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수) 금융노조가 하루 파업에 들어간다. 8월 26일 진행된 파업 조합원 86퍼센트가 투표해 90퍼센트가 찬성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열린 총파업결의대회에는 조합원 2만여 명이 참가해 결의를 다졌다. 이 자리에서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관치금융으로 조합원의 고용안정이 위협받는 현실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면서 전 조합원의 총파업 참여를 호소했다.
사실 금융 작업장 곳곳에서 정부와 사측의 도발이 있기 때문에 뭉쳐서 싸워야 할 이유는 많다.
외환은행 조기 통합 시도 분쇄, KB금융 낙하산 인사 퇴출, 복지 축소 등 가짜 정상화 저지, 우리은행 민영화 문제와 MOU 폐지, NH농협 신경분리 부족자본금 지원, 외국계 은행 구조조정 저지 등.
산별 임단협도 사측의 협상 회피로 진척이 별로 없다. 사용자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복지 축소가 관철되면 이를 이용해 민간 금융기관들로 이를 확대하려고 고의로 임단협 교섭에 불성실하게 나왔다. 2009년 신입 직원 임금(초임) 삭감도 공공기관에서 시작해 민간 기관으로 확산한 바 있다.
그래서 올해 금융노조의 산별 임단협 핵심 요구들인 임금 인상, 비정규직·무기계약직 차별 철폐, 정년 60세로 연장, 통상임금 범위 확대, 노동시간 축소 등에서 넉 달 동안 별 진전이 없었다.
금융 노동자들의 불만은 차곡차곡 쌓여 왔다.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시달려 왔는데도, 2008년 이후 임금 인상도 억제돼 왔다. 금융 노동자들의 항의 파업은 정당하다.
파업일이 다가오자, 모르쇠로 일관하던 정부가 다급하게 나섰다. 25일에는 노동부 노사정책협력관이 찾아오더니, 26일에는 경제부총리 최경환까지 금융노조 위원장을 만나 파업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정부가 먼저 정책과 태도를 바꾸라고 요구했다.
금융노조 중앙위원회는 산별 파업 성사를 위한 기강 확립 차원에서 독단적으로 복지 축소를 합의한 수출입은행지부 등 공기업지부 세 곳의 지부장들을 노조에서 제명했다.
최대한 많은 조합원이 하루 파업에 참가해 경제 위기 고통전가 드라이브에 경고를 주길 바란다.(다만, 외환지부가 교섭권 위임 문제로 산별 파업 합류가 어려워져 자체 총회를 할 계획인 것은 아쉽다.) 그러나 2, 3차 파업의 전망도 커져야 정부와 사측도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 곳곳에서 위협 당하는 금융 노동자들
지난해부터 금융권은 인력 감축 바람이 불어왔다. 가장 두드러진 곳이 증권사들이었지만, 은행들도 꾸준히 점포와 인력을 줄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 씨티은행은 6백여 명을 희망퇴직시켰다. 한국 영업 축소 의혹이 있는 SC은행에서도 고용 불안감이 크다.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앞둔 산업은행이나, 하나금융지주의 강제 합병 시도에 직면한 외환은행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불안감을 낳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기업들에서는 공공부문 ‘가짜’ 정상화 시행을 위해 자녀 학자금 같은 복리후생비를 20~50퍼센트 깎으려고 한다. 비용 삭감은 인력감축 우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금융위원회, 외환은행노조와 3자 합의로 5년간 독립 경영을 보장한 2년 전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심지어 지난해 합의한 무기계약직 정규직 합의조차 지금껏 이행하지 않고 있다. 뻔뻔하게도 사측은 한 술 더 떠 최근 조합원 집회를 사찰하고 불법 파업 고소 협박 등 노조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 금융 노동자들이 노동 ‘귀족’인가
민간 은행과 공기업을 가리지 않고 금융권 노동자들이 노동자 평균보다 더 많은 임금과 사내복지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상시적 고용불안 속에서 평균보다 훨씬 높은 노동강도와 노동시간 속에서 일한 결과일 뿐이다. 2011년 조사를 보면, 은행 노동자 연간 노동시간은 평균 2천5백72시간이다.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으로 1년에 그 해 한국 평균보다 47일, OECD 평균보다 1백2일을 더 일한 것이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은행 노동자 수도 크게 줄고, 은행 수도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더 치열해진 은행간 경쟁 때문에 살아남은 시중은행들의 지점 수는 더 늘어났다. 이것은 구조적으로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더 적은 인원이, 더 격한 성과 압박 스트레스과 상시적 고용불안 속에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최근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지점수가 줄고 고용불안이 더 심화돼 왔다. 그러나 금융권 경영 위기에 일선 노동자들은 아무 책임도 없다. 열심히 일을 안 해서 오는 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노동자들이 사용자에게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 복지 축소 반대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다. 물론 이와 함께 금융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비정규직이나 세월호 참사 문제 등에도 나선다면 노동귀족론은 약화되고, 노동자 연대는 더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진짜 문제는 박근혜 정부다. 박근혜는 현재의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를 깎아 이를 전체 노동자에게 확산하려 한다. 고용을 위축시켜 이런 공격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하려 한다. 정규직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비정규직이나 더 열악한 작업장의 고용 불안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 사이에 이간질을 하고, 정치 파업, 연대 파업은 불법 딱지를 매겨 탄압을 한다. 노동자 연대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이나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를 부도덕한 철밥통 취급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한편, 박근혜는 8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기업들에게 주주 배당률을 더 높이고, 배당소득 대한 세금은 깎아 줬다. 이제 공기업들은 이 정책을 따를 것이다. 지금도 기업은행은 민간 은행보다도 배당률이 높다. 주식 부자들한테 기업 이익을 퍼주는 것은 좋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복지는 아깝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체제의 통치자들은 노동계급을 이간질시키면서 노동계급 전체를 박대한다. 노동귀족론 같은 이간질에 속지 말고 노동자 단결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내 기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총선 승리한 정부·여당: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믿어선 안 된다 (0) | 2020.04.27 |
---|---|
경기 평택을 재선거 ― 노동자들의 후보 김득중에게 지지를! (0) | 2014.07.24 |
반박근혜 계급연합이 필요한가 (0) | 2013.11.01 |
노동운동의 단결과 주도력이 필요하다 (0) | 2013.10.19 |
NLL 마녀사냥, 안보 프레임 거부해야 (0) | 2013.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