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우파적 공세로 전환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경제·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박근혜는 우파 결집으로 임기 초 정치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44일에는, 한때 대화 시도를 했던, 쌍용차 해고자 농성 천막을 폭력으로 철거해 버렸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38명이나 연행하고,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에게는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노동자가 죽든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 다음날 홍준표는 진주의료원 휴업을 발표했다. 


검찰과 경찰은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자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협박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종북 마녀사냥에 써먹고 있다. 새로 임명된 서울중앙지검장 조영곤도 “종북 엄단”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가정보원 권한을 강화할 사이버테러방지법도 발의했다.


주요 권력기관 인사에서도 ‘꼴통우파’ 인물들이 약진하고 있다헌법재판소장에 박한철이 임명되면서 법무부장관과 헌재소장이 모두 공안검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최근 박근혜가 추가로 지명한 헌법재판관 조용호도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보수파다. 5일 검찰 인사에선 전교조와 촛불시위 탄압 수사에 앞장섰던 자들이 대거 승진했다.


한편, <레프트21>이 예상한대로 박근혜는 통치력 회복을 위한 사정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국세청은 대기업 세무조사를 지난해보다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미 한국GM, LG, GS, CJ 등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삼성생명과 현대·롯데카드 등 재벌 금융사 조사를 3월말에 시작했다. 행정기관 감사도 곧 시작할 것이다.


물론 열심히 뒤진다고 대기업주들이 처벌 받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4ㆍ1부동산 대책’도 말은 서민을 위한 주택 대책이었지만, 실상은 처치 곤란의 집부자들을 돕는 조처일 뿐이었다. 국민행복기금의 본질도 채권자가 돈을 잘 받게 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로 지배계급 안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비판을 가로막는] 단속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를 수습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게 된 데에는, 위기의 요소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을 뿐아니라, 커지는 실망감과 반감이 옮겨 갈 대안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견제는커녕 대선 평가를 둘러싼 내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당들도 분열과 혼란이 이어지면서 아직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틈을 노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도 정작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 못하면서 예상보다는 고전하고 있다.


(※ 이번 4·24 재보선에는 재벌 특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출마한 김지선 후보나 한반도 평화와 박근혜 심판을 주장하는 민병렬 후보 등 진보정당 독자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것이다.


이처럼 야당들이 무기력한 탓에 얼마 동안은 박근혜의 정치 위기가 봉합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정부의 우파·친재벌 본색에 대한 반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진주의료원 폐쇄를 놓고 [속내는 별로 다를 것도 없는] 복지부장관 진영, 경기도지사 김문수, 경남도지사 홍준표가 서로 신경전을 벌인 것도 공공의료 후퇴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경제·안보 위기 탓에 이런 반감을 달랠 여유가 별로 없다. 게다가 사정 드라이브 과정에서 부패 추문이 폭로될 수도 있다.(최근 대기업 갈구기는 새로운 유착관계를 형성해 정권말에 터질 수 있다.) 


따라서 우파적 일방통행은 오래 못 가 반발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우파 본색은 박근혜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박근혜의 위기가 사라지지 않았으므로 단결해 싸워 얻은 작은 승리가 정권을 흔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변혁적 좌파들은 노동운동이 그 중심에 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 한반도 긴장 고조가 박근혜에게 유리하기만 할까?



한국 지배자들은 북한과의 냉전적 대결 구도를 핑계 삼아 국내 억압을 강화해 왔다그 중에는 1996년 판문점 총격 사건처럼 남북 지배자들이 뒷돈을 주고 받으며 짜고 친 사건도 있었다.


그러므로 탄압의 속죄양이 되곤 했던 진보진영 일각에서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남북 지배자들이 내부 단속을 위해 벌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이런 주장이 맞든 틀리든 진보진영은 국가적 위기를 빙자해 좌파를 속죄양 삼으려는 시도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면지금의 위기가 우파 지배자들에게 유리하기만 하다는 관찰은 일면적이다이런 생각은 자칫 한반도 긴장 고조의 심각성을 무시하거나박근혜 정부의 약점을 보지 못 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 질서가 중국을 견제하면서 벌어지는 것이다박근혜 정부가 선택한 대외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다오히려 미―중 제국주의 간 갈등은 한국 지배자들에게 곤혹스런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 자본주의는 그동안 중국 의존도가 커져 왔다수출의 4분의 1이 중국 대상이다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추구해 온 한국 지배계급 안에서 동북아 균형자론(미―중 간 양다리 외교론)이 한때 부각됐던 배경이다


이런 모순을 반영해 박근혜도 [인수위 시절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미국과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인수위 시절에는 미국보다 먼저 중국에 친박 실세 김무성을 대표로 하는 특사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는 위기 고조 속에서 한미동맹으로 기울고 있다. [사실 기울 수밖에 없다. 왜냐면] 한국 주류 지배자들은 미국 제국주의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 하위파트너로 성장해 왔다박근혜는 바로 그들의 대변자다


한편한미일 동맹 강화는 일본의 우경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대중의 반일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 지배자들에게는 이 또한 부담스러운 문제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복지를 삭감해 군비를 늘리고제주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것을 뜻한다일부 지배자들은 이 틈을 타 핵무장 야심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박근혜가 이명박과는 다를 것이라며 내세웠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만신창이가 됐다. 한편, 한반도 위기 고조 문제로 양극화로 박근혜의 [시늉 뿐인] ‘대화’ 제스쳐조차도 우파 지지층의 강력 반발을 낳고 있다. 


박근혜의 친제국주의 정책은 위험천만할 뿐만 아니라, 위기와 모순을 더 키우고 있다.




※ 두 글은 http://left21.com/에 각각 축약하고 다듬어져 실렸습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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