드는 걸 보면 ‘부르주아민주주의’가 불가역의 성과가 아니라 매우 허약한 것일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칩니다. 기업주들은 경제위기로 흔들리고 저항을 억누르는 게 일차 과제라고 느낄 때 (부르주아)민주주의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들의 의도가 늘 관철되는 건 아닙니다. 이명박 집권 후 가장 약했을 때는 가장 정부가 강해야 할 선출 직후였습니다. 바로 2008년 촛불운동이 이들의 집권 플랜을 흔들어 놨습니다. 요새 보이는 이명박의 무리수는 모두 이때 중요한 우파 개혁을 시도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2008년 촛불운동은 정권이 힘있는 상태일 때, 전격 실행해야 할 인기없는 개혁들 - 공공서비스와 의료 민영화 등- 의 추진력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습니다. 

그런데 거대한 세계경제 위기가 터지면서 정책 수단의 폭이 매우 좁아 졌습니다. 그뒤 지난 2년간 경기부양에 중심을 두고 왔는데, 이젠 이 정부의 발목을 잡습니다. 감세 정책이 경제 위기로 지출을 늘린 재정 정책의 발목을 잡습니다. 재정을 늘려야 하는데 세수가 줄어드는 겁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이명박 정부가 숨길을 트는 길은 정권 반대파들의 민주적 권리를 억누르는 쪽으로 달려가는 것밖에 없는 듯 보입니다. 당근으로 노동계급과 서민 대중을 달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에 민주적 권리를 빼앗아 저항을 억누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문제는 혐오스런 이 정권을 촛불항쟁으로 맞이했던 사람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촛불 트라우마를 용산과 쌍용차에서 만회하려 했으나, 지배자들 자신도 그 과정에서 상당한 트라우마를 입었다는 게 용산참사 총리 사과와 올해초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 등에서 드러났죠. 

막대한 북풍 여론 몰이와 엉터리 여론조사를 뚫고, MB 심판 의지가 드러난 지방선거 결과도 저들의 트라우마를 다시 키울 듯합니다.[각주:1] 

이처럼 아무리 부르주아민주주의라도 그 안에 피지배계급의 저항과 자치의 요소를 반영합니다. 국가에게서 자유를 획득한 영역,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과 집회로 표현하고, 그것을 조직으로 구현해 제도화시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이 민주주의는 피지배계급에게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사법부 마녀사냥으로 3권 분립을 해쳐 부르주아민주주의마저 무시하는 듯이 보였을 때도 그 본질은 노동계급의 조직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던 거죠.

주목할 것은 부르주아민주주의 안에 포함한 피억압자들의 자치 요소 가운데 중요한 하나인 노동계급의 권리들 - 노동조합 결성과 행동권, 노동계급 기반의 진보정당, 언론 등 - 은 쉽게 건드리지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미 한국에서 탄탄하게 형성돼서 저들도 쉽게 승산을 따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이명박 시대 민주적 권리가 축소된 게 사실이지만 그 공포와 후퇴 효과를 과장하는 게 잘못인 이유입니다.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를 파쇼라 부르며 반한나라 대동단결을 외치는데, 이는 단견입니다. 왜냐면, 정권 뜻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30년 전 광주항쟁의 투사들이 그랬듯, 민주주의란 피억압 대중의 운동이 억압적 권력과 맞서는 형국에 따라 앞으로도 뒤로도 갑니다. 그래서 1970년대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싸우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노동악법을 없애라 하면서 싸운 겁니다. 제도가 아니라 계급 세력관계가 핵심입니다.

운동은 조직과 사상이라는 성과물을 통해 경험과 이론, 인적 연결망을 현재의 것으로 남겨 둡니다. 운동이 탄력을 잃고 재구성됐어도 쉽게 성과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 이 성과들이 조직으로 구현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탄탄하고 지속적이며 힘을 갖는 건 노동계급의 조직과 운동입니다. 노동조합 뿐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반동을 한다는 것은 이 사회 지배자들이 피억압 대중에게 허용하던 정치적 시민권을 제약하고 억압한다는 말로, 이는 가장 강력한 피억압 대중의 조직과 운동인 노동계급의 조직과 운동, 권리를 공격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게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다른 조직력과 투쟁력을 보유한데다, 이들이 실제로는 사회를 운영하는 노동을 하기 때문에 무작정 학살할 수도 없구요. 이 조직들이 반동에 맞선 저항의 보루 구실을 하게 되는 이유죠. 그 점에서 촛불항쟁이 노동계급 중심의 변혁 사상과 결합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각주:2].

광주항쟁의 한계는 바로 이런 운동과 조직이 아직 한국 사회에 등장하기 전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한계였다고 봅니다. 전국의 지지 파업은커녕 광주에서도 파업 같은 노동계급 고유의 힘을 동원한 항쟁 참여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한계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광주항쟁의 존재는 1980년대 운동이 도약하는 계기가 됩니다. 전두환 정권은 유신 독재의 연장이었지만, 이 정권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더 유연한 정책을 펴야 했습니다. 

△ 1987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 모습.


첫째, 광주항쟁이 운동의 발전에 도약대가 된 것은 평범한 노동 대중이 저항과 사회운영 능력에서 잠재력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독재에 반대한다 해도 지역 유지·명망가와 정치인·기업주들이 포함된 수습위원회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광주항쟁 당시에도 호남전기 여성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는 최근 증언이 있고, 아시아자동차처럼 현장 노동자들이 항쟁에 협조한 사례도 있습니다. 시민군 사망자와 부상자의 절반 이상이 하층 노동자들이며 항쟁[시민군] 지휘부의 다수도 노동자 출신이란 점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운동의 성격에서 배우고, 잘못되긴 했지만 혁명적 스탈린주의를 채택한 다수 운동가들이 대중의 잠재력에 바탕한 권력을 봉기로 타도하는 급진적 정치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노동운동의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는 경제 발전 수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본주의가 자신의 무덤을 파는 세력을 만들어 낸다는 마르크스의 분석적 예언의 위력을 살인마 전두환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전두환 시절, 정권에겐 운 좋은 3저 호황이 대중적 노동계급 운동이 탄생하는 토양이 됩니다.

민주화운동의 성장과 1980년대 중반 3저 호황에 따른 노동계급의 전반적 자신감과 노동운동의 성장은 1987년 항쟁의 수준과 조건을 1980년과는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 놨습니다. 1987년 6월 민중 항쟁은 뒤이은 7~9월 노동 항쟁으로 민주주의의 진정은 어느 정도 불가역적인 힘을 획득합니다.

그래서 전두환 체제는 또다른 쿠데타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제대한 군바리로 정권을 넘기고(노태우), 일당 체제 안의 민간인에게 넘기고(김영삼), 그 다음엔 아예 정권을 넘깁니다(김대중). 그리곤 1987년 항쟁의 투쟁적인 명망가 출신들이 정권을 잡습니다(노무현).

이런 진보가 이명박으로 뒤집힌 건 순전히 점차 왼쪽으로 바뀐 정권들이 대중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명박 시대의 민주주의 훼손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민주주의 성장의 역사에서 민주당의 실패도 봐야 하고, 노동자운동의 구실도 봐야 합니다.

둘째, 경제위기에는 저항을 하는 쪽이나, 억압하는 쪽이나 격렬하게 나설 개연성이 큽니다. 사소한 요구에서 시작한 저항이 격렬한 항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 뒤에는 심각한 경기침체라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1979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 때문에 박정희는 노동계급 궁핍화 정책을 폈습니다. 한마디로 공공요금과 생필품 가격을 올리고(물가가 20퍼센트나 오름), 임금과 일자리 등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줄여 기업주들을 보호하고 위기에 빠져 나가려 했습니다. YH무역 투쟁의 요구도 일자리 보호였습니다.

1980년은 1998년 전까지 유일하게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해입니다. 1980년 봄에만 유신 체제 아래서 벌어진 파업 수보다 많은 9백여 건의 파업이 벌어졌습니다. 강원도 사북에서도 광부들이 읍 전체를 장악하는 ‘사북항쟁’이 벌어졌습니다.

지금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경제의 장기 침체가 겹친 상황에서 우리의 민주주의 요구는 정치적 시민권과 경제적 시민권 요구를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저들은 우리를 배고프게 하는 정책을 비민주적으로 추진합니다.

셋째, "국가의 주인은 누구인가",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하고 광주항쟁의 투사들은 물었습니다. 오로지 노동자와 민중의 힘이 국가의 물리력을 정치·도덕·경제적으로 압도할 때만(그래야 우리 편의 진정한 군사력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국가의 무장력은 우리 앞에 무릎 꿇을 것입니다.

△ 이 강력한 힘이 사회 변혁을 위한 다수의 저항을 이끌어야 한다.

이런 투쟁이야말로 민주적 대안 권력의 씨앗일 겁니다. 그래서 가장 잘 조직돼 있고, 이 사회의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노동계급 대중을 설득하고 동원해 조직하는 것, 이들의 힘이 나머지 피억압 대중을 끌어들이는 것, 이것들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교훈을 종합하면, 정치·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권력의 도발에 단호하고 단결한 저항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저항 행동의 사사을 알리고 주도하며 조직할 투사들의 전국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노동자운동 안에서. 그래서 운동이 정치·도덕적으로 무장하도록 고무해야 합니다. 

광주항쟁을 돌아보며, 민주당이 말해 온 역사적 화해가 아니라 기층의 노동계급 대중의 저항이 진정한 오월 정신이라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전두환을 사면한 것은 이 정부들의 불철저함을 증명한 것이고, 이후 10년의 배신을 예고한 사건이었습니다. 김대중 정권은 정치·경제 모두에서 민주적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렇게 살아난 전두환을 계승한다는 당이 정권을 잡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려 합니다. 항쟁을 폭도로 왜곡하고 매도했던 언론이 여전히 진실을 쓰레기통으로 보내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광주항쟁이 부활해야 합니다. 투사들의 유언대로 그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위대한 전통의 이름을 팔아 겨우 꾀죄죄한 민주당 밀어주기나 하자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건 항쟁 정신을 모독하는 비겁한 짓이고, 무엇보다 항쟁의 교훈을 망각하는 어리석은 전략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는 단순히 절차적 민주주의, 의회정치의 정상화 요구에 머물 순 없니다. 표현의 자유와 먹고 살 권리가 모두 보장되는 게 진짜 민주주의입니다. 진짜 민주주의는 그래서 민중의 권력입니다.

사람들의 분노와 저항 열망이 단호하고 더 결의에 찬 항쟁, 즉 노동운동이 주도하는 민중항쟁으로, 민중권력으로 발전하도록 기대하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해방 광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끝]

※ 조금 수정해 올리려고 바로 공개하지 않았는데, 엄청 밀렸네요. 안 그래도 늦었던 건데 ㅠ.ㅠ
5월 초에 기획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거의 한 달이 밀려서 끝났네요.

  1. 저들이 이 반발을 친노 세력의 것 정도로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는 한, 헤어날 길은 없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사후정당화된 것이죠. 지나고보니(이명박 정권을 보니) 그때가 나았다. 한마디로 구관이 명관이다는 정서입니다. 그래서 민주당 친노도 이번 선거로 부활은 했지만, 반사이익의 성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잘해서 부활한 것이 아닌 만큼 심상정처럼 친노세력과 통째로 진보연합 하자는 건 도리에 맞지 않는 연합 방안이라 봅니다. 진보좌파는 노무현 정부를 그리는 대중 정서의 합리적 측면과 소통하되, 이제와서 진보연하는 친노 정치인들에겐 평가를 냉정히 하고, 과오 반성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 과정 없이 하는 연합은 진보연합이 아닙니다. [본문으로]
  2. 그것은 촛불항쟁에 조직 노동자운동이 경제적 힘을 동원해 해결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가능한 일이었죠. 그러나 촛불항쟁 기간 동안 화물연대 파업 말고 별다른 노동자투쟁의 기여가 없었습니다. 이 역설은 반MB 전선이 노동계급운동이 주도하는 진보연합이 돼야 진짜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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