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에 관한 제 지난 글(아덴만 축배 뒤의 진실: 소말리아에서 철군해야)에 몇 개의 댓글로 몇몇 분이 반론을 폈습니다. 

길거리에 삥 뜯겨 봤냐, 그런 상황에서도 불쌍한 해적 운운하며 한가한 소리 할 수 있냐는 반론이 가장 많은 듯합니다. 쉽게 말해 한국 선박이 피해를 보는데 정부가 범죄자인 해적을 사살해서라도 한국 선박 구하는 건 필요한 일 아니냐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서 결과적으로 성공한 작전을 왜 비하하느냐, 정부가 또 돈으로 해결해야 하느냐 하는 반론성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 반론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첫째 답변은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성공했다고 문제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정부의 과장 광고 탓에 일부 사람들은 군사적으로도 불가능한 환상에 빠져 있습니다.

청해부대가 지금까지 한국 선박을 직접 호송한 것이 242회입니다. 같은 기간에 국토해양부가 밝힌 해당 수역 통과 한국 선박은 1천62 척입니다[각주:1]. 한 회에 여러 척을 호송한다고 해도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소말리아 해안선이 청해부대 작전 지역보다 넓은 데다가[각주:2], 1척의 구축함이므로 한국과 교대시 공백도 있습니다[각주:3]

게다가 강대국들의 함대가 소말리아 해역에 진을 치자, 해적들의 활동 범위는 오히려 인도양 전역으로 넓어졌습니다. 마치 풍선효과처럼 말이죠. 

그렇다고 한국 해군이 인도양은커녕 소말리아 해역을 완전히 평정할 능력이 되나요? 한국 자체로는 추가 파병이 불가능합니다. 여섯 개 뿐인 4천5백 톤급(이지스함 바로 아래 급) 구축함 중 하나가 그곳에 가 있습니다[각주:4].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청해부대는 한국 선박 보호를 위한 독자 작전이 아니라 대 테러 작전을 주임무로 하는 미군 제5함대의 연합해군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연합 함대의 일원으로 파병됐다는 겁니다.

군사작전이 최선이라는 논리대로라면, 최소한 구축함 한 척을 더 보내야 할텐데, 아무리 소말리아 해역이 중요해도 본토를 지키는 해군 전력의 핵심 구축함 가운데 3분의 1을 먼 곳에 보낼 수 있는 간 큰 나라는 없습니다[각주:5].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서해에서 북한과 군사적 긴장을 유발한 상태입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군사 강대국들도 유엔 결의안을 명분으로 함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해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유엔이 해적을 좇아 내륙으로 쳐들어갈 권리까지 결의안으로 채택했는데도 그렇습니다. 

청해 부대가 직접 해적을 물리친 작전도 이미 14회입니다. 그런데도 해적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왜일까요? 

선박을 호송 중인 청해부대 대조영함.(함은 계속 교체함) ⓒroknavy http://www.flickr.com/photos/roknavyhq/5055901829/


이번에 문제가 된 해적 13명(피살 8명과 체포 5명) 중 10명이 한 동네(푼틀란드 갈카요) 출신이라고 하죠. 부산에서 조사 받는 해적들은 유치장에서 세 끼 꼬박 나오는 밥에 “굿”을 연발하고 있다고 하네요. 소말리아 해적이 기업화했다 해도 그들이 생계 때문에 ‘해적’이 된 사람들이지 광기어린 테러리스트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간접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말리아에서 해적이 생겨나는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점은 사실관계만 확인해도 분명해 보입니다. 무리한 작전은 오히려 석해균 선장의 목숨을 뺏을 뻔했습니다.

둘째, 한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어느 분이 매번 한국 정부가 인질값을 내야 하느냐고 물으셨는데, 한국 정부는 단 한 번도 인질값을 지불한 적도 협상에 임한 적도 없습니다. 

인질값 협상은 모두 개인 차원이나 선박을 보유한 기업 차원에서 이뤄졌구요. 이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금미호 선원들은 여태 풀려 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미호가 영세 어선이라 배 자체로 이미 담보 대출을 받은 상태라 정부에게 몸값을 지불할 돈의 대출을 요구했는데도 정부는 거절했습니다. 이쯤되면 표현상 비약이긴 하지만, 돈 없다고 몸값을 열 배나 낮춰 준 해적이 더 인간적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대기업에 속하는 삼호해운의 선박만 구출해 주고 만 것입니다. 그나마도 무리한 작전[각주:6]을 펴느라 석해균 선장은 아직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그의 완쾌를 빕니다)

이쯤되면 결과적으로 성공한 한 번의 작전으로 정부가 할 일을 다했다고 칭찬할 것은 칭찬하자고 할 근거가 부족한 것 아닐까요?

셋째,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이중적 태도입니다. 국제상공회의소의 국제해사국이 낸 통계(2003~2008)를 보면, 소말리아와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 행위가 늘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인도네시아와 인근 말라카 해협 등이 훨씬더 많은 해적행위 발생지였습니다[각주:7]

그러나 유엔은 이 지역에 내륙 침입권까지 주는 각국의 해군 파견 결의를 한 바가 없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2003년과 2004년 해적행위는 빈도 면에서 2008년 아덴만보다 더 많습니다. 아덴만 해적이 늘기 시작한 2007년조차도 해적행위 숫자 자체는 그해 인도네시아와 비슷했습니다.

절대 규모에서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 행위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인데, 한국 정부(국토해양부) 통계는 이조차도 2008년 1~2분기에는 2007년 1~2분기와 발생 숫자가 같습니다. 의심스럽게도 유엔은 2008년 6월에 이미 소말리아에 해군을 파견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킵니다.(가장 폭발적으로 이 지역 해적 사건이 늘어난 것은 강대국 함대들이 온 후인 2009년 상반기입니다.) 

이런 차이는 해당 지역과 해당 지역의 국가에 대한 (유엔을 움직이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인도네시아와 그 주변국들은 서방 강대국들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죠. 

소말리아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른데, 하나는 정부가 붕괴한 상태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국에 적대적인 이슬람 정부가 등장할 뻔한(2006) 국가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소말리아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공격 대상이 됐죠. 미국이 소말리아를 폭격하고(2007) 미국의 사주를 받은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를 침공한(2006) 배경입니다[각주:8]



소말리아 자체는 별 것 없지만 그 지정학적 위치는 아라비아 반도와 마주보는 위치로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들, 중동 석유가 나가는 뱃길에 자리잡은 나라라는 겁니다. 이런 곳에 미국을 앞세운 서방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통제력을 유지·강화하려 합니다. 

유엔에서 내륙 침입권까지 확보하면서 소말리아 해안에 강대국들이 함대를 파견한 이유입니다. 

게다가 강대국들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석유가 계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최강대국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더 많은 군사기지를 바라고, 아라비아 반도를 마주 보는 소말리아도 좋은 후보지 가운데 하나입니다[각주:9]. 소말리아를 통해 아라비아 반도 특히 예멘을 경계하고[각주:10] 아프리카 내륙으로는 케냐와 수단 등에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넷째, 여전히 소말리아에서 가난한 사람들 일부에게 해적으로 살도록 하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해결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초 소말리아 정부의 붕괴는 미국과 소련이 부추긴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의 사주로 에티오피아를 쳐들어간 소말리아 정부는 패배하고 약화된 군사정부는 분열합니다. 이것이 내전의 시작이죠.'

아버지 부시가 보내고 클린턴이 지휘한 미군은 평화유지군이란 깃발 아래 학살을 자행합니다. 미군은 평화 구호 활동이 아니라 군벌들 간 내전에서 특정 군벌을 편들어 자국에 우호적 정부를 만들려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당시 미군은 아이디드라는 장군을 편들었는데, 어쩌다 아이디드가 고분고분하지 않자 이들과 미군이 싸우게 된 겁니다. 2006년에는 에티오피아 침공이 있었구요.

여기에 정부 붕괴를 틈타 소말리아 영해에서 다른 나라 배들이 어업을 하고, 각종 폐기물을 버리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죠. 연평도 식으로 치면 이들의 어업은 국경(영해선) 침범입니다. 이런데도 함대를 보내는 게 자국 선박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면, 저는 과연 누가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질을 하는 것이냐 되묻고 싶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0년대부터 ‘대양 해군’을 부르짖어 왔습니다. 한미FTA를 ‘선진통상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선전해 왔습니다.(이명박 정부는 ‘성숙한 세계국가’) 이런 목표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소말리아 파병과 군사력 과시가 제게는 한묶음으로 보입니다. 이 묶음은 전임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 모두 공유한 목표이고 믿음이었습니다. 

청해부대 소속 UDT가 삼호주얼리 호에서 작전을 실행하는 실제 모습. 출처: 자주국방네트워크(KDN) http://koreadefence.net/detail.php?number=1495&thread=22r01



자국 배는 4분의 1도 ‘커버’ 못 하면서 그 배나 되는 외국 선박을 호위한 것은 청해부대의 진정한 임무가 아덴만과 소말리아 해역, 그리고 인도양에서 미국 중심의 군사 질서에서 한몫 하는 걸로 그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한마디로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자신들의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전략의 하나로 소말리아에 가 있는 겁니다. 한국 지배자들은 ‘소제국주의’로 나아가는 듯 보입니다. 

따라서 저는 튀니지와 이집트인들이 보여 줬듯, 소말리아인들에게도 스스로 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미국이 침략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는 아직도 민주주의가 먼 얘기지만, 미국의 뜻을 거슬러 민중이 봉기한 튀니지와 이집트는 민주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저도 한국인 인질이 더 없었으면 좋겠고, 지금 잡힌 인질도 풀려났으면 합니다. 한국인 선원들의 생명이 소중한 만큼 같은 이유로 소말리아 민중의 안전과 생계도 중요합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부라면 인질값을 주고라도 선원들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적행위가 없어지도록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탐욕스런 개입을 중단하고 소말리아의 모든 해역에서 제국주의 군함들은 철수해야 합니다. 차라리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게 낫습니다. 차라리 정부가 금미호 선원들의 몸값을 지원하지 않는 걸 비판하십시오. 

국민의 세금을 먹는 정부가 국민의 안전에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 간접적으로 보면, 한국민의 위험은 바로 그 세금으로 미국의 침략 전쟁을 도우러 중동에 파병한 대가이기도 합니다. 그 파병으로 도운 것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고, 그것이 지금 소말리아를 망친 주범이니까요. 
  1. 이 시기에 대해 조선일보의 1월 25일자(인터넷에는 24일 밤) 사설은 “2009년 3월~2010년 10월 한국 국적 또는 한국인이 탄 선박 925척이 소말리아 해역을 통과했지만 청해부대 호위를 받은 경우는 13%인 120척뿐이었다. 게다가 소말리아 해적은 활동 범위를 인도양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본문으로]
  2. 청해부대의 호송 작전 거리는 아덴만 일부인 1천2백 킬로미터라고 합니다. 소말리아 해안선은 총 3천 킬로미터가 넘습니다. [본문으로]
  3. 해군은 6개월 주기로 교대하는 구축함 왕복에 총 8주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4. 그보다 작은 배는 장거리까지 나가 작전할 능력이 안 되고, 이보다 큰 이지스함은 단 두 척이라 나라 밖으로 보낼 수 없다고 한다. [본문으로]
  5. 지금도 돌아온 구축함의 정비 기간을 포함하면 몇 달은 두 척을 뺀 네 척만 운용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지금 인도 해군과 MOU를 체결하고 인도 구축함의 도움을 받기로 했죠. 그런데 이는 한국 해군도 인도 선박을 함께 호송해 주는 것이니 절대적인 대책은 될 수 없습니다. [본문으로]
  6. 한국 주말 언론 보도에 시점을 맞추려던 것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도 들긴 합니다. [본문으로]
  7. 이 지역에선 아시아지역해적퇴치협정이란 걸 맺었는데, 이 협정은 주변국들끼리의 협정이다. [본문으로]
  8. 한마디로 정부를 붕괴시킨 것은 미국이라는 것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이 내륙 진입권리까지 각국 해군 함대에게 준 것은 확인 사살과 같은 짓입니다. [본문으로]
  9. 현재는 소말리아 인접국인 지부티에 미군 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지부티는 아덴만 안에 있는 소국입니다. [본문으로]
  10. 미국은 예멘도 알카에다 근거지라며 군사적 통제를 하려 합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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