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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1 민주노동당 10년, 진보의 전략은? 2

관련 기사: 민주노동당 10주년 기념 학술대회 - 진보정당의 미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민주노동당이 10년 됐습니다. 요샌 이래저래 위상이 떨어졌지만 한때 지지율이 20퍼센트에 육박한 적도 있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많은 진보 대중들의 기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분당 때를 빼면 개인적으로 제일 강렬한 에피소드는 바로 창당 첫해에 있었던 총선이었습니다. 그 때 전 울산 북구 선거운동에 자원해서 내려갔습니다. 울산 북구는 현대자동차공장이 있어 전설의 투사들이 인구의 다수입니다. 그래서 권영길 전 대표가 출마한 창원(을)과 함께 유일하게 당선 가능 지역으로 본 곳입니다.

그러나 현대차 조합원들을 볼 새도 없이 울산에 도착하자마자 정자동이라는 한적한, 그러나 풍경은 끝내주는 어촌에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원래 한나라당이 전통적으로 강세인 지역이었죠. 까막눈인 어촌 할머니들 대상으로 기호5번 대신 손가락 다섯개를 꼽아주며 왼쪽에서 다섯번째 칸이라고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개표 날, 출구조사 방송은 창원은 낙선, 울산 북구는 민주노동당 당선으로 나왔습니다. 새벽2시까지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 후보를 앞섰습니다. MBC 메인 방송에서 당선 인터뷰를 하고, 한겨레신문은 선거운동원들이 모두 만세삼창을 하는 '1면용' 사진을 찍어갔습니다. 그리고 새벽 3시에 제가 선거운동을 했던 마지막 투표소에서 대역전(패)극이 시작됐죠. 5백 표차 낙선!! 충격 두 배, 민망함 두 배, 분함 두 배 였습니다.

그 민주노동당이 10년을 버텼습니다. 원내 정당으론 7년째입니다. 그러나 지금 희망이 되질 못합니다. 분당은 계기인 것이고, 가치와 세력, 전략에서 대안을 만들지 못했습니다.(최근엔 정치 위기에 시달리는 이명박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10년 만의 최대 탄압입니다. ☞관련기사)

그래서 국제 진보정당운동의 경험을 돌아보며 전략 노선을 재검토할 주제가 창당10년 토론회에 반영된 것은 다행이었습니다. 유럽 사회민주주의와 라틴아메리카 21세기 사회주의 실험.

차베스가 대표하는 21세기 사회주의 모델은 유럽 사회민주주의 모델과 비교해 훨씬 더 급진적이고 투쟁적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온건한 의회 정치 전략인 유럽 사회민주주의 지지 대 급진적 대중행동을 함께 추구하는 라틴아메리카 21세기 사회주의 지지로 분명히 갈렸습니다.

둘 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토론자는 없었습니다. 다만, 정성진 교수가 유럽에서도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약화를 딛고 급진좌파정당들이 성장했다는 점을 들어 유럽 좌파에 온건 사회민주주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고, 그 점에서 전체 상황도 나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론 내용은 위의 관련 기사 링크 참조)

한국에서도 사회민주주의를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정치단체 등에선 제3의 길을 많이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현지 진보진영에서 워낙 평판이 안 좋아 국제적으로도 인기가 형편없습니다. 그러나 이날 유팔무 교수는 한국이 복지 등 여러 면에서 유럽보다 열악하므로 제3의 길 수준의 사회민주주의라도 추구하자는 게 결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전 그런 심정은 공감이 갑니다)

노동계급과 기층민중 정체성도 버리고, 의원 입법활동이 중심이 도는 국민정당으로 거듭나자는 겁니다. 노동자 경영참가 제도 같은 게 도입되면, 투쟁도 필요 없다는 겁니다. 저는 유 교수 주장을 보면서 사회민주주의야말로 '소망'의 정치, '공상'의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 교수는 집권이야말로 '선'(善)이라고 했지만, 집권이 개혁을 보장해 주지 못합니다. 심지어 말로만 서민 개혁을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조차 우파들에게 탄핵의 수모를 겪고, 결국 집권 3년차에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말하기에 이릅니다. 완전 항복선언이었던 거죠.

자본주의에서 지배계급은 대기업의 소유주와 대주주 들입니다. 그리고 이 이너써클 출신이거나 이 집단의 후원을 받는 정치인, 행정관료, 사법관료, 군부의 장성 들이 폐쇄적 주류 지배계급 집단을 이룹니다. 

그들의 힘의 원천, 즉 자본주의의 절대반지는 대기업들의 이윤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국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합니다. 지금처럼 기업 이윤(수익성)이 충분하지 않을 때 저들은 노동계급에게 양보하고 개혁과 변화를 제공하기는커녕 그나마 과거의 개혁들을 되돌리려 합니다.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 기업 수익성에 해가 된다고 보면 정부도 괴롭힙니다. 그래서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부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한때 집권 도미노를 일으켰으나 지금은 모두 왜소한 상태로 밀려나 있습니다. 애초부터 시장권력에 굴복했기 때문입니다.

차베스 정부는 그 반대였죠. 사실 라틴아메리카에서도 1999년 차베스를 시작으로 유럽처럼 중도좌파들의 집권 도미노가 벌어졌습니다. 여기서도 중도좌파 정부 무력화 시도가 벌어졌죠. 

베네수엘라 지배계급 주류도 차베스 정부를 3번이나 전복하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차베스 개혁을 지지하는 대중운동이 이를 막아냅니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쿠아도르 등에서 활발히 벌어진 라틴아메리카의 21세기 사회주의는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지금 한국도 지배계급 주류가 후원한 이명박 정부가 집권해 각종 반동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 정치 위기 속에서 저항의 싹을 자르려 합니다. 심지어 중도우파 정당인 민주당조차 심심치 않게 거리 정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유팔무 교수의 제3의 길 찬양이나 온건한 의회정치 전략은 개혁을 성취하기엔 무력합니다. 물론 라틴아메리카의 21세기 사회주의 전략도 전진이 쉽지 않습니다. 지배계급의 권력 원천에 더 진지하게 도전해야 합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날선 토론이 진행된 만큼이나 앞으로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주제입니다. (틈틈이 민주노동당 10년을 쟁점별로 돌아보는 글을 쓰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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