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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탄핵'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8.07.15 박근혜 군부의 촛불 무력 진압 모의와 “혁명의 현실성”
  2. 2017.03.23 탄핵 이후 정세와 과제: 계급 정치가 필요하다
  3. 2017.03.13 특검과 헌재: 박근혜는 권력 농단과 정경 유착의 몸통
  4. 2017.03.13 이제 박근혜는 형사범죄 피의자일 뿐, 구속수사하라
  5. 2017.03.13 기쁘다! 박근혜 파면: 이제 박근혜의 유산을 청산하자!
  6. 2017.03.07 헌재는 박근혜를 탄핵하라
  7. 2016.12.13 꾀죄죄한 헌법재판소의 역사
  8. 2016.11.21 [박근혜퇴진] 박근혜의 버티기, 그리고 탄핵 vs 퇴진

박근혜 군부의 촛불 무력 진압 모의와 “혁명의 현실성”

기사들 2018. 7. 15. 21:53


[개정증보] 박근혜 군부의 촛불 무력 진압 모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실체와 “혁명의 현실성”


  • 253호
  •  
  •  2018-07-12
  •  
| 주제: 
  • 공식정치
  •  
  •  국가기관

7월 5일 국군기무사령부의 반동적 친위 쿠데타 기획이 폭로됐다. 올 3월에 이어 두 번째 폭로다. 둘을 종합하면, 군부는 촛불 초기부터 군대 투입을 검토한 걸로 보인다.

이번 폭로에는 지방선거 후 급속한 우회전으로 지지층 이반 위기 조짐을 겪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계산도 담겨 있을 것이다. 올 초에도 군대의 무력 진압 논의 의혹이 폭로됐지만 아무 조처도 하지 않았던 문재인은 7월 10일에야 기무사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일부 쿠데타 기획 관련자들은 문재인 정부 아래서 승진도 했다.

한편, 기무사의 쿠데타 기획을 보면 향후 운동의 전략과 관련해 큰 시사점을 준다. 그 점을 주로 다뤘던 기존 기사에 새롭게 드러난 사실들을 보강해 증보판으로 발행한다.


▸ 맑시즘2018 — 18년째 열리는 국내 최대 마르크스주의 포럼, 7월 19일(목)~22일(일), 장소: 고려대학교,주최: 노동자연대


국군기무사령부가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제압을 위해 계엄 선포 등 친위 쿠데타를 검토·기획한 사실이 드러났다.

7월 6일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입수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2017년 3월 국군기무사령부 작성, 사령관 조현천)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박정희나 전두환이 그랬듯이, 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출동시킬 명분을 국가 혼란과 안보 위기에서 찾으려 했다.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도 상존’하는 상황에서 국가적 혼란이 빨리 해결돼야 하므로, 국민 권리를 침해하거나 위헌의 소지가 있어도 군대가 출동해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이 군의 우선적인 책임이라는 식이다.

이런 명분을 위해 이들은 상황을 왜곡했다. 촛불과 태극기는 영향력과 규모에서 비교도 안 됐는데, 정국이 좌우로 대등하게 양분돼 국정이 혼란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촛불 집회 : 18차 연인원 1,540만 여명, ‘기각되면 혁명’ 주장 / 태극기 집회 : 15차 연인원 1,280만 여명, ‘인용되면 내란’ 주장”) 

또한 주목할 점은, 쿠데타 기획 세력들은 (알려진 것과 달리) ‘탄핵 기각시에만’ 출동하려고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촛불로 고양된 정국 상황 자체를 제거하고 싶어한 듯하다.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시위대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결하여 청와대·헌법재판소 진입·점거를 시도”,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진보(종북) 또는 보수 특정인사의 선동으로 인해 집회·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돼 “치안 불안” 초래.

탄핵심판 결과에 상관없이 군대가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 문건이 계엄 선포 과정의 난점들을 검토하며 해법을 제시하는 점도 반동적 군사 반란을 해내려는 이들의 ‘의지’를 보여 준다.

계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고려해 위수령으로 시작할 것, 국회에서 위수령을 무효화하는 법안 제정시 대통령(탄핵이 되면 대통령권한대행은 황교안, 탄핵이 기각되면 박근혜가 다시 대통령직 수행)의 거부권 행사를 통해 2개월의 시간을 벌 것, 국군조직법상 육군참모총장(당시 장준규)에게 병력 출동 승인권이 없으니 편법으로 선 승인 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사후 별도 승인을 받는 식으로 할 것 등등.

[원본]ⓒ출처 군인권센터

물론 박정희와 전두환이 그랬듯이, 군부 쿠데타가 감행됐다면 그 총구는 촛불, 노동자 운동, 진보·좌파들을 향했을 것이다. 군대가 일단 나섰다면, 박근혜가 헌재에서 탄핵됐다고 해서 태극기 집회가 계속 난동 같았을까? 그들은 (자신들이 명분을 제공한) 군부를 환영하며 협조했을 것이다.

(※3월 10일의 태극기 집회를 떠올려 보자. 박근혜가 헌재에서 파면된 날, 태극기 집회 측은 경찰버스를 탈취해 들이받고 집회 참가자가 사망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계엄 선포의 명분이 되기엔 소박한 규모였지만 말이다. 그날의 난동이 해프닝으로 끝난 건 이들의 의도와 실제 상황의 큰 격차도 보여 준다. [결국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하면, 이들이 나설 수 있는 상황이란 건 헌재의 탄핵이 기각됐을 때 국정에 복귀하는 박근혜의 친위 쿠데타 형식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문건은 위수령부터 계엄령으로 가는 로드맵과 계엄사령부 구성과 병력 배치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탱크와 장갑차 수백 대 등 중무장한 기갑사단과 공수부대를 동원해 청와대, 헌법재판소, 정부 청사, 국방부, 국회 등 정부 주요 시설과 광화문 등 시위 예상 장소, 전국의 주요 도시, 방송 등을 장악하려 했다.

친박의 친위 쿠데타 몽상?

문건에 따르면, 서울 지역 위수령 발동시에는 무력 진압 논의를 주도한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이 위수사령관이 되고, 편법으로 부대 출동을 승인하도록 한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을, 작전을 짠 기무사령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를 맡도록 했다. 계엄사 합수부는 계엄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사법처리”와 “언론 통제” 등을 담당한다.

이런 계획은 1979~1980년 전두환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전두환 본인이 쿠데타 당시 보안사령관(지금의 기무사령관)으로 계엄사 산하 합동수사본부를 맡아 중앙정보부, 보안사, 보안경찰 등 모든 정보기관을 통제하면서 실권을 잡았다. 기무사령부는 과거 악명높았던 방첩부대, 특무부대의 후신인 군부 내 정보기관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아래서는 사이버 심리전 부대를 만들어 여론 공작을 벌였다. 그 일환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감시하고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일도 벌였음이 최근 폭로됐다.

기무사령관 조현천이 전두환 구실을 하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 최순실의 추천으로 기무사령관에 임명된 걸로 알려진 조현천은 육군 내 육사 출신 사조직인 알자회 출신이며 친박 실세 부총리였던 최경환의 고교 후배다. 또한 우병우(구속), 국정원 국장 추명호(구속) 등과 함께 군 인사 등에 개입해 온 의혹을 받아 왔다.(추명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우익 단체들을 지원해 키우고 민간인 사찰과 여론 공작 등을 벌인 혐의로 구속돼 있다.) 문건에는 “국가 사이버 대응 조직 활용”도 계엄시 할 일로 포함돼 있다.

따라서 기무사가 작성한 시나리오는 촛불에 대한 박근혜와 군부의 반동적 친위 쿠데타 기획으로 볼 수 있다. 3월에 폭로된 무력 진압 논의와 추가 폭로 사실들을 더해 보면, 수방사령관, 기무사령관 등 정권과 직결되는 지휘관들이 모두 연루돼 있고 그 시기도 촛불 초기인 2016년 11월부터다.

이런 문건이 군의 공식 계통에서 누군가의 지시로 기획되고 보고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쿠데타 음모를 적발하는 것이 공식 임무인 기무사에서 쿠데타 검토·기획 문건을 작성하고 있겠는가? 특히 청와대가 몰랐다면 그것 자체가 쿠데타 모의이므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군부의 핵심이 연루돼서 문재인 정부가 3월에 공개 폭로된 뒤에도 딱부러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걸 수도 있다.)

기무사, 수방사 등의 관련 지휘관들, 육군참모본부와 국방부의 육군 고위 장성 출신들(가령 당시 국방장관 한민구, 청와대의 안보실장 김관진과 경호실장 박흥렬 등 포함)과 함께 박근혜 본인, 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 등이 모두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 


촛불의 기세가 쿠데타 시도를 포기하게 했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군인권센터는 올 3월에도 ‘[촛불 초기인] 2016년 11~12월부터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구홍모 주도로 촛불 시위 진압에 군대를 동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군부는 청와대로 진입하려는 시위대에 대한 대응 검토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올 3월에 〈노동자 연대〉는 군부가 시위 진압에 나온다는 것은 (단순한 진압 보조가 아니라) 당시의 정세상 어떤 명분이든 사실상 친위 쿠데타였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를 돌아 보자. 퇴진 운동 초기에 민주당 대표 추미애가 계엄령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낌새를 눈치 챈 태극기 집회에서도 12월부터는 군대가 (계엄을 선포하고) 나서라고 촉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런 일들은 화제가 됐지만, 사람들이 진지하게 그 가능성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왜 그랬을까?

계엄령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당시 정권 퇴진 여론과 촛불 운동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정치 상황상 국회가 계엄령에 찬성할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집권당 의원들이 분열했다. 그래서 국회가 박근혜를 압도적으로 탄핵해 직무를 정지시켜 버렸다. 문건을 보면, 그들도 국회가 계엄령은 물론이고 위수령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때문에 박근혜 측이 위수령이나 계엄령을 선포한다면 도심만이 아니라 국회, 법원, 방송국 등을 일시에 장악해야 했을 것이다. 그것은 처음부터 전격적인 유혈 쿠데타를 각오하는 도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운동의 기세 때문에 이런 도박은 성공할 가망이 거의 없었다. 당시에 박근혜와 군부가 도박을 했다면, 5·16의 반복이 아니라 혁명에 의한 카운터펀치를 부를 가능성이 더 컸다. 그러나 당시 대중의 기세가 너무 커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수사와 검찰, 법원, 국회 모두 운동에 양보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시기에는 노동계급의 투쟁성이 (발휘되지는 않았어도) 잠재해 있었다.

모두가 경멸하는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에 대중은 격분했을 것이고, 사병들도 동원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순식간에 혁명적 상황이 조성됐을 것이고, 당황한 지배계급 내 일부가 박근혜를 비합법적으로 자리에서 제거해 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대중의 분노와 사기는 오히려 올랐을 것이고, 대중의 격렬한 저항 태세가 결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저항의 최종 성패는 결정돼 있지 않았다. 우리 쪽 대응 태세가 중요했는데, 그 점이 어떨지 미리 결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부가 쿠데타를 검토·기획해 놓고도 끝내 포기한 일은 5개월간 평화로운 집회와 행진이 주된 특징이었던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이면에서 계급 간에 치열한 힘겨루기(세력균형에 대한 가늠과 도발)가 지속해서 벌어졌음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운동의 승리를 위해서는 노련하고 명확한 판단에 기초한 단호함을 갖춘 지도력의 존재가 중요했다. 그런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온건파 지도자들 일부는 12월 초순에 촛불 집회를 중단하자고 했다.(황교안 퇴진 요구도 처음엔 반대했다.) 좌파가 강력히 반대했고 대중이 호응해 계속 대규모 집회가 유지됐는데, 돌아보면 (군대가 보복을 검토하던 그 순간에) 촛불 중단은 오히려 매우 위험한 시도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정치적 실패가 명백한 박근혜 정부를 지키려고 지배계급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위험 부담을 감수했을 것 같지 않다. 박근혜 임기 내내 정권과 코드를 맞춰 왔던 헌재가 ‘만장일치’로 박근혜를 파면한 것이 그 방증이다.(박근혜 측에게 행여나 오판하지 말라는 신호였을 것이다.)

청와대나 군부 일각에서도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 봐도 이런 답 말고는 잘 나오지 않으니,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군대 출동 시나리오까지 만들고도 실행에 옮길 생각은 최종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작동·유지하는 동력이 기층 대중의 힘에 있음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이를 뒤집어 지배계급의 처지에서 보면, 퇴진 운동에 양보해 박근혜를 퇴진시킨 것, 집회·행진을 허용하고 (퇴진 수단으로) 헌법재판소라는 헌법 절차를 통한 것 등이 결과적으로는 혁명으로 발전할 작은 가능성을 억제하고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방어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도 계급 독재

군부의 쿠데타 모의가 확인됨으로써,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아래서도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얼마든지 “민주주의”, “문민 통치” 같은 기존 통치 질서와 공언을 뒤집고 유혈 참사를 일으킬 수도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그래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100년이 넘은 영국에서도 1970년대 초에 북아일랜드 사태 진압을 위한 군부 쿠데타 논의가 있었다. 2010년 그리스에서도 트럭 기사 파업에 군대가 투입됐다.

1918년 독일 노동자와 사병들의 혁명을 막으려고 사회민주당에 정권을 넘긴 독일 군부는 결국 1933년 초에는 노동운동과 진보·좌파를 쓸어버리려고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해 나치가 집권하는 길을 열어 줬다.

프랑스 지배자들은 1934년 파시스트의 의회 공격을 막아 낸 노동계급의 투쟁과 사기가 오른 덕에 1936년 공산당이 포함된 민중전선의 집권을 용인했고, 5월 대중 파업에 커다란 양보를 했다. 하지만 그들은 1940년 독일 나치 군대의 점령에 협조하며 꼭두각시 비시 정부를 통해 이 양보들을 원상 회복하려 했다.

1973년 칠레에서는 미국의 후원을 등에 업은 군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좌파 정부를 뒤엎고 좌파와 노조원들에게 유혈낭자한 복수극을 펼쳤다. 그때까지 칠레는 라틴아메리카 나라 중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가장 오래 정착된 극소수 나라에 속했다.

한국 노태우 정부 때에는 일부 시위 진압 경찰에게 M16 총기가 지급된 적이 있었고, 군부 내에서 쿠데타를 검토했음이 폭로된 바 있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도 지배 계급인 자본가 계급의 지배가 위험해졌다 싶으면 계급 독재로서의 이빨을 드러내는 것이다.


혁명은 점진적 과정인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분석은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도 혁명이 단지 점진적으로 다가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적 가능성(현실성, 실재성)을 지닌 사건이라는 점도 보여 준다.

1934년 봄 프랑스에서 파시스트 쿠데타가 공산당·사회당 공동 시위에 부딪혀 좌절되자 트로츠키는 프랑스 혁명의 서곡이 울렸다고 선언했다. 2002년 미국의 도움을 받아 차베스 정부를 뒤집으려 한 우익 지배자들의 쿠데타가 실패한 뒤에 베네수엘라에서는 대중운동이 고양되는 새로운 국면이 열렸었다.

세계적 장기 침체 시기에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불안정해지고, 불안정과 저항에 맞서 지배계급이 반동으로 돌아서서라도 계급 지배 질서를 지키려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정상 상태를 준수하고 그에 적응하려는 개혁주의는 전략적으로 부적절하다.

가령, 퇴진 촛불 때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어떻게든 운동이 국회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헌정 절차로 수렴되게 하려고 애썼다. 국회 탄핵 후에는 집회도 멈추려 했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인 황교안의 대통령권한대행 체제도 인정해 주려 했다. 만일 국회 탄핵 이후 12월 중순에 퇴진 촛불을 멈췄다면, 일부 우익에게 오판할 기회를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헝가리인 마르크스주의자 죄르지 루카치(1885~1971)는 레닌주의 정치의 핵심은 “국제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사건 모두를 혁명의 현실성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중의 자발성을 뒤따르다가 오히려 혁명적 자발성의 발목을 잡으려 했던 나머지 좌파들과 달리 레닌과 볼셰비키가 결정적 순간에 대중과 함께 혁명적 권력 장악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다.

개혁주의자들의 소심함과 달리, 한국 지배자들 다수는 오히려 ‘혁명의 현실성’을 계산에 넣었고, 그래서 당시에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더 심화·안정시키는 쪽으로 비교적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킨 것은 ‘혁명의 현실성’이 주는 압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앞으로도 오판을 안 한다는 보장은 없다. (임박한 가능성은 아닐지라도) 제국주의 시대는 “전쟁과 혁명의 시대”, 격변의 시대이므로 누구든 큰 실수를 범할 수 있다.

‘혁명의 현실성’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킨 동력이었다는 역설과 현재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불안정성이 점증하는 상황은 혁명이냐 개혁이냐 하는 전략 문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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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정세와 과제: 계급 정치가 필요하다

박근혜정권퇴진운동 2017. 3. 23. 17:42

탄핵 이후국민의 정치보다 계급 정치가 필요하다

김문성 | <노동자 연대> 201호 | 2017-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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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파면) 이후 공식 정치권은 대선 국면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고, 당선자는 바로 다음날 임기가 시작된다. 당선 후 취임까지만 두 달 넘게 걸리는 평상시 정권 교체 과정과 달라 공식 정치에서도 급박한 면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대선 정국이 지배적이진 않다. 대세론의 영향도 있겠으나, 박근혜 일당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 본인의 조사와 구속 여부가 첨예한 쟁점이다.


3월 21일 오전 드디어 검찰에 조사 받으러 나온 박근혜는 ‘송구하고 조사 성실히 받겠다’고 밝혔다. 짜증도 묻어났지만, 이제는 특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의식해 검찰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구속이 당연 서로 난처한 박근혜와 검찰. ⓒ사진공동취재단

오늘 조사 결과에 따라 박근혜의 기소 내용과 구속 여부 등이 판가름 날 수도 있다. 검찰은 그동안 죽은 권력에 냉정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은 박근혜 구속이 보수 결집이라는 역풍을 불러올까 봐 걱정하니 그 점도 신경 써야 한다. 1차 목표를 이룬 정권 퇴진 운동이라는 아래로부터의 압력도 신경 써야 한다. 이를 무시했다간, 차기 정권에서 개혁 대상 취급 받으면서 한동안 정치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탄핵 이후 오히려 탄핵 찬성 여론이 커졌고, 박근혜 엄격 수사, 구속 등에 대한 찬성도 좀 더 늘었다. 박근혜 지지층에서조차 늘었다. 헌재 평결로 국가기관(사법부)이 공식적으로 박근혜를 부패한 통치자로 규정하고 파면까지 한 것이 주는 효과일 것이다. 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청와대에서 버티고, 청와대에서 퇴거하는 날까지 지지세를 과시하고 헌재 판결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적폐 청산

따라서 박근혜 본인의 검찰 조사, 구속 여부, 재판 진행과 유죄 판결 여부 등이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구조 방기 의혹과 우익적 블랙리스트 통치 등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추가로 사실들이 밝혀져야 한다. 사람들은 뇌물죄 입증과 재벌 총수 구속도 바란다. 세월호 인양 문제도 적폐 청산 투쟁과 연계된 쟁점일 것이다.


특히 민주적 권리를 억누르며 공작 정치를 편 작태는 이미 확인된 사실만 봐도 청와대와 국정원, 검찰·경찰, 전경련 등이 얽힌 커넥션이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 이런 것들이 노동 개악, 교육 개악 등을 위한 사전 땅고르기 작업이자 돌파 수단으로 사용됐을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통치의 부패상을 단죄하는 일은 박근혜 정권의 진짜 목적, 즉 고통전가와 친제국주의 정책들에 맞서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촛불이 해냈다 파면은 시작이다. 박근혜 정권의 유산 청산 투쟁을 벌여야 한다. 3월 11일 20차 범국민행동. ⓒ이미진


싸워야 할 박근혜의 유산이 남아 있다

〈한겨레〉가 3월 20일에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57.3퍼센트가 차기 정부는 진보개혁 성향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열에 여섯이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셈이다. 거의 모든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상승했고, 새누리당 계승자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약화됐으며,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지지율은 올랐다.


퇴진 운동의 결과로 바뀐 세력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보수의 유력 대선 주자들 중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반기문에 이어 황교안마저 불출마하게 된 것은 이런 세력관계 탓이 크다. 돈과 세력의 문제도 있지만, 그조차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니, 결집력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퇴진 운동 덕분에 차기 여당으로 유력해진 민주당은 오히려 우클릭하고 있다. 한국 지배계급이 처한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민주당 등 자본주의적 야당의 대선 주자들은 집권해도 새누리당(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의 적폐를 일부 계승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들 대부분이 대중의 개혁 기대치를 떨어뜨리는 데 열중한다.


문재인은 적폐 인물을 영입하고 안희정은 대연정 추진을 강조한다. 민주당으로 정권만 바뀌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깊고 폭넓은 사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대선이 별로 신나는 일이 아닌 이유다. 덕분에 정의당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는 듯하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석 달 간 지켜 온 황교안은 이제 박근혜가 쫓겨난 박근혜 정부를 유지하고 있다. 파면된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진 사표를 모두 반려한 것은 형사재판에서도 박근혜 일당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대선으로 시선이 쏠린 틈을 이용해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노동 개악, 철도노조 탄압 등을 포기하지 않는다.


황교안은 지배계급의 두려움과 복수심을 등에 업고 하루라도 빨리 노동자 대중의 높아진 자신감에 상처를 내려고 궁리할 것이다. 황교안은 얼마전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3월 20일에는 광주 ‘6.15 학교’ 활동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의 의도를 파탄 내고 지금의 성취를 더 전진시키려면 여전히 대중 투쟁이 중요하다.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이후에도 고통전가 공세가 이어질 것이므로 더욱 그렇다. 지금의 유리한 세력균형을 이용해 노동과 공공, 교육 등 분야에서 펼쳐진 개악들을 청산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미진


선거 위주가 아니라 대중 투쟁을 강화할 정치

헌법재판소는 박근혜를 파면한 이유를 이렇게 열거했다.

“해당 기업의 경영권 및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고, “대의민주제의 원리와 법치주의의 정신을 훼손 … 공익 실현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다.”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라는 대통령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했지만, 탄핵 사유 자체는 대단히 보수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탄핵이란 헌법 절차로 수렴해 정치체제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뚜렷이 드러난 것이다.


반면, 정권 퇴진 운동의 사회적 구성이 압도적으로 노동계급 대중이었기 때문에 이 운동의 바탕에는 불평등하고 불의한 사회 구조에 대한 계급적 불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헌재의 이런 판결 때문에 박근혜 퇴진 운동은 계급적으로는 성과가 없고,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만 강화된 것일까? 아니면, 절차적 민주주의가 강화돼서 그저 좋은 결과인 것일까?


일단 그 결과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민주주의가 도입된 것, 즉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실질적 불평등에 맞서 노동계급이 투쟁으로 시민적·정치적 권리들을 확보하면서 일부 정치·사회적 기본권도 확보한 체제이다.


그래서 이른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심화’는 양면성을 띠기 마련이다. 따라서 형식적 결과보다는 세력균형과 이를 반영하는 대중의 의식과 조직이 더 중요하다.


지배계급은 분기탱천한 수백만 명의 즉각 퇴진 요구를 회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자, 기존 헌정 체제(헌법) 안에서의 ‘탄핵’ 절차로 그 분노를 수렴하려 했다. 체제의 ‘민주성’에 대한 신뢰를 키울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그렇게 만든 힘이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에서 나왔다는 점을 봐야 한다. 노동계급 안에서는 퇴진 운동의 효과로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조직화도 진전할 것이다. 탄핵 이후 정당 지지도 조사에도 이런 조짐이 부분적이고 간접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활력

길어지는 경제 위기 때문에 다음 정권도 고통전가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도 모여서 투쟁하면 뭔가 이룰 수 있다”는 대중의 자신감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아래로부터의 활력을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 투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혁명적 정치와 전략이 중요하다. 그 정치는 대의제 의회민주주의 지지자들이 말하는 정치와 다르다. 


가령 최장집 교수 등은 의회 정당 정치가 제대로 민의를 대변하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진단하고, 헌법상 절차로 해결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대중의 활력이 의회 정당들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변화의 동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처방이다.


특히, 국가의 문제를 봐야 한다. 20세기 말 유럽 각국에서 연쇄적으로 개혁주의 정부가 들어섰지만 하나같이 배신으로 귀결됐다. 몇 번 좌우 정권 교체가 일어났지만, 결국 확인된 것은 주류 정치의 배신이 투표만으로는 바로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혁주의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기존 자본주의 국가를 운영하게 되는데, 그 국가는 자본주의 경제에 매여 있다. 장기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개혁주의 정당들도 기업 이윤을 위해 노동계급을 공격해야 한다는 압력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에 대처할 힘은 결국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며 자본주의의 이윤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계급 자신의 행동이다. 대중 파업과 시위 둘 다 필요하다. 의회적 개혁주의 정당을 선거에서 지지할 때조차도 독립적인 대중 투쟁을 중심에 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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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과 헌재: 박근혜는 권력 농단과 정경 유착의 몸통

박근혜정권퇴진운동 2017. 3. 13. 18:09

특검 수사 결과와 박근혜 파면권력 농단과 정경 유착의 몸통

김문성 | <노동자 연대> 200호 |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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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3월 6일 발표한 수사 결과를 봐도 삼성의 뇌물과 경영권 승계 특혜, 블랙리스트 통치, 최순실의 권력 농단 등 중대 범죄들의 몸통은 박근혜 본인이다.

결국 이 중 박근혜와 최순실의 권력 농단이 결국 박근혜 탄핵(파면) 사유가 됐다.


박영수 특검은 특검을 마친 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는 “크게 두 고리”라고 했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과 ‘정경 유착’. 그런데 그 두 고리를 잇는 점이 바로 박근혜다.


그러므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부패의 고리가 박근혜 정부의 친기업 정책과 연결됐다는 점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추한 실상이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삼성 총수 이재용은 무려 2백98억 원을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의 딸 정유라 등에 지원했다. 만일 박근혜의 말대로 최순실이 일개 사인(私人)이라면, 삼성이 왜 정유라에게 80억 원 가까운 돈을 지원했겠는가?


문제의 두 재단의 설립 실무를 최순실이 주도했지만, 최순실의 위세는 그와 박근혜의 특수한 관계(“경제 공동체”) 때문에 생긴 것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위한 자금은 박근혜가 직접 재벌 총수들에게 요구했다. 청와대 수석인 안종범과 전경련이 중간 매개로 돈을 수금한 것이다.


이재용은 박근혜에게 경영권 승계 협조를 직접 요구했다. 특검 수사 결과, 이재용은 자기 개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 돈을 뇌물로 쓴 횡령죄에, 뇌물의 대가로 정부 차원의 경영권 승계 지원을 받아 낸 뇌물죄를 동시에 저질렀다.


결국 박근혜의 지시로 박근혜의 장관 출신인 문형표가 나서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이 과정에서 손실이 났든 안 났든 그건 부차적 문제다. 애초에 손대지 말아야 할 돈에 손을 댄 것이 진짜로 중대한 문제다. 대부분이 노동계급인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노후 연금을 기업주를 위해 동원한 것은 이중의 착취다.


그 결과 이재용은 거대 기업의 경영권을 무사히 승계했다. 게다가 박근혜는 대기업주들의 요구이자 삼성 이재용의 청원이기도 했던 서비스업발전법 등을 날치기 통과시키려고 애를 썼다. 이처럼 박근혜의 정경 유착은 부패한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보수적인 헌재가 박근혜와 최순실의 극히 협소한 국정 농단만을 탄핵 사유로 삼고 이재용 등 재벌 총수와 정권의 유착 문제를 탄핵 사유로 삼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위배

또한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사건을 “청와대 최고위층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 권력형 범죄”로서 “헌법의 본질적 가치에 위배되는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특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박근혜의 지시 아래 김기춘과 조윤선 등이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문화계 단체와 개인들을 옭아매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쓴 것이 블랙리스트 통치다.


특검은 “전혀 진보 또는 좌파라는 분류를 받은 바 없는” 문학동네가 문인들의 세월호 참사 추모글을 모아 책을 낸 것을 ‘좌편향’이라고 낙인 찍고 불이익을 준 것에 주목했다.


중앙정보부 출신의 김기춘이 주도한 이 블랙리스트 통치에 우익적이고 반민주적인 사상이 작용하지 않았을 리 없지만, 특검은 세월호 추모조차 좌편향으로 낙인 찍은 것은 “이념적”이라기보다 친박이냐 아니냐 하는 “정파적” 악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청와대의 입장에 이견을 표명하는 세력은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한다는 인식” 자체가 특검이 보기에 “정파적”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랙리스트를 통해 예술가들을 옭아맨 것은 권력을 남용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자유민주주의를 해친 일이라는 것이다. 특검은 불법적인 블랙리스트 통치만으로도 헌법 위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점에서 헌재의 박근혜 탄핵 사유에서 블랙리스트 문제가 빠진 것은 유감이다.

△세월호 참사는 탄핵 제1의 사유다 박근혜 탄핵 인용 직후 발언하는 유경근(예은 아빠)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사진 조승진

세월호 참사

헌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지만, 직책의 성실 수행 여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판단에 동의할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 구조 문제는 단순히 부작위에 의한 대통령의 의무 이행 실패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박근혜는 구조에 완전히 실패했을 뿐 아니라, 그 참사 원인, 구조 실패 과정을 밝혀 내려는 모든 노력을 방해하고 중단시켰다. (이는 헌법의 관점에서 봐도 국민 의무의 배반이다.)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시키고 결국 해산시켰을 뿐 아니라 특검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수사도 가로막고 결국 황교안을 통해 특검을 해산시켰다.

특검은 대통령의 대면 조사, 청와대 압수수색이 “실행되지 않아 대통령의 구체적 행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특검은 주로 오전에 청와대에 들어와서 박근혜의 머리 손질을 해 주던 전담 미용사에게 청와대가 4월 15일에 ‘내일은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특검은 박근혜의 피부미용시술을 한 것으로 밝혀진 시기와 이 전담 미용사들이 청와대에 들어간 날을 비교해 “주로 미용시술이 있었던 날(또는 그 다음날)은 ○○○, △△△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을 개연성은 있음”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특검은 세월호 참사 당일의 7시간뿐 아니라 “4월 15일 저녁부터 4월 16일 오전 10시경까지 무엇을 하였는지”에 관한 최소 20시간의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이런 의혹은 추가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할 뿐 아니라, 적어도 직무유기에 의한 과실치사일 개연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3년 동안 진실 규명을 끝내 가로막고 심지어 헌재의 당일 행적 규명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음을 봤을 때, 그 개연성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헌재 판결과 달리, 단지 당일 직책 수행의 성실성 문제는 아닌 것이다.


박근혜의 탄핵 사유에는 세월호 참사도 포함됐어야 했다. 보수적인 헌재가 세월호 참사를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촛불 운동 속의 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탄핵 제1의 사유였다.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책임자 처벌을 위한 기층의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추천 책

세월호 참사, 자본주의 그리고 국가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김승주 지음, 2017년 1월 7일 발행, 72쪽,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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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박근혜는 형사범죄 피의자일 뿐, 구속수사하라

박근혜정권퇴진운동 2017. 3. 13. 18:02

이제 박근혜는 형사범죄 피의자일 뿐, 구속수사하라

〈노동자 연대〉 200호 |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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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년 동안 박근혜의 부패한 실상은 낱낱이 까발려졌다. 박영수 특검이 시간이 부족해 더 밝혀내지 못했다는데도, 드러난 권력 농단과 정경 유착의 추한 실상만으로도 결국 탄핵(파면)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박근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재임 중 (내란죄를 제외한) 형사 소추(재판에 범죄자로 기소하는 것)를 금지한 헌법상 특권 덕분이었다. 이 특권 때문에 검찰도, 특검도 박근혜의 범죄를 밝혀 놓고도 ‘사실상 피의자’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죄인을 죄인이라 하지 못하고, 범죄를 처벌해 달라고 재판에 넘길 수도 없었던 것이다.


뻔뻔한 박근혜는 이런 특권을 수사 방해에 이용했다. 박근혜는 자신이 피의자가 아닌데도 여론 재판을 받는다며 검찰과 특검의 대면 조사를 거부하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피했다.


△“이제는 구속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즉각 구속을 목터지게 외쳐 왔다. ⓒ조승진


지난해 말 자신의 턱밑까지 치달은 검찰 수사를 피하고 시간을 벌려고 박근혜는 검찰 수사를 못 믿겠다며 특검을 유도했다. 그러나 특검의 칼날도 자신의 목덜미를 향하자 똑같이 수사를 방해하고 매도하다가 끝내 황교안을 통해 특검을 해산시켜 버렸다.


(형사재판이 안 되는 대통령직을 고수하면서) 형사 재판으로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헌법재판소가 무엇을 근거로 탄핵심판을 할 수 있느냐고 항변한 것도 가관이었다.(이제 형사재판 실컷 받아라.)


권력을 농단해 사익을 챙긴 범죄자가, 권력은커녕 권리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허물이 아예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호통 친 꼴이다.


한국인 수천만 명이 검찰·특검의 수사 결과와 언론의 폭로를 보며 확인한 사실을 “사상누각”, “소설”로 치부한 작태도 분노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는 보통 사람들의 판단 능력을 멸시한 오만방자함의 극치다.


박근혜는 도리어 태극기 집회가 촛불 집회의 두 배라는 둥 가짜 뉴스와 관제 데모의 조종자로서의 면모만을 드러냈다.


이런 사악함과 뻔뻔함 때문에 퇴진 운동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들이 즉각 퇴진뿐 아니라 즉각 구속을 그토록 목터지게 외쳤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는 그런 특권 뒤에 숨을 수 없다. 기쁘기 그지없게도 이제 더는 박근혜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일을 해 낸 우리 민중의 염원대로 박근혜를 정식으로 기소하고 구속수사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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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다! 박근혜 파면: 이제 박근혜의 유산을 청산하자!

박근혜정권퇴진운동 2017. 3. 13. 17:56

기쁘다! 박근혜 파면이제 박근혜의 유산을 청산하자!

  〈노동자 연대〉 200호 |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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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노동자연대가 3월 10일 발표한 성명이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를 파면(탄핵)했다. 지긋지긋한 박근혜를 만 4년 만에 민중의 힘으로 중도 하야케 했다. 마침내!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본격화된 지 1백32일 만이다.

박근혜 파면은 1백32일간 눈비를 마다않고 광장을 지킨 1천5백만 촛불의 긍지이고 훈장이다. 그리고 지난 4년간 반(反)박근혜 투쟁의 선두에 서 왔던 노동운동의 자부심이다. 공장에서, 대학에서, 성주에서, 진주에서 전국 곳곳에서 정권의 악행에 맞서 싸워 온 민중의 정의다.

수십 년간 이 나라를 지배해 온 독재 세력에 젖줄을 댄 강성 우익 박근혜 정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민중을 “개·돼지 취급”해 왔다. 공작 정치로 대선 승리를 훔쳤고, 표를 얻기 위해 남발한 복지 공약을 간단히 취소했다. 기업주들이 책임져야 할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계급에 전가해 왔다. 생때같은 자식들이 죽은 이유라도 알게 해 달라는 부모들을 좌익 세력 취급하며 적대했다. 일자리 같은 일자리를 달라는 청년들에게 (갖가지 위험이 있는) 중동에나 가 보라고 무시했다. 고통 전가를 중단하고 대선 공약을 지키라는 백남기 씨를 물대포로 죽이고는 그 사인(死因)마저 속이려 했다. 일자리 찾는 여성들에게 고작 저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내놓고는 애나 많이 낳으라고 모욕했다. 노동운동, 사회운동, 문화계 등을 사찰하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자유로운 표현과 민주적 권리를 침해했다. 국정원과 재벌이 자금을 댄 관제 데모와 방송 장악으로 여론을 조작해 왔다.

이 모든 악행들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거대한 퇴진 운동으로 수렴됐다. 그리고 결국 그 뜻을 이뤘다. 박근혜 일당과 우익은 끝까지 발악했지만, 최소한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민중의 의지가 더 강했다. 세월호 참사로 구조도 못 받고 희생된 원혼의 분노가 그들의 생떼보다 더 강했다.

오만한 권력자들에게 더는 얕보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대중은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 후에도 흩어지지 않았다. 줄기차게 모이면서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구속을 촉구해 왔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이끈 황교안에게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세월호 3주기에는 반드시 박근혜를 몰아내고 구속시켜서 희생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염원했다. 오만방자한 우익들이 우리를 얕보고 바람 불면 꺼질 촛불이라고 비웃었지만, 촛불은 바람을 타고 들불처럼 번지고 커져 왔다.

바로 그 힘으로 이미 박근혜 탄핵 전에 정권 실세들인 김기춘·조윤선·안종범 등이 구속됐다. 박근혜의 분신과 다름없던 최순실이 구속됐다. 그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이 취소됐고, 부정 입학에 연루된 이대 총장과 관련 교수들이 구속됐다. 심지어 사후 퇴학 처분으로 그 다이아몬드 수저의 고졸 학력마저 박탈됐다. 그리고는 70년 불구속 신화라던 삼성 재벌의 총수 이재용까지 구속됐다.

이는 박근혜가 더욱 심화시킨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사회를 뜯어고치고 바꾸는 일의 출발일 뿐이다. 대선으로 박근혜 정권이 물러난다고 해도 앞으로 60일이나 기다려야 한다. 이 점을 이용해, 여전히 독재를 미화한 국정교과서가 떠돌고, 사드 등 미국의 대량살상무기들이 서둘러 들어오고 있다. 고통 전가와 노동 개악도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주들을 위한 고통전가와 친제국주의 정책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도 계속 좌절될 것이다. 박근혜도 구속을 피하려고 온갖 “염병하네” 할 짓들을 해댈 것이다. 앞으로의 재판에서 이 모든 적폐 인물들의 구속 판결을 받아 내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광장의 촛불이 계속 타올라야 하는 이유다. 여전히 민중이 거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특히, 노동자들이 승리감을 자신감으로, 일터의 반란으로 번지게 해야 한다.

 물론 적폐와 싸우는 일, 정권 퇴진 염원의 밑바탕에 깔린 불평등과 부정의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에는 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 효과적인 정치와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쓰디쓴 논쟁과 난관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희망을 가질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정권 퇴진 운동을 공상이라고 비웃던 반년 전과는 분명히 상황이 다르다.

이제 사람들은 4년 전 박근혜 당선에 좌절하고 한숨 짓던 사람들이 아니다. 대중 스스로의 힘으로 사악한 통치자의 중도 하차를 이뤄 낸 사람들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오래 핏빛 독재를 자행했던 세력을 계승하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정권을 끝장낸 사람들이다.

여세를 몰아 정권의 청산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자. 일터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지역사회에서 노동자·민중의 조건 개선과 해방을 위해 싸우자. 교만한 지배자들에게 단결과 연대의 힘을 보여 주자. 권력을 쥔 자들에게 주눅들지 말고 그들에게 우리를 존중하라고 말하자. 박근혜 퇴진은 투쟁하는 민중의 자랑이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 파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조승진

△박근혜 방 빼! 탄핵 인용 직후 헌재 앞에 모인 사람들이 기뻐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분노의 촛불 세대를 위한 토론 광장 | 4월 29일(토) ~ 4월 30일(일) | 장소: 서울(추후 공지) | 주최: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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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박근혜를 탄핵하라

박근혜정권퇴진운동 2017. 3. 7. 20:41

헌재는 박근혜를 탄핵하라

〈노동자 연대〉 199호 |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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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우익 총동원 집회에 10만~20만 명이 모이자, 예상대로 청와대는 탄핵 찬반 여론이 반반이라느니, 3월 4일 집회도 기대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자신이 조종하고 독려한 시위로 여론 운운하는 것을 보니 가소롭다. 박근혜는 삼일절 우익 총동원 집회을 앞두고는 박사모에게 직접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박근혜가 표명한 입장들은 탄핵 반대 집회의 명분과 논리가 돼 왔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과 박근혜 변호인단은 이 집회의 단골 연사들이다.

△ "찬탄/반탄"이 아니라 "탄핵 즉시 인용"이 진짜 민심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친박 우익 단체들을 청와대 행정관이 관리하고, 삼성과 전경련이 자금을 대 왔다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된 지 한참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만들고 돈 모으는 일에서만 박근혜와 전경련이 한통속인 게 아니었던 것이다.


진정한 바닥 민심이 아니라 위에서 조직한 운동이었으므로 삼일절 ‘옹박(擁朴)’ 집회가 성공했다고 해서 ‘열에 여덟’이 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여론 지형을 바꾸지는 못했다. 퇴진 운동의 삼일절 집회 규모는 주말 집회보다 크게 줄었어도, 여전히 매주 평균 70여만 명이 참가하는 이 운동에 우익 집회를 들이댈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열에 둘(우익)’이 넋 놓고 있는 것과 총력 동원을 하며 기를 살리려는 것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측이 불공정 시비와 세 과시로 헌법재판소를 압박한 것은 평결 지연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을 시험해 본 것이었다. 밑져야 본전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는 그들로서는 최악의 경우(탄핵 인용)에도 자기 대오를 유지하고 결속시킬 명분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 정권이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 등을 펴다가 인기가 떨어지면 우파에게도 재기의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직 정권의 임기가 남은 동안 그 힘을 이용해 최대한 자기 세력을 결집해 다음 기회를 엿볼 태세를 갖추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박근혜식 ‘질서있는 퇴각’ 계획인 것이다.


적폐 청산

게다가 너무 부패하고 민망한 실상 때문에 박근혜 제거에는 동의한 지배계급의 일부(아마도 상대적 다수)도 박근혜의 적폐 정책들까지 버릴 생각은 없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블랙리스트 통치로 민주적 권리 옥죄기, 한일 ‘위안부’ 합의나 사드 배치 같은 친제국주의 정책 펴기 등으로 노동자·민중을 무시하고 못살게 구는 일들 말이다.


(박근혜가 자신이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강변한 것은 순전한 거짓부렁이지만) 그의 부패는 기업주들과 공모해 벌인 것이지, 기업주들을 괴롭히거나 이윤 추구를 방해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박근혜와 거리를 두는 우익 언론들조차도 지금은 촛불 운동과 좌파, 노동운동을 비난하는 데 더 열중한다. 황교안이 권한대행으로 박근혜가 없는데도 박근혜 정부처럼 유지하는 것에 호의를 보낸다.


또한 이 운동의 발전 수준 때문에 아직은 정치적 헤게모니가 주류 야당에 있다는 약점을 이용하려고 야당 대선 후보들을 흠집 내는 데 신경 쓴다. 또한 마치 탄핵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처럼 호도하며 우익 결집을 일부 돕는다. 저들은 사람(박근혜)은 미워해도 (박근혜) 정권은 미워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황교안 내각은 노동개악도 포기하지 않았고, 사드 배치와 국정교과서 실시를 강행했다. 국가보안법 탄압도 벌였다. 삼일절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존중하라고 도발했다. 경찰은 삼일절에 교묘하게 퇴진 집회를 방해하며 우익 집회의 기세가 돋보이도록 유도했다.


이런 동향 때문에 헌재의 탄핵심판 전망이 퇴진 지지 측에 다소 유리해 보인다고 해서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2월 말 3월 초에 퇴진 운동의 방심과 주류 야당의 기만 때문에 우익의 책략이 일부 성공해 그들의 기를 살려줬다. 특검 연장 무산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아직 특검 연장 결정 시한이 일주일가량 남았던 2월 23일에 국회 처리 무산을 선언해 버려 결과적으로 특검 연장을 거부하려는 황교안의 부담을 덜어줬다.


결국 황교안이 27일에 특검 연장을 거부하자, 이번에는 특검법 개정의 국회 처리를 무산시킨 요인들(자유당의 반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거부)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도 황교안 탄핵이니 특검법 개정이니 믿기 힘든 ‘뻥카드’만 날리면서 면피를 하려 했다. 야당을 압박하되,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래로부터의 투쟁

퇴진 운동은 처음부터 박근혜 1인 제거가 아니라 정권 퇴진 운동이었다. 노동자·민중의 대다수는 정권 퇴진을 통해 부패한 인물들을 처벌하고, 가진 자들만 대변하는 정책들을 중단시키고 싶어서 이 운동에 매주 참가하고 열렬한 지지를 보낸 것이다.


그러려면, 헌재 평결 이후에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억제하고 정치 체제의 안정을 재구축하고 싶어 하는 지배계급의 나머지와도 싸워야 한다.


주류 야당이 특검 연장을 진지하게 추진하기보다 쇼만 하고 그만둔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민주당의 우클릭에는 단지 중도보수층 표를 얻을 계산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기성 체제를 지지하는 야당으로서 지난 다섯 달간의 정치 상황을 정리하는 것에는 이해관계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주류 야당들은 운동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정도로만 얌전하게 유지되길 바란다.


또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한 자진 사퇴(항복)와 달리, ‘탄핵 인용’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곧바로 끝나지 않는다.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박근혜 정부는 황교안(혹은 그 후임) 같은 자들의 통솔 아래 조기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유지된다.


따라서 퇴진 운동은 계속 힘의 우위를 유지하려 해야 하고, 탄핵이 인용돼도 조직을 유지하고 시위를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와 재판에도 압력을 가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우익 결집에도 맞서야 한다. 그래야 지배계급이 운동을 함부로 다루지 못할 것이다.


박근혜 퇴진(탄핵)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룬 자신감으로 적폐를 유지하려는 구체제의 인물·정책들에 맞서 곳곳에서 싸우도록 고무해야 한다. 노동자·민중이 벌이는 아래로부터의 투쟁만이 개혁과 변화를 이끌어 낼 진정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미 퇴진 운동의 전진이 미친 영향들이 조금씩 엿보인다. 학생들이 대학본부의 친기업화 정책에 맞서 점거농성을 벌여 온 서울대에서 비학생조교들이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경비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후퇴에 본관 점거로 맞서 승리했다. 경북 경산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학교 관리자들에 맞선 교사와 학생들의 저항이 거세다. 입학식이 무산될 정도다. 이런 일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특히, 조직 노동계급의 파업과 시위가 많아져야 한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헌재 평결을 전후로 헌재 앞 대규모 집회를 열어야 한다. 탄핵 기각(또는 각하)은 결코 수용할 수 없고, 그럴 경우 더 격렬한 저항으로 박근혜를 직접 끌어내리겠다고 강조하고 준비도 해야 한다. 탄핵이 인용돼도 퇴진행동은 해산하지 말고, 조직 명칭과 투쟁 기조를 유지하며 주말 집회를 이어 가야 한다.


또한 지금보다 더 전진하고 싶어 하는 퇴진 운동 참가자들은 지금보다 더 급진적이고 계급적인 전망과 정치가 필요함을 이해해야 한다.


탄핵 인용을 위한 촛불의 약속


헌재 탄핵 선고가 다가 오고 있다.
이제 우리 촛불이 탄핵 인용을 위해 더 비상하게 나서야 할 때다.
광화문에 모인 우리는 약속한다. 그리고 호소한다.

1. 선고 전날 7시 광화문에 모이자!
2. 선고 당일 아침 헌재로 모이자!
3. 선고 당일 저녁 광화문에 모이자!
4. 선고 주말 광화문에 모이자!
5. 3월 11일(토) 광화문에 모이자!


촛불이 승리한다! 함께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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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죄죄한 헌법재판소의 역사

박근혜정권퇴진운동 2016. 12. 13. 21:09

꾀죄죄한 헌법재판소의 역사

<노동자 연대> 189호 | 201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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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김기춘이 훤히 들여다본 헌재를 믿을 수 있나?


탄핵소추가 압도적으로 가결돼서 헌법재판소가 꼼수를 부리기는 덜 쉬워졌다. 지금의 탄핵소추가 단지 국회와 행정부 사이의 대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 대결은 정권과 민중의 대결이고, 아래로부터의 힘을 국회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운동을 여기서 멈추자는 압력이 위로부터 생길 것이므로 헌재를 경계해야 할 이유를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개헌으로 1988년에 신설된 국가기관이다. 명목은 독재 권력의 헌정 유린을 예방하고 국가기관 간 견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헌법의 성격 자체가 지배계급 내부에 일종의 통치 질서를 명문화한 것이다. 그래서 헌재는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심판,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헌법률심판, 국가 고위직 인물에 대한 탄핵심판을 주 기능으로 한다.

이는 헌재의 핵심 기능이 지배계급 내 기존 질서 합의를 유지하는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구실을 하는 것임을 보여 준다. 그래서 개인적 인권 개선에는 드물게 괜찮은 판결들이 나왔어도, 국가보안법이나 노동문제, 부자들의 사유재산권 문제에서는 일관되게 보수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헌법재판소의 최근 보수적 판결 내역 (크게 보기) ⓒ조사·정리 이재환

게다가 헌재는 사법부 내에서조차 후발 기관으로서 탄생 초기부터 입지가 취약했다. 사법부의 중추는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법원 체계로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더욱 헌재는 민감한 현안에 뒷북을 치거나 정치 풍향계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판결 내용이 행정부나 국회, 검찰로 유출되는 일은 초기부터 다반사였다. 여기에는 9명 헌재 재판관 중 3명을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헌재 재판관이 기존의 법관이나 검찰 출신자 들에서 충원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 부연하면, 헌재 재판관 9명이 대통령 3인, 국회 3인, 대법원장 3인으로 구성된다는 것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균형있게 헌재 구성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헌재가 헌법을 다루는 만큼, 겉으로는 이들의 위에 있는 듯 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실은 그 반대, 세 기관 사이의 타협체라는 것으로 독립적인 사법부의 형식조차 못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실질적으로는 10년 이상 집권하면 여당이 최소 7인을 자기들 입맛대로 채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진 이미진

헌재가 역사와 구성에서 기존 사법부의 일부로 탄생했다는 것은 한국 사법부의 추악한 역사와 전혀 단절된 존재가 아님을 뜻한다. 한국 사법부는 독재 정권에 부역해 온 역사로 점철돼 있다. 온갖 조작 증거와 고문으로 만들어진 간첩단, 이적단체 사건에서 사법부는 철저히 정권(안기부, 검찰 등)의 지침대로 판결해 왔다.

여기에는 조봉암 사형, 인민혁명당 사형, 강기훈 유서 대필 유죄 사건, 숱한 민간인 간첩단 사건 등이 모두 사법부와 정권의 유착으로 벌어진 사건이다.

1975년의 인민혁명당 재판은 법원 판결 전에 이미 사형 집행 지시가 떨어지는 등 짜고 치는 재판에 사법부가 부역한 전형적 판결이었다. 이는 기소·수사와 판결을 분리시킨 근대 사법 원리를 부정한 것으로 국제법학자 협회가 이 사건 피해자들의 사형집행일을 ‘사법사 암흑의 날’로 선언할 정도의 사건이었다. 최근에서야 이 사건들 상당수가 재심으로 무죄 판결이 났지만, 사법부 차원의 과거 청산과 공식 사과는 없다.

인혁당 사건, 강기훈 사건 등에는 공안검사와 공작 정치의 대부 김기춘이 연루돼 있다. 김기춘은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거치며 이런 구조가 온존하는 데 기여해 온 인물이다. 박근혜가 그를 중용한 것은 초록이 동색인 탓이다.(노무현 탄핵소추 당시 소추위원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바로 김기춘이었다.)

따라서 지금 박근혜 퇴진 운동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에도 온존해 온 한국 국가의 어두운 관행들도 심판대에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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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퇴진] 박근혜의 버티기, 그리고 탄핵 vs 퇴진

박근혜정권퇴진운동 2016. 11. 21. 14:55

까면 깔수록 커지는 박근혜의 부패

김문성 | <노동자 연대> 186호 | 2016-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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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가 직접 받아 본 국가정보원의 대응 보고서가 공개됐다. 참사 이후 실제 벌어진 일들과 비교해 보면, 이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가 공식 대응을 위해 ‘채택한’ 보고서라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시종일관 ‘여객선 사고’라 지칭한 이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가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고, 진상 규명 운동이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 보고서는 “맞대응 집회 여론전”, “지탄 여론 조성” 등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진상 규명 방해뿐 아니라, ‘과식’ 시위, ‘세월호는 교통사고’ 막말이 모두 청와대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공작정치의 본산이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김기춘의 작품일 것이다.)

△박근혜에게 사고 당일 7시간의 행적을 밝히고 구속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하는 세월호 가족들. ⓒ이미진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을 희석시키려고 최순실과 짜고 ‘해경 해체’ 같은 황당한 ‘재발 방지책’을 제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금도 박근혜는 7시간 의혹을 감추려고 노심초사다.

이런 공작에 당시 우파가 모두 합심했었으므로, 기업주들과 우파 언론 등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우주적으로’ 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 위기 때문에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성 우파 정권의 성공은 자본가 계급에게는 더 없는 소망 아니겠는가.

박근혜는 이런 추악한 결탁을 배경으로 권력욕을 만끽한 야비한 통치자일 뿐이다.

박근혜가 미르, K스포츠재단의 건립과 기업 모금을 지시하는 등 부패의 몸통이라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가 중심이 돼서 은폐를 지시하고 실행한 정황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기춘이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고 사회운동을 약화시키려고 정치공작들을 실행한 정황들도 드러났다.

이런 자들이 일부라도 지지층을 복원해 보려고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운운하는 것은 역겹다. 정부와 기업들이 파괴한 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의 사생활은 누가 보상해야 하는가. 한일 양국 정부 모두에게 모욕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무상보육 후퇴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런 정권을 창출한 새누리당과 협상해 거국 내각 총리를 세운다는 게 합당한 기대인가? 박근혜 정권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박근혜의 반격

박근혜가 반격을 시작했다. 15일 꼴통 검사 출신인 유영하를 변호사로 선임해 검찰 수사를 대놓고 거부한 것이 시작이었다. 다음 날, 부산 엘시티(LCT) 부당거래 의혹을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다. ‘탄핵해 볼 테면 해 봐라’는 말도 나왔다.

엘시티 개발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시작됐고 한나라당 소속 부산시장들과 연루 의혹이 있는 것을 보면, 새누리당 집안 단속부터 해서 전열 재정비를 해 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그러면서 은근히 부산 지역 야당 연루설 등을 흘리고 있다.

△반격을 시작한 박근혜. ⓒ사진 공동취재단

이를 이어받아 이정현과 김진태 등이 연이어 망언을 했고 박사모가 19일에 맞불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반공 궐기대회를 여론 조작용으로 이용했던 박정희의 딸다운 발상이다. 2004년 사립학교법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해 대규모 동원 집회를 열었던 일도 떠오른다.

그러나 이게 당장은 잘 먹힐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당황한 검찰이 18일에 박근혜를 범죄 혐의 수사 대상이라고 흘렸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라는 것이다. 주요한 국가기관이 박근혜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19일 퇴진 집회에도 수십만 명이 참가할 듯하다. 기세와 규모 모두에서 12일 시위는 성공했다. 그 압력 때문에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에서 “새누리당 해체”, “탄핵” 같은 얘기가 나오고,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박근혜는 더는 저자세를 가장한 기만책이 안 먹힐 것 같다는 판단으로 반격에 나섰을 것이다. 현재 수준의 시위만으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한일군사정보협정, 노동개악, 교육 개악 등 온갖 악행들은 멈출 기미가 없다.

박근혜의 반격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낙관적 전망이 최고조일 때 시작됐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운동은 느슨하게 주말 집회만 조직하고 대중의 자발성에만 의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박근혜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니, 퇴진 이후 전망으로 논의를 옮겨가자’는 허망한 낙관론도 위험하다.

그 점에서 정의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가 사임을 선언하고, ‘사표’는 적절한 선거 일정에 맞춰 낸다는 방안인데 공상이다. 도대체 박근혜가 남 좋으라고 자기의 권력을 내줄 성싶은가?

게다가 ‘질서’라는 표현은 결국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사태 해결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관리·수습해야 할 상황으로 본다는 인상도 준다. 결국 새누리당(비주류)을 포함한 주류 여·야당에 주도권을 넘기게 돼 정의당의 부상을 도운 거리 운동을 약화시킬 것이다. 정의당으로서는 자신을 주변화시키는 ‘수습책’인 셈이다.

△11월 12일 1백만 명이 운집한 박근혜 퇴진 시위. ⓒ조승진


탄핵 vs 퇴진

운동은 순식간에 강성 우파 정권을 궁지로 내몰았다. 그러나 박근혜가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반(反)박근혜 진영도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박근혜를 어떻게 퇴진시킬 것이냐도 그중 하나다. 탄핵론은 박근혜가 버티니 강제로 퇴진시키려면 국회에서 탄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범국민적 결속을 위해 국회는 국회대로(탄핵과 특검, 국정조사), 거리는 거리대로(즉각 퇴진) 각계각층이 할 수 있는 수단을 각자 쓰자는 주장도 있다. 일종의 역할분담론이다.

그러나 탄핵론은 퇴진 투쟁의 중심을 거리에서 국회로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우왕좌왕도 못 믿겠는데, 새누리당 의원이 30명 가까이 합류해야 하는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이 순탄할 리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는 노동자·민중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조승진

설사 그런 일이 가능하다 해도, 부패와 농단의 공범인 새누리당과 손잡고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것은 아주 나쁜 수다. 그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이 박근혜 도당과 차별화해 손쉽게 재활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국회에서 새누리당(비주류)과 합작해 탄핵소추를 의결한다고 해도 또 난점이 생긴다. 진보당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산시키는 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심판하는 것이다. 사실상 범국민적으로 정서적 탄핵을 선고 받은 박근혜의 임기 중단 결정을 헌법재판소에 맡긴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 상황에서는 박근혜의 형식적인 위법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압력도 커질 것이고, 검찰은 비협조적일 것이고 운동은 최순실 특검이나 국회 국정조사 등에 매달려야 한다. 세월호에서 이미 목도했듯 박근혜와 여당은 다시금 철저하게 방해하려 들 것이다. 지금의 기회를 만들어 낸 거리 투쟁은 주도권을 잃고 국회와 특검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상태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보다 박근혜가 더 바라는 상황이 있을까? 게다가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린다 해도 우파의 손을 빌리는 과정에서 박근혜 퇴진은 그 진보적 내용을 상당히 잃어버릴 수 있다.

이렇듯 국회 탄핵론과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한 퇴진론은 서로 충돌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단지 수단만 다른 게 아니라, 행위 주체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분노한 노동자·민중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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