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불견]
아침에 청와대 김상조가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안 써도 된다는 말, 김어준이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했다. 환상의 케미다.
정부가 신천지 때려잡는 명분이 바로 감염자, 감염 의심자들이 마스크도 안 쓰고 막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요즘 우후죽순 등장한 마스크 무용론 전도사들(그렇다, 요새는 교회 예배가 억제된 대신 마스크 무용론자들이 설교를 하고 다니신다.)이 말하는 "건강한 사람은 안 써도 된다"는 것과 똑같은 생각을 신천지 교도들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감히 나랏님들과 같은 생각을 한달 정도 먼저 실행한 대가로 문재인 정부의 속죄양이 되고 있다.이제 와서 신천지 신도들이 숨었다고 2주전, 3주전에 반사회적 집단으로 마녀사냥한 일을 정당화하려고 하지 마시라.
지금 마스크를 안 쓰면 안 되는 분위기를 만든 건, 정부가 편견과 공포를 조합해 속죄양 삼기 여론을 조장한 탓이 크다.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 괴물들이 사회 곳곳에서 바이러스를 내뿜고 다닌다는 공포.
결국 실패한 방역 책임은 신천지에 떠넘기고, 실패한 공포심 관리는 마스크 무용론 설교로 때우고 있다.
사실 나는 이미 1월에 종합병원 입원동에 자주 있었고, 거기에서 마스크 착용의 1차 목표가 자기(환자 가족, 면회객) 방어가 아니라 타인(환자) 배려라고 설명을 들었었고 이해했었다. 지금 같은 감염증 공포 기간에는 마스크 착용 자체가 타인에 대한 연대와 배려의 표시이기도 하다. 나는 나로 인해 당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는. 이건 마치 독감이 유행할 때 독감 환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과 같다. 게다가 마스크 무용론자들은 우리처럼 밀폐된 지하철 타고 축축해지는 마스크 답답해 죽겠어도 손도 못 대고, 20분, 30분을 견뎌야 하는 처지란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상황에선 서로 마스크를 써 줘야 한다.그러므로 지금 마스크 착용은 감염 예방만이 아니라 대중 스스로 공포 확산을 막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최근 마스크 대란이나 신천지 여론에서 대중의 공포가 아니라 정부의 무책임성에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시중에서 마스크 구하기 어려워진 것은 이미 설날 연휴 때부터였다.
바이러스 발생과 유포 자체는 자본주의 체제의 영역이다. 물론 그걸 수호하고 확산하는 데 일조해 온 개별 국가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그러나 방역 단계에서부터는 명백하게 국가와 정부 책임이 주된 것이다. 오늘날 국가에 대한 보편적 이론이 돼 있는 사회계약론의 관점에서 봐도 국가의 계약 위반 문제다. 한국 국가는 바로 여기서 또 실패했다. 최근 10년 새로 보면,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모두 실패했다. 그런데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국가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문재인 정부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그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실패의 진정한 징후다. 자신들이 국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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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5]
1~2월부터 일관되게 마스크 무용론을 펼친 이가 있다면 인정한다. 당시 나는 아버지 병 간호 때문에 종합병원 입원동에 더 자주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빠르게 손소독제와 마스크 사용을 일상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입원병동에서 간호사들의 설명도 면회 가족이 환자에게 뭔가를 옮길 것을 막으려고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염증 환자들은 아니었으니, 이 설명이면 충분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1월엔 병원 밖에서 마스크 무조건 쓰라고 정부가 겁주는 것에 반감이 컸다. 자기 방어보다 타인 방어 성격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이 확산되는 와중에는 상호간 연대와 배려 차원에서(나는 혹시 모를 나의 위험이 당신에게 가는 걸 원치 않는다는 의사 표시) 병원 생활을 마감한 이후 매일 마스크를 매일 쓰고 다녔다. 2~3일씩 아껴 쓰면서. 왜? 이미 설 연휴 직후인 1월말부터는 약국에서 마스크 구하기가 심각하게 어려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 연휴 지나고서는 신촌 세브란스는 환자에게 주는 마스크도 한계를 두고 통제하기 시작했고, 방문객에게 무조건 나눠주던 것을 중단했다. 1월 31일, 2월 1일 아버지 장례식장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 마스크를 구해 놓으려고 했으나 인근 약국, 다이소 등에서 단 하나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3월에 와서야 미약하고 허술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 그리고는 이제 와서 마스크 무용론 펼치는 건 짜증 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신천지를 때려잡는 이유가 바로 그곳의 감염된 신도들이 마스크도 안 쓰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다는 것 아닌가? 정부 지지자 조직들은 그런 놈들이 문제이지 정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편견과 공포를 조합하며 마스크를 안 쓰고는 안 되게끔 사회 분위기를 패닉으로 유도한 것은 바로 정부 자신인 것이다. 정부 자신의 책임을 묻는 사회적 논의를 막으려고 속죄양 삼기를 한 결과가 그렇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마스크 안 써도 된다고? 그러면 정부가 마스크업체들과 계약 맺으며 생산과 공급을 통제하려는 이유는 뭘까? 정부가 모든 면에서 솔직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한 결과가 바로 "이게 나라냐? "국가는 어딨냐?"는 물음이다. 국가의 실패는 정부들의 실패를 매개로 인식된다.
지금 갑작스레 우후죽순 등장한 거의 대부분의 마스크 무용론자들이 짜증을 유발하는 건 그래서다. 마스크에 관한 말 자체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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