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불법 사찰’ 사건은 ‘이명박근혜+우파’의 ‘악의 축’ 동맹에게 큰 위협이 됐다. 청와대의 불법 사찰이 이명박을 정점으로 “청와대, 국무총리실, 검찰, 여당 의원 등이 모두 동원된 총체적인 권력형 비리”라는 것이 밝혀져 왔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가 폭로한 이 팀의 복무동향보고서 작성 지침에는 “단순한 사건 설명에 그치지 말고, 구체적 상황과 대상자의 역할에 대해 본인(작성자)이 대통령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기술”하라고 돼 있다. “BH 하명”이 사찰팀의 핵심 임무였던 것이다.


촛불 보복도, 쌍용차 살인 진압도, 심지어 연예인 방송 퇴출마저 모두 정권 차원의 공작이었다는 것이 새삼 밝혀지자 많은 청년들이 4·11 총선을 정권 심판 선거로 삼을 듯 보인다. 


그러자 곤혹스런 처지가 된 박근혜와 우파들은 색깔론과 김용민 막말 비난으로 ‘더러운 선거’ 작전을 다시 펴는 한편, “나도 피해자”라며 법무장관 사퇴와 특검 실시를 주장했다. 


집권당 지도자로서 공동 책임론에 물타기를 하면서 은근히 이명박과 거리두기를 한 것이다. 박근혜가 영입한 새누리당 비대위원 이상돈도 ‘하야가 가능한 사안’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는 총선 결과가 우파에게 불리하게 나올 경우, 박근혜가 이명박 책임론을 들고 나와 이명박을 희생양 삼는 방향으로 갈 속셈이 없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마치 정권재창출에 위기를 느낀 이회창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을 당에서 쫓아냈듯이 말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박근혜가 승리하고 대세를 장악해 더는 이명박이 필요 없을 경우에도 중도층 유권자를 확보하려고 이명박 버리기에 나설 수 잇다.


그러나 박근혜의 ‘피해자’ 론은 구역질나는 것이다. 그는 불법 사찰에서 득을 봐 온 공범이다.  

박근혜는 1퍼센트 특권층의 일부로서, 이명박이 정권 차원의 감시와 통제로 저항 세력을 입막음하면서 추진한 우파 정책에 동조해 왔다. 그래서 2010년 불법 사찰이 드러나 증거를 조직적으로 폐기해 일부 깃털들이 구속될 때도 박근혜는 아무런 비판적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박근혜는 이번 총선에서 ‘불법 사찰’의 주요 책임자들인 김종태와 김회선을 당선 확실 지역인 경북 상주와 서울 서초갑에 각각 ‘전략’ 공천했다. 


사찰팀이던 원충연이 2009년 작성한 수첩에는 “BH[청와대를 가리킴], 공직기강, 국정원, 기무사도 같이 함”이라고 적혀 있는데, 김종태는 당시 기무사령관이었고, 김회선은 국가정보원의 제2차장이었다. 김회선은 언론 장악 대책회의에도 참석한 바 있다.


불법 사찰 건에서도 그들은 구역질나는 ‘이명박근혜’인 것이다. 


계급 지배


따라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지 이명박 일당의 ‘공권력’ 사유화 따위가 아니다.

이명박의 사찰팀은 구성되자마자, “촛불집회 검거 수범 사례 보고”,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 등을 제출했다. 그 직후 광범한 채증을 통한 촛불시위 참가자 검거와 백골단을 연상시킨 경찰기동대 창설 계획 등이 실행됐다. 


청와대가 2009년 제공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내부 이념 성향 분석 자료와 이에 바탕한 내부 숙청도 바로 이 사찰팀의 사찰과 기획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해 “쌍용차 작전 조사 결과 보고” 문건, 당시 기무사 요원의 쌍용차 파업 관련 사찰, 진압 책임자던 조현오의 경찰청장 승진에서 유추해 보면, 지금까지 22명의 관련 사망자를 낳은 쌍용차 정리해고 강행과 살인 진압에는 정권 차원의 기획과 공작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촛불항쟁이 지배계급 주류에게 안겨준 수모를 되갚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 노동 탄압, 4대강 사업, 방송사 장악 등을 냉혹하게 강행하려는 것이 바로 ‘불법 사찰’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1퍼센트 세력의 지배 도구인 군대·경찰·법원·관료기구 등 억압적 국가기구를 총동원해 99퍼센트 민중의 운동과 개인을 감시하고 탄압을 기획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검사·판사들은 물론 부차적 사찰 대상이던 경쟁자 박근혜와 재벌 총수들까지도 이번 사건을 묵인·협조·비호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계급 지배의 주요 수단이라는 이런 근본 성격 때문에 사찰기구를 통한 사회운동 감시·통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박정희·전두환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 이후 선거로 집권한 노태우도 군부인 보안사를 통해 민간인을 사찰하다 들통났다. 


김영삼은 경찰청 사직동팀 등을 두고 전방위적 도청·사찰과 단속을 수행했고, 말년에 안기부의 사찰 권한을 강화하는 악법을 노동 악법과 함게 날치기했다가 민주노총의 파업 역풍을 맞고 몰락했다.


일당국가가 해체돼 정권이 바뀐 김대중 정부에서도 검찰 등이 조폐공사 파업 유도 공작을 했다가 들통났고, 경찰의 노동운동 감시·탄압도 계속됐다. 


노무현 정부가 당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현대차노조와 화물연대 등을 사찰한 것도 같은 노동운동 감시·통제의 맥락에 있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의 사찰팀도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던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을 본따 만든 것이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노동당이 집권하자 사찰기관인 MI5가 노동당 실세 정치인들을 감시하고, 이들을 중상모략하려고 노동당이 발행한 정치 리플릿들을 조작하기도 했다. 


영국의 사회주의자 존 몰리뉴는 “대부분의 시기에 [자본주의] 국가의 강제력은 잘 드러나지 않고 배후에서 집행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억압적 국가기구의 피억압 계급 사찰이 바로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총책임자인 이명박 퇴진과 관련차 처벌과 함께 모든 사찰기구 해체도 요구해야 한다. 또한 박근혜도 집권당의 공범으로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림자를 좇는 자들.




□ 1퍼센트 정권의 99퍼센트 감시·통제는 어떻게 이뤄졌는가


이명박은 촛불항쟁이 한창이던 2008년 7월초 국무총리실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었다. 이 부서의 태생과 활동 내역과 구성을 보면, 과거 노태우 정부의 안기부 ‘미림팀’, 김영삼 정부 때 만든 경찰청 ‘사직동팀’을 연상시킨다. 


뼈대는 비밀 유지와 일사분란함을 위해 정권 실세들인 영포 라인으로 구성했다. 


사찰과 이에 바탕한 탄압에 억압적 국가기구가 전방위적으로 동원됐다. 은폐 과정에서는 검찰이 협조했고,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판사도 협력했다. 집권 여당과도 정보를 공유했다. 


실무에는 경찰·국정원·기무사 출신의 보안경찰들과 노동부와 우파 노조관료 출신들이 동원됐다. 구성에서부터 노동운동 등 진보적 사회운동 감시·단속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사찰팀 이창화의 수첩에는 민주노총과 다함께 등 진보 단체들에 관한 내용이 잔뜩 적혀 있었다. 


특히, 이영호가 이끌고 보안 수사관 출신들과 노동부 출신으로 구성된 점검1팀은 “쌍용차 작전 조사 결과 보고”,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 파업 동향”, , “09년 좌익세력의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한 보고” 등 주요 노동조합 동향을 사찰하며 탄압 대책을 세워왔다.


이들의 활동이 단순한 감시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탄압과도 유기적으로 연관이 이뤄져 왔다.

일례로 “권정환 전공노 부위원장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징계 및 형사처벌 조치 계획”은 10월 6일 보고됐는데, 권 부위원장이 일하던 마포구청장은 10월 7일에 서울시에 권 부위원장을 파면·해임해 달라는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를 제출했다. 이 요구서는 징계 사유로 권 부위원장의 다양한 진보 활동을 망라하고 있다. 사찰의 결과일 것이다.


공직 감찰이란 것도 목록을 살펴 보면, 상당수가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한 경영진을 뒷조사해 쫓아내거나, 4대강 공삭 관련 비리를 환경단체 등에 제보한 내부고발자 색출 등이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온갖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 감시·통제를 벌였다. 원충연의 수첩에는 사찰 방법으로 “HP 도청 열람”, “장비(노트북, 망원경, 카메라)” 등이 나온다. 



□ 이명박 퇴진·관련자 처벌·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해야


사찰의 총책임자가 이명박이므로 퇴진 요구는 자연스런 귀결이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명박은 충분히 ‘탄핵감’이고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감이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집권당 의원 등이 총동원된 감시·탄압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마찬가지로 사찰에 동원된 청와대 등의 각종 사찰기구와 국정원·기무사·검찰·경찰의 공안부서 등도 즉각 해체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NGO 지도자들의 주도로 진보진영이 ‘이명박이 나서서 진실을 밝혀라’ 하는 수준에서 머물며 퇴진 요구를 애써 회피하는 것은 유감이다. 특검이냐, 청문회냐 하는 논란에 매달리는 것도 시간 낭비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특검을 실시하자고 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했다. 


1999년에 도입된 이후 10여 차례 이뤄진 특검이 사건의 몸통을 밝혀낸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게 돼 있는데다가 기존 국가 기구에 완전히 둘러싸인 채 수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총체적으로 연루된 사건인데, 이명박 등을 그 자리에 두고서 진실을 밝히라는 민주통합당의 요구도 대안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특히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이명박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퇴진 요구를 피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진보진영은 노무현 정부 말년인 2007년 한미FTA 체결 직후에 정권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물론 ‘이러다가 박근혜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거나 ‘이명박이 물러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다르겠냐’ 하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며 ‘노무현의 사찰은 이명박과는 다르다’거나 이 사안을 우파 전체에 맞서는 투쟁으로 발전시키길 회피하는 일부 NGO 지도자들의 태도야말로 박근혜를 의도치 않게 도울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박근혜가 ‘나도 피해자’라며 노무현을 끌어들여 물타기를 하고 이명박과 거리두기를 하려 할 때, 그런 태도는 사기극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을 퇴진시키려면 우파 전체에 맞선 거대한 대중투쟁이 필요한데, 이런 투쟁을 제대로 건설할 때, 오히려 정치 지형을 진보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만일 그런 대중 투쟁으로 이명박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 뒤 집권할 정부는 지금처럼 함부로 99퍼센트를 짓밟는 정책을 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찰의 주요 표적이었던 노동운동과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이 앞장서서 정권 퇴진과 관련자 구속·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하며 투쟁을 적극 건설해야 한다. 


진보 단체들이 모인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약칭 ‘민간인 불법사찰 비상행동’)은 소심하게 굴지 말고 이런 투쟁 건설에 적극 헌신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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