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에 참가한 사회주의자에게서 듣는 1987년 6월 항쟁
“6월 항쟁은 우리의 역사로 삼아야 할 위대한 계급의 기억”
마침내 기지개를 켠 노동계급의 힘과 전투성
노동자·민중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경험.
청년세대가 알아야 할 역사와 기억.
1987. (수정)
과거를 살펴보는 까닭은 현재를 잘 해석해 미래를 잘 대비하고 준비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거꾸로 현재에서 과거를 보는 시각에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관점이 반영된다.
지난해, 아니 이젠 지지난해 아직 박근혜 정권의 결말이 정해지지 않았고, 아직 남은 위세를 떨치고 있을 때 이 영화가 기획됐다고 한다.
만약, 퇴진 촛불이 없었다면? 퇴진 촛불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정권이 다시 보수당에게 넘어갔다면? 이 영화의 내용이나 메시지, 결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물론 개봉시점에도)
그렇게 보면, 이 영화가 (애초 기획도 그런 방향이었던 같긴 하지만, 더더욱 분명하게) 희망적 세계관을 전하는 배경을 더 잘 이해할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민중의 저항이 사회 발전의 동력이라고 묘사하는 건 한국 영화의 진전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박종철 열사 사망 직후 사냥개들의 사이의 작은 균열부터 조망한다. 시스템 안의 인물들이 갈등하게 하는 것이 바로 외부 요인(시스템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란 점에서 이를 단지 공안부장 검사의 미화라고 보는 건 협소하다. 그뒤로 이어지는 정말 보통 사람들, 연기력까지 더해 압도적인 대공수사처장의 위세 앞에서 개개인별로 대면 상대도 안 될 것 같은 보통 사람들이 저마다의 조건에서 작은 용기를 내고 능동적으로 권력의 강요와는 다른 선택을 한다. 영화에서 보통 사람들은 단지 희생자, 피해자가 아니다.(시대상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그런 보통사람들의 기여를 더 돋보이게 한 것 같다. 한편, 6.9 연세대 정문 앞 시위 장면에서 깨알같이 최루탄의 곡사와 직사를 구분해 묘사한 것은 감탄을 자아냈다.)
그래서 소수 개인들의 저항이 반향을 얻고 집단의 저항으로 발전했다는 점, 지금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그런 누적된 저항들과 민중의 투쟁과 승리로 얻은 것임을 설득력있게 보여 준 것에서 이 영화의 첫째 성취가 있다고 본다.
미장셴에 해당하는 묘사들만이 아니라 기본 줄거리가 지금껏 밝혀진 당시 상황에 비교적 충실하다. 이 점도 20대에게는 긍정 요소가 될 것 같다.(가상인 여주인공 빼고는 거의 실존 인물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다만, 유해진의 한병용 역은 자료들을 살펴 볼 때, 두 사람(전병용과 한재동)의 이름을 짬뽕한 것 같고, 깨알 웃음 주는 표 검사는 아무래도 보온병 상수인데...)
물론 영화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 가령 영화는 독재 타도 염원이 사람들의 삶에서 무엇을 뜻했는지는 자세히 묻지 않는다. 2017의 승리감이 묻어나는 영화의 반대급부일 듯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다큐나 좌파 영화가 아닌 이상, 그건 영화가 아니라 정치운동의 몫이 아닐까 싶다.
...... 한편, 이 영화를 소재로 한 ‘최고급 수준의 추억팔이’ (당시 경력 팔아 정치적 변신 정당화하기) 글에 이 영화가 추억팔이라고 평가 절하하는 동조 댓글이 달리는 걸 보니 참 세상은 넓고 웃을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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