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2.10 박근혜의 도발은 도박이기도 하다
  2. 2013.11.26 자유민주주의 낮은 기준도 저버린 마녀사냥

박근혜가 12월 2일 감사원장 황찬현, 검찰총장 김진태,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 임명을 강행했다. 


마침 그 시각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 지도부 회담이 열리던 때였으니, 도발적 인사로, 각종 개악과 고통전가 정책 강행 의지를 과시하겠다는 박근혜의 악의만큼은 확실히 전달된 셈이다. 


이번에 수장을 임명한 검찰, 감사원은 국정원, 경찰청, 국세청, 금감원 등과 함께 전방위적인 사정ㆍ사찰ㆍ억압 기능으로 정권의 통치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관들이다.  


박근혜가 이들에게 내린 지시도 의미심장하다. 검찰총장 김진태에게는 “어떤 경우라도 헌법을 부인하거나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생각 자체를 못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사상 탄압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박근혜와 강성 우익들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사상ㆍ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 등 민주적 기본권이 아니라] ‘자유시장’과 ‘사적소유권’ 보장으로 본다는 점에서 민영화 반대 파업 등 노동운동에 대한 강경 대처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가 감사원장 황찬현에게 지시한 것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공공부문ㆍ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부조리, 공직 기강 해이를 확실하게 바로잡으라.” 한 달 전 경제부총리 현오석도 공기업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공공부문의 파티는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또 예산안 통과 등에서 국회에서의 여야 합의 처리라는 일각의 기대를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이미 감사원장 임명 동의안을 단독 처리했고, 날치기를 어렵게 해 놓은 국회선진화법을 흠집내기 시작했다. 


교체된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팀이 또다시 1백만 건이 넘는 트윗을 공개하고, 천주교 사제들 일부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 반동의 기치를 세운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날로 악화되는 경제ㆍ안보 상황에 대한 우익의 신경질적 인식이 있다. 국가 재정 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중국과 미ㆍ일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어도 문제로 한국 지배자들도 당사자가 되면서 군비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우익을 극도로 예민하고 참을성 없는 상태로 만든다. 계급 지배 질서가 손상되지 않도록 반대자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나오는 까닭이다. 


냉전 초기와 ‘테러와의 전쟁’ 같은 대결적 대외 정책기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국내 억압을 강화했던 것이나, 1998~99년 경제 공황 속에서 오히려 김대중 정부가 국가보안법 탄압과 노동 탄압을 강화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온갖 반민주 퇴행과 복지ㆍ경제민주화 공약 파기, 국가기관 대선개입 폭로 속에서도 우리 편의 저항이 시원찮았던 것도 박근혜가 다시 채찍을 쥐는 데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이 분노와 행동으로 폭발하지 않은 것은 ‘올해 국회 법안 처리 0건’에서 보듯 의도치 않게 개악 드라이브가 지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조바심을 내며 우익적 공세의 고삐를 쥐는 게 이 정부에게도 도박인 이유다. 


이런 역설과 모순 속에서도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것은, 저들이 말하는 ‘국민적 여론’이 바로 자본가들의 여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은 정부와 여당이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등에 강경하고 신경질적으로 나올 것이다. 각종 개악을 연말 정기국회에서 밀어붙이려 할 수도 있다.


노동운동이 위축되지 않고 정부의 공세에 단호한 의지와 전투적 태세로 맞서며 불만의 초점 구실을 한다면,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진보운동가들은 당면한 노동자 투쟁들을 적극 지지하며 노동자 연대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 <레프트21>117호에 실린 글.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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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재판

자유민주주의의 낮은 기준도 지키지 않는 마녀사냥 중단하라




11월 12일 내란음모 의혹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국가정보원의 녹취록 왜곡이 2백72곳이나 되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전수행”이 “성전수행”으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는 “전쟁을 준비하자”로, “전쟁 반대 투쟁을 호소”는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로 바뀌었다. 


국정원은 “의도가 있거나 왜곡을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양심의 자유를 무시하는 자들이 자신들의 양심은 그냥 믿으라니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이런 부실한 증거들을 가지고 법무부는 ‘RO’가 통합진보당의 지도그룹이라며 위헌 정당 해산 청구까지 했다.


결국 지금으로선 경찰 첩자 구실을 한 자가 제공한 동영상ㆍ음성 파일, 증언이 검찰이 유죄라고 내놓은 거의 유일한 증거다. 이는 국정원의 핵심 방식이 침투와 파괴 공작이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내부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전 국정원장 원세훈) 


침투 공작은 직접적으로 운동과 조직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 내부에 불신과 공포, 회의감을 조장해 간접적 파괴 효과도 낸다. 야비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비도덕적 수단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국정원은 개인의 곤란한 사정을 이용해 교활한 협박과 매수로 첩자 구실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저들이 침투 파괴 공작을 해서라도 단죄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일부 지도자들이 친북 사상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진보당 자체는 의회민주주의의 규칙을 따라 선거를 통한 집권을 추구해 왔다. 이른바 RO 모임이 열린 지난해 5월경 진보당의 실제 강조점도 평화운동 건설에 있었다.  


그러므로 정부가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리고 진보당을 위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활동의 위법성 이전에 특정한 사상(양심)을 문제 삼는 것이다. 이 재판을 사상의 자유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사상 재판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이는 또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구속자들이 즉각 석방되고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재판의 진정한 쟁점


아무리 한계와 흠이 많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일지라도,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이든 친북 사상이든 말과 글로 표현할 자유를 허용해야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이 재판에서 ‘RO’의 실체나 조작 여부는 진정한 쟁점이 아니다. 내란이든 친북이든 내놓고 토론할 자유도 없는 사회를 어찌 민주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자유주의적일 수도 없다. 


최소한의 형식적 자유를 보장해야 자유주의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노동계급의 사상과 표현, 결사의 자유 보장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마녀사냥식 재판에서 유린되고 있는 것은 단지 입증되지 않은 친북 사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들 그 자체다.


박근혜의 우익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일부 훼손하는 것은 그들이 자본주의 계급지배 질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비롯한 경제ㆍ안보 위기 때문에 우익 통치자들이 더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퇴행이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무사 통과되기가 그냥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그렇기를 바라야 한다. 


결국 이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탄압이 궁극으로 겨누는 것은 계급지배 질서에 도전하는 사상과 운동들이다.



※ <레프트21> 116호에 실렸습닌다.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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