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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24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 박원순 선거운동

※ 시간이 여유있는 분은 서울시장 선거 관련 이전 글을 먼저 보시오. ☞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선출을 보며 ―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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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재보선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의 박승흡 강원 인제군수 후보와 진보신당의 민동원 서울 양천구청장 후보 등 진보 후보들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거꾸러뜨리길 진심으로 바란다진보정당 후보가 없는 조건과 1퍼센트 대변 정권 심판 정서를 전제로 했을 때, 박 후보는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을 만한 후보다.

19일 발표한 “서울시민권리선언”에서 박원순 후보는 집회ㆍ결사의 자유가 “시민의 권리”[각주:1]라고 밝혔다. “주거권 보장과 강제퇴거 방지”, “고용 안정과 적정 임금 보장”, “친환경 무상급식” 같은 대중의 요구도 “[서울]시의 의무”라고 약속했다.

박원순 후보는 선거 후반부에 “오세훈 전 시장은 이명박 전 시장의 아바타,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아바타”라고 비판했고, “나경원이 노동자 편입니까? 박원순이 노동자 편입니까?” 라고 노동자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온갖 비방과 인신공격과 색깔론은 역겨워서 듣고 있기 괴로울 정도. 어느 트위터리안의 말마따나, 그들의 인신공격은 시궁창물이 수돗물에게 비위생적이라고 하는 꼴이다. 

그런데 선거운동 전반부에 박원순 후보의 지지도가 다소 정체하는 듯한 것에는 이뿐 아니라 박원순 후보의 초반 선거운동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첫째,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입당을 거절한 대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주요 직책을 모두 민주당에게 줬다. ‘야권연대’에 충실해 왔던 민주노동당마저 반발해 철수할 정도였다[각주:2].


아쉬움


이는 박원순 후보의 정책과 메시지가 민주당의 포지션에 구속되는 결과를 낳았고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선본에서 잘 들리지 않는 효과를 냈다.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선 진보신당 후보를 빼고 민주당 후보와만 정책 협약식을 해 진보신당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親부자 反노동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 그런데 민주당은 과거의 뿌리와 현재의 행태를 볼 때, 심판할 주체가 못 된다. 새롭고 진보적인 세력이 나와서 이명박을 심판해 달라. 이것이 안철수 현상에 깔린 민심이다. 물론 여기서 안철수 교수가 이 과제에 적합한 세력이냐는 별개 문제다.

 

박원순 선본은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인 ‘교육연대’가 제안한 교육개혁 정책 협약을 곧바로 수용하지 않았고, 노동 부문의 정책 협약 체결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한미FTA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지금,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각주:3].

박원순 후보는 진보 진영에서는 금기시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해서 국가보안법은 “남용될 수 있다면 그 조항은 개폐되는 게 맞다”며 전면 폐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유럽 기준으로 치면 중도 우파”라고 자처하거나 “저는 천안함 북한 소행이라 믿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우파의 색깔론 공세 앞에서] 수세적으로 비춰졌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관계자가 “민심은 기성정당을 외면하면서 박 후보를 지지했는데 박 후보가 자꾸 엉뚱하게 민주당에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고 평했겠는가.[각주:4] 

박원순 후보가 부상한 것이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라는 점에서 이런 행보는 그 자체로서뿐만아니라 지지자들에게도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이 문제에 관한 기초 논의는 ☞ 
안철수·박원순 현상과 진보정당의 가능성)

둘째, 박원순 후보는 이 선거를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분명한 심판의 장으로 삼지 못했다. “잘한 것도 분명히 있다”거나 “시정의 연속성을 중시하겠다”는 논법도 부적절했다.

여기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박원순 후보가 추구해 온 대안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박 후보의 온정적 개혁주의는 재벌 기부와 사회적 기업 등 정부ㆍ기업과 협력ㆍ보완 관계로 일하는 “협치(거버넌스)”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지원 같은 청년 실업 대안은 나경원과 별 차별성도 없었다.

그래서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 후보가 “착한 시장 뽑기”에 나왔냐는 불만도 나왔다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박원순 후보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덕담으로 “원순씨가 참 온순하십니다. 좋죠?”라고 했던 말이 사람들에게는 덕담으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진보정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박 후보에게 표를 던지려는 이들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지지층에서 비판이 일고 지지율도 답보하자, 박원순 후보는 다행히 16일부터 “더이상 온순 원순 아닙니다” 하며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앞서 지적한 아바타 발언이나, 시민권리선언도 이때부터 공약으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진보 교육단체들의 요구도 공약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를 실망시킨 선거운동과 지지율 정체 기간과 선거운동 변화와 지지율 반등이 얼추 비슷하게 연동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1백 퍼센트 신뢰할 순 없지만, 그 추이는 내 주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걸로 보인다.

 

박원순 후보는 이제라도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더 선명하고 과감하게 이명박 정권과 나경원 후보를 비판하고, 급진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네거티브(무엇에 반대한다) 없는 포지티브(무엇을 추구한다)는 오히려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 지지자들이 바란 건 1퍼센트 정부와 후보를 무자비하게 비판하고 민주당보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진보 활동가들은 박원순 투표로 1퍼센트 정치세력 거부 흐름과 함께하며, 재보선 이후에도 한미FTA 반대 투쟁과 ‘99퍼센트 행동’ 등 아래로부터 운동을 지속하며 독립적인 반MB 진보 대안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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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애초 10월 18일에 쓴 글이다.  

  1. 집회를 위한 광장 개방이 “시의 의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선거 막판이 되자 다시 선대위로 복귀했다. [본문으로]
  3. 한국에서 2007년 이후 FTA 자체에 대한 입장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것이 돼 왔다는 점, 그 이유가 FTA는 복지 확대를 위한 정부 개입을 가로막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박 후보의 신중론은 큰 유감이다. [본문으로]
  4. 이 인터뷰는 오늘 오후에 추가한 것이다. 출처는 내일신문.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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