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인사적폐청산 공약과 거리가 먼 인사


진정한 개혁과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사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개혁적’이라고 호평을 받은 인사들조차 특권형 부패 의혹을 받고 있다.

문재인은 대선 운동 기간에 ‘인사 배제 5대 기준(원칙)’으로 “논문표절·부동산투기·세금탈루·병역면탈·위장전입”을 제시하며 이를 저지른 인물은 공직 인선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개혁 인사’라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상조, 외교부장관 후보자 강경화, “탕평 인사” 성격이었던 국무총리 후보자 이낙연 등이 모두 위장 전입 문제에 걸렸다.

이들이 받는 의혹은 모두 특권층형 부패 의혹이다 왼쪽부터 강경화, 김상조, 이낙연

물론 위장 전입을 불법으로 규정한 주민등록법은 국가 통제적 법이므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해 볼 일이다. 하지만, 김상조와 강경화의 경우는 모두 자녀의 명문 학교 배정을 위한 특권형 위장 전입으로 보인다.

이낙연은 위장 전입 외에 뇌물 입법 의혹, 처(妻)의 그림 강매 의혹 등이 제기됐다.

강경화는 해명도 거짓이었다. 애초에 친척집으로 위장 전입했다고 했으나, 실제 위장 전입 주소지는 딸의 입학을 목표로 한 이화여고(강경화의 모교)의 재단 소유 아파트였다.

김상조는 위장 전입뿐 아니라 탈세를 위한 부동산 거래 허위 신고(다운계약서) 신고 의혹, 처(妻)의 부정 취업 의혹 등 다른 특혜 의혹도 번졌다. 재벌 개혁을 천명한 탓에 기업주들이 채근하는 ‘검증’ 시도가 혹독할 것임을 이해하더라도, 의혹의 성격이 전혀 개혁적이지 않고 해명도 부실하다.

국가정보원장 후보 서훈은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스스로도 “반민주 악법”으로 규정했던 테러방지법을 “[현행 법이므로 국정원이] 이행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문재인의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 폐지 대선 공약에 대해서도 “국내 정치와 관련된 수집 활동만 폐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조차도 국정원의 국내 대공수사권(사실상 국가보안법 수사) 폐지에는 반대했다. 그는 민주적 권리를 위협할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에도 긍정적이다.

사실상 새누리당 정권 9년의 국정원 적폐에서 무엇이 청산되는 것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서훈이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 중 맨 먼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주류 언론들이 예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청와대의 반부패비서관실 이인걸 임명도 문제다. 공안검사 출신인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측을 변호한 경력이 있다. 반부패비서관실은 노조 파괴 공작 박형철을 비롯해 반개혁적 인물들이 집결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인사의 부패 행위들이나 공약 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진보진영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미디어 오늘>은 <한겨레>의 이낙연 의혹 추가 취재가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취재 내용은 이낙연이 부패한 결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노인회의 간부에게 의료 사업도 지원했다는 의혹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들에 침묵할 뿐 아니라 심지어 덕담하기에 바쁜 일부 진보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수년 전 노동운동의 정치적 독자성과 전투성에 해를 끼쳤던 “전략적 야권연대”가 “전략적 여권연대”로 변신해 등장한 느낌이다.

그러나 정작 문재인 정부는 진보·좌파, 노동운동과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동맹에 충성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 출신자들은 입 닥쳐라

조중동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이낙연 총리 후보 등의 인준에 반대한다. 부패한 후보들이라는 것이다. 개도 웃을 일이다. 총체적 부패로 여당 지위를 뺏긴 지 겨우 두 달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내각 임명 당시를 돌아보면, 위장 전입은 기본이고 부동산 투기, 전관 예우 특혜, 탈세 등 “걸레 경연대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지자체 공금으로 향응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때는 총리 후보인 한승수와 환경부 장관 후보 박은경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복지부 김성이는 공금 유용 의혹, 통일부 남주홍은 부당공제 의혹이 터져나왔다.

해명도 뻔뻔했다. 박은경은 청문회에서 땅 투기 의혹에 “땅을 너무 사랑해서”라고 했다. 결국 고려대 총장 시절부터 오물 덩어리였던 교육부장관 후보자 어윤대와 박은경, 남주홍 등이 임명 전에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도 못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초기 낙마자가 너무 많아 인수위를 두 달 넘게 하고도 취임 한 달 후까지 내각 회의를 열 수가 없었다. 박근혜는 정권 4년 동안 총리를 3명밖에 기용하지 않았는데, 인사청문회를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관 예우 특혜, 탈세, 직위 이용 축재 등 이유도 전형적인 특권층형 부패였다. 심지어 미래창조과학부 김종훈은 CIA 요원(첩자) 의혹을 받고 낙마했다. 이때는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 여당이었는데도 내각 임명이 뜻대로 안 된 것을 봐도 얼마나 썩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초대 총리 정홍원은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는 모양새로 물러났으나, 후임자가 낙마해 다시 돌아와야 했다. 이완구는 성완종 리스트로 두 달 만에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에 진보 쪽 비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이런 썩어빠진 정권 출신자들이 정의의 대변인인 양 떠드는 가소로운 꼴을 보게 된다.


전두환 미화·찬양 이낙연은 총리 자격 없다

현직 전남도지사인 이낙연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우파와도 우호적으로 지내 왔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민주당 정부 때 중용됐다.

김대중 정부 때 민주당에 영입돼 국회의원이 됐고, 이후에는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을 지냈다. 민주당이 쪼개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리될 때 민주당에 남았지만, 노무현 국회 탄핵에는 반대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무기명 투표).

호남 배려와 중도 성향, 노무현과의 인연으로 총리 후보가 됐다. 하지만 부패 의혹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노인회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두 차례나 발의했다. 그 기간에 대한노인회 간부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도 풀린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낙연이 <동아일보> 기자 시절, 전두환을 미화·찬양하는 보도들을 한 것이다. 하나만 예로 들자. 1981년 2월 5일 한미정상회담 등 전두환의 해외 순방을 평가한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한미 관계의 정상 회복 선언 자체가 큰 결실 … [우방] 국가들이 그동안 한국에 대해 보여왔던 굴절된 태도들은 이제 적어도 침묵되거나 아니면 선회하는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굴절된 태도”는 전두환이 쿠데타와 광주항쟁 진압이라는 위험을 무릅썼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두환 정부를 곧바로 한국의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 강대국들의 위선이고, 금세 인정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이런 제스처 동참을 “전통 우방의 대한(對韓) 태도에 훈풍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할 일인가?

△언론인이 대량 해직될 때, 자리를 지키며 출세길을 열려고 한 이낙연의 전두환 미화·찬양 기사(1981.2.5)와 광주항쟁 당시 〈전남매일〉 기자들의 항의 선언문(1980.5.20)(사진의 비석은 광주의 광주항쟁 기념 묘역에 있다.)

또한 이런 “전비어천가”를 늘어놓았다. “전 대통령의 방미가 대외적으로 얻은 수확들이 국내에 투영했을 때 그 결과는 승수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고 보면 전 대통령 방미의 결산은 대외 계정보다 오히려 대내 계정에 더 큰 수치를 올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생업이 즐거워졌다」는 일부 성급한 보도가 나올 정도이고 보면 이 같은 계산 방식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체제 동포의 모국 방문을 보장하겠다”, “나는 군사 정부에 명백히 반대하는 사람이다” 등 재미교포들 앞에서 전두환이 내뱉은 흰소리들도 미화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 재미 교민들이 모국에 대해 갖고 있는 거리를 좁혀 「민족 대화합」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 같다.”

주류 언론들이 이런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우파 언론과 친민주당 포퓰리즘 언론들이 모두 나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사실을 외면하는 듯하다. 오히려 일부 언론과 문재인 지지자들은 이를 찾아내어 따지는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매도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사다. 이낙연의 이런 경력은 거대한 촛불 운동 뒤에 등장한 정부의 첫 총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인물을 호남 총리라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5월 광주 정신에 대한 모독이다.


공약 뒤집기

주요 인선에 문제가 생기고 심지어 문재인의 고위 공직자 인선 기준에 어긋나는 일이 생기자, 26일 비서실장 임종석이 사과했다.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29일 문재인도 “양해를 당부[했다.]”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 … [물론] 그때그때 적용이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되어서도 안 될 것 …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의 말 모두 개혁적 공약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음을 함축한다. 그래서 인수위 과정 없이 출범해 시간이 부족했다는 문재인의 해명이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급히 마련한 새 인사 기준은 가령 위장 전입과 관련해 이렇다.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는 위장 전입자를 후보자에서 원천 배제한다. 그 이전은 부동산 투기 건만 배제한다. 문제가 된 딱 세 명을 구제하는 내용이다. 세 명 모두 2005년 이전 건이고 자녀 교육 목적이었다. 애초 위장 전입이 주민등록법 위반 문제라면, 2005년 7월이 기준이 될 논리적 근거가 없다. 일반인들은 위장 전입이 들통나면 지금도 처벌받는다.

문재인 정부 인사의 이런 약점들은 이 당의 기반이 구 여권과 마찬가지로 지배계급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제1선호 정당인 구 여권에 비해 제2선호 정당이므로, 정도는 좀 덜해도 지배계급의 부패한 네트워크 속에 포함된 인물들인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 계급의 표를 얻으려고 낸 포퓰리즘적 공약들도 ‘국정 운영은 다르다’며 뒤집을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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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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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 ☞ http://enlucha.tistory.com/422


박근혜식 법치주의의 앞잡이가 되려는 황교안은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안보·사회질서 교란세력, 서민 권익 침해 범죄에 엄중히 대처해 법은 언제나 지켜진다는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의 앞잡이 구실을 했던 황교안이 ‘서민 권익 침해 범죄에 엄중히 대처’할 거라는 말은 이명박이 ‘4대강 사업을 반성한다’는 말 만큼이나 황당한 얘기다.


황교안을 삼성X파일 수사를 맡아 삼성과 검찰의 고위 관련 인사들은 모두 불기소처분하고, 이 정경유착 비리를 폭로한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전 의원은 기소한 당사자다.[각주:1] 


검찰 퇴직 후에는 삼성, SK 최태원 부정 사건 따위를 맡는 [그 자체로 1퍼센트 수호 세력인] 대형포럼 태평양에서 월 1억 원씩 보수를 받으며 전관예우 특혜를 누려왔다. 


황교안에게 법은 사회질서 교란세력을 척결하는 수단일 뿐이다. 이를 포장하는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이란 담론은 모두 1퍼센트 특권세력의 기득권 질서 수호의 다른 말일 뿐이다.


황교안은 국가보안법, 집시법 해설서를 개정판까지 내면서 반동적 해석을 매뉴얼화해 온 자다.


《국가보안법》개정판(2011)에서는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으뜸이나 본바탕이라는 뜻)법”이라고까지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이적행위 요건이 성립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한 고찰>(2005)이란 논문에서는 노동조합 쟁의행위가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개선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된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처분가능한 범위 내의 사항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아무리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도 노동관련 입법과 관련한 파업은 무조건 불법이라는 것이다. 직접적 사용자인 기업주가 처분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정당성이 없다. 그 파업은 사유재산 처분권에서 유래하는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노동조합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될 것이다.


《집회·시위법 해설》개정판(2009) 서문에서는 2009년 용산참사 강제진압의 주원인이 “농성자들의 … 불법·폭력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본문에선 개정판 출간 당시 위헌 논란 중이던 야간집회 금지 조항은 “합헌”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집시법이 4·19 혁명이 야기한 사회 혼란을 “5·16 혁명”이 바로 잡으려고 만든 법이라고 말하는데, 집회에서 폭력이 벌어지면 참가자 모두 공범이라는 공동정범 이론의 지지자다.


황교안의 “법 질서”는 “약자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을 때는 침묵하던 법이, 견디다 못한 약자가 그걸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뒤늦게 개입하여 약자만을 처벌”하는 바로 그 법 질서다.


황교안은 지금 전관예우와 세금포탈로 재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을 해명 못 하고 있다. 이런 황교안이 “법의 신뢰” 운운하는 걸 듣고 있자니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다




  1. 이런 자가 명문 경기고 동창이란 이유로 노회찬 전 의원에게 10만 원 후원금을 보냈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명문 학벌 인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일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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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레프트21>15호 "법 질서 확립? 너나 잘하세요~"


엊그제 113명의 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일방 표결로 정운찬이 국무총리가 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가 "한나라당이 똘똘 뭉쳐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제2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반대파에 대해선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겠다는 겁니다. 청문회를 글로 배운 정운찬이나 서양식 아파트를 너무 사랑한 한식 전문가 백희영이나 자기를 처벌해야 하는 이귀남, 이런 자들을 그냥 그 자리에 앉히고 가겠다는 겁니다. (이런 내각이 친서민 내각? 그건 니 생각이고~)

정운찬의 총리 임명 반대는 단순히 정파적 반대 목소리가 아닙니다. 여론의 과반이 총리 임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정운찬과 나머지 인물들의 비리와 혐의들이 주류 특권층의 부패한 실상을 여지 없이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정당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죠. 상대적으로 특권층 기반이 적었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투기, 탈세 의혹으로 총리 후보가 낙마한 일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이 정권은 좀더 노골적입니다. 이들이 특권층의 3~4세대 들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커왔으니까요. 마치 "우리집은 가난해요. 아빠도, 엄마도, 집사 아저씨도, 정원사도, 식모도, 유모도......"하는 오래된 우스개소리처럼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 첫 내각 후보 중엔 "땅을 너무 사랑해서" 땅을 샀다는 환경부 내정자도 있었고, 유방암 진단에서 이상 무 판정을 받은 기념으로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 강남 30평 오피스텔인 청와대 비서관 내정자도 있었죠. 오세훈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11평 집에서 어떻게 발 뻗고 자냐?"고 말했습니다. 도심에 30평대 '서민형' 오피스텔을 만들겠다면서 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머리 속에 떠올릴 수조차 없는 일들을 이들은 당연하게 저지르고 내뱉습니다. 점점 가벼워지는 유리 지갑의 월급쟁이 노동자들은 상상도 못할 탈세와 위법을 저지르고도 처벌은커녕 무사히 장관직에 안착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이 사회의 정치 체제에 대한 사람들의 냉소와 환멸은 커집니다. "그놈이 그놈" "있는 놈들이 다 그렇지 뭐" "니들끼리 다 해먹어라". 내각 인사가 있을 때마다, 또는 고위층 비리 사건이 날 때마다 듣는 표현들입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당장은 승리한 듯 보일지 모르지만, 더 깊은 곳에서 '통치'의 정당성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근시안적 '실용주의'는 주류 특권층이 독점하는 정치체제의 위기를 더 크게 만들 것입니다. (딱히 밀어붙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정부죠, 사실)

이 문제가 조용히 넘가는 듯 보이는 건 한나라당의 생각처럼 사람들이 망각하거나 그 몹쓸 추진력을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현실을 바꿀 가능성에 아직 확신이 부족하고, 또 바꿔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 사람들은 사회에서 맡게 되는 지위와 권한이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배웁니다. 처음부터 그런 일에 맡게 교육되고 길러진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다루는 일, 공장을 짓고 투자를 결정하는 일, 외국에 나가 협상하는 일 등.

그래서  '민중'이 스스로 운영하는 사회보다 선덕여왕 같은 좋은 정치인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주류가 가르치는 기성 교육은 4년에 한 번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만 국가의 주인이 되는 사회가 민주주의고, 이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반민주적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를 다스리고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죄다 "그놈이 그놈"이라면 도대체 누구로 바꿀 수 있습니까. 그렇다고 기름때 묻은 '공돌이공순이', 여염집의 '갑남을녀'가 장관을 하고 기업을 경영할까요? 이러니 "대안이 없잖아"하는 푸념에 빠지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경제가 망가지고, 4대강 예산은 복지 예산을 갉아먹으며, 갈수록 살기 더 힘들어지는 현실을 보면, 쟤네들이 썩 그 일을 잘 하는 것 같지도 않네요. 조기 영재 교육 받아서 영어 백날 잘해 봐야 소고기 협상처럼 하고 온다면 특권층의 지위와 능력을 존중한다는 게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런 자들이 자기들이 만든 법적 의무조차 안 지키고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용해 배를 불려 온 자들이라면 말입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구호로 의회 체제와 타협하고 왕제를 유지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 표현을 빌어 고위 공직자 시비에서 드러난 이 나라 주류 특권층의 구호를 요약하면, "통치하고 군림하되, 책임지지 않는다"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제대로 '잉여' 존재인 겁니다.

그렇다면, 공장을 실제로 돌리는 노동자가 공장을 경영하고, 여염집의 갑남을녀가 경제와 사회, 정치에 대해 뜻을 모아 결정하는 게 그리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최소한 스스로 결과에 책임지는 결정들을 할테니까요.

또 어차피 사회가 돌아가는 건 노동계급 대중이 하는 일들 덕분입니다. 집과 도로를 만들고 제작과 운송을 기획하고 사회서비스를 관리하는 수많은 갑남을녀가 없다면 소수에 불과한 특권층이 뭘 할 수 있을까요.

냉소는 분노의 다른 표현입니다. 환멸과 냉소가 분노와 행동으로 바뀌는 데에는 불쏘시개가 필요합니다. 알리고 선전하며 대안을 주장하는 일, 즉 장작을 쌓는 일이 지금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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