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의원직을 뺏긴 지 닷새 만에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1심에서 의원직 박탈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미FTA를 날치기 통과시키는 자들이 받아야 할 처벌을 도리어 김선동에게 떠넘기고 문제를 호도하려는 짓거리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이미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고 항소 중이다. 부정축재한 것도 아니고, 세금으로 치면 6만 원에 해당하는 재산신고가 누락된 것이고, 그나마도 바로 선관위에 누락 사실을 공지하고 선거운동 때 이 사실을 공지했는데, 그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원내대표도 지난해 검찰의 무리한 통합진보당 당원정보 서버 탈취 시도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있다. 통합진보당 사무총장 출신인 오병윤 의원도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를 막아놓은 정치자금법의 부당한 조항 때문에 기소돼 있다.
사법 탄압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진보정당 의원들을 국회에서 축출하려는 것이다.
선거나 토론, 협상 따위가 아닌 고소와 판결 같은 비의회적 수단으로 진보 의원들을 의회에서 몰아내려는 것은 “법과 질서”의 또다른 쌩얼이다. 자신들이 강점인 수단을 한껏 이용하는 우파식 정치투쟁인 것이다.
이러다간 지난해 통합진보당으로 당선한 진보 의원 13명 중 다섯 명도 남아나지 않겠다는 불안감이 떠돌고 있다.
검찰과 사법부에 포진한 우파가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경제 위기 속에서 진보정치가 대안으로 부상할까 두려워서다.
진보정당들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 양극화와 반우파 정서 속에서 선거적 성공을 거둬왔다. 지난해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의원이 13명이나 당선한 것은 역대 최대 성과였다.(지나치게 선거적 성공만 추구하려다가 다시 내분과 혼란이라는 역풍을 맞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진보정당 정치인들은 지배계급의 치부를 잘 폭로해 왔다. 노회찬 대표의 삼성x파일 폭로 뿐 아니라 이석기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내정자인 김종훈의 CIA 연루설을 폭로한 것도 매우 좋은 사례다.
김선동 의원의 한미FTA 날치기 항거도 통쾌한 일이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대선 TV토론에서 박근혜를 혼쭐낸 것도 지배자들은 불쾌했을 것이다.
따라서 진보정당 의원 솎아내기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은 단결해서 이들을 방어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진보진영이 분열해 존재감이 약화돼 있으니 이런 사법 탄압과 진보정당 “왕따”가 더 쉬운 측면도 있다.
진보정치 세력은 상호간 불신과 반목보다 진보진영 전체의 대의를 방어한다는 생각으로 단결을 해야 한다. 그런 단결이야말로 진보 의원 솎아내기를 막을 투쟁 건설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 99호에 축약해 실렸습니다. ☞ http://www.left21.com/article/1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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