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칼럼은 이른바 진보적 자유주의 시각의 전형을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이 정부의 이데올로기와 공명이 있었다고 본다. 이번 칼럼도 문재인 정부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고언인 듯하다. 물론 친문 진영이 귀 기울여 들을 것 같지는 않다. 여야 모두에게 조국 임명 문제가 총선과 정권재창출을 위 한 권력 투쟁의 최일선이 돼 버렸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5&aid=0002932551
그래서 이 칼럼의 지적대로 조국 쟁점은 "블랙홀"이 돼 버렸다. 답정너 식 확증편향과 요설이 난무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를 통해 자기들 의제를 해결하려고 문재인을 지지해 온 진보측 일부도 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있다. 덕분에 이 쟁점에서 운동은 분열해 있다.
조국 쟁점의 핵심 진실은, 상류층 집단이 자신의 계급 지위를 물려 주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갖 거래를 벌이면서도, 서민들에게는 도덕과 준법을 설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친문측 오피니언 리더들의 핵심 옹호 논리는, 누구나 신분 상승 또는 유지를 위해 허용된 제도 안에서 노력할 권리가 있고, 또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 않냐는 것이다.
계급 불평등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무감각한 이 논리는 그저 이 친문 진영의 인적 기반이 평범한 서민층이 아니라는 것만 드러내고 만듯하다. 사실 누구나 이재용이 되고 싶어 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그래서? 뭐? 그건 박정희, 전두환 때도 보장됐던 권리다. 합법이라고? 서민은 그래서 더 열받는 것이다. 계급간 소통의 벽만 확인해주는 사람들에게 실망하는 게 죄인가? 이명박근혜의 가장 큰 죄가 (노동개악 같은 계급 문제가 아니라) “불통”이라고 해 온 건 민주당 인사들이었다.
결국 서민층 사람들이 민주당에게 묻는 건, 당신들이 자한당과 다른 게 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자한당은 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냐고 묻는다. 공직의 자격을 묻는데, 상류층 개인들의 관행을 옹호한다. 정치에 문외한일수록 자한당의 기득권 정치인들과 민주당, 친문 셀럽들의 뻔뻔함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지는 이유이다.
그래서 피장파장 프레임으로 갈수록 우파에게 유리해진다.(이것의 달인은 박근혜다. 이명박의 민간인사찰 폭로 나오자 박근혜가 자기는 이명박은 물론이고 노무현한테서도 사찰당했다며 물타기해서 우파 단결을 유지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지지층을 분열·와해시키는 민주당의 프레임은 박근혜에 비하면, 아마추어다.)
이제 검찰 수사로 조국 문제는 또 새로운 국면이 됐다. 당장은 조국에게 불리해 보이지만, 합법/불법 문제로 프레임이 옮겨지면 어쨌거나 방어할 전선이 좁혀져 덜 불리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 같은 국면에서는 검찰 수사가 어디로 불똥을 튀길지 미리 알기가 어렵다. 더 확실한 건, 검찰 수사 개시로 말미암아 조국의 임명은 기정사실이 됐다는 것이다.
조국 이슈는 당분간 계속 "블랙홀"일 듯하다. 저들에게는 권력투쟁 이슈라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서민층 청년들에게는 계급 불평등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야 모두 그것을 해결할 의지와 역량을 못 보여 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계급 문제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에도 건져야 할 교훈인 듯하다. (8.27)
물론 개중 좀 민감한 인물들이 문제는 “(경쟁) 기회의 평등(과 경쟁의 결과는 각자 감수)”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이라고 뒤늦게 고백했다. 여러모로 뜻밖이다. 결과의 평등 추구론을 (제3의 길 노선에 입각해) 반대해 온 게 친노들이었기 때문이다.(“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가 바로 이 제3의 길 노선의 압축적 표현) “결과의 평등”론은 전통적으로 분배를 중시한 사민주의 담론이다.
지금 국면에서 결과의 평등이 문제라는 담론은 제3의 길식 기회 평등론보다는 진일보하지만, 원천적인 기회의 불평등(권력의 원천, 근원적 평등에 접근할 기회) 문제는 덮어버리자는 취지로도 들린다. 그러나 결과의 평등도 필요하지만 계급 문제는 근원적으로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기회의 평등(마르크스주의적으로 표현하면 생산수단의 통제에 접근할 기회의 평등) 문제다.
결국 기회만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도 중요하다는 최신 담론은, 진일보와 함께, 결과에서 좀 양보할 테니, 원천의 기회 문제(즉 조국의 위선과 합법적 특권 문제)는 덮자는 것이다. 얄궂게도 자신들의 실체가 폭로돼 위기에 몰리자 진일보한 담론을 내놓고 양보하겠다는 것이다.(8.29 본문에서 따로 빼서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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