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오·김종훈·노회찬 당선인

계급투표에 힘입어 당선한 민주노총 전략후보들

노동자 투쟁을 위한 우렁찬 스피커가 되기를 바란다


<노동자 연대> 172호 | 입력 2016-04-18



20대 총선에서 진보·좌파 후보들은 거대 야당들의 압박 등 어려운 조건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특히 민주노총이 구심이 돼 ‘영남 노동벨트’에서 민주노총 전략후보들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한 것은 고무적이다. <노동자 연대>는 앞으로 4년간 의회에서 변화 염원 대중의 요구를 대변할 당선인들을 소개하면서, 진보·좌파 정치 운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공직 선거에서 진보·좌파 정치인들이 처음 전국적 주목을 받은 것은 1998년이다. 그해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김창현, 조승수 후보가 각각 울산 동구청장, 북구청장에 당선했다. “IMF 위기” 한복판에서 정리해고 등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이 곳곳에서 치열할 때였다.


민주노동당이 생겨서 치른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울산 북구와 동구, 경남 창원은(경남 거제를 포함해) 노동계의 핵심 선거구들이었다. 특징은 제조업 노동운동이 강력한 곳들이라는 점이다. 첫 지역구 국회의원도 이곳에서 나왔다.(울산 북구, 경남 창원을) 창원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대표는 노동계 최초로 지역구 재선을 이뤘다. 이곳들이 “영남 노동(진보)벨트”로 불리게 된 이유다.


그래도 이 세 곳에서 동시에 노동계 국회의원이 나온 적은 없었다. 울산 동구에서 노동계 인사들은 구청장은 여러 번 했지만 국회의원은 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세 곳의 동시 당선은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다.


민주노총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점이 더 상징적이다. 민주노총은 세 선거구에서 진보·좌파 후보들의 단일화를 이뤄냈고, 계급투표를 적극 조직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적극적 지지 속에서 세 당선자 모두 새누리당이 조장한 색깔론을 가뿐하게 이겨 냈다.


세 후보 모두 역대 최대인 5만~6만여 표를 얻었고, 새누리당 현역 의원보다 1만~2만여 표를 더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함께 경제 위기 고통전가 반대에 앞장선 조직 노동계급이 공식 정치에도 일정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검찰은 투표 다음 날 울산 북구 당선자를 압수수색하는 등 두 당선자를 겨냥한 선거법 위반 수사를 시작했다.


세 당선자 모두 월등한 지지로 더민주당 후보가 사퇴하는 단일화를 했다. 이런 당선 과정이 대선을 앞두고 전략적 야권연대(연립정부 추구)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전략적 야권연대 노선은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것이므로 진보·좌파 정치의 소생을 가능케 한 노동운동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의원직을 이용해 투쟁을 지원하고 연결하며, 그 요구와 대의를 대변하는 스피커 구실을 제대로 해야 한다.



△18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린 20대 총선 전략후보 당선자 3인 합동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창원 성산),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무소속 윤종오(울산 북구), 김종훈(울산 동구) 당선자가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이미진



울산 북구 윤종오 당선인


윤종오 당선인은 2002년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울산 북구 구의원을 하기 시작해 울산시의원, 울산 북구청장 등을 두루 거치며 노동계 정치인으로 성장해 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울산 북구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모바일 경선에서 정의당 조승수 후보를 누르고 단일후보가 됐다.


윤 당선인은 1987년 대투쟁 때부터 노동운동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노동자다. 1997년 개악 노동법 날치기 저지 민주노총 파업 때는 현대차노조 조직실장으로서 매일 집회 사회를 봤다.


윤 당선인은 울산 동구에서 당선한 김종훈 당선인과 함께 지방의원으로서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과 울산 건설플랜트 투쟁 탄압 등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2010년 북구청장이 된 뒤에는 구청 소속 공무원들에게 공무원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구청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부분 전환 등을 이뤘다. 새누리당 출신 울산시장의 압력을 이겨 내고 초등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를 관철해 냈다. 초중고 전면 실시를 못한 아쉬움을 초중고 무상급식법을 제정해 풀겠다고 공약했다. 울산의 현안인 월성 핵발전소 가동 중단 등 탈핵 입장도 분명하다.


윤 당선인은 노동자 국회의원임을 내세우며 노동 공약을 강조했고, 현대차노조와도 노동법 개악 저지 협약을 맺었다.


울산 동구 김종훈 당선인


김종훈 당선인은 2002년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울산 동구 구의원을 하기 시작해 울산시의원을 거쳐 동구청장을 지냈다. 김 당선인도 이 시절에 진보 정치인다운 행보로 지지를 넓혀 왔다.


김 당선인은 울산대 학생운동가 시절, 현대중공업의 1989년 1백28일 파업에 연대 활동을 벌이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과 건설플랜트 파업 탄압을 반대했음은 물론이고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과 한국 정부의 파병에도 반대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전 직전, 김 당선인은 이라크로 가서 전쟁 반대 활동을 벌이는 ‘인간 방패’ 활동을 민주노동당 이영순 전 의원 등과 함께 구상했었다고 한다. 구의원 시절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박일수 열사 투쟁 지원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동구청장 시절에는 직접 관내를 돌며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기동 행정’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당시 북구청장(윤종오)과 연합하고 울산시와의 충돌을 불사해 초등학교 고학년 친환경 무상급식을 관철시켰다. 비정규노동센터도 설립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현대중공업노조가 주도한 노동후보 단일화(노동당 이갑용 후보와 경선)를 거친 김 당선인은 노동개악 저지 등 노동정치 실천을 강조해 왔다.


경남 창원성산 노회찬 당선인


진보·좌파 정치인으로는 첫 3선 의원이 된(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함께) 노회찬 당선자는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이다. 민주노동당의 사무총장과 대변인 등을 지냈고, 진보신당 당대표와 정의당 당대표를 지냈다. 2010년에는 진보신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일한 진보 후보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무소속 손석형 후보와 창원 민주노총 조합원 경선을 해 단일후보가 됐다.


노 당선인은 촌철살인이 담긴 재치 있는 언변으로 노동계급의 마음을 잘 대변한 것으로 유명하다. 민주노동당 의원 시절, 이라크 파병 반대, 한미FTA 반대 등에 앞장섰다. 2005년에는 삼성그룹과 검찰의 유착 사실이 적나라하게 담긴 ‘X파일’을 폭로했다. 이에 대한 정치 보복성 판결로 결국 2012년 재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원직을 빼앗겼다.


그러나 이번에 노 당선인은 노동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노동정치 1번지를 새누리당에게서 탈환함으로써 정치적 복권을 이뤄냈다. 이 성과를 이어 노동 정치가 전진하려면,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대응한 투쟁들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


그런데 노 당선인은 최근 이런 방향과 배치되는 “진보정치의 세속화”를 주장해 왔다. 이상과 원칙만 앞세우지 말고 타협을 중시하는 개혁주의(‘현실주의’)를 솔직하게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가 ‘전략적 야권연대’ 노선 등에 이견이 없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계급간 타협을 앞세울수록 (경제 위기 시대에는 더더욱) 노동정치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그런 정치는 노회찬 의원을 만들어 준 노동자들의 바람에 제대로 부합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버니 샌더스의 돌풍은 진보·좌파 정치가 의회 바깥의 운동과 적극 융합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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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응답하라 1988’이 유행하더니, 88년 총선 결과(1여 다야인데도 여소야대가 된)처럼 될 수도 있다는 말이 현실이 돼 버렸다. 박근혜의 기를 모은 주문대로 당적만 봐서는 새로운 국회가 됐는데........ 

아성인 부산과 대구에서 탈당파 포함해 의석 3분의 1이 빠졌으니, 수도권 못지 않은 내상이다. 레임덕으로 아니 갈 수 없다. 이는 좌우 양쪽에서 박근혜 심판 투표를 한 결과로 본다. 왼쪽만이 아니라 보수층에서도 균열이 상당했다는 것. 이는 경제 상황의 악화 때문이라고 본다. 좌든 우든 정권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그럼에도/그러므로 ‘노동개혁’은 기업주들 대다수의 요구이므로 방식은 달라져도 멈추진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 더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새누리당의 요구에 부분 협조할 것이다.
우리 쪽은 좀더 좋아진 여건 속에서 좀더 오른 사기로 16일 세월호 집회를 잘 치르고, 메이데이 전국 집중으로 찍으며 투쟁 건설로 가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진보·좌파 정치 재편도 아마 본격화될 듯하다. 정의당과 울산 쪽이 민주노총과 논의의 주도권을 형성하겠지.


민주노총 전략선거구들 중,
울산 동구 김종훈, 북구 윤종오, 경남 창원성산 노회찬의 당선.
경북 경주에서 당선은 못했지만, 권영국 변호사의 짧은 기간 큰 성과.
이곳들 모두 핵심 기반은 금속노조.(상급단체 없는 현중 포함, 노파심에 말하자면, 경주에서도 금속 경주 없이 15% 상회 득표가 가능했을까?)
경제 위기, 박근혜의 ‘노동개혁’, 일자리와 미래 불안 등이 그 지역들에서 계급투표 결집을 상당히 이뤄낸 듯하다.
노동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지 않다. 허공에 떠다니는 담론들에 휘둘리지 말자.
....

아울러, 애초에 연합적 노동계 정당이 없이 진행된 선거에서 그런 당이 있었으면 있었을 그런 일(비례의 대폭 획득)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슬퍼하는 공상적인 평가도 말자.(울산, 창원 같은 곳에서는 진보·좌파 정당득표에서 손해를 많이 본 셈.)
무엇보다 비례의석이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10만 명 투표하는 선거구에서 3천 명 지지를 얻어야 3%인데, 이걸 모든 선거구에서 해 내야 비례 '1명' 생기는 것이다.
이게 활동과 기반의 누적없이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개혁주의 선거정치조차도 조직 노동자 기반 없이는 더욱 힘들다. 그러니 민주노총 우습게 본 집단들은 후회를 좀 해야 한다.

정의당은 정당투표 중간집계 보면 3월 여론조사 때 기세보다 (더민주당과 선긋기 부족, 물리적으론 지역구 후보가 너무 적은 것, 울산에 후보가 없는 것 등 여러 이유로) 뒷심이 부족했는데, 득표수로는 또 적은 게 아니다.(73% 개표에 1백20만 표를 넘어섰으니, 단순 산술 예측하면 최종 1백50만 표 정도) 많다고 할 수 없어도 노동계의 부분적 지지를 받은 정당으로서는 적진 않다.

배타적 지지를 받은 2012년 통합진보당 총선 정당득표가 219만여 표였다. 정의당이 잘 했다는 게 아니라, 그나마 기반과 누적된 활동, 인기있고 이름있는 진보정치인 등 요인으로 그나마 정의당에게 변화 염원 유권자의 정당득표가 나머지 당보다 쏠린 결과라는 말이다. 현재 나머지 세 당(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의 정당득표는 합쳐서 같은 개표율에서 약 30만 표로 2%가 안 된다. 그래도 산술적 추정치로 약 2백만 표 정도가 나올 것이다.
이는 2012년 진보정당(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 총득표인 2백50만, 2014년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총 2백23만 표보다는 줄어든 것이지만, 그동안 분열과 진보당 해산 등으로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졌던 얼마 전까지의 현실 등을 감안하면 그렇게 준 것도 아니다.(이번 총선에 줄었다기보다는 이전에 준 걸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번 총선 수준의 득표를 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 정도는 울산과 창원의 쾌거가 만회하고도 남음이 있다.


(추가) 그 뒤로 정의당 득표율이 좀 올라서 단순 계산 예상보다는 득표가 쪼금 더 늘었다. 애초에 예전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처럼 노동계급 정당득표를 수렴할 공식화된 대표정당 없이 분열 여진이 남은 상태에서 진행된 선거에서 진보/좌파 네 개 합쳐 2백만 표를 넘긴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대부분(4/5)이 정의당 몫이다. 득표율은 막판에 뒷심이 딸렸는데 득표수로만 보면 2년 전(지방선거)보다 갑절로 늘었다. 나머지 3당은 합쳐서 2%도 안 된다. 어떤 사람은 정의당이 너무 온건해서 그동안 박근혜에 대한 저항을 노,녹,민 3당이 대변해 왔다고 하는데, 그말대로면 반박근혜 저항이 2% 미만 지지를 받은 건가? 편견으로는 현실을 옳게(균형, 직시) 읽을 수 없다. 실은 정의당으로 상당히 수렴된 것이다.(각자 좌우 방향은 달라도 말이다.) 녹색당은 2년 전 것을 지켰고, 민중연합당은 긴급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인데, 노동당 결과가 좀 안타깝다. 분당 여진으로 2년 전보다도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울산 중구 이향희 후보의 선전은 축하한다.(2위라는 순위도 그렇지만, 2년 전보다 1만 8천 표가 늘었다.) 다음 재편 국면에서는 누가 봐도 민주노총, 정의당, 울산 무소속's가 주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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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개표 막바지인데 총선공투본에 참여한 네 당의 정당 득표를 모두 더하니 2백만 표가 조금 넘는다. 2012 총선, 2014 지방선거의 진보정당 합계와 비교해 조금 모자란 수치다.(여러 조건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그중 정의당이 165만 표를 넘겼다. 통합진보당 분열 후 치른 첫 전국선거인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광역별 비례득표를 더하면 전국에서 82만 표를 얻었다.(진보당 97만 표) 정당 지지가 두 배로 성장한 것이다. (관찰자의 마음이 무엇이든) 진보/좌파를 지지하는 변화 염원 대중이 정의당에 지지를 몰아 준 모양새가 됐다. 정의당에 대한 각자의 감정을 떠나서 좌파가 정의당 개혁주의에 균형있는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일부 진보/좌파 정당 지지자들이 비례 1석 획득을 우습게 알아서 좀 한심했다. 3%는 10만 명이 투표하는 선거구에서 3천 명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비례 1석 얻으려면 이걸 모든 선거구에서 해야 한다. 정당비례제도가 생긴 이래 지난 총선까지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한 정당에만 그런 비례 의원이라는 영광이 주어진 이유고, 분열한 2014년에 비례 지방의원이 팍 줄어든 이유다. 그러니 역으로 정의당의 선전은 설사 소극적이라도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지지와 노동 기반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니 실사구시, 균형있는 태도가 필요하고, 조직 노동자들의 박근혜 심판이 적지 않게 정의당으로 표현됐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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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야권연대는 노동계급의 발목을 잡을 뿐



<노동자 연대> 167호 | 발행 2016-02-17 | 입력 2016-02-17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월 26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정의당은 “연립정부 구성을 전제로 한 정권교체 연합을 구성”(1월 20일 심상정 대표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해 총선에 임하자고 주장한다. ‘전략적 야권연대’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심상정 대표가 이런 제안을 한 까닭은 “야권의 분열로 집권당의 압승과 장기 집권을 허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 후보 조정만을 위한 연대는 ... [단순한 이합집산으로만 보여] …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2014년 지방선거 성공 이후 각종 재·보선에서 야권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2014년 7·30 재보선이 대표 사례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근소하게 이긴 데다가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치러진 선거인데도 야권이 대참패를 당했다.



△범야권 전략협의체를 중심에 놓으면 오히려 개혁주의 정치의 운신 폭이 좁아진다. ⓒ사진 출처 정의당

이것이 대중이 전반적으로 우경화했고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입지가 탄탄하다는 표시였을까? 그 뒤 전개된 상황을 보면,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측근 부패, 세월호 시행령, 노동개악 반대 투쟁, 여권 내분 등으로 박근혜 정부는 거듭 (지지율 추락을 포함한) 정치 위기를 겪었다. 국정수행 지지도에서 부정적 답변이 절반을 넘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지막지한 공세를 펴면서도 “노동개혁” 문제에 1년 넘게 묶여 있다.


오히려 최근의 선거 결과는 박근혜에 맞설 정치적 수단으로서 현재의 제1야당을 사람들이 영 못마땅해 하는 현실을 보여 줬다.


민주당 세력은 박근혜에 맞서는 모양새를 취해 선거에서 반사이익을 얻어 보려고 했다가도 박근혜가 ‘한국 자본주의의의 이익을 해칠 텐가’ 하고 협박하면 금세 꼬리 내리는 일을 반복해 왔다.


이는 민주당이 비주류일지라도(이 때문에 포퓰리즘적 언사를 빈번히 발하기도 하지만) 지배계급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자체는 한국 자본주의가 직면한 경제·안보 위기 앞에서 (아무리 미워도) 박근혜 정부와 계급적 성격이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과 연립정부를 목표로 하는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스탈린주의는 인민전선 전략 때문에, 사회민주주의는 노골적인 위로부터의 개혁 노선 때문에 이런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구하곤 한다.


그러나 노골적 자본주의 정당과의 전략적 연대는 노동운동의 정치적 독립성을 크게 훼손시킨다. 계급을 초월한 동맹을 유지하려면 노동운동은 자본가들을 불편하게 만들 계급투쟁 방식의 저항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정치 활동의 주 무대가 국회와 부르주아 언론 노출로 옮겨지면 이른바 ‘국정 운영’ 경험, 언론을 다루는 수단과 노하우를 훨씬 많이 가진 기성 정치인들에게로 주도권이 넘어갈 공산이 커진다.


이런 상황은 노동자들이 경제적 힘을 사용해 투쟁하며 계급의식을 발전시키는 데 해가 된다.



배신적 타협과 불가피한 타협의 구분


 

심상정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음처럼 고충을 털어놨다. “진보정치는 선거 때만 되면 언제나 두 가지 상반된 요구에 직면해 왔습니다. 하나는 … 진보정치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선거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명령을 따르는 일입니다.” 야권연대 요구를 “국민의 명령”이라고 과장하는 것은 전략적 야권연대를 정당화하려는 용어법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선거구제 아래서 지역구 당선이 유력한 진보 후보들조차 민주당 등과 후보 단일화 압력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무시할 순 없다. 노동계 후보 간에도 단일화가 쟁점이 된다. 한쪽 후보가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구하는 경우다.


후자의 이유로 분열했던 창원 성산(2012년 총선), 울산 동구(2014년 구청장 선거) 모두 각각 낙선한 두 진보 후보의 표를 더하면 당선한 새누리당보다 많았다. 이런 경우 양측의 분열이 노동자들의 사기와 정치의식 고양에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다.


그 점에서 야권연대를 원칙으로 거부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경직된 태도일 것이다. 우리는 전술에서 불가피한 타협과 불필요한 타협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연대는 다음과 같은 전술적 야권연대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1) 어쩔 수 없는 경우에, (2) 공동 집권을 목표로 하지 않고, (3) 그저 특정 선거구(들)에 한정해, (4) 후보 단일화 수준의 제휴를 하면서, (5) 정치적 비판을 삼가지 않는 것은 완전히 정당한 사회주의적 전술이다.”(노동자연대 성명 2014.11.6)


총선에서 (1)을 부연하면, “각별히 반동적인 우파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조건에서 노동자들이 진보/개혁파로 여기는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선진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단일화 압력이 생길 경우”(같은 글)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창원 성산에서는 민주노총과 지역 진보단체들, 노회찬, 손석형 두 후보가 신속히 합의해 민주노총 창원 조합원들의 총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울산 북구(윤종오, 조승수)와 동구(김종훈, 이갑용)는 설 연휴 전후로 단일화 절차에 관한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민중단일후보 선출 후 이 후보들이 새누리당 후보들과 박빙일 때 더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문제는 남는다. 이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선출된 단일후보에게 일방적 행동의 여지를 줘서는 안 된다.


이 경우, 투쟁의 전진을 위해 불가피한 타협이냐, 배신적 타협이냐가 중요한 기준일 것이다. 대중이 단결해서 자력으로 싸우는 과정이 가장 효과적으로 계급의식과 자신감을 고양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선출된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는 완주를 기본으로 하고, 예외적 경우를 토론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이렇게 생각한다: “민중단일후보”의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를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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