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자본주의의 정상적 작동이 만든 비극이다
세월호 선원들 재판 과정에서 출항 당시 과정을 담은 CCTV를 보던 유가족들의 입에서 나온 것은 “여객선을 탄다더니 화물선이었어”라는 말이었다.(《세월호를 기록하다》, 오준호, 미지북스)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승객도 돈 벌어 주는 화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사람이든 물건이든 한 번에 최대한 많이 실어서 매출을 늘리는 것이 유리한 일이다. 게다가 2012년에 매입한 세월호로 수익을 올리려면 최대한 빨리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했다. 여객운송 업계의 불경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청해진해운의 돌파구는 무리한 증축과 일상적인 과적 운항이었다.
선주들이 돈을 내어 만든 해운조합 운항관리자는 평소처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안개 낀 밤에 출항을 허가했다.
20년이나 된 데다가 이미 증축으로 배 자체의 복원력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진 세월호였다. 예정 시간을 넘긴 뒤 출항하느라 급하게 과적을 하다 보니 그나마 고박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운 좋게 14시간만 버티면 되는 것이었다. 열악한 처우가 만든 무기력감은 선원들의 책임성도 무디게 만들었다.
이 전 과정에서 정부가 꾸준히 안전 규제를 해체해 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선령 규제 완화, 안전 감독의 민영화, 화물 고박 관련 검사 축소 등.
세월호가 출항해 사고가 나는 과정은 이 사회에서 흔히 보는 광경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돈을 더 빨리 벌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업들의 이윤 경쟁과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
무성의하고 형식적인 구조 과정을 봐도, 해경 지도부가 포함된 구조 당시 교신 기록은 이들이 제대로 된 구조 매뉴얼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려고 이 기록마저 나중에 조작해 검찰과 감사원에 제출했다. 검찰과 감사원은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세월호 항로에는 중형 함정이 배치돼 있었어야 했는데, 없었다. 전문 구조대는 이동 수단이 없어서 배가 다 가라앉은 뒤에야 도착했다. 구조의 민영화 자체가 책임 회피와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므로 구조 체계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적인 중복 투자로 보였을 것이다.
해경의 구조적 무능은 국가 자체가 ‘생명보다 이윤’이라는 자본주의적 우선순위에 따라 운영된다는 것을 보여 줬다. 구조의 골든 타임을 놓친 뒤에는 구조 작업을 일개 기업에 맡기고는 교신 기록 조작 등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참사 당일 진도 팽목항에 출동한 해경의 다수는 구조가 아니라 유가족 감시에 투입됐다.
평범한 사람들을 천대하고 이들을 위한 치안이나 구조에는 소홀하면서, 고위 통치자들을 보호하고 이런 계급 질서를 지키는 것에는 열심이며, 책임지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려는 모습. 우리가 날마다 보는 경찰 등 국가기관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세월호 참사는 자본주의가 ‘정상’으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이었다.
반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음모론들은 기획 학살설이든, 잠수함 충돌설이든 뭔가 일탈적 상황으로 세월호 참사를 본다. 음모론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상식에 기초해 있다. 그러나 상식으로 해석될 수 없는 사건이다 보니 자꾸 일탈적이고 음험하며 충격적인 원인을 찾게 된다.
물론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라는 상식적 생각이 현실에서 배반당했다는 배신감이 때로는 정당한 항의에 나설 근거가 된다.(태극기 소각도 그런 충격과 배신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국가는 법으로 폭력을 독점해 작동하는, 지배계급의 도구다. 자본주의 국가는 노동계급 소속 국민들에게 납세와 병역 등 의무를 강제하지만, 정작 복지, 민주주의, 노동권 등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의 의무라고 법전에 명시된 것들은 노동계급이 저항하기 전까지는 이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는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원래 그토록 잔인하고 비정한 체제다.
<노동자 연대> 147호 | 발행 2015-04-27 | 입력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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