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사실 이 판결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법원 판결 이후 노동자들이 사실상의 ‘체불임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건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중공업, GM대우 등 60곳에서 소송이 제기됐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 금액”이라고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 등 초과노동수당과 연차수당 등의 산정 기준을 ‘통상임금’으로 하고 있다.
즉, 지금의 통상임금 논란은 여러 수당의 산정 기준인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을 부당하게 빼서 임금 차익을 챙겨온 체불임금 문제가 그 본질인 것이다. 그동안 노동부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엉터리 해석으로 이런 도둑질을 도와 왔다.
그러므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 판결 때문에 최소 38조 5천5백9억 원을 써야 한다며 ‘기업 망하게 할 판결’이라고 저주하는 것은 완전히 적반하장이다.
38조여 원은 당연히 줘야 할 돈을 떼 간 체불임금이고, 그나마 임금채권 소멸 시효 때문에 3년치 적용 밖에 안 된 액수다.(3년 체불 24조 8천억 원) 이것은 기업주들이 적게 주고 더 많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일을 시키면서 도둑질한 노동의 댓가가 이토록 엄청나다는 말이다.
기업주들의 경영 능력이 아니고, 체불임금 떼먹고 오리발 내민 게 기업 성장의 최고 비결이었다는 말이다. 이 체불임금을 돌려주면 기업이 망한다는 말은 그동안 기업주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여했다는 말이 완전 개소리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판결을 새로 해라, 법을 바꿔라’ 하며 국회와 사법부 등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주들의 뻔뻔함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데, 미국에서 박근혜를 만난 GM 회장 댄 애커슨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협박했다.
문제는 정부다. 박근혜는 통상임금 “한국 경제 전체의 문제”라며 재벌들에게 해결을 약속했다. 4대악 척결한다더니 성추행 대변인 도피시킨 의혹을 받는 정부가 체불임금 떼 먹는 걸 기업 살리기로 포장할 기세다.
그러나 사실 대법 판결을 바꾸는 것은 삼권 분립을 허무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사법권력의 반발을 살 수도 있어 쉽지 않다. 그래서 집권당 차원에선 법 개악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슬슬 근로기준법 개악의 군불을 떼고 있다.
체불임금 떼먹어 기업 수익을 올리는 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인가. 헛소리와 추잡한 짓은 윤창중과 전동수 따위로도 충분하다. 박근혜와 기업주들은 역겨운 헛소리들 집어 치우고 당장 훔쳐 간 통상임금을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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