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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실질 연체율이 올해 상반기에 꾸준히 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부동산 전문가인 선대인 씨가 이 기사를 보고 낮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이미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고점 대비 20~30%씩 집값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고 빚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가계들부터 무너지면서 은행 연체율도 급등하게 됩니다.” [중소기업] 부동산 대출은 이미 2008년 말부터 부실단계에 들어가 있지만,금융기관들이 추가 대출을 일으켜 연체를 막아주고 있었습니다.”
(출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블로그 <불량사회>,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bubble100705)

한마디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가격 하락으로 빚내서 부동산에 돈을 쓴 사람들과 은행들이 함께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덧붙여, 지금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놈은 사기꾼이라는 말도.


부실 연체가 문제가 되는 건 사실인 듯합니다. 오늘자 <한국일보>에서 가져 온 위 표가 비록 부실자산 정리 전이라서 연체율 증가폭이 그리 높지 않은 듯 보일 수 있으나 1분기와 2분기에 은행들이 정리한 부실자산 규모가 2조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입니다. 그러고도 몇 은행은 정부 권고 연체율 수치를 못 채우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시중은행들의 고정이하 여신이 준 대신, 요주의 여신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각주:1]. 부실여신으로 분류하는 고정 단계의 바로 전 단계로, 잠재 부실이 커진다는 것이죠.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줄고, 가격도 떨어져 신규 미분양도 많습니다. 대출 받고 산 아파트가 가격도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는다면, 그 대출은 매우 위험한 잠재부실이 됩니다. 신규 미분양은건설사들에게 엄청난 자금난을 안겨 줍니다.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이 그렇습니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요주의 분류 여신은 전년 대비 35.3퍼센트 증가했습니다. 고정이하 여신도 29.8퍼센트 늘었습니다. 국민은행은 고정이하가 14퍼센트 줄었지만, 요주의 여신이 36.3퍼센트 늘었습니다. 신한과 외환은행도 고정이하가 2.1퍼센트, 14.2퍼센트 주는 동안 요주의 여신이 27.8퍼센트, 30.9퍼센트 늘었습니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2조 원이 넘게, 국민은행이 거의 2조 원 수준의 대손충당금[각주:2]을 적립했는데도 잠재 부실이 늘어난 사실이 중요합니다. 신한은행도 1조 3천억 원이나 대손충당금으로 쌓았습니다. 이정도면 예년과 비교해도 매우 큰 편에 속합니다.

물론, 요주의 여신이 부실화가 안 될 수도 있죠. 그러나 맨처음 인용한 올해 상반기 기록에서 보듯 실질연체율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나 지표상으로나 부동산 가격 하락은 명백해 보이구요, 호가를 안 내리고 버티면 지표상 가격 하락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실거래 가격이 하락하는 현실을 막을 순 없습니다.

은행 수익구조를 봐도, 올해 수익 향상이란 건 큰 규모의 예대금리차(2.76퍼센트) 때문인데, 현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7백조 원이 넘어 이젠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돈을 벌 수가 없기 때문에 예대마진 그 자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진 것으로 봅니다.

지금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높일 수도 없고, 예금금리는 더 낮출 게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각주:3]. 한마디로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가 아닙니다.

지난 3년간 한국 경제는 중국 정부의 엄청난 부양 정책 덕을 좀 봤습니다. 수출경제인 한국에게 전반적인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수출시장이 열리는 행운으로 침체 속도를 늦추고 심지어 지표상으론 생산과 고용 등에서 소폭 반등을 낳았습니다.

문제는 이 쥐꼬리만한 회복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낳고, 이는 다시 출구전략을 써 경기 과열을 막아야 한다는 압력을 낳습니다. 그러나 경제회복이 아직도 ‘지표상 회복’ 수준인데, 출구전략 잘못 쓰면 더 크게 경제가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망(시원하게 망한다)'하는 거죠.

특히, 금리 인상은 부실해지는 개인(중소기업) 대출을 부실 핵폭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거래량과 가격하락, 미분양이 크게 늘고 있어 금리인상을 함부로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한국은행장을 경질해 가며 출구전략 시행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겁니다. [각주:4]

게다가 한국경제의 숨통을 틔어준 중국경제도 막대한 부양 자금 문제로 과열이 일어나 비슷한 딜레마에 봉착해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시원찮으니 정부가 기업들에게 지급한 부양자금이 생산 투자로 가질 못하고, 다시 원자재 사재기(=투기)로 흘러들어가 국제적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다시 불러온다는 게 지난해 말 소식이었습니다.


결국 질질 끌다 대출 부실화가 금융 위기(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까 봐 각 정부들이 지급보증 등의 형식으로 이 손실을 막아줍니다. 결국 신자유주의 거품 호황을 지탱해 준 개인(기업)대출의 부실이 금융사 위기를 거쳐 정부 재정의 부실로 이어지는 겁니다. 이게 최근 유럽 재정 위기의 패턴입니다.

지난달 한국 정부도 저축은행들의 PF[각주:5] 손실을 막아주겠다고 했습니다. 부실해진 채권을 사 주겠다는 건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벌써 2조 원을 넘습니다. 그래서 최근 위험신호가 켜졌다는 재정적자 문제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와 이 상황에서도 부자 감세를 밀어붙이는 정신나간 정부들 탓입니다.

그래서 이대로 경제를 내버려 두면 이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정상 상태로 보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다른 거품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기업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선 경기 회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당장 한국도 중국 정부의 부양책 덕을 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럴때 진취성 경쟁력 어쩌고 하면서 경제분석하는 놈들은 십중팔구 사기꾼입니다.

결국 출구전략이든 부양책이든 시장에 맡겨서 해결하는 방식으론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오바마식 ‘부자 사회주의’나 EU 방식의 어정쩡한 국가개입과 후퇴는 재정적자만 키워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게 됩니다.

단지 시장의 원활한 작동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안정되는 게 진정한 경제 회복의 목표라고 본다면, 강력한 자본 통제와 투자의 사회화, 소득과 자산(주택)의 재분배로 전반적인 생활 수준을 안정시키고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진보적 대안이 나와야 합니다.
결국, 그리스처럼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오직 시장주의가 아닌 다른 해결책, 특단의 위기에 걸맞는 특단의 대안을 내놓고 대중을 조직하는 진보세력에게만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1. 은행 여신(대출)의 우량·불량 상태는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의 단계로 구분한다.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불량 단계를 "고정이하 여신"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2. 은행이 보유한 채권(대출=여신) 가운데 회수가 불분명한 채권을 순이익에서 빼 별도로 적립하는 것을 말함. [본문으로]
  3. 사실은 요즘 예금 금리는 물가인상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이자소득이란 게 무의미한 지경입니다. 그래서 자산가들이 자산투자에 더 목맸던 것이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4. 그래서 한국은행이 혹시나 금리를 올리더라도 0.25퍼센트 수준의 소폭 인상을 넘을 순 없을 겁니다. [본문으로]
  5.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약자. 담보 없이 금융회사가 사업계획만 보고 수익성을 판단해 대출함. 요즘 광고에서 정주영이 울산 앞바다 모래밭 사진만 들고 영국에서대출받은 일 자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게 PF임. 문제는 부동산 거품 때 건설사들의 PF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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