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單刀直入]

  • 홈
  • 태그
  • 미디어로그
  • 위치로그
  • 방명록

'개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8.21 진보 시늉하며 우선회하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
  2. 2013.02.18 박근혜 시대, 진보의 전략은?

진보 시늉하며 우선회하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

기사들 2018. 8. 21. 17:15

진보 시늉하며 우선회하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


  • 255호
  •  
  •  2018-08-14
  •  
| 주제: 
  • 공식정치
  •  
  •  주류정치

대통령 국정(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에서 긍정적 평가가 문재인 집권 후 처음으로 60퍼센트 아래로 내려갔다(한국갤럽, 리얼미터 조사).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두 달째 하락 중인 추세가 의미심장하다. 부정적 평가도 30퍼센트대로 늘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구 여권 청산 염원 등이 더해져 6월 지방선거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거둔 뒤부터 지지율이 하락해 온 셈이다.

물론 여권 일각의 변명처럼 같은 기간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보다는 높다. 그러나 대선 득표율(41퍼센트)을 기준으로 볼 때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던 지지율이 정상화하고 있는 거라는 변명은 어처구니없다. 지지율 40퍼센트면 올해 5월 지지율이 반토막 난 것인데, 그 정도라면 아예 레임덕의 시작으로 봐야 할 것이다!

전통적 보수층의 일부가 자유한국당이 너무 무능하고 지리멸렬해 홧김에 민주당에 표를 주었던 것이거나(서울 강남, 부산·경남 등), 잠시 지지하다가 철회해서 생긴 변화라면 지지율의 정상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지지율 하락에는 노동계급과 서민층이 염원한 개혁이 지지부진하거나 후퇴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진보층의 이탈이 가장 많았고,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정의당 지지가 늘어나면서 정의당 지지층의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적 평가도 낮아졌다고 조사됐다.

군색한 변명은 어떤 이들이 왜 문재인 정부에게서 지지를 거두는지를 반성적으로 돌아볼 의지가 없음을 보여 준다. 그러니 청와대 대변인이 (고가의 외제차) BMW 화재에 둔감하게 대응한 것을 지지율 하락 요인의 하나로 꼽는 한가함을 보이는 것일 게다.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평양 정상회담을 9월에 개최한다고 서두르는 데에는 지지율 걱정이 있을 것이다. 물론 북·미 간 협상이 잘 진척되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한반도 평화 진전의 답보도 지지율에 악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지지율 하락

그래도 문재인의 지지율 하락은 그의 우선회로 일어난 왼쪽에서의 이탈이 주된 요인이다.

이를 방증하는 점으로,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등 보수 언론들이 최근 며칠 새 “고독한 결단”, “노무현이 생존해 있었다면” 운운하며 문재인을 걱정하고 격려하는 글들을 쏟아 낸 것이다. 노무현이 그랬듯이 지지층의 진보 염원에 역행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지난 두 달간 벌인 일을 보면 보수 언론들의 격려를 받을 만도 하다.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최저임금 삭감법을 통과시켰다. 현재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식의 허구적 실체(자회사 방식 등)가 드러났는데도 강행하려고 한다. 장시간 노동을 근절한다더니 오히려 근로기준법을 개악해 장시간 노동 관행을 합법화했다. 그도 모자라 그조차 못 지키겠다는 기업들의 처벌을 유예해 줬다.

의료 영리화와 건강보험 약화를 앞당길 삼성 등의 규제 완화 요구도 “혁신 성장”의 이름으로 허용하려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 벌어진 청와대, 사법부(대법원 고위 판사 집단), 국회의원들 사이 추악한 반(反)노동계급적 재판 거래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그저 침묵이다. 쌍용차 노동자들, 위안부 할머니들, 강제징용 피해자들, 세월호 유가족들, 독재정권 간첩 조작 피해자들, 진보당 당원들, 전교조 등의 당연한 원상 회복 요구든 또는 반성은커녕 구속·수색 영장을 계속 기각하며 수사를 방해하는 법원에 대한 것이든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도 말이다. 문재인이 임명한 대법원장 김명수도 문제의 일부가 돼 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 원죄가 있는 KTX 승무원들만이 그나마 다행이게도 (원직이 아닌 자리로) 복직됐다.(그러나 지금 문재인 정부는 KTX 승무원 해고 문제의 결정적 원인인 자회사 채용 방식을 정규직화 방안으로 고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 간단한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 철회조차 거부하고는 청와대 앞 폭염 속에서 단식하던 전교조 위원장도 외면했다. 그 기간에 문재인은 휴가를 가서 신간 대하소설을 읽었고, 교육부총리 김상곤은 “대학이 혁신 성장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새 정책을 선전하고 다녔다. 결국 전교조 위원장은 단식 27일 만에 병원에 실려갔다. 이게 “노동을 존중”하고 “사람이 먼저”라는 대통령의 관저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이 재판 중인 삼성 총수 이재용을 만나 격려한 것은 다른 악덕 사용자들을 고무할 것이다ⓒ출처 청와대

이는 삼성 총수 이재용을 정부의 최고위 인사들이 환대한 것과 대조된다. 이재용은 제3자 뇌물죄 등 핵심 혐의를 재판부가 무죄로 봐줬는데도 2심까지 유죄 판결을 피하지 못하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부패 범죄자다. 이재용은 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 파괴 혐의로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할 사악한 사용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삼성의 인도 공장에 가서 이재용을 만나 격려했다. 경제부총리 김동연은 8월 초 평택 공장에서 이재용을 만나 규제 완화 요구를 경청했다. 김동연은 “대기업도 혁신성장의 파트너라는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방문”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이재용 등 박근혜 정부에 뇌물을 준 재벌들을 다루는 재판부에게, 또는 현 정부 눈치를 보던 유성기업과 세종호텔 등 악덕 사용자들에게 주는 문재인 정부의 메시지가 무엇일지는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과감한 호의가 어찌나 고마웠던지 “공짜 점심은 없다”는 주류 경제학의 격언처럼 이재용도 신규 투자 계획 발표로 화답하며 규제 완화를 꼭 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정부 내에서 기업주들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김동연 등을 경질하라는 요구가 정당한 이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게는 혁신 성장과 마찬가지로 “노동 존중”조차 그 파트너는 기업인 것 같다. 말만 요란하고 알맹이는 없는 기만적 노동 ‘개혁’의 실체를 보면 말이다.

“다가가면 뒤돌아 뛰어가고”

문재인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방침에 한국노총 금융노조는 정부가 (대선 당시 노조와 맺은) 정책협약(“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한다”)을 깼다며 반발했다. 산별 임단협 결렬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된 금융노조는 쟁의조정 과정에서도 정부가 사측 눈치만 봤다며 비난했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연금까지 동원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연계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판정을 회피해 이재용에게 특혜를 줬다.

누진제 전기료 걱정 때문에 서민층 다수는 이미 7월부터 에어컨 가동을 어려워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8월 둘째주에 와서야 대책을 발표했다. 그조차 쥐꼬리만큼 깎아주는 것이라 서민들은 화가 나는데, 정부는 국민연금 고갈론을 다시 꺼내며 개악을 예고했다.

핵심은,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만68세까지 늦추고, 보험료를 인상하고, 받는 돈을 깎는 것이다. 연금을 내는 중년 노동자들에게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의 반복된 개악은 “다가가면 뒤돌아 뛰어가고” 하는 노랫말을 떠올리게 할 것 같다.(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처음 60세에서 65세까지 잇달아 늦춰져 왔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에까지 잇달아 폭염을 선물한 셈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7월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은 온건한 진보 교수들에게서조차 비판을 받았다. 보유세를 대폭 올린 것도 아니면서 거래세도 건드리지 않아서, 이도 저도 아닌 방안이라며 말이다.

지지층 이탈을 최소화하려고 기무사 문건을 폭로한 듯하지만, 요란한 소동 뒤에 간판만 바꾸는 개혁안이 추진되고 있다. 진보당 등 정치수에 대한 광복절 특사를 거절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한 대북 사업가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구속을 정당화하려고 경찰이 증거를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시민이 곧 경찰”이라며 7월 하순에 취임한 새 경찰청장 민갑룡의 첫 작품이 이런 것이다.

연인원 십수만 명이 참가한 몰카 대책 요구 시위에는 미온적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 법무부가 8월 7일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도 그동안 진보진영이 요구해 온 차별금지법 제정 등은 후순위로 밀렸고, 사회적 약자 목록에서 성소수자 항목을 빼버렸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을 믿은 사람들에게도 실망과 배신을 선물한 것이다.

지방선거 직후 문재인은 “등골이 서늘”, “식은 땀”, “두려움” 등의 단어를 쓰며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후 두 달 간의 상황을 보면 문재인의 우려는 그 자신이 진보 염원층의 기대에 부응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었던 셈이다.

노동계급 대중이 절절한 마음으로 들었던 촛불에 비춰 보면, 이제 문재인 정부에게는 적폐 청산 의지가 없다는 게 보일 것이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

'기사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무사 ‘해편’이 개혁?  (0) 2018.10.23
성과주의 폐지, 고용 확대로 장시간 노동 해결하라  (0) 2018.09.05
친문 진영의 이재명 찍어내기는 우파의 기만 살릴 뿐이다  (0) 2018.08.21
기무사와 대법원 문건이 보여 주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실체  (0) 2018.08.21
[맑시즘2018] 폭염보다 더 뜨거운, 세상을 바꾸고 싶은 이들의 토론 열기  (0) 2018.07.26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박근혜 시대, 진보의 전략은?

기사들 2013. 2. 18. 09:22

박근혜 정부는 취임 전부터 위기를 겪고 있다. 많은 경우, 이미 예측·경고했던 바다.(☞ 바로가기) 그러나 그것이 자동으로 진보진영에게 기회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촛불항쟁으로 취임 첫해부터 약해졌지만, 결국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바로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세력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원칙을 훼손하고] 분열하면서 기회를 못 살렸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세력은 노회찬 대표를 시작으로 김선동, 김미희 등 줄줄이 진보정당 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하려 하고 있다. 이런 솎아내기에 단결과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그런데 진보정치 세력들의 분열과 반목이 전열 재정비 문제에서 걸림돌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진보정치를 재건할 진로 논쟁, 즉 노선(정체성)과 세력의 재편에 관한 토론이 중요하다. 최근 이런 토론들이 재개되고 있다.


진보신당에선 1월 당대표 선거에서 진보정치의 연대와 노동중심성 문제가 논쟁됐다. 반갑게도 상대적으로 진보세력의 연대와 노동중심성을 강조한 이용길 후보가 대표로 당선했다.


진보정의당에서는 최근 주요 간부 설문조사에서 절반 넘는 사람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수립’을 꼽았다.


이 조사에서 ‘현존하는 나라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나라 모델’로 91.6퍼센트가 스웨덴을 꼽았다.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지향점으로 꼽은 것이다.


사실 민주노동당도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에 기반한 사회민주주의 정당이었다. 한국 노동운동의 정치적 발전 수준에서 부르주아 정당과 구분되는 좌파 사민주의 정당의 존재는 여전히 의미있다.


그러나 진보정의당 일부 지도자들은 이런 좌파 사민주의보다 더 오른쪽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진보정치가 주변화된 상황의 돌파구를 주류 제도정치에 더 적응하는 것에서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도 나타난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이 “광화문이나 대한문 앞에서 집회나 농성을 하는데, 국민들 입장에서 … 이해가 잘 안 될 것 같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각주:1]에서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똑같은 임금을 준다면 비정규직, 파트타임(노동자)을 써도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비정규직 철폐 요구에 매달리는 건 “근본주의”라는 말도 한다.[각주:2] 


여기서 두드러지는 것은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이란 관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복지를 가져오는 주체로서 사회적 투쟁보다는 박근혜의 복지 공약이 더 두드러져 보이고, 또 그러다 보니 “박근혜 정부와 전략적 동맹을 맺을 준비가 돼 있다”며 중재기구를 제안하게 되는 것이다. 


즉, [대중운동의 대변자이자 조직자로서가 아니라] 국가기구의 최상층부와 협력해야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발상에서 박근혜와 동맹 같은 제안이 나오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것이 후퇴인 까닭은 과거 민주노동당은 초기에 ‘거대한 소수 전략’(“대중운동이 중심이고, 의원은 그 스피커 구실을 해야 한다”)을 내세웠었기 때문이다. 비록 실천에서 이 방향이 일관되게 구현되진 못했지만 말이다.


진보정의당 일부 지도자들은 ‘사민주의에 대한 낡은 금기’를 벗어나야 한다며 이런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창당 강령에 “사회민주주의 한계 극복”이 들어간 맥락을 봐야 한다. 그것은 20세기 후반 유럽 주류 사민주의 정당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투항하면서 실패한 전철을 밟지 말자는 생각에서 나왔던 것이다[각주:3].


20세기 후반의 복지국가는 2차대전 후 상대적으로 장기간 지속한 서구 자본주의의 호황을 배경으로 한다. 여력이 생긴 자본가들은 노동 대중의 개혁 열망과 투쟁이 더 급진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양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낡은 금기?


그래서 1951년 영국에서 보수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이전 노동당 정부 6년 동안 기틀이 잡힌 보편적 복지제도와 일부 기간 산업 국유화 노선이 후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세계적 경기 후퇴 속에서 자본가들이 태도를 바꾸자, 주류 사민주의 정당들은 연이어 신자유주의에 굴복했다. 자본주의의 성공에 기대서 개혁을 제공하는 전략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다.


이런 실패 때문에 근래에는 주류 사민주의를 비판하며 좌파 사민주의 정치세력들이 성장했다[각주:4]. 그리스 시리자, 독일 좌파당, 프랑스 좌파전선 등이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한국의 진보정당이 주목해야 할 것은 주류 사민주의(사회 자유주의)가 간 실패한 길이 아니라 이러한 급진좌파 세력의 성장이다. (물론 이들도 좌파 사민주의이므로 근본에선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민족일보 웹사이트. 프랑스 좌파전선의 대선 후보였던 장 뤽 멜랑숑의 지난해 선거 유세 장면.



진보정당들이 민주통합당 같은 부르주아 정당들과 구별되는 것은 그 기반 때문이다. 조직 노동운동 기반이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투쟁들을 보자. 새누리당이 이를 골칫거리로 보고 민주당이 여야 협상의 거래가능한 쟁점으로 이를 다루는 것과 달리, 진보정당은 그 투쟁의 일부여야 한다.


이런 압력 때문에 진보신당 대표 선거에서도 조직 노동운동과 연대를 강조한 쪽이 다수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진보정의당 일각에선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기반’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보정당이 더는 민주노조운동의 정치적 대변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한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념과 정의상, 진보정당의 길보다는 민주당 왼쪽방으로 가자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은 나머지 노동계급과 완전히 분리된 운동이 아니다. 설사 지금 당장 정치의식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해도 1천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삶은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적 요구, 투쟁과 연관돼 있다. 


그러므로 [단편적 상식과는 달리] 목표(지향)와 실천, 기반에서 ‘계급성’, 즉 노동중심성을 확고히 유지해야 진보정치세력으로서 부활할 길이 열린다. 


사실 지금 진보정당의 존재감 약화와 주변화에는 조직 노동운동의 자신감과 투쟁 수준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배경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운동의 약화에 노동계 진보정당의 잘못된 방향 추구와 분열이 한몫했다.


따라서 ‘조직 노동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주변화를 극복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는 진보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보정의당 일각의 ‘현대화된 생활정당’으로의 우클릭 시도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박근혜마저 대선에서 표를 얻으려고 좌클릭해야 했다. 이럴 때 진보정당이 제도정치권에서 받아들일 만한 온건한 정책과 노선을 추수해봐야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더 약화시킬 뿐이다.


진보정의당 지도자들의 이런 시도는 우리가 2011년부터 지적한 바, 유시민계와 연합해서는 진정한 진보의 원칙과 단결을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드러낸다.[각주:5]


그 점에서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이 <레디앙> 대담에서 유시민계와 민주노동당계ㆍ진보신당계는 “혈연관계”가 됐다고 말한 것은 시사적이다.


같은 대담에서 진보신당 김종철 전 부대표가 “민주당과 정책으로 구분되고, 장기적으로 독자적 대중 진보정당을 추구하는 세력이 되려면 자본주의 극복의 원칙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한 말이 옳다.


물론 진보신당이 이에 바탕해 연대와 단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을 것이다.


앞으로 갈수록 박근혜의 모순과 정치 위기는 커져 갈 것이다. 진보진영은 원칙을 유지하며 투쟁태세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박근혜의 위기를 이용해 단결된 반격을 해야 한다. 


[진정한 좌파야말로 이 과정에서 원칙과 단결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세력이다. 그러나 그것을 잘 하려면 유연하면서도 단호하게, 즉 효과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축약해서 <레프트21> 98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1. “자족적인 투쟁 구호를 외치고 노래(투쟁가요)를 부르는 것” [본문으로]
  2. 물론 근본적 요구만 되뇌이며 부분적 요구 쟁취 투쟁에 기권하면 오류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주의라기보다 종파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근본적 목표에 비춰 부분적 요구와 투쟁의 위상을 설정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본문으로]
  3. 그래서 이른바 국가사회주의와 현대사민주의 모두 지양하자는 표현이 들어갔던 것이다. [본문으로]
  4. 물론 이 좌파 사민주의, 또는 급진좌파들의 ‘반자본주의’에는 모호함이 있다. 지금 운동의 발전 수준에선 급진성과 모호함이 성장의 한 요인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5. (원칙을 훼손하는 단결은 오히려 분열과 반목을 낳는다. 지금은 어려워도 원칙 있게 단결하고 싸워야 진정한 단결을 이룰 수 있다.) [본문으로]
저작자표시 비영리 동일조건 (새창열림)

'기사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파식 정치투쟁―사법으로 진보의원 솎아내기  (0) 2013.03.03
‘누가 동맹이냐’도 진보 정체성의 일부  (0) 2013.02.19
박근혜 정부 성격과 전망, 그리고 진보의 과제  (0) 2013.01.06
이정희의 진실 도전, 대선 판 흔들리다  (0) 2012.12.07
1%천국 99%지옥 예고하는 “협박근혜”  (0) 2012.12.03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이전 1 다음

블로그 이미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인간이 만든 세상, 인간이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단도직입[單刀直入]
  • 삭제된 글로 표시될 때
  • 관리자
  • 글쓰기

카테고리

전체 보기 (622)
기사들 (291)
박근혜정권퇴진운동 (37)
내 기사 이야기 (72)
생각 좀 해볼까 (134)
세월호 참사와 항의 운동 (40)
광주항쟁 30주년 (6)
책과 생각 (12)
주고받는 생각들 (19)
동영상 (7)

태그목록

  • 민주노동당
  • 민주노총
  • 국민참여당
  • 진보대통합
  • 노동자연대
  • 새누리당
  • 제국주의
  • 국가보안법
  • 노동당
  • 박근혜
  • 한나라당
  • 이정희
  • 노동운동
  • 유시민
  • 안철수
  • 통합진보당
  • 이명박
  • 심상정
  • 마르크스주의
  • 민주통합당
  • 신자유주의
  • 민주당
  • 문재인
  • 정의당
  • 세월호참사
  • 박근혜퇴진
  • 경제위기
  • 적폐청산
  • 진보신당
  • 자본주의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달력

«   2025/05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링크

  • 〈노동자 연대〉 신문.
  • 격월간 마르크스21.
  • 노동자연대.
  • 맑시즘 블로그.
  • atopy님의 블로그.
  • Total :
  • Today :
  • Yesterday :
티스토리 초대신청
TISTORY
rss

지역로그 : 태그 :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단도직입[單刀直入]'s Blog is powered by Daum / Designed by Tistory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