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위기와 좌충우돌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14일에 이북5도민 체육대회에 가서 “투철한 안보”를 약속한 박근혜는 다음 날 마산을 방문해 부마항쟁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발표했다[각주:1]


정수장학회 문제에 관해 “저와 관계가 없다.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고 튕겼다가, 하루 만에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며 또 말을 바꿔야 했다. 


□ 박근혜의 21일 기자회견 
오락가락하다가 연 21일 기자회견에선 오히려 사실까지 왜곡하며 오만하고 앞뒤 안 맞는 해명을 내놓았다.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면서, 현 이사진에게는 새롭게 거듭나 의혹이 없도록 하라? 이것도 말이 안 된다. 

진실인즉슨, 지금도 5인 이사회 멤버 중 이사장을 뺀 두 명이 박근혜가 임명해 놓고 나간 이사들이고, 나머지 둘은 최필립이 영입한 최필립의 외교부 후배들이다. 최필립 포함 박근혜 직계가 셋이고, 방계가 둘인 이사회를 가진 게 정수장학회다. 

정수장학회 공식 기록에서 인정한 부일장학회―5·16장학회―정수장학회의 연속성을 부정한 것은 실수라고 보기엔 너무 어이없는 것이다. 이사장 출신 아닌가.

요점은 정수장학회는 강탈 재산이 맞고, 박근혜는 예나 지금이나 이 장학회 운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국민통합 구호가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지(얼마나 불통이고 오만한 존재들인지), 박근혜 캠프가 요즘 얼마나 멘붕 상태인지 보여 준 이 기자회견은 새로운 악재가 될 것이다. 정수장학회에 관해서는 내가 한홍구 교수와 한 인터뷰를 보시오. ☞ 바로가기]






한편, 박근혜가 부마항쟁과 유신체제 피해자에 대한 ‘위로’를 말하고 있을 때 박근혜 캠프 총괄본부장 김무성은 “종북 세력에게 정권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 외쳤고, 국가보훈처는 ‘유신 반대는 종북’이라는 교육자료를 일선 교육기관에 배포했다. 


공약으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내걸고는 정작 반값등록금 시위를 주도한 한대련을 종북 마녀사냥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명박근혜’다. 


이런 모순적 행보 속에서도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과 기반은 더 분명해지고 있다. 


박근혜는 최근 고문기술자 출신인 추재엽의 선거운동을 지원한 것이 드러났는데, 친박 당대표 황우여는 그런 고문기술자들이 만든 조작 사건인 ‘학림 사건’의 판사였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인사들을 보면, 넷 중 둘이 재벌 출신이다. 그중 하나인 김성주는 “경제민주화를 강제로 하는 것은 역사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딜레마


헌법재판소장 출신 김용준은 헌재소장 시절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입장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최근 확장성의 한계 속에서 내부 분열 위기까지 겪은 박근혜가 이런 인물들에 더해 뉴라이트 출신들을 대거 영입하며 선대위를 재구성한 것은 박근혜가 처한 딜레마를 보여 준다. 


박근혜는 “지지층 확장성의 한계”를 넘어보려고 산토끼에게 당근을 흔들지만, 집토끼를 위해 더 많은 당근을 남겨놔야 할 뿐만 아니라, 최근 위기로 동요하는 집토끼를 달래고 단속하려면 산토끼에게 (당근만이 아니라) 채찍도 휘둘러야 하는 처지에 있다. 


그래서 최근 새누리당은 NLL을 이용한 ‘종북’ 색깔론 공세를 펴고 있다. 


결국 외연 확대가 한계에 부딪히며 위기를 겪은 박근혜는 당분간 우파 결집을 단단히 하면서도, 선거를 최대한 진흙탕으로 만들어 반우파 청년세대가 환멸과 냉소로 돌아서길 바랄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이처럼 금이 쩍쩍 가는 상황인데도 대선에서 박근혜 패퇴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야당 후보들이 대중의 진정한 변화 열망을 받아 안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다. 


NLL에 관한 우파의 호전적 ‘안보’ 프레임에 굴복한 문재인이나, 신자유주의 관료들을 영입하며 ‘성장’ 프레임에 타협한 안철수 모두 진보적 청년들에게 분명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파는 ‘어차피 경제민주화 등에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모두 비슷비슷하다’거나 총선 때처럼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는 민주당이 시작한 것’이라는 논리를 다시 꺼내고 있다. 


진보진영이 독자적 진보 의제를 제시하며 반우파 정치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대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요구를 부각시키기 위해 투쟁에 나서는 노동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 


※ 이 글은 약간 축약해 <레프트21> 91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보기 



  1. 이에 부마항쟁기념사업회는 사과아 아니라 위로를 보낸 것은 사람의 도라가 아니라고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부마항쟁특별법을 계속 반대해 왔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