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인용한대로, 솔레이마니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상하러 가던 길에(그 이유 때문에) 죽은 것이라면,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 약화를 해결하기가 더 어렵게 보인다.
미국이 이란의 영향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협력할 만한(그리고 도움을 받을 만한) 우방이자 지역 강국인 나라는 현재 (여러 지정학적 전략가들이 지적하듯이) 터키 뿐이다. 그런데 바로 지난해 가장 미국을 괴롭게 한 나라도 터키였다. 러시아 무기 수입 문제로 말이다. 이라크 정부는 의심스러운 구석 천지이고, 터키와 협력이 삐끗삐끗한 상황에서 사우디마저 흔들린다면?
미국은 세계 1등 국가 지위를 천명하려고 스스로 이라크 후세인 정부를 붕괴시킨 대가로 자신이 중심축이 돼 관리하던 중동 내 세력균형을 무너뜨렸다. 지금 오바마와 트럼프 정부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어느 경우엔 미국이 힘의 균형을 관리하면서 갈등 억지력을 발휘해 왔다는 부분적 측면에서 어떤 개혁주의자들은 중동이나 동북아에서 미국의 축출이 오히려 통제 불가능한 불안정을 낳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상황이 불안정해질수록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를 약화시키려고 한다. 전형적인 위로부터의 관점이다. 이런 사고는 각각의 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반란, 계급투쟁도 함께 혼란의 변수로만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없다고 해서 나날이 위기로 내몰리는 세계자본주의를 관리하는 문제를 두고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에 갈등이 격화되지 않을 리가 없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이 체제의 본성이다. 불안정은 세계자본주의의 본성 때문에 위로부터 심화될 것이고 아래로부터 이에 맞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미국의 약화가 곳곳에서 억제된 내부 반란의 힘을 풀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가령 2011년 아랍 혁명은 경제 위기와 미국의 약화를 배경으로 친미 국가들에서 시작됐다. 혁명들은 이내 비친미 국가로 번졌다. 지금 시리아의 인도적 재앙을 미국이 약해진 탓으로 돌린 순 없지 않은가?
물론 터키, 시리아, 이란 등에서 미국의 일부 공백을 대체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개입을 빼놓을 순 없다. 그들도 악독한 제국주의 국가들이니 말이다. 그러나 달라진 상황과 조건, 국가 역량상 미국이 하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어떻게 약화되느냐에 따라 이 나라들이 받아들일 교훈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차 자본주의적 위기와 불안정(경제 위기, 지정학적 불안정, 생태 위기 등)을 해결할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당장은 그것이 미국의 이란 공격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 당연히 이는 한국 정부의 파병에 반대하는 것을 중요한 구호로 삼을 것이다.
👉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가 이란을 이길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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