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대통합연석회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7.15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알아야 할 것들 2 4
  2. 2011.06.09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평가와 과제
이정희 대표는 노동자 진보정당의 대표답게 행동해야 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713일 유시민과 함께쓴 책의 출판기념회 참가 여부를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고민을 토로했다.

이 보도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 출판기념회가 문제가 된 것은 진보정당의 대표로서 적절한 행보냐가 쟁점인데, 당기구나 당원게시판이 아니라 왜 페이스북에서 여론을 수렴하는 척하냐는 것이다. 그것도 출판기념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 말이다.

여러 당원들이 당대회 때도 국민참여당 문제로 질문과 의견을 많이 냈고, 당원게시판에도 비판적인 글들과 학생위원회 유시민 초청 논쟁이 벌어졌다. 당대표라면 당연히 당기구와 당원게시판에서 먼저 당원들의 의견을 듣고 묻고 토론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정희 대표가 당내 민주주의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의문은 이정희 대표의 개인적 행보를 보면서 더 짙어진다.

공개된 612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번 책의 출판 여부는 당 최고위원들도 몰랐던 듯하다. 이정무 <민중의소리> 편집장의 변으로는 이미 올해초부터 이 책의 기획은 진행돼 왔다.

이정희 대표는 이 책의 서문에서 “꽃길을 내고 길 폭을 넓혀 함께 걸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에게 보낸 610일치 공개편지에서도 빨리 국민참여당 합류 여부를 결정하자며 채근하기까지 한 바 있다.

그리고 국민참여당은 최근에 진보정당과 반 년 넘게 통합에 관한 대화를 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정기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지도부들은 반복되는 질문에 국민참여당과 통합 등 관계 문제는 당에서 공식으로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고 답했는데, 막상 당 대표는 국민참여당과 거리좁히기를 개인적으로 지속해 왔던 것이다.

사진 출처: 국민참여당 웹사이트.


이정희 대표는 이런 행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과거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의 본인의 경험이 그러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여에 반대하는 많은 당원들과 진보 활동가들이 문제삼는 ‘과거’는 단지 옛날의 안 좋은 기억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지향과 기반에 관한 문제이고, 현재의 정치적 과제 문제.


과거는 묻지 마세요?


울부짖으며 저항하는 국회 밖의 민중과 의사당의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내팽개치고 저들이 통과시킨 악법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정리해고 도입, 한미FTA, 비정규직 등 노동악법, 공공서비스 민영화, 국민연금 개악, 해외 파병 등 민주당 정권 10년이 만든 죄악이 이명박 정부의 도움을 받아 아직도 살아서 노동자·민중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는데, 이를 앞장서 해결해야 할 진보정당이 그들의 과거를 묻지 않는다면 어떻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배경에는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개혁 배신이 대중의 환멸을 낳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진보정당이 질적으로 그들과 다른 정치를 제대로 추구하지 못했던 대가로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기회로 바꿔놓지 못했다.

그래서 과거에서 진짜 배워야 하는 교훈은 진보정당이 자유주의 자본가당들 사이에 있는 차이를 흐리는 게 아니라 분명히 하면서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정희 대표는 [국민참여당이] 진보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어주신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한다.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 합의문을 승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과 국민참여당 지도부는 기존 진보정당들을 ‘계급적[이념적] 진보정당’이라고 부르면서 자신들은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한다고 선긋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정희 대표도 이에 동조했다. 그런데 유시민과 참여당 지도부의 이 용어법은 우리를 소수의 골방분자로 매도하려고 의도된 것이다.


계급 vs 대중?


계급정당과 대중정당은 대립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우리가 대변하고 설득해야 할 노동계급 대중이 17백만 명에 이른다. 집권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저들의 용어법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탄생한 민주노동당을 경멸하는 편견의 표출이고 진보대통합을 교란하려는 의도된 상징 조작에 불과하다.

유시민은 건방지게 진보정당에게 ‘정부에 반대하고 민주당과 차별화’하면서 투쟁하고 계급을 내세우는 ‘소수파 전략’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참여정부에 반대만 해서 한나라당이 살아나게 한 것에 진보진영도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보대통합 합의문에 동의한다면서, 이 합의문의 지향·정책과 정면 충돌하는 자신들의 강령을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어떤가. 노동‘계급’과 사회주의 ‘이념’을 포기하면서 진보대통합 합의문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강령을 바꿔 버렸다. 유시민이나 국참당 지도부의 같잖은 충고에 단 한마디도 반론하지 않는다. 국민참여당과 가까이 하려다가 당 안팎에서 반발이 생기고, 애초 기획했던 진보 양당 통합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국민참여당과 통합 논의 때문에 정작 자기 위치를 잃고 있는 정당은 어느 정당인가? 어느 당이 어느 당에게 끌려가고 있는가?[각주:1]

이정희 대표는 《미래의 진보》 서문에서 “참여정부가 시도한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진보진영이 참여와 비판의 방법을 고루 활용하며 정부가 개혁과 진보의 길을 강력하게 밀고 가도록 해야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과 마치 동전의 앞뒷면처럼 전체에서 잇닿아 있다”고 썼다.

얄궂게도 참여당 대변인이자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백만이 이 문구 그대로 이정희 대표의 말이라며 인용해 자기 트위터에 올렸다. 왜 그랬을까.

문제는 이것이 완전히 그릇된 평가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2005 정부에 참여해서 친노동 정책을 견인하겠다 그 무리수를 둬가며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지만,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직악법이라는 철퇴를 맞았을 뿐이다.

한미FTA와 제국주의 전쟁 파병,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한나라당과 대연정 운운하는 정부에 진보정당이 어떻게 참여하나. 노동자 농민이 집회 현장에서 경찰에 맞아 죽는데, 진보정당이 그 정부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 정부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가.


FTA 반대? 재협상?


이정희 대표가 그렇게 평가하는 까닭은 결국 연립정부를 꾸리자는 결론을 유도하려는 셈법일 것이다. 그런데 참여정부 실패에 진보도 책임있다는 평가야말로 유시민 등이 자신들의 반성(성찰)을 전제로 진보정치세력에게 요구하는 것이고, 저들이 반성 시늉을 했으므로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요구할 문제다.

저들의 반성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사실은 진보정치세력을 함정에 빠뜨리는 길이다.

연합을 고려하는 지금에도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후퇴하는데, 연립정부를 본격 추진한다면, 이런 압력은 통합 진보 정당이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투쟁을 가로막는 구실을 하게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왜 ‘한미 FTA 반대’가 당론인 당이 야권공동 요구 작성 때 ‘FTA 재협상’에 합의하는가. 야권연대를 하더라도 FTA 반대는 독자적으로 투쟁하고, ‘일방 비준 강행시 실력 저지’만 합의해서 그렇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지금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취하는 정책이야말로 기층 투쟁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정권 참여가 중요하다 해도 어떤 정권인지가 더 중요하고, 어떤 정권인지보다 노동 대중의 각성과 자주적 행동력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진짜 진보의 힘이니 말이다.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끌어들이는 것은 이 힘을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뜨려 마비시키는 길이다.

호위호식하며 민중을 억누르고 탄압한 참여정부 고위관료 출신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헛된 자신감 말고 기층의 대중투쟁을 조직해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다.

이정희 대표는 기층 민중의 투쟁의 전통을 이어받겠다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탄생한 정당의 대표라는 것을 다시 되새겨 한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웹사이트 당원토론방에 올린 글(☞ 바로가기)을 다듬어 <레프트21> 온라인 기사(☞ 바로가기)로 실은 것을 보완한 것이다.

참고: 이정희 대표가 알아야 할 것들 1 (☞ 바로가기)



  1. 국민참여당(과 민주당)과 연합하려고 그들의 문제점에 눈감는 행태는 마치 1920년대 제국주의 국가들과 우호적으로 동맹하려던 소련 지배자들과 코민테른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가 아이작 도이처는 당시 “코민테른은 동맹을 숭배하는 병에 걸린 듯했다”고 쓴 바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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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보대중의 단결투쟁 염원에 복무해야(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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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새벽,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에 (사회당을 뺀) 참가 단체들이 최종 합의문에 합의했다.

진보 대중 다수가 진보세력의 단결을 바랐던 만큼 연석회의의 통합 협상 타결을 환영한다.

최종합의문은 ‘새로운 진보정당’이 “세계 변혁운동의 이상과 역사적 성과를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 노동자·민중이 …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정치권력을 수립하기 위한 진보적 대중정당”이라고 밝혔다. 

새 진보정당이 진보세력의 단결에 기초해 이런 지향대로 행동한다면 노동자와 진보적 학생들의 투쟁의지를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합파인 진보신당 박용진 부대표 등이 최종합의문에 반발하는 것은 진보대통합이 단일정당론으로 포장된 민주당으로의 흡수통합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점만 봐도 진보대통합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보루를 지키는 데 더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 이랜드노조 수석부위원장 출신 이남신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전국적으로 이뤄진 이랜드투쟁을 지원한 핵심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노동자, 여성, 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이었는데 분당 후 지원대책위 체계가 무너졌다”며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부속합의문으로 채택한 ‘20대 주요 정책과제’도 진보세력이 쟁취할 실천 과제로 손색이 없다. 비정규직 해소, 무상의료, 무상교육, 투기자본 규제, 핵발전 폐기, 국가보안법 철폐, 해외 파병 반대, FTA 반대 등.

연석회의는 또 앞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과 개인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더 많은 진보 대중과 단체들이 합류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이 실질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제발 손에 손잡고 민주대연합으로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단결 염원

 
한편, 일부에선 결렬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쟁점들이 모호한 문구로 절충됐다.

최대 쟁점이었던 2012년 대선은 “완주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 선거연대는 … 신자유주의 극복과 관련된 주요정책들에 대한 가치를 확고한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앞뒤가 서로 안 맞는 절충을 시도했다. 연립정부 문제는 아예 합의문에서 빠졌다.

북한 핵 개발과 3대 세습에 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 등을 적극 추진”하고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문구로 정리됐다. 사실상 ‘새 진보정당의 주류’는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 운영 문제는 “패권주의와 분파주의 극복”으로 “당 조직을 공동 운영”하자고 절충했다.

사실 연석회의는 그동안 자신들이 정한 합의 시한을 계속 어겨왔다. 3차 합의문은 4월을 넘겼고, 최종합의문 시한인 5월 26일도 넘겼다. 쟁점간 이견이 워낙 첨예했던 탓이다.

일각에서는 난항을 겪은 책임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주류인 ‘경기동부’파에 있냐, 진보신당의 독자파와 사회당에 있냐에 분석의 초점을 두기도 한다.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2012년 대선 선거연대에 찬성하는 민주노동당 자주파와 진보대통합시민회의 등 연석회의 주도 세력들이 “독자 완주”를 주장한 진보신당을 압박하고 사회당은 배제하는 모양새였던 듯하다. 결과도 그렇게 됐다.

사실 연석회의 난항의 근본적 배경은 연석회의 주도세력이 진보대통합을 민주대연합의 부속물로 여기면서 연석회의 논의 구도 자체가 우경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분당 전 민주노동당에게 대선 독자 완주는 당연한 ‘전제’였다. 2007년 대선에서 기대보다 낮은 득표 때문에 민주노동당 안에서 책임 공방이 일고 분열로 이어졌지만, 논쟁 당사자 누구도 ‘독자 완주’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연석회의 주도세력은 ‘독자 완주를 기본으로 한다’는 문구를 “양보”라고 부른다. 일부는 민주당과 공동정부도 꾸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경화


연석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진보대통합 논의를 미루고 4·27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추구했다. 이런 태도들이 연석회의 안팎에서 좌파적 반발을 낳았다.

현대차 비정규직과 KEC에서 ‘민주대연합’ 의원단이 투쟁을 망친 것에 대한 비판도 늘었다. 전북 버스 노동자들은 손학규 낙선운동을 경고했다.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이갑용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출마해 민주노동당 후보와 경합했다.

연석회의 주도세력이 패권적으로 나온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였다. 좌파들과 현장 투사들의 반발을 피하려고 최종 협상은 밀실 협상으로 진행됐고, 이런 우경화와 패권주의를 비판한 ‘다함께’는 ‘반자본주의 단체라는 이유’로 연석회의에 포함되지 못했다. 진보신당과 사회당을 제외한 세력들이 사실상 담합해 두 당을 압박했다.

밀실협상은 불신을 더 증폭시켰다. 민주노총의  민주노총 임성규 전 위원장조차 “이탈자를 가속화하고 고립화하는 과정이 되고 있어 매우 불쾌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최종합의문이 연석회의 주도세력 입맛대로만 되지 않고 절충 형태를 띤 것은 바깥의 비판과 압력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극복” 문구가 4차 대표자회의에서 빠졌다가 최종합의문에서 “자본주의 한계와 폐해 극복”으로 다소 완화돼 되살아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급진좌파의 참여가 봉쇄됐기 때문에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좌파를 대변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진보신당 지도부는 일관성이 없었다. 오히려 애초의 원칙적 견해를 쉽게 포기해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지분을 보장받는데 더 관심있는 것 아니냐는 당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진보신당 독자파와 사회당은 그동안 야권 선거연대에는 거의 반대한 적이 없고, 주요 점거 파업을 방해한 야권 중재단에 진보신당 지도부가 참여한 것은 비판하지 않았다.

진보신당의 독자파 부대표들이 야권단일정당론자인 박용진 부대표와 함께 진보대통합 합의문에 반대 성명을 낸 것도 독자파의 일관성 부족을 보여 준다.[각주:1] 이래서 안타깝게도 독자파와 사회당의 민주대연합 반대 주장은 자주파에 대한 종파적 태도와 구별하기 힘들 때가 많다.


반북주의?


한편,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은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인권, 3대 세습을 비판하자는 견해를 ‘반북주의’라며 우파적 동기에서만 비롯한 것처럼 주장해 왔다.

진보신당 독자파 일부와 대통합파(복지파) 등이 북한 쟁점에서 우파 논리에 기대는 것은 사실이다. 최종합의문 발표 후 독자파 리더 중 한 명인 이근선은 우파 매체 <브레이크뉴스>의 칼럼 “진보신당은 종북정당에 연연하지 말라”를 당원 게시판에 올렸다. 대통합파인 최병천은 이를 지지했다.

김준수, 심재옥 등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회’ 위원 넷도 합의문 비판 성명을 내고 “미국과 남한의 가중되는 압박”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문제삼았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합의문에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를 포함하자고 한 것은 이런 압력을 고려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의 주범인 미국 제국주의보다 북한을 주로 비판·반대하는 것은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니다. 또 북한 지배자와 남한 민중 운동의 일부인 자주파는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핵에 철저하게 반대해야 하는 진보의 원칙에서 볼 때,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이나 핵개발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친북으로 비치는 걸 피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진보정당이 지향하는 대안사회의 모습에 관한 것이다.

북한은 노동계급이 민주적으로 사회를 운영하는 사회주의와 관계가 없다. 3대 세습은 바로 그런 비민주성과 억압성의 한 표현이다. 새 진보정당은 남북 양 체제 모두 반자본주의적으로 극복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은 새 진보정당의 지향을 다루는 것이므로 2008년 “종북 소동”과도 다르다.

민주노동당 자주파 등은 6·15 선언을 근거로 북한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6·15 선언은 남북 통치자들 간의 합의다. 각자 나라에서 민중을 억압하는 지배자들이 서로의 통치 질서를 인정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거꾸로 말해 북한 정권이 남한 체제를 인정했으니 우리도 남한 자본주의를 대안사회로 인정해야 할까.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진보정당은 달라야 한다. 이번 합의문은 진보신당은 물론이고 “북한 사회주의의 경직성”을 “극복”하겠다고 한 민주노동당의 기존 강령에서도 후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 자주파 일부(경기동부)와 이정희 대표가 북한 비판 자체를 모두 싸잡아 반북주의·반공주의 취급하는 것은 왜곡이다.

 

공동전선
 
결국 최종합의문은 핵심 쟁점에서 좌파와 현장 투사들에겐 불만족스럽게 절충됐다. 그래서 연립정부 반대와 북한 정권 비판을 요구했던 진보신당은 내분에 빠지는 듯하다.

다함께와 <레프트21>은 진보 대중의 단결 염원을 받아 안으면서도 첨예한 쟁점이 오히려 분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각 단체의 독자성을 보전하며 합의가능한 행동강령 중심으로 뭉치는 공동전선 형태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단일정당 형태를 취하더라도 운영 원리를 이를 반영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연석회의 주도세력이 새 진보정당을 우경화로 이끌어 가려는 상황에서 급진좌파가 개입하는 것에 더 유리한 것은 공동전선적 당 운영일 것이다.

연석회의가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는데, 연석회의는 그다양한 진보세력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급진좌파도 이 기회를 이용해 진보대통합이 민주대연합의 부속물로 추락하지 않도록 개입해야 한다.

성공회대 서영표 연구교수의 지적처럼 “진보대통합이 정치적 과정이라면 이미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과정에 개입하는 정치적 주체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그 성격과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석회의 주도세력도 민주대연합 따위를 일방적으로 추구하거나 추진위 개방을 국민참여당을 위한 장치로 만들려 하면 애써 마련한 진보대통합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다.

진보 대중이라면 누구나 한나라당 정권을 교체하고 싶어한다. 문제는 정권교체 자체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혁의 진정한 동력은 언제나 아래로부터의 투쟁의 힘이었다.

정권 교체는 대중투쟁의 사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만 의의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기업주와 관료, 사법부와 군부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 양보하도록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수단을 목적으로 여기는 것은 개혁주의의 고전적 사고방식이다.

또 민주당은 반MB 야권연대하자면서 한EU FTA 통과에 합의하는 등 이중성을 보여 온 것은 민주당이 대중의 표를 얻어야 하는 의회주의 정당이지만, 근본적으로 자본가계급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당과 연립정부로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몽상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과제는 진정한 사회 변화를 목표로 단결된 대중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래야 민주대연합 등 선거주의 압력을 이겨내고 진정한 사회 변화에 헌신하며 진보정치의 독자성과 대중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6.1)
  1. 이들은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정당을 만들려고 민주노동당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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