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복지국가는 양보가 아니라 투쟁으로 가능


오늘(1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보편적 복지와 6·2 지방선거”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각주:1]

제가 볼 때 이 토론회를 특징짓는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지금 '개발'에서 '복지'로 사회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둘째는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였습니다.
셋째는 보편주의 복지와 선별주의/잔여주의 복지와 관계 문제였습니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는 10년 넘게 급진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린 한국사회에서는 위기를 계기로 진보와 복지 쪽으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니다. 

고양에서 온 엔지오 활동가는 지방선거 공약 공모를 했는데, 예년과 달리 개발 공약은 없고 삶의 질과 관련된 공약이 다수였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회자인 이상이 교수는 고양은 중산층 도시이므로 고양의 변화는 중산층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겨레> 이창곤 기자는 최근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 정당과 관계 없이 보편 복지를 바라는 여론이 다수였다고 밝혔습니다.(곧 기사로 나온답니다)

올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주요 선거 이슈가 되고, 전면 급식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점과 그래서 민주당까지 나서는 걸 감안하면, 확실히 변화가 있는 듯합니다.

그동안 10년 가까이 위기의 깊이와 폭이 더 커졌다는 방증이라 봅니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어쨌든 반갑고 힘이 되는 토론이었습니다.

둘째, 재원 문제는 누구나 중요하다고 인정했지만, 이번 선거 공약과 관련해서는 속시원한 해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민주당 발표자(추경민)는 아동수당을 예로 들며, 만1세까지 주는 걸로 공약을 짰다고 밝혔습니다. 재원 때문이죠. 아울러,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내세운 무상급식·무상보육을 하려면 중앙정부가 떠안아야 할 몫이 있는데, 이를 거부할 경우 지방정부로선 난처해 진다고 말했습니다.

진보신당 발표자(장석준)는 역시 재원 문제 때문에 아동수당을 만 3세까지 주는 걸로 공약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건강보험도 보장성을 올리되, 재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를 위해 보험료를 함께 올리는 계획을 내놨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노동당 발표자(고영국)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12세까지로 하겠다고 했지만, 대신 액수는 적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습니다. 기존 예산에서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제도 도입에 상징적 의미를 더 두자는 차원에서 연령만 과감하게 올렸다는 겁니다.

저는 민주당 쪽의 설명을 들으며, "결국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보다 당선도 되기 전에 한나라당 때문에 하기 힘들다는 알리바이부터 대는구나" 하고 있었는데!! 뒤이어 발제한 진보정당 정책 담당자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 아쉬운 것은 민주당의 책임회피식 자세를 비판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조원희 교수 등이 복지를 주장할 진보정치세력이 그동안 제로베이스에 있었다는 듯이 주장했는데도 반론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두 진보정당은 모두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누진적인 증세를 해야 한다는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4대강 같은 토건 예산 가운데 상당액을 복지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동수당이란 것도 애초에 없던 것이므로 뭐 두 살이든 열 살이든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닙니다.

제가 우려한 건 복지제도 요구에 접근하는 이들의 관점입니다. 복지 요구에 재원 계획을 함께 내놓는 건 당연히 중요합니다. 이유는 그것이 복지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를 제시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진보진영의 재원 계획에는 부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논거와 요구가 포함돼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재분배일테니까요. 그래서 저들이 돈을 댈 여력이 있다는 것, 그 여분의 돈이 엉뚱한 데 쓰이거나 부자들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을 선명하게 밝혀야[각주:2]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주류 집단(관료/언론/기업주 등)에게 책임(수권능력) 정당으로 인정 받으려는 목적이라면 오히려 진보정당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

이리 되면, 요구를 실현할 수단으로 재원 마련을 궁리하는 게 아니라, 있는 재원 안에서 요구를 조정하는 식으로 본말이 전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석준 씨가 건강보험료 인상과 보장성 강화를 연결하는 설명이 딱 이랬습니다[각주:3].

지금 같은 기업주와 부자들이 금고를 꽁꽁 숨겨놓으려 하고 정부도 재정적자에 민감해지는 경제 위기의 시대에 재원 먼저 걱정하게 되면 제대로 요구를 내걸 수 있을지, 요구를 내걸더라도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앞서 살폈듯이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 조건에서 민주당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쪽으로 옮겨온 것인 만큼 진보진영은 여기서 상황을 더 급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한데[각주:4], 진보 정치세력은 더 온건해지는 쪽으로 상황에 적응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인용했듯이, 한명숙, 유시민 모두 집권 시절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양반들입니다. 민주당의 정책 실행 의지를 아직 완전히 믿기 힘들기 때문에 무상급식 하나만 봐도 진보정당의 독자적 구실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진보 양당은 오히려 반mb 단일화란 명분으로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는 문제에 다들 걸려 넘어져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이 길로 미친듯이 달려가면서 진보의 단결을 내팽개치고, 진보신당은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면서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 두 당의 따로 놀기와 민주대연합 문제로 진보의 동력이 약화된 거죠.

이런 문제들이 복지가 화두인 선거에서 보편 복지 정책의 선두주자인 진보 양당이 거의 두각을 못 나타내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2000년 이후 이번처럼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없는 선거는 처음입니다.

한편, 발제자 중 한 분인 인하대 윤홍식 교수는 보편주의/선별주의/잔여주의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봅니다.예를 들어,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보편주의 제도지만, '65'라는 선별 조건을 부과하므로 선별적 보편주의 제도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윤 교수는 보편/선별주의는 조합이 가능하며, 보편주의의 대립물은 선별주의가 아니라 자산조사에 기초해 특정 계층에만 복지를 지급하는 잔여주의 복지라는 겁니다.

잔여주의 복지는 권리로서 복지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굶어죽지는 마라 하고 주는 시혜성 복지 (철학이자 제도)로 오히려 복지의존성(우익들이 말하는 복지병)을 더 강화합니다. 경제적 자활 능력이 생기면 복지 혜택이 사라지니까요.

여기에 '잔여주의'란 용어가 어려워 대중이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이상이 교수 등의 반론 비슷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윤 교수는 선별주의 대응이 효과적일 때도 있는데,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면 대응을 잘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게 (일반인에겐 그닥 필요 없는) 편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가 있습니다.(윤 교수가 말하려고 한 바는 신사회 위험으로 보이는데, 구체적 사례를 들지 않아 그냥 제가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들어봤습니다)

고무와 걱정과 유익한 정보를 함께 준 토론회였습니다.

※ 그밖에도 토론해 볼 만한 다양한 쟁점들이 있었는데, 이 한 편의 글에서 다 다루기는 힘들 듯합니다. 늘 그랬듯이 또 한번 미뤄야죠. 출구전략과 보편 복지를 연관짓는 시각도 흥미로웠구요, 복지국가를 사회정책+경제정책으로도 보는 시각도 사회투자론과 연결해 토론해 볼 만한 주제라고 봅니다.

  1. 주최 단체는 참여연대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 한국여성단체연합. [본문으로]
  2.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란 구호는 이런 정신을 반영한 구호였습니다. 이상이 교수가 이 구호를 진보적 잔여주의 구호라 비판하는 것은 왜곡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이 슬로건을 내걸었을 때 요구한 것은 부유세를 만들어, 보편주의 복지제도인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본문으로]
  3. 이 계획은 국민들이 선 보험료 인상을 결의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보험료를 올리는데 다수가 동의해도, 보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 인상 결의'를 무기로 결국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보장성 확대를 위한 '투쟁'을 '보험료 인상'으로 대체하려는 게 이 계획의 핵심으로 보이는데, 결국 투쟁이 필요하다면, 이 계획은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모순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본문으로]
  4. 대중적 지지를 받는 무상급식을 민주노총 등의 투쟁 의제로 삼아 대중 캠페인을 건설할지, 아니면 무상급식보다 더 포괄적이고 급진적 요구를 제출할지 하는 논점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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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관련 기사: 지방선거, 반MB 민주연합, 좌파

4+4 협상회의가 420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경기도지사 경선 방식 이견으로 결렬됐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이상규 서울시장 후보와 안동섭 경기도지사 후보는 4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심판 이외에는 그 어떤 선택도 있을 수 없[]”며 반MB 연대 협상의 재개를 호소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의 한 당직자는 “민주대연합이 모든 판단의 우선 순위에 있다”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공공연맹 등이 주도해 구성한 진보서울연석회의에서도 이상규 위원장은 ‘범 야권 단일화’를 포함시키라고 강요했다.

울산에선 민주당 등과 협상으로 단일화를 한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에겐 경선으로 단일화하자고 해 사실상 진보 후보 단일화 노력을 회피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대연합을 전략적 과제로, 민주대연합을 전술적 과제로 설명하며 둘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둘은 동시에 추구될 수 없다. 결국 민주대연합이 전략적 과제로 될 거라는 <레프트21>의 경고가 옳았다는 게 당사자들의 실천으로 증명됐다.


비판 없는 지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최규엽 소장은 한술 더떠 “반MB 연대는 기존 진보진영의 대통합과 함께 새로운 진보대연합으로서 동일한 위상의 전략적 과제”라고 주장한다.(<진보정치> 463, “MB는 옛 ‘비지[비판적 지지]’인가”)

민주대연합이 사실상 민주노동당의 ‘집권 전략’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최 소장은 민주당을 미화하면서까지 당권파의 “묻지마 반MB 연대 올인”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

최 소장은 “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 연합 노력은 …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가치와 전략에서 벗어나려는 실천적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최 소장의 말과 달리 과거의 ‘무비판적 지지’를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1987년과 1992, 아직 노동운동이 독립적 정치세력화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냉전 우파 정부의 집권을 막으려고 자유주의 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진짜 문제는 ‘비판적 지지’ 자체가 아니라, 그 지지가 자유주의 야당을 향한 ‘비판 없는 지지’였다는 데 있다당시 정치 무대에서 진보진영은 자유주의 야당의 지원 부대 구실에 머물렀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자본가 야당과 전술적 제휴를 하더라도 그들을 미화하거나 전략적 동맹으로 추켜 세워선 안 된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동맹은 악마 자신, 악마의 할머니 … 와도 체결할 수 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우리의 손발을 묶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각주:1]

이 비유를 빌어 표현하면, 최 소장의 주장은 ‘대중에게 악마를 천사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손발을 묶을 것이다.’ 미화가 성공할수록, 그래서 연합이 정당하다고 생각할수록, 악마가 본색을 드러낼 때 대처할 능력은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1930년대 파시즘의 위협에 맞서려 자본가 당들과 연합 정부를 꾸린 서유럽 공산당들이 그들의 비위를 맞추려다 노동운동을 정치적으로 마비시켜 결국 파시즘에 권력을 내준 경험을 곱씹어야 한다.


진보의 단결

한편, 진보신당이 “묻지마 반MB 연대”를 비판하면서 5+4 협상회의에서 빠진 뒤, 진보적 “반MB 대안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진보신당의 행보는 전혀 일관되지가 않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민주노총 집회에서 “진보대연합을 적극 추진할 테니 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진보신당 대표단은 ‘진보정당 통합 의지를 밝혀 달라’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거절했다.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는 ‘진보선거연합’을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주로 유시민과 김진표를 겨냥해 “이기는 단일화”를 하자고 한다.

광주에서 반민주당연합을 외치던 윤난실 광주시장 후보는 민주당 예비 후보들과 금호타이어의  '노사 상생 구조조정'을 위한 중재를 하려다 민주노총 광주본부의 항의를 받았다.


사실 진보신당 지도부는 민주대연합을 위한 5+4 회의에 처음부터 참여했다. ('진보의 재구성'을 핑계로 대며[각주:2]) 민주노동당의 “진보대통합”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직후였다. 결국, 지금의 군색한 처지는 진보정당들이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진보 양당이 모두 야권 단일화 협상에 참여하자, 진보대연합 논의도 힘을 잃었다. 310일 강기갑 대표와 노회찬 대표가 만나 “진보대통합 원칙”에 합의했지만, 진척은 없었다.

진보 선거연합이 부진하다 보니, 대중의 반MB 열망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선거 심판론으로 많이 기울었다. 진보정당 지지층 안에서도 반MB 범야권 단일화에는 찬성하는 비율이 70~80퍼센트를 넘는다.(새세상연구소 412일 발표, R&R 의뢰)


물론 이명박 정부가 어렵게 쟁취해 온 노동계급의 민주적 권리를 공격하고 생활 수준을 하락시키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한나라당을 패퇴시키고 싶어하는 심정에 공감한다.


비판적 투표

그러나 반MB 연합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 반대 경우보다 재집권이 힘들겠다는 안도감은 갖겠지만, 그것이 곧바로 탄압의 중단이나, 대중이 바라는 개혁의 성취를 뜻하지는 않는다.

노동계급의 단결된 투쟁이 진짜 열쇠다. 이 점이 독립적 진보 정치 대안을 건설하는 과제가 더 중요하며, 선거에서 두 노동자 진보정당들이 분열하는 게 잘못인 이유다

보수 양당 체제를 벗어나 진보적 정치 대안을 건설하는 게 더 중요하다. 비록 진보 선거연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만, 진보정당 후보가 출마한 곳에선 진보정당에 투표해야 한다. 양당 후보가 경쟁하면 단일화를 요구하고, 안 되면 둘 중에서 더 나은 후보에게 투표하면 될 것이다.

진보 후보가 없는 곳에선 민주당 등의 개혁적 후보를 향한 ‘비판적 투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정책상 차이는 별로 없지만, 민주당이 이긴다면 적어도 광범한 노동자들의 사기 저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 승리 후 민주당도 경제 위기 등을 핑계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정부의 노동자 공격에 동조할 개연성이 있다. 그럴 경우 민주노동당의 반MB 민주연합 노선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1. 트로츠키 본인은 1917년 8월에 코르닐로프라는 우익 장군의 반혁명 군사 쿠데타에 맞서 케렌스키 임시정부와 군사 연합을 맺었다. 그와 볼셰비키는 케렌스키를 믿지 말라고 경고했고, 쿠데타를 분쇄하는 과정에서 반동을 막을 힘은 불철저하고 동요하는 임시정부에 기대는 게 아니라, 단호하게 노동자들 스스로 혁명을 전진시키는것임을 실천으로 증명했다. 두 달 뒤, 역사상 최초의 노동자 정부가 러시아에서 등장했다. [본문으로]
  2. 진보신당이 창당 때 내세운 '진보 재구성'은 당시 이념적으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존재하던 정치적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정치연합이 아니라 당 형태로 그 공백을 메우려니 당 자체가 우경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크게 받았다. 결국 분당으로 세력이 약화됐기 때문에 이 공백을 메우거나 흡인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참당 창당, 엔지오들의 민주당 지지 돌변, 민주당의 진보연 등 악재 때문에 오히려 군색한 처지로 몰렸다. 민주노동당이 좌파민족주의와 스탈린주의가 혼합된 제3세계형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라면, 진보신당은 서유럽형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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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24호가 새로 나온 지난 목요일 저녁 몇 분 독자들이 4면의 "노조법 개악의 주범 추미애는 중징계를 당해야 마땅하다"는 기사의 주장이 적절하냐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제목을 추미애 징계 요구로 뽑아야 했냐는 의견도 있었고, 민주당에게 추미애 징계를 요구하는 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견의 강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민주당 지도부나 추미애나 '초록은 동색'이라는 점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놈이 그놈'인데, 한쪽에 '징계권'을 주는 건 민주당 지도부가 노조법 개악 저지에 진지했던 것처럼 포장해 주는 건 아니냐는 거죠. 그날은 짧게 토론하다 보니 제 생각을 적절히 전달 못한 것 같습니다.

일단, 추미애 징계는 국회 차원의 징계와 민주당 차원의 징계 두 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등은 국회 차원의 징계도 정식으로 요구했죠. 환노위 진행을 독단적으로 했다는 겁니다. 국회 차원의 징계란 결국 의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민주당의 징계 수위에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결국, 민주당의 징계 문제가 핵심인데, 민주당 지도부는 분명히 노조법 개악 저지에 진지하지 않았습니다.[각주:1] 그래서 민주당 안에선 추미애 징계 논란이 차기 지도권을 둘러싼 다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에겐 분명히 다른 성격의 쟁점이라고 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동운동과 좌파의 추미애 징계 요구는 '추미애 노조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입니다. 

애초 추미애 징계 논란의 발단이 '개악 노조법날치기한 행위'입니다. 추미애는 직위를 이용해 복수노조의 자유로운 설립을 막고 노동조합에 전임자를 둘 권리를 사용자의 의사에 맡기는 개악 노조법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추미애 덕분에 한나라당은 매우 쉽게 개악 노조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추미애 중재안 - 지금은 통과돼 현행 법이 된 - 을 지지한 한국노총 지도부는 추미애 징계에 반대하며 민주당 지도부에 항의했습니다. 조선일보도 추미애를 편들었습니다. 마치 추미애가 민주당 무능 지도부의 책임전가 희생양인 것처럼 묘사하더군요.

반면, 개악 노조법에 반대하는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은 추미애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주저하면서도 말로는 '중징계' 운운한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민주당이 이제는 제일 큰 야당으로서 진보단체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국회에서 대리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지지세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민주당 내부의 추미애 중징계론은 그 동력이 민주당 바깥에 있습니다.

가관이게도 추미애는 자신이 주도한 노조법이 지금 상황에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신장한 최선의 법안이었다고 '거리에서' 강변하고 있습니다. 친사용자 일간지인 <한국경제신문>은 전교조가 개악 노조법을 찬성한 듯 왜곡 보도했습니다.[각주:2] 민주당 안에서도 더 보수적인 의원들은 '소신'을 징계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맞불

그래서 추미애 중징계 요구로 개악 노조법이 내용과 형식 모두 잘못 됐고 반드시 개정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추미애 중징계는 노조법 재개정 투쟁에 매우 상큼한 출발점이 될 겁니다. 민주노총과 왼쪽의 압력으로 추미애 징계를 요구해 관철되면 경고도 되고 우리 편 사기도 올라갈 겁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든 불리할 건 없습니다. 민주당이 추미애를 중징계 하면, 개악 노조법의 권위와 신뢰는 상처를 크게 받을 겁니다. 우리 운동에 해를 입힌 정치인이 군색한 처지가 되는 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징계를 어설프게 하면, 민주당의 정치적 신뢰도는 다시 추락할 겁니다. 반mb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본질을 자백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에 추미애 징계를 요구하는 건,이명박에게 김석기 파면을 요구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추미애 징계 공방의 초기에 제가 썼던 기사(추미애 징계 공방 - 민주당, 참 별 볼 일 없다)를 다시 봤습니다.  그때 추미애 중징계를 요구해야 한다고 봤지만, 나온 기사에는 그 표현들이 빠졌습니다. 양비론에 가깝습니다. 그때는 연말 국회도 일단락한 마당에 진보 쪽의 과도한 반mb연대 집착을 비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이틀 후 이 블로그 포스트('추미애 핑계로 민주당 면죄부 줄 수 없다' )에서도 비슷한 각도에서 다뤘죠. 다만, 추미애의 출당과 국회 징계를 요구하자고 했네요. 전 분명하게 추미애 징계를 요구해 개악 노조법을 찬성하며 추미애를 옹호하는 자들에게 맞불을 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24호에 새로 기사가 실린 것은 이 점이 충분하지 않아서일 겁니다. 그래서 예리한 토론들이 자주 있어야 합니다. <레프트21> 독자들이 구체적으로 피드백해 주는 게 소중한 이유죠.
 
  1. 민주당의 최종 당론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 타임오프제를 수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추미애 핑계로 민주당 면죄부 줄 수 없다' 글을 참조해 보십시오. [본문으로]
  2. 전교조는 특별법으로 교섭권을 제한하는 정부에게 일반 노조법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얄궂게도 법 개악으로 일반 노조법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전교조의 오랜 이 요구가 오해를 낳고 있습니다. 전체가 단결할 요구를 만들기 위해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재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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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추미애와 민주당 지도부 노동법 날치기 책임 공방 - 민주당, 참 별 볼 일 없다


야4당 의원들이 추미애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고 합니다. 민주당은 당내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고 합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 출입까지 막고 날치기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저는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을 날치기했다는 점에서 추미애가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국회 징계와 민주당 출당 정도는 돼야...) 그러나 통과된 개악 노조법의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 역시 노조법 개악의 들러리 구실을 했습니다. 진보 야당들과 반MB 언론들, 그리고 민주노총이 민주당의 책임 문제를 간과하는 건 잘못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이 '김상희 안'을 12월초 당론으로 정했고, '김상희 안'이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도 노사 자율로 하도록 하는 상대적으로 나은 개정안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종 협상 과정에서 이 안은 민주당의 최종안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의총까지 열어 확정해 전달했다는 민주당의 노조법 당론은 '감상희 안'이 아니라 사실상 한국노총-노동부-경총이 합의한 '야합안'의 나쁜 핵심을 그대로 인정하는 안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이 12월 26일 마지막 8자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서를 보면, 참여 단위의 최종안이 다음처럼 정리돼 있습니다.

○ 각계 기본입장

<노동부>

- 교섭단위 분리문제는 노동위원회가 결정케 하는 현재의 한나라당안으로도 충분히 소화가능함

- 창구단일화 절차 관련, 당초 의도는 대통령령을 통해 3단계방안을 조합원 투표 방식이 아닌(즉, 반대) ▲연합과반수 인정, ▲노동위 관장 공동교섭단 구성(노조 규모 등 일정조건 검토 등)이었음. 이를 통해 소화가능함.

- 전임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부가에 대한 부노 조항은 너무 포괄적인 적용이 가능하므로 반대함.

- 시행시기 관련 전임자를 먼저, 복수노조를 후에 실시하는 시차 설정이 합리적임.

- 위원회 설치를 통한 타임오프 상한 방식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하겠음(유보)

- 통상적 노조활동관련해서는 좀더 명확히 하겠음.


<사측, 한나라당, 한국노총>

- 기존안에서 변함 없음.


<민주당 수정제안>

- 창구단일화 수용하되, 산별노조 및 조직대상 같이하는 노조는 제외

- 타임오프 수용하되, 단협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 내에서 활동가능 명기


<민주노총 의견>

- 복수노조 문제는 산별교섭을 제도화하는 방안으로 해결해야 함.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서, 그리고 복수의 노조 설립에 따른 현장의 가능한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 산별교섭 제도화가 해법임. 산별교섭 제도화가 전제될 경우 창구단일화는 불필요함.

- ‘노사공동의 이해에 기초한 노조관리 업무’가 대단히 불명확할 수밖에 없으며, 사유와 시간 이중규제의 타임오프는 반대함.

- 민주노총은 24조 2항에, 현행 ‘전임자의 임금지급 수령불가’를 “사용자의 전임자 임금지급 의무 없음”으로 바꾸어 명기하고, 81조 4호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삭제할 것을 주장함. 또한 노조재정자립방안을 구체화한 후 일정기간 시행할 것을 주장함. 노조전임비용을 노조가 자체 충당하게끔 유도하되, 법적으로는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조항을 전체 삭제함을 주장함.


☞ 출처: 노조법 개정 다자간 협의체 최종 회의 결과, 민주노총, 12·28

한마디로, 노조법 '개악의 핵심'인 전임자 임금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수용하는 안입니다. 환노위 한나라당 간사인 차명진과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간의 협상에서 제시된 민주당 최종안도 같은 내용입니다. 추미애 안과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산별노조에겐 창구단일화 의무를 두지 않는 점 뿐입니다.[각주:1]

따라서 민주당이 노조법 개악을 막으려 했는데, 추미애가 당론과 다르게 행동해 막지 못했다는 주장은 엄밀히 말해 '착각'이며 사실이 아닙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최종 당론'을 추미애가 수용했더라도 결과는 '개악 노조법'입니다. 결국, 추미애의 날치기가 역설적으로 노조법 개악의 들러리이자 예산 날치기를 무력하게 용인한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을 가려준 셈입니다.

이런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 건 그만큼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대중적 반감이 크기 때문이고, 한편에서 민주당이 MB 독주에 브레이크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감이 계속 유지되는 배경에는 진보진영이 제대로 싸움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현실이 크게 작용합니다.[각주:2]


민주당은 지난해 연초에 미디어법 협상에서 언론노조를 곤란하게 하는 협상 결과를 내놓고 투쟁을 교란했고, 피눈물을 흘린 쌍용차 투쟁을 외면했으며, 부자 감세 유예의 껍데기에 환호하면서 4대강 예산안 통과에 협조했습니다.(관련기사: 부자 감세 유예는 눈 가리고 아웅)

그런데도 여름,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명박이 비정규직법을 더 개악하려 하자 민주당과 함께 (민주당이 만든) 현행 악법을 고수하는 주장을 펴 현행 악법에 반대하며 싸워 온 비정규직 투사들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관련 기사: 악법 유예도 현행법 시행도 대안이 아니다 / 왜곡된 구도를 깨고 안정된 고용의 권리를 주장하자)

13년 전, 민주당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도 막지 못했던 김영삼의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를 철회시킨 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한 달 가까이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규모 파업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김영삼을 산 송장으로 만든 대중투쟁)

민주당이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야당으로서 노동자를 위한 개혁이나 행동에서 별 볼 일 없는 건 민주당이 말과는 달리 기업주를 위한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집권당 시절의 과오는 결코 실수가 아닙니다. 그게 본모습입니다. 그들은 표를 주는 노동자는 좋아해도 스스로 요구하고 행동하는 노동자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추미애 공방은 민주당을 향한 착시가 아직 크다는 점을 밝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점을 가장 뼈아프게 느껴야 할 진보정당 지도자들이 오히려 이런 착시를 조장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그래서 큰 문제입니다.(요즘 개콘에서 나오는 유행어를 빌면, "말이 안 되잖아요~ 정말 미스테리합니다.")


 
  1. 창구 단일화 도입을 전제로 한 타협안. 기업 내 복수 노조가 있을 때, 특정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해 있다면 해당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 간접적으로 창구단일화 의무에서 벗어난다는 겁니다. 이 안은 사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이 마지노선으로 제안한 것이기도 합니다. 산별노조 교섭권이야 당연히 인정해야 하고, 현행 법에선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 산별노조 기업지부에까지 복수노조 금지 조항 적용에 포함시키는것은 잘못입니다. 그러나 창구단일화 도입을 전제로 산별노조 교섭권을 보장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항이 요구하는 바는 사실상 창구단일화 의무에서 자유로운 복수 노조를 설립하고 싶으면 산별노조에 가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는 "결사의 자유"라는 복수 노조 허용 주장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너무 일찍 꼬리를 내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니다. 아울러, 창구단일화를 피하려고 어느 산별노조를 강제로 선택해야 한다면, 자생적인 신생 소수파 노조에겐, 경우에 따라서 창구단일화와 다를 바 없는 압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자주적인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힘에 부쳐 어쩔 수 없이 산별노조 교섭권이라도 보장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제안은 불필요한 제안힙니다. 만약,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시키려는 취지라면 산별 교섭의 제도화가 아니라 산별 단체협약의 확장 적용을 제도화하는 게 답입니다. [본문으로]
  2. 예를 들어, 이 글에서 인용한 회의 결과를 더 살펴 보면, 각주1에서 지적했듯이 민주노총 임성규 지도부도 협상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노조법 개악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노조법 개악 저지 국면에서 진지하지 않았던 민주당과 불철저했던 민주노총 지도부가 문제가 많은 '창구 단일화시 산별노조 교섭권 인정' 문제로 접점을 찾았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반면, 추미애 중재안은 한국노총 지도부의 의중을 적극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날치기 이후 두 노총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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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14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농수산위) 전체회의에서'4대강 관련' 예산인 '농업용 저수지 둑높이기' 예산을 한나라당과 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어제 저녁 <민중의 소리>와 <오마이뉴스> 등에 올라온 기사들을 보면 이 합의가 야당 공조에도 파장을 주는 듯합니다.

통과 내용은 4대강 사업에 포함된 전국 96개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예산 4천66억 원이 모두 통과된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민주당 이낙연 상임위원장의 의사봉을 붙들고 항의했다는데, 양당 합의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사람들이 이 결과에 놀라는 것은 이 농수산위의 위원장이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라는 겁니다. '날치기 통과'라는 MB 시대 '상식'이 깨진 거죠. 그러니까,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독주하고 민주당은 의석수도 딸리고 체력도 딸리지만 독주를 막는 야당 공조의 큰 형이라는 상식.

이번 농수산위 사건에서 이 상식이 얼마나 잘못된 상식인지 잘 드러났습니다.

이 문제로 민주노동당, 운하백지화공동행동 등 진보 단체들이 비판하자 민주당 일각에서 이낙연을 비판했는데, 본인은 꿋꿋하다고 하는군요. 이낙연은 4대강과 관련 없는 물관리 대책 예산이며 이번 [합리적] 결과를 토대로 여야 대화 국면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합니다.(오마이뉴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새로 보를 설치하는 게 홍수 저지 등에 별 효력이 없으며 오히려 물 흐름만 왜곡해 새로운 환경 파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미 낙동강 공사 중에 피부병에 걸린 물고기들이 나오고 있다는데, 4대강 예산은 무조건 전액 삭감을 목표로 '싸워야'합니다.

이미 제 글에서 몇 차례 민주당의 4대강 예산 방침이 전액 삭감이 아니라 '불필요한 예산 삭감' 방침이라 일관되지 않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20호, MB 예산 뒤집어야 /블로그 MB의 예산 사유화)

민주당이 발행한 '4대강 사업 실체 20문20답'이란 자료집의 '민주당의 대안'이란 항목을 보면,"'대운하’의심사업, 불필요하거나 효과가 의심되는 사업예산은 전액 삭감" 으로 조건부 삭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홍수, 물부족 등에 대비하는 수자원 관리는 필요하다는 거죠. 이것은 이명박이 4대강 사업을 재난 대비 사업인 것처럼 홍보하는 상황에서 사족인 듯합니다.


4대강만 그런 게 아닙니다.

며칠 전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반대하는 당론을 정했다면서 파병반대 결의안 서명에 빠지고 기자회견에도 불참했습니다. 파병에 찬성한다는 소속 의원들을 강제하지도 못하구요. 애초 파병을 시작한 것도 민주당 집권 시절이죠.

지난해엔 촛불항쟁으로 이명박이 속절없이 밀리고 있을 때 이명박의 소고기 협상에 면죄부를 주는 가축법 개정안 협상에 합의해 촛불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2월엔 미디어법을 6월까지 표결처리한다는 합의를 해 언론노조와 언론지킴이들을 힘빠지게 했죠. 7월엔 한나라당의 안에서 소폭만 바꾸는 미디어법 합의안을 내놓고 심지어 박근혜 안도 합리적이라고 칭찬했지요.

대운하 반대한다고 했는데 막상 경인운하엔 소속 지역구 의원들이 찬성했고, 지난 달엔 민주당 소속 지자체 단체장들이 4대강 기공식에 참석해 MB어천가를 불렀습니다.

10.28 재보선에선 한나라당에 공천신청 했거나(김영환), 한나라당 도의원 출신(이찬열)을 버젓이 공천하고 나머지 야당들에게 자기 후보로 단일화하라는 떼를 썼죠.

쌍용차 파업은 민주당이 집권 시절, 상하이차 기업에 매각한 것이 문제의 발단인데, 쌍용차 조합원들이 MB의 특공대와 사측 구사대에 포위돼 살인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을 때 민주당은 자신들의 원죄를 사과하지도 진압을 막으려는 실질적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집권 시절, 삼성 재벌과 강부자들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자신들이 여당이고 국회 다수당일 땐, 친부자 정책들을 추진하다 이제 소수파 야당이 되니 정권을 비판하고, 그러면서도 결정적일 때 타협하고 후퇴하며 과거는 반성하지 않는 것이 민주당의 온전한 모습입니다. 그들의 反MB엔 진정성을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여전히 민주당은 국회 등에서 몇몇 악법 저지 공조에 함께 할 수 있지만, 반MB 전선에서 결코 1백 퍼센트 믿어서는 안 되는 동맹자인 겁니다.
민주당이야말로 反MB 진영의 제5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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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레프트21>15호 "이명박의 친서민 위장전입"  (축약)
관련 글: '친서민' 위장전입? 이명박의 ‘친서민’ 정책을 살펴보다  (수정·보완)


1. 비즈니스프렌들리의 한 길로 내달려온 이명박 정부라서 '친서민' 정책 표방은 역주행이라 부를만 합니다. 정권의 기조와 성격, 대중적 인식과도 다를 뿐 아니라 오래 가지 못 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놀라운 것은 '중도·실용'적으로 진보정당 정책을 베껴 쓴 이명박의 국정 지지도는 올라가고 원 저작자 지지율은 답보 상태라는 점입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한 활동가는 "등록금 후불제는 민주노동당이 요구해 된 것"이라는 말 밖에 할 것이 없다며 낭패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친서민' 표방이 이명박의 선제 공격이 아니라 저항과 비판 여론의 예봉을 피하려는 방어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단지 기만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反MB 진영이 성과를 거두고 더 다그칠 조건이 됐는데도 오히려 난처해 지는 건 첫째, 민주당이 집권시 그 정도 정책도 거부해 왔던 당이기 때문이고, 둘째, 진보 정당들은 그동안 '당장 실현가능해야 한다' '손에 잡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단기 실용주의에 빠져있어서 그렇습니다. 단기 실용책에 집착하다 그걸 정부가 덜컥수용하니 방향감을 상실하는 겁니다.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급진적 목소리를 내야 이명박의 베껴쓰기와 지지율 단기 반등에 상관 없이 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단기 해결책만 요구한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등록금 후불제는 등록금 상한제와 인하가 쌍을 맞춰 제시될 공약입니다.

정당에게 가장 좋은 정책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정책입니다. 왜 나인지, 왜 나를 지지해야 하는지 보여줘야죠. 한국 상황에선 무상(공공)의료, 무상교육, 부자증세, 기본소득, 공공주택, 대학 평준화 등이 그런 요구 아닐까요.

그 점에서 진보 정당의 노회한 정치인들보다 오히려 전남대 학생들이 붙였다는 대자보가 더 날카롭게 보입니다. "(등록금) 깎아 달랬더니 꿔준다고?"

기대감은 만족을 낳지만 더 큰 기대감을 낳기도 합니다. 이명박이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기대감을 계속 충족시켜야 난처한 처지입니다. 이명박의 '친서민' '역주행'이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2. 한편, 이명박 지지율 반등에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놓여 있다고 봅니다. 주식시장이 경우도 지난해엔 반토막까지 갔던 펀드들이 원금 이상을 회복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은 놀라운데, 예를 들어, 잠실 리센츠(옛 주공2단지)는 전세가만 3~4억 원씩 뛰었습니다. 현재 5억 원이 넘는 32평의 올봄 전세가가 2억 아래였습니다. 이런 곳은 웃돈을 얹어주며 이전 전세 계약자들에게 나가달라고 한다죠. 

그런 점에서 보면 임기내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 60만 호 중 28만 호가 임대주택이고 이중 20퍼센트가 생애 첫 주택이 될 거라는 정부의 홍보는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듭니다. 제 기사에선 서초구 평당 1천1백50만 원이 비싸다고 했는데, 시세와 비교하면 사실 싼 거죠. 다만, 분양가가 평당 1천만 원을 넘는 것 자체가 거품이라고 보는지라.

보금자리 주택의 가격은 시프트와 마찬가지로 시세와 연동돼 있습니다. 분양이든 임대든 '주변 시세의 몇 퍼센트' 이런 식이죠. 이미 서초구 우면지구 등 보금자리 주택 예정지구 주변 땅값이 치솟고 있다고 합니다. 이리 되면 분양주택은커녕  임대주택 입주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형성됩니다. 파주 신도시처럼 말입니다.

2006년 부동산 거품 정점 언저리에서 대출 받아 집을 산 분들 중에 상당수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거품 유지 정책에 안도의 한숨과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문제는 이 거품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있겠냐 하는 것입니다. 현재 경제 위기를 정부가 막고 있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민 세금으로 적자 기업을 억지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 정도가 될 것입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거품이 이 과정에서 지표상 경기 회복의 착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부자 감세, 기업 감세는 조만간 지금의 재정 정책과 충돌할 것입니다. 출구 전략을 놓고 정부와 주류 엘리트층 안에서 의견 차가 커질 겁니다. 대한통운 사장 체포영장 발부한 것을 보면 하반기에 부실 기업 정리(구조조정)를 시작할 모양인데, 저금리 거품(건설기업 부양) 정책과 충돌합니다.

결국, 유리지갑인 월급쟁이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는 정책은 꾸준히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것입니다. '천서민' 위장 전입이 오래가지 못하고 들통날 거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3. 문제는 10.28 재선거 등 선거 국면에서 떠오를 反MB 연합 결성 논란에서 한 축이 될 민주당의 경제·복지 정책이 한나라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애써 이 점을 외면하고 민주당에게 손 내밀기를 계속할 경우, 오히려 이명박 지지율의 몰락은 늦춰질 것입니다. 

민주당과 별개의 새로운 진보 동맹이 더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낡은 것은 가고 있는데, 새 것의 등장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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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친(親) 부자/기업 정부인 이명박 정부조차 친(親) 서민을 말합니다.이런 거짓말에 눈 뜨고 속을 이는 별로 없겠지만, 이 정부의 새 옷이 아니라 몸통의 지울 수 없는 악취와 속마음을 말하는 사람이 더 적어졌습니다.

오히려 지금 반대파에게 충고하는 듯하면서 이 정부가 하는 거짓말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보적 반대파가 대안 없는 정권 퇴진을 외쳤기 때문에 이명박이 살아났다고 말합니다. 진실은, 기회가 왔을 때 [바로 그들의 방해로] 더 밀어붙이지 못하고 정권 퇴진을 못 시켰기 때문에 이명박은 살아난 것입니다.
 
요즘 반(反)MB 맹주를 자처하는 민주당 역시 집권당 시절, 법인세/소득세를 감면하고, 부동산 거품 조장을 허용하는 등 친(親) 부자/기업 정책을 펴왔습니다.

실로 이명박 정부로 오는 길은 전임 정부가 닦아 놓은 길입니다. 이 점을 각성해야 한다던 사람들중 적지 않은 수가 지금 침묵합니다. 전임 대통령 둘의 사망 이후, 이 문제에 관한 온갖 에두르고 감추는 말들이 넘칩니다. 

이처럼 말과 글이 겉도는 것은 진실을 가리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진실을 냉혹하게 직시하길 두려워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사실과 소망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탄압에 맞서 진실을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의 말과 글조차 사물의 본래 성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단지 겉꾸밈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정권을 잡고 실패한 사람들이 (변한 것도 없는데) 뭘 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시사人>이란 주간지의 최신호를 보면 정부 비판에 앞장서던 한겨레/경향/오마이/프레시안 등 '진보' 매체들이 광고 수익 때문에 정권과 관계를 재조정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합니다.

돈의 힘을 빌어 돈이 지배하는 세계를 비판한다는 것은 공상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제약되는데, 말과 글이 제대로 나올 수 없습니다. 


지금의 세계적 경제 위기가 자본주의의 실패가 명백한데도, 말과 글을 다루는 사람들은 이를 직시하길 두려워합니다. 어는 순간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주장,  “계급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진보진영 안에서도 기피 대상이 됐습니다. “사회주의”나 “혁명”, “레닌” 같은 단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 계급사회이고, 우리는 착취와 억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해 낭비적 경쟁을 강요하고 인간의 필요를 짓밟습니다. 경제 위기와 빈곤, 전쟁은 물론이고, 기후와 자원 문제로 지속불가능한 체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로 체제를 전환하는 게 필요합니다. 세계적인 생산 협업은 직접 생산자인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권력과 실천을 통해 인간의 필요를 우선시하는 협력적 생산과 분배의 체계를 세울 수 있습니다. 우애와 협력, 지식과 자원 공유가 훨씬 더 효율적인 생활 향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

말과 글이 사물과 현상의 핵심을 치르지 않고 겉도는 것은 앞선 예에서 보듯 말과 글의 원천인 생각과 행동이 진실을 향해 곧바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선덕여왕> 미실의 대사처럼,
"세상을 가로로 나누면 딱 두 부류,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 둘 밖에 없습니다"
미실은 덧붙입니다.
"(지배하는 자가 말하는) ‘백성들의 희망’이야말로 가장 큰 환상"이라고 말입니다.
미실은 지배하는 자의 편에서 세상의 본질을 말하고 있습니다. 덕만이 아니라 미실이 리얼리스트입니다. 실재가 아니라 캐릭터로서 미실이 덕만보다 더 우월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온갖 환상, 사실과 소망을 뒤섞어 놓은 잡다한 말과 글들이 이 엄연한 진실을 가립니다.

단도직입으로 본질을 향해 찌르고 들어가는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담하고 거리낌 없는 생각과 행동을 하라는 자기 주문 [呪文]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대담하게! 단도직입으로! 는 <레프트21> 기자로서 제 기사 쓰기의 구호입니다.

이 블로그는 이런 정신으로 <레프트21>에 실릴 기사들을 보충하고 지면 바깥에서 마찬가지로 단도직입의 방법으로 제 생각을 보태는 블로그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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