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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27 2008년 금융 유동성 위기 논평

아래는 2008년말 이전 블로그에 썼던 글이다. 지금 다시 보니 기본적인 분석과 예측의 방향은 올바랐던 듯 싶고, 블로그 글이다 보니 완성도는 상대적으로 떠어져 좀더 보완해야 할 구절들도 몇 군데 보인다.

당시 결정적으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폭발한 세계경제의 위기 상황은 한국에서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로 나타나 난리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상황을 정리해두려고 쓴 글로 기억한다. 얼마 후 이 글 등에서 정리한 분석에 기초해 두 군데 정도 한국 금융 위기를 주제로 발제를 갔던 기억이 난다. 

핵심 논지는 당시 유동성 위기가 단순한 자금 순환상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체적으로 지급불능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만 좁혀 놓고 보면 이명박 정부의 막대한 구제금융이 위기를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해결할 순 없다는 것이었다. 경제 위기의 원인이 단순한 거품 폭발이 아니라 실질 이윤의 감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단 
내가 중간 부분 한국 금융 거대화의 맥락을 설명한 부분은 2004년경부터 내가 은행에서 줏어들은 것과 이런 분석 저런 분석을 섞어서 사용한 분석인데,대체로 정확히 본 듯하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이런 정책적 추진의 배경에 한국 대자본들의 투자 대비 수익성 저하, 즉 이윤율 위기가 있다는 점을 더 앞부분에서 강조했으면 어땠을까. 

그래야 그뒤 거품 호황을 낳은 이른바 금융화라는 것이 금융자본의 지배 강화라기보다는 산업 경제에서 벽에 부딪힌 자본이 단기적 시야에서 자구책으로 추진한 위기 대응책이었다는 것을 좀더 쉽게 설명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 다시 보니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과잉유동성의 인과 관계 설명은 부정확하다. IMF가 강요한 고금리 상황에서 과잉유동성이 존재했다고 보기 힘들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저금리 기조가 수익성 저하에 따른 저투자와 맞물리면서 과잉유동성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게 맞고, 내가 왜 저렇게 썼는지 좀 의아스럽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이 낳을 부작용 예측을 좀더 구체적으로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한국 유동성 위기 - 자본의 실패

 

최근 은행들이 "낮은 이자로 해외 단기자금을 빌려 파생금융상품 등에 투기하다가 최근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금융기관의 책임을 묻자는 좋은 의도지만, 이는 정확한 평가가 아니라고 본다. 의도와 다르게 단순히 은행의 투기가 문제라면 파생상품 규제와 은행 감독 강화로 해결될 문제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국내 시중은행들에 찾아온 유동성 위기는 ‘파생금융상품 투기 손실’보다는 ‘투기적 대출’에서 비롯한 자금 경색의 성격이 훨씬 짙다. 

이 투기적 대출이 야기한 예대율(은행의 예금 규모에 대한 대출 규모의 비율) 확대와 자금 부족 현상은 지난 11년간 정부와 신자유주의 금융자본가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적 위기다. 현재 130%나 되는 시중 은행들의 예대율은 쉽게 말해 예금으로 모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대출에 사용했다는 말이다. 어째서 이런 무리한 대출이 일어났을까.

IMF 이후 대대적인 해고와 임금 삭감으로 기업 수익성을 일시 회복했지만, 이는 오래갈 수 없었다. 90년대 이후 과잉투자에 따른 제조업 이윤율 저하 현상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과잉 유동성을 낳았다. 2000년대 초반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기조가 이를 부추겼다. 이런 과잉유동성이 금융을 통해 투기로 흘러 들어갔다. 그 결과, 카드 거품에 이어 부동산 거품이 일었고, 은행은 이 과정에서 300조가 넘는 가계 대출과 100조에 가까운 부동산 관련 기업 대출을 하면서 거품 호황에 기여했다.

여기에는 또 한 가지 정책적 배경이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은행 대형화(합병) 정책을 추구했다. 이를 가장 이론화한 것이 금융허브론이었다. 한국 자본주의가 70~80년대와 같은 제조업 성장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금융을 통한 수익성을 추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 수가 줄어들고(집적), 대형화하면서(집중) 시장 점유율 경쟁이 격렬해 진다. 이것이 무리한 자산(대출) 확대 경쟁으로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거품을 배경으로 한 가계대출은 기업 수익성이 낮아진 여건에서 더 수익성있는 시장이었다.

결국, 거품 위기의 주범 중 하나인 은행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은행 예금보다 많은 대출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신자유주의 금융 정책은 은행이 전통적인 예대마진보다 비이자수익인 보험과 펀드 등의 상품 판매에 주력하도록 했다. 보험과 펀드 판매 수익은 수수료 수익이므로 경기 변동에 영향 받지 않아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지속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물경제의 도움 없이 금융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경제야 어찌되든 은행만 살면 된다는 신자유주의 논리는 결국 자기 발등을 찍었다.

예금으로 와야 할 자금이 보험과 펀드로 빠져 나가면서 대출 확대를 뒷받침할 예금이 부족해 졌다. 그래서 국내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는 이미 작년부터 시작됐다. 작년말 원화 유동성 위기가 온 것이다. 이 시기에 은행마다 고금리 특판 예금 상품이 쏟아졌다.

그리고 은행들은 무리한 대출을 맞추기 위해 은행채, CD 의존에서 나아가 단기 외채에까지 의존하게 됐다. 이것이 지금 미국 대형 투자은행사 파산이 촉발한 세계 경제 위기와 세계적 규모의 자금 경색 국면에서 달러 유동성 위기까지 낳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며 대출 부실화도 확대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부에서 지적하는 미스매칭(예금과 대출의 만기 불일치)는 부차적인 현상 요인일 뿐이다.

은행 유동성 위기의 진짜 문제는 은행 자금 경색이 흑자 기업들에 대한 대출까지 어렵게 만들어 은행발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시중은행들에 200조 원에 육박하는 지급 보증을 한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나 은행 자금 경색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 막대한 대출을 부실 자산으로 만들어 버릴 부동산 거품 붕괴다. 이 과정은 이미 시작된 듯하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의 금리 인하와 지급보증 수준의 경기부양 정책으로는 위기에서 노동자 서민들을 구출할 수 없다. 진정한 문제는 은행이 일조한 부동산 등의 거품에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연장해 보려는 시도는 더 큰 재앙을 낳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은행들의 실패는 단순한 투기의 실패가 아니다. 기업 수익성(이윤율) 장기적 저하에 직면한 한국 자본의 몸부림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증거다. 과잉 유동성이 지금 유동성 위기(자금 부족)을 낳고 있다. 기업 수익성 저하와 이에 따라 투자처를 상실한 현금의 과잉유동성이 낳은 거품이 진정한 위기의 실체다. 전형적인 자본의 위기인 것이다. 

자본 통제, 은행 국유화와 민주적 계획경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하는 이유다.

(10.28)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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