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 직전까지 갔던 이명박 정부와 집권당이 총선을 앞두고 기사회생과 역겨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쇄신 사기극에 매달려 온 박근혜가 2월 13일 “한미FTA에 반대하는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러자 조중동부터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한미FTA 폐기냐 유지냐 정면승부하라’며 바람잡이에 나섰고, 이명박 정부도 곧 ‘3월 15일 한미FTA 발효’를 발표했다. 

이어서 기획재정부는 ‘여야가 내놓은 복지 공약을 이행하려면 앞으로 5년간 3백40조 원이 들어갈 것’이라며 복지망국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

우파 반격의 한 고비는 2월 25일 이명박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이었다. 원래는 이 자리에서 레임덕과 비리 의혹의 수렁에 빠진 이명박이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돼 왔다. 

그러나 일말의 염치도 없는 이명박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은 온갖 비리 의혹에 대해 사과 한마디하지 않았고, “복지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며 대중의 복지 확대 열망에 어깃장을 놓았다. 그리고 한미FTA 발효,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핵발전 확대 등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에도 우파의 반격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그토록 요란하던 돈봉투 사건을 고작 3백만 원짜리 돈봉투 하나만 밝히고 덮어 버렸다! KTX 민영화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법원은 23일 왕재산 사건 피의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고, 검찰은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지지층을 겨냥해 노무현 비자금 수사 재개를 선언했다. 위선적인 탈북민 방어 캠페인도 시작했다. 이런 우파 결집 시도가 이어지면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다시 민주통합당을 앞서기 시작했다. 

이것은 첫째, 이명박 정부와 우파들은 숨통이 끊어지기 전까진 개악과 반동 시도를 중단하지 않을 자들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1퍼센트의, 1퍼센트를 위한, 1퍼센트에 의한 정치세력이라는 본질 때문에 이들은 아무리 99퍼센트의 비판을 받아도 개악 추진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명박근혜’는 한미FTA와 제주도 미군기지 등에 일관되게 반대할 수 없는 민주당의 약점을 파고들며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고 우파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둘째, 민주당이 이들 우파 세력의 기사회생에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대중은 민주당을 이용해서라도 이명박을 심판하고 싶어 했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위기에 처한 이명박에게 구원의 동아줄을 던져 줬다. 

우파 결집
 
이명박의 공격에 ‘좋은 FTA’ 운운하며 허둥대고 횡설수설하던 민주당은 공천에서도 한심한 본색만 드러냈다. 비리 혐의자, 검찰ㆍ한나라당ㆍ자유선진당 출신 철새 등을 잔뜩 공천한 것이다. 아버지 지역구를 상속받은 아들도 있다. 대표적인 새누리당 ‘X맨’ 김진표도 공천될 가능성이 크다. 당내 경선단을 불법 모집하던 사람이 투신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래서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한겨레>마저 “정체성과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명숙 지도부를 비판하는 상황이다. 이래서 민주당 지지율이 다시 추락하고 새누리당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는 역전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주요 사안마다 새누리당과 타협하는 민주당을 두고 ‘민누리통합당’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비아냥거리고 있다. 김진표가 민주당의 구멍이라면 민주당이야말로 반이명박 진영의 구멍이었던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우파의 위기는 해결된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올해 총선은 정부 여당 심판 선거’라는 응답과 ‘새누리당은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응답이 높다. 이것은 박근혜 ‘쇄신’ 사기극이 산토끼(중도층)를 데려온 것이 아니라 흩어지던 집토끼(보수층)를 가까스로 다잡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우파 결집 시도는 급진화하는 2030세대의 반우파 정서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고, 우파의 분열도 막기 힘들다. 당장 이재오 공천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공천위와 비대위 간에 갈등이 불거졌고 비대위 해체 위기가 나타났다.  양파 껍질 같은 이상득 비리 의혹도 하나 더 밝혀졌다. 정수장학회는 이미 ‘박근혜의 BBK’가 돼 버렸다. 
 

투쟁의 봄을 앞당겨야 한다 
 
민주통합당의 한계와 약점을 이용해 우파가 다시 득세하려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의 대처가 중요하다. 지난해 말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안철수 바람 등에서 나타난 것은 노동계급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였다. 한미FTA 반대 투쟁이 한창일 때도 거리의 여당은 민주노동당, 즉 지금의 통합진보당이었다. 

진보진영이 단결과 투쟁을 중심에 두면서 민주당과도 차별되는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했다면 이런 기회는 더 넓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민주당을 추수하고,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야합해 양당 구도 복원에 치중하면서 기회의 창은 작아져 버렸다. 따라서 진보정당과 진보진영은 더는 선거심판론과 ‘묻지마 야권연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기회는 여전하다. ‘좌클릭’ 바람과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등이 보여 주듯이 여전히 우파는 이데올로기적ㆍ정치적으로 열세다. 당장 MBC 노동자들의 파업도 KBSㆍYTN 파업으로 번질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진보진영은 이런 투쟁이 진보진영 전체의 투쟁으로 발전하도록 투쟁을 연결하고 일반화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선거를 둘러싸고 대립ㆍ분열하기보다 이런 투쟁 속에서 단결해야 한다. 이런 투쟁이 승리하고 전진할 때 선거에서도 진보정당과 후보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물론 다가오는 총선에서 이명박을 심판하려면 ‘야권연대’, 즉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다. 진보적 대중이 지지할 만한 민주당 후보가 나와서 진보정당 후보와 힘을 합치면 새누리당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주의자들은 투쟁보다는 부차적인 영역인 선거에서 하나의 전술로서 야권연대를 지지할 수 있다. 물론 그 경우에도 투쟁을 희생ㆍ종속시키거나 민주당 비판을 삼가서는 안 될 것이다. (투쟁을 종속시키고 비판을 삼가하며 민주당과 권력을 공유하겠다는 것은 인민전선 전략이며, 사회주의자가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야권연대는 불가피한 경우에 진보적 대중과 소통하며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채택하는 전술이지, 반드시 해야 하는 미덕이 아니다. 예컨대 김진표 같은 민주당 후보하고는 야권연대를 할 이유가 없다. 

이번 민주당 공천자 명단을 보면 이런 자들이 상당수인데 이런 자들과 야권연대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런 곳에서는 진보정당 후보가 끝까지 투쟁의 대의를 주장하고 진보의 씨앗을 뿌리는 게 옳은 전술이다. 

무엇보다 진보진영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 빼앗겼던 것을 되찾으려는 투쟁의 봄을 불러오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편집자 전지윤 씨와 공동으로 집필한 글이다.  ☞ 바로 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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